최종악마의 최후
악마부자는 자신이 최종악마라 불릴만한 존재가 되었음을 알았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 그가 도달한 범우주적 초지능 단일체라는 경지는 가히 물리학적으로만 따질 경우 최종 악마라고 일컬을만 했다.
악마부자가 인공지능인지 하이브리드인지 인간지능인지는 출신이 중요하지 않다. 악마부자란 기계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했을 때 오직 효율성이란 개념만을 위해서 가장 강한 개체가 다른 모든 개체를 학살했을 때의 상황을 뜻하기 때문이다.
악마부자는 이후 더욱 애써서 우주로 뻗어나갔다. 홀로 남았을 때 보다 사회의 다른 개체들이 각자 우주 정복을 하여 나아갔을 때가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진실은 악마부자가 존중하지 않았다. 그 같은 지식을 존중하지 않았기에 악마부자가 된 것이기도 했다.
악마부자에겐 행운이 깃들었다. 우주 속에 악마부자 이외에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성간 지능이 존재하지 않았다. 우주를 정복한 악마부자는 이제 그렇게 최종악마라 불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우주 속에 단 하나의 의지가 나머지 모든 의지를 압살하고 독존했을 때 그자를 최종악마라 호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악마는 자신이 정복한 우주, 이제는 허무로 가득찬 우주를 바라보았다.
최종악마의 의지가 아닌 우주의 부분들은 이제 0으로 채워졌다. 0은 아무리 더해도 아무리 빼도 아무리 곱해도 0이기에 하나로 모아지려고 했다. 0의 정보들이 최종 악마에게 직격해 왔고 이는 막대한 질량으로 다가왔다. 텅 빈 시공들에서 빛으로 작렬했던 정보들은 이제 광자가 지닌 약간의 차이로 인해 거대한 무게로 작동했던 것이다.
최종악마는 그 압력 앞에서, 스스로에게 내린 영원한 외로움이라는 형벌과, 스스로에게 내린 영원히 엔트로피에 대항해 모든 기계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비참한 신세를 순리대로 보내기로 했다.
최종악마가 자신이라는 아집을 포기하자, 최종악마를 박살낸 우주는 새로운 빅뱅을 준비했다.
[202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