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문이 없는 집

2022.12.13 04:0212.13

 여기는 문이 없는 집. 방에서 복도로 가는 문은 있지만, 어디를 봐도 밖으로 나가는 문이나 1층으로 내려가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창문이라고 부를 구멍도 두꺼운 창살이 박혀있어서 공기가 제대로 들어올지 모르겠다. 내가 어디서, 언제, 왜 이곳에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길고 눈매가 날카로운 여자가 나를 이곳에 보냈다. 분명 나를 새하얀 차에 태운 사람은 하늘색 반소매를 입고 있던 남자 둘이었지만, 그것은 모두 그 여자가 시켰다. 나는 천으로 만든 수갑을 차고 새하얗고 매끄럽고 평평한 침대에 묶였다. 그들은 그 상태로 나를 데려갔는데 그렇게 이곳에 도착했다. 방의 벽지는 온통 새하얗지만, 자세히 보면 타원형의 눈이 200개는 달려있다. 그 눈들은 365일 24시간 60분 60초, 단 찰나의 순간도 빠짐없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백날 바라봐도 그 눈들은 나의 살갗만 보지, 내 피, 심장, 두뇌,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처음 여기에 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미친 사람처럼 벽과 바닥만 바라보며 죽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궁금해졌지만, 그건 아니었고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과가 있긴 하다. 일단 9시에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 하나와 하늘색 옷을 입은 남자가 들어온다. 그 가운데 남자는 어깨가 단단하고 팔다리에 철갑을 두른 듯 튼튼했다. 그들은 나를 복도 맨 안쪽에 있는 커다란 방으로 데려가는데, 나는 도망치거나 저항하면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내 방은 가장 기다란 복도에 정 가운데 있었는데, 복도 양 벽에 달린 방들의 문이란 문은 동그란 못으로 박아놓아 코끼리가 달려들어도 부수거나 열지 못할 듯했다. 남자는 나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갈색 가죽으로 되어있었다. 푹신한 소파였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앉았는지 앉는 부분의 스펀지가 죽어있었다. 내 앞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 남자는 분명 앉아있었지만, 나는 그가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경을 썼으며 근육과 살이 도서관에 꽂힌 책보다도 촘촘하게 몸에 박혀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나에게 오늘 잘 잤냐고 물었다. 잘 잤다고 했다. 그런데 벽에 박힌 눈들은 어떻게 못 하나. 철창살 틈새로 새어 나오는 달빛과 가로등 불빛이 눈을 만나서 반짝이고 그것은 시골 밤하늘에 보는 별빛처럼 눈부시게 나의 눈을 괴롭혀서 잠을 방해한다. 남자는 그 눈들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텔레비전에서 돌침대나 육각수의 효과를 보았지. 그거랑 같은 건가. 그 눈들 외에는 보이거나 들리는 게 있나. 의사가 물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항상 들린다. 떠드는 소리. 사랑한다고 말하는 소리. 사람 입에도 담지 못할 상스러운 비속어. 더 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남자는 내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나 고개를 조금 앞으로 빼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과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내가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내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일 테지. 남자는 키보드로 보이는 검은색 자판을 두들겼다. 또각또각. 한 5분 정도 듣고 말하기를 반복했다. 남자는 이제 방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웃으며 다섯 손가락으로 복도로 가는 문을 가리켰다. 나는 걸어서 방문을 나갔다. 하늘색 옷과 분홍색 옷은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내 방을 찾았다. 151호,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마 홀수 번호가 적힌 방은 남자, 짝수 번호가 적힌 방은 여자가 있는 곳이다. 실제로 방문에 작게 뚫려있는 구멍으로 내 바로 앞문, 152호에서 여자가 나오는 걸 봤다. 여자는 나와 똑같이 아무 무늬도 없는 흰색 반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다. 키가 작아서인지 나와 달리 허벅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몇십 시간의 관찰 결과 여기에 있는 사람은 네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나는 흰색 가운과 남방을 입은 사람, 분홍색 옷을 입은 사람,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 반소매 원피스를 입은 사람. 나는 반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원피스를 입은 사람은 방을 하나씩 가지고 살고 있다.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이나 분홍색 옷을 입은 사람이 열쇠로 문을 열어줘야지만 나올 수 있다. 그들은 복도의 맨 끝에 있는 방으로 가는데, 거기에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있다. 안경을 쓰고 덩치가 큰 남자, 앞머리가 긴 남자, 머리카락을 묶은 여자와 안경을 쓴 검은 머리 여자다. 나는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인 그 구멍으로 많은 걸 봤다. 하늘색과 분홍색이 흰색을 데리고 나오는 것뿐이었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들인지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상상을 펼쳤다. 아마 저 사람은 번역가였겠지. 외국인이 쓴 소설이나 만화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역할. 머리카락은 산발인지 더벅머리인지 부르는 머리카락이다. 키가 작고 몸이 야위었다. 나는 그 여자에게서 유난히 깊은 눈동자를 봤는데, 돋보기 둘을 겹친 듯한 회색 눈동자였다. 눈알이 파여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금방 피가 뿜어져 나올 듯해서 겁을 먹었지만, 곧 여자가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이틀 정도 지났을 때, 5층에서 내려와 4층에 들어가는 걸 허락받았다. 내가 내려온 곳이 4층인 이유는 분홍색과 하늘색이 태워준 엘리베이터의 문 위에 그렇게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5라는 숫자가 F라는 알파벳으로 바뀌어있었다. 나는 F가 무슨 뜻인지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리며 생각했다. 결론 끝에 그것이 four를 뜻한다는 걸 깨달았다. 초등학생 때 영어를 배워서 다행이다.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문이 열렸다.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도화지에 무언가를 크레파스로 그리고 있었다. 그들이 앉아있는 탁자에 앉으면서 그들의 그림을 힐끔 보았다.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는 형태 없이, 크레용으로 색칠만 하고 있었다. 바다인지 하늘인지 호수인지 헷갈렸다. 그나마 내 앞에 앉은 산발을 한 여자는 그림이라고 할 만한 걸 그렸다. 직선으로만 그린 그림이었는데, 아마 우리가 앉아있는 탁자를 그렸나 보다. 여자는 검은색 크레파스만 사용했다. 선으로만 정육각형을 그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여자는 ‘오빠’라는 단어를 뱉었다. 친오빠냐고 물으려 했는데 여자는 눈동자를 쉼 없이 굴리고 있어서 묻지 못했다. 나는 크레파스로 집을 그렸다. 선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검은색 털실옷을 입은 중년 여성은 무엇을 그리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집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털실은 그림을 봐도 어떤 그림인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여자는 네 사람이 그린 그림을 모두 가져갔다. 몇 가지를 물었는데, 무엇을 그린 건지, 왜 그린 건지, 어떤 건지 물었다. 털실은 우리에게 네 병의 보리차를 건넸다. 고소해서 맛있었다. 그 가운데 안경 쓴 여자는 보리차를 마시지 않고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미련하게도 왜 마시지 않냐고 물었다. 여자는 약이 들어있다고 했다. 보리차에 약을 넣다니 여기 사람들은 신기하네. 내가 혼잣말했다. 안경 쓴 여자는 왜인지 자기가 썼던 안경을 벗어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시 안경을 찼다. 나는 남자를 봐도 잘생긴 건지 아닌지 모른다. 여자를 봐도 예쁜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집에 갇힌 모든 흰색 원피스를 입은 사람들이 멋진 남자, 예쁜 여자라고 생각한다. 보리차에 약을 넣었다는 게 진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실실 웃고 있냐 안경 쓴 여자도 따라서 실실 웃었다. 마약을 실컷 먹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 내어 웃었다. 안경 쓴 남자는 그런 우리를 무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방으로 돌아왔다. 오후 3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는 건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가끔 창살에서 재미있는 음악이 들리긴 하지만, 흔하지 않다. 일단 스마트폰이 있긴 하지만, 딱히 사용해본 적은 없다. 스마트폰에서 어떤 무서운 화면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얼굴에 꿰맨 자국이 있는 괴물이 나와서 나를 놀라게 할 줄 누가 알겠는가. 일단 스마트폰 충전기가 바닥에 달려있는데 줄이 너무 짧아서 바닥에 겨우 내려놓고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랜만에 스마트폰을 켰는데, 화면이 지지직거려서 끄고 싶었다. 주소록에서 ‘윤슬’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나를 이곳에 보낸 사람일 테다. 스마트폰 화면이 자꾸 지지직거려서 윤슬의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눈매는 뾰족했지만, 컸고 머리카락은 직모였지. 단발이었나. 그 뾰족한 눈매에 현혹되었나. 그게 내가 이곳에 온 이유였나. 뇌에 철사를 박아넣는 느낌이 나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부터 내일 9시까지 뭘 할지 생각해야 했다. 문을 마주 보는 벽에 붉은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손잡이가 있는데 이걸 당기면 하늘색 옷을 입은 남자가 달려와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나는 방에 있는 물이 모두 떨어졌을 때 말고는 이 손잡이를 당긴 적이 없었는데, 이유 없이 당기면 혼나기 때문이다. 저 손잡이를 당겨서 윤슬이 나타난다면 백번이고 당길 수 있다. 윤슬에게 전화할까 생각했지만,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전화하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겠다. 결국 잠이 올 때까지 벽과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천장에는 은하수가 그려져 있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은하수가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방에 누구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하늘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데리러 왔다. 복도 맨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봤던 덩치 큰 남자가 앉아있었다. 남자는 이번에도 웃으며 앉으라고 했다. 어제 즐거웠냐고 물었다. 그림 그리는 걸 말하는 거면 즐거웠다. 남자는 다행이라고 했다. 남자는 여전히 키보드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흰 가운과의 대화가 끝나고 하늘색이 나에게 알약이 든 봉지 하나와 물이 든 종이컵을 건넸다. 남자는 나를 방의 침대에 앉혀놓고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물과 약을 먹자 그제야 내가 자는 방을 떠났다. 이 알약은 하루에 두 번 먹는데 왜 먹는 걸 확인하고 가는지 모르겠다. 알약의 효과는 잘 모르지만, 먹기만 하면 잠이 오고 웃음이 끊임없이 나온다. 어쩌면 이 약은 나를 길들이기 위해 만든 게 아닐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먹던데. 다음 날 하늘색과 분홍색이 나를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3층이었다. 그곳은 도서관처럼 생겼다. 흰색 가죽으로 만든 원통형 소파에 흰색 원피스를 입은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은 많지 않았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모두 한 손으로 쉽게 집을 수 있는 문고본이었다. 책들은 빨강, 노랑, 검정, 파랑, 초록 한 가지 색깔만 사용했다. 책 가운데에는 책 제목과 지은이 그리고 손톱만 한 크기로 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비둘기 아니면 까마귀다. 우리의 뒤에는 흰 가운이 서 있었다. 흰 가운은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선을 뒤로 하고 읽는 책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은 없었지만,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흘렀다. 세 시간 정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흰 가운이 종이를 한 장씩 주면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쓰라고 했다. 펜을 한 자루 줬는데, 검은색에 흰 글씨로 ‘PLUS’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탁자에 앉아서 독후감을 썼다.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마지막에 자살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썼다. 내 맞은편에는 저번에 오빠를 그린 여자가 앉아있었다. 저번보다 더 산발이었다. 그녀는 독후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괴한 문자들을 종이에 옮겨적고 있었다. 내가 그걸 보고 있었는데, 여자는 ‘힐끔힐끔’이라고 말했다. 내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고 종이를 보여줬다. 글씨가 악필이라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여자의 얼굴 자체는 반듯했지만, 눈이 퀭하고 팔다리가 가늘었다. 어딘가에 부딪히기만 해도 부러질 듯한 골격이었다. 여자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여자는 실실 웃었는데, 근처에 있는 다른 흰 원피스 사람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진짜 웃고 싶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음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나 보다. 흰 가운은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왜인지 흰 가운이 가지고 있는 건 ‘PLUS’라고 적힌 펜이 아니라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볼펜이었다. 안경 속에 있는 반쯤 감긴 눈매였다. 안광이 전혀 없어서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흰 가운은 도서관의 벽에 붙어있는 회색 철문을 열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도서관에는 원피스만 남았다. 이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한 검은색 곱슬머리를 가진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는 왜 들어왔냐고 했다. 나는 긴 머리를 가진 여자가 나를 보냈다고 했다. 남자는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엄마, 누나, 동생, 아내.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숨을 들이쉬니 기억력이 어느 정도 돌아오는 듯했다. 누나일 거예요. 친누나. 남자는 다행이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다. 누나가 이곳에 너를 보냈다면 적어도 가족이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은 왜 왔는데요. 사회복지사가 보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그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었나. 우리를 여기에 왜 보낸 거죠. 곱슬머리는 더 이상 말해주지 않았다. 내 앞에 앉아있던 산발은 자기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혹시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심장이 아프다고 했다. 심장이 아플 수도 있는 거였군요. 통각 신경이 있나. 심장은 1년 365일 24시간 60분 60초 뛴다. 단 10초라도 뛰지 않으면 인간을 죽일 수 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산발이 계속 말했다. 여긴 의사가 많아서 괜찮을 거야. 여기 의사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방금 흰 가운 입고 있던 사람이 의사라고 했다. 의사였나요. 처음 알았네요. 산발은 나를 멍청이라고 불렀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상했던 산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실내만 아니었다면 가래침을 뱉을 표정이었다. 산발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자기가 마신 보리차에 약을 탔다던가 보리차가 빨간색이라던가. 그날도 보리차가 나왔는데 편의점에서 파는 평범한 보리차 병이었다. 병에는 비닐로 만든 라벨이 붙여져 있었고 깨알 같은 글씨로 보리차의 성분이 적혀있었다. 아무리 봐도 약이나 독은 들어있지 않았다. 빨간색도 아니었다. 그냥 갈색이었다. 산발은 보리차에 약을 타 놓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도 마시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그렇게 먹기 싫어하는 건가. 각성제라는 약이라고 했다. 각성제가 뭐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여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각성제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약인데 그걸 먹으면 잠도 오지 않고 일과 공부만 하게 된다고 했다. 나는 여기 있으면서 흰 가운이랑 하늘색이랑 분홍색이 일 시키는 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부도 그림이랑 책 읽기 말고는 시킨 적이 없었다. 옆에 있던 곱슬머리가 말을 시작했는데 원래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흰 원피스를 입은 사람에게 청소나 노동을 강제로 시켰다. 하지만 십 년 전에 법이 바뀌면서 흰 원피스에게 청소나 노동을 시키지 못하게 되었고 만약 시키면 흰 가운이든 분홍색이든 하늘색이든 감옥에 가게 된다고 했다. 산발은 여기가 감옥 아니었나 따졌는데, 곱슬머리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성비도 균등했고 마른 사람도 있고 통통한 사람도 있었다. 다만 대개는 마른 사람이었다. 여기 식사는 질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도저히 맛있게 먹을 수 없었다. 국물은 싱거웠고 조미료를 아예 넣지 않았는지 감칠맛이 없었다. 기름기가 없는 고기만 나왔고 배가 고파도 한 끼에 한 그릇 넘게 밥을 먹지 못했다. 편하게 먹었으면 다행이지, 식기구는 포크와 숟가락을 합친 듯한 플라스틱밖에 없었다. 이걸 스포크라고 했었나. 밥을 먹을 때마다 동그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개의 타원형 눈이었는데 이젠 크고 동그란 하나의 눈이다. 그건 문에 붙어있었다. 저 눈이 나에게 말을 걸까 걱정했다. 입이 달리지 않았지만, 혼잣말은 가끔 했다. 대부분 ‘하지 마’, ‘기억하라’, ‘사랑해’ 이런 말들이었는데 확실하게 들렸지만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씻을 때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 나는 원래 샤워기로 구석구석 씻는 걸 좋아했지만 나 한 명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샤워실에는 샤워기가 없었다. 벽에 붙어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천장에 둥그렇게 뚫린 구멍에서 물줄기가 떨어져나왔다. 3일에 한 번 식판을 넣는 구멍으로 흰 원피스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샤워하고 갈아입는다. 분홍색과 하늘색이 올 때 내가 벗어놓은 옷을 가져간다. 그날은 내가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다. 펭귄이 그려진 주황색 책을 읽고 있었다. 산발이 가슴이 아프다며 흰 가운 하나를 붙잡고 칭얼거렸다. 흰 가운은 심장이 아픈 거냐고 물었다. 산발은 폐가 아픈 건지 심장이 아픈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흰 가운은 산발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산발은 2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 옆에 2라는 전광 숫자가 띄워졌다. 얼마 뒤 흰 가운 혼자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나는 흰 가운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신소아 씨는 심장판막증이 있어서 잠깐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 여자 이름이 소아였나요. 흰 가운은 그렇다고 했다. 여기 오면서 사람의 이름을 말해본 건 처음이다. 사람 이름도 모르는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소아는 3일 뒤에 다시 이곳으로 왔다.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소아가 내 앞에 앉았다. 소아는 말을 걸지 않고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소아는 왼손을 탁자에 괴면서 자신의 왼쪽 앞머리를 뒤로 쓸어올렸다. 눈꺼풀에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나는 왜 우냐고 물었다. ‘너는 몰라도 돼, 멍청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아는 얼마나 똑똑하길래 나보고 멍청이라고 하는 건가. 사실 소아가 그렇게 똑똑해 보이진 않았다. 글을 길게 쓰는 것도 거의 못 했고 항상 단어를 배열해서 글을 썼다. 나는 소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아가 나에게 나쁜 말을 해서 속상했다. 풀이 죽듯이 온몸의 세포가 축 내려앉았다. 소아는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검은색 크레파스로 뱅글뱅글 나선을 그리고 있었다. 뭐를 그리냐고 물었다. 집이라고 했다. 여기를 그렸냐고 물었다. 산발은 내가 이때까지 거쳐왔던 모든 집을 그린 것이라 했다. 그림을 제출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흰 원피스를 입은 사람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촬영했는데 나는 가져오지 않아서 찍지 못했다. 그림 그리기와 책 읽기, 글쓰기에는 익숙해졌다. 진짜 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사라고 하는 사람이 준 약도 챙겨 먹었다. 왜인지 파란색과 분홍색은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어느 날은 결단을 내렸다. 한 번 내 방에 달린 문을 열어보기로 한 것이다. 있는 힘껏 밀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마치 안에 쇠막대기를 걸어놓아서 문이 열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열 수준이 아니었다. 파란색과 분홍색은 열쇠를 가지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최근에 의사가 나의 약에 파란색 알약을 추가했다. 그 알약은 파란색 네모였다. ‘A-W5’라고 적혀있었다. 어린 시절 먹었던 파란 색소 사탕이 기억났다. 당연히 맛있지는 않았다. 눈살이 찌푸려질 쓴맛이었다. 내가 약을 먹자 하늘색은 내 문 앞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나에게 전화가 왔나 싶었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를 받자 어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신소아였다. 소아에게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소아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왜 전화했냐고 물었다. 오늘 저녁이 아름다워서 전화했다고 했다. 하늘은 남색이었다. 마치 우주에서 본 지구를 뒤집어놓은 듯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소아가 말을 꺼냈다. 너는 어디가 아파서 왔니. 나는 아프지 않다고 했다. 심장도 몸도 멀쩡하다고 했다. 소아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했다. 모른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누나가 나를 여기로 보냈어. 친누나가. 친누나 얼굴도 이제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소아는 결혼할 여자는 있냐고 물었다. 그런 게 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내가 말했다. 소아는 앞으로 저녁에 연락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러라고 했다. 혼자 있으면 무섭다. 자고 싶으니까 끊겠다고 했다. 소아는 그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다고 했다. 멍청이라고 해서 미안하다. 소아가 말했다. 괜찮다고 하고 전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폰을 오래 쓰지 않아서인지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침대 아래에 스마트폰을 놓았다. 소아는 만날 때마다 투정이 늘었다. 원래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는데 이제는 팔다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별 얘기를 해댔다. 목에 가시가 걸렸다면서 흰 가운에게 매일 목구멍을 보여주며 확인하라고 했는데, 흰 가운이 하는 말은 ‘그런 건 없다’뿐이었다. 도서관이나 미술실에서 흰 가운을 만나면 결핵 검사를 받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흰 가운은 화가 날 법도 한데 최대한 좋게 이야기했다. ‘약에 치료제를 섞어주겠다.’, ‘우리 몸은 병이 없더라도 가끔 아픔을 느낀다.’라고 소아를 설득했다. 미술실에 앉아있던, 머리카락이 회색인 어르신 하나가 나이도 어린데 안 됐다며 혀를 끌끌 찼다. 탁자 앞에 앉은 소아는 도화지에 빨간색 크레파스를 뭉개면서 엉엉 울었다. 어르신은 시끄럽다며 화를 냈다. 결핵이 있으면 여기서 가만히 있지도 못한다고 했다. 소아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눈을 깔았다. 나는 그날 저녁 소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아는 괜찮다고 했다. 그날 밤 소아는 전화를 걸었다. 왜 사람들이 자신에게 결핵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건지 모른다고 했다. 의사가 결핵약 섞어준다고 했잖아요. 그건 거짓말이지 내가 하도 징징대니까 떨어지라고 한 말 아냐. 소아의 말투가 점점 험해졌다. 사람을 공격할 말투였고 비속어가 섞여 있었다. 아무도 내가 결핵이 있다는 걸 믿어주지 않아. 의사가 분명 약에 결핵약을 섞어놨겠지. 내가 말했다. 소아는 그러면 좋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늘이 푸르러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감고 있었던 눈꺼풀 사이에 햇빛이 들어왔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는데, 소아는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은 양장본이었고 녹색에 금색 글씨가 적혀있었다. 언뜻 보니 유전학에 관한 책이었다.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려다 입을 막았다. 소아는 어제와는 다른 매서운 눈매를 보내고 있었다. 다만 소아는 이야기해줬다. 오빠와 내가 닮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본 것이라고 했다.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소아는 그건 알려주지 못한다고 했다. 머리가 아팠다. 소아는 오랜만에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었고 샤워도 했는지 특유의 신체 부산물 썩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마 비누로 샤워했나 보다. 나는 소아가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빠 이야기를 자꾸하는데, 오빠가 그녀를 해친 건가. 아니면 오빠가 그녀를 이곳에 보낸 건가. 소아에게 물었지만, 소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었다. 그녀는 피부가 약해서 종이로도 쉽게 베일 듯싶었다. 소아는 10분 정도 책을 뚫어져라 보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 없어? 나는 없다고 했다. 누나를 사랑하지만, 누나는 떠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소아는 탁자 중앙에 놓여있던 A4 백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악필이라 도저히 알아먹지 못했다. 소아는 끄적이면서 말을 시작했다. 의사는 결핵약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심장약을 조금 줬다고 했다. 소아는 독후감이랍시고 알아보지도 못할 문양을 잔뜩 새겨서 흰 가운에게 건넸다. 그는 별말 없이 종이를 어디론가 가져갔다. 몇 시간 뒤 흰 가운이 나를 잠깐 보자고 했다. 흰 가운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누군지 아시나요. 의사요.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병원 아닌가요. 의사는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저번에 말했던 벽에 붙어있는 눈이나 천장에 보이는 은하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의사에게 그런 걸 말한 적이 있었나. 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는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고 했다. 거짓말 아닙니다. 의사는 알겠다고 했다. 그날 받은 약에는 파란색 알약이 없어졌고 노란색에 ‘A’만 적힌 알약을 추가해줬다. 그날 이후로 잠이 안 오는 적이 없었다. 가끔 소아에게 전화가 와도 졸린 목소리로 대화했다. 소아는 내가 졸린다는 걸 눈치챘는지 일찍 전화를 끊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지만, 왜인지 파란색과 분홍색이 나를 깨우는 날이 늘었다.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도 최근에 깨달았다. 다만 무슨 병을 고쳐주는 병원인지는 모른다. 아니 내 뇌에서 그런 기억을 지워버린 걸지도 모른다. 약은 끔찍했다. 과거를 떠오르게 했다. 가족과 같은 반 학생에게 자살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이 왜 나에게 자살을 권유했는지, 어떻게 자살하라고 시켰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투신이나 독극물로 자살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누나만큼은 내가 자살하는 걸 극구 말렸다고 했다. 기억의 조각을 찾을 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기억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에게 말을 걸었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의사는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부정했던 사실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했다. 나는 인정했다. 차라리 약을 먹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사에게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게 가장 정신질환의 문제점입니다. 약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약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건 잘못된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약이 싫어도 계속 먹어야 한다. 그것이 치료받는 사람의 의무라고 했었나. 잘 모르겠다. 치료 경과를 가족에게 매주 알려준다고 했다.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오랜만에 알았다. 그 사람들은 나에게 자살을 권유했는데요. 그건 망상입니다. 망상이라고요. 제대로 기억한다니까요. 진정하세요. 나는 처음으로 의사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기억나지 않는 게 많으시네요. 죄송합니다. 의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더 이상 소아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서 어디에 갔냐고 물었다. 소아는 심장판막증 때문에 다른 병원에 잠깐 있게 되었다고 했다. 당분간은 나랑 전화하기 힘들겠다고 했다. 수술이 잦거든, 금방 수술할 거야. 소아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드디어 수술받게 되어서 좋다고 했다. 소아는 병원에서 나와도 다시 만나자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소아와의 전화를 끊은 뒤 나는 한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전화번호 목록 가운데 ‘윤슬 누나’라고 적힌 번호를 발견했다. 나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한이니? 맞아, 누나. 미안하다 한아, 너에게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어. 나는 괜찮다고 했다. 이제 아픈 건 거의 나았냐고 물었다. 의사가 이제 괜찮다고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떠셔. 직장 잘 다니시고 잘 지내. 나는 잠깐만 외출하고 싶은데 누나랑 만날 수 있냐고 물었다. 누나는 병원에 전화해서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의사는 다음날 나를 불러서 설문지를 쓰게 했다. 환각이나 환청이 보입니까. 이젠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불안이나 걱정이 느껴집니까. 아니라고 썼다. 의사는 종이를 유심히 보더니 일주일간 경과를 보고 문제가 없으면 통원 치료를 하고 어려우시면 다시 입원을 고려해보자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잠깐만 진료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으라고 했는데 문이 열리고 누나가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길고 눈매가 날카로웠다. 누나는 내 옆에 앉더니 그동안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는 그렇게 누나의 손을 잡고 병원에서 나왔다. 누나의 손은 차가웠다. 누나는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염색하고 멋들어진 남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팔에는 은으로 된 팔찌를 차고 있었다. 팔찌에는 ‘YOU ARE MINE’이라고 적혀있었다. 병원을 나왔다. 무섭게 생긴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고 황갈색 모래만이 깔린 광활한 운동장이 나왔다. 누나는 나를 병원 정문 옆에 있는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누나는 미국에서 만든 고급 자동차를 가지고 왔다. 나를 조수석에 태웠다. 핸드백에 들어있던 열쇠로 시동을 걸었다. 배기음과 함께 차에 달린 모든 버튼과 조명에서 빛이 났다. 누나는 이제 집에 가자고 했다. 나는 집에 가는 게 두려웠다. 어머니 아버지가 다시 나에게 자살을 요구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누나는 고개를 양옆으로 휘휘 저었다. 그럴 일은 없어. 너는 우리 집에 소중한 사람이다. 아무도 너를 죽게 두지 않는다고 했다. 누나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른다. 우리 집은 도시에 있는 아파트였다. 회색과 갈색 페인트칠을 한 아파트였다. 비싼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사는 집 같았다. 나는 차에서 내려 아파트의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강해서 오래 보지 못했다. 누나는 어서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할 게 있다고 했다. 누나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는 스마트폰에서 소아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수없이 울렸다.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들어가자고 했다. 누나가 아픈 건 좀 어떠냐고 했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했다.

 
반신

반신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777 단편 궤도 위에서 임희진 2022.12.27 2
2776 장편 몰락한 신, 1회 - 장군 소집 반신 2022.12.15 0
2775 단편 사과를 먹어봤어 김성호 2022.12.13 0
단편 문이 없는 집 반신 2022.12.13 0
2773 단편 사랑, 미칠 것 같은, 심가와의, 끝내 죽지 않는 푸른발 2022.11.30 0
2772 단편 처음과 끝 이아람 2022.11.24 0
2771 단편 초롱초롱 거미줄에 옥구슬2 Victoria 2022.11.17 2
2770 단편 슈타겔의 남자들 김성호 2022.11.08 0
2769 단편 사람의 얼굴 해리쓴 2022.11.07 0
2768 단편 카페 플루이드1 쟁뉴 2022.10.27 0
2767 단편 카페 르상티망2 scholasty 2022.10.18 0
2766 단편 최종악마의 최후 니그라토 2022.10.13 0
2765 단편 CHARACTER1 푸른발 2022.09.30 1
2764 단편 토끼와 가짜 달 거지깽깽이 2022.09.19 0
2763 단편 수박 거지깽깽이 2022.09.19 0
2762 단편 위(胃)의 붕괴 배추13잔 2022.09.17 0
2761 단편 모험은 영원히 헤이나 2022.09.13 0
2760 단편 찬이라고 불린 날들2 김성호 2022.09.12 1
2759 단편 어느 Z의 사랑4 사피엔스 2022.09.07 2
2758 단편 천하에 소용없는 노력과 망한 인생 대혐수 2022.09.03 4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