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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느 Z의 사랑

2022.09.07 14:5009.07

로리엔(외계행성)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요정 왕국에 대한 내용은 로스로리엔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1. 소개

 

달팽이자리 알파성 벨레자를 공전하는 네 번째 행성. 2032년 대한민국 항공우주청에서 보낸 무인 탐사선 도약이 목성 근처의 BSXL-2241 웜홀을 통과하여 탐사한 두 번째 외계 행성으로, 환경이 지구와 상당히 유사하고 지구인과 흡사한 형태의 지적생명체가 거주하고 있음이 알려진 곳이다. (후략)

 

로리엔인

 

행성녀에서 넘어옴.

 

1. 소개

 

(전략) 로리엔의 원시림을 탐사하다 크기는 집채만 하고 외양은 지구의 민달팽이와 유사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관찰 보고를 주기적으로 하는 중이었는데 어느 날 숲에서 여자사람을 발견했다. 지구로 치면 선사시대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직접 교류해 본 결과 지능이 낮지 않았으며, 누구든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심지어 외모지상주의를 철폐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마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음성 녹음 파일 재생)

그냥 예쁜 정도가 아니라 이건 꼭요정이나 정령이나 엘프 같다고 해야 할까. 수려하고, 아름답고, 청초하고.

 

로리엔에 최초로 발을 디딘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인 이■■ 씨가 그들을 만난 직후 이루어진 항공우주청과의 통신에서 한 말이다. 그는 보고 끝에 말을 흐리며 길고긴 탄식을 내쉬는데, 아마도 표현력 부족으로 동음이의어를 나열하다 말고 그들과의 조우를 회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에는 로리엔인을 만나면 형용할 수 없는 감격과 흥분을 느끼고, 심지어 아득하고 애달픈 그리움에 휩싸인 나머지 현기증이나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요즘 사람들은 로리엔인을 자주 보다 보니 그런 일이 없다.

 

2. 외모

지구인처럼 다양하다. 피부색, 머리카락 색, 키와 몸집이 각각 다르다. 유일한 공통점은 눈동자이다. 그들의 홍채는 청록색과 자주색, 호박색, 은백색, 선홍색 등이 뒤섞인 데다 바라보는 각도나 조명에 따라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며 오색찬란하게 반짝거리곤 하는데, 조우 당시 지구인들은 그 눈빛에서 동경과 순종, 공감과 이해, 유혹과 수용을 느끼며 이들이 지구인들을 전혀 배척하거나 혐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략)

 

3. 양성인

 

지남(지구인 남자)들 사이에서 행성녀라 불리지만, 로리엔인은 엄연히 자웅동체로 양성인이다. (중략) 한국의 어느 성간결혼중개업체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개최한 사전 강의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후략)

 

4. 식습관

로리엔인들은 비건이다. 우유나 계란도 먹지 않는다. 풀만 먹지만 그렇다고 메탄을 엄청나게 방출하지는 않는다.

 

5. 텔레파시

 

6. 지구 이주 역사

 

7. 로리엔 페로몬 효과

 

8. 지구 사회에 미친 영향

(전략) 지구인과 로리엔인과의 결혼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유명한 것이 올케와 결혼한 한남희 씨 사례. 시사주간지 로리얼쓰는 창간 50주년을 기념한 특별기획으로 한남희 씨를 인터뷰하여 책을 출간하였는데 (후략)

 

한국의 어느 성간결혼중개업체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개최한 사전 강의 녹음 파일

 

지금부터 설명드릴 것은 정말로 중요한 사항입니다. 로리엔인들은 왜 아들을 못 낳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고객님들이 로리엔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딸도 아니고 아들도 아닙니다. 딸이면서 아들이기도 하고요. 왜 그런지 이제부터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로리엔인들을 만난 우주비행사들은 이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로리엔인들이 모두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죠. 행성에서 남자들의 존재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지요.

긴 항해 동안 성욕을 억눌러야 했던 우주비행사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보낸 우주선이었는데, 네 그렇죠, 자랑스럽게도 한국이 세계 최초로 로리엔을 탐사한 겁니다. 무인 탐사, 유인 탐사 모두 한국이 최초, 네네, 아무튼, 비행사들이 전부 남자였다는데요, , 일부러 그런 거라네요. 남녀를 같이 태우면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봐, , 왜 여자만 보내질 않았냐고요. 글쎄요, 그런 큰일을 여자들한테만 맡길 순 없었다고 하던데, 아뇨, 아뇨, 죄송합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고요, 당시 항공우주청에서, , . 죄송합니다. 다시 설명 시작할까요? .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들은 외계생명체와의 조우 시에 지켜야 할 지침을 어기면서 로리엔인들과 관계를 가졌고 로리엔인들이 여자임을 확신했습니다. 로리엔인들의 외양이, 특히 외음부가 지구 여자와 똑같았던 거죠. 심지어 우주비행사들이 머문 그 몇 달 동안 어떤 로리엔인들은 임신해서 아기를 낳기도 했고요. 로리엔인들과 우주비행사들을 반반 닮은 아기였죠. 아시다시피, 임신 기간은 지구인과 비교해서 반밖에 안 되고 아기들의 성장 속도는 두 배입니다.

이후 본격적인 행성 진출이 이뤄졌고,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남자들이 그들과의 관계를 일회성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로리엔인 현지처와 아기를 지구로 데려오거나 로리엔에 정착해 가정을 이룬 사람도 있었지만 소수였죠.

여기서 당부드릴 것은 고객님들은 제발 이러지 말아 주십사 하는 겁니다. 배우자는 배우자대로 찾으시고 따로 업소 찾아서 즐기시고 하는 분들 진짜 많으시더라고요. 잠깐 놀다 간다고 생각하시지만 그러면 본인 아이가 여기서 몇 달 후에 태어날 거라고 보심 되세요. , 로리엔인들은 피임약이 안 듣습니다. 업소 가시면 고객님들이 피임하셔야 돼요. 남자 분뿐만 아니라 여자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스스로 알아서 피임하셔야 돼요.

, 그 소문 진짜입니다. 로리엔들이 콘돔을 싫어한다네요. 글쎄요. 왜 그런지는 저희도. 아무튼 남자 분들은 피임하시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저희가 남성용 피임약 무료로 제공해 드립니다. 원하시면 이 우주선에 의료시설이 있으니 정관 수술 받을 수 있으세요.

어디까지 했더라. , . 로리엔인들이 양성이라는 게 밝혀진 건 지구에서 도착한 생물학자들과 의사들 덕분이었습니다. 로리엔인들을 학문적 관점에서 조사하고 연구하다가 로리엔인들의 신체에서 지구 여성들에게는 없는 기관들을 발견한 겁니다. 난소가 네 개나 있었는데, 모두 자궁과 연결돼 있었고, 요도가 방광은 물론이고 네 난소 중 두 개와 연결됐을 뿐만 아니라 자궁에도 연결돼 있었습니다. , 그림을 보시면, 이런 식이죠.

후에 로리엔인과 동침한 여성 탐사대원들이, 네네 레즈비언이요, 그분들이 임신을 하면서, ? 아이고, 고객님, 무슨 벨트요? 이렇게 여러 분들이 앉아 계시는데 그런 말씀은 좀 삼가주세요. 아유, 제가 다 민망하네요. 고객님, 혹시 술 드셨어요? 이런, 그럼 방으로 돌아가셔서 좀 주무시는 게 어떠세요. 나중에 따로 설명 드릴게요. 싫으시다고요, 아이고, , 알겠습니다. , 어디까지 했죠? , . 그러니까 어떻게 지구 여자가 로리엔인의 아이를 임신했느냐. 로리엔인이 지구 여성과 성교할 때는 그 작은 음경이 지구 남성만큼이나 발기가 되어 정액을 분출할 수 있으며, 따라서 몸속의 난소 네 개 중 두 개는 난소가 아니라 정소임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지구 여성들과 달리 음핵과 요도가 분리된 기관이 아니라 지구 남성의 음경처럼 하나의 기관임도 알게 됐고요. , 정말 놀랍죠?

그럼 로리엔 인의 정소와 요도가 왜 자궁과 연결돼 있느냐, 그건 훨씬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여성 탐사원대들과 동침한 일부 로리엔인이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죠. , . 여자 분이 아니라 로리엔인이요. 모두 다 아시는 그 사건. , 로리엔인의 발기된 음경은 정자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상대 여성의 난자를 흡입하기도 하는 겁니다. 물론 이건 상대 여성이 배란한 직후에나 가능한 일이죠. 그렇게 흡입된 난자는 로리엔인의 자궁으로 이동하고, 로리엔인의 정소에서 자궁으로 이동한 정자와 만나 수정할 수가 있습니다.

복잡하다고요? , 이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로리엔인들은 지구 여성과 남성으로부터 난자나 정자를 받아 임신할 수 있지만 지구 여성을 임신시킬 수도 있습니다. 정리되셨죠?

지구 남성도 임신시킬 수 있냐고요. 그건 신체 구조상 불가능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지구 남성의 정자는 체외로만 배출되는데다 지구 남성의 음경은 자궁 내에 배란된 난자를 흡입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죠. 흡입한다 하더라도 자궁이 없으니 결국 임신은 불가능하고요. , 맞습니다. 옛날에 그런 영화가 있었죠. 제목이 주니어라고. 남성의 복강에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사실 남자들이 그런 시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요. 지금도 로리엔인 난자를 받아서 임신하려는 남자가 과연 있을까 모르겠네요.

, 왜 아들을 못 낳는냐고요. 바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구의 과학자들이 로리엔인의 염색체를 조사한 결과 염색체 수가 지구인과 일치했습니다. 게놈은 대부분이 지구인과 같았고, 사소한 몇 가지 차이가 지구인과 로리엔인의 외모나 신진대사 상의 차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였고요. 성염색체는 지구 여성의 X염색체보다 컸는데 동일한 염색체가 한 쌍이 존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Z염색체1라 부르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즉 로리엔인의 성염색체는 ZZ입니다. 어려우시다고요? 그냥 로리엔인이 ZZ라고만 알고 계심 됩니다. 이제부턴 중학교 과학이니까요.

, 이 그림을 봐 주세요.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로리엔인은 성염색체가 ZZ이므로 감수분열을 해서 만들어진 난자와 정자는 Z염색체만 갖습니다. 만약에 지구 여성과 아이를 가지면 지구 여성의 난자는 X염색체를 갖기 때문에 아이는 XZ가 되죠. 만일 지구 남성과 아이를 가지면, , 아시죠? 지구 남성의 정자는 X염색체를 가진 것과 Y염색체를 가진 것 두 가지가 존재하죠. 그래서 로리엔인의 난자와 수정하면 XZYZ 둘 중 하나가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YZ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은 착상에 실패하거나 유산이 돼 버리는 겁니다. , 안타깝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모릅니다. 유산된 태아를 조사해보니 심각한 기형이 발생했다는 것만 밝혀진 상태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XZ염색체를 가진 아이만 태어납니다. X염색체는 Z염색체와 비슷하지만 열성이라 XZ염색체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우성인 Z가 발현되어 로리엔인처럼 자웅동체가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유, 고객님 또 이러시네. 어지자지라니요. 고객님 아이를 그렇게 부르고 싶으세요? , 평생 안 낳으실 거라고요. 아무튼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요즘 대세가 성간결혼 아닙니까.

 

로리얼쓰 창간 50주년 기념 특집기획 도서 올케와 결혼한 여자

 

(전략) 동생 남욱이네 집에 들어갈 때 챙긴 짐은 캐리어백 하나가 다였어요. 절대로 처분할 수 없는 것들만 담았죠. 근데 결혼 앨범이 왜 들어가 있었을까요. (웃음)

딸은 시골의 친척집에 맡겼고, 집과 살림은 전부 팔았어요. 그러고도 갚아야 할 빚이 1억이 넘었죠. 사실 남편의 빚이었지만, 남편이 제 명의를 도용하는 바람에 제 빚이 된 거예요.

야간 진료를 마치고 오면 동생이 물었어요. 매형 소식 모르냐고. 정말로 궁금했던 걸까요? 저야말로 묻고 싶었어요. 매형이 돌아오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아니죠. 동생은 제가 죽을상하고 있는 게 보기 싫었던 거예요. 자기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거였을 거고요. 하지만 전 불편했어요. 빨리 찾아서 화해하고 나가라는 소리로 들렸거든요.

전 매번, 그 사기꾼 새끼 매형이라 부르지도 마, 했죠. 남편은 사라졌어요. 운영하던 투자업체가 부도날 것 같으니 수중에 남은 돈을 싹싹 긁어모아 항공권을 산 거예요. 로리엔으로 가는 성간우주선의 편도 탑승권을요. 그러고는 제시카 알바를 닮은 로리엔인과 살림을 차렸겠죠.

그땐 그랬어요. 지구에서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그렇게 달아나곤 했죠. 그런데 로리엔은 어딜 가나 원시림이라잖아요. 전문 탐사 장비를 갖춘 베테랑 탐험가가 아니면 사람 못 찾는다고, 돈 날리고 심신 피폐해지지 말고 잊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하더군요. 나쁜 놈, 집채만 하다는 그 민달팽이한테 잡아먹혀버려라. 남편을 떠올리면 항상 저주를 퍼붓고 끝났어요.

, 동생이 수지 닮은 여잘 찾아냈다고 호들갑 떨면서 올케를 데려왔을 때 솔직히 거부감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같이 살다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남편이 로리엔인을 찾아 달아난 게 올케 잘못은 아니잖아요. 제시카 알바의 잘못도 아니죠. 매력적으로 태어난 게 죄는 아니니까요.

사실 저희는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삐걱대고 있었어요. 남편이 영업한다고 룸살롱을 자주 찾았거든요. 여자 고객들이랑 호텔을 들락거리기도 했고요. 어쩌면 그 전부터 그러고 살았는데 그때 들킨 건지도 몰라요. 최악은, 애초에 저를 돈줄로 보고 접근한 거죠.

결혼 내내 생계는 제가 거의 책임졌고 가끔은 남편 사업 자금을 대 주기도 했어요. 남편은 위험자산 투자를 했는데 돈을 벌어올 때도 있지만 왕창 잃을 때가 더 많았어요. 수입이 오락가락하는 게 불안했지만, 남편은 원래 투자는 한방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은행에 다니는 동생한테 물어봐도 원래 그쪽 일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러다가 대박나면 누나는 지금 다니는 병원을 사버릴 수도 있어, 하길래 가타부타 하지 않았죠. 하지만 결국. (한숨)

도대체 저는 뭘 보고 그 인간한테 넘어간 걸까요? 글쎄요. 일단 인물이 좋았고, 쾌활하고 매너 좋고 말이 잘 통했어요. 달리나 마그리트 얘기를 하면 그 다음엔 초현실주의 전시회 티켓을 사 오는 식이었죠. 선 자리에서 만난 전문직 남자들과 달랐어요. 거드름 피우지도 않고, 투자한다는 사람이 의외로 계산적이지가 않았어요. 진솔해 보였달까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연기고 영업이었던 거예요. 사기 친 거죠. , 증거는 없죠. 저만의 생각인지도 몰라요.

그렇게 자기연민과 우울증에 빠져 있던 절 일으켜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수지예요.

수지는 타고난 살림꾼이에요. 그때도 그랬어요. 삼시세끼 다른 반찬을 상에 올렸고, 집안 구석구석 빛이 나도록 청소했고, 세탁기는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었지요. 종일 그렇게 일하면 피곤할 텐데, 밤마다 동생과 잠자리도 매일 하는 모양이었어요. 아유, 다 알죠. 집도 작고 방문 틈으로 소리가.

저도 지남이랑 살아봐서 아는데, 매일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아무튼 제가 다 미안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올케는 늘 밝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어요. 전 궁금했어요. 로리엔인들이 그렇게 긍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비법은 뭘까? 남자들이 말하는 대로, 착하니까?

어쨌든 올케의 그 에너지가 옮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이역만리 먼 항성계로 시집와서 친정 식구도 못 보고 친구도 못 만나고 살림만 하고 사는데 저렇게 밝고 활기찬 사람도 있구나, 그러면서 정신을 차리게 되더군요. 나는 직장도 있고 딸도 있고 친구도 있는데 불평하면 안 되지, 그래, 다시 시작하자, 저축도 하고 명의 도용도 입증하고, 출금 금지 풀리면 조그만 아파트 얻어서 우리 서정이랑 오순도순 살자, 그래도 우리 서정이 하나는 잘 낳았으니 그렇게 손해 본 결혼은 아니지, 라고요.

그게 참 희한해요. 제가 만난 남자들은 죄다 스토커, 변태, 돈벌레, 허세남, 집착남이었거든요. 마지막은 바람둥이 사기꾼이었고요. 결혼을 도대체 왜 한 걸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알 수 없는 힘이 저를 연애와 결혼으로 내몬 것 같았어요. 저는 그 모든 것이 서정이를 얻기 위함이었노라고 납득하기로 했어요.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거대한 것이었으니까요. 설사 인생이 반복된다 해도 저는 남편과 결혼할 거예요. 그 누구도 아닌 서정이를 낳기 위해서요.

딸만 생각하면 눈물이 흘렀어요. 시골에 두고 올라올 때 제 다리를 붙잡고 울던 모습이 선해서요. 재산 처분해야지, 흥신소 들락거려야지, , 남편을 찾으려고요, 그리고 출근도 해야지, 거기다 돈 모으려고 야간진료까지 추가로 맡았거든요. 남편이 싸 놓은 똥을 치우다 보니 신경을 써 줄 수가 없어서 시골에 데려다 놓은 거예요. 그렇게 우는 걸 보니 같이 울고 싶었지만, 결국은 너를 위해서다, 하고 매정하게 떼어놓고 왔거든요.

제가 울 때면 동생은 당황하기만 했어요. 두리번거리면서 티슈 찾는 시늉을 했죠. 하지만 동생은, , 먼저 떠난 동생을 두고 이런 말 하기 뭐 하지만, 그야말로 한남의 전형이었어요, 집에 티슈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 늘 올케가 챙겨줬지요.

제 눈물을 닦아준 사람은 수지였어요. 수지는 입고 있던 잠옷 자락으로 제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줬어요. 그 와중에도 저는 동생의 시선이 수지의 다리와 엉덩이를 목마른 듯 더듬는 것을 알아챘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취감에 사로잡혔지요. 이미 그때부터였을까요? (웃음)

올케의 잠옷에는 이제까지 맡아본 적 없는 그윽한 향기가 배어있었어요. 세제나 향수가 아니라 올케의 체취였지요. 로리엔인들은 체취도 매혹적이잖아요. 저는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어요. 뱃속에서 화롯불이 타오르는 것 같더군요. 열기가 솟고 나른해지더니 갑자기 머리가 아찔해지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올케의 품에 얼굴을 비볐어요. 잠옷 아래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더군요. 손아귀 가득 움켜쥐고 덥석 깨물고 싶은. , 그 유명한 로리엔 페로몬 효과지요. 하지만 아시죠?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걸.

저는 왜 울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있다가 올케의 말에 정신이 들었어요. 서정이가 보고 싶으냐고 묻더군요. 그리곤 저를 꼭 끌어안고 말했어요. 서정이 데려와요. 같이 살아요.

동생이 당황했지요. 제 눈치를 보면서 수지한테 뭐라고 하더군요. 애를 누가 보라는 거냐고요. 수지는 자신이 봐준다고 했고요. 하지만 전 고개를 저었어요. 종일 애 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것도 남의 애를.

너희한테 신세지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다고 손사래를 치는데 정말 처량하더군요. 한 배에서 나고 자란 동기간인데도 동생은 정이 너무 없었어요. 아무리 애들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도 그렇지, 친조카한테조차 보이는 관심이라곤 몇 살이냐고 가끔 묻는 게 고작이었거든요. 그러니 눈치가 보일 수밖에요.

그런데 수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는 서정이를 잘 봐주겠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빈말이 아니었어요. 진심이었죠. 심지어 뭐랄까, 애타는 갈망이 느껴졌어요.

수지는 제가 딸과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옆에 와서 예쁘다. 너무 예쁘다.’ 노래하곤 했어요. 같이 장 보러 가면 유아차에 앉은 아기들한테서 눈을 못 떼고요. 아기가 그렇게 좋아? 하고 물으면, 너무 좋아요, 빨리 낳고 싶어요, 하는 답변이 돌아왔죠. 동생의 반대로 못 갖고 있었지만.

, 동생은 결혼 전부터 정관수술을 받은 상태였어요. 이 여자 저 여자 자유롭게 만나려고요. 콘돔을 써온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죠. 성병 안 걸리려고요. 하여간 자기 몸 하나는 되게 잘 챙기는 애였어요. 그런데 그러던 애가. (한숨)

당시에 수지가 동생한테 하는 얘기는 태반이 아이를 갖자고 하는 거였어요. 동생이 싫다며 화를 내기도 했지만 수지가 유리구슬처럼 맑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면 동생의 화는 오래 가지 못 했죠. 저는 수지를 보면서 어떻게 우는 모습까지도 저렇게 예쁠까 하고 한숨을 쉬곤 했고요.

그때도 수지는 서정이 안 데려오면 나 울어버릴 거야, 하는 표정이었어요. 동생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여서 저는, 얼른 돈 모아서 나갈 테니 그때까지만 우리 서정이 좀 데리고 있으면 안 되겠냐고 사정을 했지요.

동생은 허락하고 말았어요. 남의 애도 아니고 조카인데 별 수 있었겠어요. 대신, 서정이 보는 건 둘이 알아서 하기다, 나는 애들 잘 못 다루는 거 알지? 하더군요. 동생은 애들을 싫어한다는 말을 저렇게 돌려서 하곤 했어요.

수지가 동생을 와락 껴안으면서 저보다 더 고마워하더군요. 동생은 수지를 그대로 안아 올려 안방으로 들어갔고요. 저도 기쁘면서도 허전한 기분이 들더군요. , 뒤돌아보니 저는 그때 동생을 질투했던 것 같아요.

(중략)

보통은 쩍벌의자에 누운 산모들이 감탄하고 의사는 흐뭇하게 바라보는 게 산부인과 진료실의 전통인데 그날은 반대였어요. 저는 친구 주영이의 자궁 내부를 비춘 초음파 화면을 보며 감탄했어요. 믿을 수가 없었죠. 이게 정말 가능한 거였다니. 저는 제 자궁 속의 서정이를 처음 봤을 때도 그 정도까지 감탄하지 않았거든요.

주영이가, 것 봐, 내 말 맞지? 태리야, 저것 봐. 우리 아기래, 하니까 옆에 있던 로리엔인이 감격해서 울먹이더군요. 우리 아기 예쁘다, 정말 예쁘다, 하면서요. 제가 처음 태리를 만난 날이에요.

태리는 수지처럼 늘씬하고 매력적인 미인이에요. 주영이랑 태리는 가정폭력 피해자와 여성청소년계 경찰관으로 만났어요. 당시 태리는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고,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들에게 구조됐지요.

신고한 사람은 태리의 옆집 아주머니였는데, 태리의 남편이 소리 지르고 물건을 부수는 소리가 자주 들려왔는데도 태리의 비명이나 울음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대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멍이 심한 걸로 봐서 맞고 사나 보다 추측만 했다고요. 아주머니는 확신이 든 날부터 현관 근처를 서성이면서 귀를 기울이다 또다시 소음이 들려오니까 신고한 거예요.

로리엔인들이 순종적이고 비폭력적인 건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누가 때려도 맞서질 않고 눈물만 흘리는 게 보통이었어요. 심지어 태리는 남편이 이미 구속됐는데도 남편한테 불리한 증언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보다 못한 주영이가 태리를 설득해서 남편이 처벌받고 태리한테 접근을 못 하게 도와줬죠.

절 찾아왔을 때 주영이는 아직 식도 못 올린 상태였어요. 경찰관이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다가 피해자한테 되레 못된 짓 한 게 뉴스에 터져서 민감하던 시기였거든요. , 커밍아웃요? 그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로리엔인이 여자도 아니고, 이미 로리엔인 사귀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니었거든요.

둘이 행복해 보여서 저는 마음이 놓였어요. 예전부터 주영이는 저한테 같이 살자고 했었거든요. , 청혼한 거죠. 다 옛날 일이고 농담이에요. 그 일을 농담으로 삼을 수 있는 건, 저희가 고3 때 이슈가 한 번 있었는데, 그때 전후로 우정을 다져왔고, 주영이가 청혼할 걸 제가 어느 정도 예상해서, 실제로 청혼 받았을 때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절한 덕분이었어요.

분하지만 그건 동생의 공이 컸어요. 저는 그래서 동생한테 고마움과 원망을 동시에 갖고 있었어요. 주영이랑 고등학교 내내 단짝으로 지내면서도 주영이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몰랐고, 그 여자가 저인지도 몰랐거든요. 질 나쁜 농담으로 그 사실을 귀띔해준 사람은 동생이었어요.

남욱인 뭐랄까, 자신이 정복할 수 있는 여자와 없는 여자를 구별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어요. 아무래도 주영일 좋아했던 모양이에요. 근데 주영이 주변에서 얼쩡대다보니 뭔가를 깨달고 절망한 거죠. 자기 거라 생각한 게 알고 보니 아니다, 그러니 엄청 삐딱하게 나오는 거예요.

어느 날 주영이가 놀러왔는데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누나랑 주영 누나 둘 중에 누가 남자 역할일까? 아주 대놓고 비웃더군요. 무슨 말이냐고 되묻기도 전에 동생은, 그야 당연히 누나겠지, 누난 몸만 여자지 하는 짓은 남자잖아, 하더군요. 그러고는 부치이니 페니반이니 떠드는데 주영이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간단 말도 없이 나가 버렸어요. 저는 주영이가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그때 여고는 다들 그랬거든요. 누가 왕이고 누가 후궁이고 그런 걸 정해서 역할극을 하며 놀았고, 저희도 그랬어요. , 제가 주상전하고 주영이는 중전이고 다른 애들은 후궁, 무수리, 뭐 그러고 놀았어요. 근데 주영이는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다음날부터 주영이는 저를 제대로 쳐다보질 못 했어요. 저는 동생 말에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했지요. 하지만 정확한 건 알 수가 없었어요. 동생이 말한 단어들이 뭔지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 단어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너무 민망한 거예요.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생을 때렸어요. 주먹으로 머리통을 퍽 친 거예요. 어릴 적에 과자 한 조각 더 먹겠다고 투닥거린 거랑은 차원이 달랐죠.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동생이 저랑 주영이의 순수하고 신성한 우정을 불결하고 동물적인 포르노로 바꿔버렸으니까요. 도저히 예전 같은 시선으로 주영일 볼 수가 없었어요. 말 한 마디, 눈짓 하나, 손길 하나에 무슨 성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 자꾸 의심하면서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동생은 제 소중한 우정을 망쳐버린 거예요. 어쩜 망친 사람은 저인지도 모르죠. 친구의 정체성을 알게 된 게 왜 그리도 당황스러웠는지. 또 화가 나는 건, 동생이 주영일 망신 주고 강제로 커밍아웃을 시켜버렸다는 거예요.

동생은 남자면서 여자 흉내 내고 여자면서 남자 흉내 내는 것들은 모조리 멸종시켜야 한다면서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따지더라고요. ‘역시 누나는 레즈라고 빈정대고요. 저는 말문이 막히고 더 화가 났어요. 그래서 다시 주먹질을 했죠. 그때 저는, 주영이가 레즈인 건 상관없지만 내가 레즈 취급 받는 건 용납 못 해,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동생은 실실 웃으며 맞아주다가 제가 때리는 게 만만찮으니 본격적으로 반격했어요. 그러다 제가 쓰러지니 체중을 실어서 납작하게 눌러버리더군요. 사춘기가 지나 이제 막 성인 남성으로 접어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전까지는 동생은 절대로 저를 이기지 못 했고, 저를 남자라고 놀린 건 그래서였어요.

저는 폐가 눌려 질식하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고, 자기 힘에 지레 놀란 동생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제 얼굴을 두드리고 인공호흡을 하면서 야단법석을 피웠어요. 저는 목숨을 건졌지만 동생과 서먹해졌어요. 철이 들고 나서도 우리 둘 사이에 놓인 벽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더군요.

주영이랑도 한동안 어색하게 지냈어요. 동생이 한 말에 대해서는 없었던 일처럼 취급했고, 서로를 아주 조심스럽게 대했어요. 그러다 서로가 이젠 그때 일 잊어버렸겠지 싶은 무렵부터 다시금 가까워졌어요. 졸업 후엔 대학을 각자 다른 곳으로 가서 간간이 연락만 하고 지냈고요. 사회에 진출한 다음에 다시 만났는데 바로 어제 본 것처럼 거리감이 없더라고요.

어느 날 주영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랑을 고백하면서 청혼을 했어요. 저도 반쯤 농담을 섞어서 거절했죠. 진지하게 반응하는 게 오히려 상처를 줄 걸 알았거든요. 그 모든 게 장난이었기에, 저희 둘은 거리낌 없이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

저는 주영일 생각하면 늘 명치가 묵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과, 본인의 마음에 진실하고자 하는 태도가 늘 그렇게 농담이 되어야 하는 친구였으니까요. 왜 정직함이 농담의 대상이 돼야 했던 걸까요.

(중략)

눈부시도록 아리따운 로리엔인이 커다란 쟁반에 요리를 담아왔어요. 직원은 태리와 눈이 마주치자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숙하게 미소를 주고받더군요. 아마도 두 사람은 텔레파시로 그 짧은 순간에 긴 대화를 나눴을 거예요. 출신지가 어디인지, 본명이 무엇인지, 지구에 언제 왔는지, 지구에서 어떤 사람들과 지내고 있는지, 타향에서의 삶이 어떠한지. 저는 태리가 남편에게 학대당한 일을 직원에게 말하고 있을까 봐 괜스레 위축됐어요. 하지만 직원은 그런 얘긴 전혀 모른다는 듯이 주방으로 돌아갔지요.

그때 저는 불쾌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어요. 어느 테이블에 앉은 남자 둘이서 다른 로리엔인 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모습을요. 직원이 음식을 놓는 내내 그러더군요.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뭘 속닥대더니 막 낄낄거리더라고요. 어찌나 경박스럽던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지는 안 들어봐도 뻔했죠. 로리엔인들 덕분에 세상이 천국이 됐다고 좋아라 한 게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근시안적인 생각이었죠. 남자들은 아시다시피.

그때 그 레스토랑 직원들은 전부 로리엔인이었어요. 언제부턴가 그렇게 돼 버리더군요. 길에서 광고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도 로리엔인으로 바뀌었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도, TV 광고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도, 간호조무사와 간병인과 사회복지사와 가사도우미와 육아도우미도 이젠 전부 로리엔인이었어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예전에 지구 여자들이 하던 일들을 이제는 로리엔인이 하고 있는 거였죠.

지구 여자들은 그럼 어떻게 된 걸까요. 로리엔인으로 단시간에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저나 주영이 같은 여자들을 제외한 여자들은, 로리엔인에게 남편을 빼앗긴 여자들은 말이죠. 여성단체들이 로리엔인의 유입을 막으라고 시위를 벌이는 건 무리도 아니었어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저도 동참하고 싶었죠.

하지만 이런 푸념을 태리 앞에서 할 순 없었어요. 로리엔인들을 지구로 데려온 것, 그들의 몸과 마음을 이용하는 것, 전부 우리가 함께한 거잖아요. 저만 해도 수지가 서정이를 거의 전담해서 봐 주고 있었으니까요. 주영이도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만 마취고 복귀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태리가 아이를 돌보고요.

솔직히 그런 주영이가 부러웠어요. 동생 집을 나가서 혼자 힘으로 아이 키울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한 거예요. 난 왜 남자 복도 없는 게 이성애자로 태어나서 이 고생일까, 한탄을 하니 주영이가 이제라도 전환을 하라더군요. (웃음) 그것도 제가 남자 문제로 맘고생 할 때마다 주영이가 했던 농담이었어요. 전환이 맘대로 되니, 하니까 주영이가 한숨을 쉬더라고요. 안 되지, 하면서요. 안 되니까 주영이가 그런 수모와 조롱을 받고 살아온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로리엔인들의 등장은 남자들한테만 행운이 아니었던 거예요.

이제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인류는 세 가지 종으로 분화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여성, 남성, 로리엔인. 여성과 남성 간의 결혼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었어요. 마치 여성과 남성이 다른 종이 돼 버린 것처럼요. 인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죠. 그 종착역은 우리 조상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 한 곳이었고요.

(중략)

명의를 도용당한 것이 입증되면서 예금을 인출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딸과 둘이서 살 집을 알아보는데, 문제는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거였어요. 저녁 늦게까지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려면 월급의 반을 쏟아 부어야 하더군요.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쫄쫄 굶어야 할 판이었죠. 그렇다고 동생한테 계속 신세를 질 수도 없었어요. 동생은 제 딸을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싫어하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었거든요. 아빠가 사라져서 충격 받은 애가 외삼촌한테 눈칫밥까지 얻어먹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때 누가 방법을 알려주더군요. 졸지에 싱글맘이 돼 버린 동료들이요. , 전부 로리엔인과 사랑에 빠진 남편에게 이혼당한 사람들이죠. 암튼 로리엔인과 결혼하라고 하더군요. 결혼하면 생활비만 추가로 들기 때문에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보면서 돈을 훨씬 아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애 맡기려고 결혼을 해요? 제가 망설이자, 지남들은 안 그러냐, 지남들은 아주 옛날부터 그랬는데도 욕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어, 하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그래도 생판 모르는 사람을 뭘 믿고 결혼을 하나요? 그러자 동료들은, 요즘 다 이렇게 해, 괜찮아, 로리엔인들이 애들 학대했다는 얘기 들은 적 있어? 하더군요.

없죠. 로리엔인들의 아이 사랑은 유명하잖아요. 자기 배로 낳지 않은 아이들도 친자식처럼 사랑하죠. 저녁에 엄마가 퇴근하면 로리엔인 육아도우미와 헤어지기 싫어서 우는 아이들이 많고, 그래서 도우미업체에 몸값을 지급하고 육아도우미와 식을 올리는 싱글맘들의 사연이 여러 차례 방송된 적이 있었어요.

로리엔인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그 누구든 돌보는 게 천성인 듯 했어요. 로리엔인들에게 남편과 직장을 빼앗긴 여성들의 문제는 의외로 금방, 그리고 손쉽게 해결됐죠.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 그들 모두 로리엔인과 결혼한 거예요.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거나, 혹은 그간 일하느라 누리지 못 한 여가를 즐기거나, 혹은 원래 하던 대로 살림을 하면서, 로리엔인들이 벌어온 돈으로 먹고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다들 아이를 가졌죠. 지녀(지구인 여자) 쪽에서 손쉽게 전환해서 아이를 가진 집도 있었고, 도저히 전환을 못 하겠어서 시험관으로 아이를 가진 집도 있었어요. 산부인과는 지남과 결혼해 임신한 로리엔인, 지녀와 결혼해 임신한 로리엔인, 로리엔인과 결혼해 임신한 지녀들로 북새통을 이뤘어요. 새로운 경제 부흥이었죠. 인구가 순식간에 두 배로 불어났고, 세 배, 네 배로 불어날 날이 머지않았어요.

동료들이 말하더군요. 또 하나 좋은 점은 뭔지 알아? 외롭지 않다는 거. 난 예전에 남편이랑 같이 살 때 말이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데도 왜 외로운지 알 수가 없었어. 근데 이젠 그렇지 않아.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행복해. 진정한 반쪽을 만난 거지. 너도 로리엔인하고 살아보면 이해할 거야.

저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어요. 수지랑 살고 있었잖아요. 수지는 저와 서정에게 둘도 없는 가족이자 친구였어요. 수지는 서정일 친딸처럼 사랑했고, 서정이도 수지를 저만큼이나 사랑했고요. 제가 퇴근하면 수지는 서정이와 낮에 뭘 하고 보냈는지 얘기해주고 사진도 보여줬어요. 그 시간이 저는 너무 기다려졌고, 사진 속의 수지와 서정이 표정만 봐도 알았죠.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구나. 제가 질투를요? 에이, 그런 걸 왜 해요. 두 사람이 행복해하고 저도 행복했는걸요. 주말이면 셋이서 놀이공원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수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동생네 집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지요.

저는 집을 알아보는 한편, 로리엔인 배우자를 구해보려 성간결혼중개업체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 포기하고 말았어요. 사람을 쇼핑하러 가는 상황이 영 맘에 안 들더라고요. 대리인을 로리엔 행성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 역시 내키지가 않았어요. 구매대행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인터넷을 뒤지던 저는 다른 방법을 알아냈어요. 지남에게 이혼당한 로리엔인과 결혼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많더군요. 제일 유명한 게 돌싱로리였죠. 소녀 같은 용모의 프로필 사진들을 보니 돌싱로리로리가 로리엔의 로리인지 로리타의 로리인지 모르겠더군요.

이혼당하고 3개월 내에 고용인이나 배우자를 찾지 못 한 로리엔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하지만 단 한 명도 그런 식으로 돌아간 사람이 없다는 풍문이었죠. 돌싱 로리엔인들은 돌싱로리에 프로필을 올린 지 채 열흘이 되지 않아 재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맘에 드는 사람을 잡으려면 이것저것 재면 안 된다는 게 돌싱로리측의 조언이었어요.

프로필을 아무리 훑어봐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더군요. 준비가 덜 된 거예요. 로리엔인과 결혼하겠다는 결심은 아니었어요. 결심은 이미 섰어요. 하지만 뭔가가 제 소매를 잡아끌고 있었어요. 바로,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었어요. 아무리 실용적인 목적으로 하는 결혼이라도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연애에 젬병인 것, 사람 보는 눈이 지극히 없는 것을 알면서도요. 하지만 돌싱로리는 연애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곧바로 결혼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저는 맘에 맞는 상대를 찾을 때까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할 여유도 용기도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 뒤, 저는 돌싱로리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동생이 이혼을 한 거예요. 수지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더군요. ‘감히 다른 행성녀들에게 남편 흉을 봤다나요?

이혼 몇 주 전부터 둘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어요. 어느 날 수지가 울더군요. 다들 아기 낳아서 키우고 있는데 왜 자기만 아기가 안 생기느냐고요. 저는 남욱이가 받은 수술에 대해 설명해줬죠.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아요. 밤에 안방이 조용해진 게. 간혹 들리는 소리라고는 동생이 도대체 뭐가 문제야?”라든가 왜 안 되는 건데?”라며 절망하는 게 다였어요.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역시나 동생이 부끄럼을 무릅쓰고 물어보더군요. 삽입이 안 되는데 어떡하냐고요. 수지뿐 아니라 모든 행성녀가 마치 돌덩어리가 된 것 같다고요. 수지와 실패하고 업소에 갔는데 거기서도 실패했다는 거예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로리엔들 사이에 동생이 불임이라고 소문이 난 모양이었어요. 아무튼 동생이 수지를 검사해 달라더군요.

하지만 이상한 건 동생이었어요.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을 달달 떠는 게 무슨 마약쟁이 같았지요.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냐고 하니 동생은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더군요. 결국 수지를 병원에 데려가 살펴봤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로부터 몇 주 뒤에 보건복지부에서 공문이 날아오더군요. 로리엔인들이 불임인 사람과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거예요. 의도적으로 질경련을 일으킨다나요? 그래서 난임 지원 사업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한다더군요. 이른바, 남성임신이었죠. 남성의 복강에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거였어요. 제 동생처럼 로리엔인에게 섹스를 거부당하고 금단증상에 시달리거나 심하면 자살까지 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부가 생각해낸 게, 로리엔인과 섹스를 하는 대가로 남자가 임신을 하면 된다는 논리였어요. 로리엔인 입장에서는 임신하는 사람이 누가 됐든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당시 로리엔인들이 지구인들의 생체구조에 대해 잘 몰랐기에 그런 속임수를 쓴 거죠.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어요.

동생은 다른 로리엔인과 결혼해서 본인이 아이를 가지겠다고 했어요. 그 사이에 정관복원수술을 받아봤지만 실패했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를 가지려고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섹스를 하려고 아이를 가지려는 거였어요. 뭐 이런 주객전도가 다 있죠? 임신하겠다고 남자들이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동생이 임신을 하겠다고 나오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가 않더군요.

복강임신한 산모의 10%, 태아의 70%가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어. 남자도 별 차이 없을걸. 그래도 하겠다는 거야? 하고 물으니, 어차피 난 죽은 목숨이야, 하더군요. 섹스 좀 못 한다고 죽니? 차라리 지녀랑 결혼해, 그러니까 하는 말이 정말 기가 차더군요. 지녀랑 결혼하는 건 치맥을 좋아하는데 갑자기 닭고기 알레르기가 생긴 사람한테 평생 치킨의 맛을 상상하며 두부나 먹고 살라는 것과 같다나요? 정신 차리라고 한 대 패주고 싶은 걸 겨우 참았어요.

동생은 확고해 보였어요. 아니, 미련하고 한심해 보였어요. 한 가지 생각에만 꽂힌 눈빛이 섬뜩해서 애가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볼이 쑥 꺼지고 입술이 바싹 마른 게 사람 몰골이 아니었거든요. 로리엔들이 성관계 중에 내뿜는 페르몬이 마약 수준이라더니 정말인가? 동생이 중독된 건가? 다른 남자들도? 그런 생각에 오싹해졌어요.

동생의 정신 상태는 의심스러웠지만 의지 하나는 굳건했어요. 동생이 그렇게나 무서워하던 아버지가 살아 돌아와도 못 말릴 의지였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수지와 결혼하는 것 외에는.

(중략)

이사는 순조로웠어요. 짐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거주지 변경이란 그 나름대로 고된 일이더군요. 마침 일요일이라 딸을 주영이네한테 맡기고 수지와 함께 짐을 풀었어요.

내가 여자랑, 그것도 올케랑 결혼을 하다니,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싶더군요. 괜히 어색하기도 해서 수지한테는 주방 정리를 부탁하고 저는 안방에서 제 짐을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했어요. 그러다 결혼 앨범을 펼쳐봤죠. 남편이 달아난 걸 알고 불살라 버리려다가 그래도 딸이 아빠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놔둔 물건이었어요.

차마 남들 앞에서는 물론이고 속으로도 그립다고 말할 수 없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주장해야만 하는 사람을 발견하고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그이가 이렇게 생겼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 사람과 7년이 넘도록 지지고 볶았단 말이지? 애도 낳고? 정말로 있었던 일인가 싶었어요.

사진 속에서 저는 평범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순진하고 멍청해 보이기도 했어요. 도대체 뭘 바라고, 사귄 지 반 년밖에 안 된 사람한테 인생을 걸려고 했을까요? 그때 제 목소리로 누군가가 답하더군요. 너도 알잖아. 큰 걸 바란 게 아니었어. 그냥 옆에 있어 행복한 거였는데. 내 삶 속에 네가 있고 네 삶속에 내가 있는 거, 그게 전부였는데. 내가 다 모른 체 했으면 지금도 내 옆에 있을까? 로리엔만 발견되지 않았다면 함께 빚 갚으면서 매일매일 싸우면서 같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한숨소리가 주방까지 들린 모양이었어요. 수지가 어느새 들어와 곁에 앉아 있었어요. 언니 남편? 하고 묻더군요. 수지는 언제부턴가 저를 형님이 아니라 언니라고 부르더니 말까지 놓기 시작했어요. 아마도동생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던 무렵부터였을 거예요.

. 잘생겼지? 하니까 언니가 더 예뻐, 하대요. 그리곤 보고 싶으냐고 묻더군요. 저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했죠. 모르는 사람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저를 바보냐고 하겠죠? 하지만 수지한테는 비웃음 당할 걱정 없이 진심을 말할 수 있었어요. 수지는 로리엔인이라면 그렇듯 천진한 구석이 있었고 상대가 하는 말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간직하는 성향이 있거든요. 이런 얘기는 딸한테도 못 하죠. 저는 수지와 말할 때마다, 어릴 적에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동그랗고 새까만 눈망울을 바라보며 제 비밀을 스스럼없이 얘기하던 추억이 떠올랐어요.

수지가 묻더군요. 사랑해? 전 또 솔직히 말했어요. 아직도 그런 것 같다고요. ? 언니 버린 사람, 하고 수지가 묻더군요. 수지한테서 본인이 남편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사실 동생이 이혼하자 했을 때도 수지는 성가시다는 듯 고개만 끄덕거리고는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을 뿐이어서 동생은 그것 때문에 화를 냈었어요. 울고 불고 매달리는 상황을 바랐던 걸까요? 오히려 동생이 수지에게 버림받은 듯한 상황을 보고 저는 남모르게 웃음을 삼켰었지요.

아무튼 전 수지한테 말했어요.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 난 이 남자라는 인간을 사랑하는 게 아냐. 그러니까내가 알던, 내가 꿈꾸던 남자, 그 이미지를 사랑하는 거지.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기억해주고 미술관 티켓을 사 오던 그 남자 말야.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를 좋아하는 거랑 비슷하달까. 비록 드라마였지만 난 잠시 그 속에서 살았고, 행복했고. 그냥, 한 번만 더 만나봤으면 좋겠어.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 내 자격증을 사랑한 건지, 날 사랑한 건지. 왜냐면, 이 사람, 이 여자 저 여자 숱하게 만났는데 나랑은 결혼까지 했으니까. 사업 시작하기 전까진 돈 꿔 달라 한 적도 없어. 그리고 우린 서정이도 낳았잖아. 이 사람, 서정이 엄청 예뻐했다고. 그런 걸 보면 어느 정도는 진짜가 아니었을까. 그냥잘 살아보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에 움찔했어요. 멍청하긴! 미련 좀 그만 떨어! 법적으로 이혼했고, 물리적으로 몇 광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저 잠깐 냉전 상태일 뿐이라고 여겨왔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거예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어요. 우리 사이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법과 우주이지 사람이 아니라고 우겨봤자 뭐가 달라질까요? 제 손으로 마침표를 찍을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요?

저는 피식하며 수지를 돌아봤어요. 나 바보 같지? 하면서요. 순간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수지는 온데간데없고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예요. 정확히는, 남편을 닮은 수지가요. 저도 모르게 오빠? 하고 부르게 되더군요. 눈물이 고이더니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저는 제 눈으로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실없이 웃다가 남편의 얼굴을 만지작거렸어요.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남편의 얼굴을 한 수지가 말하더군요. 미안해. 다 미안해. 수지가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요. 수지가 말했어요. 남희는 좋은 사람. 예쁜 사람. 근데 내가 아프게 했어. 그러고는 저를 꼭 끌어안더군요. 남편의 모습을 한 수지의 품에서는 수지의 냄새가 났어요. 세상만사 다 잊고 푹 파묻혀서 가슴 터지도록 들이마시고 싶은 내음이었죠. 그럼 머리끝까지 그 내음이 올라와 아무리 무거운 번민과 고뇌도 편안히 관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문득 신혼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어요. 그날신혼집에 각자의 짐을 가져와 풀던 날짐을 풀다 지쳐 잠시만 쉬자고 새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던 우리는어느새 서로의 손을 더듬어 잡고입을 맞추고허리를 간질이며 장난을 치다한 덩어리로 뒤엉키고폭풍과도 같은 격정이 한바탕 지나가고농밀한 즐거움에 도취돼 다시금 서로를 더듬으며 키득거리던

저는 키득거리다 말고 소스라쳤어요. 수지와 함께 누워 있었던 거예요! 나른하게. 알몸으로. 질펀하게.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였어요. 저는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지요. 이럴 수가! 안 돼, 이럼 안 된다고! 외치면서요. 수지가 묻더군요. 싫어? 뭐가 됐든, 싫진 않았어요. 다만 이러면 안 된다는 거였죠. 그러자 수지가 그러대요. 괜찮아. 남희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 제일 예쁜 사람. 수지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어요. 정교하게 깎아놓은 수정 조각 같더군요. 그이 눈은 이렇게 예쁘지 않았어요. 수지의 눈이었던 거예요.

뒤죽박죽이었던 머릿속이 차차 가라앉더군요. 도대체 뭐가 안 된다고 외친 걸까?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게 뭐든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수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죠. 결코 혼자가 아니란 사실. 더 이상은 외롭지 않다는 사실이었어요.

(중략)

주영이랑 태리가 집들이 선물로 입욕제를 사들고 서정이를 데려왔어요. 저는 수지가 남편을 닮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아해졌어요. 서정이는 수지를 빤히 쳐다보다 빙긋 웃으며 안길 뿐이었고, 주영인 수지에게 머리를 새로 했냐고 물어볼 뿐이었고(저는 그제야 수지의 머리가 짧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태리는 예의 그 친근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죠. 예의상 모른 체 하는 게 아니었어요. 특히 세 살밖에 안 된 서정이한테는 그런 일이 불가능했죠. 그들에게는 수지가 수지로 보이는 거였어요. 저는 궁금해졌어요. 수지의 원래 얼굴은 뭘까?

그날 밤, 서정이를 재우고 수지와 거품 목욕을 즐겼어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물어봤죠. 지구에서 사는 거 어떠냐고요. 좋다고 하더군요. 어떤 점이? 하고 물으니, 남희랑 서정이, 하더라고요. 엄마는 보고 싶지 않으냐고 물으니, 엄마 자주 봐, 하는 거예요.

저는 문득 수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간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도 서정이에 대해서만 떠들었지 수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않은 거예요. 저는 수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지 어머니는 어디 계셔? 물으니, 태리가 우리 엄마, 하더군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스타워즈에 비슷한 장면이 있지 않나요? 완전히 다른 장면인가요? 둘 중 어느 게 더 충격적인지 비교가 되지 않더군요.

수지가 그러더군요. 주영이가 좋은 사람이라고 태리한테 알려줬다고요. 태리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요. 그래요. 태리가 주영이를 반려로 받아들인 건 저와 수지 덕분이었던 거예요.

엄마가 태리라니, 수지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먼저, 로리엔에도 아빠라는 게 있는지, 수지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지 물어봤죠. 수지가 대답했어요. 아빠 있어. 아빠는 남욱이랑 결혼.

저는 뭐어? 하고 소리를 빽 지르다 두 손을 입으로 틀어막았어요. 이건 스타워즈의 그 장면보다도 충격적이에요, 그죠? 루크 스카이워커도 그건 인정할 거예요.

수지가 그러더군요. 로리엔인들은 다 가족이라고요. 왜 말 안 했냐고 물으니 도리어 의아해하더군요. 지구인들도 한 가족 아니냐고요. 저는 다시 한 번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맞아요. 지구인들도 실은 한 가족이죠.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모두 고대 지구의 원시 수프 속의 핵산 분자들에서 시작됐으니까요.

수지가 말했어요. 로리엔들은 서로를 다 알고 매일 얘기한다고요. 그러니까, 로리엔인들은 종족 전체가 한 가족이고, 서로서로 속속들이 알고 지내며, 텔레파시라는 특유의 소통 방식 때문에 가족과 단절될 일이 없다는 거였어요. 그렇다면 남편 소식도 알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어요. 진심으로요. 제 완벽한 이상형은 바로 눈앞에 앉아 있었으니까요. 저는 저 모르는 사이에 남편과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표지를 덮어 밀봉한 다음 화로에 던져 태워버린 상태였죠.

근데 솔직히 남욱이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리라가 괜찮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그리 말하자, 리라 강한 사람, 괜찮아, 우리 모두 강한 사람, 하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수긍이 되더군요. 로리엔인들처럼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봤다면 저희 엄마 정도일까요? 시동생 줄줄이 딸린 무능력한 장손한테 시집 와서 시부모 모시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다달이 제사 지내랴, 밭일하랴, 자식 키우랴, 억척스레 살아온 어머니, 우리 시집 장가가는 건 꼭 봐야겠다고 말기암과 싸우시던 어머니, 남욱이 대학 합격자 발표 날 밤에 잠든 채로 세상을 떠난 우리 어머니요.

다들 우리 엄마가 대단하다고 했어요. 성녀나 마찬가지라고, 역시 어머니의 사랑은 숭고한 거라고요. 하지만 난 우리 엄마가 이용당한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종종 있어요. 팔다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가족들이 너무 버겁고 그런 가족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리 빨리 가신 게 아닐까. 엄마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을 버릴 수가 없어요. 우리 모두 로리엔인들을 이용해온 건 아닐까. 로리엔인들은 지구에서 정말 행복할까.

 

로리얼쓰 창간 100주년 기념 특집기사, ‘마지막 더블X를 찾아서구서정 씨 인터뷰

 

,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고 있어요. 수지 엄마한테 알아봐 달라고 했거든요. 엄마가 평소 저주한 대로 아빠가 로리엔 민달팽이한테 잡아먹혔을까 봐 걱정스러웠어요. 다행히 수지 엄마는 엄마한테 비밀로 하고는 고향의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아빠의 소식을 알려줬어요. 근데, 지금도 너무 민망하네요. 아빠는 어느 로리엔인을 두고 다른 지남과 결투를 벌이던 중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전 너무 창피해서 괜히 알아봐달라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는 아빠가 로리엔 원시림을 탐사하다가 민달팽이한테 잡아먹혔다고 했어요. 이젠 진실을 밝힐 때가 됐죠. (씁쓸한 웃음)

외삼촌이요? ,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안타깝게도 제왕절개 중에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복강에서 태반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출혈이 너무 심해서요. , 아기는 건강했어요. 리라 외숙모와 아기, 그러니까 제 외사촌이죠, , 이름이 한나래, 맞아요, 나래랑 외숙모는 외삼촌 없이도 잘 살았어요. 어쩜 없어서 잘 산 건지도. 암튼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당시 너무 어렸던 데다 외삼촌이랑 친하지도 않아서, 솔직히 좀 싫어해서, 별 느낌이 없었는데 엄마가 조금 우셨어요. 아무래도 동생이니까요. 엄마가 아무리 말려도 외삼촌이 임신을 고집하셨다고 해요. 그래도 죽기 전까지 행복했을 거라고 엄마 스스로 위안하시더라고요. 할머니가 그걸 못 보기 전에 돌아가셔서 다행이었다고도 하셨고요.

당시에 제왕절개 중에 사망한 남자들이 꽤 많았죠. 운 좋게 수술에 성공한 남자들조차 두 번째, 세 번째에는 운이 따라주질 않았어요. 당시 불임 남성들에게 임신=죽음이었지만, ‘노 섹스=죽음이었기에 임신노 섹스중에서 선택해야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었고, 거의 대부분이 노 섹스보다는 임신을 택하더군요. ‘노 섹스를 택한 남자들은 섹스돌을 강박적으로 사들이거나 성욕억제시술을 받거나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수가 별로 많진 않았어요.

그 외의 남자들은 상당수가 노색(老色)증후군에 걸려 사망했어요. , 민망하지만, 섹스중독에 의한 급격한 체력저하, 전신쇠약, 노화 증상을 우리는 간단하게 노색증후군이라 불렀죠. 노색증후군에 안 걸리고 제 명을 다 산 남자는 무성욕자나 일부 성직자 말고는 없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 사실이라고요. , 그들도 결국은 세월의 힘을 못 이겨 떠나고 말았죠. 그렇게 XY세대는 멸종을 맞이한 거예요. 그게 아마작년이었죠? 무정사의 진성 스님이 타계하신 게. , 진성 스님이 마지막 XY세대였지요. 그때 쓰신 기사 마지막 Y를 찾아서참 감명 깊게 봤어요.

, 기자님도 아시는군요. , 스님이 제 초등 동창이에요. 아주 올곧고 모범적인 친구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죠. 좋은 일도 많이 했잖아요. 그 유명한 설법집도 내고요. 전 요즘도 매일 한 장씩 읽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요? ‘흘려보내라,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내라. 그러다 바닥이 드러나면, 보아라, 보고 또 보아라.’ 어머, 기자님도요? 이거 정말 반갑네요. 기자님, 우리 친구 해요. (웃음) , 진정한 성인이셨죠. 그런 분이 돌아가셨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죠. 분명 열반에 드셨을 거라 생각해요.

. 들었어요. 제가 더블X’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그래서 오늘 이렇게 오신 거잖아요? (웃음) 저보다 어린 더블X도 많았는데 운 좋게 제가 더 오래 살게 됐네요. , 태어나는 순서대로 죽는 건 아니니까요. (다시 한 번 웃음)

글쎄요, 마지막이라는 것에 저는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아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왔고, 기자님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뭐 평소에 누가 더블XXZ고 더블Z인지 따지면서 살진 않잖아요. 그런 건 일부 XY세대나 하던 짓이었죠. 그렇기에 전 제 죽음이 더블X의 죽음을 상징한다고 보는 시각이 좀 부담스러워요.

, 물론 어떤 감회가 있긴 하죠. 제가 이 세상을 떠나면 이제 이 지구에는 소위 말하는 오리지널지구인은 더 이상 없는 거니까요. 우리 딸들, 그러니까 XZ세대들은 결국 겉보기에만 자웅동체일뿐이고 불임2이라고 밝혀졌으니 그 아이들마저 세상을 떠나면 이제 이 지구에는 X염색체 자체가 남아있지 않게 되는 거고요. 하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요? 그죠? 안 중요하죠? 기자님도 그냥 역사의 어느 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이렇게 오신 거잖아요.

염색체가 뭐든 우린 사람이고, 서로 사랑했고, 그래서 행복했고, 그럼 된 거잖아요. , 일부에서 지구인의 멸종 같은 얘길 하는데 그건 여전히 더블XXY세대만을 진정한지구인으로 보는, 지독한 편견이라고 보고요. 로리엔 출신 이민자들이 이 지구에 산 지 어언 백 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그런 편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어이가 없어요. , 가졌던 사람이라고 해야겠군요. 그들도 이젠 넋이 돼 버렸으니. (씁쓸한 웃음) 어쨌든 이젠 로리엔인이라는 말은 저기 저 멀리 로리엔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해야 하는 말이지 여기 지구에 와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해선 안 되는 말이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 엄마는 수지 엄마와 행복하게 사셨고, 마지막 눈 감는 순간까지도 수지 엄마의 품에 안겨서 가족들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로 웃으면서 가셨어요. 저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요. 기자님, 다다음 주에 제 120세 생일인데요. 전부 다 모일 거예요. 태리 이모, 수지 엄마, 리라 외숙모, 딸들, 조카들, 친구들 전부 다요. 기자님도 초대할게요. 꼭 와 주세요.

 

Z의 사랑

 

제람은 생의 마지막 몇 숨을 앞두고 있었다. 곁에는 엄마 아니타와 수지, 태리, 리라와 같은 여러 친척들이 앉아 있었다. 엄마와 친척들은 제람보다 300살은 많은데도 여전히 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로리엔에서 지구로 올 당시 그대로의 외모였던 것이다. 젊은 시절 제람은 늙지 않는 그들을 부러워했지만 나이가 들며 진실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었고, 170이 넘은 지금은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그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와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심지어 자신이 XZ세대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제람은 그들과 사랑과 감사의 말들을 속삭였고, 잠시 조용해졌고, 마지막 숨을 내쉰 뒤 눈을 감았다. 모두 숙연히 고개를 숙였다.

제람을 땅에 묻고 추모한 Z들은 이제 완전히 그들의 땅이 된 지구를 둘러보았다. 하늘은 파랬고, 공기는 맑았으며, 새들은 지구의 새 시대를 맞이하는 노래를 분주히 지저귀고 있었다.

Z들은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두 팔을 들어 올려 태양의 정기를 흡수했다. 그들의 몸이 점차 부풀더니 형태가 변해갔다. 팔다리가 짧아지다 사라지고 바닥에 드러누운 몸이 더욱 팽창해 통통해지더니 피부에서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점액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어간 자리를 따라 점액이 남아서 누구도 함부로 지울 수 없는 정직한 궤도를 그렸고, 그들의 눈이 길게 솟아나더니 이내 기다란 더듬이도 두 쌍이 솟아올라 허공에서 하느작거렸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갔다. 도시를 파괴할 것이었다. 이 행성에 원시림을 재건할 계획이었다.

이제 이종이 사라졌으니, 동종교배를 재개할 시점이었다. 그들의 몸은 이종을 유혹하는 페로몬의 생산을 멈추고, 동종을 유혹하는 새로운 페로몬을 방출할 것이었다. 그렇게 번식하다 보면 이 행성은 비좁아질 것이었다. 그럼 그들은 이종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우주로 발산해 외계로 통하는 웜홀을 생성할 것이고, 어느 날 그 웜홀을 통해 외계생명체가 날아와 착륙할 것이며, 이 땅의 주민들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 뒤 그들의 모습으로 변해 그들의 행성으로 이주하여 이종교배를 시작할 것이었다. 그것이 영생을 사는 이 민달팽이들이 행성이 포화상태에 다다를 때마다 다른 행성으로 진출해 그곳을 장악하는 방법이었다. 시작은 미약하고 과정은 더뎠지만 끝은 창대하고 확실했다. 그것은 그들의 뼛속깊이 (그들에겐 뼈가 없었지만) 새겨진 아주 원초적인 본능이었다.

그럼에도, 한때 수지라 불렸던 민달팽이는 잠시나마 자신의 가족이자 연인이었던 남희와, 남희와의 사이에서 기른 아이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민달팽이들이 소중히 여기며 공유하는 것이었다.

영원을 사는 존재에게 한때란 부질없으면서도, 그렇기에 더없이 귀중한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은 무한하지만 각자의 순간은 유한하기에 아주 잠깐 동안만 손에 쥘 수 있는 희귀한 보석이었다. 사랑이란 왔다가 머물고, 머물다 떠나가지만, 그 순간마다 Z들은 충실했고 그 순간을 끝없이 이어 영원을 기약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값진 시간을 보냈다.

이제 순간의 사랑은 영원한 기억으로 치환됐다. 수지는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기 위해, 언젠가 찾아올 인연을 기대하는 설렘으로, 느리지만 힘찬 질주를 시작했다

 

1. 과학자들은 로리엔인의 성염색체를 표시할 때 Z에 호모(homo)속을 뜻하는 h를 위 첨자로 붙인다. 조류와 파충류의 성염색체 Z와 구분하기 위함이다.

2. XZ세대는 난소와 정소가 형태만 갖췄을 뿐 기능이 퇴화돼 난자와 정자를 생산하지 못 한다.

댓글 4
  • No Profile
    scholasty 22.10.18 20:01 댓글

    정말 아름답고 정교하고 먹먹한 글입니다. 와... 

    최고에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작가님의 팬이 되었어요

     

  • scholasty님께
    No Profile
    글쓴이 사피엔스 22.10.30 16:44 댓글

    안녕하세요, scholasty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름답게 봐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글은 거울필진의 리뷰를 받아보고자 원래 글을 반 정도(?) 자르고 수정해서 올린 것이에요. 150매라는 제한이 있어서 ㅠㅠㅠㅠ 원본에는 100매 정도 더 추가된 분량이고 동생인 남욱의 스토리와 남희 남욱 남매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현재 브릿G에 올라와 있습니다. 어느 회원분께서 주신 리뷰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고친 수정본이기도 하고요. 관심 있으시면...^^ 아무튼 댓글과 칭찬 감사드립니다.

  • No Profile
    피오마 22.12.14 22:16 댓글

    사피엔스님 반가워요! ^^ 민달팽이의 사랑법이 씁쓸하고도 감동적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피오마님께
    No Profile
    글쓴이 사피엔스 23.01.06 23:15 댓글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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