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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슈타겔의 남자들

2022.11.08 19:3911.08

사람들은 그 작가를 한국의 슈타겔이라고 불렀다. 물론 슈타겔이란 사람은 없다. 일종의 말장난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갖다 붙여 위대한 듯 칭송하는. 누군가 시작한 그 말장난 이후, 그는 슈타겔이라고 더 많이 불렸고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그의 부고를 들었을 때 처음에 누가 죽었다고? 연신 되물어야 했다. 슈타겔이 죽었다고. 나는 중얼거리며 쓰던 글을 마저 썼다. 죽음은 흔한 거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오로지 그 누군가 한 명의 것이므로 특별하다. 슈타겔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할 수도 있다. 그는 퀴어소설을 주로 쓰던 작가였는데, 두 번째 소설집 <개 같은 고양이>를 내면서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뜨뜻미지근했고, 일부 대중들은 충격적이라는 양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전자에 속했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에 슈타겔을 대입하면서 읽는 버릇이 있었고, 그건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기분이 어때?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였잖아.”

친구 N이 물었다. 그의 사망원인이 밝혀진 직후였다. 자살이었다. 19층 발코니에서 투신했다고. 내심 짐작하던 바였다. 나는 그의 생전 인터뷰를 떠올렸다. 성소수자들의 불행을 뻔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되고 싶진 않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정작 본인은 그런 불행 서사로 인생의 막을 내린 게 어쩐지 기가 막혔다. 하지만 나는 슬프지, 라는 말로 갈음했다. 망자에 대한 예의였다. 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거짓말도 아니었다. 슬픈 건 당연했으므로. 그러나 동시에 분노가 일었다. 남은 그의 독자들은-나는 그들이 일종의 ‘자식’ 아닌가 생각했다-어떡하라는 건지.

나는 그런 생각을 미용실에서 고객들의 머리를 감겨줄 때까지도 이어갔다. 미용실에서 머리만 감겨주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길래 냉큼 신청해서 얻은 자리였다. 말 그대로 손님이 오면 커트 전, 후로 샴푸(머리 감기)를 해주면 되었다. 바버체어에 누운 사람들의 머리는 하나같이 떡이 져 있었다. 물을 틀고 온도를 맞추고, 머리를 적신 뒤 샴푸로 지압 비슷하게 문지른 후 다시 물로 씻는 시간은 고객의 것이기도 했지만 나의 것이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생각을 했는데, 아니 많다기보단 오래 생각을 했는데, 단연 슈타겔에 관한 것이었다. 기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사색이라고 할 만한 것까지, 다양했다.

“물이 너무 뜨거운데요.”

고객이 말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한 뒤 수도꼭지를 좌로 약간 돌린다. 미지근한 물이 손등을 타고 손가락 사이로 갈래갈래 흘러내렸다. 슈타겔의 흔적은 그렇게 내게 물의 온도로 기억되었다. 손님들은 종종 내게 물이 너무 뜨겁다고 말했고, 대부분 그때 나는 슈타겔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 때문에 디자이너에게 타박을 듣기 일쑤였다. 기어코 그들에게 나의 불성실함을 고하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얻다 두고 일하는 거예요?”

“이게 다 슈타겔 때문이에요.”

나는 불평하듯 대꾸했다.

“그게 뭔데?”

“저번 주에 자살한 소설가요.”

그리고서 나는 새 고객을 바버체어로 안내했다.

슈타겔의 소설 창작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한 북카페에서 진행하는 모임이었는데, 장소가 좁아 항상 스킨십 하듯 그와 가까이 붙어 앉았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는 마르고 단단한 몸을 가졌고, 키는 160대 중반으로 작았다. 얼굴도 꽤 반반했지만 여성 다수의 취향은 아니었는지 팬층은 고루 형성된 편이었다. 강의에선 합평이 주로 이루어졌는데, 그는 특유의 독설이나 신랄한 비판으로 유명해진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무른 듯 단단한, 그러나 온기 어린 평이 인기를 끌었다. 나는 그의 창작 강의 1기부터 시작해 마지막 강의였던 5기까지 모두 들은 수강생이었다. 다른 수강생들보다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사적인 얘기를 나누었지만, 따로 수업시간 외에 개인적인 연락이나 주고받거나 만남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에겐 애인이 있었고, 그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서로 집적대는 일도 없었다. 다른 수강생들과도 거리를 둔 관계를 유지한 듯 보였다. 그렇다고 소용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그가 트위터를 하는 걸 아는 수강생이나 팬들은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그와 자주 얘기를 나누었다. 여느 날과 같은 대화가 끊기고, 부고가 올라왔던 날은 좀 달랐겠지만.

 

다니던 대학 문예창작과에 휴학계를 내고 카페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슈타겔 추모 독서모임 멤버 모집 안내문을 발견했다. 한 대외활동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안내문을 정독했다. ‘슈타겔넘버원’이라는 유저는 자신이 슈타겔 작가의 팬이라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뜻에서 슈타겔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종로3가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는 거라고 했다. 글쓰기도 읽기도 게을리하던 상태여서 구미가 당겼다. 나는 무작정 링크를 타고 들어가 구글 폼을 작성해 제출했다

낯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된 것은 사흘이 지난 일요일이었다. ‘민혁’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나를 포함한 여섯 사람을 초대했다. 그는 슈타겔넘버원이라고 자신을 밝혔다. 집(4평짜리 원룸이다)에서 슈타겔에 대한 평론집을 뒤적거리던 나는 그때야 사흘 전의 신청을 상기했다. 대화는 활발히 이루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슈타겔의 진정한 팬이라는 걸 증명하려는 것처럼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나는 침묵했다. 그저 그들이 떠드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하나 같이 말끝마다 붙이곤 했던 한 마디, “제가 동성애자라는 건 아니고요.” 때문에. 정말이지 전도사들처럼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묻고 싶었다. 왜 그러는 거예요?

-하진 씨는 어떤 작품 제일 좋아하세요?

민혁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슈타겔의 작품이 아니라 여태껏 보아왔던 그의 몸이 떠올랐다. 물론 발가벗진 않았다. 그런 상상도 뒤늦게 이어졌으나. 그의 단단하고 가는 손목, 쫑긋 선 귀, 티슈 한 장을 늘 머금은 듯한 얇은 입술 등이 차례로 머릿속을 점거했다. 뒤늦게 나는 <개 같은 고양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의 감탄과 공감 어린 동조가 이어졌다. 무어라고 할 말이 없어 다시 침묵을 지키는 내게 민혁은 간간이 내가 그 채팅방에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 모임 운영 방식이나, 첫 모임에 읽어올 책 따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문득 프로필 사진이 내 얼굴로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급히 다른 풍경 사진으로 대체했는데, 그걸 본 민혁이 자신이 그곳을 가보았다고 말을 꺼냈다. 그게 하필이면 일전에 슈타겔의 소설을 읽고 감명 받아 갔던 일본 오사카 대관람차 사진이었던 거다.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민혁님도 가보셨군요, 라고 뻔하게 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개 같은 고양이>는 누구나 사랑하는 소설이죠.

글쎄, 나는 그의 말을 확신하지 못했다. 동물 해부가 주 내용인 그 소설에서 인간 본연의 사랑 얘기를 탐구하는 그 작품은 유수의 국내문학상과 해외 문학상 최종후보에도 선정되었지만, 동시에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조차 그 소설을 좋아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걸 대놓고 ‘누구나’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은 민혁이 처음이었다. 잠시 채팅방에 침묵이 흐르고, 불편한 질문을 피하고 막기 위한 사람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런 그들이 싫었다.

-맞아요.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죠.

하나 민혁은 곧 화제를 돌렸고, 나는 그들과의 대화에 다시 시들해졌다. 곧 아르바이트를 가야 한다고 말하니 어디서 일하느냐는 물음이 날아왔다. 미용실이요, 라고 타자를 치는 손가락이 일순 낯설었다. 소설을 써야 하는 손이네요. 언젠가 창작 강의를 들을 때 슈타겔이 너스레 삼아 내게 건넸던 말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물으니 그저 소설가의 손을 닮았다며, 제 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후로 나는 내 손을 조금은 달리, 특별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헤어디자이너가 직업이세요? 우와, 멋있네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그랬다. 나는 되는대로 반응하며 민혁의 말을 내심 기다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실컷 떠든 후에야 그럼 다음 주에 종로 3가에서 보는 겁니다, 하고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 방은 잡담방으로도 쓰이니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을 덧붙이면서. 미용실에 도착한 나는 금방 메시지가 잇달아 오는 채팅방 알림을 무음으로 해놓고 일에 열중했다. 바버체어 뒤에서 고객들의 머리를 감기는 동안 두 손을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적어도 반은 사실이었다.

 

민혁에게서 사적으로 연락이 온 건 모임 이틀 전이었다. 그는 슈타겔의 소설 중 하나를 동네서점 리커버판으로 사려고 하는데, 홍대의 한 작은 서점으로 같이 사러 가겠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알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메시지가 끊기자마자 나의 무지에 궁금증이 일었다. 내겐 그 책이 있었다. 그럼에도 약속을 잡은 건, 어쩐지 지난날 <개 같은 고양이>가 누구나 사랑하는 소설이라고 말한 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말에서 나와 그의 접점을 발견했던 걸까. 우리는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원룸은 지저분했다. 누구를(특히 남자를) 들일 일이 없어서였다. 나는 그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민혁이란 사람을 전에 스치듯 한 번이라도 봤다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는 연남동과 가까웠다. 경의선을 타고 내린 나는 도착했다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미 도착해있다면서, 3번 출구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답장을 보냈다. 스타벅스라니. 또 맛없는 카페라떼나 들이킬 생각에 미간을 좁히며 두 발을 옮겼다. 스타벅스에는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상태였다. 그는 자리에 앉아있다고 했다. 민혁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다크그레이 롱코트를 걸친 한 잘생긴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놀랍게도 그가 민혁이었으므로. 그는 내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짙은 눈썹을 실룩이며 입을 달싹이는 그는 여우를 닮은 눈매와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처음 한 말은 잘 지냈어요? 라거나 처음 뵙겠습니다, 같은 의례적인 말이 아니었다.

“손은 아직 그대로군요. 슈타겔 작가님 말씀처럼, 소설가의 손이에요.”

난데없이 내 손으로 눈길을 주는 탓에 자연스레 두 손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선 그 말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이목구비가 조화롭게 오밀조밀 모이는 형태의-자신도 그 강의를 들었었고, 그 자리에서 나를 처음 봤다고 입을 열었다. 나는 그를 무례할 정도로 샅샅이 훑어보았으나 기억에서 찾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찰나, 그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다른 화두로 얘기의 방향을 바꿨다. 슈타겔의 소설들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우리는 그의 죽음에 이르렀다. 그는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어땠느냐고 물었다. 나는 좋지 않았다는 식의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말 그것뿐이에요?”

그는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양 은근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진 씨라면,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요.”

“왜요?”

“하진 씨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으니까요. 그 강의에서. 좀 다른 사람이구나, 했거든요.”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잠시 어리둥절했다.

“고백하자면, 고백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고백하자면 나는 하진 씨의 소설을 좋아해요.”

“저 소설 안 쓴지 꽤 됐어요. 지금은 알바하고 놀기 바쁘고.”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커피를 모두 비운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독립서점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그의 키가 꽤 크다는 걸 체감했다. 같이 발을 맞추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를 쫓는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길고 가느다란 다리가 허정허정 허공을 휘저을 때 이는 바람이 나를 감쌌다. 나는 서점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민혁을 기억해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서점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도 끝내 기억을 살리지 못했다. 서점은 적요로 가라앉아 있었다. 마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누구의 몇 악장 몇 번인지 모를 클래식이 귓바퀴를 타고 휘돌았다. 그는 말했던 것처럼 슈타겔의 소설을 찾았고, 나는 그 일을 도와주었다. 책을 만질 때 한순간 서로의 손이 스쳤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책을 계산하고 나온 뒤 우리는 홍대입구역으로 향했다.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었다. 누가 어디 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민혁은 핸드폰 대리점에서 일한다고 했다. 매우 따분하고 지난한 일이라고 했다. 나는 마침 핸드폰 바꿀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사준 핸드폰 약정이 다 되었던 거다. 아버지와는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 최근의 연락도 한 달 전이었다. 그것도 잘 지내냐고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계획에 있는 일은 하지 못했다. 커밍아웃 말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재혼한 지 꽤 됐고, 연락을 한 지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그들도 슈타겔의 죽음을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그들에겐 그저 어느 동성애자의 불행한 죽음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았을 테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 일순 멈춰섰다. 민혁이 내 팔을 붙잡은 탓이었다. 동시에 트럭 한 대가 쏜살같이 앞을 스쳐갔다. 빙글 웃어보이며 조심하라고 말한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그가 어딜 가든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믿음에 사로잡혔다.

 

첫 번째 모임에서 우리는 슈타겔의 세 번째 장편소설 <네가 날 잡아먹었다>를 읽고 떠들었다. 사람들은 한껏 고양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갔고, 민혁과 나는 조용히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경청하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우리는 눈빛을 교환했고, 이따금 시선으로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때론 직접적인 손길보다 그런 은연 중의 애무가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몇 번이나 심연을 탐구하듯 들여다보았고, 그는 나를 위해 몸을 활짝 열었다. 그 몸은 한 사람이 그에게 슈타겔이 죽은 곳을 가보았느냐고 묻는 순간 잠시 닫혔다. 민혁은 뭐라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슈타겔 작가님이 돌아가신 곳이요. 가보셨어요?”

“아니요. 빈소 외엔 가본 적이 없어요.”

“나중에 한 번 가보세요. 거기 주변에 예쁜 카페가 많아요.”

“그나저나 다들 빈소에서 어느 작가 사인 받으셨어요?”

한 여자가 물었다. 각자 그의 빈소에 조문하러 온 작가들 중 누구의 사인을 받았느니 하는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민혁이 다시금 나름 쳐다보았다. 주변에 예쁜 카페가 많다는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맴을 돌았다. 그와 함께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슈타겔의 빈소에 간 기억이 떠올랐다. 미용실에서 알바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그때 나는 조문 가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그곳에 가면 정말 슈타겔을 볼 수 있을 거란 환희와 더불어 그 슈타겔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의무감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들을 위한 빈소엔 사람이 득시글거렸다. 시장바닥 같았다. 기자들도 꽤 있었다. 슈타겔과 친한 지인들이 오가는 것을 봤는데, 유명한 작가들도 더러 발견할 수 있었다.

이상했던 건, 그들이 거기서 사인회를 열었다는 사실이었다. 유족 측에서 마련한 희거나 검은 테이블에 앉아 조문을 마친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뒤늦게 안내문을 발견했는데, 슈타겔 작가의 유서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작가들에게 독자와의 만남, 사인회 등을 무료로 제공하라고. 자신의 빈소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아니면 평소에 독자들을 만날 자리를 만들기 힘든 작가들이 사인을 하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기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줄이 여러 갈래로 다종다양했고, 안내 스탭 알바도 따로 두었을 정도였다.

나는 그곳에서 어느 누구의 사인도 받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순정이었다.

민혁은 모임이 파하자마자 내 어깨를 건드렸다. 나는 알바를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별다른 표정 없이, 언제 시간이 비느냐고 물었다. 수요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수요일에 신림역에서 보는 게 어떻느냐는 말에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아ᅟᅵᆻ다. 두 손에 딱 잡힐 듯 가느다랗고 단단한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베고 그가 꾸는 꿈 속을 유영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 순간 갑자기 그가 뒤돌아섰다. 나는 황급히 눈길을 거두었지만 이미 그는 눈치챈 듯 싶었다. 스터디룸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머리 자르러 가도 돼요?”

그리고 그는 “같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렇다는 뜻으로 그의 허벅지로 조심스레 손을 가져갔다. 예상보다 무른 듯 단단했고, 그는 거의 동시에 내 뺨에 오른손을 갖다댔다. 그가 살면서 만지며 느낀 것들이 온기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내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미용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고객으로, 나는 알바생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나는 먼저 다른 사람들의 머리를 감겼다. 그의 차례는 30분이나 지나서야 왔다. 나는 샴푸실로 그를 안내한 뒤 바버체어에 앉혔다. 물이 튀지 않도록 이마 위에 조그만 수건을 올려놓은 뒤 물을 틀었다. 따듯한 물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마음의 불순물을 빼내듯 기다렸다. 민혁은 이곳에서 얼마나 일했느냐고 물었다. 이제 겨우 두 달이 다 되이간다고 답했다. 시급이 짜다고 말하자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민혁의 웃음소리는 투박했다. 모양이 있다면 다소 각진 도형 같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머리칼을 만졌다. 장모 고양이의 털 마냥 다소 까실까실한 게 마음에 들었다. 샴푸를 묻힌 다음 두피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 그의 뇌가, 나를 생각하는 뇌가 들어있었다. 나를 수없이 해부하고 수많은 모습으로 바꿨을 뇌가.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힘을 주어 문지르고, 손을 떼 머리카락을 비비적거리다 그의 중심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생각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죄듯 마사지를 했다. 그는 중간중간 알 수 없는 탄성을 뱉었는데, 어떠한 기분일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불편하신 데 있으신가요?”

내가 물었다. 그가 작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물이요.”

나는 물을 껐다. 그리고선 그의 머리에 손을 갖다댔다. 조막만한 그의 머리를 만지는 것은 막 태어난 생명을 다루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신중한 일이었다. 자칫하면 그 안의 나를 부술까봐, 독한 샴푸에 지워질까 두려웠다. 그는 한동안 계속 누워있었다. 샴푸실엔 다른 디자이너들과 알바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그 움직임 속에, 시간 속에서 멎은 듯 우리는 가만히 있었다. 디자이너가 와서 얼른 다음 고객 받으라고 말한 뒤에야 우리는 서로를 놓아주었다.

 

나는 그에게 자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손님을 상대하고 있지 않는 이상 바로 답장을 해왔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대개 슈타겔의 소설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민혁이라는 인물보다는 제 3자, 슈타겔의 독자, 더 나아가 슈타겔의 대변인과 얘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재미는 있었으나 그게 때론 불만이었다. 나는 민혁이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걸핏하면 대화의 회로를 슈타겔로 틀기 마련이었다. 어느 날, 알바를 마치고 카페에서 막연히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빈 문서를 띄워놓았을 때, 메시지가 도착했다.

-슈타겔 유작이 출간된대.

또 슈타겔이라니. 물론 슈타겔에게 나는 어느 정도 인연의 빚을 갚진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민혁을 만났고, 그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엔 온전히 슈타겔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채워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구심이 강하게 들 즈음, 그가 예약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하자 나는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왜?

그의 물음은 너무나도 단순하고 1차원적인 것이어서,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대답했다. 슈타겔은 죽었고, 우리는 슈타겔의 독자가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사람과 사람이라고.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나는 순간 두려웠다. 그가 그 ‘사실’을 부정할까봐, 다른 말을 할까봐. 그래서 내게서 멀어질까봐. 하지만 그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다행이라고,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민혁은 손님이 왔다며 이따 이야기하자고 대답했다. 나는 소설을 썼다. 지난날 슈타겔에게서 받은 피드백을 되새기며 민혁과의 이야기를 썼다. 그것은 모순으로 가득한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의 조언으로 다듬어진 우리의 서사라니. 내가 그더러 슈타겔의 이야기를 그만하라고 한 건 무엇인가. 괜한 투정이었나. 질투였나. 죽은 사람을 향한 질투라니. 그게 우스워 소리 없이 헛헛 웃었다.

아무리 뭐하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어 나는 무작정 그가 일한다는 핸드폰 대리점으로 향했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네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역 근처에 있다는 그의 가게는 휘황찬란했다. 만국기가 달려 있었고, 자전거와 어린이용 모형차들이 즐비했다. 모두 사은품이었다. 통유리창으로 나는 멀찍이서 안을 건너다보았다. ‘핸드폰 제일 싸게 파는 집’이라는 싸구려 문구가 적힌 반팔 유니폼을 입은 민혁이 손님을 상대하고 있었다. 나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았다. 주변 카페에서 그와 직원들을 위한 커피 네 잔을 샀다. 그걸 들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민혁은 다른 직원들보다 늦게 나를 알아보았다. 커피를 사왔다며, 드시라고 직원들에게 건넸다. 나는 나를 민혁의 친한 동생이라고 소개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가져가는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잠시 우리는 카페로 갔다. 내가 사온 커피는 그대로 가게에 놔둔 채였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 그는 왜 자신이 나의 친한 형이냐고 대뜸 물었다. 나는 침묵 한 걸음을 떼고 그럼 뭐냐고 반문했다.

“적어도 친한 형보다는 더 가까운 줄 알았는데.”

민혁의 낯에 여전히 그림자가 져 있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우정보단 가깝고 사랑보단 먼?”

“농담하지 마요.”

“그럼 뭔지 형이 말해봐요.”

“적어도 썸, 뭐 그런 건줄 알았어요.”

나는 문득 그의 말이 웃겨 깔깔댔다. 썸이라니. 그런 표현을 쓸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그런 표현을 쓰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그럼 그런 모양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식탁 아래의 내 손으로 제 손을 슬금 가져다 댔다.

“하진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썸보다는 멀고 우정보단 가까운?”

“장난하지 말고요.”

“저 좋아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용실에서의 그날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의 머리를 아기 안 듯 감싸던 순간. 나 역시 그렇다고, 마주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아무도 먼저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상태로 다른 얘기를 주고 받았다. 애써 회피하려는 듯. 최근에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는 조심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는 피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당황했다. 이미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쓰지 않겠다고 확답하기도 어려웠다.

“왜요?”

한참의 정적 끝에 내가 입을 뗐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을 좋아해요, 형은?”

“슈타겔이 그랬어, 사랑은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게 아니라 몰라가는 거라고. 표현이 이상하지만요.”

“어떻게 그래요, 사랑이. 알아가는 거지. 그리고 슈타겔은 죽었어요.”

“죽어도 글은 남죠. 하진 씨는 소설을 쓰니까 더 잘 알 거 아녜요.”

“우리는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나는 거잖아요.”

너무 크게 말했나 싶어 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 말에 민혁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맞댄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진짜요?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긍정했다.

“그럼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나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도 마주 힘을 주었다. 뜨거웠다.

 

모임은 어느 순간부터 열리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이 각자의 핑계로 불참했지만, 더 큰 이유는 슈타겔의 죽음이 희미해져갔다는 사실일 터였다. 민혁과 나는 계속해서 참석했지만, 어느 날 둘밖에 모이지 않았을 땐 서로 허탈하게 웃으며 술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계속 만났고, 얘기하고, 잠을 잤다. 섹스는 서로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으려는 본능 아닌 본능이었다. 그런 날이 끝나지 않고 이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드디어 감정의 종착지를 찾았고, 거기서 안정을 되찾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내게 슈타겔이 살아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한 것은 불행이었다. 처음 그 설을 전해준 것은 아직 아무도 나가지 않은 모임 단체 채팅방의 한 남자였다. 그는 소식을 들었느냐고 호들갑스럽게 얘기를 떠벌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마침 하릴없이 빈 문서에 문장 몇 개를 끼적이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었으므로 연락을 바로 확인했다. 남자는 자살한 줄로 알려졌고, 장례식과 발인까지 끝낸 슈타겔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와 나는 모임에서조차 말 한 번 섞은 적 없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바로 되물었다. 뉴스 기사 링크 하나가 뒤이어 도착했다. 나는 링크를 클릭해 기사를 확인했다.

‘한국의 슈타겔,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 돼... “일종의 실험예술”’

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빈소며, 조문이며, 발인은 다 뭐였단 말인가. 그가 가족과 지인들과 짜고 사기라도 쳤단 말인가. 뉴스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한 서점에서 막 출간된 자기 유고작에 사인을 하려다 직원에 걸린 그는 “받은 조의금은 모두 기부할 것이며, 다음 소설을 위한 실험에 참여해주셨던 모든 독자분들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음 소설’이란 글자가 나를 기사에 붙잡아놓았다. 나는 바로 검색 포탈 사이트와 SNS를 통해 그 기사의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오보일 가능성을 누가 제기했으나 그 게시물은 곧 삭제되고, 대신 생존 확인 되었다는 기사가 자리했다. 슈타겔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누군가는 기뻐했고,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단순 기만이자 대형 사기라고 분개했다. 출판사는 다급히 낸 입장문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둘러댔다. 순간 트위터 알림이 울렸다. 슈타겔 계정이었다.

‘Hi.’

알파벳 두 글자가 적힌 새 트윗이었다. 이어 자신은 살아있다는 짤막한 글과 함께 오늘 날짜와 사인이 적힌 종이와 함께 사진을 찍은 그의 사진이 올라왔다. 일종의 인증샷이었다.

슈타겔이 살아있었다.

나는 두려웠다. 민혁이 그 소식을 영원히 모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가 알게 되면 그의 나를 향한 사랑도 끝날 것 같았다. 슈타겔의 죽음이 이어준 사랑은 슈타겔의 생존으로 인해 끝이 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받기를 바라면서도 받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내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소식 들었어? 슈타겔이 살아있대.”

나는 응, 하고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좀 화가 나지만, 분명 기쁜 소식이야. 슈타겔이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한대. 같이 갈래?”

“일하는 중 아니야?”

“일이 대수야. 가봐야지.”

“나는 글쓰는 중인데. 오랜만에 잘 써져서.”

“그럼 나 혼자라도 가볼게. 이따 다시 연락해.”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 다시 그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같이 가겠다고, 어디서 만날까, 물었다.

우리는 광화문역에서 만났다.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그의 팬들과 기자들, 대중들로 인산인해였다. 우리는 맨 앞줄로 다른 사람들 틈을 비집으며 움직였다. 이윽고 그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가 마이크에 대고 뭐라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의 말은 궤변에 가까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내 열광했고, 그건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예정에 없던 즉석 사인회가 열렸고, 나는 그와 함께 줄을 서 기다렸다. 내가 줄을 선 동안 그는 사인 받을 슈타겔의 책을 사온다며 교보문고로 뛰어갔고,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다. 그가 돌아오지 않는 사이, 어느 새 우리 차례가 되었다. 멀리서 뭔가가 뭔가에 부딪혀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랑곳 않고 슈타겔 앞에 섰다. 빈 손이었다. 나는 민혁의 성기를 쥐고 흔들던, 그의 정액이 묻었던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사인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럼요, 하고 말하며 이름을 물었다.

“박민혁이요.”

그가 검정 유성펜으로 사인을 한 다음 박민혁 님, 이라고 적었다.

“하나 여쭐 게 있는데요.”

“뭐든지요.”

“다시 죽을 생각은 없으세요?”

내 말에 그는 파안대소하며 아직은 예정에 없다면서 사과를 건넸다.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몸을 돌려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민혁이 뛰어갔던 길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이 허공을 집어삼켰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누가 차에 치인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뺨에 오른손을 갖다 댔다.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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