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이렇게 되고 나서 생각을 하면, 내가 걸어온 한 길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길들이 수십, 수백, 수천…… 아이고, 저거 다 세려다간 내가 먼저 성불하겠군.
세고 있자니 중간에서 또 한 길 한 길 생기고 있기도 하다. 그런 길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걸었던 길은 보잘것없는 길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걸까. 내가 걸었던 길은 그들, 그녀들에게 폼 나게 보였던 걸까. 내가 걸었던 길은 스포츠카가 질주할 포장도로였던 걸까?
아니면, 고려장 하러 아버지를 업고 걸어가던 돌멩이 송송 박힌 산길이었을까. 숨 막으러 바다에 들어가는 자를 반기는 유리조각 쌓인 모래사장이었을까. 푹푹 빠지는 늪이었을까.
내가 걸었던 이 길을 둘러본다. 걸어온 나도 모르는 길이다.
이 길 위에 내 미련 한 조각이 놓여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길을 끝부터 시작해서 시작점까지 쭉 되돌아보고 싶다. 내가 선 이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 시작점으로부터 뒤로 일 마일, 일 킬로미터, 일 미터, 일 센티, 일 미리, 일 마이크로미터, 일 나노미터, 일 피코미……. 점점 그 시작점을 향한 의식이 이동이 힘겨워진다. 이 길은 남들의 길과 하도 엉켜 있어서 내가 걸었던 길임에도 그 시발점을 찾지 못하겠다. 시발점을 찾으려다가 내가 먼저 씨발이라고 외칠 것만 같다.
내 발이 길에서 떨어진 바로 앞을 바라본다. 시발점에서부터 시작한 길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곳은 종점이다. 이제 더는 진행하지 않는, 생명력이 다해버린 썩은 길의 끝. 다시금 불타오를 것이라고 기대받긴 해도, 그 자신은 이미 살기를 포기한 사화산.
그곳은 칠해져 있다. 붉게, 붉게. 산수유 한 알. 두 알. 찌그러진 자동차의 철판 한 장. 그 위에는 짜부라진 산수유 열매들이 있다. 사람들이 열매를 치워냈지만, 그 철판의 붉은 자국마저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아직 붉다. 아프다. 아파서 붉고 붉어서 아프다. 미치도록 고통스러운 그 붉음이 나의 길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 앞에 내가 누워 있다. 편해 보이는 표정이라고 말하기엔 미안하고, 아파 죽겠다고 외칠 듯싶은 얼굴이라고 말하자니 속이 조용하게 쓰려온다. 그렇게 애매모호하다는 듯이 누워 있는 내가 한 개 누워 있다. 신기하다.
내가 나를 보고 있다. 머리 위에서 거꾸로 살펴보니 붉다. 멀찍이 떨어져서 살펴보자니 외롭다고 울어버린다. 그놈의 발끝에 서서 살펴보니 이젠 가뿐하다는 듯이 평온하다.
그대로 쭉 보고 있자니 하얀 것들이 와서 치워간다. 썩어가는 고기가 누워 있던 자리를 계속해서 보자니 눈이 적잖이 아프고 머리가 싹 하얘진다.
그래서 몸을 돌린다. 아프지 않은 곳을 찾아 걷기 시작한다.

걸었던 길에 미련은 있는 걸까, 했던 것들에 미련은 있는 걸까.
그렇게 혼잣말하며 쭉 걸어가려고 했더니 눈앞에는 우는 분이 계신다. 그분의 머리모양새부터 시작해 쭉 살펴보자니 어디서 본 듯 눈에 익다. 없는 가슴에 사무치는 감정이 쓰라리지만, 나는 그분이 누군지 자세히 알고 싶어서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민다.
슬쩍 소금 내가 풍겨온다.
눈 주위에 쌓인 주름을 보니 너무 아프다. 이마의 주름, 눈가의 잔주름, 팔자주름, 볼에 쌓여버린 주름, 살피자니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하는 모르던 주름들……. 아, 이분은 어머니다. 저기 쓰러져 있던 고기가 어머니라고 부르던 그분이시다.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냥 어머니 시다. 내 아들이라고 허공을 향해 외치고 계시는 어머니시다.
필사적으로 뭔가를 잡으려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내 낯이 뜨거워진다.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겹쳐서 본 걸까. 아니면 나를 향해 노력해주신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녀석이 생각난 것일까. 너무 부끄러워 아까 가려고 했던 곳을 향해 달려간다. 달려가던 중에 뒤를 돌아 어머니를 봤었는데, 내가 있든 없든 간에 어머니는 썩은 고기가 있던 곳을 바라보면서 목 놓아 울고 계실 뿐이다.
뒤돌아본 자신마저 너무 부끄럽다. 아 이런, 제기랄. 부끄럼 대신 화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니 짜증만 나서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하지만, 이래 봤자 아무것도 나가거나 들어오질 않는다.
얼쑤. 이제 내 마음속에는 여유가 없다. 이 속엔 광장은커녕 한 줌의 흙이 놓일 장소도 없다. 바늘 하나 설 자리도 없다. 이런 내 마음속엔 이 부끄럼을 숨길 곳조차 없다. 달아나버린다. 있을 자리를 찾지 못한 부끄럼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재빠르게 달아난다.



그렇게 해서 쭉 뛰어가다가 지칠 것 같아서 그냥 걸어간다.
하얗게 분칠 된 얼굴들이 발을 달고 걸어 다닌다. 시체처럼 하얗게 생기를 가린 것들은, 누굴 찌르려고 저따위로 한 건지. 제 머리를 빳빳하게 세워 둔 것도 다리를 달고 옆에서 같이 걸어 다닌다. 저렇게 세워두면, 자신마저 찔릴 것이다.
걱정도 되지만, 별로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아 무시하려 했다.
누군가 그에게 달려가며 호들갑을 떤다. 저기서 사고가 났어. 하지만, 급한 말과는 달리 그 얼굴이 웃고 있어 나까지 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뱉어진 말이 신기했는지 놀란 표정들이 주변에서 퍼져 나간다. 양옆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 표정들이 놀라는 것과는 달리, 모르는 얘기임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하하 호호, 이리저리 떠들다가 웃는다. 그들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나도 덩달아 즐겁다. 내 어깨가 들썩들썩 거리는 것이, 몸치가 미친 짓 하는 것 같아 낯설다. 길거리의 시끄러운 애가 떠드는 것 같이 낯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얼굴을 숨겨보지만, 내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까지 막으려면 내 손이 네 개여야 할 것만 같다. 제기랄.
하지만, 나의 손은 두 개다.
누가 내 어깨 좀 붙잡아 줘.
하지만, 기대 같지 않은 기대는 결국 부서지기 마련일까. 아무도 붙잡아 주지 않는 어깨는 자포자기한 것처럼 들썩들썩 춤을 춘다. 모두가 건강해 보여 기쁜 건가. 나의 고개는 춤추는 나의 어깨를 볼 정도로 돌아가질 않는다. 대신 상하좌우로 마음껏 움직여 주는 눈만이 붉게 뜨거워서 눈가만 움켜쥐고 옆으로 비켜 다시 걸어간다.
그 앞에, 한 사람이 짐을 나르고 있다. 취하기 위한 술들을 나르고 있다. 자신이 취할 수 없는 방울들, 남을 취하게 하려고 옮기는 노력들. 파라솔의 밑에서 커다란 유리잔에 그 술들이 따라진다. 땀 흘리는 자들이 바치는 술 방울방울이 모여 그 컵을 채웠지만, 그 땀들은 종이쪼가리의 가치와 뒤바뀌어 버린다.
땀을 훔치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어버린다. 종이의 지불자는 다시 앞에 있는 이성을 바라보며 건배.
내가 걷던 길을 그가 걷고 있다. 주먹을 움켜쥐고 그 뒤통수를 향해 수차례 휘두른다. 하지만, 손끝에서는 아무런 감촉도 느낄 수 없었다. 단숨에 포기해버린다.
술을 옮기고 땀을 훔치는 그의 이마에 다시 생겨난 땀. 그 땀을 훔칠 겨를도 없이 그는 다시 다음 지불자들을 향해 바삐 움직인다.
고기로 번득이는 지방 지방 지방. 그 반들거리는 기름을 보자니 구역질이 난다. 하지만, 다시금 주먹을 휘둘러도 맞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니다.
그 종이를 얻기 위해 움직였을 노력의 밑에는 땀을 흘리는 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누군 웃고, 누군 죽는다. 살기위해 발버둥치고, 말단의 쾌락을 위해 움직인다.
한숨을 내쉬고 싶어도 몸에 남아있는 것이 없어 단지 허탈하다. 뭐라도 하고 싶지만 나도 저랬을 거란 생각도 들어 다시금 차에 받히고 싶어지기도 한다.
저 입에 들어가는 고기가 누구의 피일지 깨우쳐주고 싶다. 내가 하던 행위조차 모르던 나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는 내가 되었기에, 모르는 채로 살아갈 그들에게 깨우쳐 주고 싶다. 그들이 하는 일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뇌리에서 떨쳐버린다. 뒤늦은 후회이다. 진즉에 깨달았었다고 해도, 돈이 주는 유혹에 그것들을 금방 잊었을 것이다. 분명하다.
그들을 지나쳐 걷다 보니 그들의 트랜스지방과 땅에 떨어진 땀들에 대해선 모조리 잊어버린 듯하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 헤매며 걸어간다. 지금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닭이 울고, 뻐꾸기가 울고, 다시 닭이 울고, 그리고 다시 뻐꾸기가 울려고 한다.
한 집에 다다르니 그곳엔 검은색 옷과 수수한 꽃 외엔 사람들뿐이다. 울며 울며 울며 사람들이 울며 울며 들어간다. 사람들이 울며 나오고, 사람들이 울며 안에서 훌쩍훌쩍. 이곳은 울음뿐이다.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았는데, 울기만 하는 사람만 계속 있으니 슬슬 기분이 착잡해진다. 이래서 우울한 그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지만, 가만히 서 있자니 발이 근질근질 거린다. 간지러워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자, 그 가려움이 얼굴로 이동했나 보다. 얼굴이 가려워서 미치겠다. 내면에서 느껴지는 그 가려움은 지울 수 없이 계속해서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울게 된다.
그런 식으로 울고 있으니 이젠 호기심만 남아있어 그 집에 들어가 버린다.
이 자리에서 우는 여러 사람의 근처에 다가가서 몰래 귀 기울여 들어본다. 아이고, 아이고. 어찌하여 저런 나이에. 쯧쯧. 개자식, 잘 됐군. 나보다 빨리 가서 다행이다. 중얼중얼. 여러모로 희비가 교차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는 정직하게 눈물을 흘려 나까지 울게 한다. 어떤 이는 겉으로 울기에, 나까지 겉으로만 웃게 해버린다. 도대체 이 자식은 뭘 해왔기에 욕을 먹는 것일까.
거의 다 늙은 노인이 검은 옷을 입고 울고 있다. 그 옆엔 꽤 건강해 보이는 청년이 한 명 서 있다. 그 청년도 검은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노인과는 달리 울고 있진 않다. 어째선지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신은 전이나 지금이나 이성적이고 판단이 빨라 다행이야. 언제까지나 대신해서 지켜주는 당신이길 바랄게.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았던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젠 더는 떠올릴 수 없는 것 같다. 왠지 기억해내지 않으면 그가 서운해 할 것 같아. 기억해보려 노력해본다. 그래도 기억은 지워진 듯 공백만이 나를 반겨 포기해버린다. 이미 잊어버린 그에게 전해주고 싶다. 아니, 눈앞에서 말하고 싶다.
미안해. 두 명의 짐을 혼자 지기엔 무겁겠지만, 부탁해.
그의 앞에 누가 선다. 머리를 뒤로 정돈하게 묶고, 검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나에겐 그녀가 사랑스럽다. 그래서 가슴 아프다. 내가 그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볼 때 이상으로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내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모른다는 사실은, 지나쳐온 모두가 나를 보지 못할 때 이상으로 나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녈 모른다. 그녀는 날 모른다. 구멍 뚫린 이 가슴을 보질 못한다.
그녀는 그와 맞절한다. 별 일 아니라는 듯, 그는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울먹이더니, 가던 곳을 향해 걷는다. 내가 어딘가를 향해 가려고 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걸어가 버린다.
그 앞에는 향이 있다. 향의 앞에는 상이 있다. 상 위엔 별의별 것이 다 놓여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내게 주어진 음식으로 보여, 내심 집어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공기가 너무 울적하다보니 식욕은 금새 달아난다.
상 위에 놓인 그 별에 별 것을 지나치니, 한 남자의 사진이 있다.
그 남자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그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더럽게 익숙하지만 더럽게 모르겠다. 내가 그를 알아주지 못해도, 그는 서운해 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그 남자 같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남자가 할 생각을 나는 잘 알 것만 같다. 난 그 남자의 멍청한 얼굴을 보고 욕을 내뱉는다. 병신새끼였군.
“나쁜 놈, 좋아한다더니 지가 먼저 죽어?”
그녀가 그 사진 속의 웃는 사람을 바라보며 외친다. 분노가 끼어있을 말임에도, 그 얼굴엔 뜨거운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금기가 잔잔하게 껴있는 그 속삭임에, 피어오른 향이 슬프게 흔들린다. 흔들리는 연기를 따라 나의 가슴까지 울렁거린다. 그 바람에 눈마저도 따가워 짜증이 나버린다.
나는 그녀가 다시 남자와 맞절을 하고 집을 나설 때까지 사진 속의 남자가 누구인지 생각해내려고 노력하다가, 그녀가 나가는 바람에 같이 집을 나선다.
집을 나온 나는 오른쪽을 향해 걸어갔지만, 그녀는 왼쪽을 향해 달려갔다. 사랑의 시냇물이 철렁철렁 넘친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반짝이는 물방울들을 슬프게 보려 했지만, 내 입은 그 슬픔이 미운 걸까? 아직 만족하지 못한 건가? 삐죽 튀어나왔다.
넌 누굴 그렇게 찌르고 싶은 거니. 나의 적의가 창피하다. 하지만, 그 적의가 그녀를 향한다는 사실은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그래서 슬프다.
수십 초를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뛰어가던 그녀를 누군가가 불러 세우는 모습이 보인다. 아까까지만 해도 울고 있었던 그녀의 어깨에 거리낌 없이 팔을 얹었고, 그녀도 그의 팔을 꺼리지 않는 듯하다. 그 둘이 붙어서 걸어간다. 그 다정해 보이는 두 모습은 서로를 향해 단편적인 말들을 던지며 신선한 감정을 상대에게 전한다. 아직 살아있는 감정들. 나는 그 모습에 질투가 난 나머지 그들의 대화를 가까이 가서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일 보다 급한 일이 있다. 이렇게 짧은 세월 속에 선 나에겐,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런 너무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기에,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걸어간다. 뒤돌아보지 않고 싶다.


그렇게 바라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니, 입구부터 책이 쌓여있는 서점이 한 곳 보인다. 서점에서 갓 걸어 나온 한 남자가 얇은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간다. 머리에 왁스를 바른 듯, 바람에도 그의 머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멋쟁이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멋쟁이. 그들의 겉으로 보이는 멋이 얼마나 부러웠었는지.
그런 그를 따라가며 봉투의 내용물을 몰래 보니, 세 권의 책이 있다. 그 중엔 푸른색으로 제본된 책이 있었다. 그 푸른색이 나를 사로잡는다. 블루스, 우울하다. 생각 날 것 같으면서도 생각나지 않자, 내가 서운해 한다. 책이 너무나 익숙해서 집어보려 했지만, 내 손은 책은커녕 봉투조차 붙잡지 못하고 허무하게 놓친다. 난 나의 빈손을 들고 망연히 쳐다보지만, 그는 내 손이 그의 봉투를 낚아채려 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내가 먼저 다가서는 그 존재에게마저 내 존재는 인식되지 않은 채로 넘어가버린다.
늦었어. 너무 늦었나봐. 그런 사실이 너무 외로워서…….

낯익은 책의 느낌이 계속해서 날 부르기에, 그가 나온 서점으로 들어갔다.
나를 부르는 그 소리가 들리기 전부터 이미 향하던 곳을 향해 걸어간다. 입구부터 자신이 바라던 것을 찾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방황하는 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봐도 전혀 한심하지 않다.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사람이 붐비는 곳, 많이 읽히는 도서들이 놓인 곳을 지난다. 계속, 계속 지난다.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붐비는 곳에서만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아무 의미도 없는 곳이라 여긴 것일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다다른다. 사람들이 이 장소를 그다지 원하지 않아서 이곳에 오지 않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곳에 오길 원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구석까지 가서야 내가 보고 싶어 하던 것이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손때가 묻은 책은 보이지 않는다. 간혹 사람들이 호기심에 부푼 가슴을 안고 들어오지만, 수확하지 못한 듯 다시 번화한 입구 쪽으로 나간다. 이렇게 외로운 곳의 구석에 놓여있던 푸른색으로 양장 된 그 책을 들려고 했으나 들 수가 없다. 가장 밑에 있는 그 책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나 살펴보려고 허리를 숙이니, 그 책 위에 뿌옇게 쌓인 외로움이 나를 보고선 조소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종이 아깝게 시리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도망친다. 다시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져서, 급하게 서점을 빠져나간다. 빠져나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아 빠져나간다. 다리가 꼬여 넘어지지만, 멈출 생각은 전혀 없다. 여전히 정착할 공간을 찾지 못한 부끄러움이 요동친다. 외로움으로 가득 찬 가슴 속에서 당장에라도 빠져나갈 듯이 흔들리기에, 내가 이 장소에서 빠져나간다.
멈춘다는 개념조차 상상하지 못했었다.


무작정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다가, 어느새 닭이 외롭게 울기에 멈춰 섰다. 먼 곳부터 퍼져오는 주황색 물결은 공평하게 나누어진다. 하지만, 그런 따스함으로 나의 식어버린 몸까지 따듯해 질 순 없나보다. 내 몸은 심해수보다 차게 식어버렸고, 그보다 더 깊숙이 처박혔다. 내가 거부해서 이미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는 걸까. 어쨌든, 그들과 나의 사이엔 커다란 거리와 장애물이 있다.
지치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자신을 다스리려고 노력하며 가고 싶어 하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내가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는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다. 걷는 도중 스쳐지나가는 모든 인연은 나를 모른다. 옷자락은 분명히 스쳤을 텐데, 전생의 연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눈앞을 스쳐지나가도, 내가 그를 통과해서 지나가도, 그는 나를 모른다. 나는 그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데, 알려 봐도 알려 봐도 이미 늦었다. 좀 더 빨리했어야 했을까, 아니면, 내가 먼저 알아줬어야 했을까.
내가 투명해진 이 세상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인간은 나를 잊어가는 것 같다. 극도의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서, 그 고통을 목으로 토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지만, 내 귀에조차 들리지 않는 작은 바람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소리에 묻혀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닭이 다시 운다. 꼬끼오. 나도 따라 울다가 얼굴이 달아올라 입을 막아본다. 하지만, 입을 막은 틈새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꺼이꺼이.
몸의 떨림이 이걸로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이 느낌이 너무 익숙해서 또 서럽다.
이런 고통은 왜 날 찾아왔을까. 어째서 하필이면 나야.


그런 식으로 다시 걷다가 보니 뻐꾸기가 울고 있었다. 뻐꾹, 뻐꾹. 어흑.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은 고통이 귀를 지나 눈에 전해진다. 지친 듯이 거칠게 걷는다. 양옆으로 비틀비틀 흔들린다. 이런데도 내 발은 낯익은 아파트를 향하고 있다.
뻐꾸기 울음소리에 맞춰 경비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누가 지나가도 모를 듯이 편안하게 잠에 빠진 늙은 영혼은 작은 등불 같다. 그래서 미소 짓는다.
엘리베이터의 입구 앞에서 서성인다.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너무 높은데, 나는 버튼을 누를 수 없다. 때마침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이 있나 보다. 엘리베이터 입구를 향해 걸어오고 있기에 같이 탄다. 그는 내가 가고 싶은 층까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투명한 나를 위해 선의를 베풀어 주는 것 같았다.
그에겐 그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행위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관심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건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겨우겨우 울음을 참을 수 있었다.
그가 내렸다. 엘리베이터엔 더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방을 찾는다. 속이 환히 보이는 상태. 이렇게 투명한 상태로, 난 두 층을 올라간다. 11층, 12층. 다 왔다.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그 장소이다.
문 앞에 서자 연상의 누나를 짝사랑하는 소년의 기분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앞으로의 진행이 기대되어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그녀는 날 알아줄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인연으로 맺어진 그녀이다. 그런 특별한 그녀이기에, 그녀의 특별한 기대를 원한다. 문은 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단지 들어갈 뿐이다. 아직 그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있기에.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은 깜짝 파티를 해주는 거야.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놀라주고 기뻐해 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밝게 웃어주는 거야. 그녀의 웃음을 보며 한층 더 웃는 거야. 그렇게 10분쯤 배꼽을 잡고 웃다가, 그녀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거야.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는 거야. 그렇게 서로 알아주는 거야. 서로 웃어주는 거야.
얼굴이 상기된 채로 12층 4호에 들어간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가슴이 아프다.

신음이 들린다. 병이라도 든 걸까? 하지만, 아픔의 소리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기뻐하고 있다.
그녀의 방문 앞에 선다.
검은 옷이 놓여있다. 그 옷은 두 쌍이다. 뭔가 다급했는지, 그 옷들은 서로 엉켜 너저분하게 던져져 있다.
방문은 열 필요가 없다. 나의 머리가 먼저 방 안으로 스르르 들어갔고, 안에는 그녀와 그가 붙어있다. 몸이 붉게 달아오른다. 내 두 눈이 붉게 달아오르기 전에, 그 둘은 이미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디서 봤던 그 둘이 부둥켜안고 있다. 이게 내가 기대하던 것일까.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갈피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8자를 그리며 뱅글뱅글 돈다. 미숙하게 춤추는 나를 보지 못했는지, 그와 그녀는 그 둘만의 행위에 집중한다. 그들이 흔들리는 것과 같이, 나의 머릿속도 혼란에 휩쓸려 흔들린다. 그 둘은 서로를 향해 웃고 있다. 기뻐하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다. 내가 바라던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돌아다닌다. 너무 어지러워서 돌아다닌다. 가만히 서 있으면 나을 것 같아 멈춰보았다. 하지만, 가만히 서 있다간 그대로 옆으로 뻗어버릴 것 같아. 시야가 하얗게 변하면서, 사고가 돌아오면 나의 뺨이 땅바닥에 붙어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 기절하는 걸까? 혹시 이거 빈혈인가? 환각일 것이다. 이건 착각일 것이다.
자기부정. 자기암시. 겨우 한 번 본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지 말자. 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 말지어니.
굳게 다짐한다. 그러고 다시 한 번 살펴본다.

피식.
당연한 것을 보았다. 조소가 나오는 순간 방에서 질풍처럼 달려나왔다. 작게 살아 오르려 하던 실존의 불씨는 삽시간에 냉각수를 맞이해 푸시식 소리를 내며 꺼진다. 그녀의 몸은 먼저 죽은 자를 그리워했던 것일까. 아니면, 죽은 자를 빨리 잊어버리고자 좋은 인연을 다시 만든 것일까. 어찌 되었건 간에, 그녀의 새로운 행복은 나에게 외로움을 준 것 같다.
뿌옇다. 투명하던 나의 혼란에 먹물이 뿌려진다. 나는 내 건너편의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는 가림막이 되어 너를 가로막아버린다.
맙소사. 이런 지경까지 왔는데, 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방 안에선 비명이 터져 나온다. 내가 달려나온 방에선 원인불명의 돌풍이 불었다. 그 바람에 그들의 기쁨이 내 외로움에 더렵혀진 모양이다.
나가는 길에 잠시 디지털시계를 본다.
아, 오늘은 11월 17일. 뻐꾸기가 우는 지금의 숫자는 11과 42를 보여준다. 그 주인은 다른 자를 보고 있다. 그래서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시계는 혼자서 계속해서 깜빡인다.
아, 오늘은 슬픈 날인가 보다. 아무 곳에나 가고 싶다. 달리고 싶다.
단지 달리고 싶다. 이게 가장 하고 싶다. 결국엔 이것뿐인 걸까.




달려 나오자 부엉이가 울고 있었다. 부엉 부엉. 으엉 으엉.
부엉이가 울자 기계가 따라 운다.
길거리를 질주하는 검은 삶들이 있다. 삶을 태우고 떠나는 검고 붉은 물체가 시끄럽게 지껄이더니 반딧불이처럼 그 영혼을 불태우고선 불나방처럼 그 육신이 사그라진다.
남들에게 어필하고자 시끄러운 행위를 반복하는 삶들과 기계들이 질주한다.
사랑을 너무 원한 나머지 그들은 과속하고, 밤의 정적을 찢어발긴다. 있는 그대로의 평온을 파괴하는 그들에게 풍요로운 관심을 주는 사람들은 없다. 그들은 모두 파괴자들에게 증오의 시선을 보낸다. 이미 그것은 관심이라고 하기 힘든 감정이다.
하지만, 그 티끌만치의 관심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과속한다. 그 주인공은 어른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하다. 그 외로운 모두는 과속한다.
마침내 그들은 주체할 수 없이 과속하여 남과 부딪힌다. 때론 역주행까지 해가며 자신이 바라던 것을 향해 광신적으로 질주하던 그들은, 바라던 것을 위해 불타올라 죽는다.
불나방같이 달려들던 그들을 보던 사람들은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 것 같다. 질주하던 우리가 사라져도, 사람들은 우릴 봐주지 않는 것 같다.
이 길거리에서 작은 소음이 일어나 우리가 사라져도, 그들은 우리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계속해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과속하는 그들과 같았던 나이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감히 떠버릴 수 있다.
내가 그들에게 있어 존재했음을 증명 받고 싶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그들의 타인에게 존재를 증명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이렇게 사그라지는 나이기에 안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기에, 세상은 우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아무런 변화조차 없이 돌아가 버린다.
어린 날의 치기로 질주하던 우리는, 정적 속에서 질주하며 경적을 울렸다. 그 날의 우리를 지금 바라보면 이렇게 웃음만 나오는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그렇게 우리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만다. 왜 알아주기만 바랐던 걸까.
우리는 남에게 불빛을 비춰주는 일 없이 경적만 울렸다. 시끄럽다고 찡그리는 사람들에게 빛이 가질 않았으니, 우리가 그 얼굴들을 봤을 리가 없었고, 우리는 경적처럼 울었다. 그리고 경적의 메아리와 함께 찢어발겨진다.


이제 사그라진다. 한 줌의 재가 되어 공중에 흩뿌려진다.
이 넓은 지구의 한 분자 재가 되어 보이지 않을 춤을 출 것이다.
그 춤의 끝에서, 저승길의 끝에서 염라를 보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 착실한 학생처럼 손을 들고, 진심으로 궁금한 얼굴을 하며,
“누군가가 있던 세상과 없을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요?”


=



불러다오. 나를 불러다오.
그러면 너에게 다가가, 너의 소중한 꽃 한 송이가 되어 활짝 피어줄 테니.
하지만, 그 전에 내게 소중한 꽃이 필요할 테니, 내가 먼저 부를 수 있게 해다오.
그래야, 당신도 나를 불러줄 수 있겠지.
그래야, 당신도 내가 부르는 것을 알겠지.


=



-꺄야아아이이이익끄?
비틀비틀 걸어가다 요란하게 퍽. 아 뭐야! 오늘은 11월 14일. 소리가 나기 전에 봤던 핸드폰의 숫자는 오후라는 글자를 옆에 낀 채 11과 42를 보여주고 있었지. 뜨겁다. 술 마시고 집에 가고 있었지. 날았다. 나는 ○○○이지. 아, 나의 애마가 부서진다. 나는 자칭 소설가지. 내 글 읽고 딸치는 애들을 얼마나 웃으며 지켜봤었는지. 나는 2월 5일로 오늘 생일을 맞이했었지. 가강, 가강, 음악 소리. 귀엔 뭔가 꽂혀 있었던가. 그립다. 아, 생각해 보니 애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뿌옇다. 눈앞이 뿌옇다. 우와, 눈앞에 달이 떨어지는구나. 별이 빙글빙글 도는구나. 어라? 분명히 초록 불이었지? 꺼억, 소주랑 막걸리는 맛있었지. 저번에 출판사에서 몇만 원 줬었지? 내 지갑에 삼천 원 있었나? 에라, 개 같은 세상아. 엿이나 처먹고 싶어? 잠깐. 우와, 몸이 떴어! 이봐, 내 몸이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고! 놀라워!
그리고 신기해. 별 게 다 떠오르네. 별 게 별 거구나. 별 거네. 별 거구나. 우와, 별? 저거 내 건가? 왠지 익숙해. 그래서 알 것 같아.

그래서 난 우는 걸까.


나의 별이 떨어지는 날이지만, 그 어떤 광학망원경도 나를 관측해 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의 존재가 너무 작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빛을 내며 타오르지 않기 때문일까.
그렇게 나의 별은 홀로 떨어진다. 대기권에 부딪힌 자그마한 딱지는 붉게 불타오른다. 이윽고 완전히 사그라질 때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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