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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하얀 물고기

2009.08.25 03:1108.25

콜린은 결정했다. 하얀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을 먹기로. 콜린은 이제 열다섯, 아가미 아랫살을 먹기에 딱 좋은 나이다. 이는 열 살 때 이미 다 자랐고, 귀도 뾰족하니 잘 자랐다.

물고기의 아가미 아랫살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들 한다. 일반 물고기의 아가미 아랫살에는 물고기가 그때껏 모아온 마법이 모두 들어있다고 한다. 물고기에 따라서 먹으면 백살을 산다거나,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피가 튼튼해진다거나 한다고도 한다.

하얀 물고기는 마법의 언어가 형상화되어 물 속을 헤엄치는 것이다. 마법의 언어가 모아온 마법이 모이면, 마법이 백 배일지, 어떨지 콜린은 잘 몰랐다.

다만 한두달에 한 번씩, 아버지가 식사에게 드리는 감사 인사를 한 후에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을 먹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 후에 아버지가 특별히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물 위를 걷거나, 눈에서 광선을 쏘아내거나, 엄청나게 잘생겨지거나, 눈길 한 번에 동네 처녀를 전부 유혹하게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콜린은 아가미 아랫살을 먹은 후의 아버지를 계속 눈여겨보았다.) 아버지의 손길 한번에 물고기 손질이 끝나지도 않았다. 즉, 콜린이 생각하기에 마법적인 어떠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얀 물고기는 아버지도 한 번도 드신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은 많이 드셨다. 그러므로, 콜린은 자신이 하얀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랫살을 한 번쯤 먹어도 좋겠다고 결정하였다.

“엄마.”
“응?”

어머니는 갈색 앞치마를 두르고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여기는 대륙의 끝, 물고기가 많고 많은 하느작곶이다. 아버지는 어부가 아니지만, 아버지에게 일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거의 어부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루 한 끼는 물고기를 먹게 된다.

“난 오늘 아가미 아랫살을 먹고 싶어요.”
“안돼.”

텅, 하고 어머니의 식칼이 생선의 머리를 도막냈다. 어머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콜린은 식칼이 자신에게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더라도 어머니는 처음에는 경고삼아 머리카락을 베고 말 것이다.
하얀 물고기의 아가미 아랫살은 부드럽게, 입에서 살살 녹을 것이다.
잠시 위험을 재 본 후, 콜린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엄마, 난 오늘 열다섯 살이에요.”
“그렇지.”
“……..”

어머니는 아가미 아랫살을 줄 것 같지 않았다. 콜린은 잠시 갈등했다.
지금 어머니의 뒤에서 아가미 아랫살을 낚아챈다고 해도,
잘 다져진 살 중 어떤 것이 아가미 아랫살인지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이 콜린에게는 없었다.
생선 손질을 할 때는 비린내가 강하게 나는데다가, 콜린은 비린내가 싫었다.
단지 비린내가 사라진 후, 잘 손질되어 뼈가 전부 발려내진 생선 요리를 좋아할 뿐이다.

또한, 어머니의 칼솜씨는 도구를 가리지 않았다. 롱소드도, 숏소드도, 부엌칼이나 과도도 어머니에게는 모두 자연스러운 도구일 뿐이다. 이웃집 참마를 훔쳐내다가 어머니의 롱소드 손잡이로 엉덩이야 아퍼라 하고 몇 번이고 두들겨맞은 적이 있는 콜린은, 어머니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어머니에게서 훔쳐내거나 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콜린은 부엌을 나서, 집 밖으로 나갔다. 안마당에서는 큰누나 엔젤라워드가 만드라고라를 밟고 있었다. 물론,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뿌리 윗부분을 은이 뿌려진 붕대로 돌돌 감은 상태다.

“누나, 뭐해?”
“즙 짜.”

아아, 그렇구나.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엔젤라워드의 발힘은 드럼 페달도 밟아 부서뜨릴 수 있을 정도다. 열일곱 꽃다운 처녀라고 자칭하는 엔젤라워드에게, 춤을 신청하는 마을 청년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두번 발을 밟히고 나면, 이웃집 나무꾼 켄달 형도 일주일은 누워 있어야 뼈가 아문다 했다.

“누나, 누나는 정말로 갖고 싶은 게 없어?”

여기서, 콜린은 정말로 엔젤라워드 누나가 갖고 싶은 게 무엇인가 궁금해서 질문한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이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이야기하려고, 대화를 잇기 위해 질문한 것이다.
또한, 누나가 원하는 것을 알면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성 한 채, 왕자님 하나, 마법사 하나, 기사 셋, 순종적인 시종 열 둘. 연회용 마차 하나, 외출용 마차 하나, 훌륭한 말 여덟 마리.”
“…..”

콜린은 거래를 포기했다. 마법사 하나라든가 왕자님 하나 정도는 어떻게 콜린이 잡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법은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나머지는 열다섯살 소년이 혼자 구해오기에는 조금 어려운 품목에 속했다.

동쪽 나라의 잣으로 짠 비단 한 필 정도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큰누나다.

“왜, 콜린. 뭐 원하는 게 있어?”

동네 청년들의 아름다운 악몽이라고도 불리는 엔젤라워드는, 콜린에게는 자상한 누나였다.
잠깐 고민하다 콜린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하얀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
“으-음.”

엔젤라워드는, 만드라고라를 정원에서 뽑아냈다. 은가루 붕대를 짜서, 만드라고라의 생명이 녹아내린 즙을 푸른 병에 담았다. 푸른 병의 뚜껑은 은가루 붕대로 한 번 감은 참나무 코르크로 하였다.

“읍내에 가면 비싸게 팔릴 거야. 아가미 아랫살만큼은 아니겠지만.”
“누나 뭐 하려고 만든 거 아니야?”

엔젤라워드는 피식 웃었다.

“뭐, 너도 슬슬 모험이라도 떠나야 하지 않겠어?”

모험? 모험이라고?
내가 바라는 것이 모험이었나? 콜린은 잠시 고민했다.
앤젤라워드는 둘째를 불렀다.

“에드위나! 에드위나!”

에드위나는 곧 달려왔다. 열여섯 어린 에드위나는 마법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하는 중이다.
어머니를 좇아 암살자가 되는 편이 좋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지만, 에드위나의 결심은 확고했다.
백업용 마법사가 한명쯤 있어도 좋지 않겠냐고 아버지가 허락해 주어, 에드위나는 옆 마을 마법사 형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와 있지만, 에드위나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콜린은 몇 년 전 오월, 에드위나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넌 마법사가 되는 편이 좋겠어."

에드위나가 결정을 내렸다. 콜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마법사가 좋아? 아니면, 누나가 벌써 전사를 하고 있는 거야?"

콜린은 전사와 마법사에 대해, 전사가 한 명 있고 마법사가 한 명 있는 편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둘째 누나가 무언가를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큰누나가 하는 식물 채집과 약다리기, 아버지가 하는 대화, 어머니가 하는 암살과 다르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이다.

푸르른 오월, 달들이 듬성듬성 떠 있었다. 매년 오월 십오일은 '대마법사'의 칭호를 겨루는 자들이 달을 소환하는 날이다. 낮부터 소환된 여러 개의 달은, 노오란 태양의 강렬한 빛 옆에서 - 오갈 데 없이 점점이 뿌려진 장식용 크림처럼 보였다. 강렬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옆에 조그맣게 박힌 하얀 진주알처럼.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을, 낮의 달들이다. 어떤 달은 내일 모레의 밤으로부터 소환된 것이고, 어떤 달은 달처럼 보일 뿐일 거대한 치즈 덩어리이다. 어떤 달은 이계에서 소환된, 차갑게 굳은 단단한 돌 덩어리이다. 즉, 어떤 마법을 써서든 달의 모양을 재현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방법이 환술이건 소환술이건 시간이동의 술이건 원소창조의 술이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에드위나가 달을 가리켰다.

"난 마법을 배우고 있어. 봐, 저 쪽에 있는, 치즈 덩어리 같은 달이 보여?"
"응."

에드위나가 정확히 어떤 달을 가리키는지 콜린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진짜 치즈 덩어리야. 자그마한 치즈 덩어리를 거대하게 부풀린 다음에 반짝반짝 빛나도록 해서, 공중에 띄운 거야. 세 개 이상의 마법을 한 개의 물체에 쓴다는 것도 대단한 거라구."
"음."

콜린은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위나는 열 살짜리 남동생에게 좀더 실제적인 예를 들기로 했다.

"봐, 마법을 공부하면 저런 멋진 일을 할 수 있어. 우리가 일요일마다 먹는 닭다리를 두 배의 크기로 부풀릴 수도 있다구."
"오오오오오오오."

콜린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좋아했다.

"좋아, 그럼 나도 마법을 배울래."

그 때에도 콜린은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 사실 내가 너에게 마법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마법은 분명히 많은 걸 할 수 있다구! 검술은 내가 해본적이 없어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르지만, 음, 뭐, 운동을 많이 하니까 변비는 없어지겠지. 그외의 장점이 떠오르질 않네. 어쨌든 마법을 배우자고. 그럼, 내가 치즈 문 대회에서 달을 만들 때 네가 마법으로 날 도와줄수도 있잖아?"

마지막의 제안에 콜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돼?"
"....사실 안 돼."

그럼 그렇지, 하고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아마, 아버지의 접시에 고기가 두 조각 더 있다는 걸 보고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도 안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콜린은 마법을 배우지 않게 되었더랬다.

하지만, 딱히 칼 쓰는 기술이나 식물 채집을 배우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식칼로 사과를 가늘게 써는 방법을 알려 주었지만 – 사과는 그대로 깨물어 먹는 편이 더 맛이 있다. 가늘게 썬 사과는 가늘게 썬 별볼일 없는 사과일 뿐이다.

큰누나는 사과 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방법을, 사과 나무를 손질하는 방법 같은 것을 알려 주었지만 – 어차피 큰누나가 하는 일이다. 모처럼 좋은 일을 해 볼까 싶어서 악마풀의 뿌리를 썰어서 사과 나무에게 주었더니 사과 나무에 조그만 악마 모양의 기분나쁜 열매가 열렸다. 악마풀은 썰어서 입안에 넣으면 단맛을 낸다. 단 사과를 만들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았다. 큰누나는 화를 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허허허허 하고 웃고는 했다.

엔젤라워드가 멍-하니 먼 데를 바라보고 있는 콜린의 뺨을 찰싹 쳤다.

“자, 너도 이제 세상 구경을 하고 와야지.”

잉? 하고 콜린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엔젤라워드는 콜린에게 주먹만한 삼베 주머니와, 푸른 병을 주었다. 에드위나에게는 금화 한 닢과 말린 고양이 꼬리, 사과나무 잎을 주었다.

“에드위나, 콜린을 데리고 옆 마을에 가.”

에드위나는 응! 하고 힘차게 대답하고는 콜린의 손을 잡았다.
물론 콜린은 곧 손을 놓았다. 열다섯살쯤 되면 누나 손을 잡지 않고도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법이다.

에드위나는 씩 웃더니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옆마을까지 간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여섯 시간쯤 걸어가면 된다. 말을 탄다면 한시간이면 된다고 하지만, 콜린은 한 번도 말을 타 본 적이 없었다.

“에드위나 누나.”
“응?”
“누나는 제일 갖고 싶은 게 뭐야?”
“음-“

빵집에서 향기로운 빵의 향내가 풍겼다. 콜린은 코를 킁킁거렸다.
에드위나는 말린 고양이 꼬리와 금화 중 무엇을 받을 것이냐고 물었다.
빵집 형이 웃으면서 고양이 꼬리를 받았다. “아름다운 엔젤라워드에게 말해줘! 내가 말린 고양이 꼬리를 받고 빵을 내주었다고.”
에드위나는 빵을 먹지 않고 콜린에게 주었다. 형이 준 빵에서는 말린 매미 맛이 났다.

“누나.”
“응?”
“치즈 만들어 줘.”
“음.”

누나는 손을 휘둘렀다. 손톱 끝에 발라져 있던 초록색 물감이 허공으로 떠올라 빙글빙글 모여 자그마한 돌개바람을 만들었다. 초록색이 뭉쳐져서 조그마한 덩어리가 되었고, 누나는 그것을 집어 빵에 발라주었다. 빵을 한 입 문 콜린은 우물거리며 물어보았다.

“누나, 이거 뭘로 만든 거야?”
“고사리 뿌리를 간 것.”
“…..”

콜린은 괜히 치즈를 달라 했다고 후회했다. 이제 빵은 쓴 고사리 뿌리를 갈아 얹은 말린 매미 맛이 났다. 하얀 물고기의 아가미 아랫살은 이런 맛이 아닐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에드위나 누나는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빵을 주었다. 콜린은 빵을 전부 씹어 삼켜버렸다. 마치 나무도막을 삼키는 것 같았다.

“누나, 누나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게 뭐야?”

내가 가져다 줄까? 하는 물음이 숨겨져 있는 것을 에드위나는 알았다.

“음, 대마법사가 되는 거. 그건 딴 사람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구해야 하는 거지.”
“대마법사는 어떤 건데?”
“음- 대마법사의 징표를 갖고 있는 사람?”

열다섯살 난, 약간은 둔한 데가 있는 남동생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에드위나는 간단하게 추려버렸다.

“어떤 징표?”
“여러가지 있다더라. 고대의 수정구라든가. 어항 속에 은의 언어를 기른다거나. 그런 것들.”

은의 언어의 아가미 아랫살은 맛있을까, 하고 콜린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에드위나 누나가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 은의 언어를 필요로 한다면, 양보해도 좋다.
에드위나 누나는 항상 맛난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콜린은 엔젤라워드 누나를 위한 왕자 한 명(왕자를 한 명 데려온다면 왕자가 성과 마법사와 기사도 데리고 오지 않겠는가? 시종과 마차 또한- 제대로 된 왕자라면 말이다)과 에드위나 누나를 위한 은의 언어 한 마리도 함께 찾아오기로 결심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콜린 자신을 위한 하얀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이다.

“누나, 난 옆 마을에 가지 않는 게 좋겠어.”
“왜?”
“나중에 이야기할게.”

그리고 에드위나 누나를 두고, 콜린은 달렸다.
달리기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뒤에서 누나가 뭐라 소리치는 것이 어렴풋이 들렸지만, 그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데까지 계속 달렸다.

한참 달리고 나니 숲 속이었다. 방향을 생각지 않고 달려서였다.

‘고기는 바다에 있는데, 큰일이다.’

아니, 민물고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콜린은 사나이답게, 제일 먼저 자신을 위한 하얀 물고기부터 찾기로 결정했다. 하얀 물고기가 바다에서 나는지 강에서 나는지는 잘 모른다. 주변에, 하늘을 찌르듯 키 큰 나무가 위협적으로 여럿 서 있었다.

콜린은 은 붕대로 한 번 감은 참나무 뚜껑을 열어, 만드라고라의 즙을 한 방울 엄지손가락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나무에게 길을 물었다.

“하얀 물고기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해?”

가장 가까운 나무는, 가지를 살짝 흔들어 잎을 떨어뜨려 주었다.
콜린은 잎을 세 장 주웠다. 남은 잎들은 도로 주워 나뭇가지에 올려 놓아 주었다.
가장 가까운 나무가 소리를 냈다.

“앞으로 가, 앞으로, 앞으로, 계속 가.”
-하고 콜린은 이해했지만, 어쩌면 앞으로 가라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나무의 말은 어렵다.

콜린은 앞으로 계속 갔다. 나무는 끊임없이 있었고, 강도 시내도 보이지 않았다.
가다가 반반한 큰 바위가 있어, 콜린은 잠시 멈추었다. 몇 시간이고 걸었는지 모르겠다. 숲의 나무는 에드위나 누나의 두피 위 머리카락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햇빛이 비추이지 않았다.
콜린은 햇빛이 조금 들이치는 바위 위에 주저앉아, 나뭇잎을 한 장 먹었다. 배가 고팠다.

“꼬마야, 여기서 뭘 하고 있니?”
갑자기 할머니가 나타났을 때에도, 콜린은 놀라지 않았다. 뒤에서 아까서부터 인기척이 들렸었다. 놀라는 것은 아마추어나 하는 일이다, 하고 어머니가 말했더랬다. 천 번의 비를 맞아 비 무늬가 얼굴에 그어진 것 처럼, 주욱주욱 늘어진 긴 얼굴을 한 할머니다.

“전 꼬마가 아니에요. 열다섯 살인걸요.”
그리고 콜린은 덧붙였다. 노인은 공경해야 하는 존재이며 노인이 질문하면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니까.

“저는 하얀 물고기와 은의 언어와 왕자님 한 명을 찾고 있어요.”

할머니는 호오 호오 하고 감탄사를 올렸다.

“퍽 많은 것을 찾고 있는데. 왕자님은 왜? 결혼하려고?”

콜린은 생각했다. 엔젤라워드 누나에게는 빵집 형이 있지 않은가? 빵집 형과 결혼하면 매일매일 맛있는 빵을 가져다 줄 것이 아닌가? 엔젤라워드 누나는 왜 성과 왕자님과 마법사를 갖고 싶어하는 걸까? 아버지도 현명하고 강하지만 어머니와 결혼한 이후 (아무리 공주님이더라도) 새 아가씨를 들이지는 않았다. 어머니도 현명하고 강하지만 아버지와 결혼한 이후 (아무리 왕자님이더라도) 새 청년을 들이지는 않았다. 엔젤라워드 누나는 왕자님과 결혼하려는 걸까? 아니면 그냥 왕자님을 갖고 놀고 싶은 걸까?

사실, 엔젤라워드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콜린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콜린은 고민을 그만두었다.

“결혼할 수도 있구요.”
“하지만 너는 남자아이잖아?”
“음.”

콜린은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물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한, 공작같이 화려한 왕자가 좋아? 아니면 까만 눈에 까만 머리카락을 한 기사다운 왕자가 좋아?”

어떤 왕자를 좋아하는지 엔젤라워드 누나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하고 콜린은 생각했다. 하지만 노인은 소중한 존재고 노인의 질문에는 대답을 해야 한다. 콜린은 자신이 원하는 왕자 상을 이야기했다.

“가정적이고 빵을 잘 굽는 왕자가 좋아요.”

할머니는 피식피식 웃었다. 아 이런 재미있는 건 천 년만에 처음 봤어 하는 웃음이었다. 사실 그랬다.

할머니는 몇 천 년 전부터 재미난 것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숲에 매번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고 늘씬한 아가씨의 모습을 할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오오 아름다워요 오오 멋져요 하고 따라오는 것이 귀찮았다. 늑대로 살면서 사람을 잡아먹어보기도 하고, 어부가 되어 물고기를 썰어보기도 하고, 왕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왕족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거지가 되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기도 했고, 마법사가 되어 치즈를 떠올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다 귀찮아져서 숲 속에 숨어 있던 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너른 바다를 헤엄치며 꼬리를 흔들어야 할 테지만, 그것조차 번거로웠다.

그러다 이 소년을 발견한 것이다.

할머니는 소년이 원하는 것을 모든 것을 전부 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쉽게 해 준다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할머니는 물었다.

“내가 은의 언어를 준다면, 뭘 줄 거지?”
“음, 꼭 은의 언어일 필요는 없어요. 고대 어쩌고 수정구도 된대요.”
“아, 대마법사가 되려는 거냐?”

아아 재미없다, 하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대마법사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는 걷다 보면 발에 닿을 만큼 많다. 좋아, 이 녀석이 하고 싶어하는걸 해 주자, 그리고 나서 잡아먹어야지. 꿈이 싱싱한 남자아이의 고기는 쫄깃쫄깃해서 맛날 것이다. 마법사의 꿈이 흐르는 뇌수는 달콤하고 신선하겠지. 좋아 네 꿈을 이루어 주마 하고 할머니가 말하려던 차에, 콜린이 말을 이었다.

“음, 하지만 아예 필요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응?”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에드위나 누나는, 자기가 대마법사가 되야 의미가 있댔어요.”
“그렇지.”

당연한 일이다. 왕관을 가진다 해서 왕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마법사가 증표를 전당포에 맡긴다고 해서, 전당포 주인이 대마법사가 될 수 없듯이. 에드위나라는 애는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 박혔군, 하고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 살 때는, 누나가 나보고도 마법사를 하랬어요. 그래서 제일 큰 치즈 덩어리를 만들어서 하늘로 올릴 거라고. 내가 도와주면 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누나가 이제 나는 필요 없대요. 혼자서 해야 하는 거라고.”

마법사도 재미있어 보였는데, 누나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까 재미 없어졌다고 콜린은 중얼거렸다. 할머니는 콜린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에이,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할머니는 좀전에 당돌한 이 소년이 말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내가 왕자를 준다면, 뭘 줄 거지?”

콜린은 잠시 고민했다.

“가장 가까운 나무의 잎 한 장을 줄게요.”

할머니는 손을 내밀었다. 콜린은 가장 가까운 나무의 잎 한 장을 주었다. 물론 왕자 한 명을 주기에 충분한 댓가는 아니다. 가까운 왕국의 왕자 아무나 소환해오면 될 일이다. 소환하고 나서, 이 아이를 찢어발겨 상큼한 내장을 훑으면 된다. 왕자 한 명에 소년 한 명, 생명 하나에 생명 하나로  거래는 이루어질 것이다.

잎 한 장을 올려놓고 나서, 콜린은 고개를 저었다.

“잎은 그냥 드릴게요. 내가 데려오는 왕자는 누나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 아 하고 입을 벌렸다. 지금 막 왕자를 소환해오려던 참이었다.
마법력을 지글지글 모으려던 참이다.


“이상하죠. 옆마을 가는 길에 있는 빵집 형이 빵을 파는데, 누나가 가져오는 건 맛있는데 내가 가져오면 맛이 없어요. 그래서 빵 살 때는 항상 엔젤라워드 누나가 가야 해요.”

콜린은 호오 호오 하고 손을 둥글게 모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뜰 시간이 되었다. 바위 사이로 비치던 햇빛도 저문 지 오래다. 달빛이 파르스름히 나무 사이로 새어들어, 고깃비늘처럼 손위에서 반짝였다.

“…그 빵집 형이라는 사람은 나이가 몇 살인데?”
“모르겠어요. 엔젤라워드 누나랑 비슷할 거예요.”

할머니는 이름모를 소년을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여자아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어린 소년에게 씁쓸한 빵을 건네주는 빵집 청년을 생각했다. 빵 속에 쓰디쓴 뱀의밥 뿌리를 넣었든, 도마뱀의 비늘을 갈아 비볐든 할머니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몇 천 년 전에, 처음으로 마음을 설레게 했던 누군가를 생각해 보았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그 빵집 청년은 자기가 소년에게 이런 고민을 하게 했단 사실을 알까? 몹쓸 놈이야, 몹쓸 놈일세.

“나는 참 제대로 할 줄 아는 일도 없죠, 내가 가져온 빵은 쓰디쓰기만 해요.” 하고 콜린은 덧붙였다.

하지만 빵집 청년의 몹쓸 정체에 대해, 할머니는 소년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 일일이 알려주는 것은 부모님이나 하는 일이다. 직접 얻지 못한 지식은 의미가 없다.

아차, 잎을 받아버렸다. 이미 받은 잎은, 할머니의 손 위에서 할머니의 정기를 이기지 못하고 부스러졌다. 가지에서 떨어져나가 얼마 남지 않았던 잎의 여린 생명은 그대로 사라졌다. 작은 생명을 하나 받은 것이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소년이 원하는 것을, 작은 것이더라도 하나 이루어주어야 한다.

할머니는 크릉 하고 이를 갈았다.
둔한 소년은 편편한 바위 위에 앉아 달빛을 받으며 손가락을 세었다.

“칼을 잘 쓰는 영리한 왕자는 어때?”
할머니는 유혹하듯 말을 걸었다.

“왕의 자리를 물려받을 청년이지.”
왕이 세상을 뜰 때까지 살아있다면 말이지만. 할머니는 그 말은 소리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원래 왕자, 특히 왕위를 이어받을 왕자에게는 질투하는 암살자들이 따라붙는 법이다.

“잘 생겼나요?”
콜린은 물어보았다. 잘 생겼는지 어땠는지 할머니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할머니는 길고 긴 손톱이 두드러진 둘째 손가락으로, 둥글게 원을 그렸다. 원 안에 떠오른 것은, 머나먼 성 안이었다. 웅장한 성 앞에서, 백마를 탄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왕자가, 보석이 박힌 칼을 차고 어디론가 달리는 중이다. 앞쪽 나뭇등걸 뒷편에,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가 왕자에게 활을 겨누고 있다. 아, 이런. 마침 지금 그 순간인가, 하고 할머니는 혀를 찼다. 이 왕자는 참, 운도 없다.

“아! 엄마다!”
콜린은 감탄하며 소리를 냈다.

“우리 엄마에요!”
나뭇등걸과 풀숲더미에 숨은, 검은 인영을 용케 집어내 작은 손가락으로 꼭 집는다. 할머니가 그려낸 마법의 원은 곧 사라졌다. 인간의 손에 닿은 탓이다.

“이게 너희 엄마라고?”
“응! 엄마에요!”

콜린은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는 칼을 아주 잘 써요. 하지만 활도 잘 쓰죠. 진정한 암살자는 무기를 가리면 안 되고, 돌멩이라도 제대로 던질 줄 알아야 하고, 자기 몸 자체가 훌륭한 무기라고…에…그리고 또….”

콜린은 엄마가 한 훌륭하고 멋진 말을 그대로 들려주려고 머리를 짜내며 즐겁게 이야기였다. 그러다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칼을 잘 못 써요. 사과도 못 깎아요.”
풀이 죽은 아이에게 할머니는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저 왕자를 네 누나에게 데려다 준다면 어떨까?”
아이의 어머니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허나 콜린은 바로 대답했다.

“엔젤라워드 누나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왜?”
“엄마의 사냥감이잖아요.”

할머니가 생각했던 안 되는 이유 중에, 저것은 확실히 들지 않았다. 왕자가 금발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왕자가 곧 죽을 것 같다거나 하는 이유를 댈 줄 알았다. 성이 지나치게 작다거나, 백마가 어울리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곧 도살장에 끌려갈 송아지보담도, 콜린의 눈동자는 맑고 순수했다.

“사냥감은 인간이 아니니까 빨리 처리해야 한대요.”
“가족은 한 가족이니까 모두 도와야 한댔어요. 엄마의 사냥감을 살려두는 건 엄마를 돕는 게 아니에요.”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니?
할머니는 어쩐지, 이 아이의 부모와 누나들 – 이왕이면 빵집 청년까지 함께 데려다가, 나무에 널어넣고 빨랫방망이로 탈탈 털어주고 싶어졌다.
순진한 아이의 고기는, 질기기만 하고 맛이 없을지도 모른다.
괜히 이 좋은 밤에, 엉뚱한 아이를 잡고 시간만 낭비했다. 에잉. 조금 더 재미가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아이가 너무 순진하게 굴어서 재미가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미 잎을 한 장 받아버렸다.

“얘야, 네가 원하는 건 없니?”
“응?”
“할머니가 하나만 들어줄게. 이야기해봐.”

달빛이 부드럽게 소년 위에 부서져 내렸다. 그 순간을, 할머니는 자애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 소년은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기도 하다. 소원 하나쯤 들어줘서 나쁠 것은 없겠지. 강대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하얀 물고기는, 만 년이나 전에 마법의 언어가 모여 만들어진, 생명이자 생명이 아닌 존재. 변덕을 부리기도 하고, 인간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 마법의 증거는 약속을 지키는 데에 있으므로.

“하얀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이 먹고 싶어요.”

아아아! 아아아아! 그 말이 그물처럼 할머니를 옭아매었다. 백발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빛이 되어 무너져내렸다. 그물은 할머니를 조이고 조여, 물고기의 형태로 만들었다. 소년은 달을 멍 하니 바라보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글쎄, 아버지만 아가미 아랫살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나도 한 번 쯤 먹어도 좋잖아요? 이제 열다섯 살이라고요.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던 할머니가 말이 없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좀전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앉아 있던 바윗자리 위에, 자그마한 하얀 물고기가 퍼덕이고 있었다.

엇! 하고 콜린은 감탄했다.

“이야, 할머니 진짜 대단해요. 아까 우리 엄마도 보여 주시더니, 하얀 물고기를 정말로 구해다 주셨네요. 이 숲 한가운데서요.”

콜린은 큰누나가 주었던 삼베 주머니를 꺼내어, 하얀 물고기를 담았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인 하얀 물고기는, 비늘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이루어져 있어 미끄럽지 않았다.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삼베 주머니에 무사히 담은 하얀 물고기를 담고, 콜린은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비린내가 나지 않는 물고기라면 날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은 서로 도와야 하는 거고, 잡아온 사냥감은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콜린은 그렇게 배웠다.

물고기가 삼베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자, 놀랍게도 숲이 헤쳐지더니 또렷한 길이 나타났다. 콜린은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마지막 남은 가장 가까운 나무의 잎을 먹었다.

콜린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늦은 밤인데도, 잠들지 않고 있던 에드위나 누나가 창문을 열어주며 눈을 흘겼다.
“콜린! 걱정했잖아!”
“누나, 미안. 고대 수정구도, 언어도 가져오지 못했어.”
콜린은 진지하게, 사나이답게 말했다. 에드위나는 콜린을 꼬옥 안아주었다. 이건 조금 남자답지 못한 일이지만, 에드위나 누나는 가족이니까 괜찮다.

“걱정하지 마. 그렇지만 엄마가 뭘 데려왔는지 봐!”

콜린은 엄마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보기 전에 알았다. 허공 거울에서 보았던 낯익은 금발을 한 사람이, 품위있는 옷을 입고 엔젤라워드 누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엄마가 누나를 주려고 잡아온 게 틀림없다. 엄마는 분명히 성 한 채와, 시종과, 마법사와, 마차와, 말도 전부 가져왔을 것이다.

엔젤라워드 누나는 뺨을 붉히지도 않고, 당당하게 서서 왕자를 마주했다.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오해한 거라고요. 난 왕자는 필요 없어요.”

그렇다. 엔젤라워드 누나는 확실히 취향이 확고했다. 아까 저 왕자를 데려다달라고 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콜린은 에드위나 누나와 함께 쓰는 이층 침대의 아래층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얀 물고기의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은, 내일 어머니에게 손질해 달라고 하자. 오늘 밤은 늦디 늦었고, 소년은 잠들 시간이다. 어쩌면 어머니가, 가장 좋은 아가미 아랫살은 아버지에게 드려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 그렇게 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고, 사냥감은 다들 같이 나누는 것이란 점이다. 콜린은 이미 사냥감을 찾아와서, 가족의 일원이란 사실을 증명했다. 가장 부드러운 아가미 아랫살을 먹지 않으면 어떤가. 내일 엔젤라워드 누나가 빵집 형에게서 부드럽고 맛난 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벌어온 푸른 생선을 도막내 소금에 절여 줄 것이다. 콜린은 내일의 빵을 꿈꾸며, 삼베 주머니를 꼬옥 쥐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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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스 09.09.22 08:42 댓글 수정 삭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콜린이나 누나나, 아버지나 어머니까지 다들 너무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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