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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인터폴, 사제, 마피아

2009.08.28 14:5308.28

인터폴, 사제, 마피아


핵폭탄 테러가 있었다.

세계적 규모로 통합된 마피아가, 합법적 세계 조직인 지구 연합을 위협하기 위해서 벌인 책동이었다. 중성자탄 두 발이 각각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시티 오브 런던에 떨어져 유태인 부자들 몇몇과 여러 세계적 금융계 거두들을 죽였다.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도 방사능과 중성자 피폭에 의해 벌겋게 부풀어 올라 죽어갔다. 중성자탄이어서, 타오르는 태양 같은 열화와, 지진에 비견되는 파괴력은 적었지만, 대량 살상 능력은 우수했다. 중성자탄의 위력으로 부서진 건물은 반경 800미터 안에만 있었으나, 생물은 반경 5000미터 안에 있으면 모조리 죽었다. 마피아는 모든 마약과 무기와 노예의 합법적인 거래를 원했고, 그 거래를 자신들이 통제하기를 바란다고 지구연합에 통보했다. 핵을 차지한 마피아는 - 핵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도 - 이전 어떤 범죄 조직보다도 강했다. 마피아는 지구 연합의 투명화 원칙 때문에, 세력이 쇠퇴 일로에 있는, 수많은 범죄 조직과 수많은 옛 국가들의 비밀 결사들과 수많은 테러 조직들을 총망라한 상태로서 우주로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아무리 지구 안에서 질서를 건설해도, 달 궤도 밖으로만 나가면 범죄자가 좋아할만한 ‘총을 든 무법자인 보안관’, ‘관료인 강도’ 상태가 되기 때문에 마피아는 우주 개발을 노렸고 이를 이루기 위한 부와 권세를 원했다. 마피아는 대항해시대와 서부개척시대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거들먹거렸다. 폭력과 약탈과 착취야말로 인류가 지금껏 역사를 끌어 왔던 근원적 정신이라면서, 마피아는 우주를 정복하기를 바랐다. 당연하지만 지구 연합도 우주 정복을 꿈꿨다.

당시 지구 연합은 도덕적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거대한 규모의 공개 연구들을 펼쳤다. 수많은 유인원들의 마음이 분석되고 해체되고 조립되어 검증된 뒤 착상됨으로서, 인공지능이 인류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연구였다. 사실 적잖은 유인원들이 호모 사피엔스 보다 도덕적이다. 그렇게 생긴 도덕적 인공지능을 모든 인류에게 붙여 놓아야만 - 생활의 편리성은 차치하고라도 - 인류가 우주에서 나갔을 때 지구가 악당에게 공격당할 가능성이라도 줄여서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도덕적이지 못 하다면 인류에게 도전해올 수도 있었고, 한 인간에게만 충성을 바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마피아가 이것에 반기를 들었다. 상술했다시피 마피아로서는 지금 지구 연합에게 제동을 걸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반동으로 지구 연합은 인터폴을 통해 마피아를 압박했다. 지구 연합은 전 인류에게 도덕적 인공지능을 강제하기로 계획을 짜두었기에 양 측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마피아의 테러에 격노한 지구 연합은 즉각 전체 회의를 열었다. 지구 연합 의회는 120억 인류가 모두 참여하는 직접 민주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정치가는 없지만 선동가들이 있었고 그들이 일제히 격렬하게 선동했다. 지구 연합은 잔혹한 보복을 요구했다. 직접민주주의는 실천되고 있었지만 완전 자치는 아직 좀 더 기술 발전을 해야 가능한 것으로 치부되었기에 막강한 세계 정부가 있었다. 세계 정부에선 지구 연합 의회의 뜻을 받들어 발 빠르게 보복이 결의되었다. 인터폴에 즉각적으로 매우 위험한 권력들이 부여되었다. 신원이 확실한 정통파 마피아 조직원에 대한 미란다 원칙의 고지 없는 사살이 가능해졌다. 정통파 마피아의 가족으로서 마피아라는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다면 범죄가 없어도 마피아로 간주되어 감옥에 갇혔다. 아니 정통파 마피아의 가족이라면 동떨어져서 지내도 누구에게나 체포, 구금이 언도 가능해졌다. 마피아에 대한 가족 살해 협박은 정부의 비밀 조직들에 의해 이루어지게끔 되었다. 인류 전체가 배심원단으로 참여하는 세계 사법부에선 인권을 중시하기에 정식 재판에 의한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었지만, 비밀리에 살인 면허를 받은 자들은 비밀리에 정의의 이름으로 정통파 마피아라고 확정된 자들을 살해하기도 하는 공포의 시대가 열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위험한 법령은 따로 있었다.

현재 지구 위의 모든 경찰 조직은 인터폴 아래 통합되어 있었다. 김인식은 마피아의 총본산인 이탈리아로 파견되었다. 투철하고 노련하며 집요한 강력계이고 극단주의자라는 점이 상부에서 적임자로 판단되어서였다. 김인식은 윤리적 세뇌를 찬성했다. 김인식은 동료들을 환기시키면서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비행기가 어떤 원리로 떠오르는지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 했다고 하지. 하지만 비행기를 만들어 날릴 수 있어. 인간은 자기 자신 밖에 남의 인격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사회생활을 다들 하고 있지.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문제없는 거 아냐? 윤리적 세뇌도 다를 바가 없이 똑 같아. 마음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 확실히 모르지만 윤리적 세뇌를 할 수 있다면 된 거지.”

그럼 동료들은 반박하곤 했다.

“윤리적 세뇌는 세뇌하려는 집단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줄 뿐 아니라, 다시는 돌이키기 힘들도록 인격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영혼의 자유까지 구속하는 너무나 위험한 수단이야.”

김인식은 그럴 때면 재반박했다.

“과거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 사형은 좀도둑에게도 남발되는 형벌이었지. 범위를 좁히고 통제를 잘 한다면 권력의 순기능을 고양시킬 수도 있는 거야. 권력이란 단어는 가치중립적이지. 폭력은 진리이고, 권력은 가치야. 오늘날엔 거의 사형이 언도되지 않잖아. 윤리적 세뇌 또한 잘 관리될 수 있어. 극단주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 미국의 매카시 상원의원이 1950년대에 수많은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숙청했는데, 나중에 발표된 바로는, 이들 중엔 실제로 소련 간첩이 적지 않았기에 매카시가 옳았다는 게 오히려 증명되었지. 또한 마녀사냥을 흔히 무고한 사람만 잡았다고 비난하는데, 당시라고 해서 살인마나, 심심풀이로 마을 우물에 독약 타는 인간들이 없었을 거 같나? 그런 작자들을 잡는데 일정 부분 마녀 사냥이 이바지했을 거야.”

“김인식, 그런 식이면 궁예가 자신의 망상인 관심법으로 내몰아 잡은 사람들 중에 반란 계획하던 작자도 있었을 테니까 궁예는 미륵존불이네.”

“이미 과학은 해마 속의 기억을 읽을 수 있게 된지 오래야. 설령 관심법이 실제였더라도, 지금의 과학이 더 앞서는 상황이야. 기억의 조작 가능성 때문에 심문의 중요성은 가라앉고, 감시 장치를 통한 물증 수집과 정신병리학적 궤적이 보다 중요하게 증거로서 처리되지. 하물며 오늘날은 매카시 시대 보다 월등히 과학이 발전되었으니, 악용의 가능성은 단지 인간성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인데, 인터폴 모두는 검증을 끝낸 사람들이 아닌가.”

윤리적 세뇌라는 극단주의가 인터폴 같은 큰 조직에게 자유로이 허용될 정도로 과격한 세상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마피아가 뇌의 구조를 변경시키는 강제 세뇌를 통해 조직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 있었고 이에 대한 피치 못 할 대응책이 윤리적 세뇌였다. 지구 연합 시민의 대부분은 세뇌는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보았으나, 세뇌엔 세뇌로 대항할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했다. 지구 연합의 법률에서도, 마피아식으로 악덕을 늘리는 세뇌에 대한 해결책으로만, 윤리적 세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즉 세뇌는 그 밖의 경우에는 불법이었다.

김인식이 로마의 한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을 때 상관이 보낸 남자가 찾아왔다. 제법 건장한 체격인 남자는 야고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천주교 사제로 한국인이었다. 같은 고장 사람끼리 왜 진짜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느냐고 김인식은 따졌지만, 야고보는 끝내 야고보라고만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김인식은 야고보와 같이 사제라는 이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광신적이었으면 무려 천주교 신부 같이 동거는커녕 결혼조차 못 하는 삶을 향해 갈 수 있었을까 싶었던 것이다.

김인식도 야고보도 자신의 뇌를 비롯한 여러 조직들을 기계와 합일시킨 포스트 휴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점은 마피아도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김인식과 야고보는 합법적인 지구 연합 네트워크에 자신들의 감각 기관과 연결시킨 감시 장치를 통해 그에 관련된 자신들 인생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나노 단위로 - 마피아에 등록되지 않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 저장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종교를 부정하고 인간의 의지만을 믿는 김인식에게 야고보는 이렇게 말했다.

“양심을 흔히들 ‘인류와 우주에 대한 애정과 의무감’이라고들 하지요. 유물론이 옳다면 양심에서 신앙이 나왔을 것이고, 유신론이 옳다면 신앙에서 양심이 나왔을 것입니다. 예수에 대한 신앙이 설령 미트라나 크리슈나의 그것을 베낀 신화라 할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파멸을 원했던 태양신 미트라와, 카스트 제도를 정의로서 긍정한 크리슈나와는 격이 다릅니다. 예수께서 외치셨던 세상이 온다면 그건 틀림없이 아름다운 세상일 것입니다. 예수께선 부활하고 승천하신 뒤 마지막 계명으로 ‘서로 사랑하고 평화를 누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과 벤자민 프랭클린은 민주주의와 과학기술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려고 했습니다.”

“과학을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요? 과학자들이 과학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과학이 가장 믿음직스럽다고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전 아이작 뉴턴이 그랬듯, 과학이 우주의 진리를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세기는 제가 보기엔 과학적입니다. 창세하기 전에 하느님께서 혼돈 위를 휘돌고 있다 하였습니다. 이 혼돈은 빅뱅을 유발한 양자 요동이 있었던, 아무런 에너지도 없는 상태였을 것입니다. 창세하신 첫째 날에 빛이 있으라 했고, 빛은 하느님의 힘으로서 드러납니다. 빛이 지성을 지녔다면, 빛의 속도가 일정하고 물질 가운데선 가장 빠르기 때문에, 즉 빛의 입장에선 시간은 멈춰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빛은 한 순간에 모든 걸 아는 지성체일 것입니다. 전 빅뱅으로 생긴 우주 배경 복사가 창세기에 나오는 빛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빛은 온 우주 어디에나 있으니, 하느님의 감시자로서, 언제나 우리 곁에서 모든 곳에서 움직이고 임어하는 천사일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의 뜻은 온 우주에 충만하게 퍼져 있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구료. 그럼 해와 달과 별 보다 먼저 식물이 생겼다고 창세기에 나와 있는 건 어떻게 되는 거요?”

“아직 인류는 생물의 기본 요건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아직 지구의 역사는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구의 내핵은 철로 이루어져 있고 네모 꼴 즉 정육면체입니다. 이 내핵은 빅뱅 직후의 우주 극 초반에 철과 니켈이 군데군데 뭉쳤을 때 태어나, 그 표면에 둘레의 빛과 열과 성간 물질들과 더불어 반응하여 생긴 금속 생물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창세기에 표현된 식물일 것입니다. 이 내핵은 우주를 떠돌다 먼 뒷날에야 태양에 접수되어 태양계의 하나가 된 뒤 먼지가 켜켜이 쌓여 지구가 된 것이라고 전 보고 있습니다.”

“천주교의 공식 입장은 아니겠지요? 과학이 언제나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선다고는 하지만, 보나마나 창조가설일 당신네 천주교의 이론은 너무 비약이 넘치는군요.”

“제 나름의 생각일 뿐입니다.”

“내 귀엔 황당하게만 들렸어요.”

김인식도 야고보도 강화 수술을 통해 몸은 군사 장비인 것처럼 변형되고 격렬한 적응 훈련으로 단련되어 있었기에 서로를 존중했지만 신념은 그렇듯 달랐다. 하지만 곧 둘은 좋은 동료가 되었다. 둘 다 여러 취향 면에서 당시의 남자들이 흔히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좋아했던 점도 컸다.

처음으로 김인식과 야고보가 맡은 사건은 필립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로마 교황청을 급습한 일이었다. 시칠리아 섬에서 올라온 이 말수가 적은 남자는, 머리만 빼고는 사이보그였고, 옛 영화 이퀄리브리엄에 나오는 건가타(총기를 이용한 무예)를 실제로 사용했고, 기관총을 이용한 탁월한 사냥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마피아가 흔히 그렇듯이 지구 연합 시민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시민이었다. 지구 연합은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인간의 모든 감각 기관들은 감시 장치와 연결되어 있었고, 끄는 것은 불법이었다. 감시 장치에서 나온 모든 정보는 나노 단위로 분류되어 평생에 걸쳐 인간의 인지 능력을 벗어나는 부분까지도 저장되었다. 인공위성과 CCTV들도 수없이 많아져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때 지구 연합은 혼자만의 시선을 갖고 경우에만 사생활보호를 허용했는데, 그 결과 마피아는 조직을 기계로만 운반되고 면 대 면이 없는 형태의 점조직으로 운영해 이를 피해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마피아의 히키코모리 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미켈란젤로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필립은 바티칸에 있는 모든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훔쳐가려고 했다. 필립 혼자서 행하는 범죄였지만, 마피아가 필립을 훈련시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터였다. 따라서 이는 마피아 범죄로 분류되었다. 김인식과 야고보에게 그래서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바티칸에선 지하 도로에서 튀어 나온 거대한 트럭이 - 미켈란젤로의 비잔틴에 있는 작품들의 - 운반에 이용되려 하고 있었고 헬기들이 허공을 갈랐다. 김인식과 야고보가 도착했을 때 쇠 냄새와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필립은 교황청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교황청 경비원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필립은 꽤 성능 좋은 장비를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필립의 경우 유일하게 생체라는 머리조차 납과 시멘트가 섞인 투구에 둘러싸이고 뇌엔 인공지능 장치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흔히 그렇듯이,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 장치의 성능을 깎아 먹고 있을 터였다. 김인식은 뒤쪽으로 로켓 분사 하면서 동시에 코발트 기관총을 쐈다. 그것으로 김인식은 날아다니면서도 균형을 지켰다. 필립은 그것에 얻어맞아 뒤로 날아가면서 열화우라늄 탄을 어지럽게 쏘았다. 두 위험한 레일건의 연사에 폐허만 늘고 있었다.

멀찍이 있던 야고보가 미사일을 발사했다.

야고보가 발사한 것은 휴대용 ICBM이었다. ICBM은 복합적인 판단 기준으로 필립을 추적하고 공격했다. 필립은 그것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기계로 된 몸이 박살나 파편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잔해 속에서 김인식은 필립의 머리를 들어올려 투구를 강화 세라믹 장도리로 깨뜨렸다. 경련하는 얼굴이 거기 있었다. 희여 멀건 한 필립의 얼굴은 기계로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았다. 투구에도 달린 무기 장치들을 김인식은 가차 없이 걷어냈다. 김인식은 필립을 확실히 무장해제 시킨 뒤 자신이 언제나 휴대하고 다니는 생명 유지 장치를 꺼내서 필립을 살렸다. 야고보는 필립의 기억을 읽어보았다. 기억은 조작이 가능하기에 범죄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정신 감정엔 유효했다.

야고보가 말했다.

“필립은 21세기 초부터 유럽에 역수입되기 시작한 한국 개신교를 믿고 있습니다. 개신교는 온갖 찬송을 부르고 심지어 락 밴드까지 부르면서 떠들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마을 사랑방이자 이성 교제의 장으로 활용되었죠. 그러자 그런 개신교의 풍토를 신선하다고 느낀, 인문학적 소양이 깊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이 빠져들곤 했었지요. 따라서 그에 대한 교화를 해야 합니다.”

김인식이 투덜거렸다.

“이봐요, 형씨. 이 놈은 지독한 범죄자란 말이요. 감옥에서 나온 사흘 뒤면 똑 같은 범죄를 저지를 극악무도한 작자요. 즉시 행하는 윤리적 세뇌만이 답일 뿐이외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살해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었다면, 난 필립을 죽였을 거요.”

“난 천주교 신부입니다. 믿음을 기독교 전통에 따라 올바르게 해석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에 온 것입니다. 천주교만이 기독교의 전통을 계승했지요. 개신교나 성공회나 동방 정교회나 네스토리우스 교파나 영지주의(靈智主義, 그노시즘)나 신성론자(神性論者)나 여호와의 증인이나 통일교나 어디도 아닌 바로 천주교만이 예수님의 적통입니다.”

“그렇게 정통으로 따지자면, 동방 정교회가 베드로의 적통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지 모르겠군요. 하, 그런 얼굴 하지 마시요. 적통 따지는 당신들 사정은 잘 모르오. 마음대로 이단 심문을 하시오. 물론 그건 경찰서 지하실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필립은 경찰 버스를 통해 경찰서에 내렸다. 지구연합이 지배하는 이탈리아는 마피아가 지배하던 과거와는 달리 범죄가 드물었다. 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생명 유지 장치에 필립의 머리를 꼽았다. 필립은 아까와는 달리 제 정신이 돌아 왔다. 김인식은 일부러 정신이 몽롱해지는 생명 유지 장치를 필립에게 썼었다. 야고보가 자동 통번역기를 통해 말했다.

“난 천주교 신부요.”

“이단이군. 난 한국 개신교 장로회를 믿고 있어!”

설득해야 한다고 야고보는 생각했다. 야고보는 정신의학도 사이버네틱스를 통해 배운 바 있었고, 그가 보내진 것은 천주교 이외의 이단이나 이교들을 믿고 있는 마피아가 혹시 있으면 그들의 믿음을 깨뜨려 보다 쉬운 수사 및 윤리적 세뇌를 하기 위함이었다.

“죄는 씻을 수 있다고 봅니까?”

“물론이지. 뉘우치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날 용서해주실 거야.”

그렇게 말하는 필립의 얼굴은 평온했다. 죽어서 하느님의 나라에 반드시 갈 것이라고 믿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여호와는 YHWH라는 거룩한 글씨의 여러 음독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천주교는 2001년에 야훼라는 음독을 버렸죠. 제가 앞으로 하느님으로 말씀드리면 그것이 곧 모든 것을 관장하시는 주님을 뜻합니다.”

“예수께서는 원수를 용서할 때 7번씩 70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지. 내 원수들은 마땅히 나를 용서해야 해. 나는 천국에 갈 걸세. 그것이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이야!”

“못 갑니다.”

“왜지? 여기 목사는 없나? 목사라면 탕아의 비유를 들면서 바로 날 풀어 주어야 한다고 하실 텐데 말이지. 날 풀어주면 십일조를 꼬박 꼬박 내면서 성실하게 살 거야. 여호와 하나님께 맹세코 반드시 그렇게 살겠어.”

“예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마태복음 7장 12절과 루가복음 6장 31절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그것에 따른다면 필립은 죽어야겠지요.”

“천만에. 신약엔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잘 난 신부 나리, 그리고 법원의 나부랭이들은 나에게 죽음을 선고할 것이므로 불지옥에 떨어지게 될 거야.”

“마태복음엔 이런 말도 있죠. 마태 8장 21절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또한 마태 9장 13절과 호세아 6장 6절엔 하느님의 말씀으로 ‘내가 바라는 것은 동물을 잡아 나에게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라고도 나옵니다. 예수께선 마태 46장 39절에서 가장 중요한 두 계명을 언급하시면서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레위기 19장 18절에 나오는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즉 하느님의 뜻은 사랑을 베푸는 일입니다. 천주교의 전통에 따르면, 모든 국가와 모든 민족과 모든 언어에서 그들이 각기 부르는 말대로의 최고의 신으로 하느님의 실존을 드러내야 합니다. 즉 어떤 곳에 살든 최고의 신의 뜻에 따라 사랑하면서 산다면 하느님의 나라에 갈 수가 있습니다. 필립이 그러합니까?”

“믿고 기도하며 십일조만 내면 된다고 목사님이 말씀하셨지. 그러면 자살을 제외한 모든 죄악은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일세. 이런 무익한 토론을 왜 신부라는 작자가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따름이야.”

“십일조는 레위기에 나온 것으로, 당시 유태인들의 세금 개념이었고, 불쌍한 이들을 위해 쓰려고 걷은 것이지 회당을 크게 지으라고 마련했던 것이 아닙니다. 레위기에 나온 율법을 지킨다면 왜 필립은 돼지고기를 먹습니까? 로마서 6장 15절엔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율법의 지배를 받지 않고 은총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해서 죄를 지어도 좋다는 말이겠습니까?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나오면서 그 뒤엔 죄를 더욱 지어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목사의 말만 믿고 계시는 게 아닙니까. 성경을 직접 읽어보시지 않은 듯 합니다.”

“그렇소만.”

필립은 크게 풀이 죽어 있다가 외쳤다.

“‘카이사르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라는 말씀도 있지 않나? 내 영혼은 하느님의 것이니 하느님께 돌려야 하는 것이네. 마피아에 대한 즉결 처형 따위를 할 수가 없는 거야!”

“마태 11장 5절, 이사야 61장 1절엔 ‘소경이 보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진다.’는 말씀이 있죠. 그것들이 이미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죽었더라도 뇌 손상만 일부 복구되면 누구나 살 수 있고, 성경 정도 가격의 책은 양장본 정도론 누구나 살 수가 있죠. 전자책이나 메모리 칩으로 보는 게 더 싸게 먹히는 형편이죠. 그것이 현대입니다. 베이컨과 프랭클린이 꿈꾸던 세상은 이미 왔습니다. 필립 그대가 사들여서 당신의 죄 많은 몸에 장착한 기계들 가운데 지구 연합의 구성원에 의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고로 필립의 포스트 휴먼 기계 몸은 카이사르 즉 현재의 권력 체제인 지구 연합의 것입니다. 로마서 13장 1절엔 ‘누구나 자신을 지배하는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권위는 하나도 없고 세상의 모든 권위는 다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오늘날 인류를 지배하는 최고의 권위인 지구 연합의 민주정치를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필립의 얼굴이 얼어붙는 걸 야고보는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필립이 말했다.

“하지만 예수께선 죄인을 용서하기 위해서 오지 않으셨나!”

“그렇지요.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필립의 영혼은 하느님께, 필립의 기계 몸은 카이사르 즉 지구연합에 맡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감옥 벽이 무너지면서 또 다른 마피아들이 난입했다. 마피아들은 단숨에 야고보 신부를 쏴죽이고 또 다른 포스트 휴먼 기계 몸에 필립을 이어 놓았다. 마피아들은 세 명이었고 투구를 한결같이 쓰고 있었다. 자신의 전뇌(電腦)를 검색해 실제인지 가상인지를 확인한 뒤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지각되자 필립은 크게 기뻐했다. 필립은 뛰쳐나가 도로를 누비면서 경찰을 빔으로 우롱하고 놀라 대피하는 시민들에게 기관총을 쏘아 마구 죽이면서 나아갔다. 어느새 자동차로 몸을 변화시킨 채 폭주하는 필립에게 다른 마피아가 달려들었다. 마피아의 얼굴은 야고보와 같았다. 필립이 깜짝 놀랐다. 다시 필립은 경찰서 아래의 유치장에서 생명 유지 장치에 연결된 자신의 머리를 자각했다. 야고보가 말했다.

“실망스럽군요. 당신의 뇌에 허용된 인지 범위를 뛰어넘는 가상현실 게임 장치를 이용하자, 마땅히 은총을 받고 죄 사함을 받은 존재여서 죄를 거부해야 할 당신 필립은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만 합니다. 이런 상태라면 죄 사함은 글러 먹은 일입니다. 그리고 전 목사가 아니라 신부입니다. 목사는 믿으면 그만이라고 말하지만, 신부는 언제나 착하게 살라고도 말해 왔습니다.”

“다 끝났나?”

김인식이 필립을 끌고 윤리적 세뇌 장치가 설치된 곳에 다다랐다. 야고보도 따라갔음을 물론이었다. MRI 검사기랑 비슷하게 생긴 이 윤리적 세뇌 장치에는 뇌 관련 학문들, 정신 심리 관련 학문들, 전자 관련 공학들에 쌓여진 인류의 지혜가 집중되어 있었다.

“이로서 필립은 지구 연합의 법률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는 게 판명 났군. 필립, 자네는 지금 자신을 출생부터 마피아인 자로 보는 모양인데 그건 착각이야. 필립 그대는 본디 베네치아에 살던 고등학생에 불과했네. 이공계를 꿈꾸던 멋진 청년이었지. 윤리적 세뇌를 통해 그 기억을 깨우면서 다시 마피아에 끌려가도 세뇌 당하지 않을 만한 튼튼한 방어기제를 만들어주겠네. 그러려면 필립 지금의 마피아인 자네는 죽어야 해. 해체되고 파괴되어야 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연의 영화 ‘토탈 리콜’을 혹시 봤다면 현재의 자네 상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될 거야. 마피아라는 인격은 죽고 이공계 고등학생이라는 인격이 부활하고 또한 인격의 안전장치를 달게 되는 거지. 윤리적 세뇌는 이 같이 일종의 다중 인격 증상을 치료하거나 격화시키는 장치로서 작동해서 지구 연합의 법에 복종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네. 행동 교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진 악인들에게만 윤리적 세뇌가 허가되지. 도덕적 인공지능이라는 더 큰 꿈을 향한 길이지.”

필립은 김인식과 야고보를 번갈아 보다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인식이 그런 필립을 다그쳤다.

“이 봐. 그러다가 생명 유지 장치에서 지금은 온 몸인 자네 대가리가 빠지면 어쩌려고 그리 발광을 하나!”

필립이 대꾸했다.

“정신이란 건 물질의 특수한 조합의 반영이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시간만 보내도, 세포는 늙고 죽어서 배설 기관에 보내지지. 기계로 따져도 끝없이 전자가 오가고 있어. 그런 마당에 현재를 살아가는 의식이 뭘 책임지고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미래의 나 자신? 미래의 나 자신과 나는 단지 같은 계통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물질은 이미 다 다른 존재가 아니었던가? 외부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제외할 수도 있겠지. 세뇌가 있음으로 해서 나는 미래의 나 자신에게조차 내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조차 약속되고 담보될 수가 없게 되는 거야. 누구나 세뇌를 통해 형사든, 사제든, 마피아든 뭐든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지켜야 할 도덕률이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오늘의 과학이 무얼 말하고 있나? 내 내면엔 하나님은 없고 진공뿐이야. 그래, 모두 다 미쳐버리자고! 다들 나가서 신나게 불을 지르고 총을 아무데나 갈겨 쏘는 거야. 모든 게 덧없는 꿈에 불과한 것을! 내 나름의 꿈이란 파괴이고, 살육이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연상되는 필립의 궤변 앞에 야고보는 마른 침을 삼켰다. 자신은 필립의 저 말에 대항하고 싶었기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하느님을 불렀지만 이번에도 하느님의 응답은 없었다. 야고보가 뭐라 대꾸를 못하자 김인식이 나서서 말했다.

“지켜야 하는 것은 오직 인류 모두의 안전이지. 난 인터폴로서 그 안전을 지키는 일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야. 누구나 미래의 그 자신에게 더 나아가 이 우주 자체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법이지. 그러니 그걸 묵묵히 따르는 게 인류가 내게 부여한 임무야. 그리고 인터폴인 내게 임무는 다른 모든 권력에 우선한다.”

야고보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필립, 남을 해치는 즐거움 말고도 즐거움은 있습니다. 공자는 배우고 익히니 즐겁고,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니 즐겁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 평범한 즐거움들로도 우리는 인생을 채울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즐겁게 사는 삶을 살아보도록 도와드리겠다는 것입니다.”

야고보는 김인식을 바라보았다.

“윤리적 세뇌 같은 위험한 기술은 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마녀 사냥을 연상시키는 광기와, 이에 기생해 폭주하는 권력이 거기에서 읽힙니다.”

“물론 이 같은 행위가 과학을 빙자한 미친 짓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겠소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사회적 의미로 보았을 때엔, 되 돌이킬 수 없는 사형이나, 평생 책임져 줘야 하는 감형 없는 종신형 보다 대가가 싸게 먹히오. 어찌되었건 인격의 많은 부분이 살아남게 되니까요. 보다 선량해지는 정도로는 정신의 많은 부분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현재의 정신 병리학 연구 결과는 말하더군요.”

김인식은 남은 머리로 버둥거리는 필립을 제압하고 윤리적 세뇌를 실행했다. 이 윤리적 세뇌에 직접적으론 김인식만이 참여했지만, 원격조종을 하는 사람만 수천에, 꼼꼼하게 지켜보는 사람은 천만 단위를 헤아렸다. 그만치 윤리적 세뇌는 대중이 지켜보아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로서 마피아는 사라지고 한창 공부에 매진하던 이공계 고등학생이 만들어졌다. 물론 양쪽의 기억은 뒤엉켜 있었으니 마피아 때의 삶을 반성하는 인격이 생긴 셈이었다.

이런 식으로 법을 확장하다보면 도덕적 인공지능을 모든 인간에게 붙이는 날도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다. 지구 연합 지배 계급이 마피아 지배 계급과 짜고 벌이는 모략일 수도 있으므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김인식과 야고보는 한순간 함께 떠올렸다. 하지만 그런 음모가 있다면 감히 대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두 사람을 짓눌렀다. 야고보는 금새 그런 생각을 떨쳤다. 오직 하느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할 뿐이었다. 하지만 김인식은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그런 대화도 나누었고 보다 돈독해진 사이와 더욱 굳건해진 시민사회의 의심을 얻었다. 시민사회에선 지배 계급이 여전히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즉 오히려 김인식과 야고보는 시민사회의 뜻을 옹호하는 이들로서 받아들여졌다.

                                [Fin]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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