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그 날 밤

2008.11.04 20:5011.04


밤을 지나 조금씩 새벽이 다가오고, 어둠만이 가득했던 새벽 밤하늘에도 조금씩 다른 색깔이 퍼져나갔다.
어디에서부터 퍼져오는 분홍빛. 어둠과 섞여 보라빛 하늘이 만들어지고,
그 하늘 밑에는 여전히 화려한 금빛 도시. 그 곳이 훤히 보이는 언덕.

그곳엔 한 어린 소녀가 있다.
흙먼지로 더럽혀진 옷, 부들부들 떠는 몸. 하지만 눈부신 오렌지 빛 머리칼..







Prelude.

A. K. A. Chaos iz..



두 번째, 그 날 밤









「이름 말해봐.」

소녀는 아무 대답이 없다.

「말해, 이름.」

소녀는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다.

「..이름.」

같은 질문이 세 번째이지만, 소녀는 질문이 원하는 대답은커녕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초점 없는 눈은 바닥에 떨어져있고, 오그라드는 작은 손가락만이 침대 시트를 말아 쥐고 있을 뿐이다.

「..야.」

목소리가 바뀌었다. 급격히 낮아진, 위협적인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도 덩달아 숨을 멎게 한다.
소녀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고, 자신을 죽일 듯이 째려보는 여자의 사나운 눈매와 마주친다.
섬찟한 기분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 다음 말은 그 소름들이 일순 터져버리는 느낌을 준다.

「오렌지머리, 대답 안 하면 대가리를 뽑아서 과일쥬스를 만들어버린다.」

여자는 자신의 옷깃을 잡고 아래로 길게 잡아당겨,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늘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여자의 가슴 부근에는 칼에 깊게 배인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소녀는 황급히 눈을 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은 쓸모없는 일이었다.
여자가 옷깃을 올리는 것은 보지 못했겠지만, 그녀의 시선은 눈을 감아도 눈꺼풀을 뚫고 소녀의 가슴을 찌른다.

여자가 네 번째로 묻는다. 그 목소리는 조금은 더 차분해졌지만, 아직도 한없이 건조하고 날카롭기만 하다.

「이름.」
「..리..스틸.」
「성까지.」
「리스틸, H.. 시얼리에큐어스.」

네 번째 질문에 여자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여자는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나이.」
「열네 살.」
「언제 들어왔어?」
「오늘요.」
「여기가 뭐하는 곳이지?」
「언니들, 나와서.. 아저씨들 부르고, 같이 들어가서..」
「지랄하네.」

어물거리는 소녀의 대답은 다 듣지도 않고,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

「'연애'하는 곳이지 무슨.」

안 그래도 말주변이 없던 소녀는 그녀의 대답에 아예 입을 다물어버린다.
마른 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침대 시트는 같은 곳에 계속 더 깊은 주름을 덧씌우고 있을 뿐이다.
소녀의 기억도 그 감정에 떨어져나가며 너덜너덜해진다. 사실 소녀는 이미 난도질당한지 오래다.

「너, 여기 왜 있는지는 알고 있어?」

여자가 묻는다. 물론 그녀가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소녀 또한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입으로 말하여,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기에.

「니 언니, 그래 리리스년.」

소녀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여자는 이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이름을 꺼낸다.
익숙한 이름 뒤에 붙은 익숙치 않은 표현. 그 이름을 여자는 감정을 도려낸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리리스년.. 아니 니 언니가 여기다 널 맡겼어.」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실로 진실하다. 열세 살짜리 어린 소녀의 입맛에 맞게 진실을 도려내어 만든 스테이크.
그래서 잔인하다. 적당히 먹기 좋은 스테이크의 아랫면을 들어낸다면 소녀는 잔인한 핏자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녀는 스테이크를 한 입에 맞게 잘라서 씹어 넘겨야 한다. 그 핏자국을 안에 머금은 스테이크와 함께.

「'연애'하는 법은 이미 배웠지?」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잊어버리지 않았다. 너무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면, 너무도 강렬한 기억은 소녀에게 낙인처럼 남았고 잊어버리지 '못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언니와 아저씨들이 가르쳐 줄 거야. 넌 어른들 말만 잘 들으면 돼.」

여자가 일어선다. 소녀의 시선은 방을 걸어 나가는 여자의 발길을 따라 움직인다.
그녀가 방문을 연다. 순간의 틈새 사이로 폭풍처럼 불어 닥치는 어둡고 붉은 빛깔과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

「됐어. 이제 나가자.」

문 밖에 몸을 반쯤 걸치고, 여자는 등 뒤를 향해 손짓한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여자는 고개를 뒤로 돌리고, 조각상처럼 굳어있는 침대 위의 소녀를 보게 되었다.
아무 대답도, 아무 움직임도, 아무 대답도 듣고 느낄 수 없을 소녀의 모습.

여자는 곁눈질로 소녀를 슬쩍 바라보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일 뿐.
차가운 방문 사이의 붉은 틈새가 사라지기 전에 그녀가 한 말은 소녀의 가슴에 깊게 박혔을 것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지만, 이제부터는 직접 일하지 않으면 밥을 못 먹게 될 거야.」

- 끼이익.. 찰칵.

문이 닫혔다.

- 스르르..

어둠 속에서 소리는 더 깊게 퍼진다.
그래서 소녀의 작은 손에서 몇 겹의 깊은 주름을 만들었던 침대시트가 풀어지는 소리도 더 크게 들렸을 것이다.
작은 손가락 안에서 짓이겨지고 구겨졌던 시트는 이내 풀어졌지만, 주름의 흔적은 침대 위 작은 산골을 만들었다.

그 산골 사이로 강이 흐른다.
뜨거운 빗방울 하나가 산꼭대기에 떨어지고, 산은 무너지며 산봉우리에 깊은 호수를 만들어놓는다.
빗방울은 흘러서 산을 뜨겁게 적시고, 무너지는 산줄기 속으로 구름보다 하얀 소녀의 얼굴이 쓰러진다.

이제는 산인지 강인지도 모를 깊은 수렁 속에서, 소녀의 울음소리만이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떻게 됐어?」

여자가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옆 벽면에 기대있던 한 사내가 황급히 다가와선 묻는다.
하지만 그녀는 먼저 시끄럽게 구는 사내의 입을 틀어막고, 품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었다.
그녀의 곁눈질에 남자는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독한 연기가 잎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온다.

여자는 먼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한숨처럼 그것들을 뱉어내었다. 허공에서 뱅뱅 돌다가 흩어지는 짙은 연기들.
그녀는 담뱃재를 털어버리고 중얼거린다. 하얀 한숨과 섞인 말에도 담뱃내는 지독히도 배어있다.

「조금 귀찮긴 해도, 역시 애는 애더라.」

코를 찌르는 담뱃내가 맛 들었던 걸까, 남자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허공을 채우는 연기는 더욱 불어난다.
그는 잠시 등 뒤의 닫힌 문을 쳐다보다가, 다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위로 자욱이 터지는 연기.

「지 언니만큼 잘 팔릴 것 같애?」

눈앞에 자욱이 쌓인 연기를 걷어내는 여자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
남자는 순간 자신이 한 실수를 알아채고, 사과를 구하려 하지만 날카로운 여자의 시선을 보니 그것도 쉽지 않다.
잠시 정적에 잠긴 둘 사이의 탁한 공기는, 담뱃불이 빠르게 타들어가는 소리만을 남기고 있다.

「그런 요망한 년을 다시 이 바닥에 데려오라고?」

여자의 대답은, 더욱 진해진 담뱃내로써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귀가 아닌 코로 확실하게 전하고 있다.
남자는 쩔쩔매며, 자신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는 중에도 담배는 계속 타들어간다.

「아니, 저.. 솔직히 말해서 리리스가 남자들한테는 인기가 많..」
「인기가 많고 자시고, 그딴 개 같은 년은 만들어달라고 해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그녀의 어두운 표정은, 이미 자신이 그 년을 상당히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귀찮은 소리를 하느냐고 묻는다.
남자의 담뱃재는 여자의 딱 부러지는 반박에 변명 아닌 변명도 하지 못한 시간만큼이나 길어져버려, 툭 끊어졌다.
떨어진 담뱃재를 대신 밟아 으깨버리는 여자의 구두. 짓이겨진 담뱃재에는 약간의 불씨도 함께 숨을 거두었다.
그녀는 마지막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인 후에, 한숨과 함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말한다.

「찔러 넣는 입장에선 그렇게 좋은 연애상대도 없겠지만, 같은 일 하는 사람으로써는 일 할 맛 더럽게 안 나게 만들었던 년이지. 어쨌든 저 애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언니 년을 닮는다면 앞으로 '연애'하기 좀 힘들어질 거야.」

그녀가 발을 떼자, 그 밑에는 타버린 재와 타지 않은 잎이 서로 섞여 바닥을 더럽히고 흔적이 남았다.
여자는 바닥에 구두 밑창을 몇 번 끌어 재를 털어낸 후, 남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어쨌든 잘 감시하고 있어. 웬 미친 새끼들이 제품 망가뜨리는 일 없게. 거기다 쟤는 첫 날에다 아직 어리니까. 」
「..잠깐만, 어디 가는데? 너도 지켜봐야 하는 거 아냐?」

당황한 남자는 여자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는 그녀의 모습은 붉은 거리를 따라 연기 속으로 자욱하게 사라졌다.
악문 이 사이로 새어나오는 연기가 차갑다. 남자는 한숨으로 담배연기를 뱉으며 중얼거린다.

「네일 저 년, 머리색이 달라도, 얼굴 보기 싫은 건 여전하단 말 이구만.」




어둡고 붉은 불빛들. 멀리서 본 적은 있어도 직접 이 아래에 서 본 적은 없었다.
소녀가 처음 이 곳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 어둡고 빨갛던 길 양 옆에는 유리로 된 수많은 가게가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 안에는 작게는 소녀와 같은 나이 뻘, 많게는 늘어가는 주름을 짙은 화장으로 감춘 어른까지..
또 담배를 피우고, 가게 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자 위에 앉아있는 등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모습들은, 모두 하나같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한 공통점이 있다.

한 남자가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소녀는 재빨리 몸을 숨기고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가게 안의 여자들은 순간, 거의 대부분이 밖으로 몸을 내거나 유리를 두드리며 그 남자를 불렀다.
마치 굶주린 수백 마리의 짐승 사이로 던져진 닭이 된 것 같았지만, 남자는 이상하게도 여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수많은 여자들 중 한 사람을 보고, 그 여자를 끌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여자가 가게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야.」

회상은 깨어지고, 눈 바로 앞에는 찢어진 눈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찢어진 눈이란, 좌우로 길게 찢어진 눈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른쪽 눈 옆에 길게 남은 상처 자국 때문이기도 하다.

「니가 리리스 동생 리스틸, 맞지?」

그는 소녀 앞에 얼굴을 드밀고, 이리저리 온 몸 구석구석을 노골적으로 훑어본다.
마치 개가 먹이의 냄새를 맡듯이, 코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이 확 불어와 소녀의 온 몸을 구석구석 훑고 있다.
소녀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이 남자가 어서 자신에게서 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뜨거운 숨결과 그의 지독한 냄새가 잠시 뒤로 물러나고, 남자는 씨익 웃으며 소녀에게 말을 건다.

「오빠 얼굴 기억하고 있을 거야. 내가 첫 인상이 좀 강하거든.」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며칠 전 그 날, '연애'를 배운 날.
나를 건드리고, 내게 칼을 건네주었고, 아마도 나를 방 안에 넣은 것도 이 째진 눈의 남자였을 테니까.

「이제 우린 한 식구야. 그러니까 날 친오빠라고 생각하고, 말만 잘 들으면 힘든 건 없을 거야. 알겠지?」

그 말은 며칠 전, 소녀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과 그리 다르지 않았으며, 그 때의 기억에도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분명 그 때는 가랑이 사이, 그리고 손끝에 배인 공포에 미친 듯이 떨던 온 몸이 억지로 대답을 꺼내야 했다.




뜨거운 눈물마저 흘려버리면 잃어버려, 다시는 가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얼굴을 찡그리는 감정조차 다시는 흉내 낼 수도 없을 것이란 생각, 그래서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온몸을 감싸 쥐고 며칠을 움직이지 않았다. 한 걸음에 온 몸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들은 그것을 '않은' 것이라 말하였지만, 소녀는 그것을 '못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들은 며칠 전, 오렌지 빛 머리칼을 가진 소녀에게 '연애'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연애'를 배운 소녀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어야 한다.

'연애'를 배운 기억의 시작은 아주 캄캄하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시작한다.
그곳엔 습하고 어두운 방 하나와, 손바닥 크기의 밤하늘을 비추어주던 철창 달린 창문과, 오렌지 빛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작고 예뻤을 팔목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팔찌가 아닌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 속으로 달빛이 비추었다.
수갑 속에 비친 은빛 달은 너무도 반짝반짝 빛나 예뻤지만, 그녀가 쓰다듬었던 달은 너무도 차갑고 딱딱했다.

문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고, 소녀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닷바람이 밀려오는 틈새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습기 찬 방 안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소녀는 반대편 벽에 바짝 붙어서 그 그림자를 지켜보았다. 벽 위의 창문은 그 누군가의 모습을 비추어주었다.
달빛이 비추어 준 남자의 얼굴은 분명, 도박장 주변에서 구걸을 하던 수많은 아저씨들 중 한 모습이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소녀를 발견했다. 도망치려 했지만, 도망칠 곳이 없는 방이 소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수갑에 비친 달빛은 그가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처음 보는 어른들의 물건을 꺼내는 것까지도 친절히 보여주었다.
소녀는 저항하려 했지만, 아저씨의 거친 손길이 소녀의 옷을 거칠게 찢고 다리를 벌려놓았다.

달빛은 소녀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힘으로 자신을 찍어 누르는 아저씨의 물건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찢고 들어오는 것을.
난폭한 허리가 소녀를 찍어 누르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가 벌건 피로 물들어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저씨의 신음과 함께, 아저씨는 뱃속에 끈적끈적하고 이상한 액체를 쏟아 부었다는 사실을.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귓가에는 문이 괴성을 지르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댓 사람들의 발소리가 작은 방 안을 크게 울렸으며, 비명과 함께 고깃덩이를 마구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 미친 새끼. 안에다 쌌어..」

가랑이 사이로 무언가가 느껴졌다. 누군가가 소녀의 그 곳을 마음대로 벌려보고, 건드리고 있었다.
거부하려고, 손을 뻗어 그 곳을 가리고 싶었지만 온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귓가에 들린 아저씨의 신음소리는 소녀의 귓가에 대고 흘렸던 것과 많이 달라져 있었고, 낮선 목소리가 들렸다.

「씨발놈아, 처녀만 먹으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종자는 왜 또 남기고 지랄이야?」
「죄소하미다! 죄소함미다.. 앙으니가 저도 모느게..」

신음과 함께 뱉어내는 부정확한 발음은 마치 입에 무언가를 쑤셔 넣은 언청이의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다시 몇 차례의 폭력적인 소음이 방을 가득 채우고, 그 가운데 누군가가 소녀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 년, 장사 해먹기도 전에 죽었나.」

소녀는 눈을 떴고, 제일 먼저 눈 옆에서 귀 끝까지 길게 찢어진 상처자국과 마주하였다.
소녀는 너무 놀라서 바로 몸을 뒤로 빼었고, 옷 한 자락 찢겨진 등에 직접 닿는 차가운 벽을 느꼈다.

「깨어났냐. 아가?」

그녀의 그 곳을 마음대로 건드리던 그 목소리가, 째진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째진 눈의 남자는 한번 실없이 웃고는, 턱짓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행으로 보이는 건장한 사람들이 아저씨를 끌고 왔다. 달빛이 비춘 아저씨는 온 몸에 상처와 핏자국이 가득했다.

남자는 아저씨의 머리를 건드리면서, 이 아저씨는 도박과 술에 인생을 망친 인간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주제에, 소녀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말했다. 째진 눈은 남자의 다리 사이 튀어나온 물건을 가리켰다.
소녀의 가랑이 사이를 찢고 뱃속을 쿡쿡 찌르던 아저씨의 그 것은, 달빛에 보이던 것에 비해 한없이 작아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쓰레기 같은 것은 얼른 도려내 버려야 한단다. 세상이 존나 더러워지지 않게 말이야.」

째진 눈의 남자가 소녀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소녀는 주워서 달빛에 비추어보았다.
어린 시절, 쓰레기통에서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을 무수히 베어보았던, 날카로운 면도날이 달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몹쓸 짓을 한 더러운 주머니가 여기 달려 있지? 이 쓰레기는 여기다가 쓸모없는 것만 넣어 다닌단다. 도려내버려.」

그의 마지막 말에, 아저씨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뭔가를 외쳤지만, 입에 물린 옷가지 때문에 잘 들리지 못했다.
째진 눈이 시끄럽다며 아저씨의 뒤통수를 발로 세게 차버렸고, 힘없이 숙여진 그의 고개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소녀의 작은 발이 천천히, 아저씨의 앞으로 다가갔다.
소녀는 허리를 굽히고, 달빛에 비친 아저씨의 그 곳에 면도칼을 가져다 대었다.
손가락을 베었을 때의 감촉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이물감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물린 옷가지 사이로 비명이 흘러나왔고, 아저씨는 오줌과 똥을 쌌다. 냄새가 엄청나게 지독했다.

면도칼에 비친 은빛 달은 아저씨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째진 눈의 남자는 기뻐하며 피가 묻은 살주머니를 소녀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마도 그것은 지금쯤 코모도의 바닷가 깊숙한 곳에서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가씨.」

지금 그 아저씨가 내 눈 앞에 있다.

평소에도 아저씨는 야위어보였지만, 끔찍한 며칠의 시간은 그를 더욱 허약하게 만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그 끔찍한 상처가 남은 목소리.

「이 미친 새끼, 여기는 뭐 하러 왔어?」

그가 말을 걸기도 전에, 곁에 있던 사내가 황급히 달려와선 그를 끌고 나간다.
째진 눈의 주먹이 아저씨의 복부를 쳐 올리고, 주위의 언니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저마다 수군거린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저씨가 계속 맞아 쓰러지면서도 그의 다리를 붙잡는 모습을 보며 소녀는 생각한다.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문을 닫아버린 소녀의 마음에는 그의 책임도 있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의 책임은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다.
아마 이들은 그에게 처녀성을 딴다면 돈을 주거나 하는 식으로 그를 유혹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용서 할 수 있을까, 머리는 알고 있어도 가슴은 여전히 아프기만 한 그런 진실들.

「저.. 한마디.. 아가씨.. 딱 한마디..」

피떡이 된 아저씨가 갑자기, 째진 눈의 다리에 엉겨 붙어서는 큰 소리로 외친다.

「한마디고 자시고, 불알도 없는 고자새끼가 뭐 하러 왔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째진 눈의 계속되는 폭력에도, 아저씨는 터진 입술로 계속 미안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 순간, 소녀의 마음속에서 무너지는 무언가가 있다.

「아가씨, 정말.. 정말로.. 미안해..」
「..씨발, 일단 이거 좀 놔! 불알도 없는 새끼가 더럽게 엉겨 붙네..」

다급해진 째진 눈의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러운 싸움이 구경거리라도 된 듯, 자신을 쳐다보는 수많은 여인들.
그는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싫어하였다. 어찌 되었든, 이놈을 빨리 이곳에서 쫓아내 버려야 한다.

「야, 야 이 개새끼야, 빨리 안 떨어져? 찌른다!」
「미안해.. 미안해요.. 정말로..」
「아우, 미치겠네.. 미안한 거 아니까 빨리 떨어지라고!」

그는 발에 엉겨 붙은 이 종자도 없는 더러운 것이 더럽게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어찌되었든 여기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장사에 방해가 된다. 찌르고 자시고 일단 이 놈을 밖으로 내 몰아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째진 눈은 그의 허리를 잡았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어두운 골목 쪽으로 길을 옮겼다.

엉겨 붙은 둘은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지고, 재미난 구경거리를 놓친 여자들은 못내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더기를 덮어쓴 사내가 저 멀리서 걸어오자 그들의 호객행위는 한층 바빠진다.




오렌지 빛 머리칼의 소녀는 배운 대로, 먼저 온 몸 구석구석 샤워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지명한 남자는 구석에 누더기 옷을 벗어놓고,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답이 없는 인사는 어색하기만 하다. 소녀는 쭈뼛쭈뼛 서 있다가, 남자의 손짓에야 그 옆에 앉을 수 있었다.
남자는 소녀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처음인가? 못 보던 얼굴이라서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고, 그래서 그의 심상치 않은 행동이 더욱 맘에 걸렸다.
소녀를 지명한 남자는 아까부터 계속, 그리고 지금은 더욱 더 의심스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명랑하게 대답을 했어야 하나? 처음이라고 말해서인가? 그냥 너무 어려서일지도 몰라..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는 소녀의 수많은 생각들은, 남자의 한 질문으로 순간 모두 녹듯이 사라진다.

「아가씨, 혹시 리리스라는 애를 아나?」

낮선 이에게서 낯익은 이름을 듣는 것. 그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지금 소녀에겐 너무도 그립지만, 그만큼 원망스러운 이름. 앞으로 그녀의 삶에서 이 이름을 몇 번이나 듣게 될까.
하지만 언니가 말없이 사라지고 소녀가 삶을 배운 날부터, 소녀의 마음은 죽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소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원하지 않는 대답을 내놓는다.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되어서 잘..」
「머리 색깔은 확실히 다른데, 이상하게 닮은 것 같군. 얼굴이나, 행동이나..」

아니, 반쯤 내놓은 대답은 그의 목소리에 녹아 사라진다.
오렌지 빛 소녀가 모르는 낯익은 이름의 다른 모습, 왠지 이 남자가 그 것을 말해줄 것만 같았다.

「그녀도 그랬거든. 다른 애들과는 달랐어. 아가씨는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지만.」
「그 언니가 어땠는데요?」

질문을 하면서도, 속내가 들키지 않을까 마음을 삭혀야 했다. 다행히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숫처녀 같은 여인이었지. 순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었어.」
「정말 대단한 언니였겠네요. 근데 그런 거 다 꾸민 거 아닐까요?」
「아가씨가 그녀와 대화를 한번 해 봤으면 좋았으련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꾸며서 나오는 게 아니야.」
「그러면 어떤 건데요?」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아름다움이 있었지. 그건 만들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천성에 배인 거야. 그 것 때문에 여기 여자들은 좀 질투 났던 것 같지만.. 아, 미안하군. 여기도 질투가 날 것 같은데.」

가슴에 흉터가 난 여자의 기억에 의하면, 언니의 이름은 리리스'년'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음.. 그러면, 솔직히 말할까. 그녀는 숫처녀 같은 여인이었어. 그 말은 말이지. 그녀와의 관계에는 다른 관계에선 찾을 수 없었던 순결함이 배어있었고, 그 순결함은 그녀를 품은 남자들조차 순결하게 만들어버리곤 했지.」

회상을 떠올리며, 남자는 마치 아름다운 여신을 찬양하는 신도처럼 외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소녀도 약간의 질투가 날 뻔 했다. 그만큼 남자가 말하는 그녀의 낯익은 이름은 '완벽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그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었어. 그런 '완벽한 여인'이 이런 곳에서 몸을 팔아야 했으니.」
「우리들에겐 다행일지도 몰라요. 그런 '완벽한 여인'이 사라졌으니.」
「..이런, 결국 질투하게 되었군.」

정말로 질투하게 된 것일까. 소녀는 마음속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왜 사라진 거죠. 아저씨 말대로라면 여기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거 아니에요.」
「글쎄, 자세한 사정은 본인만이 아는 거지. 어떻게 본다면 이 생활이 지겨워진 것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너무 이기적이에요.」

순간 남자가 고개를 돌려 묻는다.

「왜지?」
「여기 여자들은 무슨 죄에요. 그 언니 때문에 속만 썩이고. 결국 그녀만 공주가 되어서 도망친 거잖아요.」
「..처음이라고 했지만, 말 하는 걸 보니 꽤 오래전부터 그녀를 알고 지낸 것 같군.」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얼굴에는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행히 남자는 아무런 것도 모르는 것 같다. 그의 질문이 계속 된다.

「아가씨는.. 아, 미안하군. 개인사나 들으러 온 건 아닌데 말이야.」
「아니에요. 무슨 질문이에요?」
「..그러면 말하지, 아가씨는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된 건가?」

어느 정도, 아니 생각해보면 뻔 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소녀의 마음속을 헤집어놓는 질문은 없다.
다시 한 번 기억을 저울질하며 자신의 위치를 되물은 그녀, 고민의 무게는 혓바닥의 무게만큼 무겁다.
하지만, 첫 번째는 자신의 마음을 모두 털어 내버리고 싶은 솔직한 마음. 소녀가 입을 열어 대답한다.

「전 언니랑 둘이서 살았어요. 언니가 이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언니가 저를 여기에 맡겨두고 사라졌죠.」
「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언니는 매번 저를 재워두고는 밤늦게 나갔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돌아왔거든요. 어렸던 저는 매번 자는 척 했지만, 어느 날 몰래 언니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이곳과 언니의 직업을 알아버린 거죠.」
「언니도 아가씨가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걸 알았나?」
「네. 하지만 별 꾸중은 하지 않았어요.」
「뭐라고 하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일은 못하게 했죠. 어릴 때는 이 주변에도 못 오게 했어요.」
「마치 어머니같군.」
「언니는 저와 여섯 살 터울이에요. 하지만 부모님이 원래부터 없었고, 대신 언니가 어린 시절부터 저를 키웠어요. 밥도 먹여주고, 옷도 사주고, 조금은 부족했지만 언니 덕분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죠.」
「사라진 언니가 원망스럽지 않나?」

소녀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섞어놓는다.
남자가 말했던 '완벽한 여인'의 이기심. 그리고 소녀의 '언니'에게 보내는 원망의 마음.
그녀는 왜 떠났던 것일까. 나를 정말 버렸던 것일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하지만 생각을 비우자, 결론은 너무도 쉽게 나온다.
소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고는 작은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지금은, 언니가 잘 선택했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남자는 잠시 멍하니 표정 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 헛웃음을 얼굴에 남기며 이야기한다.

「왠지, 아가씨를 안기가 미안해지는군.」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신 것만도 고마워요.」
「아가씨는 그녀만큼 아름다운 매력은 없지만,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드는 군.」

소녀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에 드셨다니, 저로서는 기쁘네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소녀도 그를 따라 일어났다.
남자가 윗옷을 벗었고, 소녀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녀가 부끄러움에 천천히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이윽고 알몸의 소녀가 어둠 속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가리니, 그는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마주보도록 앉혀놓았다.
서로를 가슴으로 느끼는 두 남녀가 어둠 속에서 껴안으니, 소녀의 가슴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날 원망하지 말게.」

그는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끈질긴 새끼, 겨우 떼어놨네.」

어두운 골목 저편에서, 째진 눈의 사내가 투덜거리며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
그 고자가 더럽게 달라붙은 까닭에, 아끼던 셔츠는 더러워졌고 구경거리가 되어버렸고 덕분에 기분마저 잡쳤지.
그러고는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단 말이다. 이거 원 고자새끼가 엿 먹이는 것도 아니고.

영 뭐 같은 기분을 가실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저 멀리서 오렌지 빛 머리의 소녀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리서 오는 째진 눈의 사내를 발견하고는, 먼저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째진 눈은 먼저 다가오는 소녀의 모습에 약간 당황하는 기색도 있었지만, 어쨌든 반갑게 인사를 맞아주었다.

「오빠.」
「어, 그래.. 별 일 없었지?」

사내를 대하는 소녀의 모습이 여간 살갑지 않다.
그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녀의 표정에는 조금 전 있었을 거부감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네, 언니들한테 재미있는 거 많이 배웠어요. 근데..」

소녀는 사내의 셔츠자락을 붙잡는다. 사내는 더러워진 셔츠가 조금 신경 쓰였지만, 소녀의 질문을 친절히 받아준다.

「응, 뭔데?」
「재미있는 거, 근데 설명만 많이 들어서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주세요.」

소녀의 손길이 셔츠를 잡아당기는 것이 심상치 않다. 그녀의 눈길이 방 안을 향해있고, 사내도 그 말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아이가 갑자기 왜 이렇게 살갑게 구는 걸까, 마음을 바꾼 것일까.
의뭉스러울 법도 하지만, 사내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잡친 기분을 풀어줄 무언가가 필요했으니까.

「오빠만 믿어. 내가 확실하게 가르쳐줄테니까.」




그 때 여자는 카지노에 있었다. 특별히 잘 하는 게임은 없었지만, 시간을 때우기엔 나쁘지 않은 곳이다.
오늘 그녀의 운은 꽤 좋은 편이다. 카드게임은 딜러가 20% 정도를 떼어갔지만, 슬롯머신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게임에서는 딜러에게 야금야금 먹히다가, 막판에 적자를 만회하고 수익까지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엄연히 취미로 한다고 하겠지만, 돈이 늘어난다는 데 한두 판 취미로 하고 나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국 그녀가 게임을 끝내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 오래였다.

밤은 깊어가지만 카지노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 코모도의 밤은 말 그대로 화려함의 극치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수천발의 불꽃들, 수십 수백으로 들어선 커다란 황금건물들의 장관.
돈은 많고 할 짓은 없는 부자들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코모도는 최상의 시설로 그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 것은 당연히 여자의 일과도 관련 있으며, 그래서 카지노 내에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꽤 있다.

여자는 슬슬 밤도 늦었고 하니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카지노를 나서려는 순간, 블랙잭 쪽에서 보이는 낮선, 그래서 이상한 모습.
딜러에게 카드를 받고 칩을 밀어 넣는 자 중 한 명의 모습은 영락없이 밖에서 구걸을 했을 도박중독자.

이 카지노에는 특별히 출입제한 같은 것이 없다.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 되지만 그것은 다른 말로 돈 있는 자만이 마음대로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다.
도박에 미친 중독자들이 가끔 여기 와서 알거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부자들에게 구걸을 하며 생을 산다.
그러나 천성이 어디 가지는 않기 때문에 구걸하는 돈을 족족 카지노에 헌납하곤 한다.

어디까지나 구걸로 얻을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으며, 한다고 해도 슬롯머신을 돌릴 정도의 작은 돈이다.
하지만 그녀가 보고 있는 블랙잭의 자리는 적어도 저런 놈들이 끼어 들만큼 낮은 판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이야기는 더욱 깔끔해진다.
게임에 참여한 그는 분명히 며칠 전 '교육'을 위해 쓰고 버렸던 그 놈.

딜러가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그는 많은 양의 칩을 걸어놓고, 딜러가 주는 카드를 받았다.
패를 보는 그의 표정이 썩 나쁘지 않다. 포커페이스라는 게 있지만 그가 그걸 알아서 알거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콜.」

그는 자신 있게 콜을 외치며 칩을 밀어 넣었다. 딜러는 카드 한 장을 더 주었다.
카드를 자꾸 확인하면서 콜을 할까 그냥 까놓을까를 계속 고민하는 그 옆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어느 목소리.

「그 돈을 누가 준 건지 당장 말하지 않으면 네 밋밋한 그 곳에다 구멍을 뚫어놓고 장사를 할 생각이야.」

순간 카드 속 인물들만큼이나 하얗게 변하는 그의 얼굴. 딜러가 묻는다.

「콜 하시겠습니까?」

카드를 덮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행동은 묘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끊어져 있다.
그 표정은 그가 코모도에 처음 와서 돈을 날렸을 때의 허탈하고 허무한 표정과도 조금은 닮아있다.

딜러는 패를 뒤집었다.
그의 패는 20이었고, 딜러의 패는 블랙잭이었다.




그녀가 들은 대답이 정확하다면, 누더기를 덮어쓴 회색 머리칼의 남자는 분명 이 곳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불알 없는 녀석을 시켜, 난장판을 만들고 째진 눈을 밖으로 유인하라고 시켰다.
오그라들 불알도 없는 놈이 순순히 불어낸 이야기는, 하지만 그 누더기 남자의 신원을 전혀 묘사할 수 없었다.
그는 회색 머리칼의 남자라고 말했을 뿐이다.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고, 기억할 수도 없을 평범한 얼굴이라 했다.

여자가 오자, 벽에 기대어 눈을 잠시 붙이고 있었던 째진 눈은 일어서서 그녀를 맞이한다.

「어떻게 됐어? 그 애는?」

남자는 대답 대신 벽 뒤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분명히 벽 뒤쪽에서는 미약한 신음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았다.
여자는 일단 안심할 수는 있었지만, 카지노에서 만난 그 남자도 아닌 놈의 대답이 영 마음에 걸린다.

「혹시 내가 없을 때 그 알 없는 중독자 이쪽으로 오지 않았어?」
「맞아. 하지만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길래 그냥 쫓아버리는 정도였지.」
「누더기를 덮어 쓴 회색 머리칼의 남자는?」

그 순간에도, 누더기의 목적은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어진다.
적대조직의 공격인가? 그렇다면 이 째진 눈의 사내는 지금쯤 피가 흐르는 배를 틀어잡고 있을 것이다.
돈 많고 할 짓 없는 자의 단순한 장난인가? 하지만 그들은 이 거지들을 경멸할 뿐만 아니라, 그런 쪽엔 취미가 없다.

그리고 째진 눈의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실없는 웃음을 대답으로 흘린다.

「뭐야 그 놈은, 새로 나타난 놈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애는 여기 안에 있는 거 맞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자기 말로는 졸음을 깨우기 위해서 잠시 한 바퀴 돌고 오겠단다.

그가 사라진 후 여자는 생각을 다시 정리한다.
그녀는 카지노에 있었고, 째진 눈의 사내는 난봉꾼을 밖으로 내쫓느라 잠시 사라진 틈.
그 틈을 노려 들어온 것이라면, 일단 이 둘에 관련된 일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사라진 붉은 거리에는 아랫도리에 욕망이 쌓인 손님들과 그런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자들 뿐이었을 텐데.

이건 마치, 장사하는 사람 중 누군가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준비 된 듯 한 이야기.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 여인이 떠오른다. 리리스년. 사라졌어도 이 거리에 요망한 바람을 불어넣은 건가.
하지만 누가 도망쳤든 그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환락의 도시에서 밤의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밤의 꽃장사에서, 여자들은 모두 발랄하고 아름다운, 하지만 가시는 없는 순종적인 '장미'가 되어야 한다.

 '리리스년은 홀로 고귀한 다른 꽃을 흉내 내었지. 그래서 요망한 것이겠지만.'

그리고 순간, 여자의 머릿속에서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장미'로의 교육이 되지 못한 어린 소녀. 그 요망한 년의 동생.

그녀는 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미약한 신음소리는 남자의 것일 뿐, 그녀가 원하던 소리는 없다.
그녀는 문을 크게 열어젖혔다. 순간 어둠이 서린 앞, 코를 확 뒤덮는 핏내와 바닥에 배어드는 끈적한 핏자국.

「..으.. 으..」

벽에 몸을 기댄 사내는 분명 째진 눈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눈에 검은 눈동자는 보이지가 않는다.
바닥을 적시는 핏자국이 그의 가랑이 사이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그의 아랫배와 다리 전체가 피범벅이 되어있다.
눈앞의 믿을 수 없는 모습에 사색이 된 여자는, 남자의 남자 같지 않은 목소리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그 년.. 튀었어..」

여자는 방을 둘러보았다. 관계를 끝낸 남자들이 사용하는 비밀통로의 출구가 열려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그 통로를 따라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남자의 비명소리가 점점 아득해지고 있다.




새벽의 밤공기는 차갑다. 어두운 달빛이 어둠 속을 떠다니고, 찬바람이 소녀의 숨을 얼어붙게 한다.
하지만 그 새벽의 어느 곳에서도, 새벽 별은 찬란하게 빛나고 그 끝으로는 붉은 하늘이 펼쳐진다.
붉은 어둠은 차가운 밤공기를 만나 보랏빛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분홍빛별은 수줍어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밤의 도시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엘도라도.
어둠 속에서 가장 화려한 이 환락의 도시는, 제 시간을 맞아 어둠 속에서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늘을 수놓는 여러 색깔의 불꽃들, 하지만 그것은 새벽이 만들어낸 보랏빛 아우라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사그라진다.

소녀는 한기를 느끼며 언덕 위에 올라섰다.
언덕 끄트머리, 울타리 위에는 어떤 여인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선지는 모르겠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죽 하나가 어두운 하늘로 솟구친다.
이윽고 불꽃이 활짝. 어두운 하늘을 갈라 꽃을 피운다. 꽃잎은 어둠속에서 타오르고는 금세 사라져버린다.

꽃잎이 터지는 그 순간, 소녀는 놓치지 않았다.
아름다운 얼굴, 검은 갈색 빛의 긴 머리칼과 두 눈동자.
그 무엇보다 때를 타지 않을, 순결하게 피어난 새하얀 피부.

소녀가 다가갔고, 가녀린 손의 그림자가 소녀를 맞아주었다.
오렌지 빛 머리칼을 촉촉이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소녀의 머리가 작게 들썩인다.
소녀는 조심스러웠다. 새벽별이 자신의 눈물을 비출까봐, 이것이 거짓일까 봐, 눈을 뜨면 이 꿈이 사라질까봐.

「지금, 그리고 영원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고, 소녀는 말없이 그 실루엣에 기대었다.
자신을 따뜻하게 매만지는 그 손길이 너무도 그립고, 또 다정해서.

「난 너와 함께. 평온하고, 해는 없을 거야. 겪어보지 못한 것들.」

그 목소리는, 그 이야기는 어릴 적 소녀가 곧잘 듣곤 했던 자장가의 한 소절.
매번 그 목소리와 함께, 소녀는 모든 것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쉬울 거야.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심장의 고동소리처럼. 편안할거야.」

소녀를 어르는 그림자가 그렇게 달콤하고 포근한 적은 없었다.
너무도 그리워서, 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졌지만, 그것조차 금새 분홍빛 새벽 별속에 녹아버린다.

「눈을 감지 못하고, 혀가 간신히 이야기를 해. 하지만 너를 느낄 수 있단다.」

소녀의 작고 예쁜 눈꺼풀이 스르르 감긴다.
그 차가웠던 시간도 그녀를 따라 천천히, 그리고 포근히 몸을 눕힌다.

「느슨해진, 웃음. 바뀌는 것이 있을 테니.」

그 눈꺼풀 사이로 반짝이는 새벽 달빛이 흐르고, 흐르던 달빛은 곱게 올라간 입 꼬리에 맺혔다.

「시간은 끝나고, 해는 가버렸단다. 너무 늦었어, 영원이 올 거야.」

자장가가 끝이 났을 때, 소녀는 한 순수한 소녀가 되어 그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그림자는 소녀가 깨지 않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소녀의 손 안에 꼭 쥐어져있던 로켓을 집어 들었다.
포근한 손길이 소녀의 머리를 감싸며, 오렌지 빛 머리칼 속으로 소녀의 목을 감싸는 은빛 줄이 채워진다.
그림자는 소녀를 천천히 바닥에 눕히고, 저 언덕 아래서 다가오는 남자를 맞이하였다.

「잠들었군.」

째진 눈을 한 남자가 다가와서 말했고, 여인은 말없이 소녀가 도망칠 때 입고 나왔던 누더기 옷을 건네주었다.
남자는 그 누더기 망토를 쫙 펼쳤다. 잠시 그의 온 몸이 휘날리는 망토에 가려지고,
어깨에 멘 망토에 브로치를 꽃을 때에, 그의 모습은 원래의 회색 머리칼의 남자로 돌아와있었다.

남자는 잠자는 소녀를 안아 올렸다. 새근새근 숨을 쉬는 소리가 아주 편안하다.
달빛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말없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녀를 품은 두툼한 손을 잡았다.
남자가 말했다.

「조금 차갑군.」

여인은 말했다.

「고마워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녀를 품은 채 언덕을 돌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새벽 밤의 보랏빛 아우라는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하지만 왠지 모를 애잔함을 품고 빛났다.
분홍빛별도 수줍은 듯 금세 모습을 감추었다. 차가운 달빛과, 그 그림자만이 남았다.

황혼처럼 타오르던 세계가, 새벽별처럼 빛나면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어느 날 만난 남자도, 그 날 밤 소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여기 한 언덕에, 한 여인과, 한 남자가 있었다.
색과 빛이 섞이는 언덕, 그 곳에서 기다리는 여인, 그 곳을 찾은 남자.
남자는 소녀를 데리고 떠났고, 여인은 그림자 속에 몸을 녹였고, 언덕은 그 아래서 황금빛 도시를 지켜보고 있다.


코모도의 새벽이 차갑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 사이로 비집고 새어오는 낮선 고함이 있다.


「리리스!」

달빛에 녹아든 그림자는 차분히 고개를 돌렸으며, 그 곳엔 붉은 거리의 공기를 온 몸으로 이끈 여자가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와 함께 터져버릴 듯 한 감정도 모두 몰아쉬어 여자가 어둠 속의 그림자를 향해 외쳤다.

「리리스, 이 요망한 년! 혼자 사라진 것도 모자라서, 동생까지 빼 돌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림자의 모습에선 아무 대답도 느끼지 못한다.
숨을 몰아쉬어, 여자는 더 큰 고함을 욕지거리와 함께 쏟아낸다.

「네 년은 언제부터 그랬지? 순진한 여인인 척 하면서 남자들을 다 쓸어먹었고, 그러면서 혼자 외로운 척 비련의 여인처럼 행동하고, 이제는 거칠 것이 없는 망나니처럼 멋대로 돌아다니는구나! 니가 그 짓을 언제까지 할 줄 알어?!」

여자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차갑다.
얼음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날이 선 고함이 공기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사랑하는 척 하지 마, 개 같은 연극엔 신물이 난다! 누구나 다 비참해, 너만 그런 줄 알어?」

그림자는 아무 대답이 없다. 그 아무것도 없이, 그 곳에 서서 어둠 속에 자신을 끝없이 녹여낼 뿐이다.
약이 바짝 오른 여자는 그림자에게 다가갔다. 찬 공기와 어둠을 모두 헤집어놓는 그녀의 발걸음이 거칠다.
그 호흡마저 위험하다. 한 걸음에 모든 것이 부서질 듯 하다. 언덕 위 어둠은 그 흐름을 잃었다.

「걸레 같은 년! 대답이라도 해 보라고! '연애'하는 여자들이 어떤지는 네가 제일 잘 알거 아냐?!」

어둠 속에서 문득, 아주 가까이, 그녀의 머리채가 잡힐 것만 같다.
여자는 손을 뻗어, 그 어둠보다 검은 눈동자를 잡아채려고 했을 것이다.

그 때, 불안정한 어둠이 흩어졌고, 새벽별이 모습을 감추었을 것이다.
호흡은 거칠고, 여자의 손 끝에 느껴지는 것은 차가운 바람의 갈 곳 잃은 흐름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림자가 눈을 감았고, 새벽을 수놓았던 폭죽도 그 모습을 보았을까. 언덕은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하지만, 엘도라도는 보지 못한다.
황금빛에 눈이 멀어서, 어둠을 끌어들이기에 바빠서, 제 자신을 보기에 바빠서.
눈이 멀어 제 자신을 잡기에 바쁘고 잊어버리고 비참하기에 바빴을 것이고, 그래서.


아, 그 때.

아름답게 떨어진 무엇이 있었으랴.


「리리스! 리리스! 이 개 같은 년아!」

전해지는 외침에 대한 답은 없었다.

소리는 둔탁하고 잔인했으며, 섞이지 못한 어둠은 여자의 눈을 뒤덮어놓는다.
달빛이 그 뒤를 따라갔다. 새벽 별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여자가 뻗은 손에는 그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언덕 위에는 어둡고 짙은 어둠과 찬 공기, 그리고 목적을 잃은 외침만이 공허하게 주변을 뱅뱅 돌고 있었다.

어둠 위에 선명히 그어진 핏자국은, 감기지 못한 두 눈동자에는 광기처럼 남는다.


코모도의 새벽이 아름답다.

차가운 황금빛 어둠 사이로 비집고 새어오는 낮선 새벽의 아름다움이 있다.




Chaos 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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