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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오늘도 그 쓰레기는 여자를 불렀다.
10시쯤 되자 포주의 차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여자는 포주의 감시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한 달째 경호 업무를 맡은 준식이 본 바로는 두목 새끼의 취향은 무서울 정도로 일관성이 있었다. 체구가 아이 같으며 머리가 길고, 삐쩍 말랐으며 눈이 똥그란 여자. 그리고 나갈 때는 얼굴이 윤곽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멍이 들고 한 팔이 부러진 채로.
준식은 혐오감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꽂고 있던 리시버로 여자의 도착을 알렸다.
쓰레기의 오른팔인 태혁이 응답했다.

  "네가 여기까지 직접 모셔와."
  "네?"
  "새꺄, 귀가 멀었냐?"

물론 아니다. 하기 싫기에 되물은 것이다.
포주는 현관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러자 포주는 차 속이 더 좋다며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준식은 친구이자 동료인 규호와 함께 그녀를 가운데 놓고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쓰레기의 방까지 가는 길은 여덟 겹의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물론 문 앞에는 조직원들 서넛이 서성이면서 철통 같은 방비 태세를 자랑했고 말이다.
거기에 경호 회사에서 파견 나온 준식 같은 경호원들 50명까지.

  '쓰레기 같은 놈, 적이 많긴 많은 모양이구나.'

그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일곱 개의 강철 문을 모두 통과했다.
여덟 번째 문 앞에는 태혁이 있었다. 그는 그 큰 덩치로 문을 거의 가로막고 있었다. 몸집도 큰데다 피부까지 우둘투툴하고 입이 튀어나와서 별명인 두꺼비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그는 인신공양 행렬의 간소화 버전 같은 준식 패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는 여자 앞에 섰다. 몸수색의 시작이었다.
그는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꼼꼼이 살펴보았다. 금속탐지기로 훑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일반적인 일이었다.
태혁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벗어."
  "네?"
  "오늘따라 되묻는 것들이 많네. 벗으라면 벗지, 잔말이 많아. 너 프로 게이머잖냐. 한두 번 벗었어?"
  "그래두......"

여자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는 뒷걸음쳤다. 태혁은 한숨을 쉬더니 어린애 머리만 한 자신의 손을 들어 따귀를 갈겼다. 공중에 푸른 형광색 화살표로 팔이 움직이는 각도를 유도해 주어도 저것보단 부정확할 것 같았다. 수천 번, 수만 번 사람을 때린 자의 손은 운명처럼 날아갔다. 단 한 대. 아무런 사심이 섞이지 않은, 차갑고 기능적인 폭력이었다.
그러나 맞는 여자는 그렇지 못했다. 고개가 휙 젖혀진 채 바닥에 나뒹군 여자는 잠시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들을 빼고 바닥에 눕는 사람은 환자 아니면 패배자이다. 사회는 그렇게 가르친다.

  "자. 충분한 이유가 되었겠지?"

여자는 울면서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훌훌 벗어던졌다. 동료들은 양심의 가책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준식은 크나큰 충격에 사로잡혀 꼼짝도 못하고 전후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다.
여자가 옷을 벗자 태혁은 오리걸음을 하라고 주문했다. 준식은 경비학 개론 시간에 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교도소나 독재 국가에서 여자 수감자의 몸 수색을 할 경우 여성기에 물품을 숨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라는 이야기였다.
당하는 여자야 수치스럽겠지만 준식은 고무장갑을 끼고 여성기 안을 휘젓지 않
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놈들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다만 두목의 성기가 그 역할을 대신할 테니 안 하는 것뿐이다.
물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태혁은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등 뒤의 문에 노크했다.

  "형님, 끝났습니다."
  "음."

문이 열렸다. 어두운 방이었다. 어둠의 덩어리에서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준식은 이번으로 두목을 본 게 두 번째였다. 그때도 그랬지만 참 볼품없는 사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키는 150에 숱 적은 머리, 뻐드렁니에 어뢰를 맞은 항모처럼 왼쪽으로 많이 기운 어깨. 그가 다른 추물과 다른 것은 욕망과 증오로 번뜩이는, 대형고양잇과 같은 눈뿐.
그 눈이 준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준식은 자신이 그러한 혐오나 감상을 드러낸 것인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기우였다. 두목은 모든 이를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두목은 아무 말 없이 여자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녀는 손가락을 따라 불 꺼진 어두운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문이 날카로운 금속성을 내며 닫혔다.



1.
준식이 태혁의 호출을 다시 받은 것은 두 시간 뒤였다. 여자를 데리고 가라는 말이었다.

  "왜 또 나야?"

준식이 탄식하자 옆에 있던 규호가 뇌까린다. 꿈꾸는 듯한 막연한 말투였다.

  "설거지하라고 그러나 보지. 구멍동서 되자고."
  "......너 그 더러운 입 어떻게 할 수 없냐?"
  "나도 몰라. 난 태어나길 원래 더럽게 태어났어. 퇴근하고 한잔?"
  "더러운 입 가진 놈이랑은 싫다. 난 귀나 씻어야겠다."

준식은 쏘아부치고 등을 돌렸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오늘은 동동주를 잘하는 술집에 갈까, 아니면 칵테일이 좋은가 하고 고민하였다.
여자의 상태는 상상보다 심했다. 두목의 마음에 든 것일까? 얼굴과 팔은 기본이었고, 머리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다람쥐가 쏠은 것처럼 들쭉날쭉이었다.
여자는 비틀거리다가 주저앉았다. 동공이 풀려 있었다.
준식은 걸을 수 있겠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퍼진 그녀를 억지로 업었다. 작업복인 검은색 양복에 피와 소변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녀를 업은 채 문을 지나치는 동안 조직의 똘마니들은 물론이고, 그의 동료들 중 몇몇도 키득거렸다. 준식은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치고 친구인 규호마저 똑같이 군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규호는 그와 여자를 이해하는 축이었다. 그는 준식을 도와 여자를 입구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를 어쩌냐. 포주 새끼는 가 버렸다."
  "그새?"
  "말려도 가더라. 여자 집이 공덕동이래. 약도 받았어. 비용에서 택시 값을 제외하겠다더군."

준식은 핸드폰을 꺼내 영수증 끊어 주는 택시를 요구했다. 10분 뒤에 차가 도착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뒷좌석에 여자를 실으려고 하자 기사는 시트에 피가 묻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몇 분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50리터짜리 쓰레기 비닐을 사 와 깔아야 했다.

  "대장에겐 내가 잘 말할 테니까 걔 데려다 주고 돌아와. 치킨 먹자."

규호의 말에 준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차는 아무도 찾지 않는 오렌지 색 보석이 양옆으로 걸린 8차선 도로를 쏜살같이 달렸다. 보석은 밤과 다투면서 차체를 탐욕스레 물들였고, 그때마다 차 속의 준식과 여자는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피부색이었다.
여자는 끙끙거리면서도 잠든 상태였다. 그녀는 준식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무릎으로 전해지는 그녀의 무게는 무척이나 작고 가냘픈 것이었다. 준식은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저런 덩치로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만원 지하철에서는 항상 형편없이 밀리고, 밤에 낯선 곳을 걸으려면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그러한 갸날픔. 묵직하고 고단한 하루 일과를 견디지 못하고 속절없이 관통당할 나약함.
준식은 반사적으로 자기는 그보다 낫다고 자위하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돈에 팔려 재론의 여지가 없는 악질에게 봉사하면서 이런 여자를 괴롭히는 데 한몫 거들고 있지 않은가.
나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준식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얼굴 여기저기가 각이 지면서 오렌지 색이 더욱 기괴한 형태로, 더욱 오래 머물렀다. 그는 자신이, 이 세상이, 결국에는 자신을 고
용한 두목이 증오스러웠다.
차가 멈췄다. 그들은 산 위로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운 'ㅁ'자 형 집들 앞에서 내렸다. 마당이나 정원 같은 사치는 완벽히 포기한 채 최대한의 공간 활용을 목표로 한 형태였다. 전형적인 가난뱅이의 집이다.
그는 젖은 수건처럼 축 늘어진 그녀를 어렵사리 추스르며, 언덕과 계단을 밟으며 돌아다녔다. 대충 써 갈긴 약도로 생전 처음 가는 곳을 단박에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신음만 흘렸다.
핸드폰이 여러 번 울렸다. 아마도 규호의 전화일 것이다. 문득 근처 여관방에 눕히고 자신은 이만 몸을 빼자는 생각이 들었다. 구미가 당겼다. 그는 오늘 술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여자는 오늘 처음 본 낯선 여자일 뿐이며, 그 정도면 그는 의무를 다한 것이었다. 아니, 좀 더 따져 보면 오히려 여관비에 다시 돌아갈 차비까지 자신이 손해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떠한 의무감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이 달동네를 헤매고 또 헤맸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동쪽에서 희뿌연 빛이 꿈틀거릴 무렵이었다. 주위의 다른 것과 다를 바 없는 건물이었다. 주머니를 뒤져 찾아낸 열쇠로 문을 열었다. 바깥과 별 차이 없는 냉기가 준식을 맞이하였다.
여자 방이 남자 방보다 깨끗할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다섯 평 남짓한 그녀의 방은 온통 속옷과 귤 껍질, 바나나 껍질 등으로 난리였다. 준식은 발을 놀려 한 걸음마다 발 딛을 곳을 확보해야만 했다. 세 발걸음 후 미리 깔린 이불에 그녀를 눕혔다. 무엇을 엎질렀는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불이었다.
준식은 빨리 나가고 싶어 서둘렀다. 이곳의 궁상, 이곳의 공기, 이곳의 퀘퀘함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미신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그가 신발을 꿰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파...... 아파......"

덫에 치인 약한 짐승의 신음이 저럴까. 배고픔에, 남을 사냥할 수도 없는 약한 짐승이 더럽고 기괴한 인가로 내려왔다가 금속 이빨에 걸렸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저 쓰레기를 치워 버리듯 집에 데려다 준 남자가 하나.
고통을 호소하며 한번 열린 입은 닫힐 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아프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그러한 단순함이 더욱 두려웠다.



2.
준식은 도망치듯 그녀를 내버려 두고 나왔다. 문은 제대로 잠갔는지, 자신이 택시로 나왔는지 아님 버스 첫차로 나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허둥지둥이었다.
방 두 개의 지하층, 그와 규호의 보금자리에 도착하자 시간은 이미 아침이었다.
규호는 팬티 바람으로 곯아떨어진 상태. 바닥에는 오징어 쪼가리와 소주병이 굴러다닌다. 아마도 그를 기다리면서 한 잔, 두 잔하다가 결국 잠이 든 모양이다.
준식은 혀를 차면서 바로 옆 침대로 옮기는 건 포기하고 대충 치운 뒤 이불을 덮어 주었다. 푸른색 커튼을 끌어 창문을 가렸고, 조용히 문을 닫아 밀폐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방에서 오늘 하루를 곱씹기 시작했다.
한 여자를 만났고, 동정했고, 자신의 무력함을 새삼 확인하며 도주했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흔하디 흔한, 있을 법한 이야기임에도 이렇게 마음에 앙금으로 남는지 그는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선은, 착함은 상상력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종교계는 진작에 설파했으며 60년대 범죄심리학에서 새삼스레 각광을 받은 이론으로서,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파생하였다.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은 정신병질자로서 다른 사람을 실존하는 존재로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은 타인과 자신을 동일화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고로 그들은 그가 가한 폭력에 고통을 느끼리라는 것을 현상으로서 습득했을지언정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타인이 받을 고통을 상상한다면 쉽게 타인에게 나쁜 일을 할 수 없고, 고로 이는 선이라는 이론이다.
준식은 그럼 자신이 이러한 맥락에서 그녀의 고통을 이해해서인가 하고 반문하였다. 대답이 나오기까지 머뭇거림이 좀 있지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는 상상력도 없고 착하지도 않았다. 그 증거로 예전 여자들의 경우는 그냥 눈살만 찌푸리고 말았지 않는가.
그럼 기계적으로 나오는 결론은 단 하나. 여자에게 일정 이상의 마음을 품어서인 것이다.
준식은 어이가 없어 작게 키득거렸다. 하고많은 직업 중에 하필이면 몸 파는 여자란 말인가. 특별한 연애가 없어서 굶주린 탓일까? 아니면 이제 더 이상 혼자서 세상과 부대끼는 게 지겨워진 탓일까? 이유가 뭐든 간에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인할 마음은 없었다. 여러 가지 핑계를 그러모아도 별다른 논리가 서지 않았다. 진짜 그 여자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아까까지는 떠오르지 않았던 그녀의 주소와 집으로 가는 길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가 두목에게 당하기 전의 모습이 계속해서 눈에 아른거렸다. 가슴의 빈 공간이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곳에 그녀를 담아두고 싶다는 느낌......
갑자기 허기가 졌다. 준식은 일어나서 마루로 나가 냉장고 앞에 섰다. 안에서는 곰팡이 핀 김치, 말라붙은 머스타드 소스와 케찹, 콜라 반 병이 전형적인 독신 남자의 냉장고임을 증명하는 중이었다. 먹을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준식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문을 닫을 찰나 두어 발짝 떨어진 현관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배고프시죠?"

서른 살 정도의 정중한 남자 목소리였다. 문을 통해 들려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묵직하고 불길하게 다가왔다.
먹을 것을 배달시킨 적은 없다.
이 집을 아는 친구들은 모두 개인 열쇠를 가지고 있다.
준식은 듣는 즉시 냉장고를 걷어차 반탄력을 얻고 몸을 뒤로 날려 쌀이나 양파, 휴지 같은 잡다한 물건을 넣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름 옷 상자, 선풍기 등에 부딪혀 아찔해하면서도 겨드랑이 밑의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냈다. 특별히 집 앞까지 찾아올 만한 원한 관계를 만든 적은 없었다. 그러나 사랑과 원한은 단방향으로 성립할 때도 있다.
준식은 권총으로 문 너머의 현관을 조준하면서 '적'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샌드위치를 좀 사 왔는데 생각 있으신가 해서요."

준식은 미동도 않고, 압축 파쇄기가 철제인 현관문을 뜯어내거나 경찰들이 주로 쓰는 휴대용 램이 부딪히거나 산탄총의 산탄이 경첩을 갈기는 등의 상상을 하였다.  
아무 일 없었다. 그저 띄엄띄엄 들리는 조용한 노크 소리뿐이었다.
조심스레 일어서서 문 옆으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였다. 이어서 렌즈로 바깥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준식을 놀라게 만든 인물은 트렌치 코트에 파나마 모자를 쓴 채 수염으로 꺼칠한 턱을 매만지는 한 남자였다. 앞섶을 여미지 않아서 흰 셔츠 위에 걸린 구피 넥타이가 눈길을 끌었다. 강인한 턱과 어깨, 덩치와 키, 눈빛으로 미뤄보아 힘깨나 쓰게 생긴 친구였다.
그는 어안 렌즈로 준식이 자신을 본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유명 상표 샌드위치 포장지를 들고 익살스러운 태도로 가리켰다. 히죽 웃기까지 한다.
준식은 한숨을 쉬면서 문을 열었다. 사내가 말했다.

  "어이쿠, 이거 감사합니다."
  "대체 올 때마다 왜 그래. 열쇠 줬잖아. 목소리는 왜 바꿔."
  "미안하다. 하지만 놀리는 재미가 특출한데 어쩌냐."

이 친구의 이름은 구순형. 25년 지기이자 무한 흥신소라는 것을 차린, 말하자면 동료 격인 불알친구였다. 순형은 샌드위치를 그의 가슴깨에 민 후 아무렇게나 신발을 벗고 마루로 들어갔다.
준식이 투덜거렸다.

  "이거라도 안 사왔으면 쏴 버렸을 거야."
  "으하하, 무서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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