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녀는 계단 쪽으로 나아갔다. 계단이 열 개였던가, 열 한 개였던가? 발을 헛딛지 않게 조심하면서 계단을 내려간 그녀는 계단 밑 모퉁이 뒤에 몸을 숨기곤 로비를 둘러봤다. 천장에 설치된 채광창으로 달빛이 들어와 로비 안을 비추고 있었다. 불빛이 없는 곳에선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실감할 수 있다.

중앙 계단 오른쪽 엘리베이터의 표시등이 1층에서 멈춰 있었다. 그 옆에 안내데스크가 있었고 앞쪽엔 이곳이 고생물연구소 임을 알려주는 화석 조형물이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 정문 현관에, 유리가 깨져 있었다. 유리는 알알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진 채였고 벤치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다시 콩닥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 유리를 부수고, 쌓아둔 벤치를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귀를 기울여 보았다. 골프채를 움켜쥔 손에 땀이 베이는 것이 느껴졌고, 조용한 로비 안에 자신의 심장 소리가 쿵쾅거리며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다시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놀라 비명이 터져 나올 뻔했다.

행정사무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무언가를 뒤지는 소리였고 이어서 대화소리가 들렸다. 한명이 아니었다, 여럿인 게 분명했다. 폭도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현관 쪽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깨진 유리문을 통해 도망친다면 지금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이와 승목 씨는? 폭도들이 있는 곳에 두 사람을 놔두고 도망칠 순 없었다. 폭도들이 날뛰는 거리로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용기를 냈고, 골프채를 의지하며 행정반 사무실 쪽으로 나아갔다.

반쯤 열린 문으로 손전등 불빛들이 새나오고 있었고 사람들 소리도 뚜렷해졌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소곤대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두 명 아니면 세 명쯤? 그녀는 호흡을 가누며 스스로를 향해 되뇌었다.

저들은 지금 그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쪽에서 먼저 공격한다면 저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야만 해!

그때 그들이 문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문 옆에 붙어 서선 골프채를 치켜들었다. 용기를 낸 탓인지 심장이 뛰는 것이 멈춰 있었고, 문이 열리며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모습을 나타내자 그녀는 있는 힘껏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러나 남자가 무언가로 그녀의 골프채를 막았다. 사냥용 엽총이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다시 골프채를 휘둘렀지만 남자는 슬쩍 피하면서 엽총으로 그녀의 손목을 가격했고, 골프채가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도망쳐야 해!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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