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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망(皎望)
The Darkside of the Stars


3. 봉기 닷새째의 우주에서, 잠이 깬 나는 지휘관실에 혼자 앉아있었다. 아직 꿈의 잔재가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이번 꿈은 그 동안 여러 번 꿔온 꿈의 조금 다른 변주였던 것 같다. 늘 피에 굶주려있는 꿈……. 그러나 꿈은 꿈일 뿐이고, 현실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닷새 동안 말 그대로 잠을 한숨도 자지 않은 상태에서 적과 싸우고, 그들의 배를 불태우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이런 이상한 꿈을 꾸는 것도 당연하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데스크 위에 놓인, 얼음이 녹아 밋밋한 맛을 내는 위스키를 홀짝였다.

어제의 전투로 우주에서의 싸움은 끝났다. 적어도 유격군은 엘루드 주변 우주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싸움은 격렬했다. 유격군은 더 이상 게릴라전을 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엘루드 중력권 밖 세 개 소혹성에 분산되어있던 전함들이 집결했다. 적들도 전면전에 돌입했다. 그들로서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늘 생쥐처럼 도망만 다니던 놈들이 드디어 코앞에서 몸뚱이를 드러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아마 적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회전(會戰)이 되었을 것이다. 검붉게 도장되어 마치 피에 물든 것처럼 보이는, 상어떼 같은 나의 유격군은 거짓정보로 에기유 부근의 소혹성군(群)까지 적들을 유인한 뒤 괴멸시켰기 때문이다.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한편, 지상에서도 전투는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수상의 죽음은 정부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시민들은 물론, 정부 관리들마저 수상의 죽음을 계기로 더욱 광기에 빠져드는 에르네스토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혁명군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지상에 흩어진 일곱 개 근거지에서 출발한 군대 중 율이 지휘하는 네 개 부대가 살로노바에 집결해, 에르네스토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흥분한 시민들은 군대와 함께 행진했고, 수도 엘룬 근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생각보다 저항이 심하네.”

혁명군 최고사령관은 자못 피곤해보였다. 아난은 제복차림이었는데, 어깨와 가슴팍에는 정부군 준장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건장한 몸집은 여전했지만 눈가에는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율만으로는 힘들 것 같네. 자네가 내려와야겠어.”
“늘 자기 작전은 완벽하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습니까. 전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저 같은 아마추어가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비꼬지 말게. 우리 군의 희생이 너무 커. 엘룬까지 육박했던 지상군이 도리어 적에게 밀려 수도권 외곽까지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야. 우리 군에 동조해 같이 행군하던 애꿎은 시민들도 죽어나가네. 사람들을 같이 데리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율의 욕심이 지나쳤어.”
“알겠습니다. 나도 양민들이 죽어가는 걸 보며 기뻐할 정도로 미쳤거나 잔인하지는 않습니다. 단.”
“지상군 지휘권을 일임해 달라?”
“아니오. 율의 부대만 주십시오. 물론 전권을 위임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율을 다룰 수 없어요.”
“하지만 교섭권까지는 줄 수 없네. 선전장의 역할이라는 게 있지 않나.”
“허울뿐인 교섭권 따위, 마음대로 가지라고 하세요. 전 군대만 지휘할 수 있으면 됩니다.”
“허락하지. 아, 참. 그리고 자네 함대가 해야 할 일이 또 있네.”
“뭐죠?”
“그건 말이지…….”

검붉은 상어떼가 별의 바다를 헤치며 검은 물속에서 유독 빛나는 보석 주위를 맴돌았다. 상어들은 푸르게 빛나는 보석 위에 새끼를 깠다. 동그란 알들과 무수히 많은 조그만 상어떼가 보석의 껍질을 뚫으며 떨어졌다. 유격군의 강하가 시작되었다. 부관들에게 엘루드 주위를 경계할 것과 함께 새로운 임무를 덧붙인 채.

“이제 지휘권은 내가 갖겠네.”

지휘통제캠프에서 율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비쳤다. 그는 안경을 고쳐썼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말을 받았다.

“환영합니다. 새로운 지휘관. 그런데……. 앞으로 어떤 기발한 작전으로 이 난국을 타개하실 것인지요?”
“난 이론가는 아니라서 자네처럼 작전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재량은 없어. 게다가, 자기가 한 말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자는 되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율은 입술을 깨문 채 헤브론인 유전자의 마지막 발자국인 짙푸른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잠시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지휘권은 양도해도 교섭권은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율을 수행하는 부관의 날카로운 눈매가 마음에 걸렸다. 그 엘루드인 청년의 이름이 기억났다. 킨레이. 살로노바 출신으로 참극에서 살아남은 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참전했다고 한다. 나는 그가 엘루드의 전통격투술을 구사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한편, 자기 이야기에 심취한 율은 입가에 묘한 웃음마저 띄었다. 그래, 그래, 자네 마음대로 하게. 하지만 차마 “비록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이라고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그 전에 그들이 캠프를 나갔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필요 이상 율을 자극하는 것은 나에게 해로울 게 분명했다.

혁명군 제2군단장 자격으로 나는 아군의 네 개 여단을 지휘했다. 선전장 율은 정부군을 향해 끊임없이 선전공세를 펼쳤다. 공중에서 유인물을 살포하고, 전파에 간섭하여 입체방송을 퍼뜨렸다. 병사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자신의 손으로 그대 부모와 형제, 자식의 심장을 파헤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총부리를 돌려라! 해방자의 편에 서라! 살로노바를 기억하라! 그는 격렬한 연설로 적들을 비난하면서 변방에서 억압받는 빈민들의 일상과,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 에르네스토의 오만한 얼굴 따위를 틈틈이 내보내 정부군 병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율이라는 남자의 장기는 선전선동이었다. 아난으로서도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다고 하지만, 급진파의 우두머리인데다 선동가적 자질은 출중하나 전략적 안목은 눈꼽만큼도 없는 율에게 지상군 전력의 절반을 맡기기는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군사적 성과와 정치적 배려 사이에서의 고민은 엘룬에서의 퇴각으로 그 열매를 맺었다. 덕분에 나는 앞에는 단단히 무장한 정부군과, 뒤에는 혁명군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민들을 둔 채 싸워야만 했다.

나는 퇴각을 지시했고, 수도권에서 멀어진 아군은 각각 흩어져 주변의 주요 도시를 해방시켰다. 적어도 해방시키는 척 했다. 정부군은 이 도발에 순순히 응하려 들지 않았으나, 결국 엘룬 남부까지 군대를 모아 진격했다. 수도에서의 민심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어쨌든 싸워 이겨야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얼마만큼 초조감을 억누르느냐, 이번 싸움의 관건은 그것이었다. 우리는 짓밟히는 데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만큼 참는 것도 쉬웠다. 짓밟는 데에 익숙한 자들은 그렇지 못한 법이다. 엘루드 수도방위군 주력은 엘룬 남쪽의 좁은 계곡 오보얀에서 산산조각났다. 흩어진 부대 중 가장 병력이 약한 대대를 노린 그들은 부근의 숲과 마을에 매복한 게릴라들에 유도되었고, 어느 새 군단 규모로 규합한 아군에 패배했다.

다른 지역을 해방하고 있던 아군의 다른 부대들이 수도 근처로 모여들고 있을 때, 군 수뇌부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혁명군 최고사령관은 행성연합과의 협약을 끝냈으며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내용이었다. 행성연합이 혁명정부를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난과 행성연합 사이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든, 미래의 혁명정부에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웠다. 우리의 승리가 진정한 승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난이 서인, 그리고 어깨가 늠름한 경호원 다카하라와 함께 혁명군 야전캠프에 도착하기 전에 에르네스토 장군은 폭탄을 끌어안고 수도시민들과 동반자살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군 첩보에 의하면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광기는 역사에 전해지는 한갓 후일담이 되고 말았다. 에르네스토가 측근에 의해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곧이어 정부에서 혁명군에 항복하고 행성운영에 대한 권한을 개방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어쨌든 문을 활짝 열어줬으니 굳이 이쪽에서 먼저 부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순순히 들어가보자고.”

아난은 썩 내키지 않는다는 투였지만 말꼬리에는 은근한 기쁨이 배어있었다. 서인은 그런 그의 곁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내 눈과 그녀의 깊은 갈색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그녀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기쁨. 환호성. 플랭카드. 지도자 만세. 혁명군 만세. 혁명 만세! 수도로 진군한 우리들에게 수도시민들은 외쳤다. 그 함성 속에 간간이 옛 정부에 대한 분노와 성토가 터져나왔다. 관공서는 이미 수도에 잠복한 지하반군과 과격한 시민들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했다. 아난과 율은 장갑차 위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밝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나는 두 사람의 웃음을 보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 승리의 순간에도 왜 나는 유쾌하게 웃지 못하는가? 나는 진심으로 내 불안과 불만의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 이외에도 웃지 않는 자는 또 있었다. 킨레이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쳤을 때, 그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적의(敵意)는 투명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인지도 모른다.

에르네스토는 머리가 박살나 있었다. 우리는 수상과 에르네스토와 과두정부의 시신을 차례로 인계받았다. 수상관저 중앙의 발코니에 아난이 섰다. 관저 앞 광장은 시민들로 산과 바다를 이뤘다. 은색 별이 박힌 검은 베레모를 쓴 채로, 혁명군 최고사령관은 시민들 앞에 섰다. 수도에 진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성급하게 “아난 수상 만세!”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아난은 입을 열었다. 엘루드의 자랑스런 시민 여러분,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압제와 파괴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평화와 창조의 새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 우리 시민들의 손으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때입니다!

시민들은 역시 환성으로 화답했고, 연설을 듣던 율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 눈길을 무시한 채 주위의 참모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아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피부만큼 검은 그림자가 그의 등 뒤로 길게 자라나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활기찼고, 강하게 악센트를 줄 때마다 왼팔을 힘차게 뻗었다. 하지만 나는 그 때마다 그의 긴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주인의 건장한 모습과는 다르게, 그의 그림자는 어쩐지 피곤해 보였다.

내가 그의 방에 들어섰을 때, 그는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강한 자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설령 아무리 친한 사람과 함께 한다 해도 결코 취한 모습을 보이려 들지 않았다. 그건 그다운 처신이었고, 지도자다운 삶의 방식이었다. 그는 류쿠를 권했고, 글래스에 얼음을 채워 나에게 건네주었다. 산뜻한 에메랄드빛 액체가 잔속으로 흘렀다. 우리는 마주 앉았다. 류쿠만의 독특한 냄새-톡 쏘는 듯한 청량감과, 파티의 경쾌한 왈츠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는-를 코로 살짝 빨아들인 나는 천천히 맛을 보았다. 그는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술 먹는 모습이 그렇게도 신기해 보입니까?”
“하하. 아니, 아냐. 아닐세. 자네가 류쿠를 무척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도 그만, 하하.”
“이건 좋은 술을 맞이하는 에티켓입니다. 뭐, 처음에만 이렇죠. 나중에는 예절이고 체면이고 없습니다.”
“자네다운 말이야. 어때, 새 정부가. 마음에 드나?”
“아직까지는 신선합니다. 류쿠처럼……. 아직은 활기차고, 좋습니다.
“자네 같은 혁명가에게 평화는 방해물일 거야. 하지만 혁명은 끝나지 않았네. 이 정부는 아직 약해. 새 정부란 종종 주민들의 지지는 충분하지만, 외부의 위협에는 무척 취약하기 마련 아니겠나.”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지 알 것 같습니다.”

그는 피식 웃었다. 잠시 미간을 찌푸렸으나 곧 본래의 온화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는 입가에 부드러운 웃음을 띄었다.

“그래, 에둘러 말해봤자 소용없겠지. 자네가 국방장관을 맡아주었으면 하네. 이제 그만 떠돌고 행성 한 곳에 착실히 정착해 보는 건 어떨까. 나는 자네를 보면 항상 그 생각을 해왔네. 나 또한 영속혁명의 지지자이지만, 아직 엘루드 혁명은 자네를 필요로 해.”
“글쎄요. 제가 그렇게 필요한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여기엔 유능한 사람들도 많고요. 게다가 언젠가 말씀드렸겠지만 저는 평화로운 곳에는 별 매력을 못 느껴서 말이죠.”
“자네가 여기 머물기 시작한지 3년쯤 되었지…. 그 때도 자넨 똑같은 소릴 했어. 그래, 맞아. 그리고 혁명이 성공하면 떠나겠다고 했네. 오래 붙잡을 생각은 없어. 3년. 그 때까지만 있어주게. 국방을 확실히 하고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을 때까지. 그 때까지면 되네.”

나는 머리를 긁었다. 먼 옛날 지구의 일본이라는 작은 나라에서는 옹(恩)을 입은 로닌(浪人, 주인 없는 사무라이)은 죽을 때까지 그 옹을 갚아야만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지금 옹을 입고 있는 나는 그것에 매여있는 셈이었다. 나는 아난의 눈을 바라보았다. 율의 것보다 밝고, 깊숙한 내면에서부터 부풀어오르는 빛이 담겨있는 눈이었다. 그 빛은 야심과 비전의 빛이었다. 그 눈빛 위로 서인의 갈색 눈동자가 겹쳤다. 그리고 그녀의 자궁에 있을 자그마한 유전자를 떠올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좋습니다. 조금 더 머물러 있죠. 3년의 재계약, 맞습니까? 그리고 그 때가 지나면 전 바로 떠나겠습니다.”
“마치 스포츠 선수처럼 말하는군. 좋아. 그럼 이제 남은 과제에 관해 얘기해보지.”

우리는 국방정책과 몇 가지 예상되는 위협 그리고 행성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책에 대한 구상은 꽤 깔끔했다. 예상되는 위협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가 행성연합에 대해 운을 떴을 때, 그 역시 뭔가 내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거, 본 적 있나?”

그는 제복 수트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수트를 벗어난 오른손이 하얗고 단단한 것을 쥐고 있었다. 구형 리볼버. 그것은 무척 작았고, 과연 그런 물건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공들여 세공되어 있었다. 은으로 된 선이 총의 손잡이와 몸통을 유려하게 감싸고 있는 그것을 그는 이리저리 뒤집으며 바라보았다.

“뭡니까, 그건?”
“내 호신용 무기일세. 아마 자넨 처음 보았을 거야. 맞춘 지 얼마 안 되었거든. 장인(匠人)에게 디자인에 신경을 좀 써달라고 부탁해서 좀 오래 걸렸네.”
“서인도 갖고 있습니까?”
“그래. 내 것만 만들려고 했는데 그녀가 고집을 부려서 말이지.”
“그럴테죠. 만약 세상에 혼자 남아있게 된다면 무척 괴로울테니까요. 서인이라면 분명히 갖고 싶어했을 겁니다.”

아난은 침묵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는지 왼손으로 미간을 주물렀다. 가볍게 한숨을 토해낸 그가 입을 열었다.

“쟈오, 내가 죽게 되면 말일세. 부디 서인을 잘 지켜주게.”
“그런 말 마십쇼. 옛날 지구 속담에도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았습니까.”
“난 정치인이야.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어. 하지만 서인은 달라. 그녀에게까지 짐을 지울 생각은 없네.”
“그거 의외군요. 사령관이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 이미 이 정도 위치까지 올랐으면서 그녀만은 아무 영향도 없길 바란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나도 아네, 알지만. 그래, 어디까지나 내 이기심이고 욕심이지. 그래서 더욱더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설령 제가 말린다 해도 그녀는 듣지 않을 겁니다. 겉으로는 순해보여도 고집은 사하에 사는 외뿔기린만큼이나 세니까요. 사령관이라면 틀림없이 서인을 잘 지켜줄 겁니다. 난 그렇게 생각해요.”

그는 무거운 분위기를 깨려는 듯 기분좋게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지 않아 곧 사라졌다. 다만 눈가에는 아직 웃음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그래. 하지만 자네 고집이야말로 외뿔기린 같지 않나. 어쩌면 우리 모두 다 그런지도 모르지만……. 좋아. 어쨌든 그럼 남은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 행성연합은 분명 우리를 압박해 올 거야. 어려운 상대인 건 알고 있네. 처음부터 우린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였으니까 부채의식 같은 것도 없어. 인근의 에기유와 바그람으로 비밀메시지를 보냈네. 우리에겐 동맹이 필요해.”
“곧 놈들이 낌새를 알아챌텐데요. 메시지를 받고 난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호적이야. 그들도 행성연합을 두려워하고 있어. 그들 역시 사하를 기억하고 있더군. 두 행성정부 모두 어느 정도 개혁적이라 파트너로서도 나쁘지 않아.”
“그렇다고 철석같이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하긴 어차피 사방이 적이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만.”

나는 어깨를 과장되게 으쓱해 보였고, 그는 미처 짓지 못한 웃음을 마저 지으려는 듯 기분 좋게 웃었다. 우리는 류쿠를 계속 마셨다. 이야기를 마치고 방을 나선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 다시 류쿠를 마셨다. 아난은 아직 균형을 잃지 않았다. 나는 이 사실에 안도하며 아직 남아있는 내 불안과 싸우기 위해 마음껏 취했다. 불안을 마비시키기로는 술만한 것이 없었다.

오늘은 새로운 공화정부를 수립하는 날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혁명광장에 연단이 놓였고 온갖 상징과 화환으로 장식되었다. 혁명군 고위간부 대부분이 모여 있었으며, 호위군이 행사를 경비하기 위해 광장을 둘러싼 건물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광장은 이미 수많은 인파로 꽉 차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들떠있었다. 그 점에서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엘루드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엘루드 출신의 부유한 유학생이었던 아난이 자기 행성의 혁명가로 거듭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던가. 누구보다 감개무량할 이는 아난이었건만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고 안정되어 있었다. 타고난 기질을 오랫동안 갈고 닦은 결과일 것이다. 혁명군 사령관 제복 대신 회색 수트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는 천천히 연단에 올랐다. 시민들은 환호했고 그의 이름과 혁명정부를 연호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지극히 낡고 케케묵은 방식. 나는 지구사(史)에 기록되어 있는 몇 가지 국면들을 떠올렸다. 미국내전을 종결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게티스버그에서 연설한 것처럼 그 역시 말할 것이다.

“……신의 가호 아래 이 나라는 새로운 자유의 탄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난의 언어도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전 지구에 존재했던 작은 연방 지도자의 것의 변주였다. 유감스럽게도 간결함과 치밀함에서는 그 시대의 것을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나는 연단에 서서 연설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강인하고 담대했다. 연설에 몰입한 그의 모습은 강렬했다. 그가 왼팔을 격렬하게 들어올린 것으로 볼 때 그는 확실히 자신의 언어와 사람들의 반응에 몰두해 있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장대한 사나이의 모습이 보였다. 다카하라는 변함없는 단단함으로 지도자의 배후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반대편에는 날씬한 여인이 서 있어 다카하라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언제나 검은 사나이의 곁에서 그를 한없이 감싸안아줄 듯 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잠시 바라보았다. 서인은 조용히 웃었다. 말없는 웃음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중은 침묵했고, 연설은 계속되었다. 대중은 아난의 말에 사로잡혀 있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만든 침묵의 포로가 된 것만 같았다. 문득 나는 율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율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킨레이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그들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사위를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연단이 흐트러졌고, 그 뒤에 선 회색수트의 사나이가 쓰러졌다. 다카하라가 서둘러 아난의 곁으로 뛰어들었다. 그 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반란군 두목이 시민을 농락한 댓가다!”

검고 단단한 것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연단을 향해 날아갔다. 다카하라는 아난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서인을 향해 뛰어들었다. 나 또한 서인을 향해 뛰어갔다.

고막을 찢을 듯이 격렬한 폭발음이 들렸고, 단상 밑에 뛰어들어 파편을 피한 나는 다시 연단을 향해 뛰었다. 매캐한 연기가 사방에 진동했고, 고관들과 시민들이 비명을 질러 흩어져 이미 광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코와 목구멍을 태워버릴 것만 같이 따가운 연기 속에서 나는 어지럼증을 느꼈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단상을 기어가다시피 했다. 흐릿한 윤곽이 조금 뚜렷해졌다. 곁에 아난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장이 있을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지나쳐 포복 자세로 기어갔다. 사방이 파편투성이인 연단 위에서 나는 검고 커다란 물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파편투성이였고, 나는 그것의 어깨를 잡아 내 쪽으로 돌렸다. 다카하라였다. 뒤통수가 절반쯤 날아간 그의 잿빛 눈은 텅 비어있었다. 그는 온몸으로 여자를 감싸고 있었다. 서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다급해진 나는 서둘러 그녀의 맥을 짚었다. 미약하게나마 아직은 숨을 쉬고 있었다. 온몸에 검댕이 묻어 있었으며, 오른팔엔 커다란 파편이 여럿 박혀있었다. 나는 다카하라에게서 그녀를 떼어내 끌어안은 채 단상을 내려갔다. 그녀를 단상 밑에 내려놓는 사이, 광장 바깥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광장은 이제 미쳐버릴 듯한 소음으로 꽉 차 있었고 나는 이를 다물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사령관, 괜찮습니까?”

군인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2여단 예하의 대대장인 뷰캐넌이었다. 그는 몹시 다급한 얼굴이었고, 눈빛은 두려움에 차 있었다. 내가 뷰캐넌에게 서인을 맡아달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손에 쥔 권총으로 나를 쏘았다.

총탄이 내 뺨을 스쳤다. 순간 근육이 수축하는 소리를 들은 듯 했고 나는 그의 손목을 꺾었다. 바닥에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고 나는 주먹으로 그의 턱을 후려갈겼다. 바닥에 쓰러진 뷰캐넌은 몹시 괴로워했다. 나는 그의 배를 걷어차고 구두 뒷굽으로 부러진 손목을 찍어눌렀다. 그는 색색거리며 나오지 않는 비명을 애써 질렀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나는 상처가 뜨겁게 불타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몸을 숙였다. 나는 내 권총을 뷰캐넌의 머리에 겨냥했다.

“누구야, 누가 시킨 거야. 말해.”
“……정부군이오.”
“설마 죽은 시체가 시켰다고 하진 않겠지. 배후를 대. 안 그러면 죽여버리겠어.”

그는 끊임없이 기침을 했다. 입에서 피와 침이 섞여나왔다. 시간이 없었다. 서인도 이대로 방치해 둘 수 없었고, 여기는 너무 위험했다. 나는 다급해졌다.

“어서 말해!”

그가 내 다리를 걸었다. 쓰러진 내 몸 위에 올라탄 그는 총을 빼앗으려 들었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간 나머지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총소리는 허공으로 흩어졌고, 그의 손아귀에 손목이 짓눌린 나는 총을 놓쳐버렸다. 내 몸뚱이 위에 올라탄 그는 주먹으로 내 턱을 갈겼다. 눈에 빛이 번쩍였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가 내 목을 졸랐다. 나는 그의 손목을 움켜잡으며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뷰캐넌의 자세는 완벽했다. 온몸으로 내 몸을 짓누른 그는 더욱 세차게 나를 압박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에 승리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숨쉬기가 힘들었고 나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왼손으로 내 허리춤을 더듬었다. 간신히 단검을 뽑아 손에 쥐었다. 남은 힘을 끌어모았다. 왼팔이 허공을 스쳤고, 손에 불쾌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어두운 갈색눈은 서서히 승리의 빛을 잃었고 생명도 잃어갔다. 나는 놈의 목에 박힌 단검에 힘을 주었다. 내 몸은 그의 피로 물들었다. 그의 무거운 몸을 치운 나는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었다. 눈에 땀이 들어가 따가웠다. 나는 지쳐있었고 이대로 누워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서인을 안고서 필사적으로 뛰었다. 혼란은 오히려 기회였다. 광장을 벗어나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나는 다른 자객이 내 목숨을 노릴 것을 알고 있었다. 총격은 그칠 줄을 몰랐다. 골목 귀퉁이에 서인을 내려놓고서 다시 그녀의 맥을 짚었다. 다행히 아직 숨은 남아있었다. 나는 그녀의 새까맣게 타버린 팔뚝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골목 어귀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짝 긴장한 나는 조심스럽게 바깥을 살폈다. 군인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을 벽에 짚으며 힘겹게 걸어왔다. 나는 천천히 권총을 꺼내 손에 감아쥐었다. 그가 귀퉁이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나는 그의 멱살을 쥐고 벽에 밀어붙였다. 총으로 그의 미간을 꾹 눌렀다. 사내는 당황했지만 곧 얕은 소리를 냈다.

“사령관! 살아계셨군요!”
“그럼 너도 내가 죽기를 원했어?”

나는 그의 멱살을 움켜쥔 채 무릎으로 배를 찍었다. 그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야콥은 젊은 소대장이었고, 능력도 의욕도 넘치는 젊은이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두 팔을 벌려 싸울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사령관, 잠깐……. 아닙니다. 그런 뜻이 아니란 말입니다. 뭔가 오해가…….”
“넌 누구의 지시를 받았지? 아깐 정부군이었다니까, 이번에는 코린에서 보냈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

나는 야콥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그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어 억지로 신음을 참았다. 그의 몸을 뒤져 권총과 단검을 빼앗았다. 야콥은 간청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사령관, 난 싸울 의사가 없습니다. 당신을 죽이려는 의도 같은 건 없다고요.”
“미안하지만 이미 한 번 아군에게 배신당한 몸이네. 죽기 전에 남길 유언 같은 건 없나? 미안하네만 기억은 못할 거 같군.”

나는 노리쇠를 당겼다. 순간 청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뚜렷한 의지와 흐릿한 적의가 뒤섞여 있었다.

“배신자는 선전장입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눈을 직시했다.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젊은이다운 결벽과 차가운 고집을 내뿜었다. 나는 야콥이 거짓말에 능한 친구는 아니었다는 걸 떠올렸다.

“계속 해 봐.”
“저는 방금 전까지 사령관을 찾고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폭탄이 터지자마자 경호를 맡던 우리도 공격을 받았죠. 누가 공격했는지 아십니까? 바로 우리와 같이 싸웠던 우리 동지들이었단 말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공격받던 우리는 겨우 뭉쳐서 싸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싸운 동지들이…….”
“야콥, 시간이 없어. 율이 암살을 주도한 게 사실인가?”
“네. 3대대장이 아난 각하를 저격한 놈들을 사살하면서 배후를 알아냈습니다. 율은…….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좋아, 우리 부대는 어디에 있나?”

나는 그의 어깨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야콥은 절뚝거렸고 나는 그의 정강이를 걷어찬 내 오해가 민망했다. 그에게 권총과 단검을 돌려주었다. 말없이 무기를 돌려받은 젊은이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청년은 나를 속이지 않았다. 우리는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작은 공장에 도착했다. 3대대장 보응웬잡이 유격군과 소수의 지상군을 이끌고 있었다. 서인을 위생병에게 맡긴 뒤 지휘권을 인계받은 나는 보응웬잡-그는 다급한 와중에도 에기유 출신 특유의 여유와 차분함을 가지고 있었다-에게서 전후상황을 전해들었다. 율은 유격군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고, 지상의 혁명군들에게 자신의 파벌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했다. 대부분의 혁명군은 율에게 붙었지만 그에 반대하는 자들은-물론 극소수지만-유격군과 운명을 함께할 것을 결정했다. 우리는 이 행성을 떠나야 했다. 아직 세 개의 소혹성은 유격군이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부하들에게 각각 흩어져 수도를 벗어날 것을 명령했다. 우선은 살아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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