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어느 날

2008.11.04 20:4911.04


「들꽃이란 그런 거에요. 평생 가시를 품을 수도 없고, 누구한테나 쉽게 꺾이거나 짓밟힐..」







Prelude.

A. K. A. Chaos iz..



첫 번째, 어느 날









여기 한 언덕이 있다.
풍경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의 하늘을 펼쳐놓고, 채 잠들지 못한 어둠은 햇빛에 섞여 사라지며 푸른빛 잔영을 남긴다.
그 잔영이 사라지기 전에 지평선 저 끝에서, 주홍빛 띠가 조금씩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사라지지 못한,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못한 두 색깔은 섞여 하늘 아래, 아니 하늘 안의 가장 아름다운 장관을 보인다.

게으른 도시는 이 때쯤이면 항상 말이 없다. 그것은 자연의 숨죽일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빛이 사라진 하늘에 자신들의 빛과 시끄러움을 불어넣으려고 애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번 그들은 어둠 속에서 화려하고, 화려할 때는 어두워질 뿐이다. 지금도 그들은 그림자 속에 잠들어있다.


여기 한 여인이 있다.
이른 자들이 맞이할 축복은 언덕 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기에, 그녀는 한 명화 속의 아름다운 여인처럼 기대었다.
넋을 잃은 찬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곱게 풀어놓고, 때문에 잠시 아른대던 머리카락은 빛을 붙잡았다.
때문에 곱게 흐트러진 머리칼에 알알이 맺힌 황금빛은 그녀의 머리가 원래 검은 갈색이었다는 사실도 잊게 해준다.

그녀는 하늘에 몸을 대었고, 하늘은 그녀의 이마에 한줄기 빛방울을 떨어트린다.
빛은 둥글고 아름다운 이마에서부터 흘러 오똑이 솟은 콧잔등에 맺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더 빛나게 한다.
이윽고 콧잔등에서 떨진 빛은 그녀의 발등에 떨어져 온 몸을 감싸 오른다. 아름다운 광경에 찬바람은 숨이 멎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아련한 곳에서 들리는 희미한 발자국소리는, 밤새 맡았던 자리를 내주는 어둠의 움직임과 닮아있다.
하지만 어둠은 햇빛을 피해 점점 사라지는 반면, 남자의 발자국은 오히려 언덕을 향해서 점점 커져오고 있다.

이윽고 언덕 앞, 그녀의 옆에 선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그래서 언덕 아래의 도시는 모두 그림자 속에 조용히 숨겨져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은 하늘을 가리킨다. 짙은 푸름과 함께 숨을 죽였던 찬바람은 이제 흔적만 남아있다.
다가올 황금빛 축복에 남자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대신 그는 곁에서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가 바다 끝에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순 눈앞에 담겨진 온 세상이, 어둠마저도 새하얗게 태워버린다.


남자의 손끝에서 낮선 감촉이 느껴진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곁에 한 여인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인은 그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일순 차가운 살갗을 느꼈지만 그 속에서 핏줄은 조용히 제 몸을 데운다.
점점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그녀의 온기, 하지만 차가운 바람을 타고 올라온 남자의 손은 여전히 차갑다.

여인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앞머리가 콧잔등을 훑어, 남아있던 빛을 모두 닦아내자 얼굴은 더욱 선명하게 비친다.
흠잡을 수 없을 아름다운 얼굴과 검고 짙은 갈색 빛의 긴 생머리는, 뭇 남성들의 이성을 산산이 빼앗아 갈 것이다.
빛으로 나타난 그녀의 실루엣은 부드러우면서도 요염하여, 어느 예술가는 그녀를 보고 미의 여신을 그려낼 것이다.
하얀 피부와 그에 대비되는 검은 눈동자는,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이 깊은 바다를 보고 있다는 착각에 들게 할 것이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자기 쪽으로 대었다.
잠시 허공을 가로 짓는 다섯 개의 두툼한 손가락들,
그녀는 차분하게 자신의 위에 그 손을 놓았다.

조종을 잃은 손은 보드라운 그녀의 가슴 위에 안착하였다.


길 잃은 손은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 흔적처럼 남아있다.
남자는 여인을 바라보았고, 여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가슴 위에 손, 그 손 위에 작은 손이 겹겹이 포개지고, 작은 손은 조용히 자신의 가슴을 누른다.
전해지는 보드라운 살결 속에서 그녀의 심장은 조용히 해가 뜨는 시간을 세고 있다.

그 시간을 미처 다 세기 전에 손은 제 주인을 찾아갔다.
남자는 여인을 바라보았고, 여인은 자그마한 입술을 뗀다.
그녀의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향기처럼 퍼져온다.

「5000제니면 돼요.」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말없이 그 손을 품속에 넣고 잠시 안을 뒤적인다.
남들이 보면 마치 누더기를 뒤집어 쓴 듯 한 그의 차림새를 보고 어떻게 여자를 살 돈이 있겠냐고 비웃겠지만,
어쨌든 그는 주머니에서 몇 장인가의 구겨진 지폐를 건네주었을 뿐이다.

여인은 그것을 세어보지도 않았다. 차분하게 돈을 주머니에 넣고, 원피스의 양 어깨끈을 늘어뜨린 후,
새벽 햇빛 앞에 가슴을 드러낸 그 과정들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녀가 치마 속 허벅지에 손을 밀어 넣은 것과 그가 돌부처처럼 굳어있던 입을 연 것은 같은 때이다.

「꽤 적나라한 시간대군.」

남자가 조용히 말했지만, 여인은 내색하지 않고 손끝에 잡은 것을 발끝까지 내렸다.
속옷이라고 보기엔 꽤 작은 천조각을 울타리에 걸쳐놓고, 그녀는 그 옆에 발을 올렸다.
하지만 여인이 울타리 위에 오를 때까지도, 남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인은 울타리 기둥 위에 올라섰다. 그 뒤에는 잡히지도 않는 도시와 햇빛의 시선이 있다.
아득한 눈초리에 그녀의 머리칼과 하얀 피부뿐만 아니라, 드러난 젖가슴과 그곳까지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그녀가 울타리 위에 주저앉았다. 바로 뒤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인이 치마를 살짝 걷어 올렸다. 그녀의 그 곳 털 사이에도 맺혀있는 빛방울.
하지만 남자는 그 빛방울을 털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을 깨고 목소리로 여인을 건드린다.

「햇빛에 그 몸을 비추는 게 두렵지 않나?」

아닌 게 아니라 그녀를 감싸 안았던 빛은 이제 그녀의 몸을 머리부터 그 곳까지 적나라하게 훑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시시한 첫 애무를 무시하며, 작은 입술을 떼어 작은 한마디만을 돌려 줄 뿐이다.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그녀의 움직임은, 어쩔 수 없을 아름다움과 겹치며 뭇 남성들을 홀렸을 것이다.

「그럴수록 더 좋아요.」

침묵으로 움직이던 그도 결국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온 몸을 칭칭 감았던 누더기 같은 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는 그 옷을 집어든 채, 한층 가벼운 차림으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하지만 여인이 느낀 것은 허리를 감싸 당기는 강한 힘이 아닌, 어깨를 두르는 포근한 손길.
어깨에 둘러진 남자의 누더기 옷은 그녀의 온기,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두 덮어주었다.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여인에게, 남자의 대답은 실로 간단할 뿐이다.

「후광을 등에 진 여인을 범하는 것은 신을 더럽힌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인이 고개를 돌렸다. 도시 속에서 은밀히 훔쳐보던 시선은 어느 새 거리낌 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는 말없이 울타리 위에서 내려와선, 흘러내린 어깨 끈을 올리고 걸어놓은 자신의 속옷을 집어 든다.
남자는 여인이 건넨 자신의 누더기 옷을 펼쳐 어깨 위에 망토처럼 두르고, 작은 브로치를 꽂아두었다.

여인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 대신, 실례가 안 된다면 아가씨의 이야기를 사도될까.」

여인은 남자를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언덕 끝에 둘러 세워진 울타리에 몸을 올렸다. 올라선 그녀의 다리 사이로 조금씩 나타나는 도시의 모습.
햇빛은 건물 사이사이로 자신의 빛을 불어넣기 시작했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건물은 원래부터 회색빛이었다.

여인은 다시 울타리 위에 걸터앉았다. 울타리 위에 가지런히 자리한 두 손, 그녀는 그보다 한 뼘쯤 높다.
아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녀의 은밀한 곳에 맺혀있을 빛방울을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그녀가 물었다.

「무엇부터 들려드릴까요?」
「우선, 여기는 어딘가?」
「남국의 휴양지 코모도, 정확히 말하면 이 앞은 그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코모도 사람들의 주거지역이죠.」

색깔 없이 지면 위에 으깨져, 이리 엉키고 저리 섞여진 건물들을 바라보는 남자,
그러다가 그가 고개를 돌려 울타리 위의 여인을 바라본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누구지?」
「당신이 원하시는 대답은, 약간의 표현을 붙이면 '새벽의 창녀'쯤 되겠군요.」
「울타리에 올라간 것은 일종의 서비스인가?」
「끝까지 다 보여줄 수 있잖아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보였어.」
「아찔할수록 흥분하기 마련이죠.」
「흥분과는 조금 달라.」

여인이 조용히 고개를 수그러뜨린다. 고운 머릿발이 얼굴을 가리고, 때문에 신비한 여인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가 그녀를 바라본다. 그림자를 벗긴, 앙상한 색깔로 벗겨진 몰골이 그녀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은,

「당신, 마치 떨어지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이더군.」

그 때, 그녀의 신비한 아름다움도 벗겨지고, 저 뒤의 건축물처럼 벌거벗음에 부끄러워하는 여인이 있었다.
초점이 흐릿해진 눈은, 분명 남자 쪽을 향해있음에도 채 바라보지 못하여 바스라진다.
터질 듯 들어 찬 눈망울은 무언가를 뱉어내지 못한다면 그대로 터지거나 깊은 블랙홀을 만들 것만 같았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되지만, 난 주저하는 여인은 안고 싶지 않아.」

여인이 침묵을 지키는 긴 시간동안, 남자는 잔인할 정도의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남은 껍질까지 모두 까 내리는 그의 시선은 차라리 강간에 가깝다고 봐야 할지도.

「정말로, 신사시군요.」

그녀가 머리를 쓸어내린다. 잠시 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칼을 헝클어트렸고, 그녀는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순간, 어렴풋이 갈색 빛의 비단 사이로 사라진 빛 한줄기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고운 얼굴을 따라 흔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망울은 아직 촉촉이 젖어있었지만 비단 사이의 흔적은 환상처럼 사라지고,
쓸어내린 머리를 뒤로 넘기자, 그 곳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인이 남아있었다.

「밤에 피는 꽃이 있어요.」

그리고 그녀가 심장 속 시간을 태우며 내뿜은 첫 이야기는, 새벽 햇빛처럼 조용하고 은은하며 아름답게 퍼진다.

「은밀하게 피고, 해가 피기 전에 잠들죠.」
「그 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지?」
「간단해요.」

그녀가 잠시 숨을 죽인 뒤에,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낮에 피는 꽃을 꺾어오세요.」

남자는 꽃을 꺾는 모습을 상상한다. 꽃잎에서, 점점 그 줄기를 훑어 내려가는 손가락.
어느 지점에서 검지와 중지가 멈출 것이고, 곧게 뻗은 선은 순간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질 것이다.

「잎도, 뿌리도 없는 꽃이 어떻게 살 수 있지?」
「꽃잎으로 숨쉬고, 줄기로 물을 빨아들이죠.」

그녀가 슬그머니 손을 들어올리고, 그녀의 가는 허벅지 사이로 은밀한 곳이 보인다.
속옷이 그를 가리고 있지만, 저 속에는 밤에 피는 꽃이 숨을 쉬는, 작고 아름다운 꽃잎이 들어있을 것이다.

「뿌리를 도려낸 꽃이 물을 빨아들일 수 있나?」
「물이 가득한 곳에 줄기를 꽂아줄 손길이 필요해요.」
「그래도 오래 살수는 없겠군.」
「며칠을 못가 꽃잎도 시들어버리고, 생생하던 줄기도 굽어지겠죠.」
「당신은 햇빛이 그리웠군.」

그녀는 눈을 감았고, 파르르 떨리는 작은 속눈썹 끝엔 하얀 햇빛이 걸러져 나온다.
그녀가 눈을 깜박이자, 알알이 매달려있던 빛들은 모두 흩어지고, 대신 허공을 채우는 차분한 목소리가 있다.

「전 이미 시들었어요. 하지만..」

작은 입술 끝에는 미처 삼키지 못한 허무함마저 같이 떨어져나온다.
그녀가 입술을 닫았을 때, 꼬리가 잘린 허무감은 거친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 괴물은 몸을 뒤집어 흙먼지 묻은 길을 아주 느리게, 또 길게 꼬리를 남기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허무함이 시선 속에서 상처처럼 아물어 갈 때, 그녀의 채 닫히지 않은 입술에서는 비음이 새어나왔다.

「언제.. 꺾어진 꽃이 있어요.」

주머니에서 작은 로켓(목걸이)이 나왔다. 뚜껑 아래에 보이는 사진 한 장. 그녀는 사진사를 안은 적이 있다고 했다.
흑백에 흐린 사진은 잘 알아볼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핏 알 수 있다.
의자 위에 앉아있는 긴 머리의 여인은 지금 울타리 앞에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바로 옆에 서 있는 짧은 머리칼의 작은 한 소녀. 그녀의 손가락도 그 아이를 가리키고 있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한번만 안아주세요.」
「왜 하필 내게 부탁하는 거지?」

남자는 여인을 바라보고, 여인은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신사니까요.」



울타리 위엔 그녀의 두 발이 나란히 서 있을 정도의 여유만 존재한다. 그 옆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그림자,
모든 것을 벗겨낸 도시의 회색빛은, 내리쪼이는 햇빛을 비추어 가끔 반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인은 울타리 위를 걸어갔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반반의 확률로 낭떠러지가 있을 텐데,
그녀는 무섭지도 않은지 그 먼 울타리를 성큼성큼, 울타리가 위치한 끝까지 발을 옮겼다.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여인은 그 손을 잡고, 조심스레 땅으로 발을 내딛었다.
작은 두 발이 먼저 떨어지고, 잠시 방향을 잃은 고운 머리칼은 뒤이어 곱게 내려앉는다.
그녀는 그의 손에 잡힌 자신의 손을 조심스레 떼며 말한다.

「아직도 조금 차갑네요.」

그래서 그녀가 다시 그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같다대었을 때도, 남자는 자연스레 그 가슴을 움켜쥐었다.
뜨겁게 약동하는 심장소리가 둘의 시간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보드라운 순간 속 느껴진 신음이 그들을 깨운다.
여인은 그의 품에 안기었고, 그는 말없이 그녀를 안았다. 잠시 동안 둘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서로의 시간을 느낀다.


작은 인사를 표한 후 여인이 뒤 돌아 설 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의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여인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남들은 볼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과 검게 짙은 갈색 빛깔의 긴 생머리, 뭇 남성들은 청순한 미인이라며 넋을 잃을지 모른다.
그녀의 실루엣은 부드러우면서도 요염하여, 어느 예술가는 그녀를 보고 미의 여신을 그려낼 것이다.
하얀 피부와 검은 눈동자는,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이 깊은 바다를 보고 있다는 착각에 들게 할 것이다.

「마음에 드셨다니, 저로서는 기쁘네요.」

그의 굳은 손가락은 손바닥을 감쌌다. 짙은 현실의 기억과 함께 숨을 죽였던 로켓은 이제 그의 손에 남아있다.
다가올 밤에 햇빛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대신 그는 어느 날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언덕 끝에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감추었다.
일순 눈앞에 담겨졌던 온 세상이, 아픔마저도 새하얗게 태워버린다.

사라지지 못한,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못한 두 이야기들이 섞여 그 아래, 아니 그 안의 가장 아름다운 장관을 보인다.




Chaos 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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