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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는 영화감독이다. 25살 이라는 매우 이른 나이에 입봉하였고 10년동안 영화 세 편을 연출했다. 첫 작품을 제외한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은 흥행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다. 두 편 모두 큰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아니어서 관객이 아주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투자자와 제작자 모두 흥행 실적에 만족했다. 대중성도 있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과 개성이 담긴 작품을 일관되게 연출하다 보니 태호의 영화를 열렬히 지지하는 소수의 팬도 생겼다. 세 번째 작품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 재능 있는 젊은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에 초대받기까지 했다. 이런 크고 작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 편 모두 국내 평단으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중간 중간 흐름이 끊기고 이해하기 힘든 혹은 불필요한 장면이 나온다는 평이 많았다. 그나마 세 번째 영화가 해외영화제에서 국내와는 상반되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태호에게 큰 위안이 됐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지인랑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평론가만이 태호의 영화에 대해서 호의적이었다. 평이야 어찌됐든 영화감독이 다음 작품의 연출 가능 여부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흥행일 것이다. 적은 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연출해 흥행 성과까지 낸 태호가 네 번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호는 지금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 이유는 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태호는 1년째 노트북 앞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한 페이지 이상 쓰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흥행도 크게 성공하고 평단에서도 좋은 평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유수 해외영화제 공식경쟁부분에 초청받고 수상까지 하는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 시나리오 3분의 1을 썼다가, 또 거의 반 정도 분량을 썼다가 전부 삭제하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창의성이 다 고갈 된 건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 오히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뇌가 녹아 내리는 것 같고 그나마 희미하게 떠다니는 아이디어마저 눅눅하게 문드러져 쓸모 없이 돼버린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함께 녹아내려 사라지는 건 아닌지 너무 무섭다. 극심한 우울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다. 태호는 술 없이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

태호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괴로워하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갑자기 편두통이 온다. 잠시 머리를 식히는 편이 나을 듯하다. 태호는 부엌으로 가 와인셀러에서 와인 한 병을 꺼냈고 잔도 챙겨 다시 서재로 왔다.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태호는 발신자를 확인한다. 자신의 첫 번째, 두 번째 영화에 출연한 배우 강혜지이다. 20살에 태호의 첫 번째 영화로 데뷔한 혜지는 최근에 출연했던 두 편의 영화가 성공하면서 주연급 인기 배우로 성장했다. 태호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혜지구나. 오랜만이네.”
“네 저 혜지에요. 감독님, 오랜만에 연락 드리네요. 잘 지내시죠?”
“그럼, 잘 지내고 있지. 지난 번에 개봉한 영화 잘 봤어. 연기가 더 좋아졌더라. 감정을 절제하고 묵직하게 안으로 눌러주는 연기도 잘 하던데? 연기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 나는 밖으로 막 폭발하는 연기보다 그렇게 절제하면서 미묘한 감정 연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 아주 미세한 근육까지 써가면서 표현하는 감정선이 너무너무 좋더라고.”
“정말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께 칭찬 받으니까 너무 좋아요. 하하. 아무것도 모를 때 감독님께서 저 캐스팅해주시고 촬영 때 연기 지도도 잘 해주신 덕분이죠. 운 좋게 첫 작품을 감독님하고 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 혜지야, 너 너무 기계적으로 좋은 말만 하는 거 아니야?”
태호는 안 풀리는 시나리오를 붙잡고 시름만 하다가 오랜만에 혜지랑 얘기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헉! 감독님, 티 많이 났어요? 사실 뭐..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것도 없진 않죠. 배우 입장에서 감독님한테 잘 보여야 하잖아요. 하하. 아니에요. 정말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혜지는 여유 있게 태호의 농담을 받아 쳤다.
“내 덕분은.. 다 네가 잘 한 거지. 나도 첫 작품부터 너랑 하게 돼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그나저나 어쩐 일이야?”
“어떻게 지내시나 안부차 연락 드렸어요. 뭐.. 좀 궁금한 것도 있고요.”
“궁금한 거? 뭔데?”
“다름이 아니라 감독님 차기작 준비 어떻게 돼가나 싶어서요. 제가 몇 년 동안 쉼 없이 일을 많이 해서 1년정도 쉴까 하는데요. 쉬고 난 다음에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서요. 감독님이랑 마지막으로 작업한지 꽤 오래 되기도 했잖아요. 제가 출연할만한 배역이 있을까요? 지난번 감독님 작품이 해외영화제에 초청 받은 거 보고 제가 스케줄이 안 맞아서 그 작품에 출연 못했던 게 얼마나 아쉬웠다고요.”
“그랬었구나. 혜지가 출연한다면 나야 언제나 환영이지. 그런데 아직 시나리오도 쓰지 못하고 있어.”
“그래요? 저한테 시나리오 쓰고 있다고 말씀하신 게 꽤 오래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마음에 안 들어서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어.”
“아, 그래요?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이 크신가 봐요?”
“맞아. 부담감이 커. 그래서 그런지 아이디어도 잘 안 떠오르고 생각난다 해도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1년 동안 한 자도 못 썼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 나와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그러시구나. 요즘 슬럼프에 빠지셨나 봐요?”
“슬럼프 정도가 아니야. 깊은 늪에 빠져서 탈출하려고 계속 발버둥치는데 몸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그런 상황이야. 요즘은 내가 다시 영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어. 정말 너무 무기력하고 자신감은 완전히 바닥이야.”
“감독님, 많이 지치셨나 보네요. 저한테 윤태호 감독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자신감과 열정이거든요. 촬영 때 감독님이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한 숏 한 숏 혼을 다해 찍는 그 열정적인 모습이 지금도 제 눈에 선해요. 원래 감독님 모습으로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거에요.”
“그랬었나? 그랬던 내 모습이 지금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휴우~” 태호가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전화기 너머 혜지가 말을 하다 잠시 망설이는 게 느껴진다. “저.. 감독님,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자신감을 올려주는 병원이 있거든요. 소개시켜드릴까요?”
태호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뭐라고? 자신감을 올려주는 병원이라고 했어?”
“네. 자신감을 올려주는 병원이요.”
“그런 병원이 있어?”
“네, 있어요. 그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주는데요. 그 약을 먹으면 자신감이 올라가요.”
“에이.. 혜지야, 내가 지금 많이 힘들어하니까 기분 전환시켜 주려고 농담하는 거지? 그런다고 될 문제가 아니야. 나 정말로 심각하단 말이야.”
“감독님, 저 지금 진지하게 말씀 드리는 거에요. 농담도 아니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에요. 진짜 그런 병원이 있어요.”
“에이.. 왜 그래? 뭐.. 이상한 종교 단체에서 하는 그런 건가? 사기꾼 아니야?”
“감독님,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저 믿어주세요. 아주 용한 의사 선생님이세요. 저도 큰 효과를 봤어요. 저도 연기가 너무 안되고 자신감이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을 때가 있었거든요. 촬영장 가기가 너무너무 두려웠고요. 얼마나 심각했으면 당시 하고 있던 작품을 마지막으로 연기를 그만두려고까지 했어요. 그런데 그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먹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자신감이 올라오고 제 자신을 믿을 수 있으니까 제가 가진 능력의 120프로를 발휘하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 연기 잘 한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고 연기하는 것도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감독님, 저 믿고 꼭 그 병원에 한번 가보세요.”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그 병원에서 자신감을 올리는 약을 처방해준다는 거지?” 태호는 다시 한 번 의심하듯이 물었다.
“네, 그렇다니까요. 진짜에요.”
“혜지야, 나는 약의 힘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아무리 힘들어도 약은.. 좀 그런데. 혹시 너 중독..”
혜지가 태호의 말을 끊는다. “감독님! 절대 그런 약이 아니에요. 저 믿어주세요. 향정신성 약품이나 환각제 같은 그런 약이 아니에요. 중독성도 없어요. 저는 6개월 정도 복용하고 바로 중단했어요.”
“저.. 정말이야? 그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을 먹으면 자신감이 회복된다는 말이지?”
혜지가 사실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니까 태호는 혜지의 말에 솔깃해졌다.
“그렇다니까요. 감독님, 저 믿고 일단 병원에 방문해 보세요. 저에 대해서 감독님이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제가 이상한 거에 빠지거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맞다. 혜지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태호는 어느새 혜지에게 설득됐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태호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혜지가 추천한 병원이 있는 건물 앞에 서있다. 건물 한 쪽 벽면에 입주한 업체들을 알려주는 작은 간판이 있다. 매끄러운 글씨체로 <3F 환상적인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보인다. 병원은 건물 3층 전체를 쓰고 있나 보다.
태호는 3층을 올려다 본다. '여기가 자신감을 올려주는 약을 처방해주는 곳이란 말이지? 혜지가 효과를 봤다고 하니까 사실이겠지.'
태호는 3층으로 올라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 안을 둘러본다. 실내는 모던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소파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고 간호사들은 이리저리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여느 강남의 다른 병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조금 특별한 병원이겠거니 한 생각은 그저 태호의 선입견에 불과했다. 태호는 접수처로 갔다.
"처음 오셨어요?" 접수원이 건조하게 묻는다.
"네 처음 왔습니다. 그런데 저.. 저는 강혜지씨 소개로 왔거든요.”
“누구요?” 접수원이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배우 강혜지씨 말하는 겁니다."
태호의 말에 모니터만 보던 접수원은 가늘고 날카로운 눈매로 태호를 쳐다본다. "아! 그러세요. VIP 추천이시군요. 잠시만요."
접수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비밀스럽게 작은 소리로 얘기한다. 잠시 후 멋진 정장 차림의 여성이 나타나 태호를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벽지로 꾸며져 있다. 한 쪽에 엔틱한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위에는 최신호 패션잡지가 놓여있다. 태호는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여성이 명함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오진 실장입니다.”
“오진?” 태호는 명함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실장은 못 들은 척 말을 이어간다.
“강혜지 배우님 소개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지금 진료 중이세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뵐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간단한 개인정보 작성 부탁 드립니다. 차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커피와 차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있습니다." 실장은 개인정보 카드와 볼펜을 태호에게 건넸다.
"그냥 물 한 잔 부탁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태호는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름이 오진이라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 중 오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의사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를 꺼내 메모해 둔다. 잠시 기다린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책상에 하얀색 가운을 입은 여자 의사가 허리를 꼿꼿하게 바로 세우고 앉아있다. 책상 위에 있는 명패에 <원장 이수지>라고 적혀있다. 헤어스타일은 머리카락 끝을 자로 대고 자른 듯한 턱 밑보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는 칼단발이며, 앙다물고 있는 입술 모양에 옆으로 긴 눈매는 날카롭기까지 하여 빈틈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인상이다. 수지는 진료실로 들어오는 태호를 빤히 쳐다본다. 태호는 수지가 자신을 무표정하게 너무 빤히 쳐다봐서 민망하다. 수지는 갑자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웃으니 눈가에 매우 가는 주름이 졌다. 웃는 모습과 눈가에 진 주름이 그나마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윤태호 감독님.. 맞으시죠?” 수지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저를 어떻게 아시죠?”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감독님 영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알고 있습니다. 만나 봬서 영광이네요.”
태호가 쑥스러워한다. “아유, 감사합니다. 제 영화를 봤더라도 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보통 배우를 기억하지 감독은 잘 모르잖아요. 혹시 혜지가 미리 알려드린 거 아니에요?”
“하하. 아니에요. 원래부터 감독님 얼굴 알고 있었어요. 정말 감독님 영화 세 편 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죠?”
“네.. 그게 혜지한테 듣기로..”
태호는 자신의 고민과 힘든 상황에 대해서 수지에게 자세히 말했다.
“흥행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전작보다 훨씬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계시네요.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시나리오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는다고 본인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있고요. 우선 자신감부터 회복하고 싶은 거군요?”
“맞습니다, 선생님. 혜지가 선생님께서 처방해주신 약을 먹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자신을 믿게 됐고 안 되던 연기도 잘 되기 시작했다고.”
“자신감이 생기는 약은 저희 병원 부설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하고 제조하고 있습니다. 매우 특별한 약이죠.”
“아! 네!”
수지의 흐트러짐 없는 외모와 다부지고 명확한 말투는 신뢰성을 높이는 힘이 있다. 그 분위기에 홀려 남아있는 일말의 의심조차 사라졌다.
“자신감이 회복되면 아무래도 자기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막혀있던 시나리오 작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우선 한 달 치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시나리오 쓴다고 책상에만 앉아있지 마시고 몸을 많이 움직여 주는 게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가령 청소를 한다든지 아니면 조깅, 줄넘기, 테니스 같은 운동이든지 무엇이 됐든 몸을 많이 움직여 주세요. 움직이는 게 뇌에 많은 자극을 주거든요. 혹시 술을 많이 드신다면 가급적 줄이는 게 좋습니다. 약은 하루에 한 알만 복용하시면 되고요. 그 이상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럼 한 달 후에 뵐게요.” 수지가 말했다.
태호는 진료실을 나왔고 유오진 실장의 안내에 따라 계산을 하고 약을 받았다. 약값은 꽤 비쌌다. 아무래도 이 병원에만 있는 유일한 약이다 보니 비쌀 수 밖에 없겠거니 했다.

태호는 집으로 돌아 오자마자 약부터 먹었다. 당장 자신감이 생기리라는 기대감은 없다. 집안을 둘러본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구석구석이 완전 엉망이다. 집 전체를 청소하고 너저분하게 있는 짐과 옷들도 깔끔히 정리했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의사의 조언대로 규칙적으로 조깅을 하기로 한다. 시나리오가 완성될 때까지 술도 끊을 것이다. 온전히 시나리오 쓰기에만 집중하기로 다짐한다. 좋은 영화만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한단 말인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 태호는 집 근처 양재천에서 조깅을 하고 있다. 집 주변에 이렇게 조깅하기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며 오고 간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혜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뛰는 것을 멈추고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헉헉헉.”
“감독님, 뭐 하세요? 운동 중이세요?”
“응. 혜지구나. 지금 조깅하는 중이야.”
“그렇구나. 감독님, 병원 다녀오셨다면서요?”
“그럼 다녀왔지.”
“약 드시고 계세요?”
“당연히 먹고 있지. 비싼 돈 주고 샀는데 믿고 먹어 봐야지. 이제 3일 밖에 안돼서 효과는 아직이야.”
“3일만에 효과가 생기지는 않고요. 저는 2주 정도 후부터 서서히 효과를 봤던 것 같아요. 그럼 조깅 계속하시고요. 감독님, 그리고 우리 다음주에 밥 한번 먹어요.”
“좋지.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자. 다음주에 보자.”

태호는 혜지보다 늦게 3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약통 안에 복용 중인 약을 하나 꺼내 유심히 살펴본다. 새끼손톱 만한 크기의 평범해 보이는 알약이다.
‘정말 이 약을 먹고부터 자신감이 생겼단 말인가?’
어느 순간부터 시나리오가 술술 써지기 시작했고 자신의 이야기에 확신도 들었다. 관객도 평단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도 받고 수상도 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태호는 쉴 틈 없이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약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겨 먹는다. 매일 조깅도 빼먹지 않고 한다. 먹고, 자고, 뛰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시나리오 쓰기에만 몰입한다. 시나리오를 한 달 만에 다 썼고 한 달 정도 고민하면서 수정했다. 일 년이 지나도록 단 한 장도 제대로 못 썼던 시나리오를 불과 2개월 만에 완성했다. 마음에 든다. 태호는 이렇게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약을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태호는 완성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제작자를 만났다. 제작사 측은 시나리오가 아주 잘 나왔다며 매우 만족해 했다. 일정 기간 숙고 기간을 거쳐 영화를 제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촬영 스태프를 꾸렸고 배우도 캐스팅 했다. 혜지가 주인공이고 남자 주인공도 인기배우로 캐스팅 됐다. 꽤 큰 금액의 투자도 받았다. 시나리오가 좋다고 다 영화화 되는 것도 아니고 제작 결정이 나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좌초되는 경우도 많다. 태호의 이번 영화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아 떨어져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프리프로덕션 포함 크랭크업까지 1년 정도 걸렸다. 태호는 편집하면서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보니 마음에 든다.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다음 작품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자신감이 생기는 약은 계속 복용했고 이번에도 시나리를는 막힘 없이 술술 써내려 갔다. 이렇게 태호는 두 편의 영화를 더 만들었고 5년 동안 총 세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세 편 모두 크게 흥행에 성공했고 초기 세 편에 호의적이지 않던 평단들의 반응은 완전히 돌아서서 호평 일색이었다. 바라던 대로 흥행과 평단의 평가 둘 다 붙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태호는 세 편의 영화의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자신이 가장 원했던 해외 유수 영화제에 셋 중 단 한 편도 수상은커녕 초청도 받지 못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자신을 그렇게 혹평하던 평론가들을 다 돌려세웠지만 해외영화제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태호는 자신의 기대대로 되지 않은 것에 너무 화가 났다. 어떻게 해야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모든 평론가들이 태호의 영화를 안 좋게 평을 할 때 유일하게 호평한 지인랑 평론가가 최근 세편에 모두 혹평했다는 사실이다. 태호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 사람이라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떻게든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통해 필명으로 활동하는 지인랑 평론가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그런데 영화 잡지나 평론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영화 평론가들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 지인랑은 원고는 철저하게 이메일을 통해서만 주고받고 업무 외의 내용은 일절 소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계에서 지인랑 평론가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태호는 그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자신을 소개하고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어떠한 답도 받지 못했다.
‘해외영화제에서 내 영화가 왜 먹히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도대체 왜? 왠지 지인랑 평론가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만날 방법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하지?’
태호는 5년 전과 똑같은 실의에 빠졌다. 시나리오가 써지지 않고 아이디어가 다시 고갈됐다.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감이 생기는 약을 꾸준히 복용했다. 오늘도 복용했다. 이제는 이 약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태호와 수지가 진료실에 마주 앉아있다.
“선생님,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5년 약의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자신감이 올라가고 제 자신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진도가 안 나가던 시나리오도 술술 써졌습니다.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평단의 호평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염원하는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수상은 고사하고 영화제에서 초청조차 못 받았죠. 저의 심리상태는 5년 전으로 돌아갔어요. 자신감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고요. 다시 시나리오를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약을 먹고 있는데도 말이죠.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태호가 말했다.
“이해가 안 되네요. 아무리 쓰려고 해도 안 써지던 시나리오도 쓰게 됐고 그 이후로 짧은 기간에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들었어요. 모두 흥행에 성공도 했고요, 좋은 평도 받았어요. 전부는 아니더라도 원하는 것을 많이 이루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죠?”
“더 창의적이고 더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요?”
“아니에요. 그랬으면 해외영화제에 초청 받지 못 했을 리가 없죠.”
“감독님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해외영화제에서 초청 받고 수상하는 것인가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태호의 눈빛이 흔들린다. “당연히 그게 목적이지는 않죠.”
“그럼 제가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요. 감독님, 지금 잘하고 계신 거에요.”
“선생님, 아니에요. 선생님께서는 창작을 해보지 않아서 이해를 못 하시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저는 여기서 멈출 수 없어요. 더 좋은, 더 인정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선생님! 지금 먹는 약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5년 동안 더 좋은 약이 개발되지는 않았나요?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약은 없나요?”
수지는 날카로운 눈매로 태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창의력을 올려주는 약이요? 감독님, 세상에 그런 약은 없어요.”
태호는 실망한 기색으로 말한다. “그럼 선생님, 지금 복용하는 약의 양을 늘리면 어떨까요? 자신감이 더 늘어나면 그만큼 창의력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약을 두 배로 복용하면 창의력도 두 배가 될 것 같은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감독님처럼 6년 동안 약을 복용한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보통은 6개월, 길어야 1년이었어요. 너무 오래 복용했습니다. 이제 약을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 돼요. 선생님, 절대 안 돼요. 저는 확실히 약의 효과를 봤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한 달 후부터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했단 말이에요. 약을 중단하면 더 이상 영화를 못 만들지도 몰라요.” 태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수지가 말을 하다 머뭇거린다.
“사실 뭐요? 선생님 사실 창의력을 높여주는 약이 있다는 건가요?”
“사실 자신감이 생기게 해주는 약도 없습니다. 6년동안 감독님이 드셨던 약에는 자신감을 생기게 하는 효능이 없어요.”
태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죠? 자신감을 생기게 하는 약이 없다니.. 제가 잘 못 들은 거죠?”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도 안돼요. 저는 분명 효과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약을 먹고 자신감이 올라 갔고 시나리오도 쓸 수 있게 됐단 말이에요.”
“죄송합니다. 그 약에는 그런 효능이 없습니다.”
“그럼 제가 5년 동안 복용한 건 뭔가요?”
“아무런 효과도 없고 몸에 유해하지 않은 위약 같은 거에요.”
“그럼 그 약을 먹고 자신감이 생긴 건 어떻게 설명하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위약 효과일 수도 있고, 그 동안 많은 고민 끝에 스스로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일 수도 있죠.”
“말도 안돼요. 그 약이 가짜였다니.. 그렇다면 저를 또 속이고 창의력을 높이는 약이라고 처방해 주실 수도 있었잖아요! 위약 효과라도 볼 수 있게 말이죠.” 태호가 격앙되게 말했다.
“그렇다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겠죠. 그렇다고 그게 창의력이 생기는 약이라고 믿고 먹은 효과는 아닐 거에요.”
“아아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없을 수도 있어요.” 태호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이다. 태호의 표정을 보고 수지는 생각에 잠긴다. 태호는 말 없이 수지를 바라본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이상한 적막이 흐른다. 수지는 책상 서랍에서 외장하드 하나를 꺼냈다. 외장 하드를 책상 위 노트북에 연결한다.
“감독님, 이거 좀 보세요.” 수지는 노트북 화면을 태호의 방향으로 돌리며 말했다.
화면에 떠있는 외장하드 폴더에는 수 많은 PDF 파일이 있다.
“도대체 이게 뭐에요?” 태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동안 제가 썼던 영화 평론이에요.”
“영화평론이요? 선생님께서 영화평도 쓰세요?”
“혹시 영화평론가 중에 지인랑이라고 아세요?”
태호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수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럼요. 당연히 알죠. 설마 선생님이..  에이 아니죠?”
“네 맞아요. 제가 지인랑이에요.”
태호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한다. 그냥 수지의 얼굴만 바라본다.
수지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놀라셨죠? 제가 지인랑이라는 걸 아무한테도 밝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주신 이메일에 답장도 안 했던 거고요.”
“왜.. 도대체 왜 제 영화에 대한 태도를 바꾼 거죠?” 태호가 물었다.
“태도를 바꾼 게 아니라 제가 본대로 평을 썼을 뿐이에요.”
“그렇죠. 태도를 바꾼 건 아니죠.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약을 복용하고 만든 세 편은 왜 안 좋아하는 거에요?”
수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한다. “음..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없다고요?”
“영화가 너무 선명해요. 너무 선명해서 재미가 없어요. 최근에 연출한 세 편은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영화에요. 너무 선명해서 관객 입장에서 전혀 생각할 여지가 없어요. 보이는 게 전부이거든요. 두 번째 봤을 때 전혀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없었어요. 감독님이 만든 처음 세 편은 장르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중간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장르 밖으로 튀어나가는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은 영화를 따라가던 관객을 완전히 소외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그 효과는 관객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고 생각하게 만들죠. 최근 세 편의 영화에서는 이런 재미가 전혀 없어요. 미학적으로 스타일이 진일보했다는 평도 있던데 얼핏 그렇게 보이는 거에는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그 스타일만 가지고 영화가 좋아지지는 않죠.”
태호는 수지의 말을 듣고 머리 속이 하얘졌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또 보고 나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군요. 충격적이네요.”
“네 맞아요. 지나치게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감독님만의 개성이 녹아 들어간 이미지가 사라졌어요. 이미지는 증발하고 선명한 줄거리만 남아 있어요. 감독님! 자신감이 바닥이라고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감이 넘쳐흐른다고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 거 같아요. 자신감 보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지인랑 평론가를 만나면 무언가를 얻을 줄 알았어요.”
“감독님, 저는 예술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가 있어야 해요! 우리의 뼛속을 파고들고, 내장을 뒤집어 놓고, 뇌 신경을 마비시키고, 온 몸을 전율로 휘감는 시각적, 청각적 황홀함을 주는 쾌감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런 재미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는 거고요. 저는 감독님의 일곱 번째 영화를 보고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요.”
“선생님 얘기를 들으니 더 이상 약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태호는 진료실에서 나왔다.

태호는 양재천에 조깅을 하러 왔다. 지난 5년 동안 조깅할 때는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같은 방향으로 뛰었다. 왜 그랬는지 이번에는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반대 방향으로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호는 평소와 다르게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같은 길을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을 뿐인데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평소와 해가 떨어지는 방향이 달라졌다. 오른쪽에 있던 것은 왼쪽에 있고, 왼쪽에 있던 것은 오른쪽에 있다. 내리막은 오르막이고, 오르막은 내리막이 됐다. 아주 작은 변화가 커다란 낯섦으로 다가온다. 태호는 그 동안 조깅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조깅을 마치고 처음으로 양재천을 자세히 둘러본다. 양재천에 이렇게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도심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새가 날아다니고 꽃의 꿀을 따기 위해 쉴새 없이 날갯짓을 하는 벌새도 있다. 천 안에는 새끼 손가락만한 물고기도 있고 팔뚝만한 잉어도 살고 있다. 단란해 보이는 귀여운 오리 가족도 살고 있고, 본심을 숨긴 채 고고한 척 홀로 서있는 왜가리도 눈에 띈다. 폭이 좁은 양재천에 이런 다양함이 있다니 놀랍다.

태호는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조용한 카페로 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마음이 평화롭다. 이런 평화로움을 느껴본 게 언제인가 싶다. 일곱 번째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시나리오가 술술 써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던 와중 카페 안에 비틀스의 <Get back>이 나온다. 카페에서 들은 많은 노래 중 유독 <Get back>이 귀에 꽂힌다. 태호는 시나리오 쓰기를 멈추고 음악을 감상한다.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유쾌하게 이러 저리 흘러 다니고 태호는 거기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며 <Get back>을 즐긴다. 노래를 듣고 있다 보니 태호는 비틀스가 왜 이렇게 알 수 없는 가사를 썼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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