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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식물

2023.02.22 13:4702.22

누나가 식물이 되었다.

그것은 난 같기도 하고, 분재 같기도 하며, 잡초나 꽃 같기도 했다. 분명 흙에 여덟은 되는 잎들이 사방으로 뻗어있었지만, 가운데에는 길고 굳은 줄기가 우뚝 솟아있었고 거기에 듬성듬성 파릇한 잎들이 달려있었다. 꼭대기에는 흰 꽃이 덩그러니 피어있었다.

누나가 식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침에 일어나고 알았다. 토요일이라 늦잠을 잤고 하늘에 회색 구름이 있었지만, 흰 햇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어서 지금이 낮이라는 걸 금방 알았다. 소파에서 일어났을 때, 어머니는 설거지하고 있었다. 누나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누나가 어디 갔냐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자기도 모른다고 하였다. 싱크대에 맞은 편에 있는 누나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누나의 방문은 이사 올 때부터 문고리가 고장 나 문을 잠글 수 없다. 문 앞에 섰지만, 어떤 인기척도 느끼지 못해 불안함이 밀려왔다. 결국 노크를 세 번 했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누나 특유의 숨을 쉬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내가 문을 열자 안에는 새하얀 자기 화분에 담긴 식물이 있었다. 아무 근거도 없었지만, 나는 그것이 누나라고 확신했다.

어머니, 누나가 식물이 되었어요.

또 헛소리하는구나.

어머니는 설거지를 마치고 고무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헛소리가 아니었다. 누나는 정말 식물이 되었다. 이동을 못 하고 신경과 감각이 없으며 세포벽이 있는 식물이 되었다.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온 탁한 햇빛이 잎을 만나 반짝였다. 나는 식물 옆에 앉아서 왜 누나가 식물이 되었는지 유추하고 있었다. 누나는 얼마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알아보는 준비생이었으리라. 미래를 향한 불안이 스스로 뇌세포를 옭아매서 결국은 식물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아무튼 어머니, 아버지는 누나가 식물이 되었다는 건 믿지 않았지만, 누나가 어디론가 사라진 건 눈치채고 있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는데, 누나의 스마트폰은 누나의 컴퓨터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네 누나는 휴대전화도 놔두고 어디를 간 거지.

누나는 여기 있어요. 식물이 됐어요.

그만 해라.

어머니는 내 말을 절대 믿지 않는 듯. 목소리에 딱딱한 어감을 넣었다. 어머니는 별일도 아닌 것으로 화를 크게 내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아니’라고 말하면 될 것을 큰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면서 사람을 속상하게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하는 대로 똑같이 바락바락 소리쳤는데, 그래봤자 어머니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고 깨달았다. 결국 나는 ‘어머니 말이 맞네요.’하고 말을 끊어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어머니의 눈을 피하고 싶어서 거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식물을 원래 있던 방에 놔두고 옷을 입었다. 날씨가 추우니 기모가 든 점퍼를 하나 더 입었다. 유리로 된 공동현관을 열고 아파트 뒤로 갔다. 큰길 바닥에는 녹다 만 눈이 아스팔트 바닥에 군데군데 남아있었고 사람들이 밟아서인지 회색 때가 묻어있었다. 그 눈이 아파트 뒤 큰길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저 멀고 미끄러운 길을 두 발로 걸어야 해서 약간 한숨을 쉬고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걸으면서 몸에 열이 좀 났는지 찬 공기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카페에서 소나를 만나기로 했다. 직선으로 몇 분 걷자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가 적힌 간판이 붙어있었다. 하필 카페인 이유는 사람을 만나기 가장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커피는 너무 비쌌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도 시끄러웠지만, 카페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제아무리 과묵한 사람이라도 카페에 들어서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오늘 소나와 서로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

소나는 길고 덥수룩한 머리칼에 퀭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눈은 초점을 잃어서 혹시 시각장애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 건 아니었고 소나는 그냥 무언가를 오래 쳐다보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무언가를 오래 보면 그 물건이 야구공처럼 휙 튀어나와서 자기 얼굴을 때릴까 봐. 소나는 유일하게 나를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왜 그런 거냐고 물었지만, 소나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소나는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취업할까, 창업할까 아니면 시집갈까. 취업은 쉽고 창업은 쉽고 시집은 쉽니. 한숨을 푹푹 쉬며 소나를 바라봤지만, 소나는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었다. 소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내가 말을 꺼냈다.

누나가 식물이 됐어.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식물이 됐어.

무슨 식물인데?

나도 잘 몰라. 아마 난일걸.

운이 좋네. 난은 비싼 거잖아. 싼 건 몇만 원이고 비싼 건 몇백만 원 할걸.

누나를 갖다 팔 수는 없잖아.

그래도 싼 식물보다는 비싼 식물이 낫지.

소나의 말이 맞았다. 싼 것보다 비싼 게 더 낫지. 공짜라면 최대한 비싼 게 좋지. 내가 적당히 맞장구치자 소나는 노란색 빨대를 입술에 떼면서 웃었다. 빨대 끝에 뗀 소나의 작은 입술이 아메리카노에 젖어 반짝였다. 소나는 식물이 된 누나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열심히 키워봐야지.

누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신경 좀 써라.

소나는 누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집까지 따라왔다. 카페 의자에서 일어나자 소나의 가는 다리가 드러났다. 그 다리로 우리 집까지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날씨가 추운데도 살구색 주름치마를 입고 왔다. 왜 이런 차림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집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왜인지 춥지 않았다. 아마 시간이 지나 태양이 강해졌다던가 아니면 소나가 옆에서 정신적인 푸근함을 느꼈다던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집에 도착했다. 공동현관에 들어가기 위해 소나가 계단을 올랐는데, 혹시 소나가 넘어져서 다리와 갈비가 부러지지 않을까 잠깐 걱정했다. 그러지는 않았고 소나는 마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듯이 다이얼을 눌렀다. 유리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누나가 어디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지가 어디로 갔을까. 밖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나. 남자한테 꼬여서 도망쳤나. 갖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현관 앞에 중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모님은 나와 소나를 보았다.

소나구나. 미안하다. 지금 집에 일이 있어서. 어디 나가 봐야 할 거 같아. 세빈이랑 둘이 있을 수 있지?

소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어머니’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는 집 냉장고에 먹을 게 있으니 원하는 만큼 꺼내먹으라고 했다. 부모님이 현관문을 닫고 사라지자, 소나는 누나를 보자고 했다. 나는 누나가 담긴 백자 화분을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나가기 전보다 잎과 꽃이 더 선명하고 단단해진 듯했다. 조명 아래라서 흰 꽃이 빛을 만나 황금색으로 반짝였다. 눈부셔서 실눈을 뜨고 있었는데, 동공이 닫혀서인지 비에 익숙해져서인지 눈은 금방 떠졌다. 내가 물었다.

난은 뭐로 닦지?

그냥 물티슈로 닦으면 돼.

소나가 말했다. 나는 텔레비전 아래에 놓여있던 물티슈를 한 장 뽑았다. 다단계 회사에서 싸게 사 온 물건이라 볼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럴 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잎 하나를 슥 닦자. 적지만 회색 먼지가 묻어나왔다. 누나가 이런 먼지를 온몸에 붙이고 있었다니, 나는 하루만 씻지 않아도 찝찝해서 버틸 수가 없는데, 누나가 불쌍해졌다.

언니, 동생이 닦아주니 좋겠어.

소나가 말하면서 실실 웃었다. 갑자기 소나의 머리카락을 빗고 싶었다. 화장실 세면대에 놓여있던 흰색 꼬리빗을 들고 무작정 소나의 머리카락을 빗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두둑 소리를 내면서 매끈하게 펴졌다. 소나는 두피에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누나의 머리카락도 자주 빗었는데, 소나의 머리카락을 빗는 건 거의 처음이다. 소나와 만날 때는 빗이 없었으니까. 아무튼 소나의 머리카락이 예쁜 빛을 낼 때, 소나는 비로소 누나를 다 닦았다고 말했다. 먼지투성이인 물티슈가 네 장 옆에 놓여있었다.

소나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냉동고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통에 담긴 큰 아이스크림이었다. 우리는 그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혀에서 녹아 미뢰 하나하나를 파고들었다. 누나의 뿌리에 아이스크림을 올려놓으려 했는데, 소나가 말했다.

식물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주면 안 돼, 유화제라는 성분이 식물에 해로울 수 있어.

누나에게 주려던 아이스크림을 내 입에 넣었다. 적당히 배가 차고 아이스크림을 냉동고에 다시 넣었다. 아이스크림도 먹지 못하는 누나가 불쌍해졌다.

나와 소나는 계약 연애 관계다. 계약이라고 해서 특별한 조건을 걸어놓았다던가 거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는 연애를 시작할 때 특별한 조건을 달았다. 이별을 고할 때는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나자. 이틀에 한 번은 샤워하고 양치는 매일 하자. 신체 접촉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해도 된다. 담배는 절대 피우지 말고 술은 일주일에 한 번만. 이런 자질구레한 조건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다만 계약서를 쓴 건 아니라서 우리는 조건이 뭐였는지 자주 헷갈렸다. 계약 연애가 진짜 연애가 되는 건 두 사람 모두 동의했을 때였나. 아니면 결혼이 성사되었을 때였나. 난을 바라보고 있는 소나의 목덜미가 눈에 띄었다.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경동맥이 지나는 옆부분은 훤히 보였다. 목이 너무 희고 가늘어서 쉽게 부러질까 봐 걱정되었다. 나는 손바닥을 펼쳐서 소나의 목을 만졌다. 소나는 처음에는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내 손이라는 걸 깨닫고 움직이지 않았다. 소나의 경동맥에 맥박이 뛰는 걸 보고 안심했다. 맥박이 뛰지 않을 리 없지만, 왜인지 그녀의 목이나 손목을 볼 때마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소나도 나의 맥박 확인에 익숙해졌다. 목과 손목에 맥박이 뛴다는 걸 확인했다. 소나를 보내줬다. 손을 들어서 웃는 표정을 지으며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누나가 식물이 되어서 가장 끔찍한 점은 더 이상 맥박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다. 식물은 건강 상태를 어떻게 아는가. 인간이나 동물은 청진기를 가슴에 붙이면 상태를 알 수 있지만, 식물은 심장이 없다. 언제 뿌리가 썩어서, 쇠에 낀 녹처럼 전체를 잠식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뿌리를 뽑아서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니, 죽을 맛이었다. 소나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 검색해보더니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면 되고 햇빛이 잘 들지도 안 들지도 않는 곳에 두라고 했다. 키우기 어려운 종도 아니고 몇십 년은 살 수 있는 식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계속 닦다 보니 사무실에서 보던 비싼 난처럼 변했다. 소나가 그럼 이제 자신은 가보겠다고 했다. 일어나서 치마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소나의 손목을 붙잡고 맥박을 확인했다. 소나는 놀라지 않았다. 덤덤하게 맥박을 확인하라는 듯이 손목을 가만히 있었다. 미세하지만 박동이 있었다.

소나를 만나면 적어도 한 번은 맥박을 확인한다. 소나는 피부가 하얗고 팔다리가 가늘다.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일이었다. 소나는 내가 맥박을 확인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거리낌 없이 목이나 손목이나 가슴을 내밀었다. 그때마다 맥박이 뛰는 걸 보고 안심했다. 하루도 소나의 심장이 멈출까 걱정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제 누나의 머리카락을 빗을 수 없지만, 그래도 맥박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부모님은 누나를 실종으로 신고했지만, 나는 아직 누나가 옆에 있다고 믿었다. 다만, 누나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하나 왔는데, 제2금융권이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대신 받았다. 전화의 말에 따르면 누나는 돈을 빌리고 잠적했다고 했다. 누나가 실종되었다고 말했는데, 그럼 재산을 압류한다고 했다. 전화를 들으면서 누나가 심긴 화분을 만졌다. 차갑고 매끄럽고 맥박 없고 미동 없는 무생물이었다.

내가 갚을게요.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동자를 왼쪽에 쏠았다. 얼굴은 반쯤 굳어있었다. 그 얼굴은 신기한 마술을 본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길가에 떨어진 토사물을 보는 눈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돈을 갚겠다는 말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시청에서 복무했을 때 모아둔 돈으로 빚을 갚았다. 돈은 나중에 누나가 오면 받으면 되지만, 압류가 시작되면 비싼 난인 누나를 빼앗길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몇 개월 동안 한 푼도 갚지 않았는데, 갑자기 일시금으로 갚겠다고 하니, 직원은 놀라기도 하고 이상해하는 거 같기도 했다. 계좌번호로 돈을 보내니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눈이 내리는 계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꾸무럭거리는 구름이 있었다. 당장 눈이 내려도, 새하얀 눈이 아닌 회색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구름이었다. 나는 무작정 집을 나와서 그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가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차도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이래서 다행이다. 난이 잘 자라려면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환경이 필요하다.

누나에게 무언가를 먹여주고 싶었다. 물만 먹고, 햇빛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누나가 가여워졌다. 식물에 무엇을 먹이면 좋은지 생각했다. 길을 걸을 때, 가로수마다 꽂아두는 것이 있었는데, 그걸 뭐라고 하더라 비료, 영양제 잘 모르겠다. 무작정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흰색 간판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글씨가 붙어있었다. 들어가 보니 남색 앞치마를 입은 직원 둘이서 인사로 나를 맞았다. 식물 영양제가 있냐고 물었더니 가게 가장 안쪽에 있는 벽에 있다고 했다. 잡화점은 지저분할 줄 알았지만, 모든 제품이 새하얀 종이 상자에 포장되어있어서 꽤 볼만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꽂는 영양제와 뿌리는 영양제가 있었다. 꽂는 건 누나가 아파할 거 같아서 그냥 뿌리는 영양제로 샀다. 녹색의 긴 통으로 된 분무기였다. 가격도 삼천 원으로 비싸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보니 주머니에 꽂아놓은 영양제를 보고 어머니가 무엇인지 물었다. 식물 영양제라고 하니 네가 언제부터 식물 키우는 취미가 있었냐고 했다. 나는 누나가 식물이 되었으니 잘 키운다고 했다.

아, 그래.

어머니는 벌레 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식물을 누나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누나라고 말해도 그냥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영양제를 누나에게 칙칙 뿌렸다. 식물에 닿아도 된다. 대신 뿌리 위주로 뿌려라. 설명서에 적혀있었다. 노란색 액체가 누나에게 군데군데 묻으면서 뭔가 기분이 좋았다. 누나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나. 아니면 우리가 팩을 몸에 바르면서 피부 건강을 신경 쓰는 것처럼 누나도 그러고 있나. 영양제는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 날 식물은 더 파릇하고 푸르게 변해있었다. 다만 약으로 억지로 누나를 건강하게 만든 듯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항생제를 많이 맞으면 나중에 더 많은 약이 필요한 것처럼, 영양제를 많이 맞으면 나중에는 영양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식물이 되지 않을까. 구부러진 잎이 꼿꼿이 서자 어머니가 저번에 가져오신 맛없는 배추가 생각났다. 따뜻한 환경에서 자라서 맛없고 뻣뻣하기만 한 배추. 누나를 먹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누나가 씨를 만들지 못할까 걱정했다. 환경이 좋으면 식물은 번식력을 줄어드니까.

빚을 다 갚았으니 누나가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누나는 계속 식물이었다. 나는 누나가 식물이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헛소리하지 마라’였다. 인간이 식물이 된 건 끔찍하지만, 그래도 나는 누나가 식물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없었으면 누나는 외로움 속에 죽어갔을 것이다. 영양제도 꽂고 물도 제때 주니까 누나가 죽는 일은 없겠다. 누나를 가지고 다니지 못해 아쉽다. 누나가 난이 아니라 행운목으로 변했다면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소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일주일에 1회 이상 만나는 거니까 여러 번 만나도 상관없었다. 소나는 이번에도 머리를 빗지 않고 나왔다. 왜 머리를 빗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내가 빗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나는 가지고 있던 클러치백에서 꼬리빗을 꺼내 소나의 머리를 단정하게 빗었다. 꼬리빗은 작았지만, 다른 빗보다 촘촘했고 덕분에 소나의 머리카락은 아름답게 변했다. 이번에 소나를 만난 장소는 만화방이었다. 벽에 사람 두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방이 있었다. 그 방에서 만화를 읽고 있는데, 소나가 말했다.

이곳은 아늑해.

그러네.

아늑하니까, 만화방도 하고 사람들도 오겠지.

맞아.

소나와 나는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불필요한 대화도 인생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한숨을 쉬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던가, 눈물을 흘리면 충격이 줄어든다던가 그런 이야기. 어쩌면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을지도. 소나는 ‘이’를 발음해보라고 했다. 양치하고 왔네. 소나가 짧게 말했다. 나도 소나에게 ‘이’를 해보라고 했다. 소나도 이를 깨끗하게 닦았다. 만약 닦지 않았다면 우리 둘 다 민망해졌을 테다. 돌아오는 길에 치약과 칫솔과 비누를 샀다. 바나나와 사과를 가게 앞에 내놓고 파는 마트로 들어갔다. ‘생필품’이라고 적힌 칸으로 갔다. 흰색 원통이 있었다. 휴대용 양치 세트. 안에 치약과 칫솔이 들어있으며 통은 컵으로 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샀다. 소나가 집에 들어오자 어머니는 소나와 인사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일부러 좋은 소리를 냈다.

무슨 일로 온 거니.

양치하러요.

양치?

세빈이랑 양치 제대로 하려고요.

농담이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앞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별말 없이 안방에 있는 화장실을 내줬다. 양치하면서 이빨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찌꺼기가 긁혀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소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마 나와 비슷할 것이다. 하루에 한 번 양치해도 부족했는지 이빨에는 항상 피가 났다. 나중에 안 건데, 이빨과 잇몸에서 나는 피는 양치를 해서 나는 게 아니라 양치를 안 해서 생기는 거라고 한다. 양치를 자주 안 하면 이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를 플라그라고 부른다. 양치를 하루에 세 번 하는 게 좋을까. 나에게는 하루에 한 번도 많은 거다.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양치를 하루에 세 번이나 하는 거지. 어떻게 샤워를 하루에 한 번 하는 거지. 최근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양치를 끝내고 입은 조금만 헹구는 게 좋다. 너무 헹구면 치약의 성분인 불소가 잘 남지 않아서 양치한 효과가 별로 없다. 혀에 붙어있는 잔여물까지 박박 긁어낸 뒤 입을 헹구고 양치를 끝냈다.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어머니가 에어프라이어로 새우튀김을 튀기고 있었다.

소나야, 뭐라도 먹으렴. 지금 튀김 만들고 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런데 뜬금없이 왜 양치하니?

저와 세빈이는 하루에 한 번 꼭 양치하기로 약속했어요.

너희들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 같다.

평소에 위생 관념이 없었던 나에게 이 계약 조건은 좋은 결정이었다. 덕분에 머리카락도 고슬고슬해졌고 이빨도 새하얗게 됐으며 몸에서 더 이상 악취가 나지 않았다. 소나도 마찬가지였다. 소나에게 더 이상 삭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잦은 세수나 샤워가 환경에 해롭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내가 자주 씻지 않아서 병원에 가게 되면 의료 폐기물이 나올 테고 그럼 더욱 환경을 망치게 되니까.

환경 파괴가 줄어들면 누나도 더 건강해지겠다. 누나는 이미 파릇파릇한 잎을 더 갖게 되었다. 마치 첫 별처럼 만난 저녁 하늘처럼 푸르러졌고 가을 해가 뜬 아침처럼 반짝였다. 물 한 방울을 떨어트려도 흘러내릴 듯한 매끄러움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식물을 어디서 가져온 건 줄 안다. 누나가 식물로 변했다고 말해도 어머니는 화를 낼 뿐이었다. 어머니에게 설명하는 걸 포기했다. 동생이 누나를 키우다니 우스꽝스러워서 할 말이 없었다.

튀김은 산 지 오래된 것이었지만, 한 번 더 튀겨서 그런지 바삭바삭했다. 씹을 때마다 느끼한 기름이 흘러나와서 쉽게 물렸다. 다만 튀김의 양이 많지 않아서 금방 먹을 수 있었고 소나는 배를 매만지며 배부르다고 했다. 애초에 소나는 위가 작아서 많이 먹지 못한다. 나와 소나는 가루로 된 녹차를 타 마시면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은 3년 이내로 하는 게 좋겠다. 결혼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해야지. 여기서 말하는 간소한 결혼식은 규모가 작은 결혼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돈이 덜 드는 결혼식을 말하는 거다. 아담한 식장에서 하는 결혼식도 꽤 비싸다. 미니 컨트리맨과 현대 스타리아의 가격이 비슷한 것과 마찬가지지. 크기는 차이 나지만. 소나가 집으로 돌아간 뒤 얼마 안 가 전화가 왔다. 소나는 많이 놀았으니 직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같이 면접 준비를 하자고 해서 인터넷에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사무직이었다. 왜 하필 이 회사냐고 했더니 우리 수준으로 갈 수 있는 회사 가운데 가장 나은 곳이라고 했다. 소나의 전화를 끊고 어머니에게 정장을 사야 하니 돈을 달라고 했다.

누나가 실종됐는데 걱정되지도 않니.

‘누나는 옆에 있잖아요’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대신 ‘누나가 사라져도 할 일은 해야죠.’라고 적당히 대꾸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핸드백에서 오만 원 지폐 세 장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집 근처에 백화점이 없어서 대형상점에서 정장을 사기로 했다. 상점에서는 또각거리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바닥은 새하얀 우레탄으로 되어있었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울타리 앞에 나무로 된 긴 벤치가 있었다. 거기에 앉아서 소나를 기다렸다. 소나는 제 몸에 맞지도 않은 커다란 맨투맨을 입고 왔다. 옷과 몸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찬 바람이 송송 들어갈 듯싶었다. 소나는 전혀 춥지 않다는 듯이 한 치의 떨림도 없이 걸어들어왔다. 상점의 2층으로 들어가서 정장이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흔히들 SPA라고 부르는 저렴한 브랜드 상점이 보였다. 그곳에 가서 면접에 쓸만한 정장이 있냐고 물었다. 와이셔츠와 남색 조끼를 입은 여직원은 옷걸이가 촘촘하게 결린 벽을 가리켰다. 그 벽에 걸린 옷들은 모두 정장이었다. 와이셔츠와 바지까지 한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슬림 스타일을 원하는지 박시 스타일을 원하는지 물었다. 나는 옷들을 빤히 바라보고 여직원의 얼굴을 한 번 바라봤다. 여직원은 세상의 모든 근심 잃은,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직원이 나를 친절하게 받아주는 건지 아니면 직업상 억지로 친절한 얼굴을 하는 건지 헷갈렸다.

저, 여기서 환경을 가장 해치지 않는 옷이 뭐죠?

환경이요?

여기서 가장 환경에 해치지 않는 옷을 사고 싶어요.

여직원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싱긋 웃었다. 벽 가장 오른쪽에 걸려있던 옷을 꺼냈다. 여직원은 설명을 시작했다. 비록 저렴한 옷은 아니지만, 박음질이 잘 되어있고 천도 쉽게 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비싼 옷을 버리지 않고 오래 입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나는 그걸로 사겠다고 했다. 디자인도 나름 멋졌고 새카만 색이었다. 가격도 못살 정도는 아니었다. 여직원이 한 번 입어 보고 사라고 해서 입어봤다. 사겠다고 하자 여직원이 쇼핑백에 옷을 담았다. 소나도 옷을 골랐다. 상의가 짧고 하의가 긴 정장이었다.

이런 거 한 번 입어 보고 싶었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소나가 말했다. 나와 소나는 현금으로 계산했다. 옷을 가방에 담고 집에 도착했지만 부모님은 없었다. 누나의 실종으로 경찰서를 다녀오겠다고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나는 옷을 벗은 뒤 소파에 앉아서 무작정 기다렸다. 며칠 뒤에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누나가 인간으로 돌아올지 의문이었다.

같은 시간에 입사 지원서를 넣어서인지 나와 소나는 붙어있는 면접 번호를 받게 되었다. 나는 8번이었고 소나는 9번이었다. 면접 장소까지 버스로 갔다. 다행히 두 명이 앉는 좌석이 남아있어서 나란히 앉았다. 버스 창문으로 햇살이 새어 나왔다. 오늘은 유난히 햇빛이 새하얗다. 누나에게 물을 주고 올걸. 후회했다. 안주머니에 꼬리빗을 챙겨왔다.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거울에서 머리를 빗었다. 다행히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았다. 소나를 거울 앞에 세우고 머리카락을 빗었다. 덥수룩했던 머리는 금방 윤기를 찾았다. 면접은 대단한 압박감이 있지 않았다. 다섯 명의 사람을 앉혀놓고 평범한 질문을 했다. 대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나,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회사에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었다. 질문은 돌다가 나에게도 돌아왔다.

세빈 씨, 만약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데,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면 회사와 병원 가운데 어디로 갈 건가요.

그땐 상사분께 물어보고 시키시는 대로 할 겁니다.

면접관은 ‘흠’ 소리를 내면서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더불어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달면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싶습니다.

왜죠?

회사가 먼저 환경 보호에 앞장서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집니다.

알겠습니다.

십 분 정도 지나고 면접이 끝났으니 나가보라고 했다. 합격 여부는 일주일 안에 문자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건물을 빠져나오면서 둘 중 하나만 합격해도 축하해주기로 약속했다. 버스정류장에 서자마자 안내음과 함께 버스가 다가왔다. 버스를 탔는데 이번에는 일인 좌석밖에 없어서 따로 앉았다. 버스가 방지턱을 만나 덜컹거릴 때마다 머리뼈에 진동이 느껴졌다. 소나는 버스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류장에서 내렸다. ‘또 보자’라고 속삭였다. 나는 창문까지 열어서 떠나는 소나를 바라보았다. 아파트 뒤 큰길에서 내린 나는 추운 기색을 숨기고 아파트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어서 집 안으로 들어가자 누나가 서 있었다. 드디어 누나가 식물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건가 싶었는데. 누나는 반바지를 입고 종아리를 내놓고 있었다. 아버지가 발바닥을 마사지할 때 쓰는 대나무 회초리로 누나의 종아리를 때리고 있었다. 누나의 가는 다리에 붉은색 줄기가 하나씩 새겨졌다. 어머니는 방바닥에 앉아서 누나가 맞는 걸 보고만 있었다. 누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맞고만 있었다. 회초리를 휘두를 때마다 찰싹 소리가 났다. 누나가 금방 소리를 낼 듯했는데, 울음일지 비명일지 신음일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 잠깐이지만 누나와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았다. 소파 앞에 놓여있던 식물 화분을 들어 아버지의 머리에 던져버렸다. 화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옆으로 자빠졌다. 아버지는 손가락 끝으로 자기 관자놀이를 만졌다. 피가 몇 방울 나왔다. 어머니는 비명을 질렀다. 여기서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나였다. 나는 회초리를 맞은 적이 많지만, 누나는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누나의 손목을 붙잡고 깨진 화분의 식물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워낙 급하게 나가느라 누나는 삼선 슬리퍼밖에 신고 오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입고 있던 블레이저로 누나의 다리를 덮었다.

세빈아, 이러지 마. 누나가 잘못한 거야.

그럼 때려도 돼?

그건 아니지만.

소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금방 오겠다고 했다. 카페 직원이 흙이 떨어지는 식물을 가지고 오면 곤란하다고 해서 밖으로 나갔다. 소나는 상의, 하의로 입을 수 있는 체육복을 가져왔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큰 거라고 했다. 누나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카페에서 봉투 한 장을 달라고 해서 식물을 넣었다.

소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일단 소나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잡화점에서 점토로 만든 새 화분과 원예용 흙을 한 봉지 샀다. 빌라 3층으로 올라가서 누나와 소나를 들어가게 했다. 내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머니의 전화번호였다.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서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울먹이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아빠를 때릴 수 있어?

아빠가 먼저 때렸어요.

그거랑 같아?

뭐가 다르죠?

어머니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나는 당분간은 자기 집에서 생활하라고 했다. 라면을 보글보글 끓이면서 말했다. 나는 상의를 벗고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세빈아, 엄마한테 들었어. 미안해. 돈은 내가 일해서 갚을게.

소나가 라면이 올라간 탁자를 나와 누나 사이에 가져다 놓았을 때, 누나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건 알아서 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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