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2023.03.25 16:3303.25

죽은 재의 에어팟이 작동한다. 케이스만 부서졌을 뿐 본체는 멀쩡하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건 방금 핸드폰으로 재생한 노래-씨야의 미친 사랑의 노래-가 아니다. 어떤, 목소리다. 늪에서 막 건진 듯한 차갑고 공허한 울림이 귓속으로 왕왕대며 퍼져 나간다. 나는 목소리의 정체를 깨닫는다. 재다. 그 애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높낮이가 구별되지 않는 멍청하고 어눌한 말투, 아빠. 목소리가 그렇게 발음한다. 분명하고, 다정하게. 초침과 분침이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듯 시간이 흐른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는 목울대에 채 닿기도 전에 이미 가슴에서 휘발된 지 오래다.

일순 에어팟을 빼고 가만히 내려다본다. 노려본다. 지금 누가 장난치는 건가. 하지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것도, 누군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니다. 괜히 주변을 둘러보지만 차가운 바람만 가슴 속을 훑듯 스칠 뿐이다. 경비실은 고요하다. 저편의 거대한 석조 아치 아래로 자동차와 사람들이 이따금 오간다. 삼송역 근처 신축 아파트 2단지는 사위로 급습한 어둠에 젖는다. 나는 박 씨와 교대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재니? 긴 적막 끝에서야 비로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에어팟의 목소리는 대답하지 않는다. 모든 인과관계가 붕괴된다. 어떻게 에어팟에서 아들의, 그러니까 이미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 아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수 있단 말인가. 에어팟을 끈다. 그럼에도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아빠. 다급하고 애절하게. 금방이라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재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응, 대답을 해버리고 만다. 그 순간 이 세계와 재가 있는 저 세계와 어떤 연결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계약이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 하나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계제가 아니었다. 목소리는, 재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저녁은 먹었어? 하고 묻는다. 그때야 나는 눈앞이 희게 부예졌음을 깨닫는다. 누가 볼세라 재빨리 소매로 눈가를 닦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는 거야? 재가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반가운 한편 누군가 물기 어린 손으로 목덜미를 쥔 것처럼 선득한 기분에 휩싸인다. 울다니, 무슨. 집에 언제 오니. 죽은 것도 순간 잊고 그렇게 말해버린다. 재가 아빠 나 죽었어, 라고 말하자마자 현실이 제자리를 되찾는다. 내가 경비로 일하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재를 발견한 건 나였다. 아직도 그 순간의 기억에 온몸의 털끝 한 올 한 올이 바짝 곤두선다.

오늘 새벽, 여느 때처럼 순찰을 돌다가 207동 앞에서 멈칫했다. 옥상에 누군가 있다, 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누구지? 사람인가? 의심하면서도 나는 느릿느릿 발을 옮겼다. 주변에서 맴을 돌던 바람이 조금씩 힘을 잃고 사그라졌다. 저건, 분명 사람인데. 하는 확신이 드는 순간 ‘저것’이 그대로 공중으로 낙하했다. 어, 어, 속으로 주춤거리는 사이에 둔탁한 소리가 주변의 고요를 깨뜨렸다. 그대로 멈춰 섰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걷는 게 힘들었다. 무릎이 시큰거려서도, 관절이 쑤셔서도 아니었다. 눈앞에 입에 담지 못할 무언가가 있고, 그 무언가를 마주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놓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아내였다. 아내는 재가 집을 나간 것 같다며,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동성애자라고 말했을 때 진작 어떻게 해야 했어. 당신한텐 연락 없었어? 나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이제 눈앞의 ‘그것’이 된 ‘저것’으로 다가갔다. 사람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손전등의 불빛을 천천히 그것으로 옮겨보았다. 검붉은 피가 내 발치에 닿아있었다. 나는 뭉친 숨을 토해내며 뒤로 물러섰다. 떨어뜨릴 뻔한 손전등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검은색 롱코트에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 밤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그것은 익숙한 형상을 떠올리게끔 했다. 아들, 재. 재의 덩치만 하고, 재의 차림을 한 그것으로 다가섰다.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차마 끔찍해서 볼 수가 없었다. 얼굴이 엉망이 되어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뒤늦게 제정신을 차린 나는 얼른 119를,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꺼내려다 손에서 놓쳤다. 발부리에 묻은 피를 닦기 위해 아스팔트 도로에 문대고, 바지 밑단에 비비기를 반복했다. 마치 염산이라도 닿은 양 굴었다. 그 꼴이 누군가에겐 우스워 보였을 것이다. 달밤에 탭댄스를 추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몰랐다.

나는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하기까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꼼짝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재인가, 재가 아닌가, 재를 닮은 누군가인가, 검은색 롱코트와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의 조합은 흔하겠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최초 발견자라는 이유로 구급차에 일단 같이 올라탔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눈을 질끈 감았다. 뜨지 않았다. 그것의 얼굴을 밝은 조명등 아래서 보기 싫었다. 감당할 수 없는 밝기였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 구급대원이 내가 잠든 줄 알고 깨운 뒤에서야 눈을 떴다. 그때 그것은 이미 응급실로 실려 가고 있었다. 구급차에서 내려 응급실로 허정허정 두 발을 놀렸다. 자동문이 열리고, 시끄러운 분위기 아래 놓이는 순간에 나는 재에게서 온 연락이 없나 살폈다. 없었다. 부재중 전화 한 통도, 카페를 가니 커피값 육천원을 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도 없었다. 들것에 실려있던 그것은, 흰 천을 얼굴 끝까지 덮고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일찌감치 물러갔고 구급대원 한 명이 내게 죽은 그것의 신원을 확인코자 물었다. 나는 그것의 코트 안주머니에서 나온 지갑과 주민등록증, 캐리어 모양의 붉은색 에어팟 케이스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다고,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다고.

그러니까 재 말이다.

재는 여전히 킥킥거린다. 나는 뭐가 웃기냐고 묻는다. 벌써 익숙해진 걸까. 아들과의 통화에, 죽은 사람과의 통화에. 몇 번이고 에어팟을 뺐다 끼며 살피지만 에어팟은 잘못된 게 없다. 환청이 들리나. 나를 의심할 뿐이다. 엄마는 뭐래? 재가 묻는다. 나는 뭐가, 하고 되묻는다. 나 죽은 거 뭐라고 하냐고. 네 엄마는, 하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문다. 아내는 재가 죽었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와 시신 앞에서 성경을 외며 기도를 올렸다. 무슨 기도를 했는지는 뻔하다. 부디 동성애자 아들을 지옥에 보내지 마시옵고 굽어살피시어 천국으로 인도해주소서. 그런 내용이지 않을까. 그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실신이라도 할까 순간 두려웠지만 아내는 그렇게 온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신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아들 앞에선.

네 엄마도 울었어, 실신해서 병실로, 까지 말한 찰나였다. 거짓말. 재가 내 말을 자른다. 그래도 열심히 하더라, 우리 엄마. 거기서까지 성경책 들고 기도하고. 나는 누가 들을까 두려워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되묻는다. 들었니? 재는 당연하지, 대답한다. 지옥에서도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 다 들려. 이윽고 재는 자신이 있는 곳이 지옥이라고 말한다. 장난스런 어투였다. 반쯤은 진실인 것 같기도 한.

근데 이거 왜 이렇게 통화 음질이 안 좋니? 내가 물었다. 재가 그거 중고로 산 건데 알고 보니 짭이었어, 대답한다. 침묵이 이어진다. 나는 온풍기 세기를 조절하며 헐거워진 에어팟을 고정한다. 왜 떨어진 거야. 재는 내 질문이 지겹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아빠가 밀었잖아. 나는 심장이 주저앉는 듯한 느낌에 호흡이 가빠진다. 재가 말을 잇는다. 아빠 하나가 아니지, 엄마도, 누나도, 매형도,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그게 무슨 뜻인지 굳이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재가 열거한 그들은 모두 호모포비아였다. 애초에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이었다. 딸과 사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 역시 보수정당의 골수 지지파일 뿐이다.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동성애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나름 열성적인 ‘보수주의자’였다. 재는 그것은 보수가 아니라고, 보수를 가장한 혐오세력에 불과하다며 나와 맞선 적이 있다. 밥을 먹던 와중이었다. 그때 나는 수저를 집어던지며 쌍놈의 새끼가 대든다고 소리쳤다.

아빠.

응?

재가 웃었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따 얘기해. 쌍놈의 새끼는 지옥불에 마저 타야 돼서.

 

장례는 빠르게 치러졌다. 빈소엔 일가친척과 재의 생전 지인 몇이 찾아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상주인 내가 에어팟을 내내 끼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봤다. 아내와 딸, 사위도 마찬가지였다. 왜 장례 중에 이어폰을 끼느냐고 물으며 단단히 돌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헛헛해서 노래나 들을 작정이라고 대답했다. 방에서 쉬는 동안에 들으라는 아내의 타박에 잠시라도 노래로 다른 데 집중하지 않으면 못 견딜 지경이라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에어팟에선 물론 계속 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애는 조문객이 나타나면 누군지 설명하기 바빴다. 쟤는 내 전 남자친구야, 퀴어동아리 친구야, 얘가 민재야, 내가 말했던 여자애,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애 등등. 언뜻 들으면 길고 지난한 생애 구술에 불과했지만, 내겐 그 어떤 것보다도 흥미로웠다. 살아있을 땐 몰랐던 아들의 인간관계, 속사정, 비밀, 사연들을 죽고 난 뒤에 들으니 <그것이 알고 싶다> 미방영분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제목은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20대 남성의 자살, 그 가족의 비밀’이라고 하면 좀 시청률이 나오려나.

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흥분에 사로잡힌 건 우리 가족이 다니는 교회 권사들과 집사, 목사가 나타났을 때였다. 재는 그들을 보더니 저주를 퍼부으며 저들도 나랑 같이 지옥불에 타고 있다고 이르듯 알려주었다. 나보다 더해. 그 애가 깔깔댔다. 교회 사람들은 절 대신 묵례와 기도로 조문을 했다. 그럼에도 명절이나 제삿날엔 꼬박꼬박 아내와 자식들을 부엌에서 전 부쳐라, 고기 쪄라 부려먹는 놈들이었다. 그들은 재를 ‘동성애 치유 캠프’라는 곳에 데려가려고 했다. 자살로 의심되는 의문의 사망 사고가 두 번이나 나온 곳인데, 아내도 부득불 보내려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생전 처음 그들을 혐오에 가득 찬 눈길로 쳐다보았다. 하마터면 마주 묵례를 하고 기도를 올리지 않을 뻔했다. 하지 마. 재가 말했다. 뭘? 기도 말이야. 그 좆같은 거. 얼떨결에 기도를 올리던 맞붙잡은 두 손을 양 허벅지 옆으로 내렸다. 아내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팔꿈치로 툭 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탁자로 가 술판을 벌이는 동안 아내가 물었다.

“왜 기도 안 해? 권사님, 집사님, 목사님들 다 기도해주시는데. 미쳤어?”

“힘들어서 그런 거야.”

썅년. 재가 느닷없이 소리쳤다. 나는 에어팟 볼륨을 줄였다. 그에 따라 재의 목소리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완전히 소거할 순 없었지만. 나는 조용히 속삭이듯 뭐라고? 반문했다. 썅년이라고. 엄마였던 저 여자 말이야. 아,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그래도 엄마였는데. 그 애가 킬킬댔다. 나는 미쳤냐고 작게 소리쳤다. 엄마한테 썅년이라니, 네가 돼먹지 못한 호모새끼란 건 알고 있었지만 죽은 후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내 갑작스런 욕설에 당황했는지 재는 숨을 들이켠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어느 부분에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있잖아.

재가 입을 뗐다.

아빠도 여기 오면 지옥행이야. 알아? 엄마도 마찬가지고. 먼저 죽어본 선배로서 충고하는 건데, 그렇게 살지 마.

나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옥행이라니.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이후로 난 입을 열지 않았다. 재가 떠드는 대로 놔두었다. 태어난 지 이제 돌을 갓 지난 자식을 핑계로 느지막이 나타난 딸과 사위는 일손을 거드는 척하며 교회 사람들과 배불리 먹고 술을 마시기 바빴다. 어느 순간 아내 역시 조문객을 맞이하는 것을 관두고 그리로 가서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한 데 뭉쳐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순간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 충동을 느꼈다. 재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숨죽인 말을 늘어놓았다.

아빠, 다 죽이고 싶지? 다 꼴 보기 싫지? 다 뒈져버리면 싶지,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 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재의 사진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쯤 집에서 잠들었을 키우던 푸들과 함께 환히 웃고 있는 모습. 비교적 어릴 적 사진이었지만, 최근 사진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아 영정사진으로 택했다. 처음에 재는 마음에 든다고 했다가, 점차 불만을 표했다. 저러면 로보(강아지 이름이다)도 죽은 것 같다면서. 고개를 외로 틀며 에어팟을 빼버릴까, 생각했지만 재가 나를 놔주지 않았다.

솔직히 아빤 잘못 없어. 아빠 원래 착한 사람이잖아. 아들한테 막 대하는 사람도 아니잖아.

나 착한 사람 아니야. 재야, 차라리 커밍아웃하지 말지 그랬니. 그냥 죽지 그랬어.

나는 빌 듯이 말했다.

인과관계를 똑바로 따져 봐.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니야.

그러면서 재는 제 엄마와 누나, 매형을 차례로 깎아내리며 비방했다. 재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가 생각났다. 사위까지 모여 오랜만에 야식으로 치킨을 뜯고 있을 때였다. 재를 제외하고 모두가 술에 거나하게 취했다. 정치 얘기가 오가면서 ‘군 내 성소수자 군인 불법 색출사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기 시작하며 대화가 격화되는 순간, 재가 자신도 성소수자라며 군대에 있을 때 받았던 차별과 느꼈던 혐오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비밀이 풀리는 찰나였다. 재의 군 시절 우울증과 조기 제대의 이유도 그렇게 알려졌다. 아내는 밥상을 엎었고, 딸은 동성애자들은 다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면서, 너 총기난사 일으키기 전에 제대한 게 다행이라며 한술 더 떴다. 사위는 아내를 말리다가 빨리 모두에게 사과하라며, 재에게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동성애자인 게 자랑도 아니고. 그가 중얼거리는 걸 놓칠 재가 아니었다. 하마터면 칼부림이 일어날 뻔했을 정도로 재와 사위 사이에, 아니, 사위로 대표되었을 뿐이지 재와 우리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일어났다.

말린 건 나였고, 방으로 들어가 기다렸다는 듯 짐을 싸는 재에게 다시 생각해보라며, 가족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고, 그렇지만 나는 같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애는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고마워, 아빠. 그렇게 말해줘서. 그리고 재는 떨어졌다.

재는 저놈, 매형 저 새끼는 하는 일 없이 술이나 먹고 돈이나 축내는 주제에 신을 믿는다고 조롱했고, 누나에겐 자기 자식이 레즈비언인 것도 모르면서 맨날 헛된 미래나 꿈꾼다고 비웃었다. 레즈비언이라니?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재는 자신이 ‘하느님’의 비책을 몰래 엿봤는데, 누나 딸은 자신처럼 동성애자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애는 죽은 재를 그리워하는 듯 동성애자만 아니었어도 이런 불행은 없었을 거라며 술에 취해 울먹거렸다. 사위가 그런 딸을 감싸며 위로했고, 아내는 다시 교회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빠, 부탁이 있어. 그리고 아빠가 나에게 지은 죄를 회개할 유일한 길이야.

내가 너한테 무슨 죄를 지었다고 회개해? 아빠가, 아들한테 죄를 짓는 경우도 있냐.

나는 애써 덮쳐오는 두려움을 외면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잠식된 지 오래였다.

그럼 있지, 아빠. 낳은 죄. 삶을 강요한 죄.

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회개하고 싶지 않아? 잘못을 빌어. 그럼 용서해줄게. 내가.

몸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에어팟을 거칠게 뺀 뒤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발뒤꿈치로 그것을 내리밟았다. 숨이 찰 정도로 에어팟을 부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 작고 단단한 건 쉬이 부서지지 않았다. 나는 차오르는 충동을 누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을 쳤다. 맨바닥을 발로 차는 광경을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저 화가 나고 슬퍼 저러는가 보다, 여겼으리라. 뒤늦게 아내가 달려와 에어팟을 밟고 발을 헛디뎌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선 에어팟을 발견했다.

“이게 뭐야? 재 거 아니야?”

“이리 줘.”

나는 부서지지 않고 여전히 멀쩡한 그것에 손을 내밀었다.

아내는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발인 때 같이 관에 넣자고 말했다.

“이리 내놓으라니까, 이 썅년아!”

한순간 입을 틀어막았지만 모두가 이미 들은 뒤였다. 사람들이 놀란 눈치로 힐끔 쳐다보는 와중에 나는 그녀에게서 재빨리 에어팟을 가로챘다. 잰걸음으로 빈소를 빠져나갔다. 재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휴일인 집은 고요했다. 사위와 딸은 수시로 자식을 제 부모에게 맡긴 채 남편과 함께 놀러다니거나 친구들과 쇼핑을 했다. 종일 집에서 애만 보니 재처럼 우울증 걸려 죽을 것 같다면서. 저녁 식사 때 족발과 치킨을 시켜 먹는 도중에 튀어나온 그 농담에 웃은 건 딸 자신과 사위뿐이었다. 아내는 ‘부정’ 탔다며 다시 식전 기도를 올리자고 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에 가 틀어박혔다.

한동안 에어팟을 끼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재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나는 마침내 다시 찾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의아했다. 볼륨을 최대로 키워도 목소리는 안 들렸다. 역시 환청이었나, 미쳤던 게 틀림없다고, 나야말로 정신과에 내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쯤 갑자기 왁! 하고 외침이 에어팟에서 솟쳤다. 볼륨을 최대로 키운 탓에 화이트노이즈까지 일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놀랐지? 재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재미없다고 대꾸했다. 오늘 휴일이야? 그 애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 휴일이 아니었다. 경비 자리에서 잘렸다. 권고사직의 형태였지만. 자식이 떨어진 곳에서 그 아버지를 계속 근무시키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당분간 쉬는 게 어떻냐고 관리소장이 말을 건넸다. 그 정도는 감수할 각오였으므로 나는 알겠다고 사직서를 냈다. 재에 대한 원망이 일순 솟았지만 그래도 지금 나보다 재가 더 아팠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재는 다시 말이 없었다. 이내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안개꽃 몇 송이를 사 일산동구청 근처에 위치한 승화원에 가달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내 남자친구가 있어, 아빠. 나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늘이 기일이거든. 내가 죽어서 이제 찾아갈 사람이 없어, 걔한테. 매년 기일에 내가 찾아갔는데. 아빠가 가서 꽃 좀 전해주고 와. 나는 대답을 하지 않다가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물었다. 재는 뭐가? 천진난만하게 반문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냐고. 지금 복수하는 거냐고. 하고 많은 아파트 중에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투신하지 않나, 나한테 있는지도 몰랐던 제 죽은 남자친구 기일에 가서 조문하고 오라고 하질 않나. 어떻게 보아도 이건 나를 향한 사소한 복수였다. 내가 더 이상 말을 않자 재는 아직 복수는 시작도 안 했어, 아빠, 하고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갔다. 근데 아빠, 아빠는 내 복수 대상이 아니야. 아빠는 언제나 내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내 편이잖아. 안 그래? 에어팟이 흔들렸다. 마치 재가 에어팟을 톡톡, 건드리는 것처럼. 그 사실을 깨닫자 말할 수 없는 무력감과 피로함이 몰려왔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었다. 휴일인데 어디 가느냐고 아내가 물었다. 나는 전에 일했던 동료랑 잠시 만나고 오겠다고 말했다.

“김치 담그는 날 하필 나가?”

아내가 현관으로 향하는 내게 외쳤다.

“하나밖에 없는 사위하고 딸 먹이려 다 준비해놨는데. 걔들 좋아하는 겉절이 담글 건데.”

“겉절이, 재도 좋아했었어.”

나는 현관문을 밀고 나갔다.

집 앞에서 57번 버스를 타고 일산동구청에서 내렸다. 승화원으로 향하는 길은 복잡했다. 상당히 외진 곳이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논밭을 가로질러 골목들 사이를 한참 헤맸다. 마침내 발견한 승화원은 생각보다 작은 곳이었다. 바로 옆에 꽃집이 있어 들렀다. 제일 신선한 안개꽃을 달라고 했다. 재의 피부처럼 하얀 꽃이었다.

꽃집을 나섰다. 꽃을 들고 나는 승화원으로 들어섰다. 온풍을 세게 틀어놓았는지 승화원의 공기는 결이 두껍고 따듯했다. 숨 쉴 틈 없는 온기에 익숙해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어팟을 통해 재는 남자친구의 이름과 납골함 위치를 알려주었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박현준.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오랫동안 외웠다. 재의 말에 따르면 박현준이란 아이는 대학교 때 교양과목에서 만난 아이라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서로가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고, 이후 급속도로 친해지다 술을 먹고 하룻밤 잔 것을 계기로 사귀게 되었다고. 별다를 게 없는 연애담이었다.

근데, 왜 죽었니? 내가 물었다. 재는 교통사고였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도망치다가 버스에 치여 죽었다고. 어쩌다 그런 일이.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역시 아빠는 착한 사람이야.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애도를 표하는 거 보면. 나는 과대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칭찬’이었다. 근데 누구한테서 도망쳐? 집 나와서 깡패한테라도 쫓겼나? 나는 사진 속 박현준이란 아이를 들여다보았다. 언뜻 보니 배우 박보검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너 박보검 좋아하니? 내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재는 짐짓 놀라는 체 했다. 나는 그냥, 얘가 닮았길래, 말끝을 흐렸다. 아니. 깡패는 아니지. 하지만 쫓긴 건 맞아. 누구한테? 부모한테? 재는 맞는다고 말했다. 우리 엄마하고 매형한테.

박현준이란 아이는 일찍이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라다 글재주 하나로 가까스로 대학을 간 아이였다. 재는 그런 현준과 사귀면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많이 도와주려 했고, 현준은 이따금 밥을 사주는 것과 사랑받는 것으로 족하다여 일절 부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애가 어느 날 밤에 다급하게 재에게 전화를 해 부탁을 해오더라는 것이었다.

헤어져달라고 했어. 재가 말했다. 그 애의 목소리엔 울음이 섞여들었다. 내가 갑자기 왜 그러냐고 했지. 그랬더니, 엄마하고 매형이 맨날 찾아와서 그렇게 괴롭힌다는 거야. 이렇겐 못 살겠다고, 죽을 것 같다면서. 재는 그 길로 엄마와 매형을 찾아나섰다. 그들은 스토킹이라도 하듯 현준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재가 아내와 사위와 대판 싸움을 벌였다. 그때도 칼이 허공을 오갈 뻔 했다. 나는 에어팟 볼륨을 조금 키웠다. 그렇게 도망치는 와중에, 재가 호흡 한 번을 쉬고 말을 이어갔다. 사고를 당한 거야. 나는 현준이란 아이를 오랫동안 들여다본다. 거기엔 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둘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랬구나, 중얼거렸다.

나는 승화원을 나와 인근 한적한 골목에 남루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술을 마셨다. 재에게 부탁해 잠시 노래를 들으며. 처음 에어팟을 주웠을 때 들으려고 했던 씨야의 ‘미친 사랑의 노래’라는 노래였다. 너를 사랑한 죄로, 라고 시작되는 가사가 마음속을 헤집었다. 아내와 사위, 딸에 대한 생각을 천천히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재가 노래를 들려주기 전 했던 마지막 부탁을 곱씹어보았다.

소주병이 늘어만 갔다. 한 병이었던 게 세 병으로, 세 병이 여섯 병으로. 안주는 오로지 육개장이었다. 흰 전지가 깔린 탁자 위에서 육개장을 떠먹고 소주를 비우며 핸드폰 화면 가득 찬 재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손녀가 태어나도, 재가 바꾸라고 해도 바꾸지 않은 재의 고등학교 졸업식 때 사진이었다. 재가 가장 예뻤을 때이기도 했다. 가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고 속이 쓰렸다. 울고 싶었으나 나온 건 울음 대신 토사물이었다. 나는 속의 것을 잔뜩 탁자 밑에 게워냈다. 주인이 와서 아무 말 없이 치우기 시작했다. 흔한 일이라는 듯.

“미안해요.”

내가 젊은 주인 여자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아저씨는 누구랑 헤어졌어요? 짝사랑하던 젊은 남자?”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나 같이 남자 커플이 많았다. 간판을 바라보았다. 조그만 여섯 빛깔의 무지개가 귀퉁이에 달려있었다. 문득 재가 무지개는 성소수자를 의미한다고도 말한 게 생각났다. 그러니까, 이 주인 여자는 나를 게이로 오해하고 있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가 닿았다. 짝사랑하던 젊은 남자. 재가 떠올랐다. 맞지, 맞아. 나는 허허 웃으며 맞는다고 얘기했다. 계산을 하고, 결심을 했다. 미친 사랑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나는 에어팟으로 재를 불렀다.

재야. 내일 우리 소풍이나 갈까. 내가 딸꾹질을 하며 물었다. 마침 내일 고양퀴어문화축제야. 거기 가볼래? 재는 장난으로 물은 것 같았지만, 나는 그래, 라고 진심으로 대답했다. 가보자, 어디 한 번. 축제를 열어보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57번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에어팟은 잠잠했다. 나는 귀가 아파 따로 중고로 구한 케이스에 에어팟을 꽂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문을 여니 짠 젓갈 냄새가 끼쳐왔다. 덩달아 비릿한 고기 냄새도. 아내와 딸, 사위가 합심해 수육과 고기를 먹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왁자지껄. 사위가 나를 보고 오셨어요, 인사를 하며 얼른 앉아 식사하시라고 말했다. 나는 됐다며, 이미 먹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로보가 무언가를 달라는 듯 나를 향해 짖어댔다. 아내가 그러지 말고 한 잔 하자고 했다. 딸이 아빠, 먹자, 재도 없는데 심심해, 하며 나를 잡아끌었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는데 겉절이에 굴이 들어간 게 보였다.
“김치에 굴 왜 넣었어?”

“애들이 좋아하니까. 당신도 좋아하잖아.”

“재는 싫어했어. 생굴 먹고 한 번 체한 뒤로.”

“걔 얘긴 왜 또 꺼내, 아빠. 그냥 잠자코 먹어.”

딸이 내 앞에 수육 두 점과 굴과 김치 몇 점을 올려놓았다. 탱글탱글한 생굴이 재의 움직이는 눈동자로 보였다. 수육의 살점과 뼈는 그 애의 살과 뼈로 이루어진 것이리라. 그때였다. 에어팟을 끼지도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하고. 분명하고, 다정하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싱크대로 향했다. 개수대 근처에서 칼을 빼 들었다. 다 잘라놨는데 그냥 드시라고 말하는 사위의 목에 그대로 칼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술에 취해 힘이 부족했는지 뼈에 채 닿기도 전에 빠졌다. 수육과 김치 위에 분출된 피가 점점이 흩뿌려졌다.

딸과 아내는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만히 경직된 채였다. 사위가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지며 쇳소리를 내뱉었다. 딸은 그제야 도망가려 했지만 내가 한발 빨랐다. 칼을 거꾸로 되잡고 딸의 복부와 가슴을 향해 칼끝을 밀어 넣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집안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참 한숨을 내쉬다가 아내에게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쥔 채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당신 왜 그러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그런다고 내가 그 새끼 낳은 걸 후회 안 할 줄 알아? 라고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내 칼에 채 나오지 못한 그녀의 비명이 야트막한 숨으로 사그라들었다.

검붉은 피가 마룻바닥 틈새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 일 내내 로보는 짖지 않고 조용했다. 내가 손을 내밀자 달려와 에어팟이 든 주머니를 향해 앞발질을 해댔다. 에어팟을 조심스레 꺼내 꼈다. 노래가 마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같은 그룹의 ‘미워요’라는 노래였다. 재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나는 뒤엉킨 호흡을 가지런히 다듬으며 몸을 의자 등받이에 누였다. 마침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야, 하고 불렀다. 재는 울고 있었다.

아빤 나쁜 사람이야.

“그래 내가 나쁜 사람이지. 내가 죄인이지.”

나는 웅얼거렸다. 문득 허기가 졌다.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아내가 담그고 사위가 찌고 딸이 건네준 김치와 수육, 굴을 그러모아 입에 가져갔다. 너무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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