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목소리
스타니스.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입가에 살짝 감도는 당신의 미소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편지를 읽는 순간이 아마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마 미소 지을 수 없겠지요.
미안합니다.
이렇게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라서, 모두를 낳은 한 일족의 어머니로서 당신의 곁에서 모든 어려움에 손을 맞잡던 아내로서 보낸 천년의 시간을 허공으로 흩으려 합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요. 믿을 수 없겠지요. 나의 결심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무슨 수를 써서든 나를 막으려 할 겁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직접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앞으로도 나를 사랑할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함께 걷던 길을 생각합니다.
스쳐가던 꽃송이 하나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내게 가르쳐주던, 햇빛이 고이는 샘물을 손에 담아 내 입가에 대어주던, 달콤한 산딸기 열매즙에 손끝 하나 물드는 일이 없도록 당신의 입으로 직접 물어 건네주던 일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에나 나의 행복을, 우리의 행복을 잊지 않았죠.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사소한 순간에조차 나에게 줄 사랑을 발견해 내게 쏟아부어주었지만, 내게는 당신의 그 마음에 보답할 마음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텅 비어버린 나는 삶을 이어가기에도, 당신을 붙잡아 두기에도 턱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일 뿐입니다. 당신은 그런 나에게 기대라고 말합니다. 숲의 거대한 나무가 칡덩굴에게 기댐을 허락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기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모릅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설 수도 없는 칡덩굴이 언젠가 거대한 나무의 숨통을 졸라 죽이고 만다는 것을…….
스타니스.
당신의 깊은 사랑은 내게 너무나 과분합니다. 생의 의지를 잃고 사랑하는 마음마저 잃은 내가 당신의 곁에 머무는 것은 겨우살이가 자신이 달라붙은 나무를 말려죽이고 자신도 죽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깊은 사랑은 내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랑을 전부 받아주고 보답해줄 수 있는 건 내가 아닙니다.
여태껏 이런 나를 사랑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은 결국 당신에게 영원히 헛된 기대를 좇도록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는 풀잎 끝에 맺힌 이슬처럼 영영 당신의 곁을 떠나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려하는, 근원에 대한 갈망을 잠재우지 못한 나를 동정하고 용서한다면, 부디 나를 잊고 행복한 사랑을 하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 끝 -
아래 글과 한 세트라 같이 올립니다.
스타니스.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입가에 살짝 감도는 당신의 미소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편지를 읽는 순간이 아마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마 미소 지을 수 없겠지요.
미안합니다.
이렇게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라서, 모두를 낳은 한 일족의 어머니로서 당신의 곁에서 모든 어려움에 손을 맞잡던 아내로서 보낸 천년의 시간을 허공으로 흩으려 합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요. 믿을 수 없겠지요. 나의 결심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무슨 수를 써서든 나를 막으려 할 겁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직접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앞으로도 나를 사랑할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함께 걷던 길을 생각합니다.
스쳐가던 꽃송이 하나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내게 가르쳐주던, 햇빛이 고이는 샘물을 손에 담아 내 입가에 대어주던, 달콤한 산딸기 열매즙에 손끝 하나 물드는 일이 없도록 당신의 입으로 직접 물어 건네주던 일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에나 나의 행복을, 우리의 행복을 잊지 않았죠.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사소한 순간에조차 나에게 줄 사랑을 발견해 내게 쏟아부어주었지만, 내게는 당신의 그 마음에 보답할 마음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텅 비어버린 나는 삶을 이어가기에도, 당신을 붙잡아 두기에도 턱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일 뿐입니다. 당신은 그런 나에게 기대라고 말합니다. 숲의 거대한 나무가 칡덩굴에게 기댐을 허락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기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모릅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설 수도 없는 칡덩굴이 언젠가 거대한 나무의 숨통을 졸라 죽이고 만다는 것을…….
스타니스.
당신의 깊은 사랑은 내게 너무나 과분합니다. 생의 의지를 잃고 사랑하는 마음마저 잃은 내가 당신의 곁에 머무는 것은 겨우살이가 자신이 달라붙은 나무를 말려죽이고 자신도 죽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깊은 사랑은 내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랑을 전부 받아주고 보답해줄 수 있는 건 내가 아닙니다.
여태껏 이런 나를 사랑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은 결국 당신에게 영원히 헛된 기대를 좇도록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는 풀잎 끝에 맺힌 이슬처럼 영영 당신의 곁을 떠나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려하는, 근원에 대한 갈망을 잠재우지 못한 나를 동정하고 용서한다면, 부디 나를 잊고 행복한 사랑을 하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 끝 -
아래 글과 한 세트라 같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