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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귀신대면

2011.06.06 23: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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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중학교에는 방과 후 학교라는 시간이 있어서, 정규 수업을 끝내고도 7시 5분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다. 전교생이 학교 도서실에서 3시간가량을 자습으로 보내는 것이다.
50명이 채 안 되는 남녀 학생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다. 지도 교사가 있어서 떠들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크게 방해가 안 되는 정도라면 뭘 하든 대체로 가능하다. 물론 어떤 선생님이 지도교사로 있느냐에 따라 잠도 못 자게 하기도 한다.
저번 주에 그런 일이 있었지만 이 방과 후 학교는 월요일부터 재개 되었다. 겨울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때라 내 친구들이나 후배들이나 한두 명을 제외하곤 다들 공부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7시쯤에 나와 오른쪽 사선으로 한 칸 앞에 앉아 있던 신이 말을 꺼냈다.
“쌤, 일찍 마치죠.”
“안 돼.”
“쌤, 그러지 말고 그냥 가죠. 바깥 어두운데요. 늦게 가면 귀신 나와요.”
내 옆자리에 있던 한도 끼어들었다.
“아씨, 아빠가 귀신 만나지 말라던데.”
그러나 결국 5분을 다 채우고 하교를 하게 되었다.
학교 정문을 나서면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학교 뒤로 돌아가는 길이고, 오른 쪽에 있는 두 길 중 왼편의 길은 새실로, 이 길로 내려가면 바로 주거지나 상가가 나오는다. 내 친구들 중 대부분이 이길로 내려가고, 차가 잇는 선생님들만 오르쪽 오른편의 넓은 길로 내려간다. 왼쪽에 있는 길은 나밖에 가지 않는다.
학교 왼편에는 나무 몇 그루가 심어진 공터가 있었다. 나는 거기서 내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나는 학교 정문을 나섰다. 신이 마한대로 밖은 어두웠다. 하늘은 군청색이었고, 해는 검은 산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공기 또한 군청색으로 물들어 있는 듯 했다. 세상은 공기의 빛에 걸러져 원래의 색을 잃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학교가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꽤 경사가 심하다. 그래도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가도 그다지 덜컹거리지 않는다.
얼굴에 부딪혀오는 바람이 새삼스럽게 지금이 밤임을 일깨워주었다. 공기에서 밤의 냄새가 난다.
‘아씨, 아빠가 귀신 만나지 말라던데.’
왠지 이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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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집안이 추워서 영 이불 밖으로 나가기 힘들었지만 일단 나오고 나니 잠도 깨고 해서 좋았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ㅏ나섰다. 내뱉는 숨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열심히 페달을 굴렸다.
학교로 가는 길이 대부분 오르막이라 20분 정도 걸린다. 마스크와 장갑을 끼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고역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춥다.
학교 건물 옆에 자전거를 세ㅜ고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시작이 5분 정도 남아 있었다. 아침이라 피곤한지 교실에 있는 애들은 대체로 말이 없었다. 이는 아직 감기가 남아 있어 보였고, 신은 아직 오지 않았는지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녀석은 없었다.
“안녕.”
그나마 활기가 있어 보이는 박이 인사를 해왔다.
“응. 안녕.”
나는 다시 녀석의 자리였던 곳을 보았다. 책상과 의자는 치워져 있었다. 주말동안 누군가가 치워버린 것 같았다.
그 일은, 뭔가 현실감이 없지만 꿈이 아닌 것이다.
우울해졌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녀석이 죽어가던 장면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았다. 녀석은 밧줄이 목을 파고들어 비명을 내지르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하고 있었다. 당혹감과 경악,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녀석이 죽어가는 모습을 운동장에서 오와 대화하며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도와주는 게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 녀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녀석을 살라준다면 녀석을 죽이려 한 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일단 중학생이 때문에 그리 큰 벌은 받지 않겠지만, 아무튼 곤란할 것이다. 친구이기 때문에 나는 이의 행동을 말릴 수 없었다.
이는 학교의 한 편에 놓인 나무들 뒤쪽 과수원에 녀석을 끌고 들어갔다. 죽었는지, 아니면 단지 기절했을 뿐인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이가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갔다.
호기심 때문에 다음날 과수원에 들어가 보았다.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녀석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경찰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조금 잔혹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녀석이 수업 중이 아니라 방과 후에 죽었다면 학생들을 어두워 질 때까지 잡아두는 방과 후 학교는 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조례가 간결하게 끝난다. 신은 아직까지 오지 않는다.
밖은 겨울인지라 해가 그리 밝지 않았고 그 때문에 시야 자체가 약간 회색빛이 감도는 유리를 통해 내다보는 듯 했다. 1교시가 시작되고 선생님이 출석을 확인할 때도 신은 등교하지 않은 상태였다.
내 머릿속에는 혹시 신이 팔다리가 잘린 채 사물함 속에 잘 포개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나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도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직 선생님만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돌연 수업을 멈추었다.
그리고 딱히 누구를 지목하지 않고 신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말하셨다. 그러자 한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문득 선생님이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은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녀석의 일 때문이다. 녀석이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사건.
지난주에 이 학교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났으니 또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의심하는 건 당연했다. 나는 실상을 아니까 걱정하지 않은 것이다.
몇몇이 한을 주시하는 가운데 어느 순간 신호음이 끊겼다. 휴대폰 저쪽 편에서 작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한이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야, 니 어딘데? 학교 안 오나? 아, 글라? 알았어. 빨리 온나.”
한이 휴대폰을 닫았다.
“늦잠 잤데요. 이제 온다는 데요.”
신의 집은 학교와는 좀 떨어져 있는 걸로 안다. 버스 시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바로 온다고 해도 오전 수업 중 반은 빠지게 된다.
한 3교시쯤에 오겠지, 라고 예상했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신은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에 등교했다.
신은 지쳐있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전신에 힘이 없어 보였다. 안색도 초췌하고 걸음도 불안정하고 여러모로 말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평소에 좀 과장스럽게 행동하는 놈이란 걸 고려해도 좀 심해보였다.
그러나 녀석의 상태는 한순간에 급변했다.
“야, 야! 말려!”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신은 이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죽일 듯한 기세였다. 놔두면 진짜 죽일 것 같았다.
다들 당황해 아무도 둘을 말리려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신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늦었다.
덩치가 큰 이가 신을 붙잡고 벽에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벽에 부딪치고 튕겨져 나오는 신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이정도만 해도 충분한 것 같은데 이는 쓰러진 신에게 달려들더니 옆구리를 발끝으로 찼다. 한쪽 갈비뼈가 다 박살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계속 차댔다. 나는 신 대신 이를 말렸다.
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으니 신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이에게 달려들었다.
이는 나를 등에 매단채로 한 발을 들어올렸다. 신이 가까이 다가오면 그대로 걷어차려는 것 같았다.
신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돌연 신의 목소리가 끊겼다. 옆에서 누군가가 의자를 밟고 날아올라 그 기세로 신의 머리에 발차기를 날린 것이었다.
신이 쓰러지고 난 후에야 나는 신의 머리를 걷어찬 사람이 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은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게 그렇게 맞고도 태연히 일어났던 놈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침묵했다. 모두들 이 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했다. 그때 이가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제야 다들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나는 침착해지려 애쓰면서 신에게 다가갔다. 신은 천장을 보며 쓰러져 있었다.
갑자기 일어나서 나에게 달려드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신의 몸을 건드려야 할지, 건드린다면 어떻게 건드려야할지 생각할 때 옆에서 한이 말했다.
“머리를 맞아서 기절한 거야.”
“그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잘 떠오르지 않았다.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긴 했으나 그게 해도 후회하지 않을 일인지가 알 수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의견을 구하듯 말했다.
“일단 좀 깨워볼까?”
주위에서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발로 신을 툭툭 차 보았다. 흘끔 이를 보니 이는 생각에 잠긴 듯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차보기도하고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신은 깨어나지 않았다. 약간 불안했다.
“이거 기절한 게 아니라 죽은 거 아니야?”
한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수업시작까지 5분 정도 남아 있었다. 일이 커지는 건 귀찮았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별 일 없었다는 듯 사태를 수습하고 부위기를 바꿔야 했다.
나는 신을 안아들고 신의 자리에 앉혔다. 신의 상체가 책상 위에 업어졌다. 죽지는 않았더라도 뇌출혈 같은 게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 안 죽었어도 놔두면 죽는 그런 상태일지도 몰랐다.
나는 입을 열었다.
“야들아. 우리 이렇게 하자.”
애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였다. 나는 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할지 생각나는 사람 없으면 그냥 넘어져서 저러고 있는 거라고 하자”
이를 보니 이는 여전히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애들은 내 말에 동의하는 듯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종이 치고 잠시 후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신을 보더니 일어나라고 말했다. 차라리 몇몇이 더 누워있었더라면 신에게만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되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불러도 신이 일어나지 않자 신의 옆자리에 있던 한에게 신을 깨우라고 이르셨다.
한은 신을 한 번 흔들고는 선생님에게 말했다.
“아까 넘어져서 아픈 것 같은데요.”
“그래?”
선생님은 쓰러져 있는 신을 보다가 아무 말 않고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중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 신과, 그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한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 자리는 저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기절시킨 만큼 자기가 옆에서 지켜보겠다는 생각인가, 그렇게 이해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쪽은 불안해하는 기색이었다.
교실은 중앙에 난로가 있고, 책상과 의자가 난로가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해서 중간에 구멍이 뚫린 사각형 모양을 이루며 놓여 있었다. 옛날에는 50명이나 앉아서 수업을 듣던 곳인지라 13명이 있는 지금은 자리들 사이가 넓었다. 이런 건 여름에는 좋지만, 겨울에는 공기가 빨리 안 더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내 자리는 복도 쪽 벽이 바로 옆에 있는 위치라서 난로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옷을 많이 입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옷이 무거워서 어깨가 아팠다.
나는 겉옷을 벗어서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책상이 차가워서 책상에 손을 못 올려놓고 있었기에 나는 옷 위에 교과서와 손을 얹었다.
수업이 끝났다. 멍하니 있다가 종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나는 물을 마시러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참.”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신은 깨어나지 않았다. 아까 전에 쓰러져 있던 자세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신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위를 두러보니 대부분 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일부러 시선을 주지 않으려는 듯 했다.
한은 신을 보고 있었다. 내가 신에게 다가가려 할 때 옆에서 오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저거 괜찮을라나?”
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신에게 시선을 주었다.
“글쎄.”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ㅣ유를 상기하곤 오에게 말했다.
“물이나 마시러 가자.”
“그래.”
나와 오는 복도로 나가서 급식소로 향했다. 나는 무슨 말을 꺼낼까 생각했다.
결국 오가 나에게 한 물음을 글자만 바꿔서 말했다.
“어떡하지?”
“글쎄.”
오는 생각하는 얼굴을 했다. 급식소에 도착했다.
이윽고 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좀 놔둬야겠지. 근데 왜 갑자기 덤벼든 거지?”
나는 물을 한 컵이 거의 다 차게 받아 한번에 들이마셨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적어. 뭐랄까. 진상에 이르기에는 단서가 너무 적다고 할 수 있지.”
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대충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오의 말에 동의했다. 생각해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나와 오는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건물 뒤쪽 편으로 나왔다. 학교 건물 뒤에는 쉼터가 있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등으로 지붕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탁자가 두 개 있고, 탁자 마다 기다란 의자가 네 개 씩 놓여 있었다.
오가 먼저 의자에 걸터앉았다. 나도 앉으려다가, 의자에 먼지가 많이 쌓여 있을 것 같아서 서있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오가 불쑥 말했다.
“어제 뭐 귀신 만난다 하지 않았어?”
“어, 그렇지.”
신에게 귀신이 빙의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러네.”
그럴 수도 있다.
신은 이를 공격했다. 이가 죽인 그 녀석이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유치원에 다닐 때 한이 신 내림을 받았었지.
“그냥 뭔가 화난 일이 있었을 지도.”
한이 뭔가 알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학교에 늦게 온 거랑 상관있나?”
“그럴 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어.”
“그나저나 괜찮나? 좀 많이 맞았는데.”
그러고 보니 죽었을지도 모르겠네. 생각해보면 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한 건 한 이외에는 없다. 한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수업시간에 자신이 죽인 그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생각했다.
날씨는 겨울치고는 따뜻한 편이었다. 밖이 추웠더라면 이는 자신이 그 녀석을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추워서 움직이기 싫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날씨는 따뜻했고, 체육시간이라서 몰래 범행을 저지르기 쉬웠다.
절대 자기가 경찰에게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머릿속에서 대략적으로 구상이 잡히자 교과서의 여백에다가 구체적인 방법을 썼다. 학교가 마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머리 속으로 모의실험을 했다.
이의 계획은 이랬다. 이가 사는 마을에는 개천 하나가 흐르고 있는 있는데, 이 개천에는 지형이 50미터 정도 급격히 낮아져서 폭포가 생기는 곳이 있었다. 폭포 밑은 웅덩이가 있는데, 이곳은 이가 어렸을 때 자주 놀던 곳이었다.
물의 낙차로 인해 생긴 이 웅덩이에는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가 물속에 잠겨 있었다. 폭포 위쪽에 있는 어떤 구조물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은데, 그 콘크리트 덩어리가 왜 거기 있는지 이는 몰랐다.  
그 콘크리트 덩어리와 바닥 사이에는 틈이 있다. 콘크리트 모양 때문에 꽤 깊은 틈이었다. 이는 거기에 시신을 끼워두기로 했다. 그 정도 무게의 콘크리트에 눌려 있으면 떠오르지도, 떠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이가 기억하기론 콘크리트 덩어리는 십 년 이상 거기에 방치되어 있던 것이었다. 개천에 안 가본지가 몇 달은 되었지만, 이제 와서 갑자기 치워질 염려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이든, 20년이든 방치되어 있다보면 물에 녹거나 물고기에게 조금씩 먹히면서 증거는 사라지리라. 이가 생각하기엔 완벽범죄였다.
“…….”
죄책감은 가지지 않는다. 나쁜 놈을 처리한 것이다. 해결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는 건 더 큰 악이다.
가능하다면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알고 있는 방법이 죽이는 것 밖에 없었다. 녀석에게도 나름대로 좋은 면이 있다. 그러나 선과 악 중에 어느 쪽이냐 하면 내가 볼 때는 악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아니, 기울어진 정도로 말하기 보다는 수량으로 나타내는 쪽이 나을 것이다.
녀석의 경우 선한 점보다는 악한 점이 많았다.
빨리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녀석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언제 할지가 문제였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내로 하는 것이 좋다.  
수업에 빠지는 정도로 교사들이 녀석을 찾으려고 하면 위험하다. 이 점은 운에 맞길 수밖에 없다.
이는 수업은 뒤편으로 두고 계획을 검토했다. 일을 시작해서 마무리하기 까지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학교가 마칠 즈음에 밖은 꽤 어두워져 있었다. 겨울엔 밤이 일찍 찾아온다. 이에겐 좋은 일이었다. 어두운 편이 시신을 옮기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난 후 하교를 했다.
이는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도중에 굳이 자정일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아서, 옷을 두껍게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예상대로 추웠다. 기온이 낮기도 하지만 바람이 꽤 강하게 불고 있었다.
이의 집 왼쪽 편에는 창고가 있었다. 이는 창고 앞에 있는 리어카를 끌고 학교로 갔다. 길에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 불빛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이는 마을을 나와서 도로를 걸었다.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었다. 뉴스 같은 데에서는 인공적인 불빛 때문에 별이 안 보인다는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이는 밤하늘을 올려다  봐도 별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보여도 서너 개 정도의 희미한 빛만 보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엔 이가 생각했던 것을 가볍게 압도하는 수의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어둠 반에 별빛 반 정도는 아니었으나 별의 수를 다 세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별이 셀 수 없이 떠 있어 아름다웠다. 비닐만 실린 리어카가 덜커덩 덜커덩 거리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
이는 중간 중간에 고개를 내려 길을 확인하는 때를 빼고는 대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정적에 잠긴 주위에서 리어카가 내는 소리는 오히려 정적을 더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집에서 출발한지 30분 쯤 지났을 때에 그 녀석의 시선을 리어카에 실을 수 있었다.
시신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구더기나, 썩는 냄새가 몸에 배는 걸 걱정해서 시신을 쌀 비닐을 주워 온 것인데, 전등 불빛에 드러난 시신은 그냥 들어도 상관없을 것 같을 정도로, 어찌 보면 살아 있는 것처럼도 느껴지게 깨끗했다. 이가 생각하기론 시신이 깨끗한 건 날씨가 춥고 건조해서인 것 같았다. 그러나 시신을 만지는 건 기분 좋지 않기도 하고, 추위 때문에 코가 얼어서 자기가 냄새를 잘 못 맡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비닐로 시신을 싸서 들어올렸다.
시신을 리어카에 올려놓고, 이는 리어카를 끌고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시신이라는 무거운 물건을 실어서인지 리어카가 덜 덜컹거렸다.
이는 마을로 향했다. 숨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학교가 높은 지대에 있다 보니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대체로 내리막길이었다. 생전에 75킬로그램 정도 나갔던 시신을 실었다고는 해도 리어카를 끌기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몸속에서 나온 열기가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왔다. 방금 전에는 손발이 얼어붙는 듯 했는데 지금은 덥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의 마을 뒤편에는 산이 있었다. 개천은 산과 마을 사이에 있었다.
리어카를 조심스럽게 끌며 마을 외곽을 돌아서 개천으로 갔다.
냇가에 가까워지니 물소리가 들렸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아니라 시신이 묻힐 웅덩이를 낙하하는 물이 내리치는 소리였다.
길은 웅덩이 위쪽으로 나 있었다. 웅덩이가 깊기 때문에 이는 위쪽에서 시신과 같이 뛰어내릴까 했으나 물이 너무 차가워서 그만두기로 했다. 심장마비라도 걸려서 죽으면 꼴이 우습다.
약간 돌아가서 웅덩이 앞에 도착했다.
웅덩이는 검었다. 이는 리어카를 웅덩이 앞에 대었다. 시신을 끌어내리면 바로 물속으로 들어가는 위치였다.
시신을 묻으려면 이도 물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는 물에 발을 담갔다. 몸 전체가 긴장할 정도의 차가움을 느낀 뒤에, 물이 천천히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물이 운동화 속으로 순식간에 파고든다.
이는 그 차가움에 놀랐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는 다른 발을 처음 내딛은 발보다 더 앞쪽에 내딛었다.
이는 검고 차가운 물속으로 잠겨들어 간다. 움직일 때마다 질량을 가진 어둠이 몸에 감겨왔다. 이는 물이 골반쯤에 올 때까지 걸어 들어갔다. 근육은 바짝 긴장되어 있었다.
이는 시신 앞으로 가서 시신을 물위로 끌어내렸다.
시신은 물에 떴다. 이는 시신을 감싸고 있던 비닐을 벗겨냈다. 비닐을 리어카에 걸어두고, 이는 시신을 끌고 웅덩이 중앙 쪽으로 갔다. 웅덩이는 깊은 곳은 키를 넘는다.
시신을 묻을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는 곳은 웅덩이 중심 쪽이었는데, 수면이 이의 목까지 차오르는 곳이었다.  
부력 덕분에 시신을 가지고 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이의 몸이었다. 물도 차가웠고, 옷도 날씨 때문에 두껍게 입은 데다 물이 움직이는 데에 큰 방해였다. 웅덩이의 중심부 쪽이 물의 흐름이 느리지 않았더라면 이는 균형을 잃고 떠내려갔을 것이다.
이는 몸에 한기가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이는 생각했다.
시신을 물속에 가라앉히려 할 때 이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시신의 부력이 예상 이상으로 강했던 것이다. 이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발을 건 후 시신을 안고 끌어당기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는 바람이 불었지만 옷을 두껍게 입고 있다보니 얼굴 말고는 그다지 춥지 않았다.
이의 안색은 창백했다. 옷이 물에 젖어서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옷이 물에 젖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 시신을 물속에 묻어야 했다.
이는 개천 주변에 있는 무거운 돌을 찾았다. 이로서는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돌들도 굴려서 물속에 밀어 넣었다.
다시 시신을 물속에  끌어내리고, 이는 물에다 굴려 놓았던 무거운 돌들을 부력의 힘으로 들어올린 후 시신을 끌어안고 뒤로 드러누웠다.
배 위에 올려둔 돌이 배를 압박했다. 부력 때문에 시신을 끌어안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는 시신을 바닥 쪽으로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는 눈을 떴다. 개천은 물이 맑았지만 밤이었기 때문에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발로 바닥을 밀어 콘크리트 덩어리 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수압 때문에 귀가 아팠다. 이대로 그냥 물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지금 있는 부분은 물이 키보다 높게 차오르는 곳일 수도 있었다. 시신을 끌어안고 다시 바닥 가까이 잠수할 수 없었다.    
이는 콘크리트 덩어리 바로 미까지 갔다. 콘크리트 덩어리 밑의 틈새는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기억이 왜곡되었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서 지형이 달라진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가 보기엔 틈새에 시신을 집어넣어도 곧 떠내려 갈 것 같았다.
이는 일단 시신을 콘크리트 덩어리 밑에 놔둔 후에 돌을 들고 웅덩이 바닥의 경사면을 따라 물 밖으로 나왔다.
시야가 이상ㅎ다고 느꼈다. 물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문득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그 시신을 유기하려고 하는 것과 지금 자신의 시야가 변한 것이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시야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닌가 생각되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전의 시야도 꽤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하며 이는 큰 돌들을 찾아 운동이로 집어 던졌다.
이는 다시 무거운 돌을 안고 물속으로 몸을 가라앉혔다. 한 팔로 돌을 안고, 빈손으로는 앞을 더듬어가며 시신을 찾아갔다.
밖에서 던져놓았던 돌들을 찾아내서 시신 앞에 쌓았다. 웅덩이 바닥에 있는 작은 돌들과 흙을 큰 돌을 쌓아놓은 곳에 생긴 틈새에 채워 넣었다. 완전히 밀폐시키려 했으나 호흡이 부족해서 도중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밖에 나오고 보니 완전히 밀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리어카의 손잡이를 잡았다. 추웠다. 감기에 걸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날숨이 하얗게 얼어 사라졌다. 이는 잠시 숨을 멈추고는, 시신이 묻힌 웅덩이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리어카가 덜커덩 덜커덩 거렸다.

2
오와 내가 한에게 가고 있는데, 복도에서 박과 만나게 되었다.
박이 신을 화제로 삼았다.
“그 녀석 왜 그래?”
“몰라.”
오는 그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교실로 들어섰다. 내가 박과 얘기하는 동안 오는 한에게 갔다.
“뭔가 요즘 좀 학교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다.”
박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의외라고 느꼈다. 나도 요즘 학교가, 정확히는 애들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건 내가 그 녀석이 죽는 자면을 봐서, 뭐랄까,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도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말하니 진짜로 애들 분위기기 이상한 건가 싶었다.
수업종이 쳤다.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녀석이 있거나 신이 깨어 있었다면 선생님이 들어올 때까지 애기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그 둘이 없는 지금 애들은 조용했다. 생각해보면 가까이 있는 사람 하나가 실종 됐는데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다면 그것도 이상하다. 실종이라는 사건에 대한 두려움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진 자리에는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던 것에서 어느 한 부분이 빠졌으니 전과 똑같이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오에게 다가갔다.
“뭐래?”
그러나 제대로 대답을 듣기도 전에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오가 다시 재빨리 말했다.
“벼 이상 없는 것 같다던데.”
나는 그 말을 듣고 자리로 돌아갔다.
쉬는 시간에 한에게 갔다. 한의 옆에는 이도 있었다.
“완전 시체네.”
이가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의 옆에 서서 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한에게 어떤 말로 귀신에 대해 물어볼까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이가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입을 열었다.
“이 녀석 혹시 귀신에 쓰인 거 아니야?”
너무 직설적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돌려서 귀신에 대해 언급할 말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엉?”
한은 그렇게 되묻고는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잠시 동안 허공을 쳐다보았다.
잠자코 기다리니 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귀신에게 사로잡혀 있어. 머리를 얻어맞고 죽은 사람의 귀신에게 말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쓰여 있었었지. 지금은 아니야. 미안, 말이 빨랐나?”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야기가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어서가 아니었다. 머리를 얻어맞아서 죽은 사람의 귀신이라는 말에 놀란 것이다.
머리를 얻어맞고 죽었다니, 두부파열인가? 아니면 뇌출혈? 교살 당한 게 아니라고?
한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우 일은 아니다. 그냥 신에게 쓰인 귀신이 그 녀석이 아니라는 것일 뿐이다.
“쓰인 건 내가 풀었어.”
이가 죽인 사람은 두 명이다.
“그 귀신은 누구야?”
그 물음에 한은 신을 가리켰다.
“이 녀석이지.”
내용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한은 잠시 생각하는 얼굴로 있었다.
“그러니까 신은 죽었다는 거지. 누군가에게 머리를 얻어맞아서 말이야.”
한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살아났어. 음, 보통 사람이 보기엔 그냥 기사회생이라던가, 기절했다가 깨어난 것 같은 그런 거겠지만 말이야. 드문 일도 아니야. 자주 있지. 방금 말했듯이 기절도 이것의 일종이고 말이야.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예지몽이라고 알아? 그것도 신이 겪은 거랑 비슷한 거야. 그 꿈을 믿으면 거기에 사로잡히는 것이 되지. 이 녀석도 비슷해. 다를 게 없어. 광기에 휩싸인 거지. 방금 전까지 일종의 최면상태였고, 내가 그걸 깨버리니까 몸에 쌓인 피로 때문에 못 일어나고 있는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교실을 나갔다. 학교 뒤편으로 가서, 쉼터와 학교 건물 사이에 있는 공간을 배회했다. 뭘 할 것인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달리 할 일이 없다. 신에게 쓰인 귀신이 그 녀석이 아니라 해도, 신이 이를 공격했으니 신을 죽인 것도 이일 것이다. 이는 급우 두 명을 죽였다.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는가. 한 명을 죽였을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두 명 죽인 걸 알았다고 이제 와서 뭘 할 것인가. 신고 같은 건 할 수 없다. 이는 친구니까. 바른 길로 인도하니, 응당히 죗값을 치러야 하니 해도, 역시 친구를 고소하는 건 껄끄럽다. 고소해도 반성하지 않고 나에게 앙심을 품을 지도 모른다. 대체로 사람이나,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단 등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밀고하는 것도 안심할 수 없는 방법이다. 평생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이 되는 건 싫었다.
결국 이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되도록 그 녀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신도 어서 깨어나서 평소처럼 행동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었다. 그건 왜 이가 그 녀석과 신을 죽였냐는 것이었다. 다음 차례가 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반박할 수가 없다.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이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이의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나는 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불렀다.
“야.”
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을 살해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냥 조심하면서 살면 되는데, 이제 졸업도 얼마 남지 않은 때에 굳이 마찰을 빗을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갔다. 이가 왜 두 명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이가 알지 못하게 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의문을 잊어버리고 싶지만, 잊어버리면 위험한 일이다. 차라리 경찰이 이가 그 녀석과 신을 죽였다는 걸 밝혀내면 좋으련만, 이대로는 불쾌감만 남을 뿐인데도 그냥 이대로 묻어둬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는 후회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건만,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있다는 건 괴로운 것이다. 이번 일만은 반드시 해명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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