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벚꽃이 피었습니다

2011.05.31 00:3505.31


겨울을 끝내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봄은 어떤 이들의 혜택인 것처럼 그가 있는 병원에는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다가왔지만 그것은 가짜였다. 진찰을 돌면서 간호사들이 놓고 간 화분에는 항상 재배가 가능한 꽃이 피는 관상용 선인장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름을 가진 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간호사가 화분을 갖다놓으면서 그에게 꽃에서 향기가 난다며 그에게 맡아 보라고 할 때도 그는 맡는 시늉만 할 뿐. 꽃에서 대체 어떤 향기가 나는지는 제대로 맡아보지 않았다.
그가 맡고 싶은 것은 저 밖의 진짜 꽃들의 향기들이었다. 항상 화분에 넣고 관상을 하는 그런 생소한 꽃들의 향기가 아니라, 봄만 되면 피는 그런 익숙한 꽃들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그는 어릴 적 백혈병으로 입원한 뒤, 수시로 퇴원과 입원을 반복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그는 항상 외톨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횟수로는 10번째 입원하던 때, 중학교 2학년을 개학한지 얼마 안 되는 어느 날에, 누군지도 모르는 급우들에게 신우는 인사를 하러 가야 했다. 친하지도 않고 이름도 모르는 그들에게 그는 아주 친한 듯, 그래서 아주 슬프다는 듯 얘기했다.

“개학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렇게 반을 떠나야 한다는 게 정말로 슬픕니다. 저는 반 친구들인 여러분과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뛰어놀고도 싶었지만, 백혈병 때문에 꽤 긴 시간을 떠나야 하네요. 아마 중학교 3년 내내 퇴원을 하면 볼 수도 있겠지만, 또한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잘 부탁드리고 모두들 잘 지내세요.”

그리고 그 날 급우들에게 인사를 하고 교정을 나오는데, 그의 눈에 교정에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들이 들어왔다. 벚꽃들은 잎이 바람에 흩날려 아름다운 전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우는 그 날 거의 난생처음으로 꽃이 연출한 화려한 전경을 처음 보았다. 이전에도 병실에서 창문 밖으로 몇 번 나무에 핀 꽃들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 본 꽃들은 교정을 나올 때 보았던 꽃처럼 아름다운 전경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날 교정을 나오면서 본 벚꽃은 신우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 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 신우는 된다면 학교에서 보았던 그 벚꽃이 연출하는 전경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학교에 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빈혈로 인한 몸의 쇠약과 가끔 어지럼증이 나타났고, 점점 체중도 작아져서 몸무게가 40kg 정도만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우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은 신우의 전담 의사가 그의 등교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우는 매일 등교하는 꿈을 꾸면서 침대 옆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상상을 해서라도 학교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좋았다. 답답한 병실에만 있는 것보다 상상을 통해서 병실 밖으로 나가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상상은 어떤 것이든지 이룰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는 것보다 직접 학교에 등교를 한다면 더 좋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한 것이었다. 언제쯤인가 신우가 등교를 허락하지 않는 의사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었는데, 의사는 신우의 물음에 조만간 등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의 말과 달리 신우는 아직까지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봄이 성큼 다가왔고, 곧 봄은 그 화창하고 따뜻한 기운을 거둬들일 것이었다. 그런데 신우는 그런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밖으로 나갈 수 있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병원이 소유한 땅까지였다. 그리고 병원 뒤편에도 벚꽃나무가 있긴 있었지만 그렇게 많진 않았고, 병원 뒤편의 벚꽃나무는 고작 6그루 정도였다. 신우의 기억 속의 학교에 있던 벚꽃나무는 여섯 그루보다 많은 열두 그루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가끔 병원 뒤편의 벚꽃나무를 보러 나왔다. 그 날, 마지막으로 학교를 나오던 날에 감흥은 다시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보지 못하는 것 보다는 나았고, 우울한 기분도 나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신우는 항상 눈을 감고 학교를 마지막으로 등교했던 날에 보았던 벚꽃을 떠올렸다. 활짝 핀 화려한 꽃들은 봄이 지나면 지는 현실의 벚꽃과는 달리 항상 피어 있었기에 떠올린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꽃들의 활짝 피운 봄은 생명의 정기를 조금씩 거둬가 병원 뒤편에 있는 벚꽃들을 지게 했다. 신우가 뒤편에 벚꽃을 보러 갔을 때는 이미 벚꽃들은 봄에게 생명의 정기를 돌려주고 난 뒤였다. 벚꽃나무는 분홍의 잎들 사이로 갈색을 머금고 있었다. 신우는 그런 나무를 바라보며 눈을 감고, 항상 그렇듯 학교에 만개해 있던 벚꽃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뜬 그는 앙상하게 이질적이듯 어울리지 않는 두색을 가진 나무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나무에는 아직 분홍을 간직한 꽃잎이 몇 개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꽃잎은 힘없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했다.
신우는 그런 벚꽃나무 가까이에 다가가 나무에서 떨어진 꽃잎들을 몇 송이를 한 손 가득 주워서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로 꽃잎들을 가져온 그는 작은 유리병 안에 그 꽃잎을 넣고는 그 안에 물을 채웠다. 유리병에 물이 채워지자 꽃잎들이 둥둥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신우가 유리병을 한 번 흔들자 몇 송이들은 바닥으로 가라앉거나 가라앉았다가 다시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우는 침대 위에서 다리를 모으고 앉아 가만히 유리병 속의 꽃잎들을 바라보았다.
유리병 속의 꽃잎들은 맑은 물에 굴절되어 선명하고 크게 보였다. 느낌이 새로웠다. 그냥 보았을 때는 아주 초라한 꽃잎에 불과했고, 원래 갖고 있던 분홍의 색깔도 퇴색되어 보였다. 하지만 물속에 있으니 퇴색되어 보이는 분홍빛도 예전의 빛깔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불쑥 신우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삼촌, 저 왔어요!”

  신우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는데, 병실로 들어온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신우와 소녀는 눈이 마주치자 멍하니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여기 이원숙 이라는 분의 병실이 아닌가요?”

소녀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신우에게 물었다. 신우도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소녀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방을 잘못 찾아왔네요. 여기가 저희 삼촌 방인 줄 알았거든요.”

신우는 그렇게 말하며 사과하는 소녀에게 아니라고 괜찮다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다행이라는 듯 그에게 웃어보였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 신우의 손에 들린 작은 유리병 속의 벚꽃 잎이 들어왔다. 그녀는 신우의 침대로 다가와 유리병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혹시 벚꽃 좋아해요?”

소녀는 유리병 속의 벚꽃 잎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신우는 그녀의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생각나지 않았다.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또래 여자아이와 얼굴을 가장 가까이에서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녀가 물은 것은 벚꽃을 좋아하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답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신우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말했다.

“응, 좋아해.”

그러자 소녀도 벚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주 장열하게 자신이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제가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이죠. 일단 예뻐요. 그리고 예쁘면서도 도도하달까? 벚꽃은 제가 아는 꽃들 중에서는 가장 도도한 꽃이에요.
전 처음에 벚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tv에서 본 애니메이션 오프닝 때문이었어요. ‘카드 캡터 체리’의 오프닝에 벚꽃이 나오는 데 엄청 예쁘더라고요. 또 벚꽃이 바람에 날려 꽃잎을 날리면 뭔가 신비롭다고 할까. 그래서 그 이후로 벚꽃을 무지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쪽은 왜 벚꽃이 좋은 거예요?”

신우는 소녀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그저 유리병 속물에 떠 있는 벚꽃 잎만 쳐다보았다. 소녀는 묵묵부답인 그에게 다시 왜 벚꽃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려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며 깜빡했다는 듯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이 병 속 꽃잎 때문에 삼촌 병실에 문안 간다는 걸 까먹었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 그리고 잘못 찾아와 민폐를 끼쳐드려 죄송해요. 저 삼촌이 여기 계실 동안 자주 올 건데 마주치면 우리 인사라도 해요.”

그러고는 황급히 신우의 병실을 나갔다. 소녀가 나가자 신우의 병실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정말 시끄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놀랍기도 했다. 신우는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반면 자신은 교정을 나오면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본 게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의 전부였다. 신우는 어쩌면 자신과는 다르게 소녀는 벚꽃 그 자체를 좋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흩날리는 모습만을 좋아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것일까. 어차피 벚꽃을 어떻게 좋아하느냐 마느냐는 좋아하는 사람마음이 아닌가.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벚꽃 잎이 담긴 유리병을 옆에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신우의 눈앞에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여전히 벚꽃 잎이 날리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는 그 흩날리는 벚꽃에 집중할 수 없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소녀가 벚꽃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생각을 떨치려고 고개를 저으면서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에만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헛수고였다. 그래서 더 이상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에 집중할 수 없어, 그는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자신은 벚꽃을 좋아하는 것이 소녀에 비해 진정성이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좋아하든지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녀와  결국 신우는 소녀보다도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에서 더 진정성이 있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우는 스스로 양심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뿐인데, 누군가에게 뒤지기 싫다고 해서 이유를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신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냥 이유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잘 생각해보면 자신이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도 소녀가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 못지않게 진정성이 있었다. 그러니 굳이 이유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그는 병원 로비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봄이 거의 끝나가 벚꽃이 고작 몇 군데에서만 아직 피어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소식이 흘러나오기 며칠 전 이미 병원 뒤편의 벚꽃나무에 분홍 꽃잎들은 모두 떨어지고 갈색으로 탈색된 잎과 푸른 잎이 공존하고 있었다. 신우는 그런 벚꽃나무를 떠올리자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식과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적어도 병원에서 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가짜 봄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신우를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녀가 달려와 신우의 어깨를 잡았다. 신우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소녀 때문에 놀라 움찔했다. 소녀는 그런 그를 보고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요? 어쨌든 잘 지냈어요? 전에 만났을 때 보면 인사하자고 했는데 기억나요?”

신우는 그런 소녀에게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그렇게 소심하게 말하지 마세요. 보아하니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말을 놓는 게 어때요? 전 16살인데? 그쪽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렇게 묻는 소녀의 말에 신우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처럼 고작 몇 분 나눈 것이 전부인 것만으로도 친해지려는 사람을 신우는 살아오면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신우는 자신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 소녀에게 그러고는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신우의 대답을 몹시 기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나이를 알려줘도 될지 의문이 들었다.
신우가 소녀에게 물었다.

“왜 내 나이를 알려고 하는 거야?”
“그야, 친구처럼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 그때 병실에서 본 넌 어딘가 외로워 보였으니까.”

소녀는 마음대로 말을 놓고는 신우에게 그렇게 답했다. 신우는 그런 소녀의 말에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항상 침대에서 창문을 통해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밖을 바라보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일이 많이 익숙해져 괜찮아졌지만,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그때는 지금처럼 벚꽃을 보러 뒤편에도 가지 않고, 계속 어두운 병실에만 쳐 박혀 지냈었다. 그러다가 점차 그런 외로움에 익숙해지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병실 밖을 나가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외로움이라는 것은 신우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소녀와 같이 있는 지금도 신우는 그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주위에 사람들이 많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몸을 휘감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매일같이. 그리고 그것은 주위에 고요함이 찾아왔을 때 더 심하게 느껴져 왔다. 그래서 소녀에게 자신의 나이를 알려준다고 해서 그런 느낌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신우는 자신의 나이를 알려주기를 기다리는 소녀에게 말했다.

“네가 뭔가 잘못 안 거겠지. 난 하나도 안 외로워. 간호사들도 친절하고 의사선생님도 친절하니까. 그리고 병실에서는 책도 읽고 산책도 나가는데 외로울 틈이 어디 있겠어?”
“그래? 하지만, 그래도 외롭진 않겠어? 책만 읽고 같은 또래의 친구는 안 만나는 거잖아. 그래도 안 외로워?”

신우의 말에 소녀가 그렇게 되물었다. 신우는 소녀의 물음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안 외로워. 병원에서는 책만 읽어도 안 외로워. 주위에 사람들이 많잖아. 그런데 어떻게 외로울 수가 있겠어. 그리고 책도 친구야. 책 속의 모든 게 친구라고.”

소녀는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신우를 바라보았다. 신우는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소녀가 부담스러웠다. 부담스러워서 그녀에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소녀의 그 어떤 물음에도 답하지 않고 계속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만 시청했다.
하지만 소녀는 끊임없이 신우에게 물었다. 정말로 친구는 필요 없는 거냐고. 대답을 하지 않는 거 보니 그런 거 맞느냐고 말이다. 신우는 그렇게 묻는 그녀에게 단 한 번도 눈을 주지 않았다. 만약에 그녀에게 눈을 주었다가 시선이 맞게 된다면, 자신의 속마음 전부를 털어놓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자신도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섣불리 말할 수가 없었다. 앞에서는 친구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면 창피를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녀가 로비를 떠날 때까지 시선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가 신우의 곁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고개를 돌려 소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부디 소녀와는 다시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틀 후, 신우는 소녀가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 그렇게 그녀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는데, 어떻게 밝은 얼굴로 자신에게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신우의 생각보다 한 수 위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신우에게 말했다.

“지금 병원 뒤편에 예쁜 관경이 있는데 우리 보러 갈래?”

신우는 어떤 관경이든 그리 감흥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소녀는 재차 신우에게 같이 가자고 설득했다. 신우는 그럴 때마다 싫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그래도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신우는 소녀의 끈질긴 노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소녀에게 이끌려 병원 뒤편의 벚꽃나무 앞으로 향했다. 신우는 소녀에게 여기는 왜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벚꽃 잎이 모두 떨어지고 탈색되어 갈색으로 변한 잎과 새로 돋은 연두 잎을 가진 벚꽃나무를 가리켰다. 신우는 소녀가 가리키는 벚꽃나무를 바라보며 저게 어쨌다고 그러느냐 말했다. 소녀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다니? 꽃이 진 저 나무를 봐봐. 아름답잖아. 나무가 봄의 절정을 지났어. 그리고 여름이 되려고 하는 거잖아.”
“하지만 꽃이 없잖아.”
“꼭 꽃이 활짝 피어야지만 아름다운 거야?”

소녀의 말에 그는 제자리에 얼어붙은 듯 굳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도 신우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꽃이 피었으면 꽃이 피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 꽃이 핀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의 말처럼 꽃이 활짝 피지 않았을 때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소녀는 꽃이 모두 진 벚꽃나무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꽃이 없이 나뭇잎만 있는 나무는 주위에 많이 있는데, 왜 벚꽃나무를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아무리 벚꽃을 좋아한다고 해도 꽃이 진 나무까지도 좋아하는 걸까?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소녀는 그런 표정을 짓는 신우에게 말했다.

“꽃이 피었을 때는 말야, 분명 가장 아름다울 때이긴 하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꽃이 정말로 아름다울 때는 절정을 지나고 난 후야. 그때는 꽃들은 열매를 맺잖아? 생명을 잉태한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운 거야. 그리고 그건 자신이 잉태한 생명이 아닌 또 다른 생명들도 불러들인다는 거야.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는 생각 안 들어?
나는 말야, 그런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소녀는 그러면서 눈을 감고 기분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얘기를 들어도 감흥 따위는 나지 않았다. 대충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 것 같지만, 대체 그 얘기와 자신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소녀는 그런 신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특히 벚꽃은 열매를 맺기 직전의 모습은 정말 최고라니까. 벚꽃나무는 꽃잎이 모두 떨어지고 난 다음 꽤 많은 잎들이 탈색이 되는데, 그 탈색된 잎들과 새로 돋은 잎들이 서로 상반을 이루면서 보는 사람으로 해서 이질적이지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게 해. 그리고 봄이 끝나갈 쯤 되면 그 탈색된 잎들도 떨어지고, 벚꽃은 버찌라는 생명을 잉태하게 돼.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인데 말야. 식물들 중에서 열매라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건 꽃을 피우는 풀들과 나무들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 그리고 그 특권을 가지게 되면, 또 다른 생명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야.”

그리고 소녀는 그 말을 끝으로 감았던 눈을 뜨며 신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리 통성명 아직도 안 했잖아. 얼마 전에 내 나이만 말했잖아.”

신우는 자신을 바라보며 통성명을 하자는 소녀의 말을 듣고서 생각했다. 소녀는 그렇게 뜸을 들이는 신우를 보며 자신의 통성명을 불쑥 들이밀고는 자신을 명선이라고 소개했다. 신우는 그런 그녀의 통성명에 당황해 어떨 결에 자신의 이름을 내뱉고 말았다. 그는 이름을 내뱉고 나서 통성명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걸 깨닫고 두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명선을 바라보았다. 명선은 신우를 바라보면서 기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이름이 신우라고 했지? 그렇지?”

명선이 신우에게 재차 되물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얼굴에서 땀을 삐죽 흘러내려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 명선은 신우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말했다.

“아, 웃겨.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이름 알려주는 게 뭐가 큰일이라고.”
“큰일이야. 난 친하지 않은 사람한테 이름은 안 알려줘.”
“그래? 그럼 앞으로 친해지면 되겠네. 그럼 되는 거잖아. 아니야?”
“어? 어…”

신우는 그 말에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명선은 그런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다음부터 수시로 그를 찾아와 그에게 말을 걸면서 그가 좋아하는 벚꽃에 대한 것과 요즘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 등에 대해서 늘어놓으면서, 마찬가지로 신우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물어보기도 했다.
신우는 그렇게 자꾸 자신을 찾아오는 그녀가 이상했다. 왜 굳이 자신과 친해지려는지 그것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딱 한 번 우연히 자신의 병실에 들어온 게 그녀와 자신을 잇는 유일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계속 그녀와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명선이 자신의 병실을 찾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가 찾아온다는 것이 이렇게 신나고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간호사가 찾아와 뜻밖의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그것은 신우가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신우는 그 소식을 간호사에게 전해 듣고는 곧장 명선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명선은 그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그거 잘 되었네. 이제 앞으로 학교에서 공부도 할 수 있어. 그러면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될 거야. 그런데 그렇게 되면 조금 서운해지겠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될 거니까 말야. 그래도 우리 자주 만나자? 알았지?”

신우는 그런 그 말에 미소로 답했다.


명선이 돌아가고 나자 신우는 며칠 후 퇴원을 하고 꿈에도 그리던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왔던 때가 중학교 2학년 개학날이었는데, 다시는 학교에 오지 못할 것 같았는데 다시 학교에 나오게 되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공기를 드려마셨다. 그러자 병원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항생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그는 학교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기쁨을 안고 주위에서 등교하는 애들과 함께 교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교무실의 교직원들이 모두 신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이 신우를 알아보고는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신우는 그런 그들의 인사에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멀리서 한 남자 교직원이 신우에게 다가왔다. 그 교직원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신우를 단번에 알아보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신우구나? 만나서 반갑다. 나는 올해 너의 담임을 맡게 된 이시운이라고 해.”

신우는 그런 인사에 마찬가지로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신우의 담임선생님은 신우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자신의 책상으로가 출석부와 교사노트를 가지고 돌아와 신우와 함께 올해 공부할 반으로 향했다.
그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반으로 향하는 동안 꽤 오랫동안 학교를 쉬어서 그런지 긴장이 되었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진 않을까? 아니면 뉴스에서 가끔 들려오던 왕따가 되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신우의 머리를 휘저었다. 정말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병원에서는 학교에 오고 싶었지만, 막상 학교에 등교하고 보니 그런 생각들 때문에 다시 병원으로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학교에 와 있었고 돌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 순간 담임선생님이 걸음을 멈추고 신우를 돌아보았다.

“자, 여기가 앞으로 네가 반 친구들과 같이 공부할 교실이란다.”

신우는 그 말에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반 팻말을 올려다보았다. 팻말에는 3-3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럼 이제 교실 문을 열 테니 숨을 가다듬어. 알겠지?”

신우의 담임선생님이 반 팻말을 올려다보고 있는 신우에게 말했다. 신우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려 했지만, 담임선생님이 이미 문을 연 후였다. 하는 수 없이 신우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로 들어서자 떠들고 있던 반 아이들이 일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교탁에 서며 신우의 이름을 칠판에 적었다. 그러고는 신우의 양어깨에 손을 얹으며 자신의 옆에 세웠다.

“자,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 건데 이름은 박신우이고, 백혈병 투병생활로 1년 동안 학교에 나오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최근에 병이 호전이 되어서 학교에 다시 나올 수 있게 되었으니 여러분 모두 신우하고 사이좋게 지내세요.”

그 말에 반의 아이들 모두가 목청껏 크게 대답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신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아주 낯익은 목소리였다. 신우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떠올라보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냈다. 그것은 명선의 목소리였다. 신우는 고개를 돌리며 명선을 찾았는데, 명선이 창문 쪽 3분단 셋째 줄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담임선생님의 눈에 들어왔다. 신우의 담임선생님은 명선에게 신우를 아냐고 물었다. 명선은 그 물음에 꽤 친하다고 답했다. 담임선생님은 그 말에 신우를 명선의 옆자리로 정했다. 그러고는 명선의 원래 짝지였던 아이를 다른 자리로 가게 하고, 신우를 그 자리로 보냈다.
신우가 명선의 옆에 앉자, 명선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 원래 이 학교에 다녔던 거야?”
“응, 그런데 넌?”
“나도 그래, 우리 원래 인연이었던 거 아냐?”

그러면서 명선은 신우에게 밝게 웃어보였다. 신우는 명선의 밝게 웃는 모습에 조금 긴장되던 게 풀리는 것 같았다. 신우는 그런 자신을 보며 명선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의 긴장을 푸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좋게 시작해 좋게 끝내도록 합시다. 반장.”

담임선생님이 조례를 마치기 위해 반장을 불러일으켜 세웠다. 반장이 일어나 인사를 하자 담임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갔다. 담임선생님이 밖으로 나가자 명선의 주위에 앉아 있던 아이들 몇 명이 신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 백혈병이라면서 이제 학교에 나와도 되는 거야?”
“나 전에 몇 번 너 본 적 있는데.”

신우는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렇게 한 거번에 많은 말들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에게 묻는 것을 그만뒀으면 했다. 그런데 그때, 명선이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얘가 괴로워하잖아. 그러니까 질문은 나중에 천천히 하라고.”

신우는 그렇게 말하는 명선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시 되뇌었다.

‘역시 저 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조례가 끝나고 신우는 수업에 들어갔다. 각 과목마다 들어오는 선생님들의 수업에 대해 잘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꿈에도 그리던 등교를 했다는 사실이 기뻐 매 교시 선생님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모르는 게 있으면 명선에게 물어보기도 해서 수업을 듣는 데에는 그리 별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장 꿀 같은 시간인 쉬는 시간은 신우에게 곤욕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분명 조례시간 때 명선의 도움으로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는 아이들을 저지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조례시간 때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명선은 그 애들에게 “질문은 나중에 천천히 하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빠져나갈 명분이 없었다.
결국, 신우는 그들의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체로

“너, 1년 동안 학교 안 나와서 좋았겠다. 그치?”
“병원에서 뭐하면서 지냈어?”
“명선이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너, 게임은 뭐 해?”

같은 아주 평범한 질문들이었다. 질문은 쉬웠지만 한꺼번에 물어왔기에 그들에게 신우가 답을 다 해주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하나씩 답했다. 그러나 그런 질문들 중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이었다. 그것은 누가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신우에게 질문을 던진 아이들 중 한 명이 한 질문이었다.

“너, 여친 있어?”

신우는 그 질문에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있는 거구나! 라며 말했다. 신우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그들은 신우의 무언의 표현을 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펼쳤다. 그러던 그들을 보다 못한 명선이 끼어들었다.

“그게 말이나 되? 얜 항상 병원에만 있었는데 어떻게 여친을 사귈 수 있겠어. 안 그래?”
“하긴, 그렇겠다. 근데 그래도 펜팔 같은 건 했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명선을 말을 들은 아이들이 신우에게 되묻자,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반 아이들은 그 말에 실망했는지 이구동성으로 “에이~” 라고 내뱉었다. 그 순간 종이 울리면서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 신우는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신우는 쉬는 시간만 되면 이런 일이 몇 번이나 겪어야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학교에 정말로 나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갔다.
그리고 그 후로 몇 번을 똑같은 일들을 겪고서 신우는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나갔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나가는 데는 그리 별 어려움은 없었다. 명선을 비롯한 몇몇의 아이들이 그의 생활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같이 점심도 먹고, 하교도 같이 하기도 했다. 다만, 체육시간 때에는 앉아서 관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 점만 빼면 학교생활은 즐거운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시간에 신우는 여느 때처럼 스탠드에 앉아 반 친구들의 체육을 관전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신우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는 더위를 피해 그늘이 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순간 운동장에 서 있는 선명한 녹수가 우거진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신우는 저 자리에 있던 나무를 떠올렸다. 분명 저 자리에 있던 나무는 벚꽃나무였다. 화려하게 피어서 흩날리던 그 꽃나무들이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신우에게는 그런 나무가 다르게 다가왔다. 나무가 잎만 바꿨을 뿐인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게 신기했다. 전에 명선이 말했던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꽃이 없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렇게 신우가 감상에 빠져있을 때 옆에 명선과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이 옆에 앉았다. 그러면서 그에게 뭐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신우는 자신에게 그렇게 묻는 그들에게 여름에 보니, 봄에 보았던 벚꽃나무와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근데 그거 알아? 명선이 말로는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이 변했다던데?”

그들의 말에 신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변했다고? 하지만 신우는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했다. 대체 어디가 변했다는 것일까?
그때, 그런 표정을 보고 신우가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 중 한 명인 태수가 말했다.

“그걸 아직 모르는 거야?”

신우는 그 말을 듣고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다른 친구들이 그에게 말했다.

“지금 네 모습 그 자체잖아. 전에는 말 수가 적었다는데, 요새는 부쩍 말 수도 늘었으니까. 그게 변화 아니야?”

그제야 신우는 좀 전의 그 말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자연스레 옛 생각이 떠올랐다. 항상 병원에서 침울하게 있던 자신이, 그래서 거의 죽기 직전인 사람처럼 보였던 자신이.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우는 그런 자신을 보고 손으로 입가에 핀 미소를 좀 더 넓혀보기도 했는데,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흐뭇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옆에 있는 그들과 함께 세상을 거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즐거워졌다. 하지만 그런 나날들도 어느 한 순간에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그 날 오후 종례시간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와 명선을 불러일으켜 세웠다. 명선은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임선생님은 그런 명선을 손바닥을 펴서 가리키며 반 아이들 모두를 향해 말했다.

“오늘 우리 반에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답니다. 바로 명선이가 학교 우수모범학생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에요. 자, 여러분 모두 명선에게 박수 주세요. 그리고 명선이는 앞에 나와 상을 받으로 나오세요.”

그 말이 끝나자 반 아이들은 명선에게 박수를 보냈다. 명선은 그런 그들의 박수를 받으며 칠판 앞으로 나갔다. 칠판 앞에 명선이 서자 담임선생님께서는 상장에 적힌 글을 대독한 후 명선에게 상장을 주었다. 상장이 명선의 손에 들리자 반 아이들은 다시 한 번 명선에게 박수를 보냈다. 명선은 그런 그들의 박수에 쑥스러웠는지, 볼이 빨개져 있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온 명선에게 신우가 말했다.

“상 받은 거 축하해.”
“아냐, 별 것도 아닌데 이런 걸 다 주네.”
“아니야. 우수모범학생이라잖아. 나는 그런 건 앞으로는 못 탈지도 몰라.”

명선은 그렇게 말하는 신우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면서 명선은 신우에게 축하해줘서 고맙다며 그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게 해줘서 이라면서 얼굴을 붉혔고, 신우도 그 말을 듣고는 얼굴이 조금 빨개지며 그녀에게 아니라고 답하고는 명선이 노력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대화에 주위의 아이들이 둘을 놀렸다. 그러자 반은 한 순간에 화기애해 해지며 시끌시끌해졌다.


  다음날, 신우는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어제 종례시간에 명선이 한 말 때문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을 탄 게 자신 덕분이라는 게 쑥스러웠다. 하지만 기뻤다. 누군가에게 덕분 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항상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었고, 그런 그들에게 항상 고마움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다. 그래서 신우에게는 그런 말이 무척이나 벅찬 것이었다. 벅차고 벅차서 어떻게 그것을 명선에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교실 앞에 다 달았을 때, 교실에서 명선과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어제 명선이 상 받은 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우는 그들의 얘기에 그만 교실로 들어가려던 것을 멈췄다.

“그 상 받을 거라는 걸 예상하긴 했었는데, 그게 어제 나올지는 몰랐다니까. 정말이지, 그 선행들은 사실은 거짓인데 말야.”
“맞아. 명선이 너 원래는 그런 애가 아니잖아?”
“뭐? 내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니라니, 니들 말 다 했어? 난 원래 착했단 말야.” “착하긴 뭐가 착해. 우리 일들에 항상 참견이었잖아. 그리고 그거 너무 가식적이야. 네 진짜 정체를 밝혀라!”
“그래, 사실 그거 가식이었어. 다 고등학교 잘 가려고 그런 거다 뭐. 나도 그런 일 귀찮거든. 하지만 어쩌겠어. 다 고등학교를 위해선 걸.”

그러면서 명선이 살짝 웃었다. 신우는 그런 명선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전혀 그럴 것 같지가 않았는데, 일부러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우는 그만 휘청하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문 바로 앞의 의자를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가 넘어지면서 건드린 의자소리에 반의 모두가 신우를 바라보았다. 신우는 조심스럽게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의자를 바로 세우고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신우가 자리에 와 가방을 걸고 앉자 명선이 무슨 일이냐고 그에게 물어왔다. 신우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책상에 엎드렸다. 명선은 그런 신우를 깨우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신우는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신우에게 무슨 일이냐고 캐물었고, 신우는 귀찮다는 듯 몸을 움직이며 일어나 명선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지금 것 나한테 잘 해준 이유가 고등학교 잘 가기 위해서라며. 그래, 나 이용해서 고등학교 잘 가게 되었어?”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순간 명선은 그가 자신들이 하는 얘기를 다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도중에 말을 끊었다. 신우는 그런 그녀를 보고는 더 거칠게 몰아붙였다.

“말 못하는 거 보니까 고등학교 잘 가게 된 거구나.”
“그런 거 아냐.”
“그런 거 아니면 뭔데?”
“애들이랑 그냥 농담 한 거야. 절대 그런 거 아냐!”
“그럼 뭔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잖아.”
“그,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상 받았다고 고등학교에 잘 가는 것도 아냐.”

하지만 신우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명선이 하는 말을 부정했다. 명선이 지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변명을 해서 자신을 이용해서 고등학교에 가려는 것이라고 말이다.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교실 밖으로 달렸다. 때마침 교실로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교실을 나가는 신우를 불러 세웠지만, 신우의 귀에는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교실을 뛰쳐나와 정신없이 달린 신우는 헐떡거리는 숨을 멎으며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운동장의 스탠드에 와 있었다. 스탠드에서는 푸르른 녹수의 벚꽃나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그가 보는 벚꽃나무의 잎들을 흔들며 스쳐지나갔고, 신우는 그런 나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푸르른 벚꽃의 잎은 그가 일전에 명선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었다. 그녀가 한 말, 그 말이 그를 돌아가게 할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 그때, 뒤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우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막 조례를 마치고 나온 듯 보이는 담임선생님이 서 있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신우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무슨 일로 뛰쳐나간 건지는 명선이에게 들었단다. 그 말이 그렇게 충격이었니?”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친구가 아니라고 하는데 믿어줬어야지.”
“그렇지만 걘 웃고 있었다고요.”
“그래? 하지만 세상에는 짓궂은 말들을 농담 삼아 많이 하기도 해. 설령 그게 친구에 대해서 부정하는 말일지라도 말야.”

담임선생님은 그러면서 신우를 데리고 스탠드에 앉았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해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런 말들은 대게 부러움 때문에 나오는 거야. 그걸 말하는 사람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시 말한 사람에게 하는 말도 그들의 부러움을 인정하고, 그 부러움을 자신에게 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는 거지. 그러나 그런 말들을 함부로 하면 안 되지. 자칫 잘못하면 사이가 틀어질 수 있으니까. 그렇지?”

담임선생님은 그런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담임선생님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명선이 언제 왔는지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손짓으로 명선을 불러 자신의 옆에 앉혔다. 명선은 담임선생님의 손짓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그의 곁에 앉았다. 곁에 앉은 명선은 앉아 있는 내내 신우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런 둘을 보고 얼굴을 긁적이던 담임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 둘 벚꽃 때문에 친해지게 되었다고 했었지 아마. 그리고 거기서 벚꽃나무의 절정이 가장 예쁘다는 말들을 했었지? 그런데 그거 아니. 벚꽃나무는 1년 내내 변화한다는 걸 말야.”

그 말에 신우와 명선의 고개가 담임선생님의 입으로 향했다. 담임선생님은 그런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모든 나무들이 다 그렇겠지만, 가을은 모두 변화하는 계절이지. 꽃도 나무도 사람도 동물도 하늘조차도 말이지. 하지만 벚꽃나무는 특이 1년 내내 그러할 거야. 온 몸을 꽃으로 도배한 나무인 벚꽃나무는 말야. 그래서 명선이 벚꽃나무를 가지고 신우의 변화를 생각했던 것처럼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벚꽃나무의 1년의 식생은 사람들의 관계일 거라고 말이지.
자, 벚꽃나무의 봄을 생각하고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생각해보렴. 봄에는 새싹이 돋아나면서 꽃봉오리가 피지? 그리고 얼마 안 가 꽃잎들이 지면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여름에는 푸르른 녹수들로 옷을 갈아입지. 그런 다음 가을에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겨울에는 그 옷을 벗잖니. 그것처럼 사람들의 관계도 그러한 게 아닐까? 처음의 관계는 서먹하다가 친해지고, 친해졌다가 그 관계가 다시 나빠지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새싹이 돋아나듯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런 반복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게 아닐까?”

신우와 명선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조금씩 변해가는 거야. 신우는 신우대로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게, 그래서 친구들이 하는 농담에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명선이는 명선이 대로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를 말야.
내 생각에는 말야. 명선이는 그때 신우가 자신의 말을 안 들어줘서 조금 화가 났을 것 같은데 안 그러니?”

명선은 담임선생님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로 악수하고 화해하자. 이것부터 관계에 변화를 갖는 시작으로서.”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며 둘을 일으켜 세우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게 했다. 신우와 명선은 조금은 어색한 얼굴로, 조금은 쑥스러운 얼굴을 지었지만, 이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서로의 손을 맞잡자 그들은 상대방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주 따뜻한 느낌의 온기였다. 그때 선생님이 그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히며 말했다.

“두 사람 손 따뜻한 걸. 두 사람 모두 마음이 따뜻한 가봐. 손이 차가우면 마음이 따뜻할 거라고 하지만, 손이 차가운 사람들은 그 따뜻한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 하지만 손이 따뜻한 사람들은 그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지. 가끔 마음이 따뜻하지 못하고 다혈질적인 사람들도 가끔 있긴 하지만 말야.”

그들은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선생님의 손도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그들을 향해 항시 웃어주었고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수업 종이 치자 둘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
뒤에서는 산들바람이 불며 녹수 잎의 벚꽃나무 잎을 흔들었고, 태양이 지평선에서 서서히 중천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걷던 신우와 명선은 산들바람이 불자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 그들의 눈에는 운동장 담벼락 쪽에 있는 벚꽃나무들이 둘이 좋아하는 벚꽃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4월부터 적어서 5월 29일에야 끝내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소설을 한달 주기로 적어서 올렸는데, 이번 작품은 고3이다 보니, 학업도 챙기고 중간중간에 슬럼프가 깊게 와서 조금씩 적어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래서인지 제 딴에는 안정적인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완성하고 작품을 생각하니, 많은 애착이 가는 작품이네요. 제가 적은 작품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 5개 중에 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 작품의 비하인드를 알린다면, 원래 제목은 벚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니라, 사쿠라 꽃이 피었습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벚꽃에 대해서 조금 조사를 하다보니, 원래 벚꽃은 일본 꽃이 아니라 제주도에 있던 우리 토종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이 일제 때, 제주도에 있던 것을 일본으로 들고 갔고, 또한 벚꽃을 한반도 전역에 자신들의 영역 표시를 위해서 심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본의 벚꽃들의 유전자를 조사하면 우리나라의 벚꽃들과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꽃이 아닌데, 굳이 일본명인 사쿠라를 쓰는 것 보다 벚꽃을 쓰는 게 낮다고 판단하여 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아무쪼록 잘 감상하셨으면 하네요.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697 단편 여동생이 준 연필 류대식 2011.06.01 0
단편 벚꽃이 피었습니다 김진영 2011.05.31 0
1695 단편 [번역] 못 하나가 모자라서 - 메리 로비넷 코월 이형진 2011.05.30 0
1694 단편 삶의 이유 공간 2011.05.22 0
1693 단편 월세가 저렴한 방1 헤르만 2011.05.22 0
1692 단편 냉장고 폐기법 문애지 2011.05.20 0
1691 단편 그녀의 초록색 우산 윌라얄리 2011.05.19 0
1690 단편 중년z persona 2011.05.16 0
1689 단편 적묵(赤墨)-下 이니 군 2011.05.15 0
1688 단편 적묵(赤墨)-上 이니 군 2011.05.15 0
1687 단편 히키코모리 방콕기 니그라토 2011.05.06 0
1686 단편 별을 따다줘 룽게 2011.05.05 0
1685 단편 MINUS persona 2011.04.23 0
1684 단편 내 눈에 콩깍지 2011.04.23 0
1683 단편 한낮, 광대와의 술자리 이니 군 2011.04.17 0
1682 단편 좁은 방 2011.04.15 0
1681 단편 머릿속에 족쇄 LSD 2011.04.10 0
1680 단편 늙은 소녀1 조원우 2011.04.09 0
1679 단편 유니크 이야기 김진영 2011.04.04 0
1678 단편 유토피아를 위하여 bastet 2011.04.02 0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