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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한낮, 광대와의 술자리

2011.04.17 17:0304.17


“꼴 좋으네.”

오랜만에 만난 연(緣)의 말은 여전히 차가웠고, 진실과도 무척 가까웠다. 그러나 광대는 대꾸는커녕,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이 일단 상 위의 안주를 향해 뜨거운 소유욕을 행사했다. 때가 덕지덕지 묻은 상처투성이 손으로 신 김치며 두부조림 등을 거침없이 입 안에 처넣는 모습을 보며 연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며칠 굶었냐?”
“……한 달? 그보다 조금 더? 몰라, 그런 거 셀 여유가 있어 보여?”

연은 혀를 차며 광대를 넘겨보았다. 3년 전 만났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그 때는 최소한 우울한 감정의 바다에 홀로 허우적거릴지언정, 금전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자아내는 품위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에게는, 그런 것조차 찾아볼 수 없다. 광대의 정체성이었던 강아지 가죽은 진작에 다 썩어버렸고, 다 떨어진 옷과 때투성이 얼굴에서는 세상의 더러운 오물은 전부 껴안고 뒹군 듯한 악취가 진동했다. 소주와 삼겹살을 가지고 온 알바 아가씨가 코를 싸쥔 채 그를 째려보는 무례함도 아주 탓할 일만은 아니었다. 연은 한숨을 내쉬며 소주병부터 집어드는 광대의 손등을 찰싹, 치려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뜯지 않은 나무젓가락으로 그 형벌을 대신했다.

“다 들었다. 알코올 중독이라며.”

“……부탁이다. 취하니까 이렇게라도 사는 거야.”

“보들레르냐? 정신 차려, 이 병신아. 취중몽사(醉中夢死), 아무나 해? 그런 거 바라는 놈치고 좋은 꼴 나는 걸 못 봤다.”

광대는 쓰게 웃으며 자조적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려보였다. “여기서 더 안 좋은 꼴 날 건 또 뭐가 있겠냐.” 그의 겨드랑이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냄새에 양쪽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연은 고슴도치처럼 살기를 뾰족히 세운 그들의 등을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광대를 돌아보며 킬킬 웃었다.

“야, 너 차라리 국방부에 취직해라.”

“……코가 무뎌져서 내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가늠이 안 된다. 얼른 고기 냄새로 중화 좀…… 아! 왜 찔러!”

“땟국물에 고기 쪄먹을 일 있냐? 내가 구울 테니까 물수건으로라도 좀 닦아라. 너, 내가 누군지 벌써 감을 잃었구나?”

“……입맛 까다로운 년이었지, 아마도?”

“빙고.”

광대가 손등을 닦으며 하얗던 물수건을 검게 물들이는 동안, 연은 어설픈 손놀림으로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평소의 술자리에서는, 무언가를 챙기는 일도, 계산도 거의 광대가 도맡아 했기 때문에 연은 곧 짜증을 내며 집게를 집어던져버렸다.

“역시 난 먹는 게 특기야.”

“……성공한 걸 축하한다.”

“뭘?”

“주제 파악. 내가 구울까?”

“잠깐 기다려. 여기요! 여기 고무장갑 하나 주세요!”

늙수그레한 고깃집 사장은 한참 만에야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타나 구멍난 고무장갑 한 짝을 툭 던져주었다. 연은 피식 웃더니, 품 안에서 오만원짜리 두 장을 꺼내어 주인 눈앞에 흔들어보였다.

“고무장갑 한 짝 치곤 꽤 비싸네요. 한 짝만 더 갖다주시면, 두 장 더 드릴 수 있는데.”

사장은 즉시 반색하며 새 고무장갑을 한 쌍 가져다주었고, 광대는 그 것을 손에 끼우며 대답을 바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요즘 일이 많았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월급 대폭 인상됐거든. 게다가 너 그 꼴 되고 나서 같이 술 마실만한 사람도 없고. 덕분에 요즘 돈이 착착 모인다, 야.”

“……그렇군.”

광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연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이 정도다. 빚 좀 갚아달랍시고 더럽게 엉겨붙을 거 아니지? 너 그 지랄 떨면 두 번 다시 안 볼 거야.”

“알아. 어떻게든 이런 지경 안 당하려고 발버둥쳤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마음은 편하다. ……하아, 진짜 잊는 거 왜 이렇게 힘드냐.”

광대는 잔을 치우고 소주를 병째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때마침 고기는 먹음직스럽게 익었고, 연은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하면서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뭘 잊고 싶은데?”

“전부 다. 그녀, 친구들, 스승님들까지. 내가 피해 입히고 못나고 추한 모습 보였던 사람들 전부 다. 리셋하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다시 태어나고 싶어.”

“내가 언젠가 말했었지? 인간은 참 약하다고. 그래서 장애물이 올 때마다 작은 언덕도 큰 산처럼 높이 보며 혼자 겁먹는다고. 나 이번엔 솔직히 실망했어. 물론 작은 시련이라고는 안 하겠지만, 너무 겁쟁이처럼 굴었다고 생각 안 해? 너 진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이었어?”

광대는 다시 소주병과 격렬한 입맞춤을 나누었다. 날카로운 키스의 끝은 술냄새 가득한 트림과 벌개진 얼굴, 그리고 비어버린 병뿐이었다. 그는 젓가락을 들어 조금씩 타기 시작하는 고기를 서너 점 한꺼번에 쓸어넣고는,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말했다.

“응. 맞어. 나도 몰랐는데, 정말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나봐.”

“낮술 치고 너무 빨리 달리는 것 같긴 하다만… 일단 먹자, 먹어. 먹고 얘기하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연의 식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 없었지만, 오히려 잔뜩 굶주렸을 광대가 고기 몇 점 께적거리고는 젓가락을 놓아버렸다. “왜? 더 먹지?” “근 두어 달 제대로 못 먹었더니, 위가 줄었나봐. 게다가 아까 반찬들 너무 급하게 먹었나, 영 안 들어가네.”

“위가 줄은 게 아니라, 마음이 꽉 차서 그런 거겠지.”

“어쨌든 이럴 땐 술이 약이더라고.”

연이 술잔으로 조금씩 비워내던 소주병을 빼앗은 그는 주저없이 벌컥벌컥 들이켜 또 빈 병을 만들어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광대와 비슷한 행색의 노파가 희희낙락하며 그의 손에서 빈 병을 빼앗아 등에 걸머진 쌀자루에 넣었다. 이미 그 안에 잔뜩 들어있었던 잡동사니들과 부딪혔는지, 유리병 부딪히는 소리가 아주 맑고 청명하게 울렸다. 광대는 입으로 ‘쨍그랑, 쨍그랑’ 소리를 내며 킬킬 웃었고, 연은 숫제 아주 한심하다는 눈빛이었다.

“가서 얼굴 씻고 와.”

“왜, 술 깨라고? 그러지 마라, 깨면 더 괴롭다아.”

“꼬질꼬질하게 때 낀 낯짝 때리기 싫어서 그런다, 왜? 사장님! 여기 아주 소주 한 짝 통째로 갖다주세요!”

사장은 헤실헤실 웃으며 자기가 직접 소주 한 짝을 가져와 테이블 옆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느새 다른 손님들은 자리를 비워버렸고, 식당에는 단지 두 사람뿐이었다. 빈 속에 급하게 술을 마셔 취기가 올라오는지 광대는 께느른한 눈빛으로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씨익 웃었다.

“좋네. 마음 맞는 친구랑, 술 있고. 안주 있고. 조용하고. 이 얼마만의 호강인고.”

“먹고 뒤져, 이 화상아. 그리고 유언은, 그 동안 너 했던 꼬라지, 그거나 좀 읊어보던가.”

또다시 소주병 하나를 집어들어 이로 뚜껑을 따면서, 광대는 고개를 꼬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비교적 발음이 명료하여, 아직 혀까지 꼬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착각 심하네. 너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저 먼 대륙의 어린 아이들이 하루에 몇백 원 받아가면서 커피콩 따는 일이라든가, 가까이에 있는 섬나라에 큰 지진난 거, 그런 게 중요한 거지. 너 하나 쫄딱 망한 건 사소한 일에도 못 껴. 그냥 내가 궁금해서 그런 거야.”

“나도 저번에 말했는데. 내 과거사는 아직도 너에게 심심풀이 땅콩인가 보군.”

“그래, 그러니까 그 껍질 좀 까봐라, 이제.”

과거사의 껍질을 벗기는데는 소주 다섯 병이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조금씩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는 울분을 불판 가장자리에서 식어가는 비계 몇 점으로 억누른 광대는 피식 웃으면서 자조적으로 읊었다.

“어디부터 말해드리리까? 극단 생활이 상상했던 거랑 다르게 너무 깝깝하고 힘들어서 뭔가 사업 하나 해보려고 여기저기서 돈 빌린 거? 처음에야 좀 그럴 듯했지, 날이 갈수록 빚이 빚을 낳아서,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빚으로 빚 막느라 허우적댔던 거? 그런 팍팍하고 거지같은 현실을 티낼 수조차 없어서, 너무너무 사랑했던 여자 만날 때마다 덜떨어진 꿈이나 잔뜩 꾸었던 것? 뭐부터 말할까? 응? 내 인생 이렇게 꼬인 게 대체 어디서부터냔 말이야? 응? 응?”

“내가 매의 눈으로 판단해줄테니까, 하나하나 말해봐. 시기별로. 흥분 좀 가라앉히고.”

“후우… 그래, 그 잘난 매의 눈 좀 한 번 믿어보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광대는 새 술병을 땄고, 연은 말없이 돼지갈비를 구웠다. 고기가 채 익기도 전에, 벌써 반 병을 목구멍으로 넘긴 광대가 빨간 빛이 남아 있는 긴 고깃덩이 하나를 통째로 입 안에 집어넣었다.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질겅거리면서,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난 덜 익은 고기였어. 맛있어지려면, 적당한 순간이 필요한데, 불길 위에서 굴러다녀야 하는 그 생활을 참아내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불판 위에서 빠져나오고 나니, 할 게 없었어. 너무나 큰 자유가 찾아왔지만, 어쩌겠어? 이제껏 그런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는걸. 불판에 비하면 바깥 세상은 지독히도 시린 곳이더군.”

“정말 훌륭하셔. 그 나이 먹어서야 이 풍진 세상의 등짝을 보게 된거야?”

“응, 세상의 등에서는 정말 지독히도 쓴 맛이 나더군. 술은 거기에 비하면 설탕이더라.”

“하여간 그 놈의 쓸데없는 비유는. 나도 대충 극단 사람들한테 얘기는 들었어. 촉망받던 수제자가 어느 날부터 연습에 나오지도 않고 코빼기조차 안 비쳤다면서?”

“수제자? 누가 그래? 그건 좀 오버고. 기껏해야 우리 동네에서나 좀 알아주던 풋내기였는걸. 그런데 운 좋게 명문 극단에 들어가 갑자기 여러 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니, 흥이 안 났던 거지. 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땐 그저 쉽게 살려고만 했었던 거 같아. 뭐가 됐든 쉽게 얻고, 쉽게 편해지고, 쉽게 자랑하고 싶은. 애들 같이 아주 유치한 열망.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거, 너는 잘 알고 있었잖아?”

“극단 친구들은 뭐랬어? 누가 지적해주거나,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나?”

“……사람은 말이야. 때로는 참 쉽게 귀머거리가 돼. 자존심이건 믿음이건, 너무 심해지면 남이 해주는 말 따위 아무 것도 못 듣게 되더라고. 게다가 난 극단에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도 없었어. 그저 같은 시간과 공간을 아주 잠시 함께 했을 뿐이지. 자기가 이해하고 원하는 세상만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그보다 뒤떨어지는 타인에 대한 관심은 별로 필요하지 않았었나봐. 하긴, 나도 크게 다르진 않았겠지만.”

“자학 심하다. 그래도 그들은 너 많이 걱정하고 있었어. 나이에 비해 너무 세상을 모른다고. 그래서 어찌 사나 많이 궁금하다고 하던데.”

“스승님들도?”

“응, 의외로 많이 긍정적이시더라. 물론 안타까워하고, 화내는 분들도 없진 않았지만.”

광대는 얼굴을 찡그렸다.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과거의 잘못 때문인지 그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또 한 병을 말없이 비웠다.

“그 꼴 보면 현(賢) 박사한테 곰방대로 맞을라.”

“향음주례(鄕飮酒禮) 가르치던 성냥개비 노인네? 만났어?”

“응, 진짜 순 뼈밖에 없더라만. 너 술 마시는 모습 볼 때마다 언젠가 사고치지 싶었대나. 악무(樂舞) 가르치시는 미(美) 부인도 너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냐고 나한테 물어보시대. 너에 대해 안 좋은 얘기 하는 분들 거의 없었어. 아, 장군연(將軍演) 가르치던 엄(嚴) 선생만 좀 불퉁불퉁 하시더라. 말로만 연습하는 척 하고, 도통 진전이 없다고. 맨날 혀로만 움직이려는 놈 같다나.”

“엄격한 분이시니까, 나를 제대로 보신 게지, 뭐. 하아, 너 때문에 묻어두었던 아련한 추억이 순식간에 현실이 되는구나.”

“원래 과거라는 게 청산되지 않으면 계속 그런 거야.”

“청산이 되기나 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빚보다야 쉽잖겠어?”

광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는다. 또다시 손을 아래로 내려 소주 한 병을 집어들면서 트림을 욕설처럼 내뱉었다.

“꼭 그런 식으로 사람 긁어야겠냐. 아, 우울하다. 진짜.”

“약 드셔, 약. 넌 그게 약이라며. 낮술은 애비 에미도 잊게 하느니.”

“약은 약인데, 사약이다. 성은이 망극해 돌아가실 지경이네!”

대거리하듯 외치는 그의 말투에는 은근히 가락이 배어 마치 창가(唱歌)처럼 길게 늘어지고 휘어졌다. 오랫동안 목 관리를 못해서인지, 꺼칠한 탁성(濁聲)이 섞여 제법 듣는 이의 가슴을 찰박 끓어오르게 하는 맛이 있었다. 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쇠젓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따앙 두드렸다.

“제법이다? 진짜 성(省) 무당이 탐낼만한데. 너 좀 꼭 데려오라고 성화더라.”

“뭐? 초혼곡(招魂哭) 가르치던 그 선무당 말이야? 아오, 관둬. 원래 그 여자 특기가 그거야. 아무나 붙잡고 바리 굿 후계자가 되려무나, 네가 아니면 반만 년을 이어온 강신술(降神術)은 어쩔꼬, 하면서 씨부렁씨부렁. 요즘 같은 때에 무슨 귀신 부르는 울음에 그리 목을 매는 건지.”

“네 목소리에 타고난 귀기(鬼氣)가 있다더라. 태생부터가 스산해서 그런가, 다른 애들에게는 없는 한(恨)이 잔뜩 서렸대.”

“관둬, 관둬. 오죽하면 별명이 선무당이겠냐. 그 여자 걷는 거 좀 이상하잖던? 신내림 보여준다고, 작두 타다 발바닥 썰렸다니깐.”

그러나 그렇게 비웃던 광대도 속으로는 생각이 약간 달랐다. 사실 광대의 스산한 태생을 처음부터 꿰뚫어본 이는 그 선무당, 즉 성(省) 무당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별명처럼 그다지 영험하지 못한 덕에 극단에서 창법(唱法)과 검무(劍舞)의 기본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처음 인사를 올린 광대를 주름진 눈으로 쏘아보며 “외로운 아이구나. 천지조차 외면하는 날이 분명히 올 터인데.” 라고 짧게 중얼거렸었다. 그 때 광대는, 명가(名家)의 자손으로 태어나 모든 학문을 훌륭히 섭렵하지 못하고 가문의 명예도 빛내지 못해 끝내 버림받은 자신을 생각했고, 극단에 들어온 이후로도 주위와 좀처럼 친교를 트지 못해 홀로 차가운 밥을 꾸역꾸역 넘겨야 했던 삼시세끼를 떠올렸던 것이다. 성 무당은 절뚝거리며 광대 가까이로 다가와 그의 작고 여린 손을 쓰다듬었다. “살면서 고비가 많겠다. 허나 울음을 뱉지 말고 속으루 삭여야 소리가 깊어지는 법이니라.”

선무당이 광대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은 곧 극단 전체에 쫙 퍼졌다. 갑작스레 부자 동네로 이사가게 된 달동네 소년처럼, 노인들이 많이 모여 죽음으로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공원에서 홀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좌파 청년처럼, 안 그래도 무관심과 따돌림을 받는 광대는 그러한 상황이 미치도록 진저리가 났다. 결단코 슬퍼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그는 더욱 발작적으로 웃고 다녔었고, 그 습관은 아직까지도 허한 위장 안쪽 주름에까지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무슨 생각하니?”

“……어? 아, 어. 그냥, 그 때 돈 빌렸을 때 말야, 뭔가 다른 걸 했으면 이런 꼴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후회.”

“정말 쓸데없네. 그런 면에 있어서는 3년 전보다 좀 발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래, 극단 뛰쳐나온 다음에는 뭐 했어?”

“일, 사랑, 병행.”

더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었는지 광대는 단어를 딱딱 끊으며 소주를 한 모금씩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렇게 마시면 술맛이 더 도니? 사장님, 여기 갈비 좀 더 주세요! 이번에는 소갈비로요!” “어느 틈에 그걸 다 먹었냐?” “입 하나는 떠들기만 하니, 나머지 입 하나는 먹을 수밖에.” “입 하나가 도통 지길 싫어하니, 나머지 입 하나는 그저 질 도리밖에.” 두 사람은 킬킬거리며 서로 병을 맞부딪혔고, 이번에는 연도 주저없이 술병을 절반 정도 비워냈다.

“너 만나기 전에 네가 했다던 그 가게 터, 잠깐 가봤는데 말야. 그새 뭐 다른 거 세워졌더라. 그 동네 자체가 한 집 건너 술집, 두 집 건너 노래방, 세 집 건너 모텔, 완전 그렇더만. 가게 하나 없어지면 또 순식간에 뚝딱뚝딱 뭐 하나 세워지고. 또 그게 오래 못 버티면 순식간에 문 닫아버리고. 참 나, 너희들 산다는 게 그런 거지 싶대.”

광대가 주향(酒香) 섞인 코웃음을 쳤다. “……하나 빼고. 사랑은 아냐.”

“뭐?”

“뭐가 없어지면 다시 생겨나고, 그게 또 금방 없어지는 게 우리 사는 모습이라며. 웃기지 마. 적어도 사랑은 아니었어. 적어도 내가 한 사랑은, 부동산업자가 언제 찾을지조차 알 수 없는 어두운 폐허야. 무너져 버린 채로, 계속 남아 있을 거라고. 부끄러움의 먼지와 자괴감의 거미줄을 치렁치렁 매단 채.”

“문(文) 여사가 너 시에는 별 소질 없댔는데. 낭송할 때 목소리만 좋지, 표현은 너무 자기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다고.”

“그 분이야 남편 잃은 긴긴 밤을 서책(書冊)으로 채운 미망인이잖어. 난 그냥 마음 가는대로 내질러 썼으니까. 아무튼 사업 얘긴 별로 할 거 없어. 그냥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얼마 받건 상관없이 신나게 일했고, 그게 병신 같은 착취였다는 걸 알게 된 건 너무 늦은 후였으니까. 하다못해 경험이라도 남았을 줄 알았는데, 저언혀. 그 때 당시 남은 거라곤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계획조차 없는 채로 맡게 된 가게와 그리고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인연. 단지 그 것뿐이었어.”

“맞아, 언뜻언뜻 만났는데, 너 어디 갔냐고 물어보는 손님들도 꽤 있더라. 꽤 화려하게 노셨던 모양인데, 아주.”

“거기 예쁜 아가씨들 많지 않던? 아주 그냥 정신 못 차렸지.”

“많기야 많지만, 너 그렇게까지 외모 밝힌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너도 날 진짜 모르는구나. 아니, 사람을 잘 모르는 건가. 누구든 외로움 앞에 한 번이라도 무릎꿇기 시작하면 끝장이야. 그 다음부터는 무엇이든 머리로 생각할 수가 없다니까.  마치, 그래, 술 배우기 시작하는 무렵인거지.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이걸 무슨 맛으로 마시나, 그러다가 어느 틈에 정신 차려보면 내가 아니라 손이 먼저 잔을 잡고 있지. 그리고 빗방울이라도 하나 둘, 뒷목을 적시기 시작하면 불현듯 술과 사람이 떠오르게 되는 것처럼, 여자도 똑같아. 술 향기처럼, 마음을 독하게 찌르는 그 매력에 한 번 붙잡히기 시작하면, 다른 건 아무 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다니까.”

“그래서 가게를 말아드셨군.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러 다니느라?”

광대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정확히는, 서로의 몸과 몸을 통하게 하느라. 마음까지 통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지. 가끔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아가씨들도 몇몇 있었는데, 곧 멀어지더라고. 역시 난 관계 유지에는 영 젬병인가봐.”

“뭐야, 이거? 완전 난봉꾼 패가망신 전기(轉記)네. 들을만한 얘기 좀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잖아? 야, 야. 너 그냥 원래 있던 지하도로 가라. 추접스럽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정말 진심이었는데.”

대답에 섞인 짙은 한숨 때문에 연은 광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뭐?” “……정말로, 진심이었다구. 지금까지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정도로. 앞으로도 이 아픔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거라고 믿을 정도로.”

광대는 무언가 북받쳐 올랐는지 또다시 소주병을 연이어 비워내기 시작했다. 추가한 고기는 서서히 타들어갔고, 연은 정말 아까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뼈다귀에 붙은 고기를 한 점 내밀었지만, 광대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취기가 올라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을 뿐이다.

“모든 것이 다 짜맞춰진 기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했어.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연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진 말이 또 있을까. 너야 그냥 무심하게 일할 뿐이겠지만, 우리들에게는 매 순간이 다 신기해. 단 하루 동안에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와 마주치고, 부딪히고, 때로는 버스나 지하철의 자리를 나눠타고, 어떨 때는 다투고 싸우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심지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는 게. 그런 걸 다 누가 계획하고 있었을까? 홀로 술에 취해 있는 밤이면 미친 듯이 궁금해지는, 그런 순간이 오잖아. 물론 붉은 실로 연결된 두 남녀를 서로 연결해주거나, 아니면 변덕스럽게 끊어버리는 네 농간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그녀에게서는 네가 걸어주었을지도 모를, 붉은 실을, 분명히 느꼈다니까.”        

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조롱하듯 대꾸했다. “똥을 싸세요, 광대 씨. 우리는 무수히 많아. 알잖아? 나도 내 자매들이 대체 몇 명이나 되는지, 이 거리에는 또 몇 명이나 있는지, 전혀 모르는데, 그렇게 억지 춘향 제멋대로 니 생각만 해버린거야?”

“그래, 우리들의 만남은 사실 너희들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너희들이 우리들의 생각과 존재를 존중해서 여간해서는 잘 일하지 않는다는 거……. 어, 잠깐? 그럼 너, 그 돈은 다 어디서 난 거야?”

“너네들이 외롭다고 하도 죽어나가니까, 위에서 그렇게 결정을 내린거야. 일단 묶어놓고 보자는 거지. 하나보단 둘이 그래도 좀 낫잖겠어?”  

“……그건 그래. 외로움, 정말 지독하지.”

“너라면 미치도록 잘 알 거라고 생각했다. 너도 그거 은근히 많이 이용해먹었잖아. …저저저, 술 처먹는 척 하면서 시선 피하는 거 봐라. 어이, 광대 씨. 기껏해야 여자 후리려고 극단에서 가무(歌舞)며 화술(話術) 배운 거야? 너, 알바로 이 일 뛰어도 되겠더라. 어쩜 그렇게 외롭고 힘들어하는 여자들 잘 찝어내니? 그 앞에서 괜히 대리 사장이랍시고 술 한 턱 내면서 은근히 마음 녹여버린 거 아니냔 말이야.”

“……나도 외로웠으니까. 달램받고 싶었던 것뿐이야.”

“어이구, 그러셨어? 야, 여자 우습게 보지 좀 말래? 아무리 맛있는 거 사주고 온갖 말로 달콤새콤 녹여내도 여자는 여자야. 남자 감식안은 거의 현미경 수준이라고.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너랑 잠깐 함께 외로움을 달랬다고 해도, 열정이 지나가고 몸과 마음이 식으면 더 냉정해지는 법이야. 몇 번의 연애를 실패했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고치지 못하는 네 찌질한 본질을 눈치 못 챘을 거 같아?”

광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소주병을 기울이며 탄 고기들을 뒤적거리던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문예 수업 때 일인데, 내가 쓰고 있던 장편 소설을 본 문 여사가 한 마디 하더라고. 어떤 글이든 호흡과 완급이 있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대접해주어야 하는데, 넌 그냥 글씨만 서사하면서 아까운 종이만 축내고 있다고. 그건 글도 뭣도 아니래나. 그래서 단편부터 다시 시작했지. 겨우 글의 호흡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간다고 느낄 때쯤, 맞아, 그 때쯤 너와 술을 마시면서, 그녀들에 관한 얘길 했었지. 아마.”

“지금 헤어진 그 여자와의 연애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야?”

“역시 콩떡처럼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구나. 맞아. 연애와 글이 참 비슷하다고 느꼈어. 말을 많이 아껴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 시(詩)라면, 적게 풀어내도 사랑이 유지되는 것이 단편 소설, 그렇지 않으면 장편 소설로 삐그덕대다가, 새드 엔딩 되겠지.”

“그럼 너와 그녀는 대체 장르가 뭐였는데?”

“글쎄…… 지금부터 네 매의 눈 좀 가동시켜봐. 내가 얘기해줄테니. 그리고 장르는 네가 판별해라.”

“그래, 술 한 잔 더 해라. 시원하게 속 풀고 말해.”

“지랄한다. 아까 손등까지 찔러가며 말릴 때는 또 언제고.”

그때쯤 슬슬 힘에 부쳤는지 광대도 물기가 마른 소주잔을 집어들었다. 두 사람은 몇 순배 잔을 돌리며 취흥을 돋우었고, 추가해둔 고기도 다 먹었다. “고기엔 역시 냉면 아냐?” 연이 주문을 마치자 광대가 비로소 시원한 트림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본 날, 아직도 기억이 선명해. 하하, 네가 나 찾아왔던 그 지하철 역 있지? 바로 그 곳 8번 출구 앞이었어. 비는 또 어찌나 오는지. 예쁜 아가씨 보러 간다고 새 옷 챙겨 입고, 발에 착 감기는 컨버스까지 신고 나갔는데, 우와, 순식간에 발이 다 젖더라고. 혹시나 신발 벗는 곳으로 가면 어쩌나, 냄새가 장난 아닐텐데. 이럴 줄 알았음 샌들 신고 올걸. 오직 그 생각뿐이었어.”

“그녀의 첫인상은 어땠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산에 가려져 있어서 잘 보지 못했어. 그냥, 나랑 비슷하게 작달막하고, 어깨가 약간 넓구나, 그냥 그 정도였지. 그녀가 잘 간다는 일본식 꼬치구이집에서 가서야 비로소 환한 조명 아래서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하하, 아까 말했던 그대로야. 정말이지 이 사람 꼭 잡아야겠구나, 하는 각오를 활활 태우게끔 하는 인상이었지.”

“그렇게 이뻤어?”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이쁜 인상은 아니었어. 왜 그런 얼굴 있잖아. 아주 절세미인은 아니어도 보는 순간부터 편안하고 무슨 말이든 다 받아줄 것 같은, 왜 그래서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인상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 딱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었지.”

“호오, 나이는 너보다 세 살쯤 많다고 했는데. 그런 아가씨가 어떻게 너랑 엮였을라나?”

“나중에 말하더군. 내가 타이밍을 무척 잘 맞췄다고 말이야.”

연이 뜨악하게 되물었다. “네가? 타이밍을 잘 맞춰?”

“야, 나도 할 때는 한다. 내가 그 때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넌 진짜 모를걸. 그녀는 원래 우리 가게 손님이었어. 내가 그 때 보드게임, 그거에 좀 빠졌거든. 손님들도 무척 좋아하고 해서. 그 때는 다른 사람에게 빠져 의식하진 못했지만, 그녀도 몇 번 왔었던 기억이 있어. 우연히 게임 몇 번 같이 하고, 자연스레 말을 섞고, 그러다가 충동적으로 술 한 잔 얻어마시게 된 거지. 그녀도 어지간히 외로웠었던 모양이야. 먼저 술을 사주겠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거기서 만나서 무슨 얘길 했나?”

“그냥. 뭐 늘 똑같지. 이런저런 사람 만났던 얘기. 나 삽질하다 상처 주고 받았던 얘기. 언제나 써먹었던 얘기들 뿐이었어.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기왕이면 듣기 부드럽게 조물조물 주무르고, 감동받으라고 부풀리기도 좀 하고, 흥미 끌게 양념도 좀 치고. 그녀는 정말이지 참 좋은 청자였어. 눈빛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처연하게 공감해주기도 하고. 함께 술잔을 부딪히면서, 호감과 매력이 점점 깊어지고 높아지는 걸 느꼈지. 첫 잔이 한 병이 되고, 한 병이 3차까지 가는 그 순간에, 비로소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 그친 밤 거리를 걸으며 마음을 고백했지.”

“사랑한다고?”

“아니, 같이 자고 싶다고.”

“에라이, 미친 놈.”

연이 주위에 굴러다니던 빈 병을 주워들어 한 대 치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광대는 더럽고 퀭한 얼굴로 충분히 수줍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듯이 빨개진 얼굴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어쩌겠냐. 언제나 변화구 따위 모르는 인생이었는걸. 무슨 일이든 직진, 직언(直言)! 연애의 밀당? 간보기? 그런 거 절대 몰랐어. 어줍잖게 시도해보고 싶지도 않았고. 다만, 언제나 내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만이 자부심이자, 자존심이었지. 그건 정말이지 내 최소한의 자존심이었어. 누구를 만나더라도, 누구와 자더라도, 누가 날 걷어차더라도, 언제나, 언제나, 마음만은 감춘 적이 없었지.”

“그래서 성공하셨나?”

“응, 한 시간에 걸친 장기전이 성공했지. 물론 그녀도 그 방면으로는 상당히 수줍은 여인이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어. 하지만 그런 느낌 있잖아. 단지 망설이고 있을 뿐, 결코 나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거든. 그런 때는 남자가 조금 위압적이어도 좋고, 거칠어도 좋은 거야. 마침내, 입을 반드시 말할 때만 쓴다는 명제를 강렬하게 부정했을 때, 비로소 그녀의 마음도 활짝! 열렸지.”

“………설왕설래 하셨고만.”

“빙고…… 으악!”

이번에는 연이 진짜로 쳤다. 눈앞에서 번개가 치는 듯한 착각과 함께 광대는 혹이 불쑥 솟은 정수리를 어루만졌다. 기름기 낀 머릿결 사이에서 비듬이 눈보라처럼 흩날렸다.

“이씨, 왜 때려!”

“나 이씨 아니거든? 이 꼴 된 주제에 눈까지 빛내가며 옛 추억에 잠긴 모습이 하도 한심해서 한 대 때렸다.”

“지가 물어봐놓군.”

“아쭈, 꼬시랑거려, 이젠. 배 좀 부르다 그거냐? 그래서, 그 날 밤은 이 불판처럼 뜨거웠겠네?”

비듬과 기름기로 얼룩진 머리를 쓰다듬던 광대가 배시시 웃었다.

“마음 통하면 몸도 통하고. 마음 맞으면 몸도 잘 맞는 법이지.”

“지랄한다. 하여간 밝히기는.”

“맞아. 그녀는 정말로, 내 마음과 인생을 밝혔지. 등불 같은 여자였어.”

“호오, 그럼 그 여자의 별명은 <등불>이 되는 건가?”

“글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냉면의 면발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내던 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왜 그래? 늘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너만의 의미를 만들고,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이는 게 너의 변태적인 취향이자 취미 아니었어?”

“거 3년 전 술자리에서 한 번 했던 말 가지고 왜 그렇게 물고 늘어지냐? 하기사 바닥의 바닥까지 굴러 떨어지고 나니 가진 건 배고픔이랑 더러움 빼면 시간밖에 없더라. 추위가 느껴질 때마다 한없이 그녀를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이름 같은 건 찾을 수가 없었어. 그녀는, 그냥 그녀일 뿐이더라고. 나에게 너무나도 완벽한.”

“완벽한 그녀라……. 어지간히 잘 맞았나봐.”

“아니, 또 그렇진 않았는데. 너, 근데 왜 그렇게 면발을 잘게 자르냐? 숟가락으로 퍼먹어야겠네.”

“난 먹는 거든 사람이든 질긴 거 너무 싫거든. 삼킬 때 삼킬 줄 알고, 끊겨야할 때 깔끔하게 탁탁 끊기는 거, 그런 거 잘하는 사람이나 잘되는 상황이 좋지. 안 그래? 너네들 거리에 누군가 뱉어놓은 껌이 신발 밑바닥이나 바지 끝에 달라붙으면 엄청 싫어하잖아. 더럽고 끈적거리고 잘 지워지지도 않고.”

광대는 잠시 말을 잃고 멍하니 냉면가닥만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그 사이에 연은 뜨거운 밥을 주문하여 식초와 겨자를 잔뜩 친 냉면 육수에 말아 한 숟가락 입으로 가져가 우물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의 괴벽한 식성에 한 마디쯤 툭 던졌을 광대가 넋을 놓고 있자 그녀는 가볍게 수저로 냉면 쇠대접을 땅땅 소리 나게 두드렸다.

“뭐하셔? 냉면 다 불겠다.”

“조금 늘은 거겠지? 그래도 껌처럼 더럽게 달라붙진 않았으니까.”

냉면 육수에 소주 반 병을 들이부어 꿀꺽꿀꺽 마시면서 광대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연은 기가 차다는 듯 광대의 냉면 대접을 쓱 한 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연애 방식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식성은 진짜 많이 변했다. 그렇게 먹으면 맛있냐?”

“그냥 계속 취하고 싶은 기분이라. 아아, 이왕 했던 얘기니 마저 들어봐. 이야기도 찔긴 국수가닥 같은 거라 그렇게 쉽게 끊을 수가 없는 거라구.”

“그래그래, 계속해보셔. 니 놈 불꽃주둥이 뻔히 알면서 얘기 해달라 조른 내가 미친 년이지.”

“어느 유명한 영화 감독이 꾸리는 술집에서 막걸리와 홍합을 앞에 두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어. 이미 마음이 통한 순간 몸도 통했기에, 당연히 성공했고, 그녀는 수줍은 미소로 키스를 돌려주었지. 나에게 있어 짝사랑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장기적이고 정식적이고, 그리고 어찌 보면 정상적인 사랑이 시작된 거야. 그 때만 생각하면, 아, 술 땡겨, 진짜 심장이 부풀어서 입 바깥으로 툭 굴러 나올 것 같고, 발걸음은 너무 가벼워서 바람만 불어도 천국까지 훅 갈 것 같았지. 십자가가 보일 때마다 무릎 꿇어 감사 기도를 올리고, 팔짱 끼며 거리를 걷는 모든 커플들에게 이제 나도 외로움에서 벗어났다고, 나를 인정해주고 동등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생겼다고, 동네방네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어.”

“그런데 왜 헤어졌냐고, 이 사람아. 응?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았어야 할 거 아냐.”

광대는 뜻밖에도 결연하고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방법 미숙으로 인한 실패.”

“뭐?”

“마음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람, 인기 많았거든. 나 같은 광대 말고도 으리번쩍한 배경 가진 남자들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부모들이 더 애가 달아서 그녀를 잡으려고 했었으니까. 하늘에 맹세코, 내 마음이 그 남자들보다 얕지도, 차갑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고 자부해. 하지만 손재주 뛰어나고, 요리하고 차 마시기 좋아하고,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타인에게도 신경쓰는 그녀가, 은연 중 나에게 기대고 싶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헤아림은 언제나 모자랐어.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내가 한 노력은 언제나 너무 티났고, 방향을 벗어나거나, 아니면 아예 일을 망쳐서 그녀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지. 꼭 내가 아니라도 그녀가 신경써야할 일상은 너무너무 많았는데, 내가 그걸 도와주진 못할 망정, 오히려 더 짐이 되었을 뿐이니까.”

“쯧쯧, 별로 변한게 없네. 응? 3년 전 그 시절보다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그래, 나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 점만 생각하면, 오히려 헤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지기 전에, 그녀가 떠나줘서, 차라리 고마운 기분도 분명히 있어.”

한숨을 내쉬며, 광대는 품을 뒤져 꼬깃꼬깃 구겨진 담배 꽁초를 꺼냈다. 반나마 짤트막한 몸뚱이를 남긴 모습이, 누가 봐도 피우다 버린 것이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판 숯을 빌려 담뱃불을 붙였다.

“담배, 안 태웠잖아?”

“배웠어. 내가 얼마나 자주 한숨을 쉬는지 보고 싶어서.”

“…………뭐, 봐줄만하네. 지금까지 본 모습 중 제일 멋있다, 야.”

이번에는 광대가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몇 달간 물기조차 못 적셔 떡져버린 숱 없는 머리와, 냄새나는 누더기 옷, 때에 전 팔뚝이며 쇄골을 쓸어보며 ‘이 꼴이?’ 하고 되묻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 인간에게밖에 느낄 수 없는 비장함이지. 모든 것에 버림받고 실패한 삶의 끄트머리에서 그렇게 멋부릴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으니까. 똑같이 끝을 맞이하는 생명이라도 동식물은 순응해버리니까 밋밋해. 우리 같은 존재들은 끝이 뭔지도 모른 채 기운이 다하면 없어져버리고. 오로지 인간만이, 그래, 네 말마따나 바닥의 바닥에서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움켜잡고 있지. 그 강렬한 욕망이야말로 너희들의 존재를 지켜주는 하나의 본질인가봐.”

“그래, 맞아. 우리는 가지려고 살아.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이라고, 돈이고 뭐고 가져갈 수 있겠냐고 하면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손아귀건 마음이건 무엇이든 끝까지 놓지 않지. 그리고 자기 스스로도 오래토록 기억되길 바래. 나 역시도, 지하철 바닥을 구르면서, 그래도 누군가 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바보 같지? 그토록 새로 시작하고 싶어했으면서, 그토록, 그래, 너의 소관이었던 인연만큼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어. 그래서 더 슬펐나봐.”

연이 비웃음을 흘린다. “새로 시작하고 싶다라…… 정말이지 내가 아는 네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바보 같은 결정이었어, 그거. 니가 저질러버렸다는 그 얘기 들었을 때, 난 진짜 딴 사람 얘긴 줄 알았지.”

“어쩔 수 없었어. 현실의 무게가 너무 지독했으니까. 모든 걸 다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자기 삶 가벼운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

“니 일 아니라고 너무 막 지껄인다, 너.”

말투는 거칠었지만, 광대의 눈에서도 후회가 점점이 떨어지고 있었다. 말없이 소주를 들이키는 그를 보며 연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절(切)을 따라 네가 누워 있던 병원으로 갔어. 너의 명(命)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닷새 동안 머리맡을 지켰지. 그 동안 녀석은 신이 나서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잔뜩 제 일에만 빠져 있더군. 자기 삶 내버리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을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니. 자살한 넋들을 줄줄이 엮어 희희낙락하는 그 새끼 낯짝도 징그러웠지만, 겨우 그런 꼴 보자고 내가 숱하게 너희들을 이어줬을까 생각하니까……. 아, 진짜, 눈물나네.”

연 역시 잔에 한숨을 섞어 한 잔 들이켰다. 그 사이, 또 한 병을 비운 광대는, 그러나 여전히 목소리가 또랑또랑했다.

“난, 솔직히 뭐라도 볼 줄 알았어. 꽃 피고 새 우는 천당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선무당이 말하던 서천이라든가, 극락이라든가, 아무튼 정말 하다못해 스틱스 강변에라도 앉아서 돌탑 쌓기라도 한번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더라. 그냥 끝도 없는 어둠을 지나고 나니, 형광등 불빛이 내 눈을 찔렀어. 그제서야 내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 수갑까지 찬 채 말이야.”

“니가 자빠져 있는 동안 의사들이 몸에다 대공사를 하더군. 나야 뭐 본다고 아나. 오히려 절 녀석이 지나가다 힐끗힐끗, 심각한 모양이라고, 하여간 인간들은 꼭 저렇게 집착이 심해서 뭐든 제 손으로 잡아두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족속이라고, 그러면서 혀를 끌끌 차더군. 흥, 그래봐야 지 놈 성과급 깎여나가는게 싫어서 그렇겠지. 요즘 그 녀석 잘 나가거든. 아무튼 니 목부터 심장까지 긴 관을 꽂고, 다리 사이에 또 배뇨관을 꽂고, 그리고 계속해서 산소를 주입하고, 거기다 니가 깨어나면 제 정신이 아닐 거라고 해서 수갑을 채우대. 하이고, 아닌게 아니라 너 진짜 오버 심하더라. 침대에 묶어둔 손발 휘두르며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그게 뭐냐? 물에 빠졌냐?”

“……세상에 다시 빠져버린 내 꼴이 실망스러워서 그랬다, 왜?”

“허이구, 때투성이 얼굴도 빨개질 줄 아네? 뭐, 절 녀석이 가면서 그러더라. 원래 넋이 다시 몸뚱아리로 돌아오면 다시 제자리 잡을 때까지 좀 그렇게 난리 피울 거라고. 그래도 넌 빨리 제정신 찾던데?”

“흥, 꼴에 연기하고 노래한답시고, 지 정신 빼놓을 때가 많아서 그런가보지. 야, 고기 좀 더 먹자. 제일 떠올리기 싫은 얘기 했더니, 속이 다 헛헛하다.”

“비어버린 마음, 고기로 채울 셈이냐? 뭐 먹고 싶은데?” “갈매기이- 사알.” “그래, 먹고 그냥 날아가버리셔.” 고시랑거리면서도 연은 두 말 않고 갈매기살을 주문해주었다. 불판에 놓인 고깃점들이 지는 노을을 받으며 묘하게 귀여워보이기까지 했다.

“이건 익는데 좀 시간이 걸리지. 하아, 얼마나 걸리든, 그래, 네 말이 맞아, 정말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로 훨훨 날고 싶다. 이제 이 세상은 정말 신물이 나.”

“흥, 퇴원하자마자 갈 곳 없어 지하철 역 바닥에서 뒹구는 주제에 새는 무슨. 잠룡물용(潛龍勿用) 몰라?”

“……잠룡승천(潛龍昇天)이란 말도 있거든. 두고봐라, 언젠가 다시 난다. 반드시!”

“지랄, 한 품은 이무기겠지.”

갈매기살은 점점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연과 광대는 잠시 말없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3년 전에 비해, 광대의 눈빛은 훨씬 간결하고 단려해져 있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지키려고도, 더 얻으려고도 하지 않는 그 마음은…….

“……일표단사(一瓢簞食)?”      

“뭔 소리야. 고기 안 먹냐?”    

어느 정도 후련해진 듯한 표정으로 광대는 술과 고기를 여유롭게 즐기기 시작했다. 누가 보아도 더럽고 초라한 행색으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 좋아하는 고기 먹는 것도 잊은 채 광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은 돌연 또박또박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는 너희들의 어미이자 스승이구나.”

광대는 놀라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약해졌다? 벌써 취했냐?” 그러나 연은, 주저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희는 무엇이든 사랑을 통해서 얻고, 사랑을 통해서 배우는구나. 사랑이 아니면 너희는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서로를 나눠줄 수도 없겠지. 서로를 나눠줄 수 없으면 그토록 애착하지도 집착하지도 못할 것이며, 아프게 찢어진 이후에, 서로에게 나누어주었던 자기 자신을 그리워하지도, 애닯아 하지도 않겠지. 너희들이 스스로 만든 교육과 사회가 스스로를 키우는게 아니라, 서로를 통한 관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며, 거울을 보듯 너희를 살필 수 있게 되는구나. 그렇구나. 그래서 천리(天理)께서는 우리를 만드셔서 너희가 너희답게 살 수 있게, 행여나 온갖 것이 뒤섞여 복잡한 세상 풍파에 휩쓸려 버리지 않도록 보살피게 하신 거였어.”

묵묵한 침묵 속에서, 연의 중얼거림을 듣던 광대는 술잔과 젓가락을 놓았다. 그리고 서글프게 웃으며 대꾸했다.

“사랑이란, 과연 그런 것이지.”

처음으로 연이, 광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현(現).” 광대가 얼굴을 찡그린다. “8년만에 듣네. 그 이름 싫어하는 거 알잖아.”

“선무당, 아니, 성 무당한테 가. 그녀라면 네 몸을 의탁할만할 거야. 네 사정도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어.”

광대는 딱 잘라 말했다. “싫어.”

“고집피우지 마. 사랑의 한 켠에 그리움도 집착도 있다지만, 이제 끊어낼 때도 되었잖아. 그녀와 첫 만남을 새겼던 그 지하철 역에 계속 곰팡이처럼 붙박여서 뭐할건데? 너랑 사귀다가 내가 이 꼴 되었소, 광고라도 할 셈이야?” 광대는 조금 찔끔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눈치…… 챘냐?” “못 채면 병신이지.”

그러나 광대는 여전히 결연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의 호흡도, 때로는 길잖아.” “뭐?”

“문 여사가 말씀하셨다고 했지? 살아 있는 글의 호흡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인연도 그랬어. 그 호흡은 인간의 것과 달라서, 몇 초만에 끊어지는가 하면, 수십 해 만에 다시 이어지기도 해. 아주 멀리멀리 돌아오는 너의 호흡을, 나는 기다리고 싶어. 그래서 거기 있는 거야.”

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말 만들어 내는데 인간만한 것들이 또 있을까. 어차피 니 인생, 니 멋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겠지. 고기 타겠다. 어서 이거나 먹어.”

“아니, 이제 그만. 너랑 얘기하다보니 한동안 묻어둔 외로움도 그리움도 자꾸만 되살아나 내 배를 채운다. 잘 먹었어. 다음에 또 보자.” 천천히 일어나던 광대는 처음으로 씨익 웃으면서 인사했다.

“다음에 만날 땐 좀 더 자유롭게.”

“그래, 그리고 거칠 것 없게.”  

술잔을 부딪히듯, 옹골차게 쥔 두 사람의 주먹이 가볍게 서로를 톡 마주쳤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길 속으로 사라져가는 옛 광대의 모습을 연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를 찾아냈을 때처럼, 오늘도 온기없는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깔아놓은 골판지 몇 장을 요 삼고 이불 삼아 누워, 생각의 생각 속에 잠겨 있을 그를 생각하며, 그녀는 말없이 마지막 남은 소주 한 잔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가슴 속에 바다처럼 번지는 뜨거운 쓰라림에, 그녀는 새삼 몸서리를 쳤다.


*      *       *

네, 일단 어떻게든 대화의 방식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마!! 하는고집이 아닙니다.^^;; 이미 총평을 읽었을 때, 이 글은 반쯤 나가 있었고, 지적에 따라 다시 쓰기에는 너무 진도와 감정이 많이 나가 있어서, 무엇보다 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식으로 상당히 비슷한 내용을 다시 올리는 실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샤워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입니다만, 전 어쩌면 글로써 자위- 그러니까 Texturbation을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 글을 자꾸 이런 곳에 올리게 되어 약간 민망할 따름입니다. 기왕 쓰는 김에 다음 번에는 정말 다른 방식으로 "새벽, 누구와의 술자리" 이런 식의 글로 3연작을 완성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도, 전에 해주신 지적이 매우 날카롭게 와닿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이 고려하면서 썼습니다, 반 걸음이라도 진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퀴즈. 이 글에서의 본인의 실화는 어디까지일까요...ㅎㅎ 맞히시는 분은 제가 시간 되는대로 술 한 잔 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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