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사자 왕의 검이 크게 허공을 베었다.
그 궤적 앞으로 다가오는 삼쉬르의 유려한 곡선이 내 눈을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과 아군, 사자 왕의 기사들과 술탄의 전사들이 뒤엉킨 열사의 땅에서는 이미 망자와 산 자의 경계가 모호해 보였다. 갑주에서 빠져 나가 덜렁거리는 쇳조각이 만든 소리에 정신을 차린 순간, 적의 칼날이 내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롱 소드를 들어올려 반월의 검을 막아낸 뒤 그대로 휘둘러 적의 목을 날렸다. 그러자 주위의 적 몇 명이 나를 둘러쌌다.
난 사자 왕을 보았다. 언덕 위에서 술탄과 맞부딪치던 사자 왕은 어느새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물러나고 있었다. 술탄 역시 그런 사자 왕을 굳이 뒤쫓지 않는 모습이었다. 양 군은 대치를 계속하면서 차분히 퇴각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성지, 예루살렘을 지척에 두고 전투를 끝마치려는 그 모습에 난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곳에서 살아 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네 명의 이슬람 전사들이 든 반월의 끝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움직인 순간 나도 검을 들어 올렸다.
태양은 강했고 땅은 뜨거웠다.
내 몸에서 빠져 나온 피가 모래 바닥을 적시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를 울리는 소음과 땅을 구르는 말발굽 소리들이 마치 이명이라도 되는 양 느껴졌다. 죽음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의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난 생각했다.
무언가가 내 안으로 들어선 것은 그 때였다.

굴레 (The fate of accursed god)

1

난 바닥에 손을 짚었다. 서늘하고 부드러운 흙의 감촉에 놀라 문득 고개를 들었다. 온화한 웃음을 짓는 여인 같이 태양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사막의 강렬함이 저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존재했던 미지의 세계와 같이 느껴졌다.
"언제 돌아 오셨습니까?"
짙푸른 대리석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는 석조 건물 안에서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는 묘한 느낌을 주는 단청의 색이 돋보이는 기와 지붕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혀 다른 이질적인 양식의 건축물이 도처에 서로 어깨를 기대듯 늘어서 있는 기묘한 광경, 분명 이곳은 영국이 아니었다.
그리고 난 내가 아니었다.
"어찌 된 일이지?"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여인이 빙긋 웃었다. 햇빛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여인의 머리 색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흑발에서 금발, 붉은 색과 보라색, 갈색...외모도 특이했다. 작고 아담한 골격임에도 뚜렷한 이목구비, 동방의 여인인 것 같기도 하면서도 딱히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갑자기 내 모습이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마르스시여?"
난 여인을 바라보았다.
"나를 부르는 건가?"
"감히...무슨 일이 있으신지 여쭙는 것입니다."
"내가….무슨 일이냐고..."
딱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인의 얼굴에 수심이 드러났다.
"테라 님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테라? 기억 저 편으로부터 뭔가가 꿈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인이 조심스레 내게 등을 굽히며 손을 모았다.
"유피테르 님의 말씀대로 두 분의 갈 길은 다릅니다. 너무 저어하지 마시길..."
"아아."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듯한 뿌연 안개가 물러나고 있었다.
"알고 있어. 그 때문이 아니니까 걱정 마. 화신(化神) 후유증일 뿐이라고."
완연한 안도의 기색이 드러난 여인, 도나텔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난 미소 지었다.
"유피테르께서는 어디 계시지?"

"십 이 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공회당 아래 모여 앉은 신들의 가운데로 나선 테라는 나를 보자마자 날카롭게 외쳤다. 지는 노을과 흡사한 색을 띤 그녀의 얼굴에는 확실한 분노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다.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테라는 그런 내 태도가 더 화가 난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땅은 피에 물들고 강은 시체 때문에 범람 지경이란 말이에요. 원하는 대로 된 건가요, 전쟁의 신이시여?"
"인간들의 전쟁은 불가항력입니다."
난 차분히 말했다. 그러자 테라는 콧방귀를 끼었다.
"그 말씀은 이제 지겹군요! 그렇다면 내 지겨운 이야기도 뒤따라야겠네요? 그들의 싸움은 그들이 알아서 하게 놔 둬라, 이 말 말입니다."
"전쟁에 대한 축원은 그들이 했소. 그리고 신업(神業)은 신업으로써 놓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왜 내게만 그렇게 가혹한 말씀들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아르스가 손을 들었다.
"당신이 만들어 낸 결과가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당신이 만들어 낸 온갖 음악과 미술, 그래, 예술 보다 훨씬 참혹하지요. 하지만 그게 내 일입니다."
아르스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옥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상의 신이 흥분을 해서 그렇지, 우리 모두가 당신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나를 몰아가지 말라?"
"파괴와 폭주에 대한 본능, 신에게도 본능은 있습니다. 모두 그것을 억누르거나, 좋은 방향으로 표출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지요. 그렇지 못하다면 저 인간들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문제는 당신의 일이 그 본능과 너무 잘 맞는다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무분별한 광기가 일으킨 인간계의 전쟁으로 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소."
렉스의 말에 찬성하듯 곁에 있던 네츄라가 다가왔다. 온화한 생명의 여신은 그러나 내게 독설을 내뱉었다.
"렉스의 말대로,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계에서 발생하는 전쟁으로 인해 신들은 인간의 문제에 대해 어느 선까지 관여해야 하는 것이냐를 둘러싸고 의견 대립을 벌이기 시작했으니까요. 당신은 그 중심에 있어요. 화신으로써 인간계에 내려가 그들 사이의 문제를 살피고, 전쟁이 발생하게 된다면 당신 판단에 따라 올바른 쪽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 그것이 당신의 신업이죠. 하지만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전쟁을 일으키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소리. 그렇죠?"
네츄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말들이 튀어 나왔다.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 나를 두둔하거나 편드는 목소리가 서로 엇갈렸다. 방금 잠에서 깬 상태와 마찬가지인 나로써는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만 하시오. 조용히."
공회당 제일 위 쪽 상석에 자리잡고 있던 유피테르가 은빛 수염을 쓰다듬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마르스의 신업은 신성한 것이오. 전쟁은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 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소. 인간 세계의 문명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 그와 관계된 일이니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어요. 더구나 우리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지켜 봅시다."
공회당 안의 여러 신들이 만든 울림은 숙소로 돌아온 뒤에도 내 머리를 뒤흔들었다. 인간으로 지냈던 시간 속에서 뭔가 충격을 받은 걸까? 시종장인 도나텔라가 말해주는 인간계의 상황 보고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내 머리 속은 뒤죽박죽이 된 듯 느껴졌다.
"대해를 건너 해가 뜨는 땅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뢸까요, 마르스시여?"
도나텔라의 걱정 어린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괜찮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도나텔라는 심안을 닫았다. 눈 앞에 떠 있던 인간계의 모습이 금새 사라져 버렸다. 물론 난 여태 그것을 보지도 않고 있었다. 뭔가 알 수 없는 문제가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 느껴졌다. 도나텔라는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아, 그렇군."
인페루스의 종자가 찾아온 것은 막 도나텔라가 자리를 떠나던 그 때 였다.
명운의 검이 불과 번개를 동시에 내뿜었다. 허공에 떠 있는 수 많은 볼루크리스들이 갑자기 쏟아지는 불덩이와 번개에 휘말려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신들의 피조물들이 사라진 그 위로 또 다시 볼루크리스들이 날아들었지만 내게는 곤충보다 못한 존재일 뿐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하늘 저 편으로 늘어서 있는 수 많은 신들의 군대가 보였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혼란의 심연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 귀에 렉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페루스의 간사한 꾀에 넘어가 신들 간에 분열을 일으키고 결국 전쟁까지 꾀한 어리석은 마르스! 그대의 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제야 끊어졌던 기억의 끈이 서로 매듭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인페루스의 얼굴이 눈 앞에 떠올랐다.
"이 먼 하계까지 내려온 그대에게 경의를 표해야겠지만 시간이 얼마 없어서 말이야."
"시간? 무슨 시간 말이오?"
"그대 목숨이 붙어 있을 시간 말이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렉스, 테라, 네츄라...누군지 알겠지? 다들 자네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것들이지.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지상의 세계가 그대의 용맹 앞에 사그라지는 걸 못 견뎌 하는 나약한 족속들이란 말이야. 그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아나, 어리석은 친구여?"
"그들이 내게 반감을 가진 건 알고 있지만..."
"저런, 그 이상이야. 이상이라구. 전쟁 운운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들이 먼저 군대를 일으켜 자네를 치려 할 걸?"
"웃기는 소리. 전쟁의 신인 내게 어찌 감히..."
"유피테르가 묵인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 이것 보라고, 위대한 전쟁의 신이여. 유피테르는 철저히 이중적이야. 알아 듣겠나? 인간에 대한 영향력을 잃는 것이 두려워 자네를 활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자네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네. 결국 자네는 적에 둘러싸여 한 치 앞을 못 보고 있는 거란 말일세."
"...내, 이것들을...다 쓸어 버리지. 다 쓸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자자, 아무리 자네라도 그 많은 신들을 적으로 돌리면 힘들 거야. 이렇게 하자고. 자네에게 동조하는 친구들을 끌어 들이게. 군대는 내가 준비해 놓지. 만약 이 일이 성공만 한다면, 자네는 유피테르의 날개를 꺾고 진정한 뜻을 펼칠 수 있을 거야. 그 때가 되었을 때, 이 세계의 구석 진 곳에 쳐 박혀 있는 이 늙은이를 외면하지만 말아 달라고."
법의 지엄함을 상징한다는 렉스의 거대한 몽둥이가 볼루크리스들의 호위를 받으며 쇄도해 들어왔다. 눈 앞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인페루스의 잔영 속으로 밀어닥치는 신들의 군대를 보며 난 명운의 검을 치켜 들었다. 비와 바람, 번개와 불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그에 걸맞은 괴성이 천지를 진동 시키는 순간, 난 눈이 먼 듯 캄캄해 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놓았다.

2

"이봐! 네메케스! 정신 좀 차려 봐! 이보라고!"
뜨거운 기운에 눈을 떴다. 시야 저 편으로 보이는 높다란 성벽이 한 쪽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많은 이들이 성문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내 어깨를 안아 일으킨 남자가 소리쳤다.
"일어나라고! 망할 로마 놈들에게 끝까지 본때를 보여야지!"
"로...마...?"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는 아이들 외에는 어디에서도 혼란은 없었다. 아녀자와 노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굳은 얼굴로 성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성벽에 달라붙어 활을 쏘고 돌을 던지고 성문을 막느라 분주했다.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고, 하나 둘씩 죽어갔지만 그들은 끝까지 달려들었다.
"아빠, 아빠..."
새하얀 피부에 검은 재를 얼굴 곳곳에 묻힌 금발의 사내 아이가 주저앉아 있는 내 어깨를 안았다. 다섯 살쯤 되었을까? 아빠라고? 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아이의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괜찮아, 얘야. 모든 게 괜찮을 거다."
그 뒤로 보이는 단아한 느낌의 여인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여보, 우리는 신경 쓰지 말아요."
네메케스, 빨리 와, 그렇게 외치고 성벽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다시 여인에게 향했다. 여인은 미소 지었다. 서글픈 웃음이었다.
"카르타고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 줘요. 영원히 살아 숨쉴 거라는 사실을. 당신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걸 보여주고 싶어요."
여인의 뺨으로 은루 몇 방울이 흘러 내렸다. 난 여인과, 그리고 아이를 차례로 끌어 안았다. 이제 성의 삼면이 모두 불타오르고 있었다. 벽이 무너지고 기둥이 부서지고 돌이 떨어져 내렸다. 사람들은 모두 고통에 신음한다. 난 뒤돌아보지 않고 지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것이 전쟁인가. 살육 아닌가. 이 안에 있는 사람들, 몇 만 명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포로가 될 것이다. 비참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뛰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사람들이 이러는 이유는 뭐지?
뒷골이 심하게 댕겼다. 갑자기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어디선가 돌덩이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난 고개를 들었다. 시커먼 하늘이 무너지듯, 성벽 전체가 돌덩이들을 흩날리며 기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아내, 아이의 외침도 그 속에 있을 것이다. 눈을 감지 않으려 했다. 아내와 아이를 돌아보려고.
하지만 결국 하늘은 닫혔다.  

등허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떴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 속으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파고 들어왔다.
"아직 안 죽었잖아?"
낯선 언어, 이해할 수 없는 언어여야 했다. 그것이 정상인데, 처음 듣는 그 언어는 내 머리 속에 쏙 들어왔다. 곧 이어지는 여인의 비명 섞인 외침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햇빛을 받아 검광이 흩뿌려졌다. 바닥에 늘어져 있는 내 손이 손잡이가 꽃잎처럼 생긴 희한한 검에 가 있었다. 그걸 집어 눈 앞에 있는 특이한 형태의 신발을 신은 다리를 베었다. 비명과 피가 튀며 시야를 가리던 존재가 물러났다.
낡은 나무 기둥이 특징인 집 안, 요란한 외형을 한 갑옷을 입은 남자가 마찬가지로 특이한 옷을 입은 여자를 쓰러트린 채 올라 타 있었다. 그 곁에서 낄낄거리며 지켜보던 갑옷 입은 남자 둘이 눈과 검을 함께 빛내며 내 쪽으로 달려 들었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무작정 검을 들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으나 혼란과 당황, 의문만이 소용돌이칠 뿐이었다.
"서방님..."
축 늘어진 검은 머리처럼, 아무렇게나 벗겨지고 찢어진 옷가지만큼이나 유린 당하던 여인의 입에서 신음처럼 말이 흘러 나왔다. 순간적인 적의가 내 몸 속에 가득 차는 게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느꼈던 의문보다 더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난 검을 들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부딪쳐 들어갔다. 한 팔을 잃었지만 두 놈을 벨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여인을 유린하던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내 앞의 적과 대치하던 나로써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때 여인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떨어져 있던 검을 들어 내게 달려들려고 하는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물론 제대로 맞을 리는 없었다. 그저 갑옷의 한 귀퉁이만 베어 냈을 뿐이다. 남자는 돌아보며 또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손에 들려있던 검이 움직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여인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하지만 무너지던 여인은 두 팔을 벌려 남자의 다리를 끌어 안았다.
"도망...치세요..."
남자의 검이 연신 여인에게 날아들었다. 내 눈이 터질듯한 분노로 충혈되어 폭발 일보직전이라는 상황은 나도 느낄 수 있었다. 한 팔 만으로 거칠게 검을 휘둘러 눈 앞의 적을 쓰러트렸을 때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여인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벌써 다진 고기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무리의 알 수 없는 군대가 막 여인을 짓이겨놓고 나를 향해 달려들던 남자를 난도질하는 광경을 보며 나 역시 허물어져 버렸다.
도대체 뭐지, 이게….
처참하게 박살 난 여인의 육신이 저 앞에 있었다.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난 엉망이 된 한 팔을 가지고 마찬가지로 더욱 심한 상태인 몸뚱이를 움직였다. 살과 피가 엉겨 제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여인의 육신을 부둥켜 안자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신음 섞인 울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는데 갑자기 낯선 손길이 어깨에 닿았다. 난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다 찢어져 가는 옷에 꾀죄죄한 외모의 키 작은 남녀노소가 내 주위에 둘러선 모습이었다. 그들은 내가 아니라 내게 안겨 있는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내 어깨에 손을 얹은 중년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게 안겨 숨을 헐떡거리는 또 다른 중년 남자가 힘겹게 품 안을 더듬었다. 알 수 없는 지형이 그려진 지도를 건네 받자 사그라지는 숨소리에 섞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군의...이동 경로다...동지들을..."
남자의 숨이 끊어졌다. 내 옷깃을 잡은 손이 떨어진 순간, 어깨에 얹혀 있던 손에 꽉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은 뒤 나를 감싸 안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네 아버지는 할 일을 다했다. 이제 우리가 해야만 해."
난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 남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고갯짓을 했고, 곧 허름한 가옥과 천막으로 둘러싸인 공간 뒤 쪽에서부터 한 무리의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름한 복장인 것은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것저것 무장을 한 모습은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과 잘 들어맞았다. 나를 일으켜 세운 중년 남자가 그들에게 손짓해 다가오게 한 뒤 말했다.
"오늘 밤 공격을 개시한다. 우리의 대장이자 랑카오의 아버지를 죽인 미군 놈들에게..."
하늘을 울리는 단말마의 굉음과 함께 중년 남자가 쓰러졌다. 그에 놀라 몸을 돌리며 무기를 꼬나 쥐던 남자들 대부분이 일제히 앞으로 거꾸러졌다. 비명과 굉음이 주위를 울려댔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미친 듯이 뛰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풀 저 편을 향해 무기를 들고 대항하던 남자들도 하나 둘씩 바닥에 널브러졌다. 숲 저 쪽에서부터 초록색의 옷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그들의 손에서부터 쉴 새 없이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곧, 나도 바닥에 몸을 뉘였다. 알 수 없는 충격이 오른쪽 옆구리부터 가슴까지 타고 올라와 호흡을 막기 시작했다. 귓가가 멍해지면서 공허한 울림만이 가득 채웠다.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절룩거리며 도망가던 할아버지도,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던 아줌마도, 울며 엄마를 찾아 우왕좌왕하던 꼬마도 금새 피를 사방에 뿌리며 스러져 갔다. 남자들의 불꽃에는 자비가 없었고, 공포는 끝을 모른 채 내달렸다. 폭주의 광기와 공포의 광기가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난, 그 광경들이 시야 속으로 함몰되는 것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점점 가파르게 파고 들어오는 어둠에 밀리듯 내 안으로 향하는 그 죽음과 절망, 공포와 쾌감들에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저 영혼을 쥐고 흔들듯 내 안에서만 맴돌며 유지될 뿐이었다. 어둠이 나를 뒤덮는 순간까지 그것은 계속되었다. 아니, 계속되고 있던 순간까지만 내 의식이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3

"좋은 꿈 꾸셨나, 전쟁의 신이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높다란 석주들만이 언덕 위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촉촉한 흙의 감촉과 풀 내음이 바람을 타고 나를 간질였다. 난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을 훑어보고 손으로 더듬어 보았지만 어디에도 상처는 없는 듯 보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흰 백발, 은빛 수염은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였다.
"좋은 여행이 되었나 모르겠군."
"당신은 누구요?"
노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날아드는 몽둥이처럼 갑작스런 기억의 뭉치가 머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유피테르.."
"내 아우는 간사하지."
유피테르는 옆에 서 있는 석주를 쓰다듬었다. 세월이 만든 손마디 만한 구멍과 홈 위로 손바닥을 대며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만큼 무섭지. 인페루스가 뭘 원했는지 알고 있나?"
"다른 신들이 내게 뭘 원했는지는 알고 있소, 유피테르여."
"아니, 자네는 몰라. 적어도 내 뜻만은."
"그럼 뭡니까? 인페루스는? 그리고 당신은?"
유피테르는 석주를 올려다 보았다.
"이 기둥이 이곳에 얼마만큼 서 있었는지 기억 나나? 우리 아버지들이 저 강대한 티탄들과 맞서 승리하고 이 세계를 창조한 이후, 이곳에 터를 잡았지. 그리고 우리의 피조물들을 내놓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기둥들은 그들과 함께 무너져 내일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내게 뭘 원하는 겁니까? 왜 내게 그런 경험을..."
아직도 생생한 기억 때문에 난 몸을 떨었다. 유피테르는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네. 그런 것 같아. 인간은 무너져 내리지 않아. 기둥만 무너질 뿐. 그리고 기둥은 다시 새워지겠지. 이제는 우리가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해 말일세."
"그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 것은 당신입니다. 나를 반대하는 자들과 같이."
"아니, 난 자네를 반대하지 않았어. 그저 결정을 못 내렸을 따름이었지. 인페루스가 끼어들 줄은 몰랐네. 좀 더 괜찮은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모든 일이 꼬이게 된 거야."
유피테르는 몸을 돌려 언덕 아래를 바라보았다. 풀과 꽃이 눕는 평원이 언제까지라도 이어질 것만 같은 공간이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그 끝에는 하늘이, 그리고 그 아래에는 두 개의 세상이 있다. 인간의 세상과 망자의 세상.
"전쟁의 신이 주관하지 않는 전쟁은 어떤 양상을 띨까? 어떤 결말을 맞고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난 흥미가 있었네. 하지만 바뀐 것은 없더군. 전쟁은 계속해서 일어났어. 그리고 그 결말은 순전히 인간의 의지와 힘에 의해 결정됐지. 전쟁 이후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였네. 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았어. 신에게 축원 할 필요가 없어졌지. 글자 그대로 힘있는 인간이 모든 기준이 되어 버린 세상이 펼쳐 지더군."
새삼스러운 분노가 떠올랐다. 유피테르의 나약함을 조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인페루스가 끼어들어 더 일을 크게 만들었어. 어쩌면 이 모든 게 그의 계획이었는지도 몰라. 전쟁의 신이 주관하지 않는 전쟁, 그 속에서 죽어가는 인간들은 하계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줄 뿐이지. 인페루스의 힘을 더욱 크게….벌써부터 인간들은 죽음의 신에게 기원하고 있네. 자신을 데려가지 말라고, 만약 데려가면 더 이상의 고통을 가하지 말아달라고 말이야."
"자업자득이군요. 원하신 바를 이루셨습니까, 유피테르시여?"
유피테르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하계로 내려가 자네의 육신을 되찾아와 줘야겠네. 신체(神體) 말일세."
기가 막혔다.
"내가? 왜? 그건 당신들이 인페루스에게 갖다 바친 것이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찌 같은 신으로써 다른 신의 몸에 손댈 수 있단 말인가? 오직 인페루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일시적인 화신 상태의 각성이 이뤄졌을 때, 그 빈 육체를 취하는 것 말일세."
"나를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그만. 지난 일의 과오를 되짚어 보자면 자네의 탓도 충분하니 그만 하지. 인간들의 혼란을 겪어 봤겠지? 그들에게 더 이상 목적 없는 전쟁을 안겨 주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건 신들의 오만입니다. 인간들은 목적 없이 싸우지 않아요. 너무 목적에 충실한 나머지, 그 외의 것들을 망각하는 것이 문제지만."
"그 모든 것이 바로 전쟁의 신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야. 그렇지 않은가?"
유피테르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리쬐는 태양 빛보다 더 빛을 발하는, 그러나 시퍼런 푸른 색을 띠고 있는 원형 팬턴트였다.
"하계에서 자넬 지켜줄 걸세. 심장을 새기게. 지금 자네가 하고 있는 몸의 생명과 맞닿아 있는 끈이 될 거야."
형형한 불빛을 잠시 내려다보다 천천히 가슴 가운데로 가져갔다. 세 개의 심장과 맞닿은 펜던트의 불빛이 이내 붉은 빛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피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싸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유피테르를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내달리다 그 끝에서 몸을 날렸다.

전쟁의 신을 되돌려 인간들에게 다시 영향을 끼치게 하려는 것이겠지. 저 멀리 보이는 인간계를 지나쳐 마침내 하계에 도착했을 때까지 내 머리 속은 반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그것은 그저 단순한 분노일 뿐이었다.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마음의 소용돌이. 그래서 더욱 화가 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보시오! 제발, 제발 나를 좀 풀어주고 가시오! 이보시오!"
이글거리는 용암이 물처럼 가득 차 있는 웅덩이에 몸이 잠긴 채 머리만 내놓고 있는 노인이 처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곧 노인은 말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차오른 용암이 노인의 머리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피와 살, 뼈가 뒤섞여 천천히 용암 속으로 침잠하는 그 광경은 역겹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더욱 역겨운 것은, 그 길목을 지나치려는 순간 들려온 노인의 비명 소리였다. 방금 전 그 노인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다시 용암에 천천히 담가지기 시작했다.
하계가 모두 지옥인 것은 아니다. 망자들은 나름의 법칙 속에서 사후의 생을 보낸다. 윤회의 굴레를 움직이는 법칙은 오직 인페루스와 유피테르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하계에 살고 있는 망자들이 그 굴레에 오를 때가 되면 다시 천상을 거쳐 지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내가 가야 하는 곳은 그 망자들이 사는 침묵의 도시가 아닌, 망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의 공간이다. 그 가장 깊숙한 곳에 인페루스가 있을 것이다. 내 몸과 함께. 아마도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아, 아버지?"
쇠기둥 끝에 달린 쇠사슬에 양 손이 묶인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중년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앞에는 멧돼지 머리에 코끼리와 비슷한 회색 가죽의 몸을 한, 그러나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지닌 거한이 다 자란 아이들만한 몽둥이를 들고 남자를 두들기는 중이었다. 쇠기둥에는 손바닥 길이보다 길고 손가락보다 굵은 쇠 침이 박혀 있었다. 거한의 몽둥이에도 마찬가지였다. 몽둥이에 맞은 남자가 쇠기둥에 부딪쳐 몸이 박혔다. 앞뒤로 구멍이 뚫린 형태로 비명을 지르는 남자는 기둥에 묶인 쇠사슬이 스르르 풀리는 것과 동시에 쇠 침에서 빠져 나왔다. 남자가 부딪쳤던 부분의 쇠 침은 쇠사슬이 남자를 일으켜 세우는 것과 동시에 기둥 안에서부터 밖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그 형벌을 지켜보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중년 남자는 계속해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라고.
"나를 아는가?"
내가 다가가자 몽둥이로 남자를 막 후려치려던 거한이 몸을 돌렸다. 그렁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귓가 부근까지 쫙 찢어진 큼지막한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곧, 내 목 아래에 매달린 듯 박힌 채 빛을 내고 있는 펜던트를 보고는 움찔하는 표정을 지었다. 순순히 물러서는 거한을 쏘아보는 내게 중년 남자가 달려들기라도 할 듯 다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나를 아나?"
"저예요, 아버지! 페르가모스예요!"
난 눈살을 찌푸렸다. 인간의 이름 따위….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한 줄기가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갔다. 불타고 무너지는 성벽,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남자들, 결연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노인과 여인들, 그리고 아이들...아이...
"아들아..."
"아버지!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랬어요! 자랑스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기억하라고. 그에 걸맞은 남자가 되라고! 카르타고 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라고 말이에요. 설령 신이 우리를 버렸기 때문에 로마 아래 짓밟혔다고 하더라도, 우리 운명을 원망하지 않는다고요! 우리 스스로 정하고 나아간 것이니까!"
피를 토해내면서도 남자의 외침은 계속되었다.
"시체조차 건지지 못한 아버지를 기억해요! 난, 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비참한 종 생활이라도 카르타고의 긍지를 잃지 않은...그래서, 비록 이렇게 불 지옥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비열한 총독 보좌관을 살해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어머니께서도 분명히..."
남자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한 동이는 될 법한 피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내렸고, 이내 몸은 축 늘어졌다. 쇠사슬 때문에 가까스로 지탱 되고 있을 뿐이었다. 난 물끄러미 남자를 바라보았다. 특별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단지, 남자가 토해낸 열변에서 느껴진 감정이, 그 정신이 머리 속에 박힌 채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내 눈치를 살피듯 천천히 곁으로 다가온 거한은 남자의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쇠사슬이 서서히 말려 올라가며 중년 남자의 몸이 원상복귀 되었다. 거한의 손이 남자의 몸을 한 번 훑었다. 그러자 중년 남자의 몸에서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숨이 막힌 듯 컥컥거리던 중년 남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흰자위가 드러나게 눈을 떴다 감았다 계속했다. 난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를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소위 아들이라는 존재를 더 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 속에서 불현듯 스치는 생각, 난 쓰게 웃었다.
"인페루스..."
내가 올 것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이런 배치를 해 놨겠지. 난 주위를 둘러 보았다. 길의 끝, 하계의 심장부로 나아가는 길목이 끝나기 전 좌우로 여러 지옥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한의 고통을 맛보고 있는 존재들은 분명 낯이 익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나를 부르고 있기도 했다. 모두 제 각각의 호칭으로, 하지만 한결 같이.
난 길 끝에 있는 마지막 지옥, 끓는 기름에 담가졌다 다시 눈보라에 휩싸이는 것을 반복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시꺼먼 살이 온통 터져 있는 상태의 남자는 몰골을 구별 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입이 움직이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동지들에게 들었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난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인지 기억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숨을 헐떡거리던 남자의 몸이 다시 끓는 기름으로 곤두박질 쳤다가 떠올랐다. 휘몰아쳐 들어오는 눈보라는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 정도였다. 끊어져버린 남자의 의식은, 잠시 뒤 시커먼 구름 덩어리들이 몰려 들어와 몸을 감싸자 되살아 났다. 정신뿐 아니라, 만신창이였던 육신도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아쉬워하지 말거라, 아들아. 우리의 싸움은 언제까지나 계승될 테니까. 누구의 뜻도 아닌, 우리 자신의 의지로 계속되는 싸움이니까 말이다. 신이 있다면, 우리의 뜻에 분명히 감화될 것이며..."
남자가 끓는 기름 속으로 내던져졌다. 난 몸을 돌렸다. 각 지옥에서부터 들려오는 비명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했다.

"오랜 만이군. 기다리다 지쳐 죽는 줄 알았다네."
인페루스는 어둠의 장막 안을 밝히는 불기둥, 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칠흑의 왕좌에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문지기들이 나를 막아 섰지만, 때론 힘으로 때로는 펜던트의 영향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인페루스는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 심사를 뒤틀려고 하는 듯이. 난 차게 웃었다.
"재미있나? 하계의 농담이지. 지옥의 왕에게 죽음이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내 몸을 내 놓으시오."
인페루스는 킥킥거렸다. 잿빛 피부의 노인은 시꺼먼 어둠이 일렁이는 몸을 움직여 내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웃음 소리와는 달리 그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섬뜩한 눈길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몸을 찾아서, 다시 저들의 꼭두각시 놀음을 시작하려는 건가?"
"내 몸을 내가 찾는다는데 무슨 말이 많은 겁니까?"
"저런, 그런 뜻이 아니야. 당연히 돌려 드려야지. 그저 뭘 할 건지 궁금해서 말일세."
인페루스가 손을 한번 휙 휘두르자 검은 원이 허공에 천천히 나타났다. 손을 튀기는 소리와 함께 원 안에 어떤 모습들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지상, 여러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이었다.
"어때? 저들의 모습 말이야. 잘들 살고 있지?"
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페루스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에게 다시 신의 뜻을 강요하겠다는 건가?"
이번엔 대답하지 못했다. 인페루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쏘아보았다.
"이미 인간에게 신은 추상적인 존재일 뿐이야. 단순히 자신들의 마음 속 한 공간만 내준, 기복의 대상일 뿐이라고. 신의 뜻? 그걸로 인간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어쩌자는 거요, 그럼?"
"분리 해야지. 인간과 신은 이제 갈라서야 해. 더 이상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가 없어. 인간도 신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말이야."
난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인간이 신을 어찌할 수 없어? 인페루스, 이 한심한 자여. 당신만큼 인간에게 놀아나는 신이 어디 있다고?"
인페루스가 얼굴을 굳혔다. 난 검지 손가락으로 그를 똑바로 가리켰다.
"인간의 죽음, 내세와 환생을 믿는 마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망,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신이 인간과 신을 운운해?"
"이봐, 그렇게 따지면 모든 신들이 인간에게서 자유롭지 못해."
"전혀 다른 문제야."
인페루스는 등을 돌리는 나를 말리듯이 따라 붙으며 말했다.
"자자, 그래. 자네가 옳아. 전혀 다른 문제긴 하지. 인간과 신이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말은, 그저 내가 한 말일 뿐이야. 하지만 말이란 하기 나름인 법이지. 인간 역시 신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어. 그렇다면 말이야. 지금 상태로 충분한 것 아닌가?"
그제야 인페루스가 하려는 말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버려 두라고. 인간의 운명은 인간이 결정하도록 만들어."
"그 다음엔?"
"그 다음?"
인페루스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두고 보면 그 다음을 알 수 있겠지."
"이 판을 뒤집고 싶나, 인페루스?"
인페루스는 웃음짓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들이 아버지들을 거꾸러트리고 이 자리로 올라온 것처럼, 당신 역시 형을 밀어내고 싶은 것 아닌가?"
"난 단지 고인 물을 깨끗하게 해 보고 싶은 것뿐이야. 자네처럼."
목 아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어찌할 것인지를. 두려움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이제껏 흘러온 내 생각의 추이를 되짚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난 검을 들어올렸다.

천상의 섬에서 요격을 나온 볼루크리스들은 질풍 같은 기세로 맞섰다. 하지만 지옥의 왕이 직접 움직이는 자불루스들의 용맹 역시 만만치 않았다. 빛과 어둠이 번갈아 터져 나오는 가운데 불덩이와 번개가 그 한가운데서 작렬했다. 두 세력의 종자들이 전투를 벌이는 광경을 지켜보던 양 측의 우두머리들은 천천히 방향을 달리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피테르가 선두에 서 있는 천상의 신들이 퇴각하는 반면, 인페루스를 필두로 한 악마들은 기세를 올리며 우뚝 솟아있는 천공의 성을 향해 나아갔다.
“얼마나 어리석은 자인가, 마르스!”
유피테르의 목소리에 이어 렉스와 테라가 고함을 질렀다.
“끝까지 그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는 구나!”
“마르스! 당신은 신으로써의 자격이 없는 존재야!”
난 쓴웃음을 지었다. 내 검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타는 것은 검신의 외곽뿐, 검 날 주위는 시퍼런 혹한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었다. 난 천천히 검을 들었다가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불과 얼음이 뒤섞인 이질적인 오로라가 볼루크리스들과 자불루스들을 모두 재로 만들어 버렸다. 인페루스가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며 난 고삐를 움직였다. 은빛 물방울을 사방으로 튀기며 날개를 움직인 애마와 함께 난 천상의 대지로 내려섰다. 내 뒤를 따라 지옥의 군대 역시 땅에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을 노린 듯, 천상의 힘이 쇄도해 들어왔다. 빛과 어둠이 다시 충돌했다.
인페루스는 칠흑으로 휘감긴 삼지창으로 유피테르의 번개를 쳐 날리고는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투구 퀴네에의 힘이었다. 그러나 유피테르의 번개가 하늘에서 흩날리자 그 빛에 인페루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인페루스는 쓰게 웃으며 삼지창으로 유피테르를 공격했지만 유피테르는 아이기스로 막아내며 물러섰다.
“지옥으로 돌아가게, 형제여!”
인페루스의 웃음이 허공에 메아리 쳤다.
“내 동지에게 물어보라고, 형님!”
유피테르를 비롯한 모든 천상의 신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날아드는 볼루크리스들을 검으로 쳐내며 난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렉스를 비롯한 다른 신들이 내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수 적으로 앞서고 있는 자불루스들의 방해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뭘 원하는 건가, 마르스여!”
테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대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손을 들어 가슴에 박혀 있는 펜던트를 뽑아 냈다. 미약한 전류가 파열음을 냈다가 사라졌다. 펜던트를 두 손으로 잡은 난, 그것을 반으로 쪼갰다. 그 기운을 느낀 듯, 유피테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인페루스를 비롯한 다른 신들 역시 움직임을 멈췄다. 하늘에 휘몰아치던 불과 번개, 빛과 어둠이 일순간 그대로 멈춰 버렸다. 난 두 조각 난 펜던트를 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간이 그려 놓은 한 폭의 그림처럼 정지한 세계 속에서 내 웃음이 메아리 쳤다.
“그대들이 만든 굴레는 운명이라 칭하고 인간이 만든 굴레는 혼돈이라 칭하지. 그럼 하나 묻겠소. 운명이 무엇이오?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이 운명이라면 대체 그 신의 뜻은 어디에서 온다는 말인가?”
난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붉고 푸른 기운이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검 끝과, 둘러선 신들과, 떠 있는 악마들을 차례로 바라보자니.
인간이 보고 싶어졌다. 난 쓴웃음을 지었다.
“삶이란 누구도 관장하지 않는 인과의 흐름, 거기에 인간도 신도 똑같은 피조물일 뿐이지. 그걸 깨닫지 못했으니, 그대들은 이 답답한 공간에서 계속 지지고 볶고 살라고.”
명운의 검이 내 가슴을 꿰뚫었다. 불꽃과 얼음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과 탄식, 놀람이 메아리 쳤다. 검을 잡은 손을 놓았지만 손바닥 끝에 무언가가 박힌 듯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내 몸뚱이의 움직임은 바닥에 닿자 확실한 한 방을 마련해 주었다. 검 신이 가슴 한 복판을 꿰뚫는 것과 함께 천지가 암흑으로 변했다.

4

바닥을 때리는 묵직한 소리에 눈을 떴다. 고개를 들자 인공적인 불빛이 눈을 자극했다. 발 아래로 무언가가 굴러 떨어져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그런 나와 그 물건을 번갈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덜커덩거리며 흔들리는 공간 안에서 난 잠시 멍하니 그런 광경을 둘러볼 뿐이었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동작, 동작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목소리와 함께 공간이 천천히 멈춰 섰다. 무언가가 떠오른 것은, 내 허벅지 어딘가로부터 알 수 없는 진동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 노트북을 집어 들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열었다.
"지금 어디야?"
잠깐 주저했지만, 곧 목소리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응, 지금 가고 있어."
"알았어. 빨리 와 자기야. 우혁이가 아빠 보고 싶대."
휴대폰을 닫자마자 갑자기 생경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다. 두 개의 내가 하나의 테두리에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익숙한, 굉장히 친밀한 감정. 그러면서도 그다지 자주 접하고 싶지는 않았던 그 무언가가. 우연히 옛 사진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기억들처럼 많은 장면들이 머리 속에 스쳤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떠올릴 수도 없지만 그 모든 것을 희미하게 알고, 또 기억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노트북 화면을 열었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 때문에 귀퉁이 부분에 흠집이 나 있었다. 저절로 찌푸려진 눈살 안으로 화면 안에 펼쳐져 있는 문서가 들어왔다.
[화신 상태에서 각성한 마르스는 곧 신체를 되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악귀들을 뚫고 여러 지옥을 거치며 지난 인연에서 만났던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고통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지옥의 왕, 인페루스를 만나면서...]
이번 달 안에 마감해야만 할 단편 소설의 시놉시스였다. 갑자기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있던 무언가가 바람 빠지듯 한꺼번에 사라진 듯한 느낌은 그대로 몸의 긴장을 풀어 버리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다시 한번 글귀들을 읽어 보았다. 맥이 빠져 키보드 위에 올려 놓았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젠장, 무진장 실감나는 꿈이군. 차라리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해 볼까? 문서 창을 닫고 인터넷을 띄우면서 괜한 짜증을 억눌러야 했다.
[서해상 대규모 함포 전! 선전포고 초읽기!!]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가득 채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벽면의 디스플레이 상에서도 뉴스 속보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이 온 몸을 엄습했다. 단순한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아까의 이질적인 감정이 동반한 무언가가 가져다 준 기억의 흐름 때문이었다.
휴대폰이 윙윙거렸다. 무의식적으로 꺼내 드는 순간 무언가가 툭 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손에서 시작된 진동에 휩싸인 채 난 그것을 바라보았다. 경계 면이 불규칙하게 잘린, 반 원 형태의 쇠 조각이었다. 천천히 그것을 집어 든 순간, 희미한 푸른 빛 줄기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착각일까? 뭐지, 잘못 본 것일까?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들었다. 홀로 붕 떠 있는 듯한 감각 속에서 아까의 불빛이 다시 한 번 눈으로 날아드는 것 같았다.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것이 그대가 원한 것인가, 마르스여!]
[억겁의 시간 동안 그 쇠사슬에 묶인 채 하계를 지켜 보라고! 그대가 내버려 둔 인간이 어떤 전쟁을 벌여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지 말이야!]
'테라, 렉스, 네츄라...그리고...'
[그대를 하계로 보낼 것이다.]
'유피테르...'
[그대가 만든 굴레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그 굴레 안에서 맴돌아야 할 운명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을 때, 이미 인간은 지상에서 사라진 후겠지.]
'비겁하구나, 신이란 것들이, 이렇게 치졸하게 복수를 하는 것인가?'
[복수? 그래. 뭐라 불러도 상관없겠지. 인간과 신은 이미 그 존재 자체부터 이율배반적인 관계. 그걸 자네가 깨닫게 해 주었으니 그 결과가 어떨지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사그라지는 빛이 눈가에 어렸다. 손을 내려다 보았다. 바람에 흩날리듯 쇳가루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귀퉁이부터 천천히 사라진 펜던트는 손바닥 위에 희미한 잔영을 남겼다. 잔영은 희한하게도 완전한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텅 빈 한 가운데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방송은 전쟁 위기에 대해 떠들고 있었고, 주머니 속 휴대폰은 진동으로 윙윙거리는 중이었다. 지하철은 계속 달렸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불안해 했다. 굴레. 난 저주받은 운명의 굴레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e-mail: chaospnk@naver.com
댓글 2
  • No Profile
    zinna 10.06.17 17:06 댓글 수정 삭제
    시간과 공간이 이동되는 순간순간의 장면이 생생하게 에니매이션으로 그려지고 막힘없이 연결되는 묘사들에 감탄합니다.
    다 읽었을 때, "다만, 지금 내가 가야하는 곳은 그 망자들이 사는 침묵의 도시가 아닌, 망자기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의 공간이다." 란 말이 남아있네요.
    여기 그려진 신들을 보면 인간의 굴레나 신들의 영역이나 그 세계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끌.
    잘 읽었습니다.
  • No Profile
    헉...벌서 댓글을 달아주시다니..읽어주셔서,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언급해 주신대로, 장편으로 써 볼까 싶기도 했던 소재를 단편으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내용이나 형식은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었던 것인지라 별반 다를 건 없지만요. 그저 현재 종교에서 가지고 있는 관점, 인간의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신의 의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변형시켜 봤습니다.
    망글을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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