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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starrisener@gmail.com)



모크샤moksha는 인도 신화에서 유래한 용어로 본래는 ‘해탈’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이 용어를 자신의 소설인 [섬]에서 신비한 환각제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의 대표작인 [멋진 신세계]에도 ‘소마’란 약품이 등장하는데 이것 또한 환각제의 일종이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권력이 ‘소마’를 통해 대중을 지배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환각제에 대한 헉슬리의 관심은 단순히 문학적인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헉슬리는 1953년 ‘메스칼린’이라는 환각제를 복용한 후에 이 경험을 {인식의 문The Door Perception}이라는 장문의 에세이로 발표했다. 이 에세이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에도 헉슬리는 수 차례 LSD와 메스칼린 등 여러가지 환각제를 복용했다. 또한 강연과 잡지에 에세이를 기고하는 방식으로 환각제의 정당성에 대해 설파했다. 그의 후기작인 [섬]에는 이러한 성향이 다수 반영되었다. [모크샤]는 미첼 호로비츠와 신시아 파머가 헉슬리의 환각제에 관해 쓴 강연 원고, 개인적 서신, 잡지 원고, 헉슬리의 소설 일부, 주변인의 증언 에세이를 종합한 책이다. 번역서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이름만 적혀 있고 편집자의 이름은 없다. 그래서 올더스 헉슬리 생전에 나온 에세이집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냥 99년도에 만든 자료집일 뿐이다.

이 책은 교정이 될 된 책이다. ‘낫다’와 ‘낳다’를 구별하지 못해서 그냥 놔두었거나, ‘챙피하다’ 같은 사투리를 무신경하게 방치하거나, 한 문장 안에 존재하는 서너개의 오타를 눈여겨보지 못하고 넘어갔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타자를 잘못 친 오타, 몰라서 잘못 쓴 오자와 주술 호응이 안 되는 문장, 지나친 피사동문이 도처에 널렸다. 나는 이런 형편 없는 출판사를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도 ‘싸이북스’라는 이름을 기억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어차피 이 책은 절판되었지만).


번역 문장이 이상해서 무슨 얘긴지도 알기 힘들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글 내용 자체가 상당히 뜬금 없는 것들이다. 환각제 복용 경험을 얘기하면서 상당히 모호한 얘기를 한다. 모순된 언술을 이어놓는 건 예사다. 부정형의 개념을 서술하기에 의도는 커녕 맥락을 따라가기도 힘들다. 작가도 자신의 이야기가 정상적인 정신 상태로 볼 때는 ‘직무 유기’로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언어 생활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쓰겠다며 막무가내로 글을 써놨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외부 세계의 변형이 일어났고 인간의 유類적 체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절대자(the One)이며, 그 때문에 아트만(Atman)이 브라만(Braman)이 동일하다는 점, 그리고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왜 우주가 무사한지를 말입니다. 움직이는 기하학적인 사물들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평상시엔 하찮아 보이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의미있게 보이더라도 눈을 감으면 환상이 사라졌습니다.

“신은 사랑이다”와 같은 명제들을 존재의 총체성과 함께 깨닫게 되며, 그 명제들의 진실성은 고통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자명해 보입니다. 이는 이 우주 속에 존재한다는 특권에 대해 열렬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물론 환각제 경험을 어떻게 명료한 언어로 말할 수 있겠는가. 헉슬리는 비교적 명료하고 체계적인 언어로 자신의 환각제 설說에 대해 32장 ‘환각 체험(코펜하겐)’(p.257)에서 효과적으로 연설하고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고는 싶은데 시간은 없는 사람은 이 강연 원고만 읽어도 된다. 이 글에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다. 나머지는 지겨운 반복이거나 약쟁이의 혼란스러운 헛소리다. 그가 끊임없이 인용하는 신비주의자들의 말과 동서양 고전을 가로지르는 박식함은 놀라운 것이지만 매우 이해하기가 힘들고 지루하다. 또한 이 책은 애초에 편집 의도 자체가 중복을 감수한 것이었기에 아까 나온 게 또 나오고 또 나온다. 헉슬리도 사람인지라 이 잡지에서 한 얘기를 저 강연에서 하고, 저 편지에서 한 소리를 이 원고에서 또 한다. 때문에 읽다 보면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책의 대부분은 환각제는 의식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마치 코난 도일이 심령학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얘기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헉슬리는 위대한 작가이고 그의 실력은 17장 ‘다시 찾은 멋진 신세계’(p.127)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다음과 같은 미래에 대한 예측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는 진정 구루Guru였다(헉슬리는 불교의 정수를 적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인도 철학 전반에 대해 폭넓은 지식이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현재의 27억 인구는 매년 4천만명씩 더 늘어나고 있고 복리 방식으로 증가한다) 기껏해야 산술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자원에 점점 더 목을 매게 하고, 생활 수준이 내려감에 따라 대중의 불만족은 높아지고, 줄어드는 자원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은 더욱 흉포해지고, 국가 독재는 국내에서는 독재를 강화하고 국외에서는 무자비한 경쟁을 일으킬 것이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어떤 이는 “통치란 앉아 있는 것이지 때리는 것이 아니다. 두뇌와 엉덩이로 다스리는 것이지, 주먹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독재국가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내부 문제에, 이웃 국가와의 전면전 혹은 국지전을 앞두고 골치아픈 내부문제에 대해 앉아 있기보다는 때리기가 선호되고, 정책 수단으로서 주먹이 두뇌와 ‘교묘한 비활동’(살리스베리 경의 불후의 표현을 인용하며) 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에 있어서 가까운 미래는 [멋진 신세! 계]보다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더 가까울 것이다.

소름끼치지 않는가. 19장 ‘긴장의 역사’(p.160)에도 집단 속 개인의 광기에 대한 매우 심오한 통찰이 담겨 있다. 앞에서 내가 언급한 장을 읽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이 두 장 또한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예언보다도 더 문학적이다.

그 외에는 개인적인 서신이 주를 이루는데, 안부 편지와 약속 편지가 많아서 주목하거나 탐독할 만한 가치가 적다.


메스칼린 최초 복용 당시 헉슬리의 나이는 쉰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지위에 오른 문필가로 이름이 높았다. [멋진 신세계]가 그에게 안겨준 명성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의 에세이들은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미국은 매카시 선풍이 불 정도로 엄혹하고 폐쇄적인 시기였다. 히피가 등장하려면 멀었고 2차 대전의 기억은 생생했을 때다. 소련은 아직도 강대했고 세계는 3차 대전과 핵무기의 악몽에 시달렸다. 미국의 청교도적인 성향은 지금도 심각하다. 이런 시기에 올더스 헉슬리 같은 지식인이 마약을 먹었다니! 당시 미국인들이 받았을 충격을 짐작할 만하다.

헉슬리는 10년 후에 죽을 때까지 여러 차례 LSD와 메스칼린을 복용했다. 죽기 전에도 LSD를 두 차례 주사하여 환각 상태에서 사망했다. [멋진 신세계]라는 뛰어난 소설을 쓴 사람이, 인류 역사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이 약을 했고 약쟁이로 죽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당신의 가슴 속에서 불쾌함이 피어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올더스 헉슬리가 마약을 했다고! 어이쿠. 미친 거 아냐? 역시 미국놈들은 제정신이 아냐. 이런 전인권 같은 녀석.”

사실 뛰어난 문필가가 말년에 약간 정신이 나가는 일은 그리 특이한 것이 아니다. 아서 코난 도일 경만 해도 말년에 심령학에 심취하여 유령의 존재를 믿으라는 내용이 담긴 이상한 소설을 썼다. [안개의 땅]을 보면 코난 도일의 지성이 얼마나 무뎌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필력이 건재하다는 사실에서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 같은 작가가 80살이 넘어서까지, 죽을 때까지 [나라 없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작가들의 말년이란 비루해 보인다.  

일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부분의 경우 마약과 환각제는 구분되지 않기에, 헉슬리가 환각제를 복용했다는 일화는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20대 청년 중 절반 정도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야 자신이 마치 타고난 자유주의자인 것처럼 굴지만, 실은 그들 중 반은 파시즘에 가까운 민족주의와 개신교에서 비롯한 종교적 성향, 정치적 무관심으로 구현되는 보수주의, 증오에 기반한 허무주의에 휩싸여 있을 뿐이다. 내 말이 너무 부당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또한 자신의 세대 기반을 벗어나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면, 20대의 투표 성향이 30대보다 보수적이라는 사실과 20대의 절반 이상이 종교에 매달린다는 점,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혼전 순결을 지킨 배우자를 선호하는 20대들의 이중적 면모에 집중하길 권한다. 내 말이 맞다. 믿으라(근거는 없다. 근거 없이 감으로 믿는 것이 요즘 트렌드 아닌가).

이러한 젊은 독자들에게 60년대 히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인 올더스 헉슬리의 환각 체험을 옹호하자니 독자들의 무관심이 걱정되기도 하고, 몰이해가 예상되어 적잖이 저어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여기서 LSD의 합법화를 요구한다면, 얼마나 독자들이 나를 우습게 보겠는가. 아니, 아예 이게 뭔소린가 하고 벙찌겠지(그들의 진보적 관점에 대한 무관심은 너무도 유명하다). 올더스 헉슬리는 21세기를 사는 대부분의 한국 청년들보다 진보적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종교 따위에 얽매여서 오 하느님 나는 경건해지고 싶어요라며 눈물을 흘릴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편은 인민의 종교다.

알겠는가.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 아니다. 아편이야말로 새로운 종교다. 아편은 인간의 의식을 도야하고 마침내 인류의 발달 단계를 한 차원 높일 것이다. 여기서 아편은 LSD로 대체되고 미래에는 더욱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환각 작용은 높은 물질로 대체될 것이다. 인간은 더 나은 쾌락을 즐길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이에 대해 간섭할 권한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헌법에 의해 보장받기 때문이다. 전인권이나 신해철 같은 찌질이들이 예술하겠다며 겨우 대마초 따위나 합법화하자고 요구하는 것과는 격이 다르다. 그깟 대마초를 피워서 뭘 하겠다는 건가. 그냥 술이나 마셔라.

올더스 헉슬리는 만약 미래에 효과적인 환각제가 탄생할 경우에 이것이 정부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까지 지적한다. [멋진 신세계]에서 ‘소마’가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는 ‘소마’에 의해서 사람들이 느낄 충족감과 고양감, 안정감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환각제는 명상이나 수행, 종교적 체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의식 상태를 손쉽게, 단지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자신의 몸을 학대하거나 교회에 가서 돈을 갖다 바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떤 이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식이나 자기 학대로 인한 환각 작용(중세 종교인과 현대 종교인의 고전적 레퍼토리), 폐쇄 환경에서의 긴 수련(면벽 수행), 특이한 호흡법(인도의 요가나 중국의 연단술)이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 신체적 이상에서 오는 생리 현상에 불과하다고 헉슬리는 지적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교회에 가서 하느님 아버지를 부르짖으며 징징댈 때, 모든 사람들이 박수치고 노래하며 구호를 외칠 때, 고요한 산사에서 명상에 잠겨 정적에 감싸일 때 감화되는 기분이 들거나 환희가 찾아오는 것은, 단지 당신 몸의 감각기관이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호르몬 이상이거나 뇌의 착각이다.

이러한 신체 작용을 굳이 원시적인 방식으로 거듭 할 이유가 있겠는가. 현대인은 시간이 없다. 더 빠르고 간단한 방식으로 성철 스님이 얻은 경지를 맛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것이 환각제라면, LSD라 해도 우리는 그것을 부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제 교회는 필요 없다. 성당은, 절은 필요 없다. LSD가 우리의 종교다. LSD 만세. 우리 모두 LSD를 하자, 대마를 피우자(농담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 또한 개방적이면서 보수적인 20대이기에 이중적인 논조를 취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겠다. 나도 소위 ‘세대 감각’이란 걸 느껴봐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모크샤]는 그냥 약쟁이의 변명 아닌가 싶기도 하다. 헉슬리는 메스칼린이나 LSD가 비교적 무해하고 중독성이 없으며,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우주는 무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사랑’이라는 블레이크의 싯구를 이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물론 LSD 자체의 유독성은 매우 약한 수준이었다(LSD의 신체 유해성에 관한 결정적인 실험 결과를 알고 있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기를 바란다). 그러나 LSD가 합법적인 약물이었을 때 LSD 유행은 엄청난 남용 사건으로 비화되어 미국 사회를 휩쓸었다. LSD는 우주와 합일되는 환각 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즉 상승 작용이라고 헉슬리가 표현하고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흔히 ‘나쁜 여행’이라고 불리는 매우 침울하고 공포스런 심리 상태에 시달릴 수도 있다. 만약 LSD를 복용할 경우 일정 비율은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을 라이프 지가 대대적으로 다루었고, 곧 미국에서 LSD는 불법 약물이 된다. 나는 솔직히 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약리학적인 차원에서는 다룰 수가 없다. 법적인 문제야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LSD는 불법이다.  

한국에서도 신해철이나 연예인 몇이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하곤 한다.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전인권 또한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들의 주장은 헉슬리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술이나 담배 같은 더 위험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통계적으로는 술 먹고 살인하는 사람이 대마초 피우고 살인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 당연한 일이다. 술 먹는 사람이 대마초 피우는 사람에 비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래 술을 안 먹어도 살인을 한다).

그런데 대마초는 상대적으로 무해하며 예술적인 성취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과연 믿을 만한 주장인가. 그렇다면 뛰어난 예술가들이 모두 대마초나 환각제를 섭취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환각과 예술을 연관 짓는 건, 담배나 술을 문학과 연관 짓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신화’일 뿐이다. 술 먹고 글을 써봐라 글이 써지나. 쓰다가 잠이나 자지. 헉슬리는 환각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섹스할 때도 글을 쓰냐고. 그것과 똑같은 문제라고. 나중에 그 경험을 글로 쓸 수야 있겠지만 경험과 글은 어디까지나 별개라고(이에 관해서는 27장 ‘창작의 기술’(p.240)을 참조하길 바란다).

물론 많은 예술가들이 아편, 헤시시, 압생트에 탐닉했다. 여기서 좀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아편이나 헤시시 같은 유해성, 중독성이 매우 큰 마약들은 LSD나 대마 같은 환각제와는 다르다. LSD나 대마의 유해성 및 중독성은 현저하게 낮거나 없다. 대마의 경우에는 합법인 국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마초가 합법화되든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다. 단지 대마초가 합법화되면 세상이 더 재미있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마초 같은 건 노인네들이나 피우라고 하고 LSD 같은 것이 더 필요하다. 그래야 일렉트로니카 계열을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다. 그건 원래 약에 취한 상태에서 들어야 제대로 들리는 음악이다. 대마초는 아무리 유해성이 적다고 해도 담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담배로 인해 걸릴 수 있는 병은 대마로도 걸릴 수 있다. 그에 반해 LSD는 발명 초기에는 염색체 이상이나 뇌 손상이 부작용으로 지적되었으나 후에 허위로 밝혀졌고, 현재까지 딱히 심각한(축적되는) 신체적 부작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더구나 LSD는 중독성이 없다고 한다.

LSD는 코카인보다 환각 작용이 100배 이상 강한 약품으로 대마초 같은 어린애 장난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환각을 통한 쾌락과 창작을 원한다면 대마초처럼 지저분한 약이 아니라 LSD 합법화를 요구했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 대마초 합법화 혹은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것은 단지 자신이 대마쟁이란 사실을 고백하거나 대마쟁이인 전인권 등을 옹호하는 역할만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인간이 우월한 의식 수준을 가지려면 LSD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면 대마초 합법화 요구와 LSD 합법화 요구는 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마초는 담배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LSD는 완전히 약 형태다. 그런데 LSD는 대마초보다 그 위해성이 훨씬 적고 효과는 매우 좋다. 눈치 채셨는지? 이 논리는 담배와 대마초를 비교하는 논리와 동일하다. 그리고 담배는 허용이 되는데 어째서 그보다 해악이 적은 대마초는 불법인지를 알려준다.

그것은 심리적 저항감 때문이다. 그리고 대마초나 LSD 같은 약품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약품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환각작용이 문제다. 술은 아무리 섭취해도 환각 작용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단지 인지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본능을 제어하는 고삐가 풀릴 뿐이다. 그런데 환각제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사용자가 헛 것을 보고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자신이 불멸이라는 환상에 빠지는가 하면, 신체의 감각 기관이 완전히 왜곡된다. 이런 상태는 무척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LSD 복용 상태에서 자살하거나 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대마초를 합법화할 경우 (물론 네덜란드처럼 제한된 장소에서만 허용하겠지만) 이를 빼돌려서 대마초 흡연 운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LSD 운전은? 상상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나는 정부에게 LSD 합법화를 요구하고 싶다. 요구 자체는 범법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실정법에 의해 규정된 대마초 흡연은 불법이다. 합법적인 요구를 하려면 최소한 범법 행위와 연루되지 않은 자들이 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겠는가. 나는 사람들이 대마초 약쟁이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행에서 벗어나 LSD 옹호 운동에 동참하기를 기원한다(농담이다. 이렇게 계속 농담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우리의 진지하고 젊은 독자들께서는 방구석에서 이 글을 보다가 어디 이상한 기관에 신고할지도 모른다. 덜덜덜. 어휴 무서워).


올더스 헉슬리는 환각제의 남용 가능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헉슬리가 환각제 사용을 권장한 것은 매우 소수의, 교육 받고, 훈련 받았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양식 있는, 정신적으로 또한 육체적으로 건강한 성인들에게만 한정된 것이었다. 또한 연구 혹은 의식 확장 같은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이유에서, 인류의 공공 이익의 증진을 위해서만 환각제 사용을 권장했다. 전인권이나 기타 바보들처럼 좋은 곡을 쓰려면 대마초가 필요하다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

헉슬리의 ‘비전’은 좀 더 광대한 것이었다.

헉슬리는 자신의 작품에서 약품에 의해 대중이 조작될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또한 인류가 과거에 자기 학대, 금식, 호흡법, 명상에 의해 자기 초월을 경험했다면, 같은 결과를 더 쉬운 수단―――약물을 통해 이루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현대에 와서는 ‘프로작’ 같은 우울증 치료제에 의해 일부 실현된 예언이다. 앞으로도 약리학 분야에서 더 많은 발전이 있게 된다면, 인간의 사고 중 일부가 단지 알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조종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헉슬리의 예언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또한 SF적이다.

만약 인간이 고통을 겪지 않고도 한 단계 더 나은 차원의 정신 상태를 성취하게 된다면 이것은 저주일까? 아마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모크샤]는 내게 그러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아직도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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