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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상한 존

2008.08.29 21:4608.29





blog.aladdin.co.kr/twinpixrevinchu@empal.com  - 초인을 다룬 최초의 SF소설

  초인vs인간, 신인류vs현존인류 갈등을 다룬 작품들에 빛나는 아이디어와 생명력을 제공한 것은 바로 이 [이상한 존]이다. 70년 이상 지속되어온 한 서브 장르의 탄생을 목격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독서 체험이다. ― 이영도․ 작가
  
  스탠플든의 광대한 지적 전망은 나의 우주관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내 작품의 상당수는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 아서 클라크․작가, 미래학자

  당신은 스태플든의 작품을 신비주의로, 혹은 사회적 상징으로 읽을 수 있다.
  끓어오르는 아이디어의 향연일 수도 있고, 심연에까지 닿는 비극적 감성이기도 하다. 때로는 화려한 서사시의 질주로도 다가온다. 그러나 어떤 모티브를 기대하든, 일단 스태플든을 읽어라. -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

  스태플든의 문학적 상상은 거의 무제한이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상한 존]은 과학소설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올라프 스태플든Olaf Stapledon(1886~1950)의 작품이다. 그는 1930년에 낸 첫 소설 [최후와 최초의 인간]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곧장 작가로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나 윈스턴 처칠 등 당대의 지식인층에서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 뒤 그가 쓴 소설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가 바로 [이상한 존]이다.
  예전에 아동용으로 나왔던 [이상한 존]은 내용이 많이 삭제된 축약본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에 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이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축약본을 읽은 적이 없어서 이 책으로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 되는 것인데, 그래서 이렇게 읽을 수 있게 국내에 정식으로 번역본이 나왔다는 점이 반가웠다.
  책 외형을 살펴보면 굉장히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이 책은 양장 한정본과 반양장 등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는데 둘 다 편집이 깔끔하다.(향후 오멜라스에서 나올 저렴한 가격의 얇은 포켓북 또한 같은 디자이너에 의해서 일괄적인 편집이 이루어질 거라고 한다. 오멜라스의 디자인 및 편집은 앞으로도 계속 멋진 퀄리티를 자랑할 예정인 셈이다.)
  번역도 문장이 깔끔하고 가독성 있게 쓰여서 읽는데 무리가 없다. 73년 만에 완역된 작품인 만큼, 읽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예상 외로 쉽게 읽힌다. 오래전에 나온 소설이라고 하여 딱딱하고 안 읽힐 것이라는 걱정은 필요 없었다. 물 흐르듯이 잘 읽히는 것은 물론이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라 빨리 읽힌다.
  오래전 소설인 만큼 지금에 와서 스토리가 재미있거나 플롯이 정교한 것은 아니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의 행동, 천재성, 서서히 나타나는 또 다른 초인들의 존재와 드러나는 계획까지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   1953년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세련된 부분들은 아직도 빛이 났고, 지금도 유효한 문명 비판 대사들도 여전히 잘 읽히고 인상적이다. 스토리가 단순한 감이 있으나 곳곳에 후대의 소설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들은 반가운 한편, 오래된 유적을 보는 듯한 신기한 기분도 든다. 생각해 볼만한 대사나 SF가 주는 경이감이 느껴지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아서 SF소설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
  물론, 오래전에 쓰인 만큼 어색한 부분 등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때는 최초로 나온 소설이라 기발하고 신선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이 소설을 시발점으로 다양한 소설이 나온 까닭에 역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앞에서 말한 대로 그런 영향을 발견하는 것을 오히려 재미로 삼아 이 소설은 한 서브 장르의 탄생을 즐기는 기분으로 읽을 필요도 있다.(가령, 책의 해설에 나온 대로 아서 클라크가 쓴 [유년기의 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듯한 구절을 발견했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식으로 작가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영향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기분은 생소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상한 존]은 초인소설, 신인류가 나오는 소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이상한 존’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이 이야기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소설은 존의 연대기 형식으로 쓰여 있어 ‘나’라는 화자가 관찰한 ‘존’의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다. ‘존’은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천재이며 새로운 인류이기 때문에 작가 역시 ‘존’의 시점에서 그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나’라는 화자가 지켜보는 것으로 쓴 방식은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독자와 ‘나’ 모두 동일한 시선으로 ‘존’의 행동과 발상과 생각에 놀라며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간다.
  이 소설은 ‘초인’을 다루고 있지만, 초능력을 가지고 활극을 쓰기보다는 정신적인 초월의식과 인류를 넘어선 신인류의 등장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물론 텔레파시로 의사를 소통하고 시공간도 뛰어넘는 부분 등은 이 소설에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며 재미있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에서 활극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지루할 수 있겠으나, 느긋하게 고전의 매력을 찾아 읽으면 지루함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존’은 확실히 초인이면서도 이상하다는 점이다. 아니 이 소설 전체가 이상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다. 현인류가 신인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은 인간에 의해 다가오는 멸망을 자연재해처럼 취급하며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 전에도 다양한 초인들이 죽고 위기에 처해도 무방비하게 받아들이는 면이 있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들은 기이한 외모로 인해 하자가 있는 것으로 취급되었지만, 그들의 정신은 모두 인류를 뛰어넘은 초인들이었다. 이러한 설정은 꽤 현실성이 있어 보였고 재미있었다. ‘존’ 보다 훨씬 많은 생을 살아간 초인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었다. 그들은 ‘존’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으나 그들이 살아온 생과 태도는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들이었다. 초인들을 보면 때로는 인류를 조롱하는 듯한 대사들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형한 캐릭터들이 ‘초인’이라는 존재로 생동감 있게 묘사된 부분들은 감탄이 나오기도 했고, 그들의 의식 속에서 펼쳐지는 우주가 얼마나 대단할지 어림짐작 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이 책은 그 당시에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자극을 했듯이, 지금 시대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SF소설을 즐겨 읽고 또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올라프 스태플든의 작품을 놓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올라프 스태플든은 과작(寡作)을 한 작가이다. 그만큼 몇 작품 밖에 발표를 안했지만, 각각의 작품이 후대에 끼친 영향은 상당히 크다. 올라프 스태플든의 첫 작품은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인상적이었다. 73년 전에 나온 소설이 지금도 이렇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고전으로서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앞으로 오멜라스에서 나올 올라프 스태플든의 [시리우스]와 [스타메이커]가 얼마나 멋진 이야기와 경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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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샌드 08.08.30 09:36 댓글 수정 삭제
    그 책에도 앞으로 책을 많이 내겠다는 문구가 들어간 모양이군요. 사이버리아드의 책 날개에도 "앞으로 우리는 렘의 책을 왕창 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출간 목록이 기재되어 있더군요. sf/f 페스티벌 때 박상준씨가 직접 내년에 몇 십권의 sf를 내겠다, 우리 출판사 책만 읽어도 sf가 뭔지 알 수 있게 하겠다란, 무시무시한 포부를 밝혔는데, 과연 그리폰 북스의 재림이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일단 웅진이 시공사만큼 돈이 많다는 건 확실하고, 박상준씨가 그리폰 북스 관계자만큼 기획력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죠. 그렇다면 자신이 한 말을 얼마나 지킬 것인가. 이게 문제가 되는데, 음. 시간이 말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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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놈 08.08.30 16:58 댓글 수정 삭제
    그리폰 북스가 재림을 원할만큼 뛰어난 총서였는가 하는 의문은 접어두고, 박상준씨는 책 기획력은 별로인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완역을 앞세워서 이상한 존같은 별 재미없는 고전들만 줄창 낸다면 오멜라스 총서에는 별로 손이 갈것 같지 않네요. 물론 고전 완역에 환호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신들의 사회나 영원한 전쟁처럼 박력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SF를 선호하는 입장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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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08.08.31 00:26 댓글 수정 삭제
    땅콩샌드/ 이미 상당히 진척이 많이 되었으므로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놈/ 일단, 워낙 앞으로 나오는 책 수가 많으니 고전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 달에 두 권 꼴로 연말까지 최소한 열 권을 내고 내년에는 이십 종에서 이십 오종을 낸다고 하니까요. SF&F 페스티벌 때 박상준님이 발표한 향후 출간 예정작들을 들어보면 고전에만 국한된 건 분명히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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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샌드 08.08.31 02:33 댓글 수정 삭제
    글쎄요. 이상한 존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사이버리아드는 얼마 전에 읽어봤는데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솔라리스야 타르코프스키가 탐낼 정도로 지루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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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08.08.31 14:44 댓글 수정 삭제
    땅콩샌드/ [이상한 존]과 [사이버리아드]를 비교하자면, 역시 [사이버리아드]가 재미면에서는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상한 존]의 평이한 스토리보다는 [사이버리아드]가 더 새로운 이야기라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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