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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밀입니다. 
지난 5월 중국에서 국제 SF컨벤션이 열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초의 아시아-퍼시픽 SF 컨벤션, 이른바 APSF컨벤션이 5월 19일과 20일 양일간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답니다. 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 걸쳐 총 20개국에서 초청된 다양한 분야의 SF 관계자들과 팬들이 모이는 자리였는데요. 
웹진 거울 역시 한국 SF 소설계를 대표하여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았고, 그래서 김주영(赤魚) 님, 배명훈 님, 윤여경 님, 그리고 저 아밀이 함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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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F컨벤션은 중국의 SF 전문 출판사이자 미디어 사업체인 ‘미래관리사무국(未来事务管理局, FAA)’에서 주최한 행사였어요. 미래관리사무국과 웹진 거울은 지난 1년간 양국의 SF 소설들을 서로 번역해 소개하는 한중SF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컨벤션 참가는 그 프로젝트의 결실인 셈이었어요. 
저를 비롯한 한국의 작가들과 독자들도, 그리고 중국의 작가 및 독자들도 서로의 SF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또 높아진 것 같아요. 이번 기회로 양국이 드디어 한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서 무척 기뻤습니다. 거울 필진들뿐만 아니라 한국 SF협회 및 한국 SF 작가연대 분들, 그 외에도 국내 학계, 영화계, 음악계에서 SF를 사랑하시는 여러 분들이 참석해 뜻깊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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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중국과학기술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올림픽공원 근처, 베이징 올림픽을 기해 전세계 손님들을 맞기 위해 조성된 깔끔한 신시가지에 있었어요. 가는 길에서부터 벌써 드넓은 도로와 인도에 압도되었는데, 과학기술박물관은 더더욱 거대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컨벤션 방문객들로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고 있었고요. SF에 대한 중국의 뜨거운 관심과 팬층의 규모를 첫눈에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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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타디스를 구경중이신 배명훈 작가님)


박물관 곳곳에서 패널 토크, 시상식, 워크숍, 전시회, 사인회 등등이 열리고 있었고요. 방문객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참여자들에게 지급되는 기념품인 ‘리본’을 모을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덕심을 자극하는 아이템이라고 할까요? 저 역시 초청 패널들에게 기본으로 지급되는 리본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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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제가 가장 먼저 참관한 프로그램은 ‘상상력 최후의 개척지(The Final Frontier of Imagination)’라는 제목의 패널 토론회였습니다. Charles Lindsay(캘리포니아 SETI 협회 작가지원 프로그램 AIR 책임자, 구겐하임 박물관 연구원), K.A.Teryna(러시아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Lucie Lukačovičová(체코 작가, 편집자, 번역가), 糖匪(중국 SF, 판타지, 무협 작가), 그리고 한국의 김주영 작가님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미래에 대한 각자의 예측과 상상을 나누는 자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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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분이 김주영 작가님)

사실 토론이 어떤 주제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미리 합의된 바가 없어서(대다수의 토론 프로그램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김주영 작가님도 전혀 모르고 참석하셨는데요, “100년 뒤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라는 광대한 스케일의 질문에 살짝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 게다가 총 45분 주어진 토론 시간 중 절반은 패널들 소개하다가 지나가버리기도 했어서, 꽤 루즈한 진행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만큼 각 패널들의 즉흥적인 발상들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체코의 Lukačovičová 님은 이제까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었던 인류의 특징들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도 본질적으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오신 Lindsay 님은 핵무기나 인구 문제와 같은 디스토피아적 전망에 주목했어요. 과거 SF가 상상했던 여러 디스토피아적 예언들이 현재 실현된 바 있다고 하면서요. 
그러자 러시아의 Teryna 님은 그와 반대로 과거의 작품들이 지금 봤을 때는 무척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도 미래에는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래는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상상이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김주영 님은 기계와 인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예측하셨어요. 지금도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발달함으로써 기계와 차별화되는 인간의 고유함이 의문시되고, 또 한편에서는 뇌를 데이터하는 기술이 구현되면서 인간이 곧 기계화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지요. 그런 걸 보면 앞으로는 더더욱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그 정의가 달라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그러한 재정의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중국의 糖匪(탕페이) 님은 한중교류를 통해 거울에 단편소설 <고래자리를 본 사람>을 실으셨던 분인데요. 각 국가의 역사관이 반영된 견해들인 것 같아서 무척 흥미롭다고 운을 떼시고는, 역시 중국의 상황에 걸맞게도 국가에서 정보를 통제하는 문제에 대한 통찰을 주셨습니다. 옛날에는 자기 신체의 감각은 자신만 통제 가능했는데, 사회가 점점 정보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고 그 정보들을 타인이 컨트롤하게 되어가고 있다면서요.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진화 방향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라고 솔직한 전망을 밝혀주셨어요. 인간중심적 관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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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느 패널의 관점에 동의하시나요?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토론회였습니다. 
토크 프로그램은 모두 방청객 질문은 따로 받지 않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그럼에도 토론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적극적으로 항의(?)해주신 방청객 한 분이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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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보영 작가님, 임태운 작가님, 배명훈 작가님, 윤여경 작가님)

그 다음으로는 ‘한국 SF의 개관(An Introduction to Korean SF)’이라는 강연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한국인 방문단 분들의 가장 큰 목적인 프로그램이었지요! 저는 김주영 님과 함께 웹진 거울과 이번 한중 교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님, 김보영 작가님, 임태운 작가님, 거울 필진이신 배명훈 작가님이 한국 SF의 역사, 현황, 전망에 대해 두루 짚어주셨고요. 역시 거울 필진이신 윤여경 작가님이 사회를 보셨답니다. 
한국 SF라는 주제에 과연 어떤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지 사실 좀 걱정했는데(^^;) 의외로 강의실이 방청객으로 꽉꽉 들어차서 놀랐습니다. 앞서 적었듯 방청객 질문 시간은 따로 없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생각이나 궁금증은 알 수 없었어요. 다만 APSF컨벤션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어서 SF 작가나 팬들 뿐만 아니라 과학, 출판, 영화, 번역 등 다양한 산업 종사자분들이 모였던 만큼, 그 자리에 방청하러 오신 분들도 저마다 다양한 목적을 갖고 계시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한국 SF작가연대 도록 및 팜플렛과 함께 한국 과자들을 준비했는데요, 인기가 무척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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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F의 역사 강의중이신 박상준 대표님과 김보영 작가님, 임태운 작가님)

박상준 님은 한국 SF의 기원과 초기 작품들을 두루 설명해주셨는데, 저도 한국인이지만 잘 몰랐던 내용들이라(^^;;) 알짜 강의 듣는 기분으로 들었습니다. 
김보영 님은 알파고 충격, 페미니즘 운동, 국제 교류 활성화, 촛불혁명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현재 한국 SF계에 일어나고 있는 큰 역동들을 설명해주셨고요. 
임태운 님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웹소설에 대한 주제로 강연해주셨는데요, SF소설을 웹소설이라는 포맷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배명훈 님은 SF 작가연대를 대표해 연대의 구성원들과 설립 의의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한국의 SF를 접하고 싶거나 함께 일하고 싶다면 연대로 언제든 연락해달라고 강력한 어필을 해주셨습니다. 
저와 김주영 님은 거울과 미래관리사무국과의 결연으로 진행된 작품 교류에 대해 소개하고, 중국 소설들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반응과, 프로젝트의 성과 및 의의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으나! 시간 관계상 준비했던 내용을 많이 다루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인 시간 안배를 더 잘 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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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김주영 작가님, 오른쪽 아밀)

전체적으로 한국 SF 문학에 대해 정련된 정보들을 제공하는 유익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 SF계와 파트너쉽을 맺거나 교류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관계자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메리트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일반 중국 SF 팬들이 재미있게 들을 만한 내용이었을까 못내 궁금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SF 소설들의 특징과 매력 포인트 들, 중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한국의 SF적 영상매체들, 중국과의 공통점이나 차이점 등... 재미있게 다룰 만한 화제가 많았겠지만, 의욕적인 한국 방문단에게 45분이라는 강연 시간은 너무 짧았던 것 같네요. 

이렇게 해서 첫째날의 공식 일정이 끝났습니다. 첫째날 오후에 베이징에 도착한 저는 그날 오전에 있었던 프로그램들은 참관하지 못했는데,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걸 싶어서 아쉽더라고요. 이 외에도 재미있는 주제의 토론회와 강연 들이 많았고, 전날에는 오프닝 파티가 열렸지만 저는 그것도 참여하지 못했어요. 행사의 이모저모를 또 다른 관점에서 구경하고 싶으시면 김보영 작가님이 앤서블(http://ansibletalk.net)에 올리신 후기들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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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왔으니 베이징덕을 놓칠 순 없는지라, 다 함께 저녁으로 오리를 먹으러 근처의 전문 식당으로 갔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즐기며 회포를 풀고 친목도 나누고 ^^ 식사 후에는 숙소로 돌아가 방에 모여서 베이징 맥주와 함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각각 다른 프로그램에 패널로든 방청으로든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해주신 덕분에 다른 곳들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중국 문화계의 이모저모에 대해서도요. 
이번 행사의 주최측인 미래관리사무국의 대표가 서른 살 안팎의 젊은 여성이고, 사원들 역시 대다수가 젊은 여성이라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이 고도성장기에 있어서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젊은이들이 맹활약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미래가 무한하다는 뜻인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어요. 아직 당국의 검열이 너무 심해서 컨텐츠 창작에 있어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지 못한다지만, 문학은 그 어떤 곤경이 있어도 꽃을 피우게 마련이잖아요. 아니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곤경이 있는 곳에서 문학이 나오기도 하고요. 중국의 문학을 좀 더 관심 있게 찾아 읽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미래관리사무국에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한국 SF계도 — 환상문학 웹진 거울도! — 다른 장르에 비해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공통점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마침 둘째날에 김보영 작가님이 참여하신 ‘SF에서의 여성 파워’ 토크 덕분에 더욱 깊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과 한국 외에도 여러 국가의 SF 여성 작가들의 페미니즘적 관점을 엿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 편 후기에서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또한 ‘한국 SF의 개관’ 토크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해 아쉬웠던 거울의 한중교류에 대한 이야기도 둘째날에 또 다른 자리에서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한중교류 중국측 담당자 Vera, 그녀의 진실을 다음편에 공개하겠습니다. (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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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근사한 야경과 함께, 베이징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 2편에서 계속 -

(사진 copyrighted by 유창석, 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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