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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서는 6월 2일 단신 뉴스로 전삼혜 작가님과 양원영 작가님의 "2018 서로 낭독 페스티벌" 대상 작품 선정과 예매 등에 관해 알려드린 바가 있습니다. (링크) 거울에 계셨던 김보영 작가님 포함해서 세 분의 작품이 6월 1일부터 16일까지 3주의 주말 동안 낭독극의 형태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소설과 연극, 그것도 SF소설과 연극이 만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오묘한 만남의 매력이란 게 무엇인지 듣기만 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직접 공연을 한 번 보고, 후기들을 보면서 이 만남에 대해서 꼭 전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낭독극의 원작을 쓰고, 공연을 보고, 공연 자리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후 느낀 것들에 대해 세 작가가 직접 푼 이야기들을 들어 봅니다.

서로 낭독 페스티벌, 낭독극 <아빠의 우주여행>

양원영

이 공연에서 서술을 낭독하는 나레이터는 이 대사를 마지막으로 읊는다.

“언제나 겸허하게 인생을 생각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했을, 그리고 생각할 소중함을 위하여.”

이것은 작중에 나오는 대사나 서술이 아니다. 글의 후기에서 언급했던, <인생>을 쓰기 시작한 날 첫머리에 ‘이런 마음가짐으로 쓰자’라고 다짐하듯 쓴 글귀였다. 내가 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건 당시만 해도 여럿 각오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무대 위 배우의 입을 통해 전혀 다른 의미로 태어나는 순간을 목격했다. 아름다운, 앞으로도 영영 머릿속에 남아있을 장면이었다.
지면 위에 존재하는 문자의 나열이 소리가 되고, 연기와 연출로 덧입혀진다. 원작 소설이 다양한 매체로 옮겨지는 건 사실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무대가 특별했던 건, 단지 내가 원작을 쓴 사람이기 때문이겠다.

- 처음 제안이 왔다

<아빠의 우주여행>과 <인생>을 다루고 싶다고 하셔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빠의 우주여행>은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 제의를 줄곧 받았기 때문에 극화하기 좋은 작품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편지의 형태인 <인생>은 아무래도 아니지 않은가, 하고. 물론 이 두 작품은 부녀와 모녀관계를 각각 다룬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함께 엮기 좋을 것이라 막연한 생각은 했다.

- 직접 무대를 보았다

아빠의 우주여행 2.jpg

이 두 작품이 동시에 진행되어 상호의 이야기를 보완하고, 서두에 언급한 지문으로 같은 결을 맺게 되는 과정에 크게 놀랐다. 연작이기 때문에 두 작품은 등장인물을 공유하지만, 본래 시간과 서사는 크게 침범하지 않는 개별의 이야기이다. 이것을 같은 시간의 흐름으로 둘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낭독극이라는 형태였기 때문에 무리 없이 가능한 시도였지 않나 싶다. 연극의 형태를 띠지만 배우들은 자리에 앉아서 대사를 말하고, 최소한의 움직임과 연출로 모든 걸 피로한다. 장면이 바뀌거나 한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일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서사의 흐름도 나레이터가 지문 부분을 읽어줌으로 원활하게 녹아든다. 어떤 무대였을지 감이 잡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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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우주여행 단체사진.jpg

세 번의 공연 중 두 번을 관람했다. 두 번째 공연 이후에 원작자를 무대로 불러내어 능지처참하는 몹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했다. 두 번째 공연을 보러갈 때 동행한 친구가 낭독극이 어떤 방식인지 물었다. 나는 고민했다. 낭독회도 아니고, 연극이라기엔 좀 모자란 느낌. 그 때 번뜩 나의 오타쿠 뇌가 이렇게 말하라고 지시했다. “직접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직접 눈으로 보는 드라마 CD”라고. 그 순간 친구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술회하지 않겠다.

- 내 글이었다. 내 글이었던가?

제안이 왔을 때부터 관객의 기분을 좀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두 작품을 다시 읽지 않았다. 물론 쓰고 퇴고하고 출간하며 수십 번 읽었기 때문에 무엇을 적었는지 웬만큼은 기억할 수 있지만, 아무튼 잊으려고 애썼다. 극을 보면서 거의 모든 대사가 글 속에 담긴 것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내가 저런 걸 썼나?”하는 의문이 공존하는 이상한 현상을 겪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추가하거나 빠진 부분은 있었지만, 확실히 내가 쓴 글의 언어와 문맥으로 구성됐다. 서사의 해체와 재조립으로 탄생한 무대는 내 글이지만 내 글이 아닌 형태로 다시 완성됐다.
‘원작자가 아닌 관객’으로 극을 보는 건 무리였지만, ‘원작을 정말 잘 아는 팬인 관객’ 수준으로 극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기뻤다. 이 필사의 변명을 이해해 달라.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직접 쓴 글에선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눈물을 몇 번이나 닦아가며 자신의 작품에 빠져서 와 나 좀 대단한 듯… 이렇게 대사를 잘 쓰다니… 하며 우쭐해졌다는 걸 굳이 진지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농담 조금 보태서 그땐 토니 어워드 각본가상 후보가 부럽지 않았다. 아무튼.

- 그래서 아빠는 어떻게 우주여행을 떠났나?

낭독극의 백미. 아주 멋진 연출로 떠났다. 이제까지 보았던 어떤 로켓 발사도 그만큼 멋지지 않았다. 그 규모를 어떻게 글로 남길 수 있단 말인가? 직접 못 본 분들에게 애도를 전한다. 용용 죽겠지?

- 감사의 말

대사를 정말 맛깔나게 표현해주시고 열연해주신 극단 52Hz의 배우님들과 장효정 연출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릴 따름이다. 작품을 선택해주신 정진세 기획자님에게도, 추천해주신 정소연 작가님께도,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서로 극장에도, 인터뷰 진행을 맡아주신 권민정 작가님, 그밖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고리타분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좀 괴로울 때가 있지만, '세상에 이런 글 쓰는 사람도 있어야지'라며 납득한다. 극을 보고 나오면서 '거봐, 그래도 되잖아'라는 마음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게.
그래도 되는 거였네.
그 김에 한 마디 외치고 끝내야겠다.

여러분 제가 원작자가 됐더라고요!

연출자 장효정 님의 인터뷰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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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pena 18.07.26 11:54 댓글

    직접 본 건 이 한 편뿐이었던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관객과 독자의 대화도 즐거웠고요. 정말 더 많은 작품들을 이렇게 다른 형태로도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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