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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 : 담당자와의 만남

거울이 중국의 미래관리사무국(Future Affairs Administration, 이하 FAA)과 협력하여 주도했던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가 2018년 5월 5일에 종료되었다.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SF 단편 12편이 각각 번역되어 양국의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되었다.

간혹 번역되어 교류된 작품이 있었지만, 한중 SF 작가와 팬이 각기 고유한 SF를 창작하고 즐기며 문화를 만들어 왔음을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이처럼 뜻깊은 한중 SF의 만남이 상업적 이익과 관계없이 순수한 교류를 목적으로 성사된 것도 주목할만하다.

한국 SF 역사에 뜻깊은 사건으로 기록될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의미와 숙제를 남겼을까.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알아보기 위해, 웹진 거울의 편집위원으로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이끌었던 김주영 작가를 만났다.


어느 날 날아온 영문 메일, ‘처음엔 스팸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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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다음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 시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어서 조심스럽고 불안하기에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하는 많은 선택이 모험이다. 2017년 봄, 거울도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2017년 3월 27일, 거울로 영문으로 된 메일이 한 통 날아들었다. 메일을 담당하던 김주영 작가는 처음에 그것이 스팸인 줄 알았다고 했다.

“보낸 사람이 삼풍(三丰)이었습니다. 중국어에 영문으로 된 메일이라니, 펼치기도 전에 스팸이라고 단정했어요. 제 개인 메일함이었으면 열어보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거울 메일함엔 스팸이 오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메일을 열고 읽어보았죠.”

상대의 정체를 정확히 인지하기 전까지 그는 삼풍이 회사 이름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삼풍(三丰). 꼭 회사 이름 같잖아요. 알고 보니 담당자인 장펑(張峰) 씨가 사용하는 닉네임이었습니다. 요즘은 ‘sanfeng’(삼풍의 중국식 발음표기)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에겐 회사명 같을걸요? 아닌가요?”

그 후 협업을 위해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단체의 이름이 ‘미래관리사무국(未來管理事務局)’임을 알게 되었다. 영문명은 ‘Future Affairs Administration’이며 이후 주로 약칭 FAA로 불린다. FAA는 놀랍게도 중국의 열성 SF 팬들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로 공동 설립자인 지사오팅(姬少亭)이나 리자오신(李兆欣) 모두 30대 전후의 젊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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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의 로고]

FAA는 SF 서적을 비롯한 과학기술서적을 출간하는 출판 임프린트 ‘궈커(果壳)’를 보유하고 있으며, SF 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적인 워크숍 개최, 중국 성운상 시상식 등 자국 내 SF 관련 행사 조직 참여, 자국 SF 작품 영상화 과정 지원, SF 및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한 부존재일보(不存在日報) 운영 등 SF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2018년 5월 19일에는 북경에서 APSFcon(아시아태평양 과학소설 대회)을 개최함으로써 아시아 SF 문화 교류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이 중심이 된 아시아 과학소설 협회(Asian Science Fiction Society) 역시 이곳에서 설립을 선언했다.

FAA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 내 SF 문화의 확산 및 증진이다. 이를 위해 활발히 활동을 펼쳐오면서 이제는 자국의 SF 문화를 이끄는 주요 단체 중 하나로 성장한 FAA가 왜 거울을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편집진에서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습니다. 거울이 이전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터라 반가우면서도 어떻게 거울을 알고 메일을 보냈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고요. 직접 물었더니 그냥 어쩌다 알게 되었다는 답변만 돌아왔어요. 하지만 그게 마냥 우연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 거주하는 캐나다 출신 영문학자이자 SF 작가로 널리 알려진 고드 셀러(Gord Sellar) 씨나 FAA와 먼저 접촉을 하셨던 김보영 작가님 같은 분들이 거울에 관한 정보를 흘리신 것 같더라고요. 씨를 뿌리려면 먼저 밭을 갈아야 하잖아요? 그분들이 먼저 밭을 갈아주셨기에 이 일이 시작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골자는 양국의 SF 단편 12편을 서로 교환하여 번역한 후에 각국의 온라인 플랫폼에 무료로 게재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계약서 작성, 작가와 중한 번역가 섭외 및 관리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이 과정을 담당해서 진행했던 김주영 작가는 말도 마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 달 정도는 내가 왜 이 일을 맡겠다고 했을까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물러나더군요. 한국 업체와도 계약서 작성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 해외 업체와 계약서를 쓰고 비즈니스 영문 메일을 계속 주고받느라 힘들었어요. 계약서를 작성할 때까지 주고받은 메일만 칠십여 통인데 생소한 용어도 많고, 영어로 매일 작문을 해야 하는 것이 숙제 같아서 괴로웠어요. 그런데 두어 달 지나니까 그냥 익숙해져서 사람이란 어떻게든 적응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영어를 사용하여 소통하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해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더 어려웠을 것 같았다.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그가 계약서를 검토하고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 도움을 받진 않았을까.

“당연히 도와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계약서는 거울 필진이시면서 변호사이기도 하신 정소연 작가님께서 검토하시고 FAA와 일부 조율도 해 주셨어요. 법적인 부분에 조언도 해주셨고요. 워낙 유능하신 분이라 많은 의지가 되었습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회장으로 일하시는 등 많은 일로 바쁘신 중에도 거울과 한국 SF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시는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님께서 조언과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권선주 대표님은 오랜 SF 팬이시고,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 전 시삽(동호회장) 중 한 분이시기도 해요. 한국 SF에 여전히 많은 열정과 지지를 보내고 계십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쁘게 반기시면서 본인의 해외 비즈니스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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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는 그를 보다가 문득 거울이 프로젝트 협업 제안을 수락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거울은 오로지 필진들의 자발성에 기대어 운영되는 단체다. 다시 말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헌신할 사람들이 없다면 프로젝트는 진행할 수 없다. FAA에서 프로젝트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거울에서도 이런 점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았다.

“맞습니다. 협업 제안을 필진 게시판에 올렸을 때, 모두의 고민이 그것이었습니다. 국제 교류 프로젝트라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요. 누가 담당을 하든 책임과 부담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 다른 출판사나 단체에 넘기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상업적인 이득 없이 이 프로젝트를 담당할 출판사를 떠올리기가 어렵더군요. 한국SF협회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아직 설립되기 전이라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만한 SF 관련 단체도 보이지 않았고요.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면서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한 공개토론이 거울 내부에서 오래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담당자는 편집위원 중 하나였던 그로 결정된 것 같았다. 다소 침체기에 빠져 있는 거울의 활력소가 될지 모를 프로젝트였고, 거울이 나서지 않으면 최초의 한중 SF 문화 교류 기회가 무산될 것 같은 안타까움과 위기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맡은 모양이었다.

문득 가까운 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그의 오랜 중국 사랑이 떠올랐다. 그는 중국의 광활한 풍광을 열광해서 중국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고, 리커란의 그림을 좋아하고, 이백의 월하독작을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는다. 저우쉰의 노래를 사랑하고, 중국 차(茶)를 즐겨서 수년간 공부했고 매주 다회(茶會)에 나가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 중국 문화에 대한 사랑이 그의 자발성에 영향을 끼쳤을 것도 같았다.

“아니라고는 말 못 하죠.(웃음) 다른 나라에서 이런 제안이 왔다면 관심을 그리 기울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중한 번역가들와 작가들 섭외하고 작품 조율하고……. 정말 정신없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중국의 SF 단편 맞이 준비라고 생각하면 두근거리고 설렜어요. 제가 좋아하는 중국 문화의 흔적이 담뿍 담긴 SF 단편을 소개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참여 작가와 작품 선정, 전폭적인 지지와 열정이 있었다.

FAA와의 협업 계약이 2017년 5월 20일에 정식 체결되면서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핵심인 참여 작가와 단편 선정 작업이 시작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SF 단편으로 중국에 첫선을 보일 작가와 작품은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일반 출판사가 아니라 웹진 거울을 통한 참가다. 본인의 작품이 번역되어 중국에 게재된다는 기회 외에 작가들이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 그런데 한국 SF 작가와 단편 목록을 살펴보면 낯익은 작가와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이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대부분 거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니까 믿고 참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거울 필진분들에게 참가 신청하시라는 전체 메일을 돌리면서 머릿속으로는 플랜 B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발표한 SF 단편을 가지신 분들은 대부분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표하셨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죠. 거울 내에서 참여할 작가분이 확정된 후에는 거울 소속이 아닌 SF 작가님들에게도 참가 요청을 보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거울이 주도하기는 하지만 한국 SF 단편을 중국에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거울 필진에게만 한정된 폐쇄된 형태로 진행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기회를 기다리는 SF 작가가 있다면 놓치지 않기를 바랐어요. 또 되도록 대표적인 SF 작가나 작품을 많이 포함하고 싶기도 했고요.”

현재 거울 필진이 아니면서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에 포함이 된 작가는 김보영, 김창규, 박성환 세 사람이다.

“김보영 작가님은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FAA로부터 따로 참가 요청을 받으셨습니다. 배명훈 작가님도 마찬가지고요. 김창규 작가님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많은 수상 경력과 함께 하드한 SF를 쓰고 계셔서 꼭 포함하고 싶었고, 박성환 작가님의 개성이 넘치고 철학이 풍부한 불교 SF도 꼭 중국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세 분 모두 현재 거울 필진이 아니시지, 오랫동안 거울과 함께했던 작가님들이십니다. 사실은 그래서 연락드리기가 편했어요. 거울 사정을 잘 아시니까요.”

그의 말을 듣는 동안 현재 활동하는 장르 문학가들을 손꼽아 보았다. 놀랍게도 거울을 거쳐 가지 않은 작가를 찾기 힘들었다. 아니, 사실은 놀랍지 않다. 장르문학 풍토가 척박했던 2003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5년간, 거울은 서툴던 작가 지망생들을 프로 작가로 길러내고 지면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함께해 왔다. 오래 버텨준 거울이 대견해졌다.

그는 참여 요청을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작가분들을 아쉬워하며 다음에는 함께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작가들이 뒤에서 밀어주지 않았더라면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했을 거라며 모든 참여 작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한중 SF 역사와 발전 소개, 프로젝트의 닻을 올리다.

부단한 과정을 거쳐 2017년 7월 31일 드디어 중국의 SF 단편이 처음으로 거울에 게재되었다. 함께 게재된 ‘중국 SF의 역사와 발전(칸위 왕, 王侃瑜)’은 우리에게 낯설었던 중국 SF의 신비를 한 겹 벗겨내기도 했다. 기사를 번역했던 그는 중국 SF의 역사를 보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도중에 참다못해 술 한잔하고 울었어요.”

첫마디가 너무 뜻밖이었다.

“중국의 근대사만 생각하면 늘 슬프고 우울해지는데, 중국 SF가 중국의 근대사 속에서 똑같이 부침을 겪었더라고요. 우리의 근대사에 놓인 비극도 만만치 않지만, 적어도 SF가 국가의 탄압을 심하게 받지는 않았죠. 그런데 문화혁명 시절과 반정신오염운동이 벌어졌던 1980년대에 중국 SF 작가와 작품은 심하게 탄압을 받았습니다. SF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그들은 오늘날까지 왔습니다. 대단하고, 또 존경스럽습니다.”

아마 많은 독자가 중국 SF의 역사를 읽으며 한국의 것과 비교했으리라 짐작되었다. 중국 SF 독자들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FAA의 온라인 플랫폼에는 ‘한국 SF의 역사와 발전(고장원)’이 먼저 게재되어 한국 SF에 관한 정보를 중국 독자들에게 알렸다. 역사를 기술한다는 점에서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관점을 담을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한국 SF 팬덤의 많은 분이 모여서 하나의 사료를 완성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죠. 거울이 재력만 든든했어도 시도해 봤을 겁니다.(웃음) 새 원고를 청탁하기도 어려운 살림이어서 몇 분을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하다가 오랫동안 한국 SF에 관한 기사를 써오신 고장원 작가님께 기사 사용을 허락해 주십사 연락을 드렸어요. 그런데 아예 저작권 걱정 없이 사용하라며 본인의 저서 ‘한국에서 과학소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책을 바탕으로 이지용 교수님이 쓰신 ‘한국 SF 장르의 형성’, ‘한국 창작 SF의 모든 것’에 수록된 글 중 박상준 한국 SF 협회장님의 ‘한국 창작 과학소설이 거쳐 온 환경’을 교차 비교하고, 한때 SF 팬덤이었던 저의 기억도 되살려 요약하고 검증하여 기사로 완성했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굴하지 않고 최대한 절약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활용하는 거울의 노하우를 살짝 엿본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중국에 알려진 ‘한국 SF의 역사와 발전’에 관한 중국 측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물어보았다.

“중국 SF 역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친근함을 느끼면서도 놀라더라는 반응을 담당자가 전해줬어요. 저도 읽으면서 같은 것을 느꼈고요. 특히 근대에 서구 SF가 도입되는 과정이 비슷해서, 동아시아가 공유했던 역사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구나 싶었습니다.”

난관을 넘어,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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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원래 한 달에 한 편씩 양국의 SF 단편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서영 작가가 작성하여 2017년 8월 17일에 게재된 신문기사에도 안내되어 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한 달에 두 편씩 소개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하지만 12편의 게재 일자를 살펴보면 어느 순간 일자의 간격이 불규칙해진다. 심지어 두 달 만에 한 편이 게재된 적도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FAA 측이 몹시 바빠졌습니다. 영미권 SF를 수십 편 번역해서 소개하는 사업이 시작되었고, 다음 해(2018년) 5월에 열릴 APSFcon 개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한국 SF 게재 간격이 불규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을 이해했습니다만, 갈수록 걱정이 되더군요. 선뜻 작품을 내어주신 참여 작가님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다행히 그때쯤엔 중국 SF 단편 번역본을 전부 전달받았던 터라 프로젝트가 중도에 무산되리라는 걱정은 덜했지만, 편집진의 뜻을 모아 FAA 측에게 정식으로 독촉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한국 SF 단편이 게재된 것을 확인한 후에 중국 SF 단편을 게재하기 시작했죠. 게재 시기가 들쭉날쭉해지는 바람에 업데이트를 담당하시는 이형진 운영위원님이 수고를 많이 하셨어요.”

그 이후, 춘절로 인해 연휴가 길었던 달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두 편씩 양국의 SF가 각자의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되면서 2018년 5월 5일 자로 일 년이 넘는 긴 행군을 마쳤다. 중국 독자들은 한국의 SF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리던 차였다.

“조회 수요? 엄청 높았죠. 중국에서 소설 조회 기본 단위가 만 정도라고 합니다만, 그것을 감안해도 조회 수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압도적으로 높은 조회 수와 반응을 기록한 ‘진화신화(김보영)’는 별개로 하고, 전 단편이 평균 3만 건 이상 조회되었습니다. 같은 문화권이어서 그런지 서구 SF에 비해서 친숙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반응이 많았다더군요. 전삼혜 작가님의 ‘안드로이드 고양이 소동’은 중국의 큰 고양이 온라인 카페에서 퍼가고 싶다는 문의를 받기도 했어요. 중국도 요즘은 고양이가 대세라더군요.(웃음) 이런 결과를 두고, FAA는 이 프로젝트를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SF 단편에 관한 반응도 뜨거웠다. 같은 문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중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개성이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되어 거대하게 사건으로 확산 되어 가는 형태가 많이 눈에 띄어 이색적이라거나, 문화혁명 등 중국 근대사의 아픔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어 흥미롭다는 평가도 있었다.

천 오백에 가까운 평균 조회 수도 놀라웠다. ‘한국 SF 팬덤은 500명’이라는 자조적인 우스개가 나돌 정도인 상황을 생각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높은 조회 수가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거의 유지된 점도 인상 깊다. 한국 SF 독자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중국 SF 단편을 읽었다는 뜻이다.

“SNS를 통해 꾸준히 광고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홍보했습니다. 관심이나 반응이 항상 뜨거운 것도 아니었고, 때로는 거울 편집진의 일로만 여기는 무심함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꼭 많은 SF 독자들이 읽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물길을 열었으니까, 많은 독자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좋은 성과를 내고 끝났다. 한국과 중국 SF의 역사와 발전상을 비롯한 유수의 SF 단편들이 각각 상대국에 소개되면서 한중 SF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중 SF 관계자들이 만나는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2017년 8월 9일, 헬싱키에서는 세계SF대회(Worldcon 75)가 열렸다. 한국은 이 대회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처음으로 공식적 참가를 하게 된다. 이때, 참가자였던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윤여경 작가, 이수현 작가 세 사람이 그곳에서 FAA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아 SF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 외에 담당자로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을까.

“다른 것보다 한중 SF 작가들 간에 교류가 적었던 점이 제일 아쉽습니다. 서로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할 기회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앞으로 한중 SF 문화 교류를 이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작가들 간의 교류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프로젝트 종료, 그리고 남은 것들

한편, 웹진 거울이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궁금해졌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당시, 거울은 다소 침체기에 빠진 듯이 보였다. 거울 필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들은 프로 작가로 성장했고, 상업적인 지면을 더 선호하는 듯이 보인다. 한국의 장르문학 생태가 변화하면서 거울과 유사한 사이트나 상업성을 가진 온라인 발표 공간이 늘어난 탓인지 거울에 발표되는 단편은 확실히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그런데 15년간 한국 장르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온 거인이 쓸쓸히 쇠락해 가는 것 같아 씁쓸해지던 무렵,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무려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 힘이 아직도 비축되어 있음이 경이롭고도 놀라웠다.

“최지혜 작가님이 언젠가 요즘의 거울을 두고 ‘불이 꺼진 지하도시’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 표현이 정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멋지고 아름다운 거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동력이 부족한 상태인 거죠. 약간의 동력이 들어왔는데도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동력이 완전히 차면 훨씬 더 놀랍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겠죠. 그런 동력이 될 분들을 지금도 거울은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거울은 작년에 이어 내부 정비를 계속했다. 안정된 서버로 이사를 했고, 도메인이 바뀌었다. 업데이트 주기를 바꾸어 효율과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제야 거울이 더욱 먼 곳까지 가기 위해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SF 팬덤은 자국 SF를 영어로 번역해 해외에 소개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에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자본만 뒷받침된다면 거울 필진의 단편을 번역해서 해외에 소개하는 것이 그냥 꿈같은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울이 그런 일을 진행한다면 소수가 아닌 많은 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지요. 살림이 가난한 지금은 당장 실행이 어렵지만, 작가님들의 손을 잡고 언어장벽을 넘어 세계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 김주영 작가의 소회를 물었다.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든 것과 헤어지는 것처럼 섭섭하기도 하네요. 프로젝트 진행하는 동안 많은 분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고, 여럿이 힘을 합치면 정말 멋진 일을 해낼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작 실력이 늘고, 팔자에 없었던 국제 비즈니스 감각이 생겨났네요.(웃음) 지칠 때도 있었지만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거대한 흐름과 미래를 저는 볼 수 없으니까요.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 위에 있었고, 그 흐름은 지금도 계속 어디론가 이어지고 있을 겁니다. 그 흐름이 더 멋지고 좋은 결실에 닿고,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대로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는 아시아 SF 커뮤니티가 변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프로젝트가 끝난 현재, 한국에는 한국SF협회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생겨나며 새로운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또한, 2018년 5월에는 아시아 SF 협회가 설립되면서 앞으로 아시아에서 펼쳐질 변화를 기대하게끔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거울은 15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거울이 오래오래 살아남아 장르 문학가들의 곁에 머물기를 김주영 작가와 함께 기원하며 이 만남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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