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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서영

앤윈이라는 필명을 쓰는 이서영입니다. 판타지와 소프트한 SF를 주로 씁니다.

 

2. 처음으로 작가가 된 것은 언제인가요? 첫 작품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이서영

어디서부터를 '작가'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거울에 처음으로 실었던 작품은 '성문 너머 코끼리'입니다. 르 귄 계열의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앤서블과 비슷한 통신기기가 등장하고, 시공간을 넘어서서 통신기기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여성 공무원이 주인공입니다.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발상은 "정치 싸움에 휘말려서 도망가버린 다른 우주의 사람이 남기고 간 코끼리를 키우는 공무원의 귀찮은 일상" 이었는데, 제 경우 언제나 발상은 발랄하게 떠오르는데 막상 소설을 쓰고 나면 음침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더라고요. 이 경우에도 그랬습니다. 코끼리를 기점으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탈주하는 사람의 무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3. 작가가 되기 전과 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중에서도 가장 달라진 걸 꼽는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이서영

되기 전에는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지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상당히 차이가 있지 싶습니다. 전혜진 작가님의 소설 중 <나는 매문가가 되고 싶었다>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의 주인공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가라는 타이틀 자체에 매력을 느낀 게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이후부터는 타이틀에 대해서 스스로 계속 의심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이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글의 무게를 계속 인지하게 되는 일인 듯 합니다. 타이틀이 생긴다고 바로 글의 무게를 인지하게 된 것은 아닌데요, 누군가에게 '작가'라고 불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계속해서 글의 무게에 대해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당히 그 인지가 무거워져서 문장을 쓰는 게 때로 버겁기도 해요.

 

4.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확실하게 마음먹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서영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처음 생활기록부에 쓰여 있는 건 초등학교 3학년 땐데요. 그때 제가 무슨 마음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쓴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해서 만드는 것도 즐거울 거라고 막연히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프뢰벨의 단계이론에 따르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읽어대는 아이였는데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본격적인 열망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왔는데, 막상 과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확연한 결심으로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막상 그 곳에서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작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단편 소설이라는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면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5. 창작할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이서영

등장인물의 감정선.

 

6. 작가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를 꼽으시겠어요? 그분의 어떤 점을 닮고 싶은가요?

이서영

롤모델 어렵네요…… 우선은 성실한 쓰기의 대표주자신 곽재식 님과 정보라 님의 '성실함'을 닮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곽재식 속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재식님이 시간면을 접었다 펴서 사용하시는 게 아닌 이상에야 재식님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일 게 명확하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곽재식 님과 정보라 님이 꾸준하게 글을 쓰시는 걸 보면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새라 워터스가 하루 2000자 쓰기를 한다기에 저도 요즘에는 하루 2000자 쓰기를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영 쉽지가 않네요. 생업 탓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새벽에 작업을 하신다는 전혜진 님을 생각하면…… 저는 게으른 자가 스스로 만든 지옥 속에 있습니다…… 그 외에 내용면에서 닮고 싶은 작가라면 어슐러 르 귄, 김보영, 옥타비아 버틀러가 있겠네요. 정치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하는 경향성이 있는데, 그러다보면 인물이 평면적이 되기 쉽더라고요. 인물에게 다양한 차원의 맥락을 부여하는 작가들을 닮고 싶습니다.

 

7. 작가로서 꼭 지키려고 하는 습관과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서영

지키려고 하는 습관은 성실한 글쓰기 습관인데, 정말 잘 안 지켜집니다. 내 차례에 못 올 성실성인 줄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노력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하려고 하는 습관은 오랫동안 문예창작과와 국문과 등에서 문단 내 문학 교육을 받다 보니 생긴 습관인데요. 소설 내부에서 대화를 잘 쓰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대화를 쓰면 글의 밀도가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성인데요. 실제로 그것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좋은 대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회피해 왔다는 생각을 해요. 대화와 대사를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8. 큰 영향을 받은 책이 있나요? 인생의 책이라고 할 만한 책 외에도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이서영

이런 게 SF라면 나는 SF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은 『바람의 열두방향』 안에 있는 「혁명 전야」와 「샘레이의 목걸이」, 『진화신화』 안에 있는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네요.
최근에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은 SF협회에서 하는 페미슾갈다에서 하는 페미니즘 SF 읽기 모임에서 읽은 『블러드 차일드』입니다. (취향 넘나리 소나무)

 

9. 본인의 작품 중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이서영

제가 쓴 것 중에 마음 쓰이는 작품을 하나만 꼽자면 너무 고민되는데…… 비교적 최근에 발표한 「센서티브」를 꼽겠습니다. 센서가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은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다룬 소설이예요. 그리고 그것이 유전적으로 내려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얼마 전에 우버가 자동주행하다가 사고를 냈잖아요. 그 사고 전에 써서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라면 「노병들」일 것 같은데요. 데모를 하다보면 흔히 '우파 시위대'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저는 그 우파 시위대들에게 계속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우파 노인 슈퍼히어로와 좌파 노인 슈퍼히어로가 격돌하는 슈퍼히어로 소설인데요. 지금 다시 쓴다면 우파 여성 노인 슈퍼히어로로 쓸 것 같아요. 여성이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는 게(거기다 정신기 쓰는!) 내심 요즘 마음에 걸리는 소설입니다.

 

10. SF 창작 입문 강좌를 끝낸 지 얼마 안 되신 걸로 압니다. 어떤 경험이셨는지요?

이서영

사람들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10주 차 강의였는데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합평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정말로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이 분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나… 뭐 이런 고민들이 사실 아직까지 들어요.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서 도리어 제가 행복해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래도 글을 여러 개 먼저 써 본 적이 있는 자로서 이런 부분은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제안을 하는 과정 속에서 실마리를 찾거나 하면 그런 것도 정말 기뻤어요.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다들 훌륭한 작가가 될 자질들이 있으시니 꼭 완성된 작품들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11. 강좌 이후의 근황과 차기작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이서영

일단은 생활인으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소설으로서는 사고패턴에 대한 글과 사건의 지평선에 대한 글을 퇴고하고 있습니다. 소설 외의 글으로는 '로맨틱'에 대한 아티클을 모은 칼럼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2.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소재가 있다면요?

이서영

근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써 보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데, 자료조사를 하느라 진도가 너무 안 나가요. 조만간 완성해서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3.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서영

오래오래 살아남아주세요! <<

 

14.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이서영

총체와 아름다움을 능숙하게 다루시는 아밀 님께 전달하겠습니다. 그런 아밀 님이 사랑하는 문학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댓글 2
  • No Profile
    유이립 18.08.15 01:42 댓글

    Woo Wa~ ^^/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 No Profile
    엄길윤 18.08.23 02:15 댓글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와 습관에 대해 다시금 다짐을 하게 되는 인터뷰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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