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SF 축제: 올드 앤 뉴

- 세계SF대회(Worldcon75), 중국과환대회, 아태과환대회(APSFcon) 참관기 -

윤여경

※ 거울 필진인 윤여경 작가는 한국이 처음으로 공식 참가한 세계SF대회(Worldcon75)의 한국 대표 중 한 사람이었으며, 중국 청두와 북경에서 각각 개최된 중국과환대회와 아태과환대회(APSFcon)에도 초청되는 등 국제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8년 5월 18일 북경에서 창립을 선언한 아시아SF협회의 창립에 앞장서 왔고, 현재는 한국SF협회 부회장으로서 한국 SF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 SF를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시는 와중임에도 더 많은 SF 팬들과 경험을 나누어 달라는 거울의 청탁을 선뜻 받아들여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편집자 주).


왜 SF 축제에 관심을 보여야 할까?

나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SF 문학은 장르문학 하위에 속하는 한 갈래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글로벌 문화 축제( Worldcon: 세계SF대회)를 매해 열고 있다. 유럽에는 유로콘이있고 아시아에서도 아시아콘이 생겨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물론, 진정한 의미의 아시아콘은 아시아SF협회(창립자: 윤여경,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일본 SF 작가 협회, 인도 SF 협회, 남아시아 SF 연합 등)가 결성된 지난 5월 18일 이후에 만들어지게 된다.

둘째로 왜 순수문학, 로맨스, 호러가 아닌 SF 축제일까? 그 현대성에 있다. 현대는 과학과 합리성, 민주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시대다.

SF는 당장 번역해도 곧바로 해외에서 출간이나 영화화가 가능하다. 장치와 세계관이 인류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순문학 등에서 보이는 지역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이 더 강조된다. 과학과 합리성이라는 보편적 시스템에 올라앉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복음주의가 만연한 미국도, 공산주의 일당 독재국가 중국도 이 축제(Worldcon) 안에서는 평등한 민주주의 정신을 추구했다. 세계 화합에 통하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던 까닭이다. SF 축제에서는 세계인이 SF로 평등하게 소통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미래를 향해 전진하며 화합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코믹콘 등 판타지 축제에 비해 포럼과 토의 등 학술 연구들도 활발하다. 즉, 이성과 감성이 모두 충족되는 유일한 문학계 글로벌 록 페스티벌이자 SF상(휴고상)을 위해 경쟁하는 올림픽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적인 가치가 가장 정점을 이루는 축제의 현장인 것이다.

우리가 SF 축제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한국인들이 가장 멋진 SF 축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젊은이가 대학 교육까지 받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세련도는 이미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K-뷰티, K-팝, 한류가 세계를 뒤흔드는 이때, SNS를 사용하는 이들도 인구와 대비해 가장 높다. 중국과는 다르게 거의 모든 SNS 플랫폼에 접근 가능하고, 한 해 2000만 명이 해외로 떠나는 등 글로벌 문화 적응도도 높은 편이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SF 컨벤션을 매우 세련되게 즐기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을 이웃으로 두고 미국을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둔, 매우 민감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국가라는 이유가 크다. 아직 종전 선언이 되지 않은 채 60년째 휴전 상황을 겪고 있는 분단국의 입장에서 우리는 평화와 화합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소 느끼고 있지 않은가.

세계SF대회에서는 포럼, 강연, 토의 그리고 놀이 문화, 경쟁적인 수상 경연이 이뤄진다. 이성과 감성이 아우러진 SF 글로벌 문화 축제에서 한국은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광경들이 정말 많을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가 수출되어 다른 나라 SF 컨벤션에서도 차용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춤이 빌보드를 정복한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내가 다녀온 세 곳의 SF 축제에 관한 후일담을 남기려고 한다.


월드콘75.jpg

세계SF대회(World Science Fiction Convention: Worldcon): 1939년 첫 행사 시작. 70여 년째 매해 개최

세계SF대회(Worldcon75)가 2017년 8월 16일부터 일주일간 헬싱키 핀란드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처음 참가했다. 2016년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국제교류 부문에 지원해서 지원금을 타서 참석한 첫 대회였다. 주최 측 합산으로 전 세계 120개국에서 7,000명이 참여한 최대의 축제였다고 한다. 하루에 포럼 등이 100여 개씩 열렸고, 전시 부스와 홍보 부스, 영업 부스 등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했다.

∙ 장점: 전 세계에서 온 대규모의 유람단(?)을 만날 수 있었다. 출판계 전문가, 영화계 전문가, 작가 등 장르와 관련한 전문가들이 모두 모인 자리라서 네트워킹으로는 최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각 나라의 대표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 아쉬운 점: 규모가 큰 만큼 정감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좀 정신이 없을 수 있다.

과환대회.jpg

제4회 중국과환대회(中國科幻大會, 4th Chinese International Science Fiction Conference)

중국 성도에서 열리며 중국 SF계의 최고 영예 중 하나인 성운상 시상식도 함께하는 행사인데 2년에 한 번씩 국제 행사를 연다. 주로 외빈을 초대해서 포럼을 꾸민다.

∙ 장점: SF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처럼 SF에 대한 배려가 크고 자부심이 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중국 최대 SF 출판사인 과환세계의 본진인데 과환잡지는 이미 1979년에 발행을 시작하여 월간 발행 부수가 30만 부가 넘는다). 행사에서는 방송국 사회자들이 나서서 사회를 보고 지역 정치인이 다 모이는 등 SF가 중심이 된 문화 경험이 가능하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행사에서는 북투필름이 진행되는데 과학소설만을 모아 중국 최대 영화사인 완다와 신흥 영화투자자인 텐센트 등 앞에서 피칭할 기회가 주어진다.

∙ 관광지로서의 매력: 삼국지의 촉나라에 해당 되는 성도의 유서 깊은 유적지들과 판다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인구수로는 사천성(泗川省) 인구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와 비슷하지만, 관광지로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보다 대도시의 느낌이 적고 중국 전통과 남부 지방의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밤늦게까지 상점이 열려 있고 사람들이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닌다.

∙ 단점: 베이징보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낮다. 수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베이징보다는 인구가 적지만 앞으로 컨벤션 콘텐츠를 강화하면 사람 모으는 데는 걱정 없을 듯하다(사람은 원래 너무 많은 곳이니까).

과환세계에서는 아시아SF협회를 꾸리는데 매우 적극적이어서 다음 달(2018년 6월)에는 아시아SF협회와 관련된 아시아상, 아시아콘, 학술교류 등에 관한 토의를 이어가기 위해 직접 초대해 주었다.

APSFcon.jpg

북경 아태과환대회(APSFCon): Asia Pacific Science Fiction Convention 또는 Another Planet SF Con이라고도 불린다.

∙ 장점: 스타트업 컴퍼니인 FAA가 주최하며, 신흥 회사인 만큼 투자에도 적극적이어서 외빈을 거의 100여 명이나 초대했다. 다음에도 그러리라고 생각한다(이번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획서를 내어 11명의 경비를 지원할 수 있었고, 그중 많은 이들이 강연 사례금도 따로 받을 수 있었다). FAA 잡지는 휴고상 본심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에 여기에 글을 실으면 휴고상 본심도 노려볼 수 있다. 베이징에서 열리니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참여하므로 행사 자체에도 다양한 변주가 있다.

∙ 아쉬운 점: SF에 관심이 적은 일반인 참가도 많다. 행사의 전문성은 차차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베이징 APSFCon에서는, 지난 6개월간 내가 여러 나라 SF 전문인들에게 연락하여 참여를 이끌어 낸 결과로 아시아SF협회를 선언하며 MOU를 체결했다. 후에 이 설립 과정에 대해서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APSFcon에는 한국의 박상준, 배명훈, 김보영, 김주영, 임태운, 이남진, 윤여경 등이 참여했다. 양선미 가수의 AI 뮤직 퍼포먼스(인공지능이 작곡한 노래와 인간 가수 협연)와 미래학자인 정지훈 교수의 SF가 현실이 되는 사례 강연, 한국SF협회,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웹진 거울 등을 소개하는 한국 SF 소개 세션을 진행했다. 중국 독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는데 역시 한국 SF 소개는 우리가 아닌 상대가 흥미를 지닌 부분들을 짚어 줘야 한다는 글로벌한 경험을 모두 할 수 있었다.


차세대 SF는 지금 아시아를 향하고 있다. 휴고상을 받은 중국 소설 『삼체』에 이어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의 ‘머시너리즈 오브 엠파이어The Machineries of Empire’ 트릴로지 중 『구미호 계략Ninefox Gambit』과 『큰까마귀 책략Raven Stratagem』이 각각 작년과 올해 휴고상 후보에 올랐고 올해 8월 월드콘 때 수상작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들이 영미권 SF의 소재 고갈에 대해 말하며, SF의 경계가 이미 판타지 문학의 일부까지 확장된 현재, SF는 서양의 현실주의에서 동양의 정신철학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SF협회와 웹진 거울,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등은 SF 작품 활동 후원, 컨벤션 강연 주최 등 오피니언 리더로서 SF계를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결실을 만들어 내려면 무엇보다 작가들, 기관 멤버들과 팬들, 일반 독자들의 자발적 참여도를 높여야 할 것은 분명하다.

댓글 0
분류 제목 날짜
기획 김진재 SF 어워드: 빅 픽쳐의 시작 2018.08.16
대담 콕! 필진 릴레이 인터뷰(5) - 이서영 작가1 2018.08.15
기획 낭독극 후기 3. 양원영 작가님의 [아빠의 우주여행]과 [인생]1 2018.07.15
기획 낭독극 후기 2. 김보영 작가님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2018.07.15
기획 낭독극 후기 1. 전삼혜 작가님의 [소년소녀진화론] 2018.07.15
기획 아태과환대회(APSFcon) 후기 (2)1 2018.07.01
거울 지난 거울 중단편선 소개 2탄1 2018.06.15
기획 SF 축제: 올드 앤 뉴 2018.06.15
거울 거울이 걸어온 발자취: 15년간의 기록 2018.06.15
거울 거울 창간 15주년 기념 축전 2018.06.15
기획 한중 SF 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 : 담당자와의 만남 2018.06.15
기획 아태과환대회(APSFcon) 후기 (1) 2018.06.15
한중SF문화교류 [중국 초청 작가 및 SF단편 소개 ⑭] 엄정진 「U, Robot」 2018.05.06
한중SF문화교류 [중국 초청 작가 및 SF단편 소개 ⑬] 김창규 「뇌수」 2018.04.22
한중SF문화교류 [중국 초청 작가 및 SF단편 소개 ⑫] 김지현 「로드킬」 2018.04.08
한중SF문화교류 [중국 초청 작가 및 SF단편 소개 ⑪] 박성환 「레디메이드 보살」 2018.03.15
한중SF문화교류 [중국 초청 작가 및 SF단편 소개 ⑩] 김두흠 「사이보그가 되세요」 2018.03.15
대담 신규 필진 인터뷰-윤여경 작가님 2018.03.01
한중SF문화교류 [중국SF리뷰] 세계를 보는 또 다른 시선 : 대륙에서 온 여섯 통의 편지 2018.01.15
한중SF문화교류 [중국 초청 작가 및 SF단편 소개 ⑨] 전혜진 「옴팔로스」 2018.01.15
Prev 1 2 3 4 5 6 7 8 9 10 ... 22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