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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작가님의 "총체와 아름다움을 능숙하게 다루시는 아밀 님께 전달하겠습니다. 그런 아밀 님이 사랑하는 문학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라는 바톤을 Amil님께 전달했습니다. 간략하고 앙상한 질문이지만, 답 뒤에 숨은 풍요로운 Amil님의 세계를 엿보는 인터뷰였습니다.
 

1. 처음 보는 독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밀

환상소설을 비롯해 분류하기 어려운 글들을 씁니다. 영미문학을 번역합니다. 번역가로서는 실명(김지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동창작 프로젝트 ILN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 처음으로 작가가 된 것은 언제인가요? 첫 작품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아밀

처음 책으로 출간된 작품은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라는 단편소설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받아서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쓴 글이었는데요, 만화가를 꿈꾸며 동아리를 결성한 아이들이 하나하나 꿈을 접고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십 대 시절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만화 동아리를 한 적이 있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썼어요. 창작의 꿈을 쭉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은데, 이 글이 상을 받고 책으로 나오게 되니 응원을 받은 것 같더라고요. 글을 쭉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들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이렇게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의 주인공처럼 십 대 시절을 되돌아보는 인터뷰를 하게 되니 재미있네요.

 

3. 작가가 되기 전과 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중에서도 가장 달라진 걸 꼽는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아밀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써왔고 스스로를 '지망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십 대 이후로는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라는 것이 그저 저를 이루는 상태의 일부인 것 같네요.

 

4.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확실하게 마음먹은 계기가 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밀

어렸을 때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어떤 수단으로든 간에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 글쓰기를 선택한 것은 순전한 자의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이나 미술은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글쓰기는 그나마 덜 들고, 독학하기가 쉬우니 부모님을 설득해 학원을 다닐 필요도 없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행로가 굳어진 듯해요.

 

5. 창작할 때 어떤 것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아밀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가 하는 것이요. 내 욕망이 분명해야, 그걸 정직하게 파고들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의외로 자기 자신의 욕망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요.

 

6. 작가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를 꼽으시겠어요? 그분의 어떤 점을 닮고 싶은가요?

아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시대를 풍미했으면서도 시대와 함께 꺼지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작품을 안정적으로 써내고 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독자층(그러니까 한국 독자들)에 대한 팬서비스도 잊지 않는데요. 그 성실함과 안정감과 사업 감각을 닮고 싶습니다.

 

7. 작가로서 꼭 지키려고 하는 습관과 피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아밀

제게 글을 잘 쓰는 습관은 좋은 생활 습관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아침을 꼭 식탁에서 먹고, 운동을 하고, 작업할 때는 60분 쓰고 15분 쉬는 싸이클로 일합니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작업하다가 60분이 땡 하고 끝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든 스트레칭을 하든 몸을 움직여요. 그래야 집중이 잘 되고 건강에도 좋거든요. 글이 잘 안 써질 때도 어떻게든 쓰려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하지만, 글이 잘 써질 때도 쉬어야 할 때는 쉬어줘야 해요. 저도 이 규칙을 늘 잘 지키지는 못하지만, 지키려고 노력은 해요.
피하려고 하는 습관은 딴짓하는 것. 이것도 피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늘 잘 피해지지는 않습니다.

 

8. 큰 영향을 받은 책이 있나요? 인생의 책이라고 할 만한 책 외에도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아밀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기독교 성경일 거예요. 그리고 어렸을 때 신경숙 작가를 무척 좋아했고 특히 『바이올렛』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전자가 제 세계관의 근간이라면 후자는 제 문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세계 명작 소설'들을 다루는 독서 에세이집을 쓰고 있어서 관계된 책들만 읽고 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의 모험』에 수록된 「귀족 독신남」을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홈스가 실종된 신부의 행방을 찾는 내용인데요, "신부들이 혼례를 치르기 전에 자취를 감추는 일은 종종 있지. 신혼 여행을 갔다가 사라지는 일도 이따금씩 있고 말이야. 하지만 신부가 결혼식을 하자마자 이렇게 빨리 없어진 일은 처음인 것 같군."이라는 매력적인 대사가 나와요.

 

9. 본인의 작품 중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과 남들이 좋아한(반응이 좋거나 많았던)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아밀

온우주 출판사에서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에 엮여 나온 「로드킬」이라는 단편이 좋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이분법적 성별이 무의미해진 미래,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소수의 여성들을 소수인종으로 지정하고 격리 보호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인데요. 보호소에서 격리되어 자라는 소녀들이 탈출을 도모하는 이야기입니다. 거울에서 진행한 한중 SF 문화교류 프로젝트에 초청된 덕분에 중국 독자들에게서 인기를 모았고요. 페미숲 갈다라는 페미니즘 SF 독서 모임에서 이 단편을 채택해주셔서, 그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감상과 평가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게 「로드킬」은 각별한 의미이지만,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으라면 독립출판사 울리포프레스에 게재했던 「공희」라는 단편을 꼽고 싶어요. 옛날 동양의 한 어촌에서 인신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와 그녀를 구출하는 무사의 이야기인데 신화적인 형식으로 썼고, 신화에 잠재된 어떤 비틀린 원형성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앞으로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의 기틀이 되는 작품이에요.

 

10. 번역가로서도 연륜을 쌓고 계십니다. 창작에 임할 때와 번역에 임할 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아밀

아무래도 창작이 번역보다 책임져야 할 게 더 많아서 더 많이 긴장하게 됩니다. 번역은 창작보다 돈을 더 많이 주기 때문에 더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창작이 번역보다 더 외롭습니다. 하지만 더 재미있어요.

 

11. 가장 장기적인 공동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시작하길 잘했어! 싶을 때는 언제인가요?

아밀

사실 소설 쓰기라는 건 작가가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세계를 구현하는 것일 텐데요. 공동창작 프로젝트 ILN은 작가들이 서로의 캐릭터나 배경을 공유하면서 그걸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실험이거든요. 하면 할수록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굉장히 모순적인 시도다, 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그러면서 어떻게든 말이 되게 하려다 보면 또 어찌어찌 진행이 되어가긴 하거든요. 그러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참 많아요. 나 혼자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고정관념을 깨닫기도 하고, 상대방의 아주 내밀한 글쓰기 방식을 엿보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내 세계를 넓히게 되기도 하고... 정말 귀한 경험이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건 너무 개인적인 경험들이라서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진행한 문학주간 2018 행사에 거울이 참여하면서 김수륜 작가님이 프로젝트 ILN을 낭독하고 관련한 대담을 진행해주셨는데요. 오랫동안 저희 프로젝트를 지켜봐주신 독자분, 저희 프로젝트를 처음 알고 큰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분 등 두루두루 만날 수 있었고,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12. 가까운 시일 내에 성취하고 싶은 목표 또는 알리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밀

8번 질문에서 말씀드린 독서 에세이집을 이번 달 내로 탈고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과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출간 일정은 아직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많은 분들이 즐거워해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13. 누군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밀

어렵고 외로운 싸움이지만 그 싸움을 거쳐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을 읽게 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4. 거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밀

새로운 것들에 늘 열려 있는 곳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15. 이 작가가 궁금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바톤을 받을 작가분을 지명해 주세요. 왜 알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도 살짝 덧붙여서요.

아밀

정도경 작가님이요. 창작 및 번역 활동과 사회적 활동까지 정력적으로 병행하시는 에너지가 늘 존경스러워서 그 비결을 알고 싶고, 요즘 어떤 작업을 진행중이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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