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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녀시대에게

2009.09.09 01:0709.09

비가 내린다. 겨울비가 지겹게도 내린다. 축축한 하늘, 축축한 거리, 그리고 축축한 사무실. 시계의 시침은 벌써 밤 9시를 향해가고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런던 탑은 빗속에 가려 흐릿하게 보인다.

모두가 퇴근하고 텅 빈 사무실은 정적으로 가득하다. 사무실 한 쪽의 내 책상 위에는 편지지가 올려져 있고, 나는 텅 빈 편지지를 보고있자니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몰라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펜을 들었다 내리기를 여러 번, 한참을 망설이다 펜을 다시 든다.

소녀시대에게

윤아, 유리, 제시카, 효연, 태연, 써니, 티파니, 수영, 서현 귀염둥이 소녀들 안녕.
처음 보내는 편지인데 반말이라 미안해. 아무래도 내가 중학생 시절, 태어난 너희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더 어색해서 말이야. 이해해 줄 수 있지?

나는 너희들이 데뷔할 때부터 팬이었단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소녀시대의 팬이라고 하면 징그럽다는 소릴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너희들이 너무 좋다. 10대의 소년들처럼 적극적이지 못하지만 너희들의 앨범이 나오면 제일 먼저 음반점으로 달려가고, 너희가 나오는 방송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단다.

나는 너희를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하단다. 그런 너희들이 너무나 좋기는 하지만 내가 정말로 너희들에게 편지라는 것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어. 하지만 너희 주변에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서 펜을 든다. 이 모든 일은 내 사소한 장난기에서 시작된 일이었어

두서없이 쓰다 보니 내 소개도 하지 않았네. 내 이름은 김병태라고 해. 서른다섯의 삼촌 팬이야. 여기는 우중충한 날씨로 유명한 런던이고 이 곳은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어. 내가 정확이 있는 곳은 런던에서도 ‘씨티’라는 곳이야. 씨티는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이고, 세계의 금융 엘리트들의 전쟁터란다. 나는 이곳에서 헤지펀드[1] 매니저로 일하고 있단다.

이 모든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설명하려면, 3년전 한국의 금융회사 전산실 직원이었던 내가 어떻게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었는지부터 얘기해야 될 것 같구나.

나는 원래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래서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했단다. 하지만 졸업시즌이 되니, 직장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돈이 되더구나. 그 당시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안정되면서 돈을 많이 받는 곳은 금융회사의 전산직이었어. 보통 IT업계의 프로그래머의 연봉은 매우 짰지만, 금융회사의 프로그래머들은 일반직원과 같은 연봉을 받았거든.

하지만 금융회사의 전산직 직원은 몸보다 정신적으로 고달픈 곳이더라고. 보통 IT회사의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만 잘하면 됐지만, 이쪽은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많은 금융지식이 필요했지. 회계나 주식, 채권은 기본이고 ELS니, MBS니 CLN, CDO[2] 이니 이름도 알송달송한 상품들이 쏟아져나오면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어. 이런 것들을 전산에서 처리를 하려면 최소한 회계처리나 가격산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 그래서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나올 때 마다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었단다.

다행히 우리 부장은 깨어있는 사람이라, 부서원들이 헤메는 꼴을 못보겠던지, 회사의 투자부서에 부탁해서 금융관련 세미나 기회가 있으면 우리 전산실 직원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줬어. 부장의 배려였지.

하지만 부장의 배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어. 이런 세미나들은 고급 호텔에서 열리기 마련이고, 보통 점심이 제공되기 마련인데, 직원들은 금융에 대한 지식보다는 ‘호텔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메뉴가 무엇이냐에 따라 세미나 참석여부가 결정되었단다.

그러던 중, 나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주최하는 대규모 헤지펀드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되었지. 컨퍼런스에서 제공되는 웨스턴조선호텔의 일식도시락도 정말 훌륭했지만, 나에겐 그 세미나에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었단다.

보통 금융 세미나를 주최하는 회사는 흥행에 매우 공을 들이는 편이야. 왜냐하면 세미나에 주로 참석하는 사람들은 금융기관의 투자 담당자들이고, 그들의 큰 고객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가끔은 흥행을 위해서 고급선물을 주기도 해.

그런데 내가 참석하기로 한 컨퍼런스에서는 흥행을 위해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더라고. 누구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업계최초로 세미나 중간에 너희들, 소녀시대의 공연[3] 을 준비했고, 그것 때문에 우리부서 직원들은 서로 가겠다고 아우성이었지. 그리고 치열한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그 티켓은 내 차지가 되었단다. 솔직히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나 취업에 성공했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뻤어.

정말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단다. 너희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두근거리던지. 그렇지만 막상 당일 아침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컨퍼런스에 늦고 말았어. 고작 30분 늦었을 뿐인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더구나. 보통 때라면 점심시간 전에는 자리가 널널했을텐데 말이야. 아무리 둘러봐도 제일 앞 테이블에 두 자리 밖에 없었지. 순간 학창시절부터 지금의 회사생활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앞자리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랐어. 나는 재빨리 그 자리에 앉은 후, 속으로 생각했지. ‘오늘은 여기가 제일 상석인데.. 바보들” 하지만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고 그것은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어. 모든 자리가 꽉 차있고, 한자리만 남았다면, 그 자리는 홀에 서있는 한 사람의 자리인 게 너무나 뻔한거였지.

강단에서는 거구의 백인이 ‘헤지펀드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고, 나는 그 거구의 백인 과 함께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자리 앞의 브로셔를 보니 그는 영국소재의 대형 헤지펀드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투자담당 임원)였어. 그냥 외국인이라도 불편할 판에 높은 사람이기 까지 하다니 맘 편하게 밥먹기는 글러먹은 것이었지.

거구의 백인은 한국말로 “괌솨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자리에 앉았고, 옆자리의 나를 보며 악수를 청했어. “Nice to meet you”라는 기초적인 영어회화로 말이야. 나 역시 멋적게 명함을 내밀었어.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사실 완전히 안절부절이었어. 대학시절 어학연수랍시고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있긴 했지만, 영어회화 실력은 간신히 의사소통만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그와의 대화가 완전 부담스러웠던 거지.

그 거구의 백인은 자신을 데이빗이라 소개했고 세계최대의 헤지펀드 그룹인 MAN Investment그룹 산하에 있는 AHL이란 헤지펀드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투자담당 임원)라고 했어. 외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지, 그는 나에게 어디서 근무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것저것 끊임 없이 물어 보는데, 사실 난 조금 당황스럽더라고. 어쨌거나 나는 금융회사의 전산실에 일한다고 했고, 데이빗은 자신도 프로그래머 출신이라며 반가워했어.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어.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데이빗은 날보며 뜬근없이 “이 컨퍼런스엔 왜 왔지요?”라고 묻는거야. 긴장하고 있는데 영어로 날라오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머릿 속이 텅비어 버리고 말았어. 그냥 평소에 헤지펀드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나도 모르게 “소녀시대 보러 왔는데요”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어. 데이빗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녀시대가 뭐죠?”라고 물었고, 나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 나는 하는 수 없이 테이블 앞 브로셔의 일정표에서 너희들의 공연일정을 손으로 가르켰어. 거기엔 너희들의 사진과 간단한 소개가 적혀있었지. 데이빗은 박장대소를 하며 웃어댔어. 그의 커다란 웃음소리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고, 데이빗은 사람들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어. “킴의 유머감각은 정말 최고에요” 분명 한국사람이었다면 내 말이 진담인 줄 알았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내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로 대했어.

그리고 곧 사람들에게 점심식사가 제공되기 시작했고, 무대엔 너희들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어. 데이빗은 ‘와우’라는 한마디를 외치며 환호했고, 홀을 꽉 채운 아저씨들의 알수없는 흐뭇함이 온 홀을 뒤덮었어. 정말 최고였어. 그렇게 컨퍼런스는 끝났어.

그리고 몇 개월이 흘렀어. 나는 출근을 하자마자 평소 습관대로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열었어. 그런데 거기에 낯익은 외국인이 이름이 있는거야. 그건 데이빗이 보낸 이메일이었어. 데이빗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독립해서 새로운 헤지펀드를 만들거라며, 나랑 같이 일해보자고 했어. 그는 전산과 금융을 동시에 다룰 줄 아는 사람을 물색하던 중인데, 내 생각이 났다는 거야. 일단 연봉 5만불(6,000만원) 밖에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같이 일하면 많은 것을 배울 기회도 될 것이고, 펀드 런칭만 잘되면 나에게도 헤지펀드 매니저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어.

5만불이면 이미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도 연봉이 많았고, 런던에서 근무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어. 게다가 헤지펀드에서 일한다니. 안 그래도 직장생활이 너무 지겨웠던 차에 아무 고민없이 런던으로 날아갔지. 사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데이빗이 나에게 연락한 건, 당시 헤지펀드 시장은 활황기여서 런던에서 사람을 구하자니 최소 20만불(2.4억원)은 줘야했고, 게다가 인간들이 콧대가 높아져서 신생펀드에는 안간다고 해서 고심하다 헤지펀드 세미나에서 소녀시대를 보러 왔다던 얼간이가 생각나 연락을 했다는 거야. 참 내.

어쨌거나 난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고, 데이빗이 마중을 나와 있었어. 나는 그때서야 데이빗의 실체를 알게되었어. 그는 나를 자신의 람보르기니에 태워 런던에서 가장 부자들이 산다는 동네의 자기 집으로 데려갔어. 그는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억만장자였지. 데이빗은 입이 떡벌어져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에게 말했지. “킴도 나처럼 될 수 있어. 세계 금융시장을 제패하는 나의 꿈에 동참한다면 말이야” 난 그의 말에 왠지 감동받았어. 지금까지의 구질구질한 세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을거 같았거든.  

그리고 무언가 멋진 모험이 펼쳐질 것 같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어. 나와 데이빗은 1년동안 런던 변두리의 사무실에서 일년내내 시스템 개발에 몰두해야만 했어. 그가 있었던 AHL은 CTA[4] 라는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였는데, 사람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세계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에너지, 금속, 농산물, 주가지수, 채권지수, 외환등 모든 선물을 거래하면서 수익을 내는 펀드였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를 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고, 나와 데이빗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전념할 수 밖에.

데이빗은 그의 명성에 걸맞는 금융시장의 최고 고수였어. 데이빗은 경제와 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투자논리를 프로그래밍 했고, 경제와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따른 상품별 가격움직임과 각 상품별 고유가격 변동, 변수와 상품들 간의 상관관계 등을 계량화해서 알고리즘 짠후 시스템에 이식했어.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가격이 일정하게 상승 또는 하락 트렌드를 잡아내게 되고, 그에 따라 투자를 하게 되는데, 매매패턴이 매우 과격해서 사람은 그 패턴을 따라가지 못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거래하게 되는거지.

우리는 마침내 투자시스템을 완성했어. 모든 자산에 대한 투자비율을 결정하는 메인시스템과 주식, 채권, 통화, 에너지, 금속, 이자율, 농산물, 크레딧, 이머징마켓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서브시스템으로 구성된 투자시스템을 완성했단다. 그리고 우리는 Test trading를 통해서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검증을 마쳤지.

시스템이 완성되는 날, 우리는 사무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자축했어. 데이빗이 나에게 말했어 “정말 오늘 기분이 최고인데. 킴이 없었으면 제대로 완성 못했을거야. 이 시스템은 킴이 만든 것이니 킴이 이름을 지어줘” 나는 우리들에게 의미가 있는 공통된 것을 이름으로 붙이고 싶었는데, 갑자기 너희들이 떠올랐어. “시스템의 이름은 Girls Generation으로 짓죠. 우리가 알게된 계기가 소녀시대였으니..” 데이빗은 또 한번 박장대소를 하며 그러자고 했어. 또한 펀드명도 시스템의 이름을 따르기로 했어. 그래서 Girls Generation fund가 출범하게 된거야.

데이빗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런던은 물론 뉴욕과 스위스 등을 발이 닳도록 드나들며 자금유치에 열을 올렸는데, 그건 헤지펀드 특성상 짧은 시간내에 많은 투자자금을 모아야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데이빗은 헤지펀드 시장에서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어. 그가 AHL에서 개발한 투자 시스템은 20년간 단 한번의 손실을 낸 적이 없었고, 20년간 연평균 20%의 수익을 내 온 지라 데이빗이란 이름 만으로 10억불(1.2조원)을 모으는데 성공했어. 하지만 그 정도 돈으로는 헤지펀드를 운용하기엔 다소 부족 돈이었단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펀드런칭을 위해 사무실을 런던 금융가인 씨티로 옮기고, 리서치 인력과 시스템을 유지 보수할 프로그래머들을 뽑았어. 그리고 본격적인 투자자금 모집을 위해 마케팅 전문가인 도널드도 영입했어. 도널드는 매우 수다스럽고 시끄러운 사람이었는데, 그가 흥분하면 진짜 디즈니의 도널드 덕 처럼 꽥꽥거렸지.

데이빗과 도널드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세계의 연기금, FOHFs사(Fund Of Hedge Funds, 헤지펀드 재간접 투자회사)[5] , 은행, 보험사 등의 기관투자자들을 만나고 다녔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보수적인데다가, 신생펀드는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까지 있어 자금을 유치하는게 쉽지 않았어.

몇 달이 지났지만 새로운 자금은 모이지 않았고, 도널드는 폭발하고 말았지. “안 그래도 신생펀드라 자금을 모으기 힘든데, 펀드이름 마저 괴상하니 일을 해먹을 수가 없잖아! 누가 펀드에 이 따위 이름을 붙여놓은거야?” 그는 나를 향해 한 화풀이였지만, 나는 그 순간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 나는 데이빗에게 “마케팅 할 때 펀드 이름 그대로 ‘소녀시대’를 활용하는 건 어때요. 마케팅 자료에 ‘소녀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라고 홍보하면 진짜 재밌을 거 같은데요. 그냥 컴퓨터가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너무 식상하잖아요?”  그러자 도널드는 얼굴을 굳히며 “그건 사기에요. 금융시장이 장난인 줄 알아요?” 하지만 난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았어. “그야 마케팅 자료에 컴퓨터가 운용한다는 것과 마케팅에서만 소녀시대의 캐릭터를 활용한다고 명시하면 되는거죠. 서브시스템을 소녀시대의 캐릭터로 의인화해서 홍보하면 끝내줄 거에요. 예를 들면 주식 섹터는 윤아, 채권 섹터는 유리, 통화 섹터는 제시카, 에너지 섹터는 효연, 메탈 섹터는 태연, 이자율 섹터는 써니, 농산물 섹터는 티파니, 크레딧 섹터는 수영, 이머징 섹터는 서현으로 의인화 하는거죠.”

하지만 데이빗도 회의적이었어. 그는 “분명 재밌는 아이디어 이긴 해. 나도 소녀시대를 봤지만 풋풋하잖아. 분명 사람들이 좋아하긴 할거야. 하지만 초상권과 저작권이 분명 문제가 될거 같아”

난 물러서지 않았어. “데이빗, 내가 초상권과 저작권을 해결하면 내 말대로 할거에요?”라고 하자 데이빗은 문제만 해결된다면 내 말을 따르겠다고 했어. 나는 데이빗에게 협상비용으로 10만불을 요청했는데, 기관투자자들 초청하는 컨퍼런스만 한 번만해도 깨지는 돈이라, 그도 수락했어.

나는 소녀시대의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서 새로나온 음반과 브로마이드 1만장을 주문했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한국 음반시장은 MP3 불법복제로 고사직전이었고, 음반이 몇만장이 팔려도 당장 흥행에 성공하는 구조잖아. 그 와중에 음반 1만장은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었지. 나는 소속사에 음반을 사는 조건으로 소녀시대의 사진과 동영상, 음성을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에서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했어. 소속사는 흔쾌히 허락했지. 소속사 입장에서는 음반의 대량구매는 흥행과 각종 음악차트에서 상위권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테고, 알지도 못하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에서 그저 펀드판매 홍보자료로 사용한다고 하니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거였겠지.

우리는 마케팅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세웠어. ‘소녀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라는 모토 하에 IM자료(투자설명서)를 재구성 했는데, 자료의 제일 겉면은 소녀시대의 깜찍한 이미지를 배치하고 CTA펀드의 개요나 운용스킴, 시스템을 설명하는 곳곳에도 너희들의 사진을 활용했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스템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시스템을 소녀시대로 의인화 시켰지.  윤아를 예로 들면 자료의 좌측 절반을 윤아의 사진으로 할애하고 좌측 상단엔 큰 글씨로 ‘YOONA – 주식담당’이라고 적고 우측상단에는 윤아의 프로필을 적어주는 식으로 말이지. 예를 들면 생년월일과 키, 좋아하는 음식 그런 것들 말이야. 그리고 우측 하단엔 시스템의 주식운용에 대한 시뮬레이션한 성과를 나타낸 그래프을 표기하는 식이었어. 물론 투자자들이 햇깔리지 않게 CTA펀드로 컴퓨터가 운용하며, 마케팅자료에 사용한 이미지들은 고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문구를 자료 제일 첫 장에 깨알 같은 빨간 글씨로 명시했음은 당연한거고.

그리하여 완성된 Girls Generation 펀드의 IM자료(투자설명서)는 뉴욕과 유럽의금융시장에 뿌려졌어. 물론 우리가 구입한 소녀시대의 음반과 브로마이드와 함께 말이야. 그런데 그게 말이야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폭발적이었어. 기관투자자들은 그저 깜찍하게만 보이는 소녀들이 운용한다는 말도 안되는 헤지펀드에 호기심을 보였고, 뉴욕과 유럽의 금융시장에는 곧 ‘소녀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런칭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어. 이러한 괴상한 마케팅 덕분에 한순간에 Girls Generation 펀드는 뉴욕과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헤지펀드가 되어버린거야.

우리와 거래하는 모건스탠리의 마크 펠트스타인은 이런 말을 하더구나.“당신들의 Girls Generation 펀드는 이미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헤지펀드가 됬어요. 만약 월스트리트에서 Girls Generation 펀드를 모른다고 한다면 시골 얼뜨기라며 업신여김 당할 겁니다.”라고 말이야. 그리고 하버드대학기금의 매니저인 케네스 로고프는 “우리에게 ‘Girls Generation 펀드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정말 재미있는 펀드네요. 삭막하기 그지없는 금융권에서 어떻게 이런 마케팅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실적확인만 된다면 투자해 볼 생각이 있어요”라고 했단다.

우리는 유명세 덕분에 수많은 기관투자자들과 만날 수 있었단다. 투자자들는 우리와의 미팅을 통해서 펀드가 컴퓨터시스템에 의해서 운용되는 CTA펀드이고, IM자료(투자설명서)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마케팅 자료에서 활용될 뿐이란 것을 확실히 인지했어. 하지만 뭐랄까, 투자자들은 왠지 우리펀드가 ‘예쁜소녀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고 싶지않아 했어.

뉴욕과 유럽시장의 투자자들은 데이빗이 AHL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투자담당 임원)출신인데다, CTA분야에서 제일 잘한다는 AHL이나 윈튼 등의 시스템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어.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기왕 같은 CTA펀드라면 Girls Generation 펀드에 투자하길 원했지. 이런 심리는 왠지 내가 게임을 즐기던 대학시절, 격투게임을 즐기지 않아도 왠지 DOA시리즈[6] 는 가지고 싶어하는 심리와 같은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 DOA는 당시 남성게이머의 로망이었고, 지금의 이 Girls Generation 펀드는 남성투자자의 로망이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투자의사를 밝힌 기관투자자들은 펀드검증을 위해 실사를 요청해왔어. 보통 펀드실사는 투자의 최종의사 결정 전에 행해지는 관행인데, 실사에서는 펀드매니저의 인적사항과 경력과 투자철학, 주요전략, 투자프로세스, 고객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성과보수 시스템, 펀드의 투명성,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대한 검증을 하게돼. 데이빗은 실사를 원하는 투자자들을 런던의 사무실로 초대하기로 했어.

그리고 나는 실사 전에 투자자를 위해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했어. 내가 만든 Girls Generation 시스템은 도스화면과 같은 텍스트 기반의 삭막하기 그지 없는 화면이었는데, 이것을 그래픽 기반 시스템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었어. 나는 너희들의 사진과 동영상, 음성 등을 모아 투자를 집행부터 성과를 보고하는 전 과정을 너희들이 직접하는 것처럼 꾸몄어. 물론 가장 예쁘고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말이야. 그리고 투자자들이 그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사무실에 대형 LCD TV 9대를 설치했지.

그것도 모자라 사무실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로 인테리어를 했어. 마치 우리 사무실은 헤지펀드 운용사의 사무실이라기 보단 꼭 연예기획사 사무실 같이 보였어. 나는 내친김에 데이빗에게 제안해서 회사이름도 David capital management사에서 So-si capital management사로 바꿔버렸단다.

많은 투자자들은 실사에서 우리의 시스템을 비롯한 검증항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검토했고, 그 결과 그들은 운용철학이나 성과보수, 운용시스템 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단다. 다만 신생회사라 아직까지 Track Record(투자성과)가 없다는 것은 난감해했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9개의 대형 모니터에서 나오는 너희들의 깜찍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더구나.

어쨌거나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펀드가 왠지 흐뭇하고, 믿음이 간다며 우리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우리 Girls Generation 펀드는 약 40억$(4.8조원)로 출범 할 수 있었어. 출범후 AHL이나 윈튼과 대등한 수익률을 내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단다. 그리고 2008년말 들이닥친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에서 Girls Generation 펀드는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

보통 CTA펀드는 속성상 시장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높은 수익률을 내게 되어있는데,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말과 같아서, 대부분의 CTA펀드는 여러시장에 분산투자함으로서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되어있어. 반면 Girls Generation 펀드는 정교한 자산배분시스템을 통해 오히려 변동성이 큰 자산에 집중투자하도록 설계가 되었고, 이는 일종의 레버리지[7] 효과를 일으키면서 수익률이 급등했어. 안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던 펀드였는데 수익률까지 급등하자 Girls Generation 펀드에 투자자들의 돈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단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씨티’에서 너희 소녀시대는 단순한 흐뭇함을 떠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단다. 소녀시대의 앨범과 브로마이드를 달라는 투자자들의 요청이 쇄도했고, 우리는 다시 너희 앨범 1만장과 브로마이드를 추가로 주문을 해야했어. 브로마이드는 투자자들이 사무실에 걸어놓아도 무리가 없도록 주가, 금리, 환율그래프를 같이 그려 넣어 투자자들에게 뿌렸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뉴욕과 런던 금융가에서 소녀시대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갔어. JP모건의 더그 카슨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구나. “요즘 월스트리트에서는 각종 금융시장에 대한 명칭이 바뀌고 있는데, 시장에서 사용하는 은어 수준을 뛰어넘어 빠르게 일반화 되고 있어요. 예를들자면 Stock market(주식시장)을 지칭할 때는 사람들은 그냥 약어로 ‘Yoona’라고 부르고 Currency market(통화시장)시장을 지칭할 땐 그냥 Jessica라고 부르죠. 이런 용어를 못 알아 듣는 사람은 월스트리트에서 촌놈이란 소리를 듣죠”

또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매니저 로버트 키이스는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Seohyun(서현, 이머징섹터를 지칭)이 날 미치게해요. 요즘 초강세라 완전 대박났다니깐요. 참 그거 알아요? 월스트리트에서 Girls Generation의 팬클럽 생긴거? 요즘 난리에요. 난 요즘 Girls Generation이 Bull Market(강세장)의 여신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해요. 그녀들은 명실상부하게 국제금융시장의 요정들이죠.

상황이 이쯤 되자 우리 Girls Generation 펀드에 대해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즈, 불름버그, 로이터, 유로머니와 같은 금융전문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들어왔지. 우리야 펀드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당연히 대환영이었지.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들의 운용철학과 투자시스템, 지금까지의 뛰어난 성과와 독특한 마케팅 정책에 대하여 설명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 신문에 기사가 나갈 때마다 펀드엔 돈이 더욱더 쏟아져 들어왔어.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즈에 ‘울드’란 기자가 있었어. 그는 ‘올해의 헤지펀드’란 특집기사를 쓰는데 Girls Generation 펀드을 운용하는 ‘소녀시대’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펀드의 운용은 컴퓨터를 통해서 하는 것이고 ‘소녀시대’는 마케팅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라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어. 그때 잘 달래서 돌려보냈어야 했는데, 내 빌어먹을 장난기가 발동했어.

“좋아요. 정말 소녀시대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거죠? 인터뷰가 쉽진 않겠지만 굳이 해야겠다면 한국에 가보세요. 그녀들은 한국에 있거든요.

나는 정말 녀석이 한국으로 갈 거란 생각은 못했어. 역시 기자들이란 사실 그 자체보다는 특종이란 논리였겠지. 한국에서 스포츠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는 내 친구와 ‘울드’에게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면 울드는 한국에서 너희들과 인터뷰하려고 계속 접촉을 시도했었대. 그런데 마침 ‘소원을 말해봐’를 타이틀로 하는 미니앨범이 나오면서 쇼케이스를 겸한 기자회견이 있었고, 울드는 그 기자회견에 참석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구나.

회견장에선 수많은 질문들이 쉴새없이 쏟아졌다고 하더구나. 너희들도 기억하겠지만 말이야. 기자들은 너희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지.

“새 미니앨범 과 타이틀 곡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이런 질문이 통상 말하는 상식적인 질문이라 할 수 있고, 답변하는 너희들도 미리 생각해둔 답변을 할 수 있었겠지.

“총 여섯곡이 수록된 되었구요. 여름에 나온 앨범인지라 밝은 곡들이 들어있어요. 타이틀 곡인 소원을 말해봐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우면서 시원한 느낌의 곡이에요”
“한층 성숙된 소녀시대를 만날 수 있는 앰범이죠 타이틀곡은 처음 듣고나면 신기하고 특이하고 생각나게 하는 노래에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질문과 답변은 계속 오갔어.

“소원을 말해봐에서 주목해야할 안무 부분이 있나요”
“전체적으로 선을 예쁘게 보여줄 수 있는 안무에요”
“후렴부분에 나오는 안무는 거의 전부 다리에 포인트가 많아요”
“현란한 다리움직임이죠”

“음반 발매전 공개한 마린룩 사진이 화제인데요, 성숙으로 변신등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변신이나 섹시 이런 단어 보다는 데뷔때도 말씀 드렸던 것 처럼 성장해 가는 모습을 점차 보여 드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심플하고 큐트한 무대에서 성장하고 세련된 소녀시대가 되겠다는 의미죠”

그 외에도 기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남자 연예인중 이상형은 누구냐?’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느냐?’ ‘각 멤버들과 활동을 쉴 땐 주로 무엇을 하느냐’는 등등의 상식적인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기지회견장은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마침내 파이낸셜 타임즈의 존 울드 기자가 질문 기회를 잡았지. 친구의 말로는 기자회견장의 유일한 백인 기자여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운데 그의 질문이 시작되었지.

“파이낸셜타임즈의 존 울드 기자입니다. 먼저 최근 한국정부는 작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원화약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정책에 대한 소녀시대의 의견을 알고 싶습니다.

울드녀석의 질문으로 기자회견장은 순간 싸해졌고, 분위기는 얼어붙었어. 친구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너희들은 또 얼마나 황당했겠니.

어쨌거나 멤버들끼리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수근거렸고, 몇몇 관계자가 단상 위를 오갔어. 마침내 제시카가 꽤 심각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어. “원화 약세라는 것은 우리나라 돈 가치가 낮아진다는 뜻이죠?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높아지면 수출이 어렵다고 신문에서 봤어요. 우리나라는 수출이 되야 잘살 수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그렇게 하는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너희들은 모두 함께 우리경제 파이팅” 외쳤고, 기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하더구나.

울드 녀석은 지금이 세계적 경기침체가 바닥에 있는지 여부, 회복세 있다면 회복강도가 어떠할 것인지, 이머징 마켓의 경제성장은 견고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추가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에게 질문의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어. 아니 아무도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가 않았던거지.

어쨌거나 울드는 서울발로 소녀시대, 원화약세 지지라는 기사제목으로 타전했고, 다음날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원화 약세를 지지했다는 뉴스로 인하여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한국의 주식시장으로 몰려갔지.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미친듯이 팔아댔고, 한국 주식시장은 대폭락 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회수한 돈을 다시 달러로 바꿔 회수해 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해 (원화약세) 버렸지. 제시카의 말이 예언처럼 시장에서 실행되어 버린거지.

그 사건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소녀시대의 명성은 한층더 높아졌고, 변동성으로 먹고 사는 우리 Girls Generation 펀드의 수익률은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어. Girls Generation 펀드의 운용자산규모는 2008년말에 거의 50조원에 육박하게 되었단다.

그 후, 너희들의 공연이나 기자회견장에 세계 유수의 금융지 기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너희가 한 발언들은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단다. 아마 기억할 거야. CNN머니에서 ‘국제금융시장의 요정들’이란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질문에서 티파니의 이렇게 답변했어. 나도 그 방송을 봤는데 티파니는 “저도 미국 친구들이 많아요. 많은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집값이 내려가면서 늘어난 대출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말 가슴이 아파요. 정부에서 힘을 써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어서 기자의 “미국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면?”이란 질문에 “집값은 꼭 회복 될 거에요.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답했었지.

이 인터뷰는 미국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단다. 당시 미국정부가 금융위기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달러를 엄청나게 풀어놓은 상태였는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출구전략 (경기회복에 따라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유동성을 회수)[8]을 실행하려던 차였어. 그런데 티파니의 발언은 오히려 정부는 경기부양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 들여졌어. 게다가 미국 부동산시장 오를 것이란 발언은 미국에서 부동산가격이 실업률과 소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미국경제의 70%, 세계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가 회복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미국, 유럽은 물론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가 무려 20~35%까지 폭등을 했단다.

그 이후 너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전망으로 받아들여 지면서 금융시장을 흔들어댔고, 그에 따라 Girls Generation 펀드는 연 1,32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면 2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로 거듭났단다.

그에 따라 나도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투자담당 임원)가 되었고, 헤지펀드 시장에서 꽤나 명성을 얻게됬고, 매년 수백억원의 보너스를 받게 되었단다. 이게 다 너희들 덕분이란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너희들에게 왜 많은 외국인 기자들이 찾아와 뜬금없는 질문을 할까?라는 너희들의 궁금증에 어느 정도 대답이 되었을 것 같구나. 하지만 내가 편지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란다. 연말에 각국의 언론에서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데, 내 정보통에 따르면 미국 시사전문지 타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올해의 인물로, 파이낸셜 타임즈는 세계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너희들을 선정한다는 구나. 지금이 12월초니까, 몇 주 있으면 발표가 나겠지. 이것은 너희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계 인사가 되는 것을 뜻한단다. 국제금융시장의 여왕등극이랄까? 하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구나. 왠지 나의 사소한 장난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괜한 고생을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앞으론 경제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거야.

어쨌거나 나는 너희들을 계기로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었고, 펀드가 성공했고,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투자담당 임원)로도 승진도 했고, 갑부라고 할 정도의 재산도 모았단다. 그리고 또하나 난 꿈을 가지게 되었단다. 데이빗이 처음에 나에게 했던 말처럼, 나에게도 세계금융시장을 제패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거든. 그리고 난 조만간 독립할 생각이란다. 너희들의 응원이 있다면 정말 더 힘이 날 것 같아.

마지막으로 너희들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고맙다.

2010년 12월 3일. 소녀시대의 영원한 삼촌 팬. 김병태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쓰느라 진이 다 빠진다. 이 편지는 아마 수백만통의 팬레터 중의 하나로 분류되어 그녀들에게 전달되겠지. 하지만 그녀들이 반드시 이 편지를 꼭 봐야하기에 BESCHLE에 주문한 초콜릿 1톤과 함께 이 편지를 부칠 생각이다.

런던의 밤은 짙은 밤 안개로 가려진 채, 깊고 깊은 밤을 향해간다. 내가 런던에 오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 이 시간이면 퇴근시간만을 기대리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겠지. 참 한국은 지금 몇시지? 3시쯤 되려나.

나는 전화기를 든다. 그리고 한국으로 전화를 건다.

“저. f(x)[9] 의 소속사죠? 이번에 나온 음반 1만장을 주문하고 싶은데요”

*소설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인물, 지명, 회사명 등이 소설에 일부 사용되 었으나, 이는 현실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용어설명
[1]헤지펀드는 위험을 회피하여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률을 추구함. 이들은 운용방법에 대한 제한이 없는 것과, 상대적으로 높은 운용 수수료 수취가 특징임. 특히 운용수수료는 기본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뉘며 기본보수는 펀드를 운용하는 제반비용으로 사용되며 실제로 펀드매니저의 보수는 성과보수로 충당됨.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성과보수를 High Water Mark 체계로 운용하는데, 이는 과거보다 성과가 좋아야 성과보수를 받아갈 수 있으며, 이에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거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야함. 헤지펀드는 펀드운용에 대한 제한은 없으나 펀드마다 주전략이 존재 하는데, 대표적으로 에쿼티 롱숏, 글로벌매크로, 이벤트 드리븐, 크레딧 아비트리지, CTA 등등의 전략이 있음.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은 안좋은데, 이는 종종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핫머니로 규정되는가 하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금융시장의 하이에나쯤으로 여겨졌고 실제 롱텀캐피탈(LTCM)의 붕괴, 1992년 조지소로스의 영국 파운드와 공격에 따른 파운드화의 폭락과 영국 중앙은행의 굴복, 아시아 통화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사건들에 헤지펀드가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투기꾼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SK그룹도 2003년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소버린펀드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은 바 있다.(일부분을 이데일리 기사 ‘헤지펀드가 온다’에서 인용)
[2] ELS : Equity Linked Securities / MBS : Mortgage Backed Securities / CLN : Credit Linked Note / CDO :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
[3]실제로 대신증권이 2007.11월 업계최초로 리서치포럼 중간에 소녀시대가 공연을 했으며, 본소설에서는 동아이디어를 차용.
[4]CTA : Commodity Trading Advisor 약자, 요즘은 Managed Future란 용어로도 사용됨.
[5]헤지펀드 투자는 펀드를 투자를 위한 검증 및 실사, 투자 이후 모니터링이 상당히 까다로움. FOHFs는 축적된 헤지펀드 투자노하우를 가지고 헤지펀드를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이며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 처음 투자하는 겨우 FOHFs를 투자함
[6]Dead Or Alive 시리즈는 스트리트파이터와 같은 격투게임의 일종이며, 미소녀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것이 특징임.
[7] 보통 헤지펀드와 PEF(사모펀드)들이 펀드의 수익률을 극대화 하기 위해 부채를 사용함. 예를 들면 사모펀드인 칼라일 캐피탈은 연 5.0%의 AAA(최고 신용등급) 모지기채권(,주택담보저당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연 4.5%의 은행 대출을 받음.(이는 칼리일의 네임밸류로 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해줌) 칼라일은 동 거래에서 0.5%의 차익을 먹는데, 수익이 너무 작아 레버리지는 32배(대출을 원금 32배 수준으로 일으킴) 사용해 수익률을 16%로 끌어올림. 부채를 사용하여 수익률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이 수반됨. 단 CTA펀드의 대부분은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동 내용에서는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사용함.
[8]경기 침체시에 정부가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는데, 막대한 유동성은 경기회복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는바, 정부는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들 경우, 인플레이션을 사전적으로 방어하고자 유동성 회수를 하게되는데, 이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함.
[9]2009년 9월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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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짜 09.09.09 01:55 댓글 수정 삭제
    맨 마지막 줄은... 나름 반전이군요.
    다음번 펀드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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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너기 09.09.09 08:25 댓글 수정 삭제
    오타신고
    '빛을 바라기' ---> '빛을 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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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희 09.09.09 12:06 댓글 수정 삭제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들에게 말도 안되는 미친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너무 딱딱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글의 성격이 무엇이냐 라고 물어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굳이 말하자면 금융판타지라고 말하고 싶네요. -_-; 그리고 오타는 ㅋㅋ 바로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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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요 09.09.09 21:41 댓글 수정 삭제
    '발수갈채' - '박수갈채'

    중간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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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희 09.09.10 09:23 댓글 수정 삭제
    ^^ 감사합니다. 제가 오타가 좀 많은 편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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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지 09.09.14 16:03 댓글 수정 삭제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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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9.24 20:07 댓글 수정 삭제
    와 대박이네요. 혹시나 이 글보고 현실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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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 09.10.01 09:52 댓글 수정 삭제
    잘읽었습니다 . 근데 용어가 좀 어렵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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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희 09.10.01 13:22 댓글 수정 삭제
    레이지/률/뫼비우스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어는 생각해서 만든게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용어라 생소하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각주로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는데요.^^ 만약 이러한 쪽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휴먼앤북스에서 나온 '투자전쟁'이란 책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헤지펀드 세계에 대해 아주 리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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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 이렇게 긴 편지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잘 읽었어요 저도 소녀시대 정말 좋아하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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