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irst At Last
죽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전신이 어둠에 설탕처럼 녹아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편안함과 동시에 두려움. 나는 모든 것을 두고 가는 것과 잃고 가는 것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나는 왜 여기에 왔는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왜 녹아가나?
나의 이런 고민은 그 두려움의 치열함 만큼 빨리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 전에 나는 신병교육대에서 기록 사격을 하고 있었다고. 기록 사격을 하던 도중 옆 사로의 조교가 동기를 부르는 걸 들은 순간, 웬 고함과 동시에 내 모든 게 어둠 속으로 빠져버렸다는 것을. 그것은 너무나 철저하게 예방되어서, 그전에 그런 결말 자체가 어이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깨달았어도 나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피어나지 않았다. 분노, 억울함, 슬픔, 허무함……. 어둠에 안긴 그 순간, 이승에서 간직했던 모든 것에 나는 집착을 가짐과 동시에 그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무 편안했기에, 나는 죽는다는 것을 아무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음과 동시에 내 모든 게 지워져간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아니, 둘 중 어느 게 먼저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그 어떤 소모도 부질없다는 것을, 아니, 그 이전에 살아있었을 때의 모든 소모가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어둠에 내 몸을 기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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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습니다. 컨셉 블랙이라는 가제를 단 장편의 프롤로그, 그 중에서도 일부입니다. 세 번 수정한 것인데 어떤지 감이 안 와서 한 번 올려봅니다.
죽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전신이 어둠에 설탕처럼 녹아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편안함과 동시에 두려움. 나는 모든 것을 두고 가는 것과 잃고 가는 것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나는 왜 여기에 왔는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왜 녹아가나?
나의 이런 고민은 그 두려움의 치열함 만큼 빨리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 전에 나는 신병교육대에서 기록 사격을 하고 있었다고. 기록 사격을 하던 도중 옆 사로의 조교가 동기를 부르는 걸 들은 순간, 웬 고함과 동시에 내 모든 게 어둠 속으로 빠져버렸다는 것을. 그것은 너무나 철저하게 예방되어서, 그전에 그런 결말 자체가 어이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깨달았어도 나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피어나지 않았다. 분노, 억울함, 슬픔, 허무함……. 어둠에 안긴 그 순간, 이승에서 간직했던 모든 것에 나는 집착을 가짐과 동시에 그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무 편안했기에, 나는 죽는다는 것을 아무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음과 동시에 내 모든 게 지워져간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아니, 둘 중 어느 게 먼저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그 어떤 소모도 부질없다는 것을, 아니, 그 이전에 살아있었을 때의 모든 소모가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어둠에 내 몸을 기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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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습니다. 컨셉 블랙이라는 가제를 단 장편의 프롤로그, 그 중에서도 일부입니다. 세 번 수정한 것인데 어떤지 감이 안 와서 한 번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