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1987 - 3

2010.11.22 00:0211.22

3

언제나 지하 아지트에 오면 궁금한 게 있다. 어떻게 여기에 전기가 들어오는 가, 하는 것이다. 설마 지상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건 아니겠지. 어딘가 자체 발전기가 있는 게 틀림없다. 아무도 묻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궁금해 하는 건 나뿐이다. 그리고 내가 묻는다 해도 나 같은 일개 병사에게 그런 걸 알려줄 리가 없겠지.
조사과정은 길고 지루하다. 한번 작전을 나가면 그간의 모든 행적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한다. 조사관이 쓸데없는 데 집착하는 성격이 있다면 조사과정은 실제 전투보다 더 지긋지긋한 과정이 된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조사가 그렇다. 이 자식은 내가 총알을 몇 발 쐈는지 까지 조사할 기세다.

“그러니까, 김민태 하사가 자발적으로 뛰어나갔다는 겁니까?”

이 자식은 도대체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적 헬기가 총을 난사하고 있는데 엄폐물에서 자발적으로 뛰쳐나갔다는 게 말입니다.”

조사과정에서 가장 짜증나는 순간, 그건 내가 머리 나쁜 조사관을 이해시켜야 하는 순간이다.

“겁에 질리면 가끔 그런 일이 생깁니다.”
“예?”
“경험이 많지 않은 병사들의 경우 겁에 질리면 무조건 달아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헬기가 기관총을 갈기는 곳으로 말이죠?”
“아마 핵폭탄이 떨어지는 곳으로라도 뛰어갈 겁니다.”

조사관이 타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핵폭탄 이야기는 빼줬으면 좋을 텐데.

“그러니까 정리하면 소좌님하고 김 하사는 엄폐물을 찾아 트럭 뒤에 숨었다. 그리고 그 트럭으로 무차별 난사가 이루어졌다. 그 와중에 김 하사는 도로로 뛰어나갔고 소좌님은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맞습니까?”
“우리 대장한테 물어보십시오.”
“권동일 상좌님 말씀입니까? 이미 물어봤습니다. 똑같이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뭐가 문제입니까?”

난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본부에서 지침이 내려와서요.”
“지침?”
“작전에 새로 투입된 병사들의 사망률이 기존에 투입된 병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나와서 골머리를 앓고 있거든요. 그래서 신참 병사들의 전사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하라는 지침입니다. 너무 차이가 나요. 사망률이 너무 높거든요.”
“그런데?”
“뭐, 그렇다는 거죠.”

조사관은 컵을 들고 물을 마신다. 본부에서는 고참 게릴라들을 의심하고 있다. 고참 게릴라들이 신참을 내팽겨 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살기 위해 방패로 쓰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 난 입을 굳게 다물고 조사관을 바라본다.

“상식적으로는 좀 이상한 게 사실이잖아요? 기관포를 피해 엄폐물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간다는 게?”
“실제 전투에서는 상식이라는 게,”
“안 통하죠? 그렇죠?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죠. 실제 전투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아, 미리 말씀드리는 데 저 실전 경험 없습니다. 다들 이 대목쯤에서 그걸 물어보셔서. 실전 경험 없는 애송이가 조사관으로 앉아있으니 답답하시겠죠. 어쩌겠습니까? 그게 소좌님의 운명인데.”

난 의심받고 있다. 민태를 트럭 밖으로 밀어내고 그 틈을 이용해서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는 의심. 신참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의심.

“꽤 전적이 좋으시더군요.”

조사관이 서류를 넘기며 말한다.

“1987년 개전 당시 인민해방전위 초급병사로 참전. 1993년까지 서울 해방구 제3지역에서 작전 수행. 1993년 광주 해방구로 차출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 1995년 인민무공훈장 수여. 1996년 광주 제8지역 군사 총괄 위원장에 선임. 훌륭합니다. 9년 만에 군사위원장에 선임되시고. 이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이, 이상하군요. 2000년 2계급 강등 후 서울 지역으로 재차출. 제7지역 권동일 상좌의 34작전조에 편입. 제7지역이면 서울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인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김민태 하사 사망하고 관련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냥 묻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말씀 안 해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조사관의 연필이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조사실 안에 울린다. 자꾸만 소리에 민감해진다. 그것도 작은 소리에. 이제 폭탄의 폭발음은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 같다. 정부군의 M60 소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다. 그런데 연필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는 폭포소리 같이 들린다. 본부 측 군의관이 알면 신경쇠약 판정을 내릴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얼간이들.

“상관을 쐈습니다. 물론 맞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냥 본인 입으로 듣고 싶었습니다.”  
“왜 쐈는지도 압니까?”
“대강. 상관이 정부 측 정보원을 즉결처형하려는 걸 막으려 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다. 조사관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미소를 띤다.

“소좌님이 하신 설명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정부군 스파이가 아니라는 거죠? 단순 난민을 사살하려했다는 건데,”
“아무 증거도 없었소.”
“하지만 아이의 주머니에서 GPS 좌표추적기하고 무전기가 나온 건 사실 아닙니까?”
“난민 아이들이 뭘 가지고 노는 지 아시오? 그 아이들은 정부군 시체 품속에서 수류탄을 꺼내서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당시 정황상으로 봤을 때, 상식적으로,”
“그러니까 전투지역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조사관이 나의 고함소리에 살며시 눈을 치켜뜬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그 사건을 조사하러 온 건 아니니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다시 조사관이 연필을 튕기기 시작한다. 저 빌어먹을 연필. 난 조사관의 눈에 쑤셔 박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른다. 갑자기 조사관이 말한다.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조사관이 자신의 담뱃갑을 내민다. Camel이라고 쓰인 글씨가 보인다. 내가 미동도 하지 않고 담뱃갑을 보고 있자 조사관이 말한다.

“정부군 보급라인에서 빼돌린 겁니다. 미제국주의 파시스트 새끼들, 다른 건 몰라도 헬리콥터하고 담배 하나는 기막히게 만드는 거 같아요.”
“내 걸 피겠소.”

난 품에서 담배를 꺼낸다. 혁명. 본부에서 일주일에 세 갑씩 지급하는 담배. 세 대쯤 연달아 피우면 목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담뱃잎보다 썩은 나뭇잎이 더 많이 섞여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물에 젖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한 담배의 색은 누렇게 변해있다. 구부러진 담배의 끝에 불을 붙이자 매캐한 연기가 올라온다.

“서연이는 어쩌다가 데리고 오신 겁니까?”
“서연이?”
“이름을 모르셨군요. 이번 작전 중에 함께 돌아온 여자아이 말입니다.”
“몰랐소. 묻지를 않았으니까. 그 애를 데려온 것도 문제가 되는 거요?”
“문제랄 것까지는 없는데,”
“그런데?”
“원래 민간인의 흔적이 사라진 교전지역에서 난민을 발견하게 되면 아지트로 귀환시켜 사상투쟁을 전개하는 게 교전수칙이었죠. 우리는 인민을 위한 민중의 군대니
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민의 목숨과 재산을 파시스트의 총칼로부터 보호한다.”

조사관의 마지막 말을 하며 살며시 웃는다. 비꼬는 건지 진심인건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문제는 그 애가 펫이라는 거죠. 설마 역전의 용사께서 그걸 모르시지는 않았죠?”
“그 애가 펫인 게 왜?”
“소문이 안 좋잖아요. 그런 애들에 대한 소문들. 어쨌거나 정부군 애들 아랫도리를 핥아주는 애들이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심한 표현을 썼나요?”
“하고 싶은 말이 뭐요?”
“난민이라고 해도 펫들은 그냥 방치하는 게 기본 룰인 걸로 아는데요? 데리고 다니기도 힘들고 사상투쟁 전개하기도 힘든 애들이 대부분이라서. 더구나 정부군에서 이런 애들 몸에 GPS를 박았다는 소문까지 있더군요. 묻겠습니다. 왜 굳이 그 앨 데리고 오셨습니까?”
“난민이니까.”
“펫이죠.”
“난민이야. 부모를 잃은 우리 인민의 딸이지.”
“대단하십니다. 혹시 그 애 때문에 김민태 하사가 죽은 것은 아닙니까?”
“무슨 말이야?”
“소좌님이 그 애를 구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 혹시 부하 하사관을 내팽개친 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말했잖아, 이미 민태는 죽었고, 내가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더니,”
“확신하십니까?”
“뭐가?”
“소좌님의 기억 말입니다. 진짜 김민태 하사가 죽고 그리고 나서 건물 안으로 들어섰는지 확신하십니까? 잘 생각해보십시오.”

난 담배를 입에 가져간다. 독한 연기가 입 안을 메운다. 입맛이 쓰다.

“대부분 전투 중에 있었던 일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랬다라고 생각하는 대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죠. 여러 사건을 자기한테 편한 대로 끼워 넣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내가 조준착오로 민간인을 쏴 죽였다. 죄책감이 들겠죠. 더구나 나이든 노인이거나 아이를 그렇게 했다면 더 심할 겁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자신의 기억을 바꿔버립니다. 내가 아니라 정부군 총알에 맞았다거나 아니면 죽은 그 민간인의 손에 폭탄이 들려 있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철두철미하게 바꿔 버립니다. 세부적인 묘사까지 짜내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자신이 기억을 바꿨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인간의 두뇌라는 게 가끔 신기한 짓을 하거든요.”
  
조사관이 연필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킨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소좌님과 김 하사는 정부군 헬기를 피해 엄폐하고 있었다. 그 때 건물 안에서 공포에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어떤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소좌님은 민중의 군대가 가진 사명감에 사로잡혀서 그 아이를 구해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김 하사에게 건물로 진입하라고 명령한다. 물론 김 하사는 거부했겠지만 사명감에 사로잡힌 소좌님은 다시 한번 강하게 명령을 하달하고 김 하사는 목숨을 걸고 건물로 달려간다. 그 와중에 헬기의 기관포에 맞아 걸레가 된다. 헬기의 기관포가 김 하사를 걸레로 만들고 있는 동안 권동일 상좌님의 미사일이 헬기를 격추시킨다. 소좌님과 상좌님은 아이를 구해내고는 여기에 오게 된다. 어떻습니까?”
  
조사관의 눈이 나를 향해 있다. 난 눈동자로 알 수 있다. 이 자식은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다. 나에겐 어떤 조치가 내려질까? 계급 강등? 최전선 차출? 의정부와 포천지구가 굉장히 험해졌다는 소문은 들었다. 1주일에 한 번씩 정부군의 융단폭격이 있는 모양이다. 거기로 가게 될까? 상관없다. 내가 단지 억울한 건 그 병신 같은 자식 하나 때문에 거기로 간다는 사실이다. 죽어서까지 나를 엿 먹이는 개 같은 새끼.  

“어차피 저의 추측일 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마십시오. 권 상좌님 증언도 소좌님하고 일치하니까 이 사건은 전투 중 판단착오에 의한 사망으로 처리될 겁니다. 다만,”

조사관이 말을 멈추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소좌님 주변에서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반복되면 문제가 꽤 골치 아파지실 겁니다. 그 때는 제 추측을 반드시 입증할 생각이니까요.”
“당신 생각이 입증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글쎄요,”
“아마 총살이겠군. 혁명자원을 임의로 소모시켰으니. 알겠소. 다음에 같은 일이 일어나면 당신을 더 이상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요. 권 상좌한테 내 머리를 쏴달라고 부탁할 테니까. 가도 되겠소?”
“물론이지요.”

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조사관은 다음 서류에 관심을 가질 뿐 나한테는 이미 관심이 없다. 조사실의 문을 열고 긴 통로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다.

아지트의 통로 곳곳에서는 희미한 쓰레기 냄새가 피어오른다. 바닥을 얕게 흐르는 물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궁금하다. 도대체 이 쓰레기들은 누가 쓰고 버리는 걸까? 이 도시에 아직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나서 쓰레기를 버릴 누군가가 남아있다는 말인가? 더러운 물 위로 과자봉지와 음료수의 빈 캔들. 캔에는 Pepsi라는 글자가 보인다.
두 번째 모퉁이를 돌고 제28회의실의 모습이 보였다. 난 문을 반쯤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서는 신병들을 위한 사상 투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진녹색의 칠판에는 ‘제2차 한국전쟁의 발발과정’이라고 쓰여 있었고 정훈 담당 장교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거의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았거나 태어났어도 2살, 아니면 3살이었을 거야. 1987년, 그 때는 정말 위대한 혁명의 시기이자, 커다란 좌절과 절망, 그리고 그 모든 걸 딛고 굳건히 일어나는 이상의 시기였지.”

장교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들떠있었다. 그 열띤 목소리 덕분에 그 회의실 전체의 분위기가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이런 생각도 사상 개조의 대상이 될까?

1987년.

1987년.  

1987년. 그 때, 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해 여름은 유독 무더웠다. 그리고 태양은 몹시 뜨거웠다. 그 당시의 내 일과는 집과 학교, 그리고 우리 집 근처에 있던 통닭집의 따분한 폐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때 난 오토바이에 미쳐있었고 스쿠터라도 하나 장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통닭을 튀기고 있었다. 후끈거리는 튀김기름의 열기 덕분에 안 그래도 여드름으로 달 표면 같던 내 얼굴은 프랑켄슈타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500미터 가량 떨어져 있던 여자대학에서는 연일 데모 중이었다. 3월에 개강을 하면서 시작된 데모는 4월과 5월이 되어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연대생이 죽고 서울대생도 하나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어른들이 술을 마시면서 수군대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전부 관계없는 일이었다. 3달만 튀기자. 그럼 까만 스쿠터를 살 수 있다. 그게 내 머리 안에 있는 전부였다. 아니, 그것 말고 한 문장이 더 있었다. 미친년들, 밥 먹고 할 지랄이 없어서 데모질이야?
언젠가 새벽까지 일을 끝내고 집에 가다가 대학교 정문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녹슨 철제 대문을 경계로 안쪽에는 몇백 명의 여대생이 구호를 외치며 데모 중이었고 바깥에는 그 4분의 일 정도 되는 숫자의 전경들이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었다. 커다란 서치라이트가 대학생들을 비추고 있었다. 여대생들의 쉰 목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왔고 ‘독재 타도’ 어쩌고 하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지만 대문 바깥의 전경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참으로 보이는 전경 하나가 진압봉을 들고 철제 대문 쪽으로 걸어가서는 진압봉으로 대문의 창살을 드르륵, 긁어댔다. 그저 드르륵. 그런데 그 소리에 놀란 여대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전경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병신 같은 년들, 저럴 거면 뭐 하러 튀어나와? 저게 무슨 데모야, 그냥 소풍 나온 거지? 저년들도 군대를 보내야 돼, 그래야 대가리에 개념이 생긴다고. 순간 전경 하나가 대열에서 나오더니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소주병이 들려있었다.

“야, 우리 저년들 따 먹으러 갈까?”

전경들 사이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나더니 몇 명인가의 전경들이 동조하며 일어섰다.

“이거, 시골에서 닭서리하러 가는 기분인데.”
“보지 서리지, 여대생 보지 서리.”
“조심하자. 저 씨발년들, 꼴에 화염병도 든다더라.”
“갖고 나오라 그래. 씹구녕에 확 쑤셔 줄테니까.”

얼굴이 붉그레한 전경들. 그들은 진압봉을 손에 들고 대문을 넘어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들이 대문 안으로 사라지자 주위는 고요해졌다. 무슨 일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내 일은 아니었다. 우리 누나가 거기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난 그 날의 막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집으로 걸어갔다.
다음날 아침, 밥을 떠넘기며 아침 뉴스를 보는데, 이상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위수령 어쩌고 하는 단어가 앵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아빠, 위수령이 뭐야?”
“서울을 지킨다는 거지.”
“서울? 누구한테서 뭘 지키는데?”
“데모꾼들 때문에 그래. 그냥 밥이나 먹어.”

아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게 좀 불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저 양반이 돈 문제 말고 뉴스 때문에 걱정을 다 하고, 참 별 일이다. 혹시 자기 전당포에 손해가 날까봐 그런가? 난 약간은 의아한 기분으로 밥을 퍼먹었다.
학교는 여전했다. 선풍기 하나 없는 교실은 썩은 내가 진동을 했고 아이들 몸에서는 땀내인지 암내인지 분간하기 힘든 퀴퀴한 냄새가 풍겨왔다.

“야, 위수령이 뭐냐?”

난 우리 반 일등 재식이에게 물었다. 재식이가 땀 때문에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 올리며 날 쳐다보았다.

“왜?”
“아니, 아침 뉴스에 나오길래.”
“서울을 지킨다는 거지.”
“그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군에서 서울을 지킨다는 거야.”
“군? 군인?”
“그래.”
“왜?”
“경찰로는 지키기가 어려우니까.”
“데모?”
“그래.”
“심각한 거냐? 데모가 그렇게?”
“그런가 보지. 나도 잘 몰라.”

재식이는 다시 정석에 머리를 처박았다. 재식이한테야 위수령보다 삼각함수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난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군인이라.
수업 시간이 지나가고 학교는 어제와 별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변화가 생긴 것은 점심시간이었다. 운동장으로 짚차가 들어오고 트럭에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짚차에서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군인이 내리더니 곧장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뒤 따라온 트럭에서는 20명 정도의 군인이 내렸다. 모두 긴 총을 들고 있었고 그 총의 앞에는 대검이 꽂혀있었다. 분위기가 제법 살벌했다.  
학교 방송으로 모든 교직원은 교무실로 모이라는 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떨리던 그 목소리. 김소월에 대해서 떠들고 있던 국어가 황급히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난 교실 뒷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각 반에서 수업을 하던 선생들이 반쯤 뛰다시피 하며 교무실로 가는 게 보였다.

“에이, 뭐야? 진도 나가야 되는데.”

재식이 자식이 투덜거렸다. 지난 달 모의고사에서 등수가 밀렸다면서 잔뜩 날카로워진 녀석에게는 총검을 찬 군인의 등장보다 국어수업의 중단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좀 쉬어라. 하루쯤 쉰다고 너 대학가는 거에 문제 생기겠냐? 그런데 진짜 군인이 뜨기는 한다.”
“위수령이 그런 거라니까.”
“이거 꽤 긴장감 넘치는데. 무슨 영화 찍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군인들의 살벌함에 눌린 것일까? 아이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은 채 그저 웅성댈 뿐이었다. 여기엔 왜 온 걸까? 데모를 막는다? 그런데 왜 여기에 온 거지?
잠시 후 문이 활짝 열리면서 군인이 한 명 들어왔다. 철모를 깊게 눌러쓴 군인의 눈은 잘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군복과 거의 같은 무늬로 색칠이 되어있었다. 이거, 진짜 영화 같은데? 람보나 뭐 그런 거.

“전체 주목. 지금부터 계엄작전사령부의 명령을 하달하겠다. 5월 12일 0시를 기점으로 서울 및 수도권 전역에 위수령이 발동되었다.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에 무기한 휴교령이 발동된다. 이후 특별한 통보가 있을 때까지 모든 학교 건물 및 부지는 계엄작전사령부에서 관할한다. 동시에 모든 민간인에게 통행금지령이 시행된다. 서울에 주거하는 모든 민간인은 18시 이후 통행을 금지한다. 지금 이 시간이후로 모든 인원은 군의 통제에 따라 전원 귀가 조치할 것. 이상.”

아이들은 그저 멍하니 군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마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군인이 철모를 위로 올리고는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모든 인원은 귀가 조치한다. 실시.”

집에 가라는 소린가? 아이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집에 가라니, 그럼 오늘은 그렇다고 치고, 내일은? 모레는? 아이들의 몸을 움직이기에는 설명이 부족했다.
갑자기 앞에 선 군인이 맨 앞자리 아이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순식간이었다. 아이를 자신의 몸 가까이까지 끌어올린 군인은 주먹으로 아이의 얼굴을 마구 내리쳤다. 영문을 모르던 아이는 본능적으로 팔을 올려 자신의 얼굴을 감싸려 했지만 군인의 주먹은 가드를 뚫고 아이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뼈와 뼈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잠시 교실에 울렸다. 군인은 기절한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의자에 걸쳐진 아이의 목이 뒤로 꺾였다. 눈에서 검은 동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비명. 비명.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다. 복도에는 이미 몇 명인가의 군인들이 진압봉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동작이 굼뜨거나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들에게 묵직한 진압봉 세례가 가해졌다. 전 교실, 전 학교가 이미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다. 복도 벽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핏자국이 길게 그어져있었다.
난 뛰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심장박동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학교 정문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 그 길의 풍경은 학교 안의 풍경과 그닥 다르지 않았다. 도망가는 사람과 쫓아가는 사람. 때리는 사람과 엎드려 맞고 있는 사람. 울부짖는 사람과 고함을 지르는 사람. 사람과 사람. 어제까지는, 아니 오늘 방금 전까지는 서로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난 장애물 경기를 하듯 누워있는 사람들을 피해 집으로 달려 나갔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그게 누구이든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그 모르는 사람은 분명히 나한테 호의적이지는 않을 테니까.

“뭘 보고 있어?”

누군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린다. 난 회상에서 깨어나 내 어깨를 건드린 주인공을 바라본다. 김동화 상좌. 이 아지트의 주인장. 군인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 선생이 어울리는 인상을 가진 남자.

“신병들인가 봅니다.”
“쟤들? 지난주에 배속된 애들이야. 골 때리지. 쟤들 중 반은 총을 쏴 본적이 없어. 아마 작전에 배치되고 나서 쏘는 게 처음이 되겠지. 어쩌면 쏴 보지도 못하고 죽을 지도 모르고. 조사는 다 끝났어?”

난 대답 대신 애매하게 고개를 기울인다.

“너무 화 내지 마. 요새 윗대가리들 신경이 좀 곤두서서 그래.”
“언제는 안 그랬나?”
“그렇긴 하지만, 요샌 좀 심각하거든.”
“무슨 일 있어요?”
“그게 말이야, 소문 못 들었어?”
“무슨 소문?”

주인장은 주위를 살피더니 나에게 몸을 숙이며 다가온다.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문.”
“협상?”
“전혀 모르는구만. 하긴 필드에서 뛰어다니느라 바쁠 테니까. 북하고 전 대가리하고 협상을 진행한다는 얘기가 있어.”
“북조선이?”
“그래. 요 근래 정부군 애들 공격이 뜸해지지 않았어? 다 이유가 있었어.”
“아니, 왜 갑자기,”
“평양도 지친 거겠지. 서울하고 광주에 있는 남조선 해방구 두 군데에 군수 지원하는 게 장난이 아닐 테니까. 지난주 로동일보에 기사가 떴는데, 뭔 줄 알아? ‘자본주의 괴뢰와의 투쟁을 군사적인 측면으로 일관하는 것은 다양한 전략의 부재를 의미하는 무능의 소산이다.’ 작년 북조선 국가예산의 12%가 남조선 해방 투쟁에 소요됐지. 지친 거야, 평양도.”
“확실한 건가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건 거의 확실해. 7분과에 있는 친구가 알려준 거니까. 서로 조건을 재고 있는 거겠지.”
“조건이라면,”
“예를 들면 우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같은.

빌어먹을.

“광주는 포기하는 게 확실해. 북조선 입장에서야 상징성은 있지만 거길 지키느라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 잘 알겠지만 광주 군수물자는 거의 대부분 목포 쪽으로 잠입시켜서 전달되는 거였잖아. 그런데 올해 초 전 대가리가 군산 쪽에 미사일 기지를 만들었어. 미제 하푼 미사일인데, 사거리가 25해리가 넘어. 지난달에 거길 지나가던 북조선 보급선 하나가 미사일 한 방에 아작이 났지. 거기에 무려 6개월 치 군수물자가 실려 있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이제 와서 손을 떼겠다는 겁니까?”
“별 수 없잖아. 꽃 같은 공화국의 청춘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자꾸만 죽어 나가지, 그런데도 남조선 파시스트들은 지칠 줄을 모르지, 해방구에 있는 늙은 게릴라들은 이거 달라, 저거 달라, 매일 같이 무전기 붙들고 보채기나 하지, 나라도 지긋지긋할 거야.”

씨발.

“남한 정권이 휴전을 하려고 할까요? 솔직히 전황은 개전 이래 가장 유리한 상황인데. 전두환이 바보는 아니잖아요.”
“어차피 전 대가리는 미국 없으면 힘을 못 써. 알잖아, 작년에 미국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거. 미국 쪽 분위기는 전 대가리를 제거해서라도 휴전하자는 분위기야. 북이 핵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평양을 폭격할 수도 없을 거고 그럼 전쟁을 승리로 끝내기는 어렵다는 게 자체 판단이지. 마음 같아서야 평양하고 함흥을 깨버리고 싶겠지만 그럼 핵미사일이 바로 도쿄로 날아갈 테니까. 자네가 미국 대통령이라도 일본을 말아먹을 수는 없잖아.”

좃 같은 상황이다.

“서울은? 여기도 포기하는 건가요?”
“그게 문제의 핵심인데,”
“만약 여길 버리면 반도 남부에서 모든 혁명 거점을 포기하는 건데요?”
“목소리 낮춰. 어차피 내가 협상을 하는 건 아니니까. 나야 그냥 추측을 하는 거지.”

누군가 수군거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목소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난 소리가 잦아들자마자 말을 잇는다.

“자네를 못 믿는 건 아닌데, 하나만 확인하지.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자네만 알았으면 좋겠어. 물론 권 상좌한테도 말하면 안 돼. 때가 되면 나중에 내가 직접 할 거야. 이 얘기를 아는 사람은 남조선 혁명군 전체를 통틀어서 10명도 안될 거야.”
“어서 하십시오. 애매한 분위기 깔지 말고.”

주인장이 씨익, 웃으며 말을 잇는다.

“그러지. 북에서도 서울 지구는 굉장히 고민 중이야. 일단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상징적으로도 그렇고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거지. 손실률이 낮은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육상 라인으로도 보급이 가능한 위치라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지. 그런데 문제는 전 대가리 쪽에서도 서울은 포기하기 어렵다는 거야. 차라리 광주를 내주는 게 낫지, 서울을 내주는 휴전이라는 건 사실상 반도 남쪽에 제2의 정부를 인정하는 꼴이거든. 그럼 반도는 북남 대결이 아니라 3자 대결 구도가 되는데, 이건 절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가 될 거야. 이래저래 서로에게 골치 아픈 상황이야.”
“휴전은 어렵다는 소리군요?”
“그런데, 그게, 지난달에 드디어 북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냈어.”
“새로운 카드?”
“서울을 포기한다.”
“뭐?”
“대신 2개의 섬을 할양받는다. 제주도, 울릉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발상의 전환이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랄까? 생각을 해 봐. 제주도를 장악하면 동해나 서해로 통하는 해상 루트를 손에 쥐는 게 되는 거야. 제주도에 미사일 기지만 설치하면 서해나 동해로 가는 모든 선박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지. 거기다가 울릉도까지 손에 거머쥐면 동해가 완전히 수중에 들어오는 꼴이야. 일본이나 남한으로 들어오는 모든 선박 수송을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야. 더구나 섬이라는 건 말이야, 일단 섬 전역을 장악하면 방어하기가 수월한 지역이지. 기뢰하고 소나만 잔뜩 깔아놓으면 알아서 방어가 된다는 거야. 제주도나 울릉도 정도 크기면 자체적인 보급도 가능하고 말이지.”
“그걸 받아들일 리가,”
“받아들였어. 남한 애들이. 자세한 과정은 몰라. 결과만 알아. 협상은 거의 합의 상태야.”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이 빌어먹을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지금 주인장은 그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전쟁이 거의 끝나가는 중이다. 얼마나 바라던 일인가. 그런데 이런 방식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십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손바닥에 땀이 고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혁명군? 북으로 올라가겠지. 아마 북에서 수송선이 오겠지. 그리고,”

주인장은 말을 멈추고는 담배를 꺼낸다. 카멜이다. 왠지 저 낙타가 나를 비웃고 있는 기분이다.

“모두 숙청되겠지. 방식은 모르겠어. 어쩌면 수송선이 통째로 침몰할 수도 있겠지. 그게 제일 깔끔할 거야. 내가 북조선 수령이라면 그렇게 할 거야.”
“북에 가봐야 골치 아픈 존재들이니까.”
“그렇지. 교육 받으러 가봐서 알잖아. 거기에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어.”

우리를 위한 자리. 5년 전 사상 재무장과 전투 기술 훈련을 받으러 북에 간 적이 있었다. 6개월 간 평양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꺼려한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공식적으로는 언제나 우리를 환영한다. 어딜 가나 환영 인사를 받고 좋은 자리에 배석시켜준다. 그러나, 그 뿐이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면 누구도 내 곁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를 의심한다. 한 때나마 자본주의를 경험한 우리가 자본주의를 그리워하지 않는지. 평양 사람들이 구석에 모여 우릴 ‘남조선 사과’라고 부르며 키득거리는 걸 본 적이 있다. 사과.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그런 사과.

“선택권이 없군요.”
“역시 자네는 빨라.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지휘부 입장은 뭐죠?”
“없어. 입장을 갖기에는 너무 패닉 상태들이라. 군사위원장은 총공세를 벌여서 전 대가리를 깨버리자고 그러는 것 같고 정치위원장은 북조선 보급선을 나포해서 중국으로 망명하자고 그러는 것 같고. 다들 미친 소리지. 더 추해질 뿐이야.”
“굉장히 담담해 보이는 군요.”
“그렇게 보여? 노력 중이야. 담담해 보이려고. 스피노자였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 이 얘기 비밀로 해주게. 새나가면 굉장히 추한 일들이 벌어질 거야.”    

주인장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사라져 간다. 지구의 종말. 난 뭘 해야 할까? 고민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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