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1987 - 1

2010.11.21 23:5911.21

1

태양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폭격으로 일그러진 도로, 그 위에 얼마 남지 않은 아스팔트는 녹아 흐르기 일보 직전이다.

“아이구, 저런 멍청한 자식,”

내 옆의 대장은 조준경에 바짝 눈을 댄 채 중얼거린다. 그의 눈에 뭐가 보이는 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허리가 꺾인 채로 썩어가고 있는 가로수에 몸을 엄폐하고 있는 어린 신병. 공포. 신병은 공포로 떨고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전 장군은 저런 자식을 보내서 뭘 하겠다는 거야?”

대장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전두환을 전 장군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부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보통은 대머리거나 대머리 새끼, 감정이 좀 격해지면 대머리 개새끼라고 부른다.

“빨리 쏴 버려요.”

민태가 대장을 재촉한다. 지난달에 우리 조(組)에 새로 편성된 AK70 기관총 사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대장도 나도 그런 건 묻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 조에 편성된 이상 석 달 이상 살아있기 쉽지 않을 테니까. 우리 조는 새로 들어온 신참이 두 달을 못 버티고 죽거나 아니면 정부군 쪽으로 탈영하는 걸로 유명하다. 모두 좋게 말하면 모험을 즐기는, 정확히 말하면 미친놈처럼 날뛰기 좋아하는 우리 대장 덕분이다.

“조용히 해. 네 대가리에 총알 박아 넣기 전에.”

대장은 낮게 으르렁거린다. 민태는 입을 다문다. 아마 우리 대장에 대한 소문은 듣고 왔을 것이다. 적군을 하나 죽일 때마다 귀를 잘라서 모은다거나 적군의 시체에서 금니를 뽑아 모은다는 소문. 가장 최근에 떠도는 소문은 꽤 구체적인 것이었다. 우리 조에 편성됐다가 탈영한 신참들이 사실은 탈영한 게 아니라 우리 대장이 총으로 쏴죽이고는 대검으로 발라먹었다는 소문. 아마 민태는 그 소문을 사실로 믿고 있는 눈치다.

“그래, 이쪽이야. 이쪽을 봐야지.”

겁에 질린 정부군 신병은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가 우리 쪽을 본다. 조준경으로 확인해 보니 우리를 발견한 모양이다.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려 한다. 그 순간 대장의 AK에서 퉁,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탄피가 튕겨 나간다. 거의 동시에 신병의 왼쪽 눈에서 피가 터지는 것이 보인다. 신병의 고개가 왼쪽으로 휙 돌아가더니 줄이 끊긴 마리오네뜨처럼 바닥에 쓰러진다.

“나이스 샷.”

어설픈 골프 용어가 대장의 입에서 새어나온다. 대장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고는 신병이 쓰러져 있는 쪽으로 향한다.

“빨리 가야지, 뭐하는 거예요?”

민태가 나의 소매를 끌며 말한다. 난 입가에 인상을 쓰며 되받는다.

“뭐하는 지 궁금하면 직접 물어 봐. 어차피 대장이 철수 명령 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여기서 못 떠, 알아? 이 신삥이 새끼. 그리고 내 몸에 손대지 마, 잘 때 손가락 잘리기 싫으면.”

불쌍한 민태. 나도 역시나 자기편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는 힘없이 내 뒤를 쫓아온다. 한 달을 못 버틸 것이다. 정부군 총알에 구멍이 나거나 탈영을 하겠지. 만약 탈영을 하면 내 손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소문과 달리 대장은 신참들의 탈영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다. 아마 정부군 쪽으로 탈영한 게릴라들이 받게 될 끔찍한 대접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난 좀 생각이 다르다. 신념과 신의에 관한 한 난 무식한 편이다. 배신은 무조건 응징해야 한다. 특히 전쟁터에서의 배신은 처형뿐이다. 그게 얼마 남지 않은 내 신조 중에 하나다.
내가 AK337 무반동포를 덜그럭 거리며 대장이 서있는 곳에 갔을 때 이미 대장은 귀를 절반쯤 잘라나고 있었다. 뒤따라온 민태가 입을 가리는 게 보인다. 대장은  고기를 썰 듯 어린 병사의 귀를 곱게 잘라서는 자신의 빈 탄창에 넣는다. 오른쪽 귀를 잃은 어린 병사의 얼굴이 달빛에 번들거린다. 17, 아니면 18. 코 밑으로 짧은 수염들이 나 있는 게 보인다.

“어떻게 생각해?”

대장이 나에게 묻는다.

“뭘요?”
“애들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게 좀 찝찝하지? 대머리가 그렇게 바보는 아닌데 말이야.”
“소모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겠죠. 특전사 애들 보내서 소모시키는 거 보다 차라리 어린 애들 투입시켜서 시간을 끄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걸 겁니다.”
“정확해. 당분간은 좀 편안할 지도 모르겠다.”

대장이 민태를 향해 손가락을 튕긴다. 철수 신호. 민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뛰어가더니 낡은 프라이드 한 대를 몰고 온다. 우리 조의 애마. 엔진에서 공기방울 터지는 소리가 연신 나는 똥차. 차문은 모조리 떨어져나갔다. 녹슨 바닥은 구멍이 뚫려 달리는 길의 상태가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게 우리 조의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이 똥차가 서는 날엔 온 서울 시내를 걸어 다녀야 할 거다. 더불어 정부군 총에 맞을 확률은 스무 배쯤 높아지겠지. 빌어먹을.
프라이드에 대장과 내가 올라타고 차는 광화문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목적지는 합정동 쪽에 제2아지트. 일단 거기서 보급을 받고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게 우리의 일정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아무도 말이 없다. 민태는 운전대에 양 손을 얹고 오로지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다. 아마 아지트에 도착하면 방금 본 걸 부풀려서 떠벌리고 다니겠지. 대장이 죽은 정부군의 시체를 토막 내서 먹어치웠다, 아니면 눈알을 후벼 파서 꺼냈다, 등등. 우리 조에 신참이 배치될 때마다 대장의 전설은 눈덩이처럼 불어 간다. 그 눈덩이 같은 전설은 시간이 지나면 세밀한 리얼리티가 추가돼서 실화가 되어버린다. 가끔씩 그런 전설을 듣고 있으면 나도 그런 일이 정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웃기는 일이다.
대장은 손톱으로 방금 귀를 잘라 넣은 탄창을 튕기고 있다. 묘한 리듬감이다. 규칙적이다가 갑자기 이상한 리듬으로 변하기도 하는. 어느 군가의 리듬 같기도 하고 무슨 민요의 리듬 같기도 하다. 튁 튁 튁 튁튁튁. 저 탄창 안의 귀는 저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저 소리가 귀를 잃은 그 병사에게도 들릴까. 자신의 머리 가죽에서 귀가 사라지면 그 뚫린 부분은 시원할까, 아니면 아무 느낌도 없을까.
튁튁튁튁튁. 갑자기 대장의 손톱 리듬이 빨라졌다. 여기가 어디쯤이지? 한강 변이 보이고 강변에 유원지 같은 게 보였다. 아마 뚝섬 부근인 것 같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이 부근은 나에게 익숙한 지역이 아니다. 나의 작전 지역은 주로 강북 미아리 고개 쪽이었으니까. 낯설음이, 그리고 대장의 빨라진 리듬이 날 불안하게 한다.

“차 세워.”

대장이 빠르게 말한다. 어리둥절해 하는 민태에게 내가 소리를 지른다.

“차 세우라고.”

프라이드가 급정거를 하고 난 운전석의 민태를 밖으로 걷어찬다. 그리고는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이미 대장은 나와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다. 난 아직도 상황을 알아채지 못한 민태의 목덜미를 잡고 엄폐물을 찾아 뛴다. 다행히 근처에 모로 누운 트럭이 한 대 있었고 우린 그 뒤로 몸을 날린다.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잠시 후 작은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프라이드가 폭발한다. 폭발음. 1차 폭발 뒤에 휘발유가 터지면서 2차 폭발이 일어난다. 머리 위로 프라이드의 녹아버린 타이어가 튀어 오른다. 난 가만히 숨을 죽이고 민태는 울기 시작한다. 난 민태의 목에 총구를 대고 나지막히 말한다.

“조용히 해. 조금이라도 소리 내면 죽여 버릴 거야.”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확실해. 블랙 코브라야. 정부군의 대전차헬기. 난 거울을 꺼내 밖을 살폈다. 건물 위로 블랙 코브라가 낮게 선회하며 우리를 찾고 있었다. 아까 그 신병이 미끼였던 모양이다. 오늘은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인 것 같다.
길 건너편에의 건물 안에 대장이 엄폐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대장은 손으로 목을 가르는 시늉을 보였다. 그건 저 블랙 코브라에 적외선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는 뜻이다. 난 다시 거울을 살핀다. 코브라의 조종석 아래 반원형의 센서가 보이고 그 센서는 빙글빙글 돌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래, 내 입에서 나오는 열기를 찾는 거겠지. 3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뒤에 있는 인간의 체온도 감지한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 거리에서 나의 체온을 감지하는 건 식은 죽 먹기겠지. 난 스키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뒤집어썼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교본에 나와 있는 대로 해보는 거 이외에 다른 수가 없다. 벌벌 떨고 있는 민태의 얼굴에도 스키마스크를 씌운다. 성질 같아서는 대검으로 목을 그어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 피에서 방출되는 열로 바로 탐지될 것이다.
난 조심스레 무반동포를 장전한다. 기회는 한 번이다. 어쩌면 한 번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0.5번의 기회. 성공하면 블랙 코브라를 만나고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게릴라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실패하면? 저 시커먼 저승사자에게 당한 수천 명의 게릴라 중 하나가 돼서 사라지겠지. 30미리 기관포에 갈가리 찢어지면서 말이다. 아마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공중에 떠있는 블랙 코브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날아다니는 물고기를 연상시켰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였었나? 프로펠러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작년에 개발한 무소음 기술이 적용됐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 말 그대로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 모양의 뱀. 대장은 저 소리를 어떻게 들었을까? 그 시끄러운 똥차 안에서 그걸 듣다니 확실히 정상은 아니군.
무반동포의 총신을 코브라의 터보엔진 배기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뜨거운 햇살에 눈이 부셔 조준이 쉽지 않았지만 불평할 입장이 아니었다. 햇살이 아니라 내 눈에 염산이 들이 붇고 있어도 눈을 똑바로 뜨고 조준을 해야 한다. 마른 침이 입가에 고이고 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에 귀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쿵쿵, 쿵쿵. 이렇게 심장이 뛰는 게 얼마만이지? 난 총신의 끝에 달린 가늠자를 다시 확인한다.
순간 옆에서 귀를 찢는 총소리가 터져 나온다. 겁에 질린 진태가 코브라를 향해서 총을 난사하고 있다. 미쳤어.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은 진태의 기관총은 허공에서 불꽃놀이 하듯이 춤을 췄고 당연히 대부분의 총알은 코브라와 상관없는 가로등을 때리고 있다. 미친 새끼. 당황한 내가 황급히 무반동포를 쏘려는 순간 코브라의 30미리 기관포가 총신을 돌리는 게 보인다. 난 미쳐 날뛰는 진태의 턱을 후려치고는 트럭 뒤로 끌어당긴다. 코브라의 낮은 기관포 소리가 들리고 우리가 엄폐하고 있는 트럭으로 총알이 쏟아진다. 총알은 트럭을 찢어놓을 듯이 때려대고 그 진동은 고스란히 나의 몸에 전달된다. 속이 메스꺼워지고 구토가 밀려올라온다.
코브라의 기관포 소리, 나의 품에 안겨 울부짖는 진태의 소리, 내 귀는 점점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소리의 한계치를 넘어선다. 난 건너편에 있는 대장을 쳐다본다. 마치 길가에 쓰러진 강아지를 보는듯한 표정. 불쌍하다, 그런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구나. 나쁜 새끼. 하긴 딱히 대장에게 화가 나는 건 아니다. 여기까지가 나의 끝인 거지. 대장이 뭘 할 수 있겠어? 그런데 안 어울리게 기도라도 해야 되는 건가? 빌어먹을.
주기도문의 첫 부분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였나, 아니면 천당에 계신 아버지였나? 아무 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고민을 하고 있던 나를 구해준 건 바로 진태다. 물론 날 구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구하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몸을 바쳐서 말이다.
겁에 질린 진태의 입에서 거품이 살짝 비어져 나온다. 마지막 순간까지 추하게 구는군, 하고 생각하는데 진태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뛰쳐나가기 시작한다. 말릴 겨를도 없다. 이미 상황을 깨달았을 때는 진태가 8차선 도로의 한복판까지 뛰어가 있을 때였다. 코브라 조종수도 의외에 상황에 당황했는지 잠시 총격을 멈춘다. 순간 난 이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라는 걸 깨닫는다. 난 무반동포를 움켜쥐고는 진태가 뛰어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다. 멕시칸 치킨 런. 둘, 혹은 셋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어나가는 것. 운 나쁜 하나가 총알을 받아주고 있을 때 나머지는 행복한 여생을 보내게 되는, 굉장히 무식하지만 동시에 효과가 확실한 각개 전투 요령.
코브라의 조종수는 연이은 상황에 꽤 당황한 모양이다. 기관포의 총신이 이리저리 돌아가며 내는 모터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누구를 쏴야할까? 먼저 뛰어나간 저 젊은 놈? 아니면 방금 뛰어나간 늙은 놈? 어떤 놈이 더 높은 놈일까? 어떤 놈을 쏘는 게 더 맞추기 쉬울까? 결론은 나의 승리였다.
코브라의 기관포에서 드르륵, 긁는 소리가 나더니 진태가 맥없이 쓰러진다. 그냥 보면 발에 뭐가 걸려 넘어진 것 같다. 그냥, 피식, 쓰러진다. 쓰러진 진태의 손이 뭔가 잡으려는 듯 꿈틀거린다. 그 때 진태의 몸 위로 기관포 총알이 쏟아진다. 마치 누워서 춤을 추는 것 같다. 춤이 격렬해질수록 진태의 몸은 너덜너덜해져 간다.
난 근처에 있는 건물 2층으로 뛰어올라간다. 진태가 걸레가 됐으니 이제 내 차례다. 건물 안에 숨는 게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이렇게 훤하게 뚫린 대로변에서 대전차 헬기를 맞아 시가전을 벌이는 자체가 미친 짓이지.
황급히 들어선 2층은 긴 복도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방문이 좌우로 열려있다. 난 그 중 하나의 방으로 들어선다. 침대가 보이고 마네킹 같은 인형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 알 것 같다. 전쟁 전에 유행했다는 인형 체험방, 어쩌고 하는 곳. 그러니까 여자 대신 더 인형하고 성교를 하고 돈을 내는 곳. 급박한 순간인데 자꾸 피식 하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 로켓포를 쏜 모양이다. 난 다시 복도를 나가 뛰기 시작한다. 막 다른 비상구. 그 비상구를 열려고 하는데, 뭔가 나를 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여자 아이. 청소 도구가 쌓여있는 공간 구석에 웬 여자 아이가 날 보고 있다.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날 보고 있다.

“너, 뭐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시 로켓탄이 터진다.

“빨리 나와. 거기 있으면 죽어.”

귀머거리인가? 아이는 로켓탄의 폭발음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난 아이의 손을 잡아끈다. 아이의 손이 나무토막 같다. 아이는 마치 죽은 것처럼 반응이 없다. 난 아이를 들쳐 매고 비상구를 뛰어 내려간다. 중간쯤 내려갔을 때 세 번째 폭발음이 들리고 우리는 바닥에 내팽겨 쳐진다.
건물은 2층의 벽이 죄다 사라지고 뼈대만 남아있다. 코브라는 건물의 상공을 맴돌며 나를 찾고 있다. 코브라 조종수와 내가 눈이 마주친다. 아니, 그 자식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냥 마주친 것 같다. 선글라스 아래로 입가에 시익, 웃는 미소가 걸린다. 빙고. 이렇게 해서 쥐새끼 두 마리를 처리하게 되는군. 신병 하나에 쥐새끼 두 마리면 나쁘지 않은 장사겠지.
코브라의 총구가 모터 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돌고 있다. 난 손이 떠는 것을 느낀다. 첫 발로 머리를 뚫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편하게 죽을 것 같은데. 다리나 팔부터 시작되면 괴로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기도문을 외우려는데 코브라를 향해 자그마한 물체 하나가 날아가는 게 보인다. 로켓탄이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코브라가 반으로 꺾어지더니 땅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폭발음이 들리고 시큼한 휘발유 냄새가 훅, 끼쳐온다.

“병신. 빨리 일어나.”

멀리서 대장의 음성이 들린다.

“또 코브라하고 놀고 싶어? 빨리 일어나.”

대장이 자랑스러운 듯 로켓포를 들고 나에게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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