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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차를 타고 성으로 돌아가 자신의 말로 갈아탄 필립 왕자는 밤새 말을 달려 다음날 아침, 도플겡어 필립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한 필립은 말에서 내리고 조엘의 부하 세 명과 함께 도플겡어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집 밖에 누군가가 벽에 기대 서있었다. 필립 왕자는 그가 도플겡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았다. 너무나도 자신과 닮은.. 아니 똑같은 사람. 도플겡어 필립도 기댄 몸을 일으키며 필립 왕자를 맞이했다. 필립 왕자가 말했다.

“어떻게 알고 기다렸지?”

도플겡어 필립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 생각이라면 잘 알죠..”

필립 왕자도 피식 웃었다. 도플겡어 필립은 숲속으로 걸어가며 필립 왕자에게 말했다.

“자리를 옮기죠. 안에 잠든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있어서..”

필립 왕자는 도플겡어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서 일행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그들은 왕자를 따라가겠다고 말을 했지만, 필립이 다시 큰 소리로 기다리라고 말해, 어쩔 수 없이 그 곳에서 왕자를 기다리기로 했다. 필립 왕자는 도플겡어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도플겡어 필립도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장소 왕자를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넓은 평원이 보였다. 바로 조엘과 싸웠던 장소. 이곳으로 왕자를 안내한 필립은 한쪽에 가서 멈춰 섰다. 필립 왕자도 터벅터벅 걸어가 도플겡어와 마주섰다. 이제야 도플겡어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이 눈에 익은 것을 안 필립 왕자가 도플겡어에게 물었다.

“그 칼을 왜 네가?”

도플겡어 필립은 슬픈 표정으로 허리춤에 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 무장한 사람하고 싸울 순 없다면서.. 이걸..”

필립 왕자는 어쩔 수 없이 웃었고, 도플겡어 필립도 같이 웃었다.

“그 답군..”

왕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음을 멈췄고, 도플겡어도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심호흡을 하며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둘은 칼을 뽑고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서로 바라만 보았다. 도플겡어는 왕자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건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사람의 몸을 베낄 때부터 정해진 싸움..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싸움. 왕자는 도플겡어를 바라보면서 새삼스럽게 정말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이며 코.. 입까지.. 햇볕에 좀 피부가 타서 그렇지 정말 자신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이 자는.. 내가 아니다.. 내 복제품에 불과하다. 아무리 자신과 닮았다고 해도 결코 자길 이길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왕자는 먼저 도플겡어에게 달려들었다. 왕자의 첫 번째 공격을 도플겡어는 잘 막아냈고, 곧이어 반격까지 가했다.

하지만 왕자 역시 쉽게 도플겡어의 반격을 막아냈고, 그렇게 한참 동안 공방전이 계속 되었다. 막상막하의 싸움. 왕자는 조금 당황했다. 도플겡어가 하는 공격은 모두 자신이 조엘에게 배운 기술들이었다. 그것 까지 완벽하게 따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신의 검술까지 알고 있다면.. 혹시.. 왕자는 뒤로 펄쩍하고 물러서며 도플겡어에게 물었다.

“설마.. 내 기억까지..?”

도플겡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는 자신의 그 동안 일을 저 도플겡어가 모두 안다는 게 조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면.. 왜 조엘을 죽인 것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자 다시 분노가 차올라, 도플겡어에게 다시 달려들어 맹공을 퍼부었다. 아무리 도플겡어도 이번 공격은 막기가 힘겨웠다. 도플겡어게 자꾸 공격을 막자 왕자는 약이 올라 분노가 더 강해지고, 그래서 있는 힘껏 도플겡어에게 일격을 가했다.

도플겡어는 왕자의 강한 일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지만 곧 뒤로 물러나 똑바로 섰다. 이번 공격도 도플겡어가 막아내자 왕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소리쳤다.

“복제품 따위가!!”

복제품이라는 말에 도플겡어도 발끈 해서 소리쳤다.

“복제품이라니! 난.. 난.. 아니야!”

왕자는 도플겡어에 말에 어이가 없어 그에게 소리쳤다.

“넌 그냥 도플겡어잖아! 그냥 날 베낀 가짜! 가짜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맞는 소리였다. 하지만.. 하지만 도플겡어 필립은 그 사실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왕자에게 소리쳤다.

“아니야! 난.. 나야!”

왕자는 도플겡어의 말에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자 다시 달려들어 공격을 퍼부었다. 이제 도플겡어는 왕자의 공격을 막기가 힘들었다. 어제 조엘에게 다친 상처를 다시 레이첼이 치유해주긴 했지만, 왕자와의 싸움으로 상처가 다시 점점 벌어져 왕자의 공격을 막을 때 마다 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하지만 포기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짜인체로 죽을 수는 절 때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도플겡어가 왕자의 공격을 한번 받아치고는 맹공을 퍼부었다. 이대로.. 이대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도플겡어는 사력을 다해 왕자를 공격했다. 왕자도 도플겡어에 이런 맹공에 놀라 당황한 나머지 막기가 버거웠다.

그러다 그만 도플겡어의 공격을 막다가 실수로 칼을 놓쳐 버렸고, 칼은 저 멀리에 가서 박혀버렸다. 왕자는 재빨리 놓친 칼을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그 세를 놓치지 않은 도플겡어 필립은 칼끝을 왕자의 목에 겨누었다. 왕자는 자신의 패배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짜에게 지다니..”

도플겡어 필립은 칼끝을 여전히 왕자의 목을 겨눈 채로 숨을 고르며 필립 왕자에게 말했다.

“난.. 가짜가 아니니까..”

도플겡어의 말에 필립 왕자는 헛웃음을 치고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도플겡어 필립은 마무리를 하지 않고 칼을 내렸다. 칼을 내린 도플겡어를 보고 놀란 필립 왕자는 그에게 물었다.

“뭐야? 이제 날 죽이고, 네가 내 ‘자리’를 차지해서 필립 왕자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도플겡어 필립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도플겡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난 이제 도플겡어가 아니야. 어엿한 사람이야.”

여전히 어이가 없는 필립 왕자는 피식 웃었다. 그 때 갑자기 숲속에서 필립 왕자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왕자는 자신의 위치를 소리로 알렸고, 그 소리를 듣고 조엘의 부하 세 명이 허겁지겁 뛰어왔다. 그들은 다행히 아직 왕자에게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급하게 왕자에게 말했다.

“왕자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야?”
“왕자님.. 지금 이쪽으로 30명 정도로 도적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필립 왕자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뭐? 왜 도적이?”

그러자 곁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왕자에게 말했다.

“아니.. 도적이 아닙니다. 모습은 도적처럼 꾸미긴 했지만, 그 들은.. 분명 여왕의 친위대들입니다.”
“네. 분명 합니다. 여왕 친위대에서 본 얼굴이 몇몇 보였습니다.”

왕자는 혀를 차며 분해했다.

“제길.. 어떻게 알고..”

그러다 또 다른 남자가 소리쳤다.

“지금 그것 보단 빨리 도망치시는 게 우선입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볼 테니. 그 동안..”

여태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도플겡어 필립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요.. 소용없어요.”

그러자 방금 말했던 남자는 화를 내며 도플겡어에게 소리쳤다.

“네가 뭔데 끼어들어!”

하지만 도플겡어 필립은 계속 말했다.

“그 자들의 목적은 왕자님의 목숨입니다. 아무리 당신들이 시간을 끌어 왕자님을 피신시킨다고 한다고 해도.. 그 들은 왕자님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왕자님이 성에 도착하기 전에 다시 공격해 올 것입니다.”

부하들은 도플겡어의 말에 뭐라고 이의를 재기하고 싶었지만.. 정말 맞는 말이었다. 지금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성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다. 그러니 그 동안 따라잡힐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거야!”

괜한 화풀이를 도플겡어에게 한 부하였다. 도플겡어 필립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보였다. 하지만.. 하지만.. 아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서 도플겡어는 왕자에게 말했다.

“제가.. 남겠습니다.”

도플겡어 필립에 말에 필립 왕자는 깜짝 놀라 말했다.

“뭐? 네가 왜?! 네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여기서 같이 싸우다 죽겠어!”

도플겡어 필립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했다.

“안됩니다.. 당신은 꼭 왕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여기서 돌아가시기라도 하시면.. 조엘이 슬퍼 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아무리 가짜가 아니라고 말해봤자.. 원래는 도플겡어.. 가짜니까요..”

필립 왕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조엘도 그렇고.. 이 도플겡어도 그렇고 왜 그렇게 자신을 왕으로..

“난.. 왕 자격 따윈 없는걸..”

그러자 도플겡어 필립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당신은 꼭 훌륭한 왕이 될 거에요.”
“훗.. 네가 어떻게 알아?”

필립 왕자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도플겡어 필립이 말한다.

“전.. 당신이니까요.. 당신에 복제품이니까 잘 압니다. 그러니.. 왕이 되십시오.”

저 멀리서 수많은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들이 근처까지 온 것이었다. 그래서 도플겡어 필립은 소리쳤다.

“빨리요! 제 맘 바뀌기 전에 빨리 가요!”

부하들이 왕자를 얼른 숲속으로 피신하라고 소리쳤지만 차마 필립 왕자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도플겡어 필립에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보답하지..”

그러자 필립이 말했다.

“제 대신.. 제가 지내던 집에 있는.. 레이첼을 부탁드립니다.”

필립 왕자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왕자가 그 곳을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탄 도적들(사실은 여왕의 친위대)들이 들이닥쳤다. 그 들은 평원 한 가운데 서 있는 필립을 발견하고는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러고 공격을 시작했다. 필립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만약에 자신이 가짜라고 밝혀지더라도 왕자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위해.. 칼을 휘두르며 적들과 맞섰다. 한명을 쓰러뜨리고 또 한명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또 한명을 공격하려는 동안 뒤에서 적이 필립의 등에 칼을 꽂았다. 필립은 고통스러웠지만 꾹 참으며 자신의 등을 공격한 적을 쓰러뜨렸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공격이 필립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적을 최대한 무찔렀다. 하지만 필립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점점 눈이 흐려졌고,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픔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머릿속이 텅 빈 기분이었다. 죽음을 느낀 필립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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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smiclatte 10.09.16 21:29 댓글 수정 삭제
    흠.. 이제 이야기도 끝나가는데.. 다른 분들이 이 이야기를 어덯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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