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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이 먼저 숲속으로 달려갔고, 조엘도 그 들을 따라 숲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레이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필립이 도망친 숲속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필립을 달리고 또 달렸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달리고 또 달렸지만.. 머릿속에서 쓰러져 있던 잭의 모습과 조엘의 말에 놀라 자신을 쳐다보던 레이첼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숲을 달리다 보니 넓게 평원 같은 풀밭이 보였다. 그 곳에 도달은 필립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더 이상 달림을 멈춰 섰다.

부하 둘을 다른 위치를 찾게 보낸 뒤 조엘도 도플겡어를 찾아 숲 속을 달렸다. 그러다 평원에 멈춰서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그의 앞에 서서 멈췄다. 조엘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군.. 하아.. 그래. 이제 포기했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필립은 고개를 들어 조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엘..”

도플겡어 필립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정말로 필립 왕자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생김새는 물론 목소리까지.. 지금은 흡사 진짜 필립 왕자가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조엘은 이 도플겡어를 더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만약.. 정말 만약 필립 왕자와 이 도플겡어가 바뀐다 할지라도 오랜 세월 함께한 그 조차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조엘.. 날.. 아니.. 절 그냥 놔둘 순 없나요..?”

조엘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말했다.

“그럴 순 없지. 내가 도플겡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나? 난 네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어!”

필립은 실망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다시 고개를 들어 조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도플겡어는.. 그래서 만들어진 거죠.. 하지만 난 아니에요! 난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요! 절 때 왕자님의 자리를 노리고 있지 않아요!”

조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도플겡어에 대한 상식과 벗어나는 말이었다. 분명 도플겡어는 모습을 베낀 상대를 죽이고 도플겡어 자신이 그 사람의 자리를 뺏어버리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이 자가 말하는 것은..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지금 저 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만약 내가 네가 한 말을 믿는다고 한다고 해도. 너의 존재는 왕자님께 큰 위협이다. 만약에 너에 대해 여왕이 알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해.”

필립은 조엘의 말에 뭐라고 대꾸라도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뭐라고 대답 할 수가 없었다. 조엘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그리고는 다른 곳에서 또 하나의 칼을 뽑더니 필립의 앞에 집어 던졌다.

“들어라. 아무리 네가 괴물이라고 할지라도 기사가 비무장한 사람을 죽일 순 없는 법.”

조엘에 말에 필립은 정말 그 답 다고 생각하며 씩 웃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닥에서 칼을 집어 들었다. 조엘이 도플겡어 필립을 향해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다. 필립이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막았지만 또 다시 공격해 오는 바람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공격 방법으로 도플겡어를 공격했지만 그는 다 막아냈다. 조엘은 도플겡어를 공격하면서 정말로 필립 왕자와 닮아있다는 것을 또 다시 깨달았다.

지금 그가 방어하는 방법은 모두 조엘이 필립 왕자에게 가르쳐 준 기술들이었다. 그래서 더 공격의 고삐를 세게 했다. 하지만 역시 아까 말 한대로 나이는 속일 순 없었다. 점점 숨이 차오르고 칼이 점점 무거워져갔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공격했다. 조엘의 필사의 공격에 필립도 점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아직 얇은 상처들이었지만 조금만 위험했으면 치명상이 될 수 있었다. 조엘은 더 이상은 칼을 휘두를 수 없을 것 같아 온 힘을 다해 최후의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공격을 도플겡어에게 가했다.

조엘의 날카로운 공격에 필립도 다 피하지 못했고, 그래서 팔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필립이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때, 조엘에게서 공격할 수 있는 틈이 보였다. 틈이 보이자 필립은 자연스럽게 공격했고, 그래서 조엘의 가슴을 칼로 찔러버렸다.

필립은 저도 모르게 한 공격에 그는 깜짝 놀랐고, 조엘은 그대로 무릎 꿇으며 쓰러져갔다. 그의 옷은 점점 피로 물들어갔고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지금 조엘은 죽어는 다는 사실보다 더 이상 필립 왕자의 곁에서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에 왕자에게 죄송할 따름 이었다.

그렇게 조엘은 바닥에 쓰러져 죽었고 쓰러진 조엘의 시신을 바라보며 필립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필립 왕자의 추억은 그의 추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조엘의 죽음에..

그것도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에 슬퍼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더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조엘의 부하들이 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필립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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