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1987 - 2

2010.11.22 00:0011.22

2

트럭 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내가 데려온 꼬마 여자아이에게 집중되어 있다. 꼬마는 통조림을 소중한 물건처럼 품 안에 넣고 내용물을 조심스레 입에 넣고 있다. 겉면에 SS-10이라고 적힌 라벨이 보인다. Safe Storage 10 Years. 보존기한이 10년이라는 뜻. 처음 봤을 때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10년 동안 보존된다니. 그러데 한 입 먹어보고 알았다. 내용물의 절반이 방부제로 되어있는 통조림. 삶은 토마토에서는 나프탈렌 맛이 났다.
내 앞에 있는 소년병은 내가 데려온 여자아이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그러니까 13살이나, 14살? 소년병은 뺨 위에 길게 칼자국이 나있다. 그리고 그 칼자국은 봉합이 되어있지 않고 그대로 뚫려있다. 남자아이는 그 뺨 위의 틈으로 숨을 쉬고 있다. 뺨의 틈 속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갈 때마다 쉭,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시선이 그 틈에 머물러있다는 걸 안 아이가 희죽거리며 말하기 시작한다.

“돼지새끼들이 이렇게 그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정부군이 그랬다는 얘기지.

“내가 아홉 살 때. 우리 엄마하고 하수도에 숨어있었는데 걸렸어. 우리 엄마를 막 끌고 가잖아? 개새끼들. 내가 막 소리치니까 상병 계급장 달고 있는 새끼가 오더니 여기를 이렇게 그어버렸어. 아직도 기억이 나, 그 새끼 얼굴. 꼭 다시 만날 거야. 만나서 눈깔을 파줄 거야. 꼭.”

아이의 말이 끝나고 구석에서 누군가의 웃음이 들린다.

“관둬라. 괜히 다른 쪽 뺨에도 칼자국 내지 말고. 그러다가 네 눈깔이 빠지는 수가 있다.”
“난 이제 절대 안 당해.”
“그래? 잘 해봐. 반대쪽 뺨에 칼자국낼 때 원래 거하고 비슷하게 해달라고 그래. 너무 짝짝이면 좀 그렇잖아?”

여기저기서 키득대는 소리가 들린다. 얼굴이 빨개진 소년병은 입을 다문다. 뺨 위의 틈으로 쉭쉭, 하는 공기가 더 커지고 거칠어진다. 편리하군. 입하고 코 말고 또 숨 쉬는 구멍이 있다니.
소년병 덕분에 여자아이에게 몰렸던 시선이 흩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통조림을 깨끗이 비우고 있었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긁어먹은 아이는 남은 국물을 입에 흘려 넣더니 기세 좋게 트림까지 해댄다. 그 트림 소리에 흩어졌던 시선이 다시 아이에게 몰린다.

“딸이야?”

소년병을 비아냥대던 늙은 병사가 쉰 목소리로 물어온다.

“주웠어. 뚝섬 쪽에서.”
“뚝섬이면 정부군 애들하고 가까운 데잖아. 펫이구만.”

주위에 있던 몇몇인가의 늙은 병사들이 혀를 찬다. 펫. Pet. 정부군이 작전하는 지역에 남아 군인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 아이들을 일컫는 말. 대개의 경우 전쟁고아들이며 아직 온전히 남아있는 건물 속에 숨어산다. 먹을 게 떨어지면 정부군 쪽으로 다가와 몸을 팔고 먹을 것을 얻어간다. 이번 전쟁이 만든 새로운 용어 중에 하나다. 인터넷을 뒤지면 위키백과에도 나온다고 하는데 진위여부는 모르겠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저거 어디 자지나 제대로 들어가겠어?”
“모르지. 밑에는 시원하게 뚫려있는지도 모르니까.”

병사들은 낄낄거리기 시작한다. 대장이 갑자기 입을 연다.

“아가리들 닥쳐. 소풍 나온 줄 알아?”

웃음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늙은 병사가 툴툴대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봐, 거 좀 말이 심하다. 작전 중도 아니잖아?”
“까고 있네. 작전? 게릴라한테 작전 중이 따로 있어? 넌 돼지들 만나도 그렇게 얘기할래? 전 지금 작전 중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쏘지 마세요. 이렇게?”
“이 새끼가 계속 반말로,”

늙은 병사가 흔들리는 트럭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 때 옆에 있던 다른 병사가 그를 만류한다.

“그냥 놔두세요.”
“놔. 저런 새끼는 대가리에 구멍을 내야 돼.”
“참으세요. 저 사람, 7구역 그 또라이잖아요.”
“뭐?”

늙은 병사가 놀란 눈길로 대장을 훑어본다. 긴 침묵. 7구역, 그러니까 서울의 천호동과 잠실 지역에서 정부군 귀를 자르고 시체를 구워먹는 그 전설 속의 또라이가 과연 이 자식인가를 확인하는 시간. 늙은 병사는 침을 뱉으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미안하게 됐소. 그냥 웃자고 한 소린데,”
“알았으면 닥치고 잠이나 자.”

이제 트럭 안은 터질듯이 울려대는 디젤 엔진 소리이외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소년병의 눈이 다시금 번득이며 나를 향한다.

“저 아저씨, 진짜 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뭔데?”
“7구역 식인종이요.”
“그렇게들 부르더군.”

소년병이 낮게 휘파람을 울린다.

“진짜 있는 사람이었구나. 난 그냥 소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저씨도 같이 작전하세요?”
“왜?”
“저 사람, 진짜 먹어요? 정부군 시체?”
“아니.”
“예?”
“정부군 시체만 먹지는 않아. 가리지 않고 먹어. 정부군, 게릴라, 민간인, 전부 다. 특히 너 같이 어린애들 시체는 아주 환장을 하지. 굽지도 않고 날로 먹어치우니까.”

소년병은 입을 가리며 뒤로 물러난다. 뺨에 난 틈으로 다시 바람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트럭이 멈춰서고 엔진이 꺼진다. 주위를 살피던 병사들이 하나 둘씩 트럭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난 여자아이를 들어 트럭에서 내린다. 그러다가 허리 근처에 이상한 자국이 있는 걸 발견한다. 상처가 났나? 난 랜턴을 희미하게 켜고 확인한다.

“어서 꺼, 죽으려고 환장했어.”

주위에서 툴툴대는 소리가 들리지만 난 개의치 않고 자국을 확인한다. 대장이 내 곁에 와서 묻는다.

“뭐야?”

난 대답 대신 아이의 자국을 보여준다.

“뭐지? 무슨 바코드 같은데?”

확실히 그건 바코드다.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져있는 바코드 문신. 불길하다.

“어떻게 할 거야?”
“데려갈 겁니다.”
“아지트에서 싫어할 텐데. 이거 정부군에서 새긴 바코드면 뭔가 있는 거야.”
“데리고 갈 겁니다.”
“알아서 해. 대신 바코드 얘기는 하지 마. 괜히 의심 받기 싫으면.”

대장은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나, 그리고 여자아이도 대장의 뒤를 따라 본부로 걷기 시작한다.

서울역 지하에 위치한 아지트는 지하철역의 입구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조용한 발걸음을 옮기며 아지트로 향한다. 대장은 중간 중간 하늘을 올려본다. 정부군 정찰기가 있는 지를 살피는 거겠지. 밤하늘은 달빛 하나 없이 시커먼 색이었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적외선 감지기를 가진 무인정찰기가 서울 전역을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언제 로켓포가 날아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멀리로 남산 타워의 모습이 보였다. 몇 년 전 있었던 정부군의 대공습으로 상부에 있던 전망대는 날아가 버렸다. 기둥 형태의 뼈대도 절반이 뜯겨나가 있다. 흡사 무언가 송곳니가 사나운 짐승에게 물려버린 것 같아 보인다.  
한참을 걷고 나자 지하철역의 입구가 나타난다. 늑대의 검은 아가리처럼 보이는 저 입구가 제7아지트가 있는 서울역 4번 출구다. 대장은 일행을 정지시킨다. 우리는 약 500미터 바깥에 웅크린 채 역의 입구를 노려본다. 매복? 부비 트랩? 동작 감지기? 적외선 센서? 모두 무슨 상황인지를 묻는 시선으로 대장을 보지만 대장은 그저 말없이 계속 지하철역의 입구를 응시할 뿐이다.
병사들의 입에서 얕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뭐야?”

트럭 안에서 대장과 날을 세우던 병사가 투덜대기 시작한다.

“뭔데 멈추고 지랄이야? 정찰기라도 떴어?”
“이상해.” 대장이 말한다.
“뭐가?”
“너무 깨끗해. 입구 주변이 너무 깨끗해.”

대장의 말에 난 다시 입구 쪽을 살펴본다. 확실히 시야가 트여있기는 하다. 입구 쪽의 첫 번째 계단을 기준으로 100미터 가량이 엄폐할 돌덩어리 하나 없이 뚫려있다. 만약 정부군 저격수가 있다면 몰살되기 좋은 최적의 상황이다.

“이런 제길,”

병사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한다.

“그래, 그래서 우릴 세운거야? 입구가 너무 깨끗해서? 죽겠네. 아지트 애들이 청소를 했나 보지. 우리가 좀 쉽게 찾게 해주려고. 이봐, 나 오늘까지 해서 사흘째 못 잤어, 알아? 너 대장 놀이하면서 잘난 척 하는 건 좋은데, 우린 잠 좀 잘게, 됐지?”
“못 가, 다 여기서 기다려.”
“그러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 우린 갈 테니까.”
“아지트 측에서 안전하다는 신호가 올 때까지는 여기서 기다려야 돼.”
“좃 까네.”

병사는 자신의 조원 하나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하더니 입구 쪽으로 다가간다. 대장은 혼자 무언가 씨발 어쩌구 중얼거리며 그들을 바라본다. 대장이 나에게 묻는다.

“네가 저격수라면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 게 좋을까?”

난 입구 앞의 대우빌딩을 가리키고 대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난 야간 적외선 고글을 꺼내 쓴다. 그리고 빌딩을 바라본다. 저격은 한 발이나 두 발일 것이다. 어느 층에서 총을 쐈는지 정확히 봐야 한다. 저 높은 건물 전체를 뒤지려면 아마 1시간은 걸릴 것이고 그 시간이면 정부군 헬기가 구름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늙은 병사와 어린 그의 조원은 별로 몸을 숙이지도 않은 채 입구에 다가선다. 중간지점쯤 늙은 병사가 우리 쪽을 향해 돌아선다. 그러더니 팔을 들어 우리에게 무언가 신호를 하는 게 보였다. 아마 우리더러 병신이라고 욕하는 신호겠지. 대장의 얼굴에서 핏, 하는 웃음이 떠오른다. 순간 퉁, 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병사의 손목이 날아간다. 연달아 두 번의 총성이 나고 병사와 어린 조원의 목이 휙 돌아가더니 2미터 정도를 날아 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갑자기 고요함이 찾아온다. 정확히 세발이다. 총성과 함께 새어나온 불꽃은 굉장히 미세했다. 난 불꽃이 보였던 층의 층수를 센다. 7층이다.

“봤어?”

대장이 몸을 숙인 채 말한다. 난 손가락으로 일곱을 펴 보인다. 대장은 몸을 일으키며 빌딩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여기 있어. 소리 내지 마.”

난 여자아이에게 조용히 말한다. 아이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쩌면 나를 보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나를 향해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요즘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 안 좋은 징조다. 게릴라는 생각이 많으면 죽는다. 그게 이 직업의 특징이다.
대장은 거의 뛰다시피 빌딩 안으로 들어선다. 저 저격수가 멀리 이동하기 전에 잡아야 한다. 만약 지금 못 잡으면 우린 저 아지트를 포기해야 된다. 이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아지트는 화곡동 쪽에 있는 제12아지트이다. 거길 가려면 신촌 쪽을 관통해야 되는데 거긴 그야말로 정부군 저격수가 우글거리는 곳이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1층 로비의 대리석은 믿기 어려울 만큼 매끄럽다. 군데군데 진흙 자국이 있는 것을 빼고 나면 바닥은 유리거울 같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작동 중지 상태다. 대장은 비상구의 문을 열고 뛰어올라가기 시작한다. 1층, 2층, 3층. 우리가 5층에 도착했을 때 7층에서 비상구의 문이 열리는 게 보인다. 우린 벽 쪽으로 몸을 붙인 채 숨을 죽인다. 대장이 주머니에서 베레타를 꺼낸다. 나도 등에 멘 무반동포를 내려놓고 베레타를 꺼낸다.
7층에서부터 발걸음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나가 아니다. 두 개의 발자국 소리. 짧고 빠른 발걸음과 느리고 긴 발걸음. 느리고 긴 발걸음의 주인공이 내는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남자. 노인. 다른 발걸음의 주인공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발걸음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계속 우리를 향해 내려온다. 잠시 후 발이 눈에 들어온다. 찢어지고 끈이 떨어진 운동화와 검은 워커. 대장은 계속해서 그 발들을 응시한다. 발걸음은 계속 아래를 향해 내려오고 대장은 그들의 무릎에 베레타를 쏜다.
운동화를 신은 남자의 무릎 아래가 뒤로 휙 꺾이면서 돌아간다. 워커 쪽으로 쏜 총은 비껴간 모양이다. 워커는 운동화를 끌어안으며 벽 쪽으로 몸을 숨긴다. 대장과 난 총을 난사하며 계단을 올라간다. 야간 투시경을 쓴 저격수가 자신의 앞에 노인을 끌어안고는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

“오지 마. 쏠 거야.”

저격수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약간 쉰 듯 한 느낌의 목소리. 노인의 오른쪽 다리가 간신히 매달려 덜렁거린다. 노인은 이미 기절한 상태다.

“진짜 쏠 거야.”

저격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대장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쏴 봐.”

대장은 짧게 내뱉는다. 그러더니 베레타를 마구 쏘아댄다. 노인의 몸이 경련하듯 펄떡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진다. 저격수의 목에서 피가 흐르고 양 손에도 총상으로 피가 흐른다. 대장은 조심스레 저격수에게 다가가 고글을 벗겨낸다. 여자. 빌어먹을. 저격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장을 바라본다.

“개 같은 빨갱이 새끼들,”

저격수의 입가에 피거품이 배여 나온다. 대장이 입가의 피를 닦아주며 말한다.    
    
“파시스트 쓰레기, 잘 들어. 총은 말이야 먼저 쏘는 놈이 이기는 거야. 쏘겠다고 말할 시간에 당겨야 되는 거지.”

대장은 저격수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철컥. 총알이 없다.

“운이 좋은 쓰레기군.”

대장은 베레타를 품에 넣는다. 그리고는 허리띠를 푼다.

“뭐하는 겁니까?”

대장이 나의 물음에 씨익, 웃음으로 답한다. 그러더니 쓰러져있는 저격수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한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요?”

대장은 여전히 말이 없다. 저격수가 신음을 내며 반항하기 시작한다. 대장은 저격수의 총상을 손으로 움켜쥔다. 저격수가 낮게 비명을 지른다. 대장이 저격수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어이, 어이, 가만히 있어. 뭘 어쩌려고? 괜히 힘든 길을 선택하지 마.”

대장은 저격수의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바지도 내리기 시작한다.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You're Singing in the rain, Singing in the rain. 난 베레타를 꺼내 대장의 관자노리에 겨눈다.

“그만 해.”
“어, 뭐야? 먼저 하려고? 이봐, 순서는 지켜야지, 안 그래?”
“바지 올려.”
“까먹었나 본데, 난 네 상관이야. 총 치워.”

난 대장의 눈과 저격수의 눈을 차례로 바라본다. 그리고는 천천히 총을 내린다. 대장은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지를 벗겨 내린다. 저격수의 눈이 나와 마주친다. 그러더니 내 손에 들린 베레타를 향한다. 저격수의 입술이 움직인다. 난 그 말을 읽을 수 있었다. 쏴 줘. 부탁이야. 난 베레타를 들고 저격수의 머리에 겨눈다. 방아쇠가 뭔가에 걸린 듯 뻑뻑하다. 시간나면 기름칠을 좀 해야겠다. 난 검지에 힘을 주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두 발의 총알은 저격수의 머리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는다. 뭉개진 뇌수와 뼈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난 소매로 얼굴에 묻은 살덩어리를 닦아낸다. 대장의 얼굴이 피와 살덩어리로 범벅이 된다.

“아이, 씨발, 뭐야? 이 새끼, 너 미쳤어?”
“미친 건 너야. 우린 인민의 해방을 위한 전쟁 중이야. 바지 까고 강간하려고 내가 이 총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고.”
대장은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원래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대단하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시궁창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혁명의 이상이여. 일어나라, 민중아, 전진하라, 혁명이여. 너 같은 애들이 있었지. 아주, 아주 옛날에. 우린 파시스트를 물리치는 민중의 몽둥이다. 우린 모든 민중을 보호해야 된다.”

대장이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애들이 어떻게 됐는 줄 알아? 죄다 죽었어. 대가리에 총 맞고. 아마추어들이지. 혁명의 이상이 코브라 헬기를 격추시키는 게 아니거든. 넌 어떻게 용하게 계속 살아있다? 어디 보자. 얼마나 버티나.”
  
대장은 바지를 올리며 일어난다. 난 대장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그 여자아이, 건드리면 죽여버릴 거야.”
“누구? 아, 그 애완견? 아니, 난 네가 시식을 하고나면 맛을 좀 볼 생각이었는데.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 알았어. 혹시 건드릴 생각이 들면 널 일단 죽인 다음에 건드릴게.”

대장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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