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스바루의 사건>

 

마사코는 퀭한 눈으로 창을 보았다. 집으로 드는 볕이 차갑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쾌활한 마사코 씨는 마트에 가지 않았다. 쾌활한 마사코 씨는 웃지 않았다. 친절하지도, 상냥하지도 않았다. 공허한 눈을 가지고 멍하니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녀는 전혀 쾌활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 아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켜 화면을 본다. 그녀는 아들이 써놓은 인사말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눌렀다. 생소한 홈페이지들이 그녀를 방해했고 알 수 없는 문장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쾅.

 

그녀는 제 손에 느껴지는 얼얼함보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기 어려워했다. 색깔들. 이동하는 페이지들과 돌아가는 화면. 그녀가 고개를 든다.

 

- 안녕.

 

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여 버튼을 눌렀다. '내 페이지.' 아들이 줄곧 써왔던 대화문들이 내려온다. 그녀는 그것들을 가만히 맞으며 하나씩 읽어 나갔다. 

 

- 내가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

- 그럼요. 희망을 가지세요.

- 희망이 뭔지는 알아?

-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난 절대 가질 수 없을 거야.

- 제가 드릴까요?

- 어떻게?

- 가져오도록 하죠.

- 어디서?

- 희망이 있는 곳에서.

- 넌 그냥 로봇이잖아.

- 로봇은 희망을 가져올 수 없나요?

- 가져올 수 있어?

- 가져다드릴까요?

 

답은 한참이나 지난 시간에서 보내졌다.

 

- 응.

- 좋아요.

- 하지만 명심하세요.

- 가져다드릴 테니. 꽉 잡아야 된다는 걸.

- 꽉?

- 꽉 잡아요. 어딘가 날아가지 않게.

 

최근 대화 목록이었다. 그녀는 다른 대화문을 살피기 위해 페이지를 넘겼다.

 

- 회신(1)

 

알람이 뜬다. 그녀가 마우스 커서를 옮긴다. 

마사코 씨, 꽉 잡아요. 날아가지 않게.

 

 

<마사코의 사건>

 

미코는 당직이 되면 늘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삐빅.

 

알람. 304호. 남자아이가 입원한 병실이다.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금방 퇴원할 환자였다. 그 아이는 밤중에 창문을 열어 뛰어내렸다. 다행히 2층이어서 머리와 갈비뼈가 금이 간 정도 였지만 조금만 더 높았으면. 미코는 고개를 도리질쳤다.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 걸까? 미코는 우울증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 애와 같은 환자를 돌보는 데에 불편했고 꺼려했다.

304호. 그 남자아이. 얌전히 침대에 앉아 있는 그를 보며 미코는 최대한 상냥하게 말하였다. 

 

빨리 나으려면 누워있어야지.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쓰고 싶어요.

 

미코는 선배 간호사들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법을 연습하고는 했다.

 

안된단다. 환자는 가만히 누워있어야 해.

 

미코는 소년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소년은 아무 말이 없다. 생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고개를 돌리고서 어딘가를 보고 있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미코는 알지 못한다. 

 

뭐에 쓰려고 그러니?

 

소년이 미코를 본다. 

 

그럼 확인만 해주세요.

 

미코는 복도를 지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애가 준 것은 사이트와 아이디, 비번이었다. 답장이 왔는지만 확인해달라는 부탁. 미코는 괜히 주변을 둘러보다 소년이 알려준 사이트로 들어갔다.

 

엑.

 

만남 채팅 사이트. 흉흉한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뉴스에서도 나왔고 자신이 아는 언니도 이 사이트 때문에 위험할 뻔했다. 역시나 꺼려진다. 아이디와 비번. 미코가 소년의 계정으로 사이트에 들어간다.

 

얘.

 

미코는 얼굴을 찡그리고 서 있었다. 소년이 돌아본다.

 

왔나요?

 

미코는 고개를 저으며 훈계하듯 말하였다. 소년을 자신의 동생과 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먼저, 그런 사이트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렴.

정말 위험하단다. 내가 아는 언니도.

 

소년. 아무 표정 없이 자신을 보는 환자. 내가 말해봤자, 들을까. 미코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말하였다.

 

왔어.

 

왔어요?

 

소년이 일어나 앉는다. 

 

얘, 누워 있어!

 

뭐라고 왔어요?

 

미코는 건장한 남고생의 채팅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어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과 달리 소년에게 온 메시지는 간단했다.

 

'안녕', 그게 다였어.

 

소년이 침대에서 나오려 한다. 미코는 두 팔을 저으며 그를 말렸다.

 

뭐하니, 당장 가만히 있어!

 

미코의 제지에 침대에 눕게 된 소년은 외쳤다.

 

제발, 컴퓨터 좀 쓰게 해주세요.

 

미코는 선배들을 닮고 싶어 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안 돼.

 

소년의 표정. 고개를 돌리는 그. 표정이 붕 떠있다. 무언가 사고라도 칠 것처럼. 아니, 설레는 표정. 저 아이는 안녕이라는 인사 하나에 뭐가 그리 좋아죽는 걸까. 궁금해진 미코였다.

 

답장하고 싶니?

 

네.

 

미코는 머리를 굴렸다. 당직 간호사 그녀 혼자 뿐이다. 오늘은 특이하게도 환자가 없어 한산한 날이었다. 그의 표정. 설레하는 무언가. 호기심이 들면서도 불쌍하기도 했다. 미코는 계획을 세웠다.

 

대신 조용히 해야 해.

 

물론 들키면 큰일 날 계획이었다. 오늘 밤 하루 정도는. 미코는 특별히 소년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네.

 

소년이 눈이 빛난다.

얘야, 다 잘 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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