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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윤 광고

2019.04.01 00:0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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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윤

바닷가의 저녁 하늘이 붉은 노을로 얼룩진다. 빨강 파랑 지붕들이 네모반듯하게 늘어선 인근 마을도 붉게 물든 후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목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망아지처럼 뛰어다닌다. 할머니와 중년 여자가 나무 그늘 밑에 앉아 깔깔대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마을 공터에 자리 잡은 정자에는 남자들이 왁자지껄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끔 터져 나오는 웃음들이 무척이나 흥겹다. 그 옆을 지나던 구부정한 노인이 정자에 모인 남자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집안 곳곳에는 저마다 TV를 보고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항구에 매인 고기잡이배들은 물결을 따라 끄덕끄덕 흔들린다. 잔잔히 흐르는 황금색 바다는 수많은 별이 쏟아지듯 반짝반짝 빛난다.

바다의 흐름이 멈췄다. 사방이 조용하다. 이따금 들리던 갈매기 울음도 그쳤다. 고기잡이배가 숨을 멈추고 가만히 떠 있다. 파도가 사라진 밋밋한 해면 위로 검은 점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소리도 없고 파장도 일으키지 않는다. 점들은 마을 주위를 시커멓게 에워싼 후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오징어 떼다. 수백 마리의 오징어가 마을을 포위했다. 마을 사람 중 누구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미동 없던 물결이 출렁인다. 하얀 거품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오징어 떼가 다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거대한 물기둥이 해면 위로 솟으며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을 낸다. 주변의 바다가 거세게 요동쳤다. 솟은 물줄기는 커다란 해일이 되어 마을로 쏟아진다. 마을 한쪽을 뒤덮은 바닷물이 골목의 아이들과 공터의 남자들을 향해 밀려들었다. 근처의 건물들이 지진이 난 듯 흔들린다. 퍼붓는 물은 굽이진 길을 따라 담벼락과 지붕을 때리며 넘쳐흘렀다. 집 주변의 온갖 잡기들이 갈 길을 잃고 시커먼 바닷물에 휩쓸렸다. 출렁이는 물결에 밀리면서 서로 부딪쳐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골목에서 놀던 한 아이가 소음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지붕들 위로 솟은 거대한 파도를 발견했다. 해일이다. 이제껏 TV에서나 보던 광경이었다.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칠 곳을 찾아 달린다. 다른 아이들도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무 그늘 밑에 앉아있던 할머니와 중년 여자는 오도 가지도 못한 채 서 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려고 애쓴다.

집 안에서 TV를 보던 소년은 짜증을 내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재밌게 보던 만화가 꺼지면서 난데없이 바다가 나타났다. 화면이 어두컴컴한 바닷속을 비춘다. 다른 채널도 모두 마찬가지다. 케이블 선이 잘못됐나 TV 뒤를 기웃거리던 소년은 안방의 닫힌 창문에서 물결이 출렁이다가 사라지는 걸 봤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집 밖으로 나왔다. 거대한 해일이 마을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훑으며 지난다.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바닷물에 뒤섞여 빠져나가지 못하고 떠다닌다. 다행히 소년은 집 안에 있어 해일에 휩쓸리지 않았다. 굽이치는 바닷물은 이미 저만치 사라졌다. 주변이 온통 물기에 젖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다른 집에서 몇 명의 사람이 나와 놀란 얼굴로 멀어지는 해일을 쳐다본다. 마을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이 해일을 쫓아 뛰었다. 어서 달아나라고 사방에다 소리친다. 소년이 그 뒤를 따른다.

해일을 피해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모든 길목이 물로 막혔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시커먼 바닷물이 사방으로 뻗은 길에서 떠밀려온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운다. 정자에 모인 남자들도 마을 한쪽을 뒤덮은 거대한 물결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섰다. 하얀 거품을 문 바닷물이 사방에서 자신들을 향해 출렁거린다. 물속에서 뒹구는 것 중에는 삽이나 깨진 유리병같이 날카로운 것들이 많다. 저기에 휩쓸리면 온몸이 찢기고 부서질 것이다. 아이들과 할머니, 중년 여자가 바닷물을 피해 남자들에게 달려온다. 대여섯 명의 남자들도 정자에서 나와 아이들 쪽으로 뛰었다. 한데 모인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빠져나갈 길이 없다. 물이 순식간에 휘몰아쳐 그들을 덮친다. 사람들 위로 물벼락이 쏟아지고 깨진 물건들의 파편이 날아든다.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감싸도 소용없다. 날카로운 집기들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노출된 몸을 사정없이 강타한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머리가 깨졌다. 사람들이 눈을 까뒤집고 입술을 들썩이며 물속에 잠긴다. 물살이 그들을 휩쓸었다. 그들의 몸이 물속에서 온갖 물건들의 파편과 뒤섞였다. 멀리서 지켜보던 그들의 가족이 고함과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뛴다. 울음을 터뜨리고 주저앉는다. 지붕 밑까지 차오른 바닷물이 잠잠해졌다. 엎어진 채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몸에서 피가 잉크처럼 번진다.

사람들을 가득 담은 바닷물은 마치 썰물처럼 마을을 빠져나간다. 전봇대나 자동차 같은 장애물들을 돌고 돌아 방파제가 길게 늘어선 바다 앞에 당도했다. 절규하며 쫓던 가족들이 그 광경에 가슴을 쥐어뜯는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해일은 방파제를 넘어 사람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쏟아졌다. 주변의 바다가 거세게 출렁인다. 사방으로 파도가 튄다. 물속에 뒤섞인 사람들이 바다 멀리 밀려 나갔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가족들이 아무리 그들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방파제 턱에 주저앉은 가족들이 땅을 치고 통곡한다.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이 바다 앞에 선 채 어두워지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다. 멀리 떠나 있던 갈매기들이 어느새 날개를 활짝 펴고 돌아온다. 주저앉은 가족들이 벌떡 일어났다.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바다로 걸어 들어간다. 다른 이들이 혹시나 그들마저 바다에 휩쓸릴까 뛰어들어 끌고 나온다. 가족들이 허우적대며 저항한다. 흠뻑 젖은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이 바다 앞에서 뒤엉켜 운다. 어쩔 도리가 없다.

TV를 보다 밖으로 나온 소년은 이 광경을 지켜보다 TV 속 화면과 뭔가 연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틀림없다. 화면이 바뀐 것과 이 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바다였다. 소년이 집으로 뛰어가 TV를 확인한다. 화면에는 부유물들로 휘청거리는 어두운 바닷속이 보인다. 물살이 쉴 새 없이 흐른다. 울긋불긋한 산호들이 앞뒤로 흔들리고 작은 물고기 떼가 이리저리 물결에 떠밀린다. 바위에 붙은 해면동물들은 동그란 구멍으로 바닷물을 내뿜는다. 건너편 해저에는 커다란 구멍이 움푹 패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굴곡이 만들어졌다. 그 거대한 산맥의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둥근 머리와 팔다리를 가진 틀림없는 사람의 형상이다. 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계속 같은 화면만 나왔다. 사람들이 바다에 휩쓸린 직후다.

소년이 바닷가 앞의 사람들에게 뛰어가 여기 이상한 게 있다고 꼭 봐야 할 것 같다며 알렸다. 어른들이 화를 내며 무슨 일이냐며 되물었다. 소년은 TV에서 바닷속의 모습만 보이고, 그 안에 사람 같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똑같은 장면만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소년의 집으로 뛰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열 명이 채 들어오기도 전에 소년의 안방이 가득 찼다. TV 화면에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 멀리서 카메라 앵글을 잡은 듯 작았다. 동그란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닷속 한가운데에 떠 있다. 휘몰아치는 물살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잠수복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가만히 선 채 머리만 흔든다. 어렴풋이 보이는 손과 발은 물을 휘젓지 않고 축 늘어졌다. 그 기괴한 모습에 사람들이 몸을 움츠리며 웅성거린다. 방이 좁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갔다가 되돌아와 소리친다. 자신들의 TV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마을 안의 모든 TV가 저절로 켜져 바닷속을 비춘다.

소년의 안방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긴장감으로 이마에 땀이 흐른다. 무엇이 나올지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불안해진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어 화면을 주시한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사람의 모습이 커다랗게 확대된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의 두 눈이 시커멓게 패였다. 안에 있어야 할 눈알들이 온데간데없다. 물고기들에게 뜯어 먹혔다고 하기에는 구멍의 단면이 너무 매끄럽다. 마치 눈을 흉내 내듯 그 안에는 어둠만이 가득 들어찼다. 눈 밑에 있어야 할 코와 옆의 두 귀는 아예 흔적조차 없다. 그 자리를 고무찰흙 같은 하얀 피부가 밋밋하게 감쌌다. 입이 있던 곳에는 눈과 똑같은 구멍이 뚫려 입을 대신했다. 심지어 머리는 두개골의 굴곡과 턱의 구분이 없다. 그냥 전체적으로 둥글기만 했다. 정수리는 머리카락 하나 없이 깨끗했고, 어디에도 모근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화면을 바라본다. 저건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마치 다른 뭔가가 인간을 자기 멋대로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TV에서 커다란 말소리가 튀어나온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움찔 물러났다. 화면 안의 사람이 구멍으로 된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한다. 목소리의 성별을 가늠할 수 없었다.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했다. 둘의 목소리를 합친 것과는 다르다. 사람 목소리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음성 변조도 아니었다. TV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했다.

“저를 한번 드셔 보세요. 탱탱하게 꽉 찬 속살이 정말 정말 끝내줘요. 이유가 뭐냐고요? 지금이 딱 제철이거든요. 제 살이 얼마나 영글영글하고 야무진지 몰라요. 아주 물이 올랐어요. 흔치 않은 기회라고요.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거, 다 아시죠?”

사람들이 옆의 사람을 의혹에 가득 찬 얼굴로 쳐다본다. 광고다. 무슨 광고일까?

화면이 가까이 확대되자 멀리서 보던 때와 달리 몸의 형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어깨는 좁고 옆구리와 배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옆으로 퍼졌다. 부푼 몸통은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로 향하자 다시 가늘어진다. 체형이 세워 놓은 럭비공을 보는 것 같다. 그 흐물거리는 인간 같지 않은 것이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높은음 낮은음을 번갈아 내며 빠른 속도로 내뱉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직접 보증합니다. 전 구석구석까지 구워져 육질이 쫄깃해요. 제 허벅지는 한입 베어 먹으면 향긋한 육즙이 넘쳐흐르고요. 제 동그란 머리 있죠? 특히 그 부분이 별미예요. 구수하고 담백해서 할 말을 잃을 정도로 환상적인 맛이에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절 먹어보신 분들이 얼마나 칭찬을 하는데요. 모두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천국이 따로 있나요? 이게 바로 천국이지요!”

예감이 좋지 않았다. 목덜미에 벌레가 기어오르는 듯 소름 끼쳤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에 대한 광고인지 감지했다. 한 사람이 화면을 더 보지 못하고 시선을 떨군다. 주먹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바다에 끌려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으며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다른 집에서도 피해자의 가족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TV를 지켜본다. 가족을 잃지 않은 소년은 안쓰럽다는 생각 뒤편으로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나올지 호기심이 동하는 걸 느꼈다. 또 뭐가 튀어나올까?

화면 안의 사람은 이제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팔은 어깨에 붙지 않고 그보다 밑인 옆구리 위에 달렸다. 두툼한 두 허벅지 중앙이 세로로 금이 갔다. 허벅지가 꿈틀거리더니 사람의 머리통만 한 눈이 불거졌다. 흰자위의 시커먼 눈알이 사방을 이리저리 살핀다.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기겁하며 신음을 내뱉는다. 그가 바닷속을 가르며 알몸을 옆으로 눕힌다. 팔과 다리가 뼈가 없는 듯 흐물거리며 물살을 탔다. 손가락같이 꾸물대는 두 다리가 제일 앞으로 오고 그 뒤를 큼지막한 눈알과 몸통, 가느다란 팔이 따른다. 맨 끝에는 동그란 머리가 위치했다. 바닷가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TV를 보던 이들은 그게 바닷속을 누비는 오징어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앞으로 뻗은 두 다리와 팔은 오징어의 촉수와 다리 같았고, 두 허벅지에 붙은 눈은 오징어의 눈을 보는 듯했다. 뒤의 원뿔 모양의 상반신은 오징어의 통통한 몸통이었고 동그란 머리는 오징어 맨 뒤에 난 세모난 지느러미를 닮았다. 화면에서 나오는 말이 점점 빨라진다. 이번에는 음의 높낮이도 없이 한껏 고음의 목소리로 호들갑을 떤다.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단순히 맛만 좋은 게 아니라고요. 제 몸에는 각종 영양소와 필수 아미노산이 듬뿍 함유되어 있어요. 공부하는 고3 수험생.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아버지까지. 이것만 먹으면 힘이 팍팍 나요!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에다가 특별한 세일즈 포인트가 하나 더! 이렇게 영양이 많은데도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요. 왜일까요? 저는 바로 저지방 고단백이니까요!”

그와 멀리 떨어진 산호 숲 위에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들이 둥둥 떠 있다. 화면이 그쪽을 잡은 후 확대된다. 불에 바싹 그슬려 온몸이 타버린 사람들의 사체다. 살 여기저기가 시커멓게 문드러졌고 발가락이나 손가락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팔과 다리의 관절이 제멋대로 뒤틀렸다. 녹아내린 입술 사이로 앙다문 앞니가 보인다. 부릅뜬 눈의 눈동자는 위를 향했고, 축 늘어진 전신은 해파리들의 투명한 살로 뒤덮였다. 마치 죽어서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온몸을 꽁꽁 싸맨 것 같았다. 모두 얼마 전에 바다로 끌려간 사람들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에서 통곡과 비명이 튀어나온다. 그 소리는 끊겼다가 다시 터져 나오기를 반복했다. 소년의 집에서 TV를 보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절규하며 휘청거렸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는 TV 앞에 무릎을 꿇고 제발 우리 아이를 돌려달라고 빌었다. 울부짖는 입에서 눈물과 함께 침이 튀었다. 그 광경에 소년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가엽고 비참하다. TV 앞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방바닥을 긴다. 누구도 차마 화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소년은 눈물을 훔치며 이를 악문다. 자신이라도 저 광고를 봐야 한다. 끝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화면 안의 움직이는 사람이 산호 숲으로 방향을 돌린다. 오징어처럼 몸을 눕힌 상태다. 두 개의 다리가 먹이를 움켜쥐려는 듯 꿈틀거린다. 뒤에 있는 동그란 머리를 펄럭이며 시체들을 향해 미끄러졌다. 허벅지의 커다란 눈동자가 앞쪽으로 몰린다. 흥분했는지 붉게 충혈됐다.

시체들을 감싼 해파리의 살 겉에는 하나같이 ‘통째로 구워 맛있는 인간 구이’란 글이 쓰였다. 글자가 삐뚤삐뚤 뒤틀려 알아보기 힘들다. 마치 글이라는 걸 처음 본 무언가가 글씨를 조악하게 흉내 낸 것 같았다. 시체들 앞에 도착한 그는 전신의 색을 파랑 노랑 빨강으로 점멸한다. 온몸을 화려하게 빛내며 시체들 사이를 신이 나게 헤엄쳐 다닌다. 화면에서 발악에 가까운 외침들이 들렸다가 일순간 수많은 웃음이 되어 사라진다.

“자, 어때요? 진짜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세상에나! 너무 놀랍네요. 지금 주문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어서 서두르세요. 매진 임박! 오늘 구매하신 고객님께는 특별 사은품으로 튀긴 손가락도 드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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