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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줄 없는 꼭두각시

2012.12.01 01:4412.01

줄 없는 꼭두각시



김으뜸 박사는 거대한 부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

김으뜸은 오직 자유만을 신봉했다. 바깥세상이 민주 공화정으로 물드는 동안에도 김으뜸은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유를 신봉했다. 김으뜸에게 있어 자유란 자신이 감당할 수만 있으면 행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즉 그것은 범죄자의 자유였다. 돈이 없어서 치료 받을 수 없다면 그냥 죽으라고 외치는 자유였다. 김으뜸은 실제로 의사였다.

김으뜸은 비밀리에 인공자궁에 한 태아를 길렀다. 태아는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정교하게 조작되어 어떤 감각도 없는 상태였다. 일찍이 20세기에 밝혀진 바로는, 감각이 없이 태어난 인간은 자아를 갖지 못 한다. 자아란 외부 자극의 피드백에 지나지 않는다.

태아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김으뜸은 태아의 위장에 직접 소화 요소와 먹이를 집어넣는 장치를 부착했다. 비뇨기와 항문에도 장치를 부착해 배설이 원활케 했다. 운동 신경계를 조작해서 정기적으로 운동케 했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정기적으로 훌륭한 음식을 먹고 근육을 키운 태아는 이제 겉으로는 웬만한 어른 못지않아졌다. 수술을 통해 감각을 해방시키고 족쇄를 풀어 감옥에 집어넣자 소년은 짐승이 되어 날뛰었다.

김으뜸은 연구 결과를 비밀리에 발표했다. 곧 스폰서가 걸려들었다. 도착한 사내는 정부 요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구 연합 정부는 윤리적 세뇌 수술을 통해 모든 이들의 정신에 도덕적 인공지능을 내면화시킴으로서 범죄 없는 세상을 열겠다는 무리에 의해 일부 점령되어 있었고 그 사내도 그쪽이라 했다. 김으뜸은 궁금했다.

“어째서 그런 전체주의자이신 분이 나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를 찾아 온 것인지요?”

“도덕적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무리 가운데엔 이른바 순수하고 착한 이들도 있다만, 나 같이 야망이 큰 사내도 있는 것이야. 우주로 나아가는 온 인류를 영원무궁토록 지구에 앉아 지배코자 하는 것이 내 야망이지. 전체주의의 우두머리야 말로 자신의 자유를 세상에 투사하려는 진정한 자유방임주의자지. 자네의 실험체는 좋은 표본이 될 걸세. 이렇게 키워진 존재도 도덕적 인공지능을 통해 세계 시민이 될 수가 있다는.”

총소리가 울렸다.

김으뜸은 전체주의자의 정신을 파괴했다.

자유방임주의가 관철되려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려 들려 하면 안 된다. 이미 녹화는 되어 있었다. 모든 합법적 테두리를 넘겠다는 전체주의자의 시도를 김으뜸은 세상에 알리겠다고 작정했다.

물론 자신은 빠져나갈 궁리를 해야 했다. 각본 짤 시간이 필요했다. 김으뜸은 고심했다.


Fin

[201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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