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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벚꽃을 꺾다

2012.11.30 13:0611.30

벚꽃이 온 거리에 흐드러졌다.

인적 드문 거리를 지나는 버스 안에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인우는 작은 버스 안에 앉아 차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된 노동으로 굳은 살 투성이인 손바닥을 매만지면서, 그의 거친 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홍빛 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마다 벚꽃잎 몇 장이 날아 올랐다. 사그라드는 겨울 냄새가 벚꽃에 덮여 녹아만 갔다. 그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는 힘겹게 자신의 마음을 가늠해 보았다.

벚꽃, 이라는 단어를 속삭일 때 많은 사람들은 한없이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할 것이다. 그만큼 벚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 차창에 머리를 기댄 남자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벚꽃을 힘없는 눈길로 바라보다가는 시선을 거두었다. 고개를 숙인 그는, 고통스러운 생각에 잠긴 듯이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렸다. 한참을 그 상태로 있던 인우는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시간이 흘러서 세월이 지나고, 유달리 검던 머리칼이 회색을 띄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물론 젊은 날에 느꼈던 격렬한 감정은 많이 흐려져 있었다. 그러나 바래지 않는 기억이, 벚꽃과 함께 남아 있는 그 기억이 그를 끝없이 괴롭혔다.

그는 젊은 나이에 집을 떠났었다. 자신의 집안이 친일파 집안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된 그는, 그 일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집의 넓은 마당에 피어 있던 벚꽃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꺾고 뜯어내며 다시는 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자신의 모습이 얼핏 떠올랐다.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던 그는, 역사에 전념하는 역사학도이던 그는 벚꽃을 볼 때마다 눈앞에 일장기가 펄럭이는 것처럼 느꼈다. 그때 27살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사실과 현실이 증오스럽기만 했었다.

버스의 덜컹거림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그는 천천히 버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버스가 다시 문을 닫고 출발해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그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건물, 나무, 간판들. 모든 게 낯선 것들 뿐이었다. 자신이 떠난 이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생겨났으리라는 생각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 간혹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해 있는 풍경에 그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이곳이 자신이 찾던 곳이 맞는 걸까.

한참을 헤매며 길을 찾아가던 그는 문득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기억 속에 어머니는 책을 가까이 하고 음악을 사랑하던, 차분하고 교양 있는 여성이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그녀의 모습. 창틈으로 들어온 바람에 펄럭이던 머릿결. 많은 장면들은 커튼으로 스미던 금빛 햇살과 함께 아름답게 기억되어 있었다. 잠들지 못하던 어린 그를 위해 머리맡에서 동화책 '미운 오리 새끼'를 다정하게 읽어주던 어머니. 그러나 그녀는 다정한 사람임과 동시에 안쓰러울 만큼 매사에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사람이기도 했다. 지금 길을 찾아 헤매는 그의 모습처럼, 그녀는 평생을 늘 어딘가 길을 잃은 사람처럼 헤매며 살아갔다.

그런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게 며칠 전이었다. 그 소식을 알고 그는 헤아릴 수도 없는 긴 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도 돌아오지 않던 집에 인우가 돌아오기로 마음 먹은 건, 그가 집을 떠난 지 딱 20년이 지난 때였다.




시간은 오후 두 시쯤을 지나고 있었다. 강원도 한 산골 구석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에는 매년 봄이면 반복되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매년 봄마다 이곳에 와서 지내는 사람들은 풍경의 아름다움에 무뎌져 갔지만, 전체적으로 하얀 저택과 주변을 둘러싼 하얀 벚꽃들의 모습, 만개한 벚꽃잎 사이로 눈에 파묻힌 듯 보이는 까만 나뭇가지의 모습은 눈부시게 빛났다. 저택과 조금 떨어진 곳의 마을 주민들은 멀리 보이는 저택을 바라보며, 인사 한 번 나누어 본 적은 없지만 저 저택에 사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행복할 거라고 수군거리곤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저택 안에 있는 사람은 전혀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다. 푹신한 가죽 의자에 몸을 파묻듯이 앉은 그는 살찐 손으로 눈가를 가리고 있었다. 인수, 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름을 알 만한 대기업을 이끌고 있었다. 기업의 운행 자체에는 현재 큰 결함이 없었다. 지금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은 기업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20년만에 돌아오는 형을 괴롭게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형이 곧 가져올 머리 아픈 문제들에 대해 떠올렸다. 그에게 있어서, 형은 기묘한 컴플렉스가 뭉쳐진 대상과 같았다. 그는 젊은 시절에도 자신과 다른 사고 방식의 형에게 까닭모를 증오를 느껴 왔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의 형이란 사람은 허황된 이상을 좇는 사람이었다. 밤하늘의 달을 잡겠다고 소리치며 집을 뛰쳐나간 어린애나 다름 없었다. 집안의 커다란 재산이 일제시대의 친일의 결과이고,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자신의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란 말인가?

인수는 갈수록 엉키기만 하는 생각 속에서 힘겹게 말했다.

"근배야."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그의 친구이자 사업 동료인 깡마른 남자가 대답했다.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근배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는 인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뭘 어떻게 생각한다는 거지?"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을 뿐이다. 인수는 한참 뒤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이 나라에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

인수의 그 말이 근배를 향한 말인지, 아니면 혼잣말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근배는 가만히 침묵하는 방법을 택했다. 인수는 점점 더 분노가 섞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20년을 막노동하면서 세상 돌아다니던 양반이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나니 찾아오는구만. 빌어먹을, 유산은 탐이 난다는 건가? 양심없는 인간이라고. 안 그래? 위선자라고. 위선자가 따로 없다고. 그렇게 혼자 잘난 척은 다하면서 민족이니 양심이니 어릴 때부터 건방지게 지껄이시던 인간이, 선비 흉내 내던 인간이 부모님 돌아가시니 유산이나 챙기러 와?"

인수의 형, 인우가 돌아오는 이유가 유산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인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가 문을 열고 인수를 불렀다.

"저,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비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인수는 문을 노려보듯 응시했다. 그곳에는 곧 인우가 나타났다.

둘 중 누구도 먼저 인사하지 않고 오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에 가로막힌 침묵의 무게가 더해졌다. 이윽고 인우가 먼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그런데 이거야 뭐, 당장이라도 칼 빼들고 싸움이라도 해야만 될 것 같은 분위기로구만."

인우는 한 번 더 피식 웃고나서 방 안을 훑어 보았다. 그런 다음 인수의 맞은편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앉으라는 손짓 정도는 하지 그러냐? 네 비서가 나를 손님이라고 부르시는 거 못 들었냐?"

인우의 말투에는 농담조가 섞여 있었다. 그 농담조를, 인수는 유산을 요구하기 전에 늘어놓는 친근한 척이라고 받아들였다.

인수가 입을 열었다.

"많이 변했구만, 형님. 못 알아볼 뻔했어."

많이 변했다, 라는 건 두 사람 모두 느끼고 있는 감상이었다. 20년 동안 각자 걸어온 길이 두 사람의 겉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가치관은 달랐어도 겉모습은 비슷했던 형과 동생은, 이제 서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생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살쪘으며 답답한 양복에 갇힌 모습이었고, 형은 회색 머리를 길러 뒤로 묶었으며 고된 노동으로 단련된 몸을 지니고 있었다. 둘 다 착실한 우등생 같던 과거의 모습은 잃어 버린 지 오래였다.

"하긴 형은 겉모습만 변한 게 아니라 마음도 변한 거 같은데?"

"뭔 소리냐?"

"들리는 소문으로는 뭐 노가다 판에서 일 잘하고 넉살 좋기로 유명하다더만. 예전의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 고집 센 선비님이 그런 일도 할 수 있다니."

인우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비웃는 것도 같았다.

"노동하는 현장이 그딴 걸로 소문이 날 만큼 한가할 것 같냐? 그런 얘기는 또 어디서 누구에게 조사를 시켜서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그리고 변한 건 그것만이 아니지. 예전의 형은 돈 같은 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 같았는데. 내가 잘못 봤던 건가? 이제 나이도 먹어가니까 잘난 선비님도 돈이 좀 필요해지셨나?"

인우의 입가에서 서서히 웃음이 사라졌다.

"무슨 말이지."

"지금 부모님 돌아가시니 와서 유산이나 챙기자, 라는 형님의 속셈이 너무 뻔하게 보여서 말이지.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면 돈 앞에서의 사람 심리는 훤하게 꿰뚫기 마련이거든."

그 말을 들은 인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드러내놓고 분노를 표현하지도 않고 미소가 걷힌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의 거친 손이 주먹을 꽉 쥐고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가 보고 있었다. 인수의 옆에 앉은 근배는 두 형제의 사이에서 초조한 표정이었다.

인우의 목소리는 아주 조금씩 떨려 나왔다. 그는 그 떨림 속에서도 침착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말을 꺼냈다.

"유산 같은 건 필요 없어.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기에 돈이나 챙기려고 온 게 아니다."

"그러면 형이 여기에 올 이유가 뭔데? 20년간을 가족 따위 내버리고 돌아다니신 아주 잘나신 분이 말이야. 어머니 돌아가시니 갑자기……."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인우가 위압적인 목소리로 인수의 말을 잘랐다.

"난 나라 팔아먹고 떨어진 집안 돈 같은 건 필요 없다."

그 말에 인수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형이 그 잘난 신념 지키고 살겠다고 집안을 뒤쳐나간 뒤로, 부모님이 노쇠해지고 나서 집안을 지키는 일은 오로지 인수의 몫이 되었다. 그때부터 그는 당장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념, 이상, 소신 따위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걸고 그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자들을 모조리 증오하게 되었다. 물론 그 증오의 중심에는 그의 형, 인우가 있었다.

"그래 인정해야겠구만. 아주 20년 동안 잘 지켜오셨어. 안 그래? 하나도 안 변했지. 그놈의 잘난 눈빛 말이야. 형은 항상 우리 가족을 그렇게, 그래, 지금 그런 눈빛으로 우리들을 내려다 봤지. 우리 가족은 항상 형의 세상에서 하찮은 존재들이었어. 잘나신 역사적 신념 아래에서 우리는 그저 비겁한 쪽발이였다고. 그래,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나는 말이야, 형은 내가 가족이 있는지도 모르겠지 아마?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어린 아들이 있다. 나에게는 내 가족들이 무엇보다 소중해. 내가 빌어먹을 친일파의 자손이고 그것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난 내 가족은 지킨다. 그리고……."

인수의 목소리는 갈수록 차분해지는 듯 했지만, 숨을 고르는 그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옆에 앉은 근배만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하지만 미세한 몸짓이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죽기 전 한 달 동안 형의 이름만 부르다 돌아가셨어. 의식도 없고 내 얼굴도 못 알아보시던 분이 형 이름만 애타게 찾다 돌아가셨어. 알아?"

인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방 안에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고, 이따금 귀를 기울여야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봄바람이 창문 너머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인우는 우아하게 장식된 창틀 너머 바깥 풍경에 시선을 주었다. 힘없는 눈길로 화사한 세상을 바라보았다. 봄바람의 손을 잡은 벚꽃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인우는 벚꽃이 펼쳐진 풍경이 여전히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잠시 미운 오리 새끼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한참만에 입을 열어 동생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가 가장 최근에 쓰시던 방은 어디지."

"2층. 멀리 바다 보이는 작은 방."

인우는 잠시 무언가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들어 동생을 마주했다. 동생은 그 시선을 보며 다시 말했다.

"그래. 형이 쓰던 방. 어머니가 형 나가고 나서부터 쓰고 싶다고 하셨어. 그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인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힘없이 걸어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문을 열자, 문 밖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방에서의 대화를 이해할 수도 없을 만큼 어린 아이였다. 겨우 6살은 됐을까 싶은 그 아이는 여태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궁금해 귀를 대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깜짝 놀라 자신의 앞에 선 머리 긴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안녕?"

인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무릎을 굽히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그러나 그때 등 뒤에서 동생의 차갑게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아들한테 손대지 마."

인우의 손길이 허공에서 멎었다. 무표정한 듯, 혹은 슬픈 눈빛을 한 듯 기묘한 얼굴로 그는 손짓을 거두었다. 자신의 아버지의 화난 목소리에 겁먹고 울먹이는 작은 소년을 내려다 보았다. 동생이 사랑하는 아들이란 건, 인우에게 참으로 어색한 존재였다. 그가 평생을 두고 증오해온 사람들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게 했다. 그는 천천히 윗층의 어머니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근배는 그들 형제의 대화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인수의 한숨 소리를 듣고, 멀어져가는 인우의 뒷모습을 보며, 근배는 자신의 생각이 엉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 방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방이 인우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방인 데다가 집의 모습이 그다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집의 내부 구조는 정말 그가 떠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이토록 집의 모습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을 정도로 집안의 모습은 떠나던 그 날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어머니 방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인우의 뺨을 감싸고 지나쳤다. 문의 맞은편에 나 있는 커다란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인우는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걸어가 창문 앞에 섰다. 인우가 살 때는 창문 저 아래에 있던 벚나무가 지금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했다. 그는 방을 둘러보았다. 넓지 않은 방이었다. 이 방에서 살겠다고 말하던 어머니는 집을 떠난 아들을 닳도록 그리워했으리라.

그의 어머니가 죽은 건 벌써 꽤 지난 일이었다. 그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방은 마치 자신의 주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듯이 생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가 쓰시던 것 같은 뜨개질 묶음, 찻잔, 이불이 가지런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먼지조차 쌓여 있지 않았다. 인우는 이 물건들 모두에 먼지가 앉지 않도록 유지했을 동생에 대해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싸우게만 되는 동생. 인우가 증오하는 가치관을 지니고 친일의 재산으로 배불리고 있는 동생이지만,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끔찍이 챙기는 효자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고집을 위해 집을 떠난 사람과는 달랐다. 그 생각이 인우를 아프게 찔렀다.

방 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살펴보던 인우는 책 한 권에 시선을 멈추었다. 그것은 동화책이었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 어린 인우가 잠들지 못할 때 어머니가 읽어주던 동화책이었다. 인우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그 동화책을 어른이 되서도 간직하고 있었다. 집을 떠날 때 그 책을 가져오지 않았던 걸 인우는 몇 번이고 후회하곤 했다. 그 책에 손을 얹은 채로 인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



아버지는 권위적인 가장이었다. 인우는 아버지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가끔 본다고 해도 그 웃음은 그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입가에 냉소를 걸고 살던 사람이었다. 옆에 함께 있는 어머니와는 대조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무언가를 안타까워하고 안쓰러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 안쓰러운 대상에게 직접 손을 내밀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여렸지만, 오로지 여리기만 했다. 여린 마음을 따르기 위한 강인함은 그녀에게 없었다. 인우는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알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대로 결혼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 인생의 방향은 언제나 타인을 위해 맞추어져 있었다.

비록 권위적인 아버지와 연약한 어머니가 꾸린 가정이었어도, 한동안은 그럭저럭 괜찮은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엄청난 부자였고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자상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자주 밤에 잠들지 못하던 인우를 위해 머리맡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읽어주곤 했다. 아버지의 권위적인 태도를 어머니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그 정도는 흔한 가족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우가 아버지와 너무 닮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인우는 자라면서 아버지와 사소한 일에서부터 대립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한동안은 괜찮은 일상이 이어졌다.

문제의 시작은 어느날 식탁에서 시작됐다. 텔레비전에서 친일파에 관한 뉴스가 나온 것이었다. 이미 인우가 자신과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본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그들의 조상이 유명한 친일파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때문에 중학생이었던 인우는 뉴스를 보며 흥분하며 말했다.

"저 나쁜 새끼들. 부끄러운 줄도 모르지."

잠시 뒤에 인우는 어머니가 식사를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는 걸 깨달았다. 영문을 모르는 인우는 어머니를 마주봤다. 어머니의 눈빛은 읽어내기 어려웠다. 안타까움과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약간의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한꺼번에 섞여 있는 눈빛이었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껐다. 그러고는 건조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김인우, 식사 그만 하고 따라와라."

인우가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표정과 동생의 어리둥절한 얼굴을 뒤로 하고 따라가자, 아버지는 그를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으로 훑어 보았다. 그건 이미 아버지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한참을 말이 없던 아버지는 인우에게, 깊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증오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언론의 편향적 보도에 휘말리는 것은 우매한 대중이 되어 선동당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원래부터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던 인우는 그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속 아버지에게 맞섰다. 뺨을 맞고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흘러 인우가 대학을 결정할 나이가 되었다. 그때 이미 아버지와 그의 사이는 멀어질 만큼 멀어져 있었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동생 인수와도 사이가 예전같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 인우는 역사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자신의 집안 역사를 모르고 있던 인우는 반대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냉정하게, 등록금을 대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때문에 입학을 못하게 되는 일이 있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했다. 인우는 이런 일이 언젠가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는 듯, 그동안 몰래 아르바이트하며 벌어둔 돈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냈다. 졸업할 때까지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가장 큰 일은 인우가 학교를 졸업하고 27살일 때 일어났다.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 예전에 보던 책을 몰래 찾아보던 그는 책꽂이 위에서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호기심에 그 자료를 읽어본 그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유명하고 악독한 친일파의 이름이었고, 여전히 그 집안은 부를 누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교수를 통해 들은 얘기였다. 그 집안이 지금도 어떤 기업을 이끌고 있는데, 해방 후에 이미 교묘하게 세탁 과정을 거쳐서 지금 어떤 이름의 기업인지 정보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인우도 그 친일파를 알고 있었다. 그 친일파에 관한 기록이 왜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지 인우는 몰랐다. 그리고 그 기록이 왜 친일파에게 호의적인 어조를 띄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까지는. 그러나 그 다음에 읽은 자료는 집안의 족보였다. 아버지는 그에게 족보를 보여준 일이 없었기에 인우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족보에서 친일파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저 동명이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확인하고 또 확인할수록 추정되는 연대와 자료에서의 시기가 일치하는 걸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당장 그날 아버지에게 따져 물었다.

"그래. 그게 우리 집안이 맞다. 그러나 과거의 일이다. 그게 문제가 되나."

아버지의 냉담한 대답을 들은 인우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가 증오하던 사람 중의 한 명이 자신의 조상이었다. 제사를 지낼 때마다 인우는 그를 위해 절을 했었던 것이다. 민족을 배신하고 피를 빨아먹은 결과물이 그가 평생 누려온 넉넉한 가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자신이 입고 있는 옷, 좋은 머릿결과 피부, 배운 지식과 학벌은 모두 혐오스러운 것들로 느껴졌다. 그가 그토록 증오하던 그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따지듯 물었다.

"양심에 찔리지도 않습니까. 조상이 잘못했다면 우리는 그 잘못을 해결해야 합니다."

"왜 그걸 우리가 해결하지? 우리가 친일을 했나?"

"물론 우리가 직접 한 건 아니죠. 하지만 그 재산을 이용하는 건 결국 같은 짓입니다."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차가운 비웃음을 지었다.

"너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재산을 모은 것은 조상이지 우리가 아니다."

"그래요.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그 죄는 조상의 죄이지 우리의 죄가 아니다', 라는 식의 주장을 하려면 재산도 포기해야 합니다. 왜 죄만 조상에게 남겨놓고 재산만 가져옵니까? 그게 논리에 맞아요? 조상이 지은 죄는 조상에게 남겨두고, 조상이 번 돈은 우리가 씁니까? 그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너도 그 돈을 쓰고 살아왔고, 그 돈으로 대학을 졸업했다는 거다."

인우는 그날부터 계속 아버지와 다투었다. 그런 일상이 한 달간 계속되다가 한 번 크게 다툰 날, 그는 옷 몇 벌과 벌어뒀던 돈만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집의 마당에 유난히 많던 벚꽃들을 보자 그는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어 벚꽃을 꺾고 뜯어내기 시작했다. 일제에 기던 인간들이니 여기에도 이렇게 쪽발이 같은 꽃을 뿌려놓았구나, 소리를 치면서. 평생을 거의 펜만 잡아온 그의 여린 손이 찢어져 피가 날 때까지 그는 벚꽃을 뜯어냈다. 피묻은 벚꽃잎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집을 나온 그는 분노를 느끼는 것뿐 아니라 미안함도 함께 느꼈다. 그 미안함은 어머니를 향한 것이었다. 큰아들을 걱정하던 어머니의 눈빛이 눈물로 흐려진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는 스무 살이 지나서도 간직하고 있던 '미운 오리 새끼'를 챙겨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집에 다시 돌아가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 책을,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박 받던 미운 오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백조가 되었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어쩌면 사려 깊던 어머니는 아들의 삶을 예견하고 그 책을 그토록 자주 읽어주셨던 걸까, 인우는 책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이제 돌아가신 어머니의 방에서 그 책을 읽고 있는 인우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어 들어오는 창문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는, 나는 과연 백조가 된 걸까, 하고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그저 도망치고 살아온 평생이었다. 앞으로 남은 절반 정도의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지금처럼도 괜찮은 걸까. 과연 그게 백조의 삶인가.

"저, 여기 아직 계셨군요?"

인우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 그렇게 말을 걸 사람은 이 집 안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였기에, 조금 놀란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 상대방은 눈에 익은 사람이었다. 상대방이 입가에 미소 비슷한 것을 띠우며 또 말했다.

"아, 제가 괜히 방해한 건가요?"

"아닙니다."

인우는 상대방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인우는 여전히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다. 방을 먼저 찾아와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은 인수의 옆에 줄곧 앉아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또 말했다.

"제 이름은 근배입니다. 김근배."

"네. 제 이름은……."

"김인우 씨 맞죠?"

인우는 조금 웃었다. 근배라는 사람은 인수에게서 이미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모양이었다.

"맞습니다. 인수가 제 얘기를 하던가요? 그거 참 별로 듣기 좋을 만한 말은 아니었겠군요."

근배는 굳이 거짓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두 형제 사이의 일은 그들의 일일 뿐이다. 근배는 그 일에 자신이 참견할 틈은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인우에게 호의적인 말투로 말했다.

"여기 온 건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인수에게 방금 전에 말을 들었는데, 곧 이 방을 치울 예정이라더군요.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유품으로 챙겨가고 싶으신 게 있다면 챙기십시오. 아마 다시 이 방으로 돌아오시긴 힘드실 겁니다."

인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방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근배라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올라와서 말을 해줬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인수와는 어떻게 알고 지낸 사이입니까?"

"같이 일하는 친구입니다.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죠."

인우는 자신보다 이 사람이 동생에 대해 더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랜 친구시겠네요."

"사실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다가 오랜만에 만난 속물끼리 하는 얘기라고는 돈 얘기밖에 없죠. 전 돈을 많이 벌고 싶었거든요. 인수는 그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동료로 적합했고."

근배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벚꽃 한 잎이 바람에 실려 창을 넘었다.

"예전에는 미술을 하고 싶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그런데 좀 가난했거든요, 어릴 때는. 그래서 결국은 미대를 못 갔죠. 너무 높은 곳처럼 느껴졌어요. 분했죠. 잘할 수 있을 텐데. 자신 있는데. 돈 때문에. 그래서 그 놈의 돈, 평생 지겹게 벌어 보겠다 하고 이를 악물고 돈만 벌었어요. 인수와 함께 돈을 벌기로 했죠. 친일 자본을 기반으로 쓰는 것도 개의치 않았어요. 그렇게 살아왔죠. 얼마 전까지는 그랬는데…… 요즘 들어 회의감이 들더군요. 돈에 관한 것도 그렇고, 제 인생에 대해서도요. 포기하지 말걸. 좀 더 생각대로 살아볼걸. 그런데 이제는 아내가 있고 아들과 딸이 있는 처지라서 꿈 같은 곳에 미련을 두는 것 자체가, 저 자신이 굉장히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았어요. 무책임한 것 같았죠. 그러던 차에 당신처럼 생각을 지키며 사는 사람을 보니 좀 반갑더군요. 그래, 저렇게 살 수도 있는 거다,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런 생각."

인우는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생각을 지키며 사는 사람?

인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인정하기 싫은 현실에서 도망치면서 살아 왔을 뿐입니다."

방 안에 들어온 벚꽃이 그의 시야에 선을 그으며 지나갔다.

"처음 집을 떠나고 어리둥절하게 일자리를 구하며 돌아다닐 때 결심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보자. 그러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더 나이가 들어서 공사판에서 일을 하면서부터는 예전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유쾌하기만 한 괴짜이고도 싶었고, 그저 오늘만을 생각하며 사는 단순한 주정뱅이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건 모두 도망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우는 씁쓸히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일렁이는 벚나무가 손에 닿을 듯했다. 등 뒤에서 근배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잘못된 게 아니에요."

인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창밖으로 손을 뻗어 넘실대는 벚나무 가지 하나를 손에 쥐었다. 과거의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가지에 긁혀 피맺힌 손바닥. 피묻은 벚꽃잎. 꽉 깨물었던 이빨. 뜨겁게 아파오던 목구멍. 그는 그 기분을 아련하게 느끼며 벚꽃을 꺾어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는 벚꽃에 덮인 한반도를 생각했다. 구박 받는 미운 오리 새끼를 생각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 안에 꺾어 쥐고 있던 벚꽃이 으스러졌다. 이전처럼 가지에 손을 베는 일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여리지 않은, 그의 강인해진 손에 벚나무는 힘없이 가루가 되었다.

바람이 불었다. 그가 쥐었던 손을 펴자 으스러진 벚나무 가지가 날렸다. 구겨진 벚꽃 몇 장이 힘없이 추락했다. 인우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수없는 날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을 어머니를 생각했다.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눈을 감고 소망했다. 이제는 편히 웃으시기를. 헤매던 길을 비로소 찾으셨기를.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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