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미디어창비
13세기 조선시대 명나라에 소녀들을 바쳤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물. 원문은 영어이고 우리말로 번역된 작품인데 번역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다. 제주도 사투리 표현을 포함해서 번역에 무척 공을 들인 느낌. 남장소녀 환이와 일찌감치 무녀에게 버려진 동생 매월이 소녀들이 사라지는 사건을 추적해간다. 13세기의 억압적인 분위기나 부모의 애정이라는 이름 하에 가해지는 시대적 압박도 생생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속도감이 매력적이다. (갈원경)
논픽션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빈곤의 인류학 연구팀, 글항아리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됐는데도 여전히 주거권을 위협받는 쪽방촌의 삶의 이야기. 월세로 전세로 환산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일시에 고액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높은 주거 비용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재산권이 불가침으로 여겨지는 동안 누군가의 생존권은 위협받는다. 살 권리는 최소한의 보건을 보장받고 사람답게 잠들 수 있는 권리이다. (갈원경)
걸어서 환장 속으로
곽민지, 달
부모님에겐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떠나는 자유여행이 동경의 대상이지만 성년이 된 자녀에겐 특히 자유여행을 익숙하게 다녀온 이들에게 부모님과의 동반 여행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부딪히는 상황만큼이나 당혹스러운 부모님과의 불화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 아주 적절한 책. (갈원경)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위즈덤하우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음악의 작곡가이자 연주자로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어른으로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고 좌절하는 음악가로서의 면모와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모두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에세이. 처음 부고를 들었을 때 한 사람의 어른을 잃었다는 것이 슬펐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슬픔이 더욱 깊어졌다. (갈원경)
형사 박미옥
박미옥, 이야기장수
대한민국 여경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 누구나 기억하는 연쇄살인사건과 탈옥사건의 수사에 함께했던 사람. 사람이 자신이 했던 일에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일을 반성하는지 잊어버리는지에 따라서 이후의 삶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박미옥은 자신의 수사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까지도 드러낸다. 피해자에게 강압적이거나 수사를 귀찮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찰 이야기가 자꾸만 들려오는 시기에 경찰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감동적이라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갈원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