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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호랑이 장가가는 날

2015.07.16 12:5907.16

호랑이 장가가는 날





한여름 날 낮잠은 꿀맛이다.


억수같이 퍼붓던 장대비가 전날 오후부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언제 또 빗줄기가 쏟아질지 몰랐다. 덕분에 연일 계속되던 찜통 날씨가 한풀 꺾여, 한낮에도 더위를 못 느낄 정도로 선선했다. 오후에는 가랑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간간이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쳤다. 조금 전 잠에서 깨어난 꼬마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대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나 보려고 고개를 돌리니 검은 비옷을 입은 사내가 마당에 서 있었다. 사내는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어깨에 삽자루를 걸쳤다. 마을에서 못 보던 얼굴이라 의아하긴 해도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꼬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서 있다가 밀짚모자에 맺힌 물방울이 똑 떨어지는 걸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러자 사내가 “꼬마야! 나와 함께 자라 잡으러 냇가에 가지 않을래?” 하고 물었다.


꼬마는 못 들은 척하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조용한 것이 집 안에 아무도 없는 듯했다. 비가 그쳤으니 어른들은 논물을 보러 갔을 테고, 조금 전까지 곁에 있던 누이들은 왜 안 보이나 몰랐다. 건넌방이 눈에 들어오자 시선을 고정했다. 늘 근엄한 표정인 주인어른이 서책을 읽는 곳으로, 매서운 눈초리가 어찌나 무서운지 꼬마는 건넌방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가끔 젊은 제자가 찾아와 무언가를 배우고 가는데, 머리가 나쁜지 올 때마다 “멍청한 놈! 그것도 모르느냐.” 하고 꾸지람을 들었다. 주인어른을 찾아오는 손님 중에는 오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어른은 노래를 아주 잘 부르며, 그 어른이 찾아온 날에도 어김없이 말싸움이 벌어져 주인어른 목소리가 커졌다. 그 어른은 주인어른이 화내는 걸 은근히 즐기지 않나 싶은데, 주인어른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면, 그 어른은 방바닥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너에게 보름달보다 더 큰 자라를 잡아주마.”


꼬마는 소리를 듣고 다시 대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름달보다 더 큰 자라를 잡아주겠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누이가 둘이나 있으나 함께 놀아주지 않아, 꼬마는 집에 있으면 늘 심심했다. 그래서 하릴없이 낮잠이나 자다 인기척에 놀라 깨곤 했다.


“정말 보름달보다 더 큰 자라를 잡아주실 거예요?”


꼬마는 금세 환한 얼굴로 변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장 내려와 신발을 찾아 신었다. 그러고는 바로 장독대로 가서 빈 항아리를 안았다. 사내가 자라를 잡아주면 거기에 담아올 생각이었다. 지난달까지 새빨간 고추장이 절반 조금 안 되게 들어 있었다. 항아리가 금세 바닥을 드러내자 바지런한 유모가 깨끗이 씻어 양지바른 곳에 말려놓았다. 꼬마는 담장 위에 내려앉은 참새를 잡는다고 주먹만 한 돌멩이를 던져, 지금껏 깨뜨려먹은 항아리 뚜껑만 해도 다섯 개가 넘었다. 그때마다 꼬마는 유모한테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맞았다.


“저기 봐요!”


사내 뒤를 졸졸 따르던 꼬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질렀다. 꼬마 눈에 마을 어귀에서 예식을 마친 호랑이가 연지곤지 바른 신부를 가마에 태워 데려가는 장면이 보였다.


“호랑이가 장가가는 모양이다.”


사내는 호랑이 무리는 보지 않고,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가랑비는 여전히 쉬지 않고 날렸다. 호랑이가 장가가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먹구름이 태양을 가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둠에 잠겼다. 호랑이 무리도 어둠과 함께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가 사라졌어요!”


꼬마가 호랑이 무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냇가를 향해 걸었다. 앞산에서 바람이 잔잔히 불어왔다. 바람은 구르는 바위처럼 울창한 숲을 타고 내려와 풀잎을 흔들고 꼬마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뒷산 대숲에 다다라 댓잎을 심하게 내흔들고는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 고개를 돌리니 사내가 잠깐 사이에 저만치 걸어갔다. 꼬마는 항아리가 팔뚝 사이로 빠지지 않게끔 꼭 껴안고 빠른 걸음으로 사내를 뒤쫓았다. 드디어 냇가에 이르렀다.


“물살이 제법 세구나.”


불어난 냇물은 전날보다는 많이 줄었다. 그래도 물 흐름은 여전히 빨랐다. 커다란 나무도 뿌리째 뽑혀 떠내려갈 정도니까, 꼬마 같이 가벼운 아이가 발을 들여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빤했다. 사내는 약속을 지키려는 듯 수초를 헤치고 모래톱으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그러고는 주위를 찬찬히 살피는가 싶더니, 한 곳을 골라 열심히 파헤쳤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보아라!”


사내는 모래톱에 삽을 꽂고 주변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때 모래톱에서 물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왔다. 사내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삽을 들어 파헤쳤다. 그러자 정말 보름달보다 더 큰 자라가 그곳에서 나왔다. 사내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삽으로 자라를 떠서 휙 던졌다. 꼬마는 쪼그려 앉아 있다가 자라가 떨어진 풀밭으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풀밭에 떨어진 자라가 거꾸로 뒤집혀 발버둥 쳤다. 목을 길게 내뻗고 네 다리를 내저으며 뒤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무거운 등껍질 때문에 쉽게 뒤집지는 못했다. 꼬마는 버둥거리는 자라를 두 손으로 붙잡아 항아리에 집어넣었다. 항아리 속에 든 자라는 등껍질 속에 머리를 숨기고 있어 납작한 돌덩이로 보였다.


“그만 가볼게요. 집에서 어른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새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금 들어가더라도 말도 않고 나왔으니 주인어른한테 종아리를 맞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럼 빨리 가보도록 해라.”


사내는 처음 봤을 때처럼 삽자루를 어깨에 걸치고 둑길을 따라 걸었다. 그곳은 마을과 정반대 방향이었다. 꼬마는 둑길 위에 서서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군데, 난데없이 찾아와 자라를 잡아주고 가는지 궁금했다. 순간 손바닥에 작은 떨림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작은 항아리에 든 자라가 머리를 내밀고 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도로 살려줄까 하다가 아까운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렸다.




대문 앞에 이르러 아무도 없나 살피고는 가만가만 발을 들여놓았다.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하늘 높이 피어오르지 못하고 마당에 낮게 깔렸다. 흙마루 끄트머리에 봉긋 솟은 굴뚝은 키가 꼬마보다 훨씬 작았다. 그래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연기가 옆으로 퍼져 나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꼬마는 연기를 헤치며 장독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누가 보기 전에 항아리를 제자리에 갖다놔야 했다. 그러나 땅이 질퍽거려 생각만큼 빨리 걸을 수는 없었다. 한 발 한 발 걷다 돌아보니 국화빵 모양으로 찍힌 발자국에 빗물이 차올랐다. 꼬마는 고개를 돌리고 다시 한 발을 내딛으려다 깜짝 놀라 하마터면 항아리를 놓칠 뻔했다.


백발의 노인이 눈을 크게 뜨고 마루에 서서 꼬마를 내려다보았다. 꼬마는 보듬고 있는 항아리는 까마득히 잊고, 늦게 들어왔다고 야단맞지 않을까 걱정했다. 마침 그때 뒤꼍에서 주인어른 댁에 일꾼으로 있는 길재 아제가 바삐 돌아 나왔다. 한 손에 검게 그을린 부지깽이를 들고 있는 것이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고 나오는 듯 보였다.


“들고 있는 건 뭐냐?”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주인어른 표정이 호랑이처럼 무서웠다. 꼬마는 그제야 자신이 항아리를 보듬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항아리요.”

“그걸 누가 몰라서 묻는 줄 아느냐? 그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어서 말해 보란 말이다.”


주인어른이 불같이 화를 내자 꼬마가 고개를 숙였다.


“자라요.”

“그걸 어디서 났느냐?”

“어떤 아저씨가 냇가에서 잡아줬어요.”

“잘 아는 사람이더냐?”


꼬마는 주인어른 표정을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화난 표정이나, 당장 종아리를 걷어붙이고 회초리로 때릴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생겼나 볼 테니, 가까이 가져와 봐라.”


꼬마는 길재 아제를 힐끗 쳐다보고는 주인어른이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길재 아제는 흙마루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순간 바닥에 낮게 깔린 연기가 피어올라 눈물이 나도록 매웠다. 흙마루에 올라선 꼬마는 자라가 보이게끔 항아리를 주인어른 앞에 내려놓았다. 주인어른은 항아리를 바짝 잡아당기더니 손을 집어넣어 자라를 끄집어냈다. 주인어른 손에 붙잡힌 자라는 살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하듯 목을 길게 내뻗고 네 다리를 휘저으며 빠르작거렸다. 주인어른은 자라를 뒤집어보고는 원래대로 항아리에 집어넣었다.


“바닥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구나.”


왕(王)자가 새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꼬마는 자신이 뭔가 크게 잘못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정확히 뭐를 잘못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바닥에 왕(王)자가 새겨진 자라는 잡아오는 게 아니다. 자라를 살려주지 않으면 집안에 큰 화가 닥칠 터이니 냉큼 가서 풀어주도록 해라. 그리고 다시는 살아 있는 짐승을 함부로 집 안에 들이지 마라.”


주인어른은 그 말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꼬마는 주인어른 말을 들으니 더욱더 아리송했다. 비록 바닥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다 해도 보잘것없는 한 마리 짐승일 뿐인데, 이런 일로 집안에 큰 화가 닥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갖다 버리게 하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주인어른한테 야단맞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꼬마는 자라를 보면 볼수록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큰 자라를 볼 기회가 또 있으려나 몰랐다. 다시는 없을 듯한데, 그래도 주인어른 말에 따라야 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가는 그때는 정말로 호되게 야단맞을 것이었다. 항아리를 보듬고 돌아서는데, 조금 전까지 흙마루에 서 있던 길재 아제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꼬마는 질퍽한 곳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냇가가 점점 가까워지자 물 흐르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렸다. 날이 저물어 어두컴컴한 데다 물소리마저 크게 들리니,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기가 두려웠다.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인어른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꼬마는 다시금 용기를 내 냇가를 향해 걸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옷이 젖었다. 당장 큰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으나, 어제 같은 장대비가 언제 또 쏟아질지 모르니 빨리 냇가에 가서 자라를 풀어주고 돌아가야 했다. 그때 저쪽에서 누군가 지게를 짊어지고 걸어왔다. 자세히 보니 마을에 사는 농사꾼 천수 아제였다. 그는 냇물을 건너왔는지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었다.


“너는 문수 아니냐?”


문수는 꼬마 이름이었다.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빤히 쳐다보자, 꼬마가 “안녕하세요!” 하고 꾸벅 인사를 했다.


“어두워지면 물귀신이 나와 잡아간다.”


남자는 겁을 주고는 피식 웃으며 지나쳐 가려다, 항아리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걸음을 멈추었다. 항아리를 슬쩍 들여다보더니, 순간 눈동자가 번쩍 빛났다.


“이렇게 큰 자라는 처음 보는구나. 그래 이놈을 어쩔 셈이냐?”

“냇물에 풀어줘야 해요.”

“이렇게 큰 자라를 풀어주다니, 아깝구나. 그러지 말고 내게 주렴.”


꼬마는 무서운 소리가 들리는 냇가에 혼자 가기가 두려웠다. 천수 아제가 말한 대로 물귀신이 튀어나와 잡아갈지도 몰랐다. 그래서 두말하지 않고 천수 아제한테 자라를 줘버렸다.


“항아리는 내일 날이 밝으면 가져다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무슨 뜻인지 알겠니?”


꼬마는 고개를 끄덕하고는 남자 뒤를 졸졸 따랐다. 혼자서 냇가에 가지 않아 좋은데, 집에 가서 주인어른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마음 같아서는 거짓으로 풀어줬다고 말하고 싶으나, 오래지 않아 들통이 날 게 빤하므로 천수 아제가 달라고 해서 줬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럼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고 꾸중이나 들을까,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맞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은 주인어른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길재 아제인데, 길재 아제와 천수 아제가 앙숙이라, 자라를 천수 아제가 가져간 줄 알면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길재 아제와 천수 아제는 논물 때문에 자주 다퉜다. 천수 아제 논과 주인어른 댁 논이 위아래로 붙어 있어, 천수 아제가 위에서 물골을 막아버리면 주인어른 댁 논에 물을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길재 아제는 틈나는 대로 가서 물골을 터놓고 와야 했다. 그럼 천수 아제는 허락도 받지 않고 함부로 물골을 텄다고 야단이었다. 그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두 사람 사이가 벌어져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오냐! 너도 조심히 들어가라.”


꼬마는 마을 어귀에서 남자와 헤어졌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마을에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동안 “이놈을 가져가 구워 먹어야겠다.” 하며 흐뭇해하던 천수 아제 표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구워 먹을 줄 알았으면 주지 않는 건데, 지금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 꼬마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모가 부리나케 달려와 “녀석아! 비 맞고 어딜 갔다 오는 거야.” 하고 등짝을 세게 때렸다. 꼬마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흙마루 위에 서 있는 길재 아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길재 아제가 입을 씩 벌리며 웃었다.


그날 밤 꼬마는 감기몸살을 앓았다. 낮에 봤던 호랑이가 꿈속에 나타나 뒤쫓았다. 꼬마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꼬마가 식은땀을 흘리며 밤새 헛소리를 하는 통에 유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꼬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비는 말끔히 그쳤고, 고인 빗물에 반사돼 날아온 햇빛이 닿아 눈이 부셨다. 꼬마는 기둥을 붙잡고 마루 끝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감기는 다 나았으나 여전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잠시 후 뒤꼍에서 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꼬마는 신발을 신고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감나무 그늘 밑에서 두 누이가 공기를 가지고 놀았다. 꼬마가 나타나자 큰누이가 “이제 좀 괜찮아?” 하고 물었다. 꼬마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했다.


“비 맞고 돌아다니니까 감기가 걸리지.”


두 누이는 꼬마와 놀아줄 생각이 없는 듯 이내 공기놀이에 열중했다. 꼬마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그늘 밑에서 나왔다. 순간 여자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가, 꼬마와 눈이 마주치자 부리나케 달아났다. 여자아이는 하얀 옷을 입었으며, 분홍색 꽃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꼬마는 여자아이가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뒤쫓아 달렸다. 두 누이는 공기놀이에 정신이 팔려 꼬마가 달려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꼬마가 뒤꼍에서 막 돌아 나왔을 때, 여자아이가 힐끗 돌아보고는 대문 밖으로 사라졌다. 처음 보는 아이라, 꼬마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 사는 누굴까. 부잣집 딸아이 같은데, 마을에는 그렇게 예쁜 아이가 없었다. 붙잡아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뛰어가려는 그때, 주인어른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꼬마는 주인어른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자라는 풀어주고 왔더냐?”


여자아이만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질문을 받으니 정신이 멍했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제야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사내가 잡아준 자라가 떠올랐다. 그날 주인어른이 자라를 풀어주지 않으면 집안에 큰 화가 닥칠 거라고 했다. 살아 있으면 지금이라도 가서 풀어주면 되는데, 천수 아제가 가져가 진작 구워 먹었을 것이었다. 꼬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가만있었다.


“자라를 풀어주고 왔느냐고 묻는데,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고 있는 게냐?”


꼬마는 주인어른이 무서워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풀어주지 않았단 말이냐? 그럼 가지고 나가서 어떻게 했느냐?”

“천수 아제가 달라고 해서 줬어요.”


주인어른한테 맞는 장면을 잠깐 떠올렸을 뿐인데, 두 다리가 벌써 달달 떨었다. 그런데 주인어른은 으흠! 하고 헛기침만 한번 크게 하고는 건넌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꼬마는 건넌방을 바라보며 까까머리를 긁적였다. 무척 긴장한 터라 손끝에 땀이 묻어났다. 왜 야단치지 않는 걸까 생각하고 돌아서려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길재 아제가 웃는 얼굴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가 홀연히 뒤꼍으로 사라졌다. 길재 아제가 사라진 뒤에도 꼬마는 한동안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꼬마는 건넌방 쪽을 살피며 슬금슬금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찾아봐도 여자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붙잡아 어디서 왔는지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두 누이가 있는 뒤꼍으로 돌아왔다. 큰누이가 검은 치마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려 허연 허벅지가 드러나 보였다. 여자아이가 입었던 하얀 옷과 비교하면 두 누이가 입은 치마저고리는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꼬마는 감나무를 등지고 앉아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꽃무늬가 수놓아진 하얀 옷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쩌면 두 누이는 그 여자아이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몰랐다.


“조금 전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아이랑 함께 있지 않았어?”

“아니! 우리 둘밖에 없었어.”


작은누이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내가 나오기 전에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못 봤어?”

“우리 둘밖에 없었다는데, 왜 자꾸 헛소리야. 감기 걸려 죽다 살아나더니만, 이제 눈에 헛것이 보이냐?”


작은누이가 땅을 치며 깔깔깔 웃었다. 큰누이는 웃지 않고 팔꿈치가 보이게끔 소매를 걷어붙였다. 놀이가 막바지에 이르러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조약돌 네 개를 전부 집으면 큰누이 승리였다. 작은누이도 웃음을 그치고 두 손을 모아 “제발!” 하고 빌었다. 큰누이는 조약돌 하나를 공중에 던지고 빠르게 바닥을 쓸었다. 큰누이 손바닥이 쓸고 간 자리에 자국이 남았다. 동시에 조약돌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그걸 본 작은누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꽃무늬가 있는 하얀 옷 말이야. 여자아이가 그걸 입고 있었잖아.”


꼬마는 두 누이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골이 났다.


“헛소리 그만하고, 할 일 없으면 가서 낮잠이나 자든가.”


두 누이가 서로 마주 보며 킥킥 웃었다.


“헛소리 아냐.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꼬마는 식식거리며 뒤꼍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나 딱히 갈 데도 없고 해서 마루 끝에 걸터앉아 돌담 밑에 핀 봉숭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호박벌 한 마리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분주히 옮겨 다녔다. 그때 대문 밖에서 누군가 훔쳐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 봤던 여자아이가 대문 밖에 서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달아났다. 이번에는 기필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뒤쫓아 달렸다. 여자아이가 어찌나 빠른지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꼬마가 따라오는지 이따금 확인하며 냇가 쪽으로 뛰어갔다. 꼬마는 여자아이를 뒤쫓는 데에 정신이 팔려 집에서 점점 멀어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힘들어서 더는 못 가겠어.”


잡았다 싶으면 달아나고 잡았다 싶으면 달아나고 하는 통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꼬마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순간 물안개가 피어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나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저 앞에서 여자아이가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꼬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 여자아이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근처에 시냇물이 흐르지 않나 싶은데,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고 눈앞에 커다란 대궐이 나타났다. 마을 근처에 대궐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여자아이가 대궐 안으로 들어갔으리라 짐작하고 발을 떼었다.


“우와! 꿈만 같아.”


대궐 앞에 커다란 연못이 있고 분홍빛 연꽃이 활짝 피었다. 연꽃을 보는 순간 여자아이가 입은 하얀 옷에 수놓아진 분홍색 꽃무늬가 떠올랐다. 꼬마는 연못가로 걸어가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연꽃 사이로 금빛 잉어가 느릿느릿 헤엄쳐 다녔다. 대궐 안으로 들어가려면 연못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야 했다. 꼬마는 만발한 연꽃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다리를 건넜다. 연꽃 위에 잠자코 있는 건 검은물잠자리였다. 순간 다리 위에 앉은 두루미 한 마리가 발소리에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다. 꼬마도 날갯짓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로 날아오른 두루미는 금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반쯤 건너자 파란 빛깔의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아이가 대문 안쪽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뛰어갔다.


파란 대문을 들어선 꼬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중앙에 왕관을 쓴 임금이 앉아 있고, 계단 밑에는 신하들이 줄을 맞춰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임금 뒤에는 선녀같이 생긴 두 궁녀가 공작새 깃털로 만든 커다란 부채를 들고 위아래로 내흔들었다. 그 사이에 여자아이가 임금 옆으로 가서 멈춰 섰다.


“안녕하세요!”


꼬마는 마을 어른한테 인사하듯 임금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자 맨 앞에 선 늙은 신하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매섭게 쏘아보았다. 임금께 그런 식으로 예를 갖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꼬마는 예의범절을 배우지 않아 임금께 어떻게 예를 갖춰야 하는지 몰랐다. 꼬마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신하들과 똑같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네가 왕자를 죽게 한 그 꼬마더냐?”


왕자를 죽게 하다니, 꼬마는 임금이 무슨 말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지금껏 작은 돌을 던져 참새나 개구리를 잡아본 적은 있어도 사람을 죽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군다나 얼굴도 모르는 왕자를 죽게 하다니, 억지도 그런 억지는 없었다.


“저는 누구도 죽게 한 적 없는데요?”

“호랑이 장가가는 날, 네가 농부한테 왕자를 주지 않았더냐?”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는 말을 듣고 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낯선 사내가 모래톱에서 잡아준 자라가 떠올랐다. 보름달보다 더 큰 자라였다. 그날 주인어른이 항아리에 든 자라를 꺼내보고는 집안에 큰 화가 닥칠 터이니 냉큼 가서 냇물에 풀어주라 했다. 그러나 꼬마는 주인어른이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자라를 천수 아제한테 줘버렸다. 그 자라가 임금 아들이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임금 아들을 죽게 했으니 살아서 돌아가는 건 이미 틀렸지 않나 싶었다. 주인어른이 시킨 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뒤늦게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꼬마는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네, 이놈! 누구 앞인 줄 알고 시끄럽게 우는 게냐?”


꼬마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늙은 신하가 호통을 쳤다. 그러자 꼬마가 더욱더 크게 울었다.


“천수 아제가 달라고 해서 줬을 뿐,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단 말예요.”


잠시 후 꼬마는 울음을 그치고 콧물을 훌쩍거렸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시는 살아 있는 짐승을 집안에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버님! 저 아이는 잘못이 없어요. 오라버니가 죽은 건 어른들 욕심 때문이지 저 아이 잘못이 아니에요. 그 농부가 욕심내지 않았으면 오라버니는 죽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러니 벌을 내리려거든 오라버니를 구워 먹은 농부한테 내리세요. 저 아이도 반성하는 것 같으니 이쯤 해서 돌려보내시고요.”


여자아이는 꼬마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걸 알고, 꼬마를 대신해 용서를 구했다. 임금도 처음부터 꼬마한테 심한 벌을 내릴 생각은 없었다. 임금이 늙은 신하한테 가까이 오라 손짓해 귓속말을 했다. 늙은 신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꼬마한테로 걸어왔다. 꼬마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가도 되느냐는 질문에 늙은 신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대로 가기가 아쉬워 고개를 쳐드니 여자아이가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여자아이를 생각하면 이곳에 좀 더 있고 싶은데, 늙은 신하가 호통칠까 봐 얼른 대궐을 빠져나왔다. 늙은 신하는 주인어른만큼이나 무서웠다.


대궐을 빠져나오자 온갖 물고기들이 하늘을 날았다. 연못 속에 살던 금빛 잉어뿐만 아니라 낯선 사내가 잡아준 보름달보다 더 큰 자라도 하늘을 날았다. 꼬마는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짐승은 흰긴수염고래였다. 흰긴수염고래가 물줄기를 내뿜자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흰긴수염고래는 천천히 꼬마를 향해 날아왔다. 꼬마는 가까이 다가온 흰긴수염고래를 잡으러 달려갔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던 꼬리가 잡히지 않고 멀어졌다. 그때 누군가 어깨를 흔들었다. 꼬마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꼬마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면서 땀을 뻘뻘 흘려 등짝이 척척했다. 옆에 누가 있어 돌아보니 유모가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꼬마는 아랫도리가 홀라당 벗겨진 걸 알고 얼굴이 빨개졌다. 아랫도리에 달린 고추가 꼿꼿이 서 있었다.


“오줌 마려우면 가서 누고 오너라.”


그제야 꼬마는 오줌보가 터질 지경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고추를 움켜잡고 밖으로 나가자 조금 전에 비가 내렸는지 마당이 축축했다. 꼬마는 두엄 가장자리에 서서 오줌을 누고 뒤꼍으로 갔다. 어디로 갔는지 두 누이는 보이지 않고, 작은 조약돌만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꼬마는 감나무를 등지고 앉아 꿈에 본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하얀 옷을 입은 여자아이는 임금 딸로 무척 예뻤다. 여자아이가 아니었으면 하얀 수염을 기른 신하한테 호되게 야단맞았을지도 몰랐다. 꼬마는 조약돌 하나를 집어 담장 너머로 던졌다. 대추나무에 앉아 있던 참새 두 마리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다음 날 아침은 안개가 짙게 끼었다. 부엌에서는 유모가 밥 짓는 소리가 들리고, 아침잠이 많은 두 누이는 아직 이불 속에 들어 있었다. 꼬마는 오줌이 마려워 밖으로 나왔다. 냇가에서 날아온 안개가 마을을 뒤덮어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보였다. 그때 골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는 신발을 찾아 신고 밖으로 나갔다. 마을 청년이 한 농부를 업고 바삐 달려가는데, 안개에 가려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무슨 일일까. 순간 안개 너머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수 아제가 새벽에 일을 나갔다가 독사한테 물렸다 했다. 독사한테 물렸다면 천수 아제는 곧 죽을지도 몰랐다. 꼬마는 천수 아제가 자라를 구워 먹어 임금이 벌을 내렸다는 걸 알았다.


온몸에 독이 퍼진 천수 아제는 결국 하루도 못 넘기고 죽었다. 천수 아제가 죽고 며칠 뒤에 꽃상여가 나갔다. 천수 아제 식구들이 상여를 뒤따르며 서럽게 울었다. 상여에는 종이로 만든 알록달록한 꽃이 달렸다. 분홍색 꽃은 연못에 핀 연꽃과 비슷했다. 꼬마는 마을 어귀에서 상여 나가는 장면을 구경했다. 상여꾼 중에는 길재 아제도 끼어 있었다. 다른 상여꾼은 모두 서럽게 노래를 부르는데, 길재 아제만 웃고 있었다. 꽃상여는 냇물을 건너 산길을 올랐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 가마꾼들이 가마를 메고 오르던 그 길이었다. 꽃상여는 중간에 한 번 쉬었다가 이내 고개를 넘었다.


그날 오후 꼬마는 둑길에 앉아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졸졸졸 흐르는 냇물 위로 물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바람이 거세지면서 물안개가 어지럽게 휘날렸다. 물안개는 바람을 타고 자유자재로 둑길을 넘나들었다. 그때 물안개 사이로 검은 형체가 보였다.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모래톱에서 자라를 잡아준 그 사내였다. 사내를 발견한 꼬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안개를 뚫고 달려갔다. 물안개 너머에서 구슬픈 노랫소리가 들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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