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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한 해가 다 지나 2022년 독자단편 최우수작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 최우수작에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2021년에 이어 2022년까지 3년째 Covid-19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으므로 전염병에 시달리는 세계, 고립과 연결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여전히 적지 않게 보이는 가운데, AI와 인간성에 대한 21세기의 중요한 테마를 다루는 작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2022년 최우수작의 후보는 1분기 우수작인 신조하 님의 「소프라노 죽이기」 , 2분기 우수작인 사피엔스 님의 「달나라에 꽃비가 내리던 날」, 3분기 우수작인이아람 님의 「눈의 셀키」, 4분기 우수작인 쟁뉴님의 「카페 플루이드」 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심사단은 네 작품 가운데 2022년 최우수작으로 신조하님의 「소프라노 죽이기」를 선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외계인과 신비한 능력 에코이라는 소재가 한 소녀의 외로움과 사랑이라는 주제와 멋지게 어우러진 단편입니다. 또래집단에게 어울리지 못했던 두 존재는 결국 특별한 존재로 자라나, 서로 다시 손을 잡고 커다란 비극을 막아냅니다. 화자와 잘레의 서사가 브누 및 인간의 서사와 잘 맞물려서 반전을 보여주고 결말 이후에도 이야기가 계속될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즐겁게 읽은 단편이었습니다.

B
제노사이드를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동기와 수단을 모두 갖춘 인물들이 그와 정반대의 길로 향해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네요. 이들이 상실의 아픔을 증오와 복수로 채우지 않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역시 사랑이고요. 두 집채의 표면적인 차이를 초월하는 개체들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그 차이가 비극적 사건에서 기인한 것일수록 더 그렇지요. 서로 다른 타임라인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좁은 취조실 안에서 개연성 있게 맞물려가는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C
작품의 제목이 독자에게 주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어떤 작품을 읽기 전에 받게 되는 첫인상이고, 읽기로 결정하는 계기 중의 하나죠. 이 작품에서는 ~죽이기라는 잘 알려진 스타일의 제목에다 소프라노를 결합하면서 독자의 흥미를 더합니다. 음악에 관련된 미스터리물이 아닐까 기대한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실망이 오기 전에 글에서는 압도적인 설정을 던집니다. 외계인의 단체 이주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 차별, 그리고 외계인들이 갖고 있는 의외의 반전까지 아주 잘 짜여진 SF물이면서 이방인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멋진 작품입니다. 지구인이 차별하고 시혜적으로거주를 허락한 외계인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지구는 어떤 인과율의 결과를 맞게 될지 이야기의 이후 상황을 궁금하게 하고 오싹한 여운을 남기는 것까지 훌륭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D
도입부의 긴장감과 빠른 전개 속도가 후반까지 처지지 않고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문자 언어가 아닌 음성 그 자체로 소통하는 외계인 브누와 그들의 지구 정착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짧은 진행 안에 담고자 했던, 실험적인 작품이네요. 한 편 안에 사이비 종교와 외계인, 시간 역행을 동시에 다루었다는 점 또한 과감한 시도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담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분량과 미흡한 인물의 전사, 좁아보이는 공간성은 방대한 정보와 굵직한 사건을 거칠게 소설 안에 담고자 했던 작가의 욕심에서 발생한 부산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균형이 흔들리는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참신하게 다가오는 요소들에 가산점을 주고 싶습니다. 브누의 능력자를 소프라노라고 지칭했다는 점, 브누와 인간의 첨예한 대립 안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연대를 놓치지 않은 점, 그리고 과학소설의 고전적 메시지인 인간의 욕심과 파괴성을 적절한 질감과 알맞은 농도의 교훈으로 소설 안에 녹여낸 점이 좋습니다. 하나로 뭉치기 쉽지 않은 요소를 요리조리 조합해 만든 결과물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네요.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E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 이야기는 많고, 이미 외계인에게 점령당한 인류가 신인류가 되는 이야기도 적지 않지만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소설 내에서 학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흔하지 않을 듯 합니다. 오로지 주인공의 설명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도 서사가 매끄럽고, 에코이라는 능력과 소프라노라는 음악적 요소를 결합시킨 방식도 매력적입니다. 인간이란 언제나 빚을 지고, 빚을 갚으며 사는 법이지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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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하 23.01.17 12:22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뻐서 날아다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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