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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심너울 작가님의 판타지 장편 『갈아 만든 천국』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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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존재하는 21세기 한국,
재능과 노력이 무시되는 응답 없는 사회의 환상 거울

내 모든 걸 갈아 넣었지만
나는 초대받지 못한 당신들의 천국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도 인간은 결국 이 모양이구나.” (박서련, 소설가)
“흥미진진한 세계관과 서사적 재미,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씁쓸한 뒷맛.” (이유리, 소설가)

저는 날개를 달고 태어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어요. (〈허무한 매혈기〉, p. 67)

1970년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이 있었다면, 2020년대에는 심너울의 《갈아 만든 천국》이 있다. 이제 일방적으로 강요된 개발 독재의 천국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개인의 능력과 노력 탓으로만 돌리며 합리화된 착취로 풍요가 유지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반영한다. 풍자와 해학의 미를 젊은 감각으로 구사하며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등을 통해 MZ세대의 대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심너울의 특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곳에는 마법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는 혈통에 따라 소수에게 마력이 대물림되는 원리지만, 개인이 타고나는 힘의 세기는 운에 따라 부모에 비해 높거나 낮을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마력을 마음껏 부리며 살아온 마법 능력자들에게 힘의 근원인 척추뼈 속 보랏빛 ‘역장’은 삶의 근간이자 존엄 그 자체이지만, 절박한 사정에 몰린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이들에게는 푼돈에 불과한 수준을 손에 쥐고 자신의 역장을 내어놓고자 수술대를 오른다. 돈을 지불하고 역장을 얻은 이들은 자신의 마력을 증강하여 기득권을 유지하고 정당화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생존하고 꿈을 이루고자 영혼까지 끌어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약속된 ‘더 나은 미래’는 영원히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었지만 정작 이들은 초대받지 못한 ‘당신들의 천국’은 지금 여기 한국 사회를 똑 닮아 있다. 늘 피로하고 매 순간 감시되며 부와 기회가 교묘하게 세습되는 현대의 계급사회를 가장 리얼한 방식의 판타지로 풀어낸 소설이 바로 심너울의 신작 《갈아 만든 천국》이다.

현실보다 더 리얼한 판타지
심너울의 21세기 마법 사회 풍속도

인간 본성은 수천 년 전이나 수천 년 후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과학기술의 발전과 상관 없이, 인간을 개조하지 않는 이상 그 본성은 그대로 있을 거라고요. 그걸 좀 포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추잡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추잡한 본성을 가지고 대단한 일을 하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변하기도 하죠.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심너울 작가 인터뷰,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당신을 데려갈게요〉)
소설가 심너울은 2019년 한국SF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며 “SF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작품”, “미시적인 동시대성과 규모 큰 SF 테마를 한데 버무린 ‘판교 소설’로서 특유의 풍미가 일품”,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 과학이 손안의 도구인 동시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는 평을 받았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 토리코믹스어워드를 수상하고 시나리오 작업 또한 병행하며 그간 놀라운 생산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첫 장편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에서 은폐된 노예 노동 없이는 지속이 불가능한 현대 사회가 신격화된 잉태인과 도구화된 배양인의 구도로 은유되었다면, 두 번째 장편인 이 책에서도 같은 문제에 천착하여 자본화된 마법 사회라는 환상소설의 렌즈를 통해 끝내 가닿을 수 없는 상승과 성공을 미끼로 끝없는 희생을 요구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좌절에 주목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에 마법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며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인간된 권리마저 쉽게 지워버리는 피라미드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A급 마법사든 지독한 연습벌레든 금수저가 다 이기는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라고?

평생 아무것도 못 이룰 새끼. 20대가 끝나기 직전에 뭐라도 해보나 싶었지만, 결국 끝까지 거품뿐인 새끼. 먹튀. 먹튀. 그게 임현채의 삶을 설명하는 칭호가 될 터였다. 아니, 사람들이 임현채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나 할지 그는 의심스러웠다. 역장을 이식받기 전까지는, 그래도 임현채는 자기가 잊힐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인생의 전성기를 맞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이제 임현채는 그 끔찍한 미래를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내게 주어져 마땅한 힘〉, p. 138)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무한’ ‘현채’ ‘지현’ ‘혜정’ 그리고 다시 ‘무한’으로 초점 인물이 바뀌며 하나의 추출된 역장이 여러 인물에게 옮겨 가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룬다.
경상남도 창원 변두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A⁻급 마력을 갖고 태어난 ‘무한’은 “부모 대에서 발현되지 않은 마법적 성질을 담고 있는 유전자가 허무한에게서 합쳐져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밖에 설명될 수 없는, 태생부터 남다른 인물이다. 집안의 자원을 쏟아부어 사교육을 받고 여기에 본인의 능력을 더해 모두가 선망하는 S대학교 응용마법학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학과에는 마력보다도 해외 연수와 문화적 소양 등 자신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조건들을 겸비한 동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상류 문화에 뼈저린 열등감을 느낀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귀족”이라 불리는 동기 서지현에게 대책 없이 빠져들게 된 그가 자기 힘의 근원을 팔아서라도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마력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그의 역장이 추출되어 긴 여정을 시작한다.
수록된 다섯 파트 중 〈허무한 매혈기〉, 〈내게 주어져 마땅한 힘〉, 〈가족을 찾아서〉는 교보문고 플랫폼 ‘창작의 날씨’에 2023년 2월부터 약 3개월간 연작소설 형태로 연재되었고, 〈핏빛 귀환〉의 일부도 에필로그 형식으로 소개되었다. 이후 이야기 사이의 연결고리가 더 강화되고 서지현의 성장과 변화의 서사로 주체적인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재탄생한 것이 이 소설이다.
《갈아 만든 천국》은 날카로운 유머와 안타까운 로맨스, 긴장감 넘치는 스릴까지 겸비해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지막 책장에 도착하게 하는 마법 같은 흡입력을 가졌다. 동시에 모두를 제치고 날아오르려 버둥거리지만 멀리 못 가 천장에 부딪히고 말았던 모든 이에게 가혹한 새장을 깨고 나오는 법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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