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필진 김청귤 작가님의 소설 『제습기 다이어트』가 출간되었습니다.
“난 미라가 되고 말았다”
제습기만 켜뒀을 뿐인데 저절로 빠졌다?!
마른 몸을 향한 갈망과 욕망의 시대, 예쁘기보다 인간이고 싶은 미라의 일상기
소설 《재와 물거품》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통해 바다를 둘러싼 사랑을 환상적으로 그려온 작가 김청귤의 《제습기 다이어트》가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파란 물이 넘실대는 바다를 배경으로 축축하면서 따뜻한 물빛 판타지의 향연을 보여준 작가의 상상력은 이 책에서 정확히 반대의 지점으로 뻗어간다. 습기 쏙 빠진 얇고 마른 몸을 중심으로 갑자기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며, 어떠한 형태의 몸을 갖고 있든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를 존중하길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았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선아’는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의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근래 엄마가 애용하는 제습기를 켜둔 채 낮잠에 빠져든다. 개운한 기분으로 눈뜬 뒤, 문득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황당함에 비명을 지르고 만다. 한 손에 잡힐 만큼 가느다란 손목, 가죽만 남은 얼굴과 배, 뼈가 도드라진 발등까지 그야말로 뼈대만 남은 ‘미라’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놀란 것도 잠시, 사람 몸의 수분까지 빨아들이는 제습기 때문에 선아와 같이 미라로 변모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속출한다. 급기야 사람들은 이를 ‘제습기 다이어트’라 부르며 스스로 미라가 되기를 꿈꾸기까지 하는데…….
“예쁘다.”(8쪽) 거울 속의 자신을 본 선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마디이다. 빼빼 마른 몸으로 탈바꿈한 선아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그다지 다를 것 없는 것은 마찬가지. 먹을 수도 없고 마실 수도 없는 선아의 상황은 ‘예쁨’ 앞에서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걱정보다는 부러움이, 염려보다는 질투가 가득한 시선들 가운데 인간이되 비인간인 미라 선아가 존재한다. 멋진 외모를 향한 대중의 선망과 예쁜 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기반으로 쓰인 이번 작품은 자칫 어두운 결말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이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면서 독자들은 김청귤이 그간 유지해온 습기 가득한 사랑의 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