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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1년 3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심사 제외(원고지 150매 이상, 중편, 지나치게 짧은 경우 등) : 비에러 님의  「레인보우 브릿지」, 키미기미 님의 「다 죽어버려 1」, ㄱㅎㅇ 님의  「복개 하천에는 수달이 산다」, 한때는나도 님의 「경비견」)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히로 님의 「우리가 마음이라 부르는 것」이 선정되었습니다. 

킥더드림 님의 「Planet N
: 외계인이 침공을 경고했다가, 시기를 당겨 갑작스러운 재앙이 들이닥치는 이야기. 멸망이 예측 바깥에서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설정이나 전개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전하고 연출할지 완급 조절을 고민해 보시면 더 강렬한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반전(?)이라고 할까, 글의 포인트가 그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심심하게 툭 던져지는 느낌이거든요.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하룻밤에 학 이천 마리를 접을 수 있다면
: 지난 달의 글과 마찬가지로 '요정 시리즈'라고 할 만한 작품입니다. 지난 작품과 마찬가지로, 세계관이나 소소한 설정은 흥미롭고 개성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좀 더 단단한 지지대 위에 서 있지는 못한 인상을 줍니다. 노래 가사, 혹은 삽화에 얹힌 글에 맞는 용량 같다고 할까요. 디저트가 멋지게 나오는데, 자리에 앉은 손님들은 아직 전채와 본식을 맛보지 못한 상태 같습니다.

온연두콩 님의 「busy
: 남의 통화를 훔쳐 들은 듯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훔쳐 들은 이야기들을 엮어 한 편을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하밀원 님의 「모음(母音)
: 랭보의 시에서 따온 부제들이 아름다운 것은, 시의 언어가 움켜쥐고 상상하게 만드는 거대한 세계 덕분일 터입니다. 단어와 단어의 연결만이 아니라, 그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끌고 나오는 시인의 세계 말입니다. 그러므로 마찬가지로 어떤 단어들이 모여 소설이 되려면, (자전적인 소설이라면 또 조금 다른 판단 기준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인의 이야기로 세계를 말하기 위해서는, 신문기사나 폭로성 글들을 여러 편 읽은 것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합니다. 묘사의 기술이나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익히 공분을 산 특정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다른 세계를 해석할 것인지 고민해 보신다면, 풍성한 작품이 될 듯 합니다.

키미기미 님의 「카메라 찍기
: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의미를 우화처럼 담아낸 작품입니다. 해답을 함부로 내리지 않는 것은 여러 함의를 함게 보여주기 위해 중요한 일이겠으나, 과감한 소재에 비해 결말이 아쉽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히로 님의 「우리가 마음이라 부르는 것
: 시공간을 뛰어넘고, 때로는 진공의 우주를 묘사하며, 수많은 아이러니와 어긋나는 감정의 파동을 설명할 때. 우주를 개척하는 광대한 작업의 토대에 불안과 이별과 연금 같은 생활의 밀도가 들어차 있을 때. 그러므로 우주라는 개념의 도처에서 우리가 찾아내는 많은 것은, 결국에는 어떤 사랑의 별명들일 것입니다.

신나길 님의 「패어리오의 전언(A Message from Fairy-O)
: 자연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나가는 그 삶의 서사가 흥미로웠고, 구름을 비롯한 환경을 찬찬한 부분들도 멋졌습니다. 다만 자연이 제시하고 시행한 '해답'이라고 할 부분이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너무 순순하게 나열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소울샘플 님의 「뛰어 봤자 플랫폼
: '힙'한 인상을 주는 속도감과 경쾌한 구성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다만 가상으로 옮겨간 노동과 플랫폼 비즈니스가 아직은 그저 현실을 비유한 것처럼 보여, 좀 더 세계관에 어울리는 깊이가 필요할 듯 합니다.

신나길 님의 「표적은 살아있다
: 다양한 아이들의 설정이나 배치가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좀 더 긴 이야기의 서문이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해당 작품 내에서 이야기가 일단락 되는 것 같지 않아 아쉽네요.

 

이번 달은 1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1월 후보작인 강엄고아 님의 「배터리를 교체해 주세요.」, 2월 후보작인 동록개 님의 「적과 흑의 시기」, 3월 후보작인 히로 님의 「우리가 마음이라 부르는 것」 중에서 강엄고아 님의 「배터리를 교체해 주세요.」를 1분기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인체개조, 모든 장기의 교체가 가능하며 100세 이상의 삶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를 배경으로 사람이 변화하는 시대에 스스로를 맞춰 갈 수 없는, ‘구식’이 되어버린 사람을 화자로 삼았습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여전히 외모가 보여주는 조상의 인종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이 있고 노인혐오가 있다는 것은 슬프네요. 인공뇌 이식을 해도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점이 신선합니다.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젊음이 아니라 사고의 젊음이라고 한다면, 사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까요.

B: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키오스크 전환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는 끊이질 않습니다. 조금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우리가 맞이할 세계의 구성에 관해 묻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네요. 나이가 들수록 여러 경험은 사람의 사고를 단단하게 하고, 변화에 더디게 하고, 적응을 어렵게 하지요. 그래서 노인의 경험은 소중하게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노인이 ‘비용’ 이상의 무엇으로 취급받고 있는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매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주인공의 충격과 낙폭이 갑작스럽습니다. 언제나 펭귄잼과 보육 로봇, 드론 사이에서 살아왔을 주인공이 어떤 충격으로 인해 존엄사를 선택한 건지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주인공의 환멸감이나 고독감 등을 잘 깔아두었더라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C: 시작을 고대사와 연관된 대사로 시작해서, 곧바로 홀로그램이라는 현대적이며 미래적인 기술로 이어지는 감각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흥미로운 부분이 인물의 감정과 선택 부분에서는 큰 낙차나, 고민이나, 혹은 어떤 서사적 재미를 안겨주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생활의 디테일이 풍성하고 재미있는데 결론이 갑작스럽게 난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D: 심장이나 뇌 같은 장기부터 돌봄노동처럼 대체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에 대해 대체재가 있는 시대, 주인공은 왜 거부감을 느끼는 걸까요?
놀랍도록 발달한 시대상, 그 속에서 느끼는 주인공의 거부감과 반감, 시대에 뒤쳐진 감각 등 구체적으로 인물과 상황을 그려내는 작가의 서술은 여전히 빼어납니다.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인물들도 하나같이 생동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아쉽네요, 주인공의 거부감과 반감이 그저 거기에서 멈췄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을 구식이라고, 주인공의 장기부터 직업적 성취,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교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세상에게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선택지는,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하기 때문에 안타깝습니다.

E: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아가도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고민과 그 결론이 상당히 가볍게 느껴져서요.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미래 세계에 대한 발랄하면서도 어두컴컴한 상상이 매력적인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댓글 1
  • 강엄고아 21.04.14 17:57 댓글

    감사합니다.

    서평에 써 주신 대로 저도 그런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라 이런 영광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더 분발해서 좋은 작품 쓰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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