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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SF 걸작선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의 출간을 기념해, 박상준 님과 함께 기획에 참여한 야로슬라프 올샤 jr.(Jaroslav OLŠA, jr.) 주한 체코 대사와의 만남 행사가 19일,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 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 대사.

 올샤 대사는 SF 클럽 ‘스펙트라’(Spectra)의 운영, SF 팬진 [이카리에 XB](Ikarie XB)의 창간ㆍ편집, SF 월간지 [이카리에](Ikarie, 지금은 XB-1으로 이름을 바꿨다), SF 출판사 [AFSF]의 설립에 참여하는 등 체코 SF 팬덤에서 작가로, 편집자로 활발하게 활동한, 열성적인 SF 팬입니다. 한국에 부임한 뒤 [프라하: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행복한책읽기, 2011년 3월),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행복한책읽기, 2011년 7월),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행복한책읽기, 2011년 8월)등 한국에 체코 문학을 소개하는 세 권의 책에 기획ㆍ편집ㆍ해설 등으로 참여했습니다.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의 번역에는 정보라(정도경) 님, 김창규 님 두 명의 거울 필진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카렐 차페크와 ‘로봇’의 나라, 체코 SF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를 공동으로 기획한 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 대사ㆍ박상준 님, 그리고 번역자이신 정보라 님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정보라 님께서는 통역을 맡아 주시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에는 경향신문 문화부 차장이신 한윤정 님께서 동석해, 세 분의 이야기를 거울과 함께 들었습니다. 한윤정 님의 질문과 대답을 한윤정 님의 허락을 얻어 거울 기사에도 포함시켰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한윤정 님께 감사드립니다.




 1. 반갑습니다

 유서하 안녕하세요, 야로슬라프 올샤 jr. 주한 체코 대사님. 환상문학웹진 거울 편집장 유서하입니다.
 얼마 전 참석한 체코 단편선 [프라하] 출간기념회에서, 대사님께서 열성적인 SF 팬이시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SF 클럽ㆍ팬진ㆍ월간지ㆍ출판사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셨다는 이야기 역시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에서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역시 열성적인 환상문학ㆍSF 등 장르문학 팬들에 의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사님께 같은 SF 팬으로서의 반가움이 앞섭니다. [제대로 된 시체처럼 행동해!]의 출간을 기념해 기획자이신 대사님, 그리고 번역에 참여하신 정보라님의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저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편집장이며, 환상문학/SF 작가이기도 합니다. 정보라님은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이자 환상문학 작가,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의 번역에 참여하셨습니다. 대사님과 함께 대담에 참여해주심과 동시에 통역을 맡아 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반갑습니다.

 야로슬라프 올샤 jr(주한 체코 대사, 이하 올샤) 반갑습니다.

 유서하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는 매년 독립출판 형태로 책을 출간하고 있기도 합니다. 2009년, 2010년 중단편선 두 권을 대사님께 선물로 드리기 위해 가져왔습니다.

 올샤 (영어로) Thank you.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웃음)



▲ 사진 촬영 요청에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를 펼쳐 들며 “이 책을 읽는 것처럼 포즈를 취하면 될까요?”라고 묻는 올샤 대사. 매체에서 요구하는 사진이란 어떤 것인지에 익숙한 대사님의 센스 있는 포즈!



 2.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의 체코 SF

 올샤 대사는 SF팬덤에서 활동하며 SF 팬진 [이카리에 XB](Ikarie XB)을 창간해 편집자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체코 최고의 팬진, 그리고 유럽 최고의 팬진으로 꼽히기도 한 [이카리에 XB]는 공산주의 체제 체코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서하 SF 클럽 ‘스펙트라’(Spectra)의 운영, SF 팬진 [이카리에 XB]의 창간ㆍ편집, SF 월간지 [이카리에](Ikarie, 지금은 XB-1으로 이름을 바꿨다), SF 출판사 [AFSF]의 설립에 참여하시는 등 체코 SF 팬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셨습니다.
 1983년 SF 팬덤에 처음으로 합류하셨는데, 물론 SF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겠지만 그 밖의 어떤 계기로 SF 팬덤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올샤 제가 알기로는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기에 과학소설을 접하지 않으면 어른이 돼서 과학소설 팬이 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았어요.
 처음으로 접한 과학소설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가 아마 7, 8살, 아니면 9살 때쯤이었을 겁니다. 계속 과학소설을 읽으며 성장하다 보니 저 말고도 과학소설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만나 과학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죠. 그래서 팬덤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서하 웹진 편집장으로서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대사님의 팬진 활동입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프로 작가, 비평가를 지향하며 시작해 실제로 많은 프로 작가, 번역가를 배출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장르소설 독자로서의 즐거움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팬진과도 공통점이 있을 것입니다. 팬이 직접 만드는 잡지, 팬진 활동은 어떠셨나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올샤 체코가 공산주의 국가였던 시절에는 정부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었습니다. 과학소설 팬을 비롯한 어떤 분야의 동호회, 그러니까 마니아들만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그룹으로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과학소설 팬들과의 교류는 즐거운 일이었죠.
 모든 단체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지만, 제가 활동하던 SF 팬덤, 그리고 팬진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그룹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었어요. 그걸 알면서도 활동하는 것은 굉장히 스릴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웃음)
 그때 체코에는 팬진을 발행하는 그룹이 서른 개도 넘었습니다. 팬진을 한 번에 10부, 20부 정도 찍는 작은 그룹도 많이 있었지만 [이카리에 XB]는 천 부 이상 찍는 상당히 큰 그룹이었죠. 그래서 걸릴 가능성도 많았어요. (웃음) 항상 경찰이 오면 큰일난다, 하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웃음)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로도 10년이나 더 지나서야 알게 된 건, 가장 큰 팬진 발행 그룹 중 하나에 참여하고 있었던,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알고 보니 정부에 소속된 프락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웃음)

 유서하, 정보라 (웃음을 참지 못한다)

 올샤 그 사람은 지금 체코에서 아주 유명한 과학소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애초에 그 사람이 SF 팬덤을 감시하는 일을 하게 된 이유부터가, 자기가 과학소설 팬이라서 SF 팬덤을 감시하는 척하면서 과학소설을 마음껏 읽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웃음) 그래서 아마 그 사람이 정부에 뭘 보고하더라도 별 피해는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웃음)

 유서하 맙소사. (웃음)

 올샤 그래서 사실 지금도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날 감시했던 사람이니까 미워해야 하는 건지 헷갈려요. (웃음) 지금도 그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어요.

 유서하 지금도 계속 모르는 척 하시는 건가요? 같은 팬덤 동료로서 그분과 잘 지내시나요?

 올샤 프라하에 갈 때면 지금도 그 때의 동료들을 만납니다. 1, 2주에 한 번은 꼭 만나 과학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25년간, 사반세기 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이죠. 그때 그 프락치도 물론 포함해서……. (웃음)
 아마 그 사람 한 명만 프락치는 아니었을 텐데, 불행히도 그 사람 혼자만 저한테 들켰으니……. (웃음)

 유서하, 정보라 (웃느라 한동안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

 체코 SF를 이해할 키워드로 생각했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SF”라는 딱딱한 문장과는 달리 올샤 대사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며 팬진을 판매하던 시절을 시종일관 “즐거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체코에서든, 한국에서든 장르 독자를 서점의 구석진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몇 시간이나 책을 읽게 하는 원동력은 ‘즐거움’일 테니까요.

 유서하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이나 90년대 말 체코의 상황을 모사한 온드르제이 네프(Ondřj NEFF)의 [암흑](Tma)이 정치 풍자 소설로 현실을 비현실의 세계로 끌어들이거나, 그 반대 지점에서 순수문학 작가가 SF의 형식을 택한 작품을 발표하는 등 체코 장르문학의 경향에 대해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의 해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SF의 경우 작가가 많지 않아 출간되는 작품 역시 많지 않다는 점, 판타지의 경우 펄프 픽션과 같은 형태로 출간되어 좋은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히곤 합니다. 한국 SF 독자로서는 카렐 차페크 등 이미 많은 고전을 배출한 체코 SF가 부러울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체코 SF 시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올샤 당시 체코는 SF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공산주의 체제와 함께 붕괴되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바로 미국 대중문학이었죠. 또,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검열 때문에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국 대중문학 작품들을 이제부터 모두 출판하고 싶다, 읽고 싶다, 그런 일종의 허기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체코 출판시장은 클라크, 아시모프, 브래드버리 같은 영미 작가들의 작품들로만 채워져 있었거든요.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5, 6년간은 체코에서 체코어로 과학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출판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출판사에서 작가를 찾으려 해도) 작가층도 많이 얇아져 있었죠.
 10년 정도 지난 후에야 새로운 세대의 SF작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를 가리키며) 이 책에 실린 작가들, 이를테면 미로슬라프 잠보흐, 야나 레치코바 같은 작가들이 나타나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죠. 특히 야나 레치코바는 이 책의 표제작을 썼으며, 이 책에 실린 작가들 중 유일한 여성 작가이기도 합니다.

 체코에서도 전업으로, 그러니까 다른 일을 하지 않고 SF를 쓰는 것만으로 먹고 사는 작가로 예지 쿨하넥이라는 유명한 작가가 있는데―――이 책에는 실리지 않은 작가지만―――이 작가는 SF, 호러 두 가지 장르 작품만 쓰는 데다 영세한 장르 전문 출판사에서만 작품을 내지만 한 번에 수만 부씩 팔리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 프락치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주로 책을 내죠. (웃음) 선혈이 낭자한 뱀파이어 호러를 주로 쓰는 작가인데, 맨 앞 세 페이지만 읽어 보면 무슨 내용인지 다 알 수 있는 그런……. (웃음)

 유서하, 정보라 (웃음)

 올샤 지금 체코 장르소설 시장의 상황은, 미국 SF작가들의 작품을 내는 것은 출판사에 일종의 안전망 구실을 합니다.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이 되죠. 그렇지만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노린다면 체코 SF작가의 작품을 내게 됩니다.
 SF, 판타지, 호러 중에서는 판타지가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SF의 독자층은 요즘 점점 얇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죠.
 20년 전쯤 제가 출판사를 차려 일할 때 과학소설 판매 부수는 약 2만 부 정도였는데, 지금은 조금 줄기는 했지만 2만 부가 조금 안 되는 정도입니다. (20년간 과학소설 판매 부수에 큰 변동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과학소설 독자층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 체코 SF 시장의 분위기를 정리하자면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자면, 수익을 내려면 시리즈를 써야 한다는 것 정도가 있습니다.

 유서하 감사합니다. 체코 SF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여쭌 것은, 해설에서 체코의 연간 장르소설 출간 종수에 대해 읽고 궁금해져서였습니다. 체코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출간된, SFㆍ판타지를 포함한 장르소설이 약 80종이라고 씌어 있었거든요.

 정보라 80종이요?

 올샤 체코 작가의 작품만 세면 80종이 맞습니다. 체코에서 출간되는 외국 작가의 작품까지 세면 200~300종 정도 되죠.

 유서하 네, 인터뷰를 준비하는 도중 그 수치에 대해 알게 되자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 서점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국내 작가의 SFㆍ판타지가 몇 권인지 세어 봤어요. 총 2,200권이었죠. 그런데 이 중에서 SF는…… 스물한 권.

 정보라 (웃음)

 올샤 (놀란 것 같은 표정)

 박상준(전 오멜라스 대표) (늦게 도착해 인사를 나누며) 2,200권이라는 수치가, 열몇 권씩 나오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따로 센 거죠? 몇 권인지죠, 몇 종인지가 아니라?

 유서하 네, 그렇죠. 그런데 한 종에 열 권이라 쳐서 10으로 나누어도 220종이니까 SF보다는 훨씬 많죠.

 올샤 아까 말씀드렸듯 체코에서도 SF, 판타지, 호러 중 판타지의 인기가 가장 높지만, 한국 같은 IT강국에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에서 한 해 동안 출간되는 SF의 방금 말씀하신 수치는 조금 충격적입니다. (웃음) 어떻게 보면 한국은 이미 과학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고 또 발전하고 있으니까, 생활이 SF이다 보니 SF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 아닌가…….

 유서하, 정보라 (곤란한 표정으로 웃는다)

 올샤 생각해보니 한국인들은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를 굳이 안 봐도, 사회ㆍ경제 체제도 그렇지만 도시 풍경부터가 ([블레이드 러너]에서처럼) 스펙터클하잖아요. 심지어 요 앞 중국집 앞에만 가도 건물들이 SF 영화에서처럼……. (웃음)

 유서하 네, 그런 질문을 드린 이유라면 한 해에 출간되는 SF, 판타지의 비율이 다르듯, 체코 SF 시장은 한국 SF 시장의 상황과는 여러 모로 다르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조금 전 대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체코 SF는 모든 것이 0으로 돌아간 시점에서부터 재건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들이 계보를 이루며 연속적으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전을 남겼습니다. 한국에서 SF를 읽는 독자라면 체코 SF의 풍요로움에 대해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올샤 바로 옆 나라 일본만 해도 한 해에 출간되는 SF의 양이 그렇게까지 적은 것은 아닌데, 한국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한국만의 어떤, (잘 알 수 없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상준 6ㆍ25를 거쳐 분단국가로 살아가면서 분단이라는 상황을 다루는 전후 문학, 리얼리즘에 치중하게 된 점이 반대로 SF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낳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문학적 엄숙주의라 말할 수도 있겠죠.



▲ 올샤 대사와 함께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를 기획한 박상준 전 오멜라스 대표.

 박상준 판타지는 많은 히트작들의 힘에 의해 엔터테인먼트 문학으로 정착할 수 있었지만, 유독 SF에서는 스타 작가라 할 만한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죠. 판타지에는 이영도, 호러에는 이우혁 등 장르별로 그 장르를 대표할 만한 작가가 있는데 SF는 아직 그 정도 규모의 작가를 갖지 못했습니다. 넓게 보면 사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것이, 외국에서도 대개 SF는 판타지보다는 규모가 작아요.

 한두 가지의 명확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즐겁게 SF를 읽기―――그리고 즐겁게 SF에 대해 이야기하기일 것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열린 모임에서 “어떻게 (자신이 편집하는 팬진을) 유럽 최고의 팬진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올샤 대사는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나는 그냥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즐겁다고 항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즐겁지 않다면 아무 의미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책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만든다

 올샤 대사가 체코 SF를 체코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출간한 것은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올샤 대사는 이미 인도ㆍ짐바브웨에서도 체코 SF를 기획했고, 한국에서는 두 권의 체코 SF, 그리고 SF가 아닌 체코 단편소설 선집 두 권까지 총 네 권의 체코 문학 관련 기획에 참여했습니다.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를 소개하며 “체코 SF가 세계 최고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체코 맥주는 틀림없이 세계 최고다”라는 올샤 대사의 농담에서 체코 SF에 대한 애정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유서하 [프라하: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2011년 3월),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2011년 7월),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체코 SF 걸작선](2011년 8월)까지 세 권의 기획ㆍ편집ㆍ해설 등에 참여하심으로써, 행복한책읽기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체코 3부작’이라 할 만한 세 권의 책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셨습니다.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과의 전쟁](열린책들, 2010년 10월)에 해설을 쓰시기도 했고, 그 전에는 인도ㆍ짐바브웨에서도 체코 SF 소설집을 편집하셨죠.


 올샤 네, 먼저 인도에서는 직접 체류하며 SF 선집을 기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도의 출판업자가 제게 연락해서, SF 선집을 기획중인데 수록할 만한 단편소설을 제안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굉장히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된 거죠.

 짐바브웨에서의 일은 인도에서와도 다른 경우인데, 짐바브웨에는 일단 출판 시장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어요. 게다가 정말 많은 부족 언어가 사용되고 있죠. 그 중에서도 ‘인데벨레’라는 특이한 언어가 있는데, 영어로는 클릭(click)이라고 하는 목을 울리는, 혀를 차는 것 같은 소리가 많은 소수민족의 언어입니다.
 짐바브웨 정부에서 이 언어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 언어를 사용한 책을 배포하기 위해 기획을 제게 맡겼죠. 저는 처음에는 동화를 생각했는데, (그쪽에서) 과학소설이 어떻겠냐고 해서 편집자와 함께 ‘인데벨레’로 과학소설 용어를 하나하나 만들면서 번역했죠. 나중에 들으니 그 편집자는 국가에서 표창을 받았다고 합니다. (웃음)
 체코 시, 체코 동화, 체코 과학소설을 묶은, 8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었어요. 체코 정부에서 출판에 드는 비용을 전액 지원해 짐바브웨의 학교들에 배포했습니다.

 이영도 작가의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대하여}를 떠올릴 수 있는 일화였습니다. 한 번도 SF가 씌어지거나 읽힌 적이 없는 언어로 SF를 번역하기 위해, SF작가들이 긴 시간 동안 창조해낸 개념들을 번역할 용어들을 하나하나 창조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신화적인 SF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경이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유서하 반쯤은 농담이지만, 인도, 짐바브웨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 부임 후의 결과물이 좀더 체계적이라는,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느낌이었어요. 과학소설 팬들은 과학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재미있는 SF를 읽지 않는 걸까?’ ‘그래, 저 사람에게 SF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줘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먼저 체코의 유명한 도시 프라하에 대한 책으로 눈길을 끈 뒤, 그 다음으로 체코의 일반소설 단편 작품집을 출간하고, 두 번째 책까지 따라온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자, 그럼 체코 SF는 어때? 한 번 읽어볼래?”라고 말을 거는, SF 팬으로서의 전략(?)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보라 (웃음)

 올샤 멋진 계획입니다! (웃음) 그렇지만 그랬다면 그건 출판사의 계획이었겠죠. 제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임형욱(행복한책읽기 대표) (지나가다가) 그게, 번역 원고 들어오는 순서대로 냈는데요……. (웃음)

 역시!

 유서하 아, 그런 거였군요. (웃음)

 올샤 그런 좋은 계획처럼 보였다니 기쁩니다. (웃음)

 한윤정(경향신문 문화부 차장, 이하 한윤정) (야로슬라프 올샤 jr. 대사님과 박상준 님을 보며) 두 분께서 공동으로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를 기획하셨는데, 함께 어떤 방법으로 협력하며 작업하셨는지.

 박상준 올샤 대사님께서 먼저 영어ㆍ독일어로 번역된 체코 SF 중 좋은 작품을 선별해 제게 보내주셨고, 제가 번역자분들과 함께 상의해 수록작을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체코 SF의 다양한 모습을 이 책 한 권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해 그 목표에 따라 작품을 골랐습니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를 가리키며) 이 책에 실린 작가들 중 요세프 네스바드바는 체코 SF 작가들 중 영미권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요세프 네스바드바가 쓴) {아인슈타인의 뇌}는 수록작들 중 가장 오래 된 작품이라 요즘 시각으로는 아무래도 진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작품을 빼야 하지 않을까 했지만, 말씀드린 원칙 때문에 결국에는 싣기로 했습니다. 대사님께서 가급적이면 수록했으면 한다고 재차 말씀하신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했거든요. 맨 마지막에 실린, 21세기에 발표된 체코 SF의 최근작인 미로슬라프 잠보흐의 {소행성대에서}도 대사님의 추천으로 실리게 되었습니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고르기보다, 체코 SF의 스펙트럼을 한 작품 한 작품이 잘 보여줄 수 있는 책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차로 대사님께서, 이차로 제가, 마지막으로 대사님과 제가 상의해 수록작을 결정한 것입니다.

 유서하 보라님께서는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민음사, 2010년 9월)를 번역하기도 하셨고, 최근에는 폴란드 작가 타데우슈 보롭스키의 소설집 [우리는 아우슈비츠에 있었다](파란미디어, 2011년 7월)를 번역하시는 등 중요한, 의미 있는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시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셨습니다.
 체코 SF를 한국에 소개하는 의미 있는 작품집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의 번역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정보라 작년 3월에 러시아 문학을 중심으로 폴란드, 체코 문학을 다루는 학회에서 대사님을 처음 만나뵈었어요. 대사님께서 아까 말씀하신 팬진 [이카리에 XB]의 발전에 대해 재미있는 발표를 하셨거든요. 학회가 끝난 뒤에 폴란드, 체코 환상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명함을 교환했어요. 그 뒤로 대사님께서 종종 “이거 누가 좀 번역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면 저한테 연락하시고 그랬죠. (웃음)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에는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야나 레치코바의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는 처음에는 표제작도 아니었고, 아예 이 책에 수록될 작품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유서하 재미있게 읽었어요.

 정보라 감사합니다. (웃음) 대사님께서 폴란드어로 번역된 체코 SF 앤솔러지를 제게 한 권 주셨어요. 읽어보고 여기 실린 작품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제가 고른 게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였죠.
 번역할 작품을 고르는 데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됐어요. 너무 하드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웃기고, 문장이 번역하기 쉽고……. (웃음) 작업 자체는 체코어 원문을 폴란드어로 번역한 원고를 다시 한국어로 옮겼죠. 재미있었어요.

 유서하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에서 허버트가 깨어나 “오르간 좀 칠게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생불사 연구소}에서 디자이너가 ‘나’에게 “저기, 설마 연구소의 모든 업무가 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죠?”라고 묻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어요.

 정보라 그건 정말 있었던 일이예요. (웃음)

 유서하 정말요?

 정보라 학과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웃음) 홍보 브로슈어를 만들면서 정말 {영생불사 연구소}에서와 거의 똑같은 일들이 있었어요. {영생불사 연구소}는 90% 정도가 실화예요. 그때 겪은 온갖 황당한 일들을 그대로 썼죠. 심지어 영화배우 ㅂ씨를 초대손님으로 모셔오려던 것도 실화였어요, 실패했지만. (웃음)

 유서하 (웃느라 잠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한다)

 ’체코 3부작’의 출간 순서에서도 그렇듯, 비하인드 스토리란 종종 너무나도 현실적입니다.

 유서하 다시 올샤 대사님께 질문 드릴게요. 짧은 시간 동안 체코 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시게 되었는데, 물론 평소에도 한국과 체코의 문화 교류를 위해 노력하신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 체코 SF 기획에 참여하시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요?

 올샤 먼저 저는 사적으로는 SF 팬이고, 공적으로는 외교관이죠. 체코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를 알릴 의무가 있는 외교관입니다. 그러니까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더해 체코의 과학소설을 홍보하는 일을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제 믿음은, 책은 오래 간다는 겁니다. 음악회가 열리는 날 일이 있어 오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음악을 듣지 못하죠. 전시회를 한 달간 연다 해도 그 한 달 동안 오지 못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책은 언제든 살 수 있고, 읽지 않고 몇 년이 지난다 해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읽을 수 있죠. 그래서 (문화를 알리는 데에) 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행사를 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죠. 큰 행사니까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진행중인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인터뷰가 끝나면 곧 열릴 SF 모임처럼) 이렇게 작은 모임을 열어 새로 나온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만 해도, 책 그 자체가 남기 때문에 사실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큰 행사보다 훨씬 효과적이죠. 지속적인 효과를 가진 것은 결국 책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과의 인터뷰 전부터 이미 다른 매체와도 인터뷰를 한 뒤라 조금은 피곤할 법한데도, 올샤 대사는 “책은 오래 간다”고 말하며 SF를 처음 접하기 좋은 나이라는 십대처럼 눈을 반짝였습니다.
 체코가 아닌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꼭 서점에 들러 그 나라의 언어로 출판된 SF를 구입한다는 올샤 대사는 거울에서 선물한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묘생만경]을 가리키며 “이 책들도 SF인가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오래 가며 언젠가 반드시 읽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윤정 조금 전 체코 SF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SF를 접하지 않으면 다 자라서는 SF를 읽기 어렵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SF를 잘 읽지 못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어보려고는 하는데 굉장히 어렵거든요. (웃음)

 박상준 대사님의 말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골수 SF 팬들은 10대 시절이나 그 이전에 아동용으로 나온 SF를 처음 접한 뒤 그 뒤로도 계속 SF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자님께서는 방금 SF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SF의 기초적인 설정들, 이를테면 타임머신이라던가, 그런 것들은 어렸을 때 누구나 접하게 되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SF를 즐기게 된 이유가 아마 그 첫 번째 접촉 이후로도 계속된 SF와의 접촉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의 접촉이 더 있었죠. 첫 번째는 어렸을 때 읽던, 아동용으로 축약된 SF가 아니라 성인용으로 완역된 SF를 중학생 때 처음 읽었는데, 그 전까지 읽었던 아동용 SF와는 완전히 다른 지평이 열리는 듯한 경험을 했죠.

 그때 가장 구체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이었습니다. 인류의 진화를 다루는 그 작품에 의해 우주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는 경험은 본격적으로 SF에 뛰어들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세 번째 단계를 맞이한 것은 대학 시절 잭 런던의 [강철군화]를 읽으면서였어요. [강철군화]는 단순히 SF적인 시야의 확장을 목표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 SF가 사회 변혁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줬죠. 그런 시각으로 다시 보니 주류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들, 예를 들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작품들이 주류문학으로서뿐만 아니라 SF로도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상준 어린 시절부터 계속 좋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SF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거죠. SF를 즐기려면 어렸을 때 SF를 접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는 맞습니다. 영미권 SF 독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도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예요.

 한윤정 네, 아무래도 (그 전이나 그 후로는) SF가 어려워서 그런 건가요?

 박상준 꼭 어렵다기보다는 어렵다는 인식이랄까, 선입견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인식, 그리고 어린이들이나 읽는 소설이라는 인식. 그런 여러 가지 인식 때문에 (SF는)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발달하지 못했죠.

 한윤정 체코 SF에는 체코 SF만의, 영미 SF와 다른 특징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박상준 네, 저부터도 SF는 영미권의 작품을 주로 접했고, 한국에 소개된 SF는 영미 SF, 그리고 영미 SF의 연속선상에서 발달한 일본 SF가 주류죠.
 영미 SF와는 다른 신선한 작품들을 이 책([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에 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체코 SF에서는 동유럽, 슬라브 문학의 전통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90년대 초중반까지 사회주의 국가였던 체코의 상황 때문에 체제의 그늘이 드리워진 작품들도 많죠.

 한윤정 체코 SF를 한국에 소개하는 작업을 하셨는데, 거꾸로 한국 SF를 체코에 소개하는 작업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말하고 나니 마치 “쟤들 작품을 소개했으니 우리들 작품도 소개해야 해” 같은 이야기로 들릴 것 같기는 한데요. (웃음)

 박상준 아, 네. 그렇지 않아도 한국 SF를 체코어로 번역해서 출간하는 작업, 그리고 체코어로 번역한 한국 SF를 체코 잡지에 게재하는 작업에 대해 대사님과 오랫동안, 거의 2년 동안 이야기했는데 제가 게으르다 보니……. (웃음)

 한국 작가들의 SF가 체코에도 소개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대사님과 SF에 대해 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했지만, 거울의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다른 매체가 많아 아쉽지만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서하 대사님,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샤 저 역시 웹진 운영, 작품집 출간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을 응원합니다.

 유서하 창작과 번역을 병행하고 계시는 만큼, 양쪽에서 계속 좋은 결과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라 감사합니다.

 경찰의 눈을 피해 팬진을 판매하며 위험할 때마다 도망치던 시절을 “스릴있었다”며 웃는 올샤 대사처럼, 한국에서 SF를 즐기는 많은 독자들 역시 방금 구입한 SF의 첫 번째 페이지를 넘기며 두근거리는 이유는 거창한 사명감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즐겁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SF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적의 로켓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위기일발의 순간 적보다 먼저 광선총을 쏴 적을 제압하는 그 장면에서,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인 것처럼 두근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는 그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읽은 SF는 아무리 진부한 것이더라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들도 인식할 정도로 닳아빠진 공식이었지만 상관없었다. 큰아버지는 그런 장면을 그 영화에서 처음 보았던 것이다.”(듀나, {히즈 올 댓} 중에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즐거울 수 있기를. 주인공이기 때문에 적에게 당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근거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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