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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의 잔상 : 밤의 여왕   by 진아
2. 기획/대담 : 인터뷰1 : 박애진(진아) 인터뷰 - 작가의 귀환, 변신의 시작   by 연심, pena
3. 기획/대담 : 인터뷰2 : 작가 대담 1/2   by ida+askalai+배명훈+콜린+진아
3. 기획/대담 : 인터뷰2 : 작가 대담 2/2   by ida+askalai+배명훈+콜린+진아
4. 국내소설 : 지우전 리뷰 : 너의 세상에 닿기를   by 배명훈
5. 기획/외부 감상 : 단편 리뷰 : 현실 그 자체로서의 환상 - 진아와 환상소설   by 현서
6. 기획/일반 : 웹툰 : [지우전]   by ida
7. 그림이 있는 벽 : 지우   by ida
8. 그림이 있는 벽 : [지우전] 에필로그   by 양원영
9. 기획/일반 : 거울 필진이 좋아하는 진아의 단편


  2011년, 7월. 단편 작가 10년 만에 장편 [지우전]을 출간한 박애진 작가님과 작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거울의 화려한 여자 넷이 카페에 모여 시원&따뜻한 음료와 함께 깨알 같은 수다를 떨었죠. 맛있는 케이크와 더 맛있는 지우전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참여한 사람♡ :
  
  연심 : 인터뷰를 처음 진행하는 초짜 진행자. 진아님을 뵙겠다는 의욕 하나로 {인터뷰 해보실래요?}라는 제안을 덥석 물었다고. 할 얘기가 생각 안날 때는 일단 웃고 보는 어리바리.
  pena :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부편집장, 기획 담당. 여러 차례 거울의 기획 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한 베테랑 진행자. 이번 인터뷰를 위해 기쁘게 먼 거리를 나와주신 든든한 조력자. 진아님과도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신다고.
  라티루스님 :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기사 필진. 특히 진아님의 글에 대한 스페셜리스트. 시원한 입담과 날카로운 시선을 함께 지니신 귀중한 능력자.
  진아님 :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전 편집장, 국내 환상문학의 거장(단편 한정). 쭉 단편을 써오다 드디어(!) 첫 장편을 출간한 오늘의 주인공.




#0 인터뷰를 시작하며


  더운 날이었고, 다들 조금씩 늦었다. 땀을 닦으며 서로 인사하고 책을 가져온 사람은 꼼꼼하게 사인도 받았다.
  준비해 온 녹음기 두 개를 함께 켜면서, 하나 둘, 셋! 하고 진아님이 외친다.



 연심 오, 이렇게 하나 둘 셋 하면서 인터뷰 시작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이렇게 시작할 수도 있구나.

 pena 오오~

 진아 진행병. (흐흐)

기다리던 커피가 왔다. 다들 커피를 반기며 설탕을 넣거나 리필을 부탁하며 부산을 떠는 이때 진아님이 카메라를 꺼냈다.


 연심 오, 카메라~ 제가 준비하지 못한 걸 다 준비해오셨군요!

 진아 혹시 몰라서….

 연심 완전 좋아요, 이런 인터뷰. 완전 좋아요.

 라티루스 이거 왠지, 누가 보면 이 분이 인터뷰를 받아야할 것 같아. 진아님이 카메라를 들고 ‘자, 제가 찍어드릴게요’하는 거죠.

 pena 거울의 전통이에요, 사실. 나 이것 때문에 옛날 인터뷰 다시 봤더니 그런 사람 몇 있더라고요, 계속.

 진아 그런 사람?

 pena 왜, 권님도 인터뷰하다가 인터뷰 당하고.

 진아 아아~

 pena 명훈님은 우리가 인터뷰하다가 ‘자, 우리 진행을 하죠’ 이러고 붙잡으시고.

 연심 아, 이번에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면 진아님께서 되돌려주시는 건가요?

 진아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마세요 (웃음)

 연심 아 좋다. 저는 일단, 오늘 나오면서 고민했어요. 인터뷰 진행이 처음이라. 진아님은 글도 많으시잖아요. 거울에 올린 단편도 많으시거니와, 찾아보면 시간의 잔상에서 삭제된 글도 많거든요. 또 그런 건 단편집 찾아서 읽어야 되고. 그러다 장편이 나왔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건데 단편보다는 장편을 봐야 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우전 다시 읽고 막. 나름 물밑에서 좀 열심히 움직였어요. 어떻게 시작할까 생각 많이 했는데. 일단 무난하게.
  진아님, 장편 출간하신 걸 축하드려요~ (박수)

 일동 와~ 축하합니다~ (모두들 박수친다)

 연심 출간을 매우 축하드려요.

 진아 감사합니다. 이거 의외로 쑥스럽구나.




#1 표지 이야기 - 무협이 아니에요


 연심 전 처음에 책을 딱 받을 때요. ‘다른 사람들이 무협소설인 걸로 오해를 해요’ 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도 오해할 뻔 했어요. 표지가 제목과 함께 이렇게 있어서. 그런 생각이 사실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좀 듣지 않으셨을까 싶은데.


△ 지우전 표지. 흰 바탕에 묵빛 글씨가 인상적이다.


 진아 사실 페이퍼하우스랑 표지 의논할 때도 저희가 제일 많이 생각한 게 ‘이게 무협처럼 보이면 안 되는데’ 긴 했어요. 제가 그래서 일부러 인터넷 서점에서 무협지들은 표지를 어떻게 쓰나 막 찾아보고 그랬거든요.

 라티루스 저는 이거 보면서 아 그래도 무협지 같이는 안 보이겠다, 라는 생각을 한 게. 깔끔하잖아요. 보통 무협지들 보면 옛날 판타지물 못지않게 뭔가 현란한 그래픽이에요. 뭔가 어그러진 비닐을 구겨놓은 것 같은, 그런 게 있어서. 전 아, 깔끔하다. 표지 잘 나왔다 하면서 (봤어요.) 지금 드는 아쉬움 하나는 아, 집에 있는 지우전 가져올 걸 하는 거. 사인 받게. (하하)

 pena/연심 우린 받았죠. (합동으로)

 진아 연심님이 네임펜도 갖고 와서.

 pena 지우전 출간하고 나서 첫 인터뷰인가요? 아니지 않나요? (생글생글)

 진아 첫 번째가 맞아요.

 pena 왜냐하면 이런 인터뷰의 정석은, 출간이나 뭐 영화라면, 출간이나 출연 전과 달라진 게 있나요? 뭐 이러고 시작을 해서.

  (첫 장편소설 축하가 다시 이어진다. 화기애애하게 꽃가루가 날리는 분위기*^^*)

 연심 아, 아까 얘기했던 거 생각났어요. 무협 같은 느낌이 나는 걸 많이 걱정을 하셨다. 책들을 많이 찾아보셨다. 까지 했어요.

 진아 네, 표지 후보가 몇 개 있었는데 그중에 이게 제일 예쁘기도 예쁘고, 얘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덜 무협스럽다, 무협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

 라티루스 지우스럽잖아요, 좀.

 연심 예쁘긴 되게 예뻐요. 그런데 무협 장르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걸 보고 무협이 아니잖아, 하고 생각을 할 텐데. 무협이라는 장르를 모르는 사람이 이걸 보면 무협 같을 것 같아요.

 라티루스 (지우전 표지를 가리키며) 전 이걸 보자마자 그 지우의 그 검은 눈동자와 칠흑 같은 머릿결과, 그 차갑고 예쁜 미남을 떠올리면서(표지의 검은 부분을 짚으면서) 이것이 지우의 눈매인가 머릿결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일동 웃음)

 진아 고민하긴 했는데, 표지는 편집자 분께서 무협 안 같다고 괜찮다고 얘기하셔서, 그 부분은 그냥 편집자 분들 믿고 갔어요. 제가 뭐, 그림 그릴 것도 아니고. (흐흐) 디자인 할 거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판타스틱에서 한 이벤트여서 더 무협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장르 문학 웹진이니까. 그래서 거기서 댓글들이 좀 무협일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좀 있었어요.

 연심 그런데 좀 책 뒷면의 소개글도 무협과 비슷했어요. 아니 정말 일부의 내용인데. 모두 나를 칼이라 했고. 칼로 길러졌고. 복수를 하고. 이게 거의 무협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으로 가는 거라. 딱 그 부분까지만 소개가 됐거든요. 사실 그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후의 내용이 더 많고 더 중심적인 내용이 많은 건데. 딱 거기까지만 출판사 홍보자료에 떠서요.


△ 연심이 가져온 책을 진아님이 찍었다.


 진아 저는 무협을 많이 읽지는 않았거든요. 유명한 몇 권만 읽었기 때문에. 많이 읽지는 않았다 보니까. 보도자료가 딱히 무협처럼 보일 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연심 저만 느낀 걸지도요. (아하하)

 pena 그래도 무협지에서도 이렇게 나오는 사람들은 뭐 신무협의 대가, 이런 사람들만 이정도로 나와. 깔끔하게 나오는 건.



#2 출간이란 행복한 노동
  - 온전한 나만의 책이 나왔어요



 연심 글을 다 쓰시고 나서 출간하기까지 과정이 있잖아요. 가장 힘든 점이 있으셨다면 어떤 점일지. 출판사랑 조율하고 뭐 이거 준비하고 저거 준비하고 이런 게 있을 거잖아요.

 라티루스 여기서 출판사 욕을 하시면 바로 적습니다. (하하) 페이퍼하우스에 투서합니다.

 진아 페이퍼하우스 편집자 분들이랑 작업하는 건 굉장히 즐거웠어요.(에이~) 아니아니, 진짜로. 어떤 느낌이었냐면요. 내 동료작가들이 글에 대해서 응원을 해주는 거나 글을 안 쓰는 친구들이 응원을 해주는 거나,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올린 글에 대해 좋은 평을 해줄 때 받는 어떤 응원을 받는 기분. 내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기분 같은 게 있는데. 편집자분들이 좋아해줬을 때 받을 수 있는 건 또 다르더라구요. 어쨌든 많이 좋아해주시고. 저희 편집자 한 분은 일화도사를 그렇게 좋아해서.

 pena 그 있잖아요, 둘째 대군.

 연심 아~ 네.

 진아 한번 나오니까. 사실 이렇게 아~네 할 수 있는 인물인데. 너무 좋아하셔서 그런 것에서도 응원을 많이 받았고. 교정을 할 때 교정본을 가지고 회의를 많이 했어요. 이 부분 이렇게 문단을 고쳐보자, 이야기를 하면서 장거리 회의를 했는데. 제가 중간중간 또 수정해서 보내고, 또 수정해서 보내고 그래서 편집자분들이 고생을 좀 하셨는데… (웃음) 근데 저희 편집자분들도 만만치 않으셔서 출간 바로 직전까지 밤새고 그러셨어요. 밤새고 새벽 한 시에 저한테 문자가 온 거예요. 아직 안 자냐고. 안 잔다고 그랬더니 이 부분들 어떻게 할까요라고. 다음날 인쇄소 가야 되는데 어떻게 또 걸리는. 그냥 지나갈 수도 있잖아요. 원래 문장을 잡다잡다 보면 영원히 끝이 안 나고. 그걸 또 우르르 보내시고. 저도 아침 7시까지 깨 있었고. 그게 남일이 아닌데 맡겨놓고 있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분들은 밤 꼬박 새고 오후 6신가에 퇴근하시고. 그런 거 같은 거? 표지를 결정하고, 이 표지가 좋을지 저 표지가 좋을지 또 교정은 어떻게 하고 막. 그런 것들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문제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보면. 너무 많이 퇴고를 하고 너무 많이 읽어서 너무 이거 자체가 박혀버려서 고치기가 힘들더라고요. 의견을 듣다보면 타당한 의견인 것 같은데, 이성은 타당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미묘한 (거부감?) 네. 힘들더라고요. 너무 많이 들여다봐서. 특히 제가 굉장히 많이 공을 들인 장면 같은 경우엔 더 힘들고. 그런 게 더 힘들기는 했는데… 재밌었어요. 진짜. 담당 편집자 분께서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 과신데 누구를 꼭 담당 편집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들 자기 책처럼 해주셨어요. 그런 게 저는 좋았어요. 그전 단편선들은 사실 여러 작가들이 모여서 함께 만든 거라서 편집자와 교감하는게 많지 않았거든요. 또 제가 준 기획자 입장이 조금 섞여 있다 보니까 그렇게 막 내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는 없었는데. 저는 지우전 때가 되게 좋았어요. 저만 생각하면 된다는… 이건 오프 더 레코드로 합시다. (일동 폭소)

 라티루스 저만 생각하면 된다는… (짐짓 받아 적는다)

 pena 나만 생각하면 돼.

 연심 나만 아니면 돼.

 진아 쉿, 쉿.

 pena 아니, 그거는 오프 더 레코드로 해야 될 필요가 있나 싶은 게. 작가이면서 준기획자 역할로 하고, 거울 책을 만들 때는 편집자로 많이 했기 때문에 그게 딴 사람들의 느낌보다 더 컸을 것 같거든요.

 진아 네, 그런 것 같아요. 진짜. 그냥 가서 회의를 하는 것도 너무 좋았고. 한번은 여섯, 일곱 시간씩 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도. 그냥 그런 게 저는 되게 좋았어요.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한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문장 계속 들여다보면 약간 멀미를 하거든요. 그래도 그냥. 모든 과정들이 저는 너무 좋은 거예요. 그냥 다.

 pena 그런데 자기가, 첫 장편 써가지고 이런 작가 커뮤니티 같은 거 안 하고 딱 바로 그 단행본으로 내거나 뭐 그래가지고 편집 회의를 하는데 일곱 시간 해도 그렇게 반가웠을까? 아니잖아. (으하하)

 진아 그건 안 겪어봐서 모르겠어요. 그렇게 꼼꼼하게 교정 회의하는 것도 좋고. 되게 힘이 많이 되더라구요. 일화도사를 좋아해주신 거나. 지우나 뭐. 이야기를 많이 재밌어 하시고. 그냥 다 좋았어요. 표지 가지고 고민하는 것도 좋았고.

 연심 그게 좀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자분들은 진아님을 뭐 거울의 전 편집장님, 아니면 거울에 칠년 동안의 편집장님으로 대한 게 아니라 장편 작가로서의 진아님을 대한 거니까요. 특히 진아님께서 지금까지 인터뷰를 아주 안 해보신 건 아니잖아요. 단편집 하나 낼 때마다, 아니면 거울의 전 편집장으로서 인터뷰를 받으신 적도 있을 테고. 되게 많은데 그게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진행을 하시면서.

 진아 그쵸. 일단 책임감 면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었죠. 제가 다 준 기획자로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랬던 책 몇 권을 보면, 책이 나오기 전에 출판사와 협상을 해야 되는 게 있잖아요. 모든 작가들을 최대한 많이 배려할 수 있는 입장에서 해야 되는 점들도 있고. 알게 모르게 계약 단계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책이 나온 다음에는 이벤트 준비하거나 서평 준비하고. 막상은 저는 책이 나왔다는 걸 좋아하는 게 한 박자 뒤였어요. 책이 나온 그 순간에 막 좋다기보다는. 아, 책이 나왔네, 책 괜찮나, 이상 없나, 뭐 이런 것부터 봤죠. 제 눈만으로 보는 게 아니라 실린 다른 분들 입장을 생각하는 게 조금 있었고. 이 책이 나왔을 때는 뭐가 좋든 뭐가 싫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방향만 생각하면 되고. 저랑 편집자분들만 얘기하면 되는 거잖아요. (네) 책임 면에서 되게 자유롭다는 것도, 그게 더 좋을지라도 내가 싫으면 안 해도 된다는 그 마음 편함! (다들 폭소)

 연심 아, 단편집을 낼 때와의 차이점이 그런 거군요.

 진아 저에게는 이번 글에 있어서는 그게 차이였어요.

 연심 진아님에 의한. 진아님을 위한.

 진아 이런 얘기해도 되나. 그게 정말로 좋을 수밖에 없었고 되게 신선한 느낌? 그런 것도 좋았고. 네. 그래서 책이 나오는 과정 내내 즐거웠어요. 굉장히 힘들었는데. 쓰는 동안 세상에 쉽게 나오는 글이 없지만, 힘들게 썼는데 많이 보상받는 느낌 같은 거 받은 것 같아요. 충족감을 느끼고.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지금. 이제 좀 끝났다는 기분이 드는 데. 시원섭섭하죠. 출간일이 다가올수록 제가 할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드는 거잖아요. 세상에 나오고 나면 내 손을 떠나는 거고. 그게 많이 무서웠어요. 그게 기쁘기도 했죠, 당연히. 저만의 책이란 게 기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이 책은 오로지 온전히 제 책임이라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긴장도 굉장히 많이 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거니까. 무섭기도 하고.

 연심 그런 점이 되게 남다르실 것 같아요. 솔직히 작가로서 이번에 첫 책이 나왔지마는 작가로서의 길이가 짧은 게 아니시잖아요. 10년 만에 첫 장편을 내신 건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내가 장편을 10년 만에, 10년 동안 처음으로 낼 거야.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글 쓰시면서. 계속 단편만 써오셨는데. 내가 장편을 언제부터 쓸 것 같다.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진아 사실 별로 없었어요. 저는 딱히 장편에…

 pena 여기서 증언 하나 하겠음. 누군가를 만났어 인터뷰 때 장편을 쓸 생각이 있나요? 아니요. 단호하게 말했었어. 그런데 그때 말하는 거는, 장편 같은 거는 안 써요 이러는 거라기보다는 단편 장편은 그냥 이야기 크기에 따라서 정해지는 거지 장편을 쓰겠어 하고 생각하진 않아요, 뭐 이런 이야기긴 했는데.

 진아 네. 맞아요. 진짜 그랬어요.

 pena 그게 한 5년 전이에요.

 진아 굳이 꼭 장편을 써야 한다는 마음도 없었고. 전 단편을 오랫동안 써왔고 굉장히 좋아해왔고. 근데 이제 제 공동 참여 단편선이 한 여섯 권? 나왔는데. 그 이상 길이 없더라고요, 작가로서. 딛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진짜 없었어요. 요새 많이 나오는 이야기인데 출판사들이 단편선을 내기는 하지만 여전히 작가를 등단만 시키고 있어요. 처음에는 책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큰 성과라고 생각을 했죠. 단편은 워낙 또 눈길을 못 받을 때였으니까. 처음 거울을 제가 만들 때 들은 얘기가 아마 서문 어디엔가 쓴 적이 있을 텐데. 우리나라에서 소설을, 장르문학을, 그것도 단편을? 뭐 이렇게 갔었는데.

 pena 출발할 때 그런 소리 듣고 1년 있다가 아직도 하고 있다니? 소리 듣고, 2년 있다가 어, 지금도 하고 있네.

 진아 너네 아직 하니? 이 얘길 초기 몇 년은 들은 것 같애. 첫 책 나올 때까지. 근데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는데도 여전히 막막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작가는 물론 예술가죠. 예술가이기는 하지만 직업이기도 해요. 어느 정도는 나의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하고. 금전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지우전 같은 글이 약간 그런 글이었는데 짬짬이 쓸 수 없는 글이 있는 거예요. 제가 가진 걸 다 쏟아부어도 완성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긴가민가해서 진짜 정말 전력을 쏟아야 하는 글들이 있어요. 전력을 쏟아야 하는 글들을 쓰기 위해서 정말 글만 쓰려면 최소한의 무언가는 있어야 되거든요.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서문에도 썼던 것처럼 통장을 털어서 쓴 거거든요. 안 그러면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장편을 써야겠다. 그렇게 결심할 수밖에 없었고요.

  이러한 등단과 작가의 생활고에 관한 이야기는 진아님이 askalai님, ida님, 배명훈님과 함께 작가로서 이야기를 나눈 기사에서 좀 더 깊게 다루었다. 보시려면 이쪽으로. 진아 특집 기획 ③ 인터뷰2 : 작가 대담 - 단편과 장편




#3 장편을 쓴다는 건


 연심 책 안에 보면 절영님께서, 우리 영원한 거울의 객원필진 절영님께서도(웃음) 그런 얘기를 써주셨어요. 단편만 꾸준히 쓰시던 작가분이 장편을 낼 때 작가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솔직히 저도 약간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제가 아는 진아님 스타일은 단편도 굉장히 세심하게 세공을 해서 글을 쓰시는 타입이신데요. 장편은 일단 분량도 엄청나게 많잖아요. 분량부터가 좀 단편이랑 게임이 안 되고. 근데 그 장편을 쓰시면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부터 시작해서 호흡도 맥락도 다른 글을 어떻게 풀어내셨을까 걱정이 앞섰다는 거죠. 예전에 계속 쓰셨던 단편들과 이번 작품에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 것 같아요?

 진아 그게 일단 장편은 절대적으로 분량이라는 게 있으니까. 퇴고를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다르더라구요. 쓰는 과정도 힘들었는데 퇴고를 한다는 게 이게 보통일이 아닌 거예요.
그리고 머리도 좋아야 돼요. 기억력이 좋아야 되는데. 장면을 배치를 몇 번 바꿨어요. 소소한 장면들인데. 작은 장면이라서 배치를 몇 번 바꾸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했더니 나중에 이게 섞이는 거예요. 그니까 앞에 썼던 문장이 뒤에 다시 나오기도 하더라구요. 자기가 자기 글 너무 많이 읽다보면 아무리 집중해서 읽는다고 해도 지나가게 되는 글자들이 좀 있어요. 어, 그 문장 어디 갔지 하고 한참 찾아봤는데 안 보여서, 내가 지웠나? 하고 다시 넣었다가 뒤늦게 앞에 있는 걸 나중에 발견하고. (웃음) 좀 그런 게 힘들더라구요. 되게 많이 생각해야 되고.
전체적으로 분량 때문에 가지는 부담감이랑. 진짜 기억력이 좋아야 되고. 주인공 이름도 자꾸 잘못 썼어요. 아주 메인 캐릭터가 아닌 나머지 애들은 가끔. 도사들 이름 가끔.

 연심 도사들 이름!

 pena 그런데 그건 쓰는 과정이나 퇴고하는 과정의 어려움이잖아요. 근데 처음에 일단 이야기를 만들 때 다른 점이 있다면? 단편 시작할 때랑 장편. 이건 장편이 될 거야 라고 시작이 되든가,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고 보니까 장편으로밖에 못 쓰겠어 그러든가, 뭐, 이런 거요. 시작할 때도 다른 게 있나요?

 진아 그게 일단 처음에는 얘가 장편이 될지 확신이 없었던 게, 스릴러 단편선에 있던 {숏컷}이 장편이 될 줄 알았어요, 저는. 처음 머릿속에 이야기를 구상을 했을 때. 제가 기존에 썼던 글들에 비해서 사건도 많고 풀어가야 되는 얘기가 많으니까. 아, 얘는 장편이 되려나보다, 되게 길어질 건가보다 하는데 한 350매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막상 쓰니까. 그리고 출판사랑 책을 내는 과정에서 한 50매 뺐어요. 그런데 아예 빼기만 한 게 아니라 빼고 추가되고 빼고 추가되고 한 게 좀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300매 정도로 준 걸로 기억을 하거든요. 처음 이 글(지우전)을 구상했을 때도 분량이 얼마나 나올지는 감이 안 왔는데, 한번 플롯을, 이야기 줄거리를 한번 쫙 끝까지 써 본 거예요. 그렇게 썼더니 그게 한 몇 백 매가 나왔던 것 같아요. 이삼백 매? 그래서 아, 얘는 길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연심 플롯만 쓴 게 몇 백 매가 나온 거죠.

 진아 네네. 한 이삼백 매 나오니까. 그래서 얘는 길어질 거라는 생각은 들었고요. 그리고 장편과 단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가 느끼는 건데 단편은 약간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놔둬도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모든 걸 다 계산을 하고 플롯을 엄격하게 다 짜고 이런 것까지 다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이러이러하게 되겠지 하고 구성을 딱 짠 거에서 좀 변형이 되더라도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에 그렇게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렇게 떠오른 장면들이 이야기를 더 좋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장편은 그렇게 놔두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더라구요. (일동: 아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인물들도 많고 사건도 많으니까 하나가 갑자기 자기 혼자 가지를 치기 시작하면 그 가지에서 또 가지가 나오고 이게 통제가 안 되는 거예요.

 연심 그거 마치 그거 같아요. 시간여행할 때 앞에서 뭐하나 잘못 떨어뜨리면 (네~)이게 일파만파로 뭔가 틀려지는.

 진아 네. 그런데 이건(장편은) 그런 식으로 하면 도저히 이야기가 끝까지 제대로 갈 수가 없어서. 그래서 기본 뼈대를 한 번 잡고, 그 뼈대를 다시 한 번 다듬고, 그렇게 해서 삼백 매 정도가 됐을 때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중요한 부분들은 대사치기만 해놓고, 이 장면은 어떤어떤 장면의 복선, 이 장면에서는 이러이러한 연출이 필요함, 이렇게 써놓고. 그런 식으로 배치를 다 잡아놓고 쓰지 않으면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연심 그런 점도 있네요. 전 전혀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못했어요. 아, 장편이 그냥 뚝딱 나오는 게 아니구나. (하하)

 진아 그래서 단편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데, 장편은 여기서 흘러가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제가 계속 차단을 해야 됐던 거예요. 안 그러면 이게 진짜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연심 지우가 갑자기 도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제 어디로 가볼까. 해외로 떠보는 거야. 중국도 한번 가보는 거야? 날아봐? 이렇게요.

 pena 그리고 작가가 그렇게 다 짤라놓으면 나중에 독자들이 외전이 필요합니다, 외전 내주세요, 막 들어오고.

 연심 아, 괜찮네요. 그 잘라낸 부분을 살려서 외전을 어떻게 좀 내주세요 하고. 정말, 인터뷰 끝나고 나면 요청이 쇄도할 것 같지 않아요? 댓글로. 진아님, 진아님, 외전을 주세요. 주시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일동 웃음)

  다행히 구워 먹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지우전 이야기에서 다시.


 라티루스 시퀀스 단위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단순히 에피소드 몇 가지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시퀀스를 몇 부분으로 나눠서 첫 부분에서는 이런 걸 이야기를 해줘야겠구나 이런 걸 다 계산해서 쓰신다는 느낌이 딱 들어요. 에피소드를 먼저 구상한 이후에 시퀀스를 만들든, 시퀀스를 먼저 만들고 에피소드를 끼워 넣든 간에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각 부분과 순서를 다 계산했구나, 하는 느낌이 딱 들 때가 있거든요. 실제 창작할 때는 어찌 하시는지?

 진아 지우전은 확실히 배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고. 여기서 이런 걸 넣고, 하는 것.

 라티루스 그게 지우전만이 아니라 단편에서도 상당히 계산을 잘한다는 느낌이거든요. 물론 초기작에서는 계산적인 게 덜하고 관념적으로 나가는 느낌이지만 갈수록 요쯤에서는 이런 갈등을 넣고 하는 식으로 계산했나 싶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에피소드를 미리 단편에 맞게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주제에 맞춰서 여기쯤에서는 이거,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에피소드의 방향을 맞춰놓고 에피소드를 배치하시는지 굉장히 궁금해지더라고요.

 진아 둘 다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에 이야기가 떠올랐을 때는 내버려두죠. 마음껏 흘러가도록 막 내버려두지만 글을 쓸 때는 신경을 많이 쓰죠. 초기작들이 그런 게 안 보이는 건, 그때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고 붓 가는 대로 쓴 거거든요. [신체의 조합]에 있는 건 정말 휘리릭 쓴 거예요. 대부분 하루 만에 초고를 쓰고, 그 다음날 한 번 읽고, 또 그 다음날 한 번 읽고 끝. 그 이상으로 글에 뭘 할 수 있는지조차 제가 몰랐고, 공도 들이는 법을 알아야 들이는 건데 전 공을 들이는 법 자체를 몰랐죠. 근데 쓰면 쓸수록 제가 부족한 점도 보이고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는 게 보이면서부터는,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흘러나올 때는 최대한 제한을 안 하고 그냥 계속 흘러나오게…

 라티루스 일단 양산을 해놓고.

 진아 네, 그리고 옮길 때는 최대한 (계산하고). 근데 그게 점점 심해지는 것 같긴 해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웃음)

 라티루스 여러 작품을 모아놓고 보면 확실히 발전과정이랄까, 이런 게 딱 보여요. 아, 이건 계산을 하고 썼구나 싶은 게 있어서 출판연도나 발표시기를 알아보면 몇 년도 이후라든가. (웃음)


  여러분은 지금 발전하는 작가 박애진의 인터뷰를 보고 계십니다.



#4 지우전, 시작은 단순했어요


 연심 다시 돌아가자면… 플롯 얘기를 하셨는데. 일단 출판사 홍보자료만 봤을 때는 액션신이 펼쳐지고 막 그럴 것 같았는데, 제가 딱 다 읽고 책을 덮으니까 아, 이거 완전 도 닦는 책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깨달음을 얻고 끝나잖아요.

 pena 그 얘기는 똑같네요. 도 닦는 얘기였다, 낚였다.

 진아 저는 처음부터 도 닦는 얘기를 생각하면서 썼기 때문에. 저는 그 위화감이 없는데 두 분 다 똑같은 의견을 주시네요.

 pena 아니 왜냐면 1부의 명 얘기가 되게 강렬하잖아요. 어쩜 그렇게 잘 베어넘기시는지. 살육의 현장이 그냥.

 라티루스 진아님이 가만히 보면 사람을 잘 죽이더라고요.

 pena {신체의 조합} 때부터 그랬죠.

 라티루스 몸을 다리를 막 쥐어뜯지를 않나.

 연심 은근히 되게 하드코어예요, 진짜.

 라티루스 {숏컷}에서는 막 시체둘이 엉켜가지고 싸우고.

 연심 그런 건 {갈증}이 최고였어요. 이렇게 부스러뜨리고 저렇게 부스러뜨리고. 지나가는데 도서관에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가지고 있음 부딪치면 막… 어우~ (웃음)

 pena 그리고 있잖아요. 진아님의 단편은 정주행하면 정신건강에 안 좋은 단편들이 많아요. (일동 폭소)


△ 가연 단편선



△ 누군가를 만났어


 라티루스 저 읽고 읽고 또 읽고 있는데. 자꾸 하드코어적인 상상을 하게 돼요. 아, 저 다리를 저기서 이렇게 떼고, 붙여놓은 신체가 이제 굳으면 둘이 싸우다가 다른 하나가 죽이고서는, 형, 그건 오리가 아니야, 엄마야, 이러고. (다들 폭소) 사람 만나면서 요즘 하나 키우잖아. (또 폭소) 아, 요즘 정신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어요.

 pena 쓰는 사람은 느낌이 없나요, 그런 게?

 라티루스 장면을 상상하시나요, 아니면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면서 쓰시나요? 머릿속에서 붉은 선혈이 이렇게 용솟음치고….

 진아 페이퍼하우스 대표이사님이랑 첫 미팅을 할 때 지우전 때문에 만난 그분 첫마디가 "사람 맞으셨군요”였어요. (다들 폭소) 1부를 읽고 난 다음에 뭐 애들이 강아지를 안고 가는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며. 저 강아지는 뭘까. 저 애는 뭘까. 난 여길 피해가야 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사람이 맞아서 다행이라고.

 라티루스 혹시 그 뭐 펜만 들면 이상한 충동이 일어난다든지. 소중한 강아지를 베어야 한다든지.

 연심 근데 단편에서는 이런 데서 보여주셨던 되게 잔인한 장면도 정말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잖아요.

 라티루스 이미 그 능력을 발휘하셨습니다, 저분은. 작두 타셨어요. (일동 폭소)

 연심 그거에 비해서 여기서는 정말 많이 죽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pena 묘하게 시적이죠.

 연심 네, 맞아요. 액션신을 시적으로 처리하셨다는 게 전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무협의 특징이 그거잖아요. 전투신들이 세세하고. 칼 이렇게 날렸다 저렇게 날렸다, 날려서 막았다. 그래서 포인트가 도 닦는 길이구나 하는 게 느껴진 게 그거였어요. 싸우는 수단보다 분위기와 흐름 같은데 집중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거든요. 이 행위 자체보다 이 행위가 갖는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춘 묘사. 그런 게 보여서 되게 좋았어요.

 진아 (수줍게) 감사합니다.

 연심 똑같이 죽여도 아아, 이 존재는 죽이는 데 의미가 있어. 아아, 이 죽음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죽음이야. 뭐 이런 느낌?

 pena 그런데 처음부터 도 닦는 얘기였다고요?

 진아 네, 제가 생각할 땐 처음부터 도 닦는 얘기였어요.

 pena 처음에 어떤 씨앗이…?

 진아 아, 그게. 사실 저도 그 생각은 해요. 지우전 전투신은 제 식으로 표현하면 좀 우아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약간 그런 식으로 추구한 게 있는데, 처음 씨앗은 뭐냐면, 되게 오래전부터 전 전투신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되게 오래됐는데. 이게 너무 글이 안 되더라구요. 그런 걸 예쁘게, 멋있게, 막 실감나는 전투신을 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까. 가끔 그런 중세 판타지 영화 같은 거나, 전쟁영화 같은 거를- 현대물은 제가 총을 별로 안 좋아해서- 볼 때마다 저걸 어떻게 묘사하지? 이런 생각들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근데 욕심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선뜻 시도를 못했던 게 좀 있기도 해요. 전투신, 검객의 얘기는. 그러다 이제 정말 쓰고 싶어지더라구요. 아마. 저번, 작년 초반 합평회 때쯤엔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했는데. 가죽을 가르고 살을 발라 뼈를 바스라뜨리는 전투신을 쓰고 싶다고. (웃음)


△한국 스릴러문학 단편선 2, 박애진 外 5, 시작, 2010년 1월



 라티루스 이미 {숏컷}에서 많이 하셨잖아요. 이빨이 어떻게 부러져서 빠지고 좌수로 안면을 약 석 대 가격하고……(일동 폭소)

 진아 검객의 얘길 하고 싶었죠… 숏컷에 원한이 많으신 것 같애.

 라티루스 아니, 어쩌다가 그게 생각이 나서.(웃음)

 진아 잠깐 이야기가 돌려져서 하는데 숏컷은 저한테도 의미가 많은 글인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남자주인공 두 명이 투 탑으로 가는 글 자체를 별로 써본 적이 없고, 공간도 밀폐되어 있었고. 사건도 좀 많잖아요. 다루는 방식이.

 라티루스 맘에 들었어요.

 진아 아, 감사합니다. 그걸 제가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 되게 걱정하면서 썼는데. 그때 시작 편집자 대표께서 여자작가가 쓴 글 같지 않다고 하셨어요. 제가 남자 캐릭터에 대해서 약간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때 이후 그건 완전히 떨친 것 같아요.

 pena 부담감이 있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정말 여자 아니면 쓸 수 없는 글들을 많이 썼잖아요.

 진아 네, 누가 봐도 여자작가가 쓴 글이고 소녀적인 어떤…

 pena 완전한 결합이나, 커피나 그런 거. 신체의 조합은 아니지만. (웃음) 안 그렇지만.

 연심 자꾸 남성화되어가시는 진아님이랄까요.

 라티루스 신체의 조합은 정말 속에 영감이 들어앉은 청소년 같은 느낌 있잖아요. 청소년인데 묘하게 정신세계가 영감님이 되어 있는.

 진아 네, 신체의 조합이랑 그때의 글은 아직 사춘기적인 감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있어요. 왜, 십대 때만 쓸 수 있는 글들이 있잖아요.

 pena 글에 힘이 있긴 한데 되게 거친 글들.

 진아 좀 아쉽긴 해요. 이제 그런 글은 못 쓸 거라서. 나이를 먹어서.

 라티루스 전투신 얘기가 나와서 갑자기 생각났는데. 루운 평원 같은 경우에는 보면 대규모 전투신은 있잖아요. 어떻게 뭐 전술적인 건 나오는데. 일대일로 붙는 경우는 약간 좀 생략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것도 혹시 자신감의 문제였는지.

 진아 자신감의 문제는 아니고 연출의 한계였던 것 같아요. 나름 되게 머리를 써서 전투신을 짜긴 했는데 예, 그건 좀 힘들더라구요.

 라티루스 일단 작품 자체가 약간 심리적인 그런 데 부담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 이 전투신이 대규모 전투신으로 나올 때 그래도 한두 장면 정도는 포인트가 있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왕잔지 뭔지 그분이 적을 상대할 때 구체적으로 칼부림을 좀 한다든지, 좀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그런 거는 없고요. 분명히 지켜보고 있는데 그런 것까지는 안 나오고 그냥 굉장히 과감한 생략을 하셨더라고요. 뭣 좀 하다가 옆에 있는 사람이 둘로 줄었네, 이런 식으로. 약간 자신이 없었다는 말씀을 하시니까 혹시 그래서 그랬나 문득 생각이 나서 여쭤본 거예요.

 진아 그런 문제는 아니었고. 그건 아마도 지금 다시 쓴다면 좀 더 그런 포인트를 잡겠는데 많이 써보지 않으니까 약간 미숙해서 나온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자신이 없던 문제는 둘째치고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뭐냐면, 검객이 나올 만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쓰죠. 그런데 그런 식의 시나리오가 잘 안 떠오르더라구요. 검객이 나오고 그러려면 이야기가 커져야 하더라구요. 스케일 자체가 크지 않으면 왜 흔히 보게 되는 장편의 일부 같은 단편만 나올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칼부림 장면이 나오려면 그 장면에 집중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그 장면까지 가야 되는 과정이 있고. 짧은 이야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연심 그쵸. 뭔가 점층적으로 누적되던 게 딱 그 한 장면에서 끝나는 건데.

 진아 그쵸,그쵸. 점층이 길지 않더라도 폭발력을 가지려면 그 싸움까지 가게 되는 과정이 있잖아요, 이게. 짧은 이야기론 안 돼서 어떻게든 이걸 써야겠다. 이젠 정말로 이걸 쓰고 싶다, 그래서 처음 시작은 사실 단순했어요. 시작은 전투신을 써야겠다. 어떻게 해야 전투신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전투신이 나올 만한 이야기를 구상해보자.

 pena 그러니까 뭔가 지론이, 싸움 자체는 장면으론 의미가 없고 무언가의 절정으로서만 아름답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나온 거네요?

 진아 그쵸. 그런데 그게 저는 맞다고 생각해요. 장면 자체만으로는 아름다울 수 없고 그 장면에 의미가 있을 때에만 그 장면이 빛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pena 그런 면에서 진짜로 무협이 아닌 거죠. (무협은) 장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걸 계속 보여주거든요.

 라티루스 (무협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죽여줘야 돼.

 pena 사이의 이야기들은 다음 싸움으로 가기 위한 가교일 뿐이고.

 라티루스 네, 한 명 쓰러뜨리면 이어서 새로운 적을 만나고.

 연심 하나 하고 그다음 단계 한 단계 한 단계씩.

 라티루스 누가 나타난다는 건 이미 또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는 거죠.

 진아 네. 그래서 처음엔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을 했어요. 시발점이 너무 전투신이 쓰고 싶으니까 주인공을 칼로 만들어야겠다. 그런 내가 원하는 전투신을 원 없이 쓸 수 있겠다. 되게 단순하게 생각을 한 거예요, 시작은.




#5 본격적인 지우전 이야기


#5-1 이름은 느낌으로

 연심 캐릭터 이름은 어떻게 정하세요? 작가 분 중에는 남자다, 여자다, B군, 이렇게 지칭하는 경우도 많은데 진아님은 굉장히 정확하게 이름을 다 붙이셔서 그게 궁금했어요.

 진아 이름은 힘들어요. 제가 약간 그런 면이 있는데 옛날에 RPG할 때도 이름이 제일 힘들었었는데 설명할 순 없지만 이름이 제 맘에 들어와야 캐릭터한테 애정이 가더라고요. 연아랑 지우는 의미 때문에 바로 나왔는데 지우의 어린 시절 이름은 한 서너 번 바꿨어요.
좀 오래 걸려요. 그게 어떻게 떠오르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오래 걸릴 때가 있는데, 이름이 잘 안 나오면 글도 애를 먹더라고요. 이름이 금방 나오면 글도 잘 나가고.
근데 이게 좀 힘든 것 같아요. 글 속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면 걔들이 가지는 인상이세져요. 영화 같은 경우는 그냥 뒤에 서 있으면 되니까 쉬운데. 무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도 나중에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라티루스 유도의 경우엔 그냥 떠오른 거예요?

 진아 네, 유도는 금방 떠올랐어요. 지우도 제 주위에는 없었는데, 이름을 지어놓고 보니까 의외로 흔한 이름이더라고요. 하지만 뭐, 지우는 다른 이름으로 할 수가 없었어요.

 연심 맞아요, 맞아요.

 라티루스 이 책 제목이 지우전이 아니면 뭐가 되겠습니까.



#5-2 유도의 매력에 빠져 빠져

 연심 아, 저는 그 캐릭터 너무 좋았어요. 스승님! (다들 공감)

 pena 역시, 역시.

 라티루스 귀여우신 분.

 연심 유도. 완전 귀여워요.

 진아 저도 좋아해요. (일동 폭소)

 라티루스 아, 유도를 좋아하신다고.

 pena 그런 캐릭터가 작가하고 독자에게 모두 사랑받는 캐릭터야.

 라티루스 아, 유도 없으면 무거워요. 연아도 계속 고민하고 있고 지우는 뭔가 안타깝고 이런 분위긴데. 유도가 이렇게 개그 한 번씩 날려주면서 사기꾼적인 짓을 좀 해줘야. 좀 이렇게 양념이 되잖아요. 귀여워 죽겠어요.

 pena 그렇다고 마냥 사기꾼도 아니고.

 라티루스 그런데 왠지 그 외모를 상상하면 좀.

 연심 외모는 딱 그분 있죠. 한지붕 세가족에 나오던.

 라티루스 임현식 아저씨요.

 연심 네. 임현식 아저씨 딱이에요. 딱 그런 이미지나 아니면 {반짝반짝 빛나는}에 나오는  머리 이렇게 약간 대머리스러운.

 pena 거기는…. 몰라요.

 라티루스 검색해야하나.

 진아 그러니까. 저 임현식이 누구지 하고 있어요.

 라티루스 그 옛날에 허준에서 줄을 서시오 하던 분.

 진아 허준을 안 봐서.

 pena 허준 안 봤어요? 사극에 진짜 많이 나오는데.

 진아 저도 얼굴을 보면 알 거예요.

 연심 반짝반짝 빛나는에 나오는 그 철없는 사위가 더 맞아요. 제 이미지엔.

 진아 찾아주세요. 나 스마트폰 아직 어려워. (웃음)
(검색 중)


△ 물망에 오른 유도 후보들.


 진아 그런데 유도가 저도 좀 고민하기는 했던 게. (사진 보고) 아, 진짜 딱이다. 귀엽다. 좀 순해보이고.

 pena 사람 나쁜 것 같지 않으면서.

 진아 사기꾼틱한.
사기꾼인데 남을 해치는 사기꾼은 아니면서.

 pena 주접. (일동 폭소)

 진아  그게, 유도가 제가 되게 좋아한 캐릭터면서 고민을 한 게, 저는 그런 캐릭터를 안 그려봤지만 사실 약간 사극에 많이 나오는 유형이에요. 그런 약방의 감초 같은. 어리바리하고 막. 그것 때문에 고민을 하긴 했는데. 걔는 그런 애여야만 했기 때문에, 흔한 캐릭터라는 이유로 굳이 피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인물이 필요한 이상은.

 라티루스 이런 캐릭터여야지 지우를 받아주죠.

 진아 맞아요, 딱 그런 거.

 라티루스 욕심이 없잖아요. 거짓 없고.  

 연심 유도가 나중에 잡혀갔을 때 지우가 구해주잖아요. 그런데 자유의 몸이 됐는데 또 쪼로로 달려가서 도와줄 만한 사람 찾아가서 얘기해요. "우리 지우 좀 살려줘요!” 하고요. 그 부분도 되게 좋았어요. 정 있고. 솔직히 그냥 도망쳐도 되는데. 안 도망가잖아요. 귀여운 캐릭터예요. (하하)

 진아 아, 그래서 참 아까 외전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외전을 한편 썼거든요. 출판사에서 쓰라고 했어요. 외전으로 단편을 한 편 써서 네이버에 걸자 그래서.

 환호합시다!!

 라티루스 외전을 보고 궁금한 사람은 책을 사서 봐라.

 진아 네, 뭐… 홍보용이죠. 근데 작정하고 외전을 써본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외전을 쓸 만한 글이 없었죠.

 pena 단편이었으니까.

 연심 장편이 처음이시니까요.

 진아 너무 힘든 거예요. 외전을 쓴다는 거 자체가. 연심님이랑은 전에 한 번 얘기한 적 있는데. 외전이 뭐가 문제냐면 본편의 일부는 들어가야 되는데, 이 거대한 설정을 단편 하나에 녹이는 것도 힘들고. 일부만 들어가야 되는데. 외전처럼 보이면 안 되고 완결된 단편으로서의 뭔가를 가져야 되고. 메인 인물 중 하나는 들어가야 될 텐데, 스포일러가 있어도 안 되고요. 결정적으로 또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여야 하는 거잖아요. 쓰고 싶지 않은 얘기를 어거지로 쥐어짜면서 쓸 수는 없으니까. 저한테도 분명 쓰는 의미가 있는 글이어야 되는 거에요. 되게 많이 고민했는데 출판사에서 권했던 건 세자랑 언우랑 얘네들의 어린 시절. 사실 이게 가장 정석을 제안해 준 거라고 생각하고. 그게 딱 정석이고. 제일 뭔가 이야기가 나올 거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근데 이게 쓰기가 싫어지는 거예요. 삐뚤어진 인간이라… (히히)
그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너무 쉬운 선택이라는 느낌? 너무 안전한 길이라는 느낌이 드니까. 그래도 진짜 최선을 다해봤어요. 어린 시절을 몇 가지 굴려봤는데. 맘에 안 들고. 그래서 결국에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유도가.

 pena 전에는 그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 애들 갖고서 외전을 안 쓰고 유도로 쓰게 된 게. 이거는 주인공이 연아가 아니라 지우란 말이야, 이러는 점으로 보이네요. 왠지 그렇게 보여.

 진아 그런 건 아닌데. 진짜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애들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거 자체가 어렵고, 한 열 두세 살 초등학생들의 애들의 심리를 내가 제대로 그려서 글을 쓴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난감했고. 잘 모르는 걸 잘못… 그런 거 있잖아요, 애들이라고 너무 이상하게 예쁘게 그리는 거. 말투도 막.

 연심 아, 네 알아요.

 pena 너는 무엇 했느냐? 꺄아~ 이런 거.

 진아 네~ 그게 잘못하면 되게 오글오글한게 나올 수도 있단 생각이 드니까 되게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고. 근데 꼭 그런 건 아니었어요. 유도를. 처음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오히려 글을 다 쓰고 나서 유도가 점점 더 좋아진 게 있어서. 약간. 유도를 가지고 쓰고 싶었어요. … 나 편애하고 있어.

 연심 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짚자면은?

 진아 아. 원래 가장 공을 들인 건 지우랑 연아였죠. 중심인물이니까. 그런데 의외로 시간이 갈수록 정이 가는 건 유도가 더 많아요. 귀여워요. 본편에서도 더 잘 그려줄걸 이런 느낌도 있고. 약간 제 이상형이거든요. (일동 폭소)

 pena 지금 얘기한 게 작가로서 이렇게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캐릭터 자체가 좋은 그런 거죠?

 진아 그렇죠. 유도가 제 이상형이라는 게 남자 이상형 뭐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되고 싶은 인간상 같은 거? 거기서 경박함은 빼야 되는데.

 라티루스 약간의 허풍과.

 진아 네. 허풍이랑 경박 두 점을 빼면 제가 생각하는 유도는 의외로 언행일치가 되거든요. 언행일치가 된다는 걸 기본으로 두고 행하는 것에 거침이 없고 이미 행한 일은 후회하지 않고. 그 두 가지만 이루고 살 수 있어도 사람이 거의 도사 급에 첫발을 내딛는 거라고 생각하고. 진짜 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말이 옳아야겠죠. 언행일치에서 일단 하는 말이 옳아야 한다는 게 사람이 추구할 만한, 괜찮은 인간형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 면에서는 유도가 시간이 가니까 좋아지더라구요. 제 이상형이 되기 위해서는 경박함이 좀 빠져야 되는데. 그런, 그렇게 거침없을 수 있다는 게 되게 좀 부럽다는 그, 나중에 든 생각이에요. 쓰고 나서.

 연심 도사가 되기 위해서 언행일치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도사가 되는 요건은 제가 좀 궁금했어요.

 진아 아, 제가 말한 도사는 소설 설정 속의 도사는 아니고. 어떤 사람이고 인격자? (대인) 선비? 굳이 말하자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첫발은 언행일치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가 이제 그 말이 옳은 거? 그게 가장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얘는, 얘도 나쁜 말은 안하잖아요. 아마 유도를 가지고 외전을 쓰게 된 것도 그런 면을 더 많이 못 보여준 게 아쉬워서. 네,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라티루스 듣고 보니까 여기 나온 도사들 중에서 유도 빼고 제대로 정신이 박힌 놈이 없구나 싶었는데… 아, 물론 괜찮은 사람이 있었죠. 근데 뭐랄까 좀 이상한 놈들 있잖아요.

 pena 만홍이랑 청운이.

 라티루스 예. 걔들 보면 왜, 어떻게든 높으신 분한테 잘 보이려고 한다든지,               이런 애들을 보면 딱히 말하는 게 언행일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마인드가 딱히 바르게 박힌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혹시 그런 점도 유도와 서로 대비되는 특징으로 잡고 쓰신 건지요?

 진아 그렇죠. 약간 대비되는 거예요. 사실은 유도 쪽이 진정한 도사에 가까운. 제대로 된 도술은 못 쓸지도 모르지만. 모르죠, 얘가 의외로 쓰면 잘 쓸지.

 라티루스 아니 그래도 지우한테 설명해준 거 보면 그래도 지우가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은 잘하는데 본인은 못 쓰는 게 아닐까.

 진아 예, 그런 면을 좀 의도를 했는데. 유도가 연아한테 그런 대사를 하잖아요. 도란 하룻밤 사이에 깨닫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갈고 닦는 것이다. 그 대사를 만홍도 한 번 하거든요. 현명한 스승과 어리석은 스승이 하는 말이 같은 거예요. 그 말 자체로는 알 수가 없는. 어떤 말을 주워 섬기느냐는. 근데 만홍이 말했을 때는 그냥 지나가는 대사였고. 그냥 그거는 허세를 부리기 위한 대사였기 때문에. 그런데 유도가 한 대사는 그 순간 필요한 상황에서 나온 거였기 때문에 이쪽이 진짜가 되는 거고. 그래서 현명한 스승과 어리석은 스승이 하는 말이 같다고 할 때 현명한 스승은 유도가 되는 거죠. 그렇게 좀 대비점을 잡아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5-3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는 곧 사람에 대한 이야기

 연심 연아랑 지우랑 대칭되는 점이 되게 많다고 느낀 게, 연아도 지우도 되게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환경적인 영향이 되게 강해요. 일단 명 자체도 칼로 길러진 도구적인 인간이라 되게 외부적인 압력이 강한 그런 상태이고, 연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혹은 가족, 어머니에 의해서 만들어진 총사의 위치 같은, 환경적인 영향이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고뇌도 되게 많고. 근데 사회적인 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든지 압력 같은 이런 어려움들을 연아는 개인적인 깨달음으로 승화시켰어요. 건너뛰었다고나 할까요. 그런 면모는 이전에 진아님이 내셨던 단편들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사회적인 면에 있어서 이걸 내가 저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바뀜으로써 그걸 이렇게 건너뛰는. 초월한다고 해야 되나. 그런 면이 좀 많이 보였어요.
특히 연아는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연적인 세자비도 그렇고. 옹고집의 어머니도 그렇고. 연아가 업고 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오빠 언우요. 그리고 세자도 업어야 되고,  자기만 따르는 부하들도 있고요. 정말 갈등하는 요소가 되게 많은데. 그런 문제들을 검술을 연마하고 도술을 깨치면서 초월해서 넘어가버린 거죠. 그런 게 되게 많이 보였어요. 바꿀 수 없는 것을 거기랑 부딪쳐서 깨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거길 초월해서 넘겼다. 이게 {학교}와 차이점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손들었는데 여기서는 초월해요.

 pena 요즘 유행어와 비슷하게 들리는데. 초~월. 그거 몰라요? 최고의 사랑. 다들 텔레비전 안 보시는구나. 쪽팔려서 눈코입이 사라질 뻔 했지만 극~뽁~. 이게 유행어가 됐어요. (다들 폭소)

 연심 연아는 극~뽁~한 거죠. 지우도 극~뽁~했어요.

 지우전을 읽는 독자도 일상을 극~뽁~


 연심 연아랑 지우가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 가진 힘을 개인적인 즐거움에 이용한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힘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영면이나 아는 사람들의 뒤를 봐주거나 할 수 있는데도, 그런 곳에 힘을 쓰지 않는다는 게.

 진아 지우는 그랬죠. 걔는 정말로 사람으로써 산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찾아다녀야 하는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그럴 필요도 있었고.

 연심 연아 같은 경우는 솔직히 업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사회적인 배경 속에서 거기서 힘을 얻었으면 뭔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늘어난 거잖아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그 자리를 떠나는 게.

 pena 그런데 그것도 연심님이 아까 답을 말한 문제 아닐까요? 연아도 개인적인 삶이 없는 인간이잖아요. 사회적인 면만 있고.

 연심 사회적인 배경이 강한 걸 인간이 부딪쳐서 이겨낸 게 아니라 초월, 넘어버린 거잖아요.

 pena 사실 사회하고 인간이 부딪치는 상황이었으면 도술로 가지도 않았을 것 같고요, 개인으로서의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작가를 본다)

 진아 음, 그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연아도 한 개인으로 산 적은 없이,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의무지만 사회적 의무 하나를 완벽히 이행하기 위해서 살아온 게 있는데 그것도 있고…

 pena 왜냐하면 되게 이상했던 게, 저는 읽으면서 연아가 세자를 사모하는 게 그게 여성적 감정으로 보이지 않았고, 연아가 지우한테 안아달라 할 때도 색정적으로 들리지 않았고. (진아 쿨럭) 연아가 영호를 안타깝게 보는데 그게 모성애적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연아는 굉장히 그런 게 거세되어 있어요.

 연심 굉장히 자기 절제력이 강하죠. 욕구나 감정 같은 면을 절제하는 면이 정말 강해요. 지우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도.

 진아 그래서 연아가 여자 인물처럼 안 보인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pena 왜 안 그렇게 썼냐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아가 정말 가진 게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본인 자아라든가, 본인의 성격 같은 걸 가진 게 없다는 거죠.

 연심 고통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찾아서 그걸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해요.

 진아 음, 본문에서 말한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설프게 도술을 익히면 그걸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고 넓어질수록, 뉴턴도 말했잖아요, 나는 해변가에서 모래알을 줍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그게 굉장히 큰 힘인 것 같지만 굉장히 작은 힘인 거예요. 넓은 전체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얘네들도 누군가의 손짓 하나에 스러질 수 있기도 하고.

 pena 정말 아이러니한 게, 그렇게 도를 닦아서 우주까지 가서 알아낸 게 나는 하나의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 이것이 도!(웃음) 이만큼 수행해서 알아낸 게 ‘나는 먼지’.

 연심 정말 아이러니할 수도 있거든요, 이게. 도술이라는 힘이 없는 사람들도 살고 있는 게 삶이거든요. 위화라는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뭔가를 위해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라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거라고요. 이렇게 그 힘이 없는 사람들도 삶과 부딪쳐가면서 살고 있는데, 오히려 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 경우이거든요. 보면서 어 이것 참 아이러니한데? 하는 면이 있었어요.

 진아 네, 약간 돌고 도는 게 있죠. 그걸 얻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그게 사실은 보통 사람의 삶처럼 살아내야 한다는,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거. 저는 어느 면 그게 삶의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고, 영웅물로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니고, 무엇을 가졌든 무엇을 갖지 못했든 결국 사람은 자기의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랑, 글을 쓰면서 사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지우를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을까” 였거든요. 무슨 명분으로 얘를 계속 살리지? 그게 제일 힘든 물음이었어요. 얘가 왜 살아야 될까. 자기 의지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얘가 한 일이 맞잖아요.

 연심 그렇죠, 그걸 등에 업고 가는 건데.

 진아 누군가가 얘를 죽이겠다고 쫓아오는데, "네 죄의 대가를 받아라” 하면서 얘의 지난 죄를 단죄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왔을 때 그때 얘를 살려야 될, 얘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뭘까? 그게 되게 힘들었는데 결국 아주 단순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생명은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나기 때문이라고. 그 결론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마지막에 화담에게 그 말을 하기 위해서 1400매라는 소설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업보가 있든 없든 자기의 삶을 끝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게 모든 생명이 태어난 이유이자 의무라는 거. 그 결론을 내리고 나서야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건 도 닦는 이야기이고, 그 힘으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힘이 있든 없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이 말 뒷부분은 급속히 빨라지고 작아져서 받아 적기 힘들 정도였다. 작가로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수줍어하실 필요는 없어요.



#5-4 현실을 반영한 설정이에요

 연심 근데 도사가 되는 요건이라는 게 전 되게 궁금했거든요. 설정 자체가 되게 독특하잖아요. 이걸 환상문학이라고밖에 얘기할 수 없는 게, 일단 도술과 도사의 존재를 전제하고 넘어가면서도 이 안에서 물리법칙이 있어요. 달은 지구의 사분지 일이고, 은하수라는 거는 되게 멀리 있어서 그렇지 진짜로 가까이 가면 그렇지 않아요, 라든지.

 pena 생물학 얘기도 나오는 거 아세요? 명이 빈대 느끼는데, 그 안에 생명이라고 하기 미묘한 이런 것들도 있다고. 이것은 단세포? 기생충? 바이러스? 그런 것까지. (웃음)

 연심 네, 붕에 대한 묘사도 이거 혜성이나 뭐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묘하게 물리법칙도 들어 있고 이것저것 막 섞여 있으니까. 아 이건 이런 설정에서밖에 다룰 수 없겠다, 싶은 게 보이는 거예요. 독특한 설정이. 그런 게 전 좋았어요.
그런데 이 설정 안에서의 도술이나 막이라는 것의 존재가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 힘을 부여해주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학이랑 비슷한 느낌으로요. 되게 중립적인 힘. 중립적인 힘인데 거기서 깨달음을 얻은 자라면 이 사람이 악인이든 선인이든 간에 얻을 수 있는 힘.

 pena 저는 그거, 좀 전의 그거, 어리석은 스승 도사 얘기 하면서도 생각이 났는데, 인도신화 비슷하지 않아요? 인도신화 중에서도 아수라도 고행을 하면 어쨌든 힘을 얻잖아요. (일동  : 아아~) 악해서 힘을 못 얻는 게 아니고 어쨌든 고행만 하면 3000년 동안 수행을 했기 때문에 얘는 힘이 세 가지고 신들도 못 이겨요, 이런 거 많이 나오거든요.

 연심 그리고 보면 정말 송암이라든지 그런 애들도 정말 천인으로 남기 싫어서 입신양명을 위해 도술을 닦았다 그래요. 말 그대로 정말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부하는 거랑 비슷한건데. 난 정말 공부해가지고 사시 패스하겠다처럼.

 pena 사실 연예인이 더 맞는데. (일동 폭소)

 연심 정말 연예인이 잘 맞네요.

 pena 연습생이야.

연심  진짜 연예인이랑 너무 겹친다. 진짜 그런 느낌이 있어요. 약간 그렇게 의도해서 쓰신 건지.

 진아 네. 약간 교수와 밑에 있는 대학원생 같은 거를 (모델로 했어요). 꼬장꼬장한 교수들 비위 맞추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그러더라구요. 그런 걸 약간- 위계질서?- 그런 상황은 약간 거기서 참고한 건 있어요. 그런 느낌으로 가고 싶었어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물어보면 안 된다거나. 뭐 이런 이상하게 있는 복잡한 서열, 이상한 규칙들. 이상하게 엄격하고. 약간 거기서 좀 착상을 얻은 게 있죠.

 pena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첫째 제자나 둘째 제자나 마찬가진데. 지네들끼리는 막 대립하고.

 진아 되게 명성도 있고 권위도 있는데 거기에 되게 젖어 있고. 권위에 목숨 걸고. 진짜 학문을 닦는 건 아니고. 닦는다고 닦긴 닦는데.

 연심 보이잖아요. 현 임금, 다음 임금과의 연을 잇고 싶어서 애쓰는 그 사람. 두 도사님들. 아. 저게 정치하는 도사들이군, 막 이러고. 족보 따지고. 임금 옆에 늘 있는 도사. 이게 정말 있잖아요. 대통령 옆에 있는 자문 뭐 이런 식으로. 비서실.



#5-5 지우전의 인물들은 엉덩이가 무거워

 연심 지우전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미리 짜놓고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정말 풀리지 않았겠다 싶은 게, 중요 인물들이 너무 안 움직이는 캐릭터들이에요. 지우도 그렇고, 연아도 그렇고 캐릭터들이 다 혼자선 절대 움직이지 않을 캐릭턴데, 주인공 포함해서 조연까지 인물들이 죄다 손에서 안 놓고 싶어 하는 타입 있죠, 그런 캐릭터들이라서 세자빈이라든가 상황이 밀어주는 게 없었으면 얘네들이 절대 꼼짝도 안 했을 거라는 느낌이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흘러가고. 이게 억지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밀어내는 힘이 워낙 강해서 다다다다 움직이거든요. 보면서 막, 아, 정말 쓰기 힘든 캐릭터들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셨구나 싶었어요.

 진아 네, 그게 사실, 저도 절영님의 해설을 보고 나서야 안 게 있는데 (일동 폭소) 절영님이 그렇게 쓰셨잖아요, 400쪽이 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그걸 보고 저도 놀랐어요, 얘네가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구나.

 라티루스 아무것도 안 한다기보다, 애들이 본질이 변화를 안 해요.

 진아 그때서야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런데 제가 이 글에 대해 생각한 건, 이건 내 글 치고는 주인공이 많이 움직였다는….

 연심 네, 맞아요!

 라티루스 하긴 처음부터 끝까지 상념으로만 끝나는 작품도 있더라고요.

 진아 그러니까 이게 제 글 치고는 역동적인 사건도 많고 하니까 전 얘네들이 뭘 되게 많이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일단 지우는 빼고, 걔가 뭘 많이 안 했다는 건 저도 인정하는데 연아는…

 라티루스 지우는 많이 죽였잖아요. (일동 폭소)

 진아 네, 맞아요, 그런 것도 있어서 저는 인물들이 뭔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근데 절영님 말을 본 순간 그제야 저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라티루스 근데 얘들이 속으로는 많이 움직였어요. 자기 정신 상태 속에서는. 본성은 변하지 않는데 뭔가 행동은 계속 하고 있어요. 머릿속으로. 보면 진아님은 스타일이 상념의 연속도 많고, 초기작에서는 상념으로 시작해서 과거 회상 몇 번 하고 끝나는 글도 있었고 그러셨는데, 지우전은 물론 과거 회상도 많지만 얘네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계속 고민하면서 은근히 마음속으로는 많이 움직이니까요. 우리 살아가는 것도 사실 행동으로 옮기는 것보다 머리로 고민을 더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속으로 곪아터지도록 고민을 하는 게 인물하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요. 의도하셨는지?

 진아 그니까 그건 의도가 아니라 결과인 것 같아요. 아, 근데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해요. 뭐냐면, 정말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물이 넘치기 직전까지는 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요.

 라티루스 섣불리 움직이면 막장이 돼요. 이런 애들이 이 정도 상황에 몰렸으니까 움직이지, 그래, 이런 애들이 오죽했으면 이렇게 움직였겠어, 그게 공감이라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는 전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죽이는 이유,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가 공감이 안 되면, 설득력이 없으면 막장 드라마가 되거든요.


 여기에서 막장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적나라한 애정신과 불륜이 없지만 재미있는 책이라는, 광고에 쓰면 좋을 법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극적인 부분이 없어도 술술 읽히는 책”, "말초신경을 건드리지 않아도 재미있는 책” 이런 것.




#6 다음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연심 사실 읽으면서, 진아님이 영웅물을 쓰리라고는 기대를 안 했어요. 읽었더니 역시, 이쪽으로 힘을 쓰지 않는군 싶더라고요. (웃음)

 진아 근데 영웅물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 들어요. 도사 피바람 전투! 살육전! (환호하는 연심) 도사들이 개 떼처럼 양편으로 나뉘어서 싸우는! 나중에 한번 써보려고요.

 라티루스 굉장히 선혈이 낭자할 것 같아요.

 진아 영웅물 식의 이야기도 한번 써보고 싶어요, 이제. 작가는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정체되지 않으려면.

 연심 근데 정말 기대가 돼요, 진아님이 쓰는 영웅물. 읽어보고 싶어요.

 진아 한권 한권 이어지는 이야기도 써보고 싶고요. 테메레르처럼.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모르겠어요, 정말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인물들은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몇 년 안에 꼭 쓰려고요. 스케일 좀 큰 걸 쓰고 싶어요.


  이 뒤에도 작가 박애진이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 그밖에 각자의 취향인 이야기와 인물, 심지어 책이 더 좋은 이유와 같은 범주제적이고 심오한(?) 대화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하지만 그 부분은 어둠 속에 남겨두기로 하고, 이쯤에서 인터뷰 기사를 마친다.

  처음 단편을 몹시 사랑하는 한 작가로 시작해서,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환상문학, 더 나아가 장르문학 시장에서 작가와 단편의 자리를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웹진의 편집장으로 오랫동안 노력하던 작가 박애진이 본연의 모습인 작가로 다시 돌아왔다. 이 인터뷰와 이번 호 거울 특집을 보는 독자들이 이 영광스러운 귀환을 다시 한번 축하해주시길 바란다. 또한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지우전]을 일단 보시길 바란다. 긴 여정을 걸어온,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변신할지 알 수 없는 한 작가의 혼을 만날 것이다.




#부록 - 어둠속에 묻어야 할 이야기

1.

 진아 네. 그래서 처음엔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을 했어요. 시발점이 너무 전투신이 쓰고 싶으니까 주인공을 칼로 만들어야겠다. 그런 내가 원하는 전투신을 원 없이 쓸 수 있겠다. 되게 단순하게 생각을 한 거예요, 시작은. 근데 *********** ******** **************

 pena 이거 우리 내보내도 될까?(웃음) 이거 안 될 것 같애. 우리만 알고 있자.

 진아 환상을 좀 가지게. 우리끼리만 알죠. (웃음)

 pena 우리는 (독자들이) 궁금하게 그냥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을 전수받았다 그럽시다.

 진아 그래요.

 라티루스 나의 지우가!



2.

 진아 연아의 오라비가 처음엔 그 이름이 아니었어요. 언우가. 제가 좋아하는 배우 이름을 갖다 썼는데, 그분이 갑자기 너무 뜨신 거예요. 그래서 바꿨어요.

 라티루스 그 사람이 누굽니까?!

  누굴까요? 누구게요? 알고 싶지요? 후후후후후후후.
댓글 2
  • No Profile
    pena 11.07.30 01:32 댓글 수정 삭제
    혹시 왜 특집기획 2번으로 시작하나 궁금하실 분들께: 1번은 진아님이 직접 쓰신 단편입니다. 모두 시간의 잔상으로!!
  • No Profile
    Jay 11.07.30 23:34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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