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진행   진아
참여   갈원경, 赤魚
정리   진아, pena

거울 100호를 기념하여 특별히 선정한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특집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2기가 선정되었다.
……라는 것은 사실 사실이 아니다. 100호 기념 인터뷰란 것을 기획할 때부터 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외에는 없을 거라는 데에 기획자들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거울이 처음 열었을 때부터 선정해온 독자우수단편은 모든 단편을 읽고 평해주는 선정단의 존재로 인해 거울의 큰 특징이자 간판으로 자리 잡은 꼭지로, 아이 님, jxk160 님, 미로냥 님, 곽재식 님, amrita 님, 임태운 님, 정도경 님, 계림 님 등 독자우수단편에 선정된 작가가 거울의 새로운 필진으로 합류함으로써 거울의 지평을 넓히고 전진을 계속하는 데에 이바지해왔다. 그러므로 독자우수단편이란 꼭지는 실로 거울의 기둥인 동시에 미래라 할 만하다.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은 1기로 편집장 진아와 pena가 활동했고, 73호부터 갈원경 님과 赤魚 님이 바톤을 이어받아 2기로 새로이 활동 중이다.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2기는 독자우수단편 선정 규정을 마련하고, A, B, 이니셜 뒤에 선정단 두 사람의 평을 모두 게재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매호 꼼꼼하고 꾸준하게 거울의 예비 작가들을 책임지고 있다.

9월의 어느 날,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2기 갈원경 님과 赤魚 님을 메신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36호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1기 인터뷰




처음 선정단이 되어 달라는 청을 받았을 때

진아 두 분이 처음으로 독자우수단편 선정을 시작하신 게 73호예요. 아마 처음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많이 놀라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요청 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갈원경 어…… 왜 나지? 라고 생각했던 게 첫 느낌이네요.

진아 헉…… ^^;; 어떤 면에서요?

갈원경 그 전에 잠깐씩 단편 심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응했었지만, 그 땐 어디까지나 임시였으니까요. 내가 '임시'가 아니라 이런 일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어요.

진아 갈원경님은…… 예전에 하이텔 데카메론 프로젝트 할 때 제 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 때 조곤조곤 평을 참 잘 해주신다고 느꼈고…… 또 1기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때 몇 번 pena님이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셨을 때 함께 했을 때도 역시 잘 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 그래서 말씀드리게 되었지요.
워낙 평을 잘해 주셔서 해 주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 잘해 주시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

갈원경 그렇게 봐주시면 다행이긴 하지만.. 임시로 부탁 받았을 때도 오죽하면 나한테 부탁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진아 듬직하니까 부탁했던 거예요. ^^
赤魚님은 처음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이 되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역시 놀라셨나요. ^^

赤魚 저는 음,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다는 기분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끝까지 책임 있게 할 수 있을지 조금 염려도 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분석해 보는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까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어요. 또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공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억도 나네요. ^^;

진아 본인한테도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독자우수단편을 선정하기까지
논의와 전략



진아 선정작은 어떤 식으로 논의하세요? 두 분이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많이 갈렸던 적도 있나요?

赤魚 거의 일치하는 편인데 가끔 선호도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 같죠?

갈원경 그렇죠.
아아 이거 정말 좋더라! 하고 이야기했는데 어 그래요? 난 그 정도 까진 아닌데…… 라고 할 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좋다'는 글이 '아니다'라고 되는 건 없는 거 같아요.

진아 논의는 어떤 식으로 하세요? 전에 만나서 논의한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은 듯 한데……

갈원경 오늘도 만났죠?

진아 어머나 ^^

赤魚 네.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어요. ^^;

진아 아, 그럼 오늘 100호 선정작을 논의하신 건가요?

갈원경 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보는 관계”랄까……

진아 아하하 ^^;;; 사실 매달 일정하게 만날 시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

赤魚 보통 업데이트 한 주 전 토요일 오후에 만나요. 두 사람이 사는 곳의 중간위치에서 만나서 밥 먹은 뒤에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계속 논의합니다.

진아 네, 두 분 거주지가 부산이시죠. ^^

赤魚 같은 도시에 거리로도 이젠 이웃사촌이죠.

진아 아 더 가까워지셨나요?

赤魚 지하철로 15분 거리예요.

갈원경 : )

진아 오…… ^^ 그럼 선정작은 만나서 논의하고, 평은 각기 쓰시는 거죠?

갈원경 제가 편집을 해서 올리는데 시작부분은 번갈아 써요.

진아 A와 B를 무작위로 돌려쓰시며 평을 올리는 방식이 재밌달까 독특하달까 하는데
어느 분이 생각하신 거예요?

갈원경 그거 제가 낸 안이었나요?

赤魚 갈원경님이 제안하셨어요.

갈원경 그게 두 사람 성향이 다르니까…… 하나의 글에 하나의 평이 되기가 힘든 거 같았고.
한 번 글 올려서 두 사람 평 받는 기분도 좋을 거 같았거든요.

赤魚 전 약간의 익명성도 보장되어서 좋은 거 같아요.

갈원경 끄덕끄덕 누가 나인지 알까? 같은…… (사실 관심 없으실 거 같기도 한데)

赤魚 ^^

진아 설마요. ^^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각기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선정단의 익명성 또한 보장받고요. 5:5지만. ^^;;;

갈원경 아하하.



올바른 문장, 자연스러운 이야기, 개연성 있는 인물……
중요한 건 많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진아 매달 올라오는 글 수가 적지 않아서 읽기 쉽지 않으실 텐데…… 작품을 비평하고 선정작을 선정할 때 각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느 지점이세요? ^^

赤魚 무엇보다 올바르게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지요. 하지만 문법이 아주 엉망이지 않으면 이야기의 구성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문장은 서툴러도 자신만의 느낌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갈원경 (끄덕끄덕)

진아 갈원경님은 어떤 면을 중요하게 보세요?

갈원경 음.. 저는 글을 빨리 읽는 편이라서…….

赤魚 (갈원경님은 대단히 섬세한 부분까지도 잘 보시는 것 같아요!)

갈원경 보통 단숨에 한 번 읽고 그 다음에 찬찬히 다시 읽는데요. 단숨에 한 번 읽을 때, 이야기가 머릿속에 들어오는가.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워서 수긍이 되는가, 를 살펴보고요. 다음에 찬찬히 읽을 때 인물을 봐요. 인물의 행동, 감정이 자연스러운가를 보죠.
그런데 간혹 전투심을 자극하는 글들이 있어요. 두 번 읽어도 잘 알 수 없는…… ‘날 파악해 봐!’ 라고 외치는 글들이죠. 그럼 ‘이건 뭐지?!!’ 하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파고들어서 읽게 되죠.

진아 여러 번씩 읽기도 하시면서 정말 꼼꼼하게 보시네요……

赤魚 내용 파악이 잘 안 되서 다시 읽어야 되는 긴 글은 정말 힘들어요. 특히 작가가 자신만 알 수 있도록 꼬아 놓는 글들은 더 힘들죠.

갈원경 여러 번 읽으면서 점차 실마리가 풀리고, 아아, 이게 이거였구나 하고 복선이나 암시의 의미가 명확해지면서 매력적이 되는 글이 있거든요. 그럼 정말 짜릿한 기분이 되죠.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고 점점 녹초가 되어서, 작가의 머릿속을 읽을 순 없다고! 하고 외치고 싶어지는 글도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일단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자부하기 전까지는 평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赤魚 저는 구성 다음에 주제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도 중점적으로 보는데, 너무 즉흥적으로 쓰인 글은 평하기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갈원경 사람들이 자기 장점과 단점을 알기가 힘들잖아요. 특히 혼자서 계속 써 와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들어본 적 없다면 더 그럴 테고요. 그래서 전 무엇부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는 게 제 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기본적으로 이 사람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를 때…… 그때는 난감하죠.
그러다보니 평에서 “작가분의 의도”라는 말을 자주 쓰게 돼요.

赤魚 비슷하긴 하지만 저는 작가가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를 때가 난감한 것 같아요.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어떤 주제의식을 나타내고 싶었는지,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를 독자에게 주고 싶었는지. 글의 방향이 분명하게 잡히지 않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라고요.

진아 글의 방향을 잘 잡을 필요가 있겠네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독자우수단편 선정을 하다 보면 예비 작가들의 아직 덜 영글은 글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비슷한 실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작가지망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해주세요. ^^

赤魚 저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도취되는 것을 지양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어요. 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소설은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글이에요. 그런데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심취하다보면 자기 목소리가 너무 커져서 독자에게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너무 감추어서 작가만이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진아 갈원경님은요? ^^

갈원경 음…… 저도 저 부분 하고, 덧붙이자면 고증에 대해서 좀 신경 써 주시면 좋겠다는 것,

赤魚 파하하. 맞아요. 끄덕

갈원경 그리고, 비문이나 맞춤법 오류 같은 기본적인 퇴고를 해주면 좋겠다는 점. 정도인데요. 고증이 참…… 사실 제가 알고 있는 분야의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그 티가 크게 눈에 들어와 버리거든요.

赤魚 고증과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본인이 잘 모르거나 경험하지 않은 소재는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요. 이를 테면, 십대가 죽음을 앞둔 노인의 고뇌나 정서, 인생 경험을 표현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겠죠. 해외 체류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외국을 주요 배경으로 사용한다거나, 실연의 고통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것을 표현하려는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작가들은 상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간접경험으로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럴 자신이 없다면 본인의 경험이 묻어 날 수 있는 생생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합니다.

갈원경 심사하면서 막 그러죠 이 사람 분명히 이 나이보다 어리다. 하고.
전에 독자 단편란의 작가 분 중에 주로 20대의 이야기를 쓰시는 분이 있었는데 너무나 너무나 20대 같지 않아서…… 이 분 아무래도 10대인 거 같다, 고 했는데 잡담란에서 정말 그 분이 고등학생인 걸 알았죠. 아아 역시, 했어요.

진아 역시 가장 기본적인……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찾아 잘 아는 것부터 시작해라." 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赤魚 끄덕끄덕

갈원경 사실 고증이 어긋나면 그게 인물의 나이의 부분이든, 역사나 현실의 부분이든 안 맞으면,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글의 매력이 떨어져 버리거든요. 그게 아주 사소한 것, 동네 이름이라든가, 아주 작은 시설물, 수능 시험의 과목 순서, 이런 것까지도 뭐야, 이거 틀렸는걸? 하는 게 독자에게 보이는 순간, 그 티가 무척 크게 보인다는 거죠.

赤魚 공감이 대폭 감소하는 거죠. ~_~

갈원경 단편은 분량이 짧으니까.. 그 짧은 분량에서 독자와 공감한다는 건 사실 정말 공들여 궁리해서 써야 한다는 건데 손 가는 대로 쓰고  가는 대로 설정 붙이고 이럴 거야 추측으로 써버리면 .. (웃음)

赤魚 근데 이게 다 우리가 연륜이라는 게 살짝 생긴……일명 늙은 탓인지도요. OTL

갈원경 ……(슬프다)

赤魚 글을 쉽게 읽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거예요. =_=

진아 ^^;;;;;

갈원경 아…… 전 새 작가 분들이 "많은 채찍질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고 붙여놓으면 그게 참 부담스러워요. 오히려 ‘칭찬 받고 싶어요’ 라고 읽히기도 하고.
그 말 말고도, 처음이라 미숙하지만 잘 부탁합니다- 라든가, 이 글은 이러저러해서 쓴 글이다- 라든가 많이들 달아 두시는데…… 사실 저는 단편에 작가가 댓글을 달아놓는 건 글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거든요.

赤魚 끄덕끄덕

갈원경 글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현실에서 작가의 목소리에 맞닥뜨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글로만 승부해 주시면 좋겠어요. 만약 평이 수긍이 안 가시면 댓글을 다셔도 되고, 질문하셔도 되고요.

赤魚 극단적인 경우지만, 어떤 예비작가들은 독자들의 오독을 허용하지 않는 기분도 들어요.

갈원경 그게 아니라 이거에요- 하고

赤魚 그렇죠. 작가가 독자의 영역까지 통제하려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요. 사실 글이란 자기 손을 떠나면 그 때부터는 자기 것이 아니라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 되죠. 작가가 글을 내어놓으면서 자신의 글과 제대로 분리되지 못하면 글에 대한 비평을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쉬운 것 같더라고요. 작가란 원래 민감한 생물체인데다, 글을 쓰고 나면 어떤지 '내 글이 세계 최고!'라는 고양감을 가지기도 하잖아요?

진아 (…… 왜 제가 뜨끔할까요. ㅋㅋ)

赤魚 파하하^^
하지만 독자들의 취향도 가치관도 천차만별이니 글에 대한 느낌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독자들의 평가나 비평을 어디까지를 수용하고, 어디까지를 거부할지 스스로가 결정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아요. 분명히 글의 발전을 위해서 받아들이고 고쳐야 하는 부분은 있어요. 하지만 작가 자신의 고유한 지향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협하지 않아야 할 부분도 있지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갈원경 작가가 쓰려는 글은 무엇인가? 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요.

赤魚 그렇죠.

갈원경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따뜻한 글, 을 쓰려는 사람이 이야기에 속도감이 없다는 평을 듣고, 속도감 있는 글을 쓰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반면에 인물의 심리가 잘 와 닿지 않네요, 라는 평이라면 그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거고요.

赤魚 그렇죠!

갈원경 그래서 글에 따라선 이런 글을 의도하신다면 이렇게 써 보시면 어떨까요, 하지만 저러한 글을 의도하신다면 그냥 이대로 좋아요, 이런 식의 평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취사 선택을 하셔야 한다는 거지요.

赤魚 끄덕끄덕.

갈원경 하지만 때로는, 정말 필요한 지적들이 매우 아플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지, 그게 필요해서인지 혹은 그게 마음이 편해서인지, 그걸 구별해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어요.

赤魚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부분이 작가마다 있기 마련이에요. 그게 자신의 한계점이고, 인정해야 할 부분이죠.

갈원경 예전에 저는, 제 글에서는 전투가 슬로우비디오로 보이고 재미가 없다, 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걸 고쳐 보려고 무협 드라마도 보고 속도감 있는 소설도 막 읽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에 문득, 내가 참고하고 있는 소설들이 내가 쓰려고 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나? 내가 쓰려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판타지라면 전투장면이 있어야 하나?
그래서 그걸 놓아 버리고 나서 그제야 정말 내가 들어야 하는 충고가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아이의 행동이 사람들에게 이해되는가, 이 사람과 이 사람의 감정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그러고 나니 정말 고쳐야 할 건 더 산더미였지만…… (웃음)
그리고,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이랑 자기가 쓸 수 있는 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예비 작가들을 대하며



진아 어느새 2년이나 되었습니다. ^^ 두 분이 선정단을 맡은 지 2년이나 되었는데 감회랄까 처음 맡을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점이 있달까 하는 게 있을까요? 2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며 짧게 회고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해 주셔도 좋고요. ^^

赤魚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글을 올리는 열성적인 작가들이 늘 놀라워요. 2년쯤 되다보니 자주 올리시는 작가들은 이제 조금 파악이 되어서 글의 기복이나 선호도, 취향, 변화 같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낯선 분의 등장도 반갑지만, 기존 단골(?) 작가들의 변화가 있으면 반갑기도 하고, 이유가 궁금하기도 해서 그분의 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길게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 작가들이 선호해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도 파악이 되어서 읽다가 신선함이 적으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단점도 생기더라고요.

갈원경 초기에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던 분들의 글이 요즘 안 보여서 서운한 것도 있네요.
붓 꺾으셨나.. 그럼 안 되는데 하고 걱정하거나. 오랜만에 새 글이 나오면 반갑고.

赤魚 ……잘 쓰는 작가가 갑자기 너무 성의 없는 글을 올리면 살짝 흥분하기도 하죠.

갈원경 ^^ 이분 왜 이러시나! 하고

진아 기대치가 그만큼 높으니까요. ^^

赤魚 그리고 발전하는 작가를 보면 완전 기분 좋지요!

진아 독자우수단편 선정을 하며 힘든 순간과 기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갈원경 기쁜 순간이라면 이런 건 어떠냐, 이러시면 어떻겠냐 계속 평을 해 왔던 작가가
점차 변하는 게 보일때겠죠 그래서 그 결과물이 정말 좋아진 게 보일 때.

赤魚 역시 그렇죠. 김진영 작가 같은.

갈원경 먼지비님이라든가, 몇 분 계시네요.

赤魚 ^^ 정말 김진영 씨에게는 노력상을 주고 싶어요.

갈원경 (나도 동감) 한 번 지적한 건 정말 신경을 쓰고 계시는 게 보여서 이 노력이라면 정말 언젠가 우수작을 쓰실 거야! 하고 생각이 들어요.

갈원경 사실 글 쓰는 입장에서 평을 수용하는 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진아 네…… 그렇죠……

赤魚 그렇죠. 김진영 씨는 심사평을 수용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글에 묻어나거든요. 초기에 비하면 정말 문장을 올바르게 쓰시죠. 정성들여 정서하는 느낌이 들어서 흐뭇하기까지 하다니까요.

갈원경 인물들의 대사도 훨씬 현실적이 되었고. 맞춤법도 좋아지셨고.

진아 오. 칭찬일색 ^^

갈원경 지금까지 해 오신 거 보면 앞으로도 계속 잘 써 나가실 거 같아요.

赤魚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진아 저도 기대되네요. ^^
기쁜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힘든 순간이 있다면요?

갈원경 무반응, 이 일단 힘들고요 (.)
몇 번인가, 평이 무성의하다거나 평할 자격이 없다거나 평을 들을 가치가 없다거나 하는 말들이 올라왔었어요. 본 게시판이나 잡담 게시판에서요. 그런 걸 읽으면 그럼 좀 힘이 빠지죠……

赤魚 확실히 그래요.

갈원경 초반에 그…… 수백 개 댓글 달린 사태 때라든가.

赤魚 하유, 그 사건. 힘들었죠.

갈원경 기본 소양, 상식까지 의심을 받으니까, 이런 반응을 들어야 하는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죠.

赤魚 그러게요.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프린트까지 해서 줄쳐가면서 읽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했어요.

갈원경 무성의하다, 라는 말이 꽤 대미지가 컸는데요. 최소한 어떤 글을 한두 번만 읽고 거기 대해서 평을 하진 않거든요.

赤魚 게다가 우리가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거든요. 보통 5, 6시간 동안 계속 이야기를 나누니까요.

갈원경 그리고 타이핑하고 파일을 올리기 전에 사소한 지적에 대해서도 다 확인을 해요. 고증이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자료 다 찾아보고 확인하고,

진아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고 어지간한 열정이 없어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당장 눈에 띄는 가시적인 걸 기대하기도 어렵고……. 다만 큰 목표를 두고 열정과 시간을 쏟는 거울의 기둥이자 미래…… 굉장히 힘든 일을 맡아주고 계세요, 두 분. 1기를 했던 입장에서 두 분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저는 매호 느끼거든요.

赤魚 작가 입장에서는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짧은 평일지라도 그렇게 쓰기로 결정하기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작가들이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진아 아실 거예요. 두 분이 많은 공을 쏟아 평을 올리는 게 보이고…… 거울이 너무 조용^^;;한 곳이라 편집진 여러분들이나 작가 여러분들이나 참 때로 힘드실 텐데…… ^^;;;
우리한텐 조용한 힘이 있잖아요. 헤헤 (자위만은 아니리라 생각해요. ^^;; )
비평가와 작가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 일방통행이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란 본질적으로...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없이는 탄생할 수 없는 종인지라.. 세상에 자기 창작품을 내놓으며 "어디가 어떻게 잘 못 된 걸까."를 기대하며 내놓는 다는 것 자체가 살짝 불가능;;;; 하달까... "어때? 멋지지? 얼마나들 감탄하나 봐야지. +_+" 쪽에 가까울 수밖에 없고...
비평가가 비평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좋아, 씹어주지."라는 마음으로 비평을 하는 사람은 없는지라 아마도 그런 예비 작가들의 기대가 때로 부담스러우실 때도 있겠지만……^^ 그리고 비평가의 마음을 작가가 알아차리지 못할 때 힘들게 느껴지시는 순간이 있겠지만 어느 날 뒤를 돌아봤을 때 두 분이 2기로 쌓아 올리신 게 보이게 될 거예요.
길고 긴 여정이 되겠지만요. ^^;

赤魚 하하. 그래도 일전에 ‘살인자의 편지’로 자음과 모음 네오픽션 문학상을 받은 유현산 작가가 비평이 도움이 되었다고 자게란에 올렸을 때는 보람 있었어요. 쑥스러워서 차마 댓글을 달지 못했는데,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갈원경 독자단편란의 작가분 중에는 정말 팬의 마음에 가까운 기분으로 읽어가는 작가도 있거든요. 아아 이 분 글 정말 좋지, 하고 기대하고. 신나서 읽고요. 그렇지만 평은 또 별개라서 이런저런 걸 지적하게 되니까……

赤魚 그렇죠.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날카롭게 비평을 쓰고 나면 어쩐지 기분이 묘해져요. ^^;

갈원경 사실 열심히 읽고 정말 좋았기 때문에 유달리 특정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거든요. 이것만 없으면 완벽할 텐데! 하고요.

赤魚 솔직히 재미있게 읽었고, 좋았다고 생각되는 글에 더 잔소리가 심해지는 경향이 확실히 있어요. 욕심이 나니까 잘한 부분보다 아쉬운 부분을 더 이야기하게 되거든요.

갈원경 그리고 평이 짧다고 해서 또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건 아니고요. 긴 평보다 더 고민해서 쓰는 짧은 평도 있어요.

진아 사실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1기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입장에서 아, 나도 좀 더 잘 했어야 하는데, 더 꼼꼼하게 봤어야 하는데 하는 반성도 많이 했고요. 지난 시간이라 되돌릴 순 없지만 ^^;; 2기 분들한테 평을 듣는 분들은 분명 더 힘이 나시리라 생각해요. ^^ 두 분이 잘 맡아 주셔서 굉장히 든든한 곳이거든요. ^^;;; 거울에서 많이 신경 못 써드려도 언제나 성실하게 해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__)

赤魚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끝까지 함께


진아 마지막으로 예비 작가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부탁드려요. ^^

赤魚 독자단편란 작가들이 나중에 더 넓은 마당에서 활동하거나 유명해져서, 오~ 저분 전에 이런저런 글을 써서 내가 평을 한 적이 있지~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되면 좋겠어요. ~_~

진아 오…… +_+

赤魚 그렇지만 가끔씩 이런 생각도 해 봐요. 끝까지 살아남을 작가는 여기서 몇 명이나 될까. 통신시절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좋은 작가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보이지 않더라고요.

진아 네. 몇이나 과연 이 길을 끝까지 가게 될까요. 독자단편만이 아니라……

赤魚 그때나 지금이나 활발하게 창작을 하는 작가들이 나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 중반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바빠지고 하면 아무래도 창작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분들이 쓰던 좋은 글을 생각하면 정말 아쉬운 부분이에요.

진아 생존이라는 문제가 걸리게 되니까……
두 분이 하는 역할은…… 이 좁은 관문에…… 열린 문 하나를 힘껏 잡아주고 계시는 거기도 하죠. 당장 예비 작가들한테 무얼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아니더라도…… 그래도 잡고 계셔준다는 거……  정말 나아갈 곳이 없는 장르문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赤魚 아, 역시 이런 이야기는 얼굴보고, 술 한 잔 꺾으면서 해야 되는데!

진아 그렇죠!



거울과 독자우수단편만의 이야기가 아닌, 글을 오랫동안 써왔고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글로 연결된 사람들, 글을 쓴다는 것의 미래 등 많은 부분 생각할 것이 많았던, 그래서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지면으로 한 차례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쉽고 아까운 시간이었다. 늦은 밤에 귀한 시간 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

또한 대화 도중에도 여러 번 언급되었으나, 독자우수단편을 선정한다는 것, 아직 영글지 않은 작가들의 글을 매달 보고 평하고, 그 변화과정에 때로 분노하고 때로 기뻐하는 것은 힘들고 긴 길이다. 그러한 길을 2년 동안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가실 독자우수단편 선정단 2기 여러분에게 존경과 지지를 표하는 바이다.

그 길이 거울을 지탱하고, 미래의 거울을 만들 것이기에.
또한 그로 인해 거울이 글 쓰는 사람들을 지탱하고, 미래의 작가에게 의지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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