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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녀의 밤.

2011.02.17 07:5802.17


그 날 이후. 아주 가끔 하얀색의 달이 뜰 때가 있었다. 악마와 함께 나타난 달이었으나 악마의 모습을 가진 달은 아니었다. 그것은 구세주이자 메시아였다. 별빛도 구름도 없는 그저 까만 밤하늘에서만 뜨는 하얀색의 달.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둡고 절망적인 밤을, 홀로 빛내는 하얀달.  태양보다 빛나지 않았으나 태양보다 아름다웠으며 별빛보다 성스럽지 않았으나 별빛보다 찬란했다.


어떻게 해서 그런 달이 생겼는지 왜 갑자기 그런 달이 나타난 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하얀 달이 뜨는 밤을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마녀의 밤 이라고....






마녀의 밤.







책상 위의 핸드폰이 울렸다. 가볍고 경쾌한 벨소리가 공기 속으로 녹아들었다. 리듬이 바람에 날려 우아하고 날렵하게 베란다로 흘러들어왔지만 베란다의 안락의자에 누워있던 마리엔은 핸드폰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애틋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핸드폰 벨소리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느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 같은 걸로 하는 쪽이 더 품격이 있어 보였을려나... 그런 허무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핸드폰 벨소리는 끊겼지만 마리엔은 신경쓰지 않았다. 여전히 죽은 것 처럼 그 자리에 꼼짝없이 누워서 시선을 하늘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핸드폰 벨소리는 정확히 6번을 더 울렸다. 그제서야 마리엔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역시 재즈로 바꿔야겠다. 더럽게 귀에 거슬린다. 망할...

“ 어이 오랜만이야 마리엔. ”

핸드폰 저 편에서 한껏 반가움을 담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리엔을 ‘ 누나 ’ 라고 부르면 딱일 듯한 앳된 목소리였지만 절대로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마리엔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마녀아카데미의 보안책임자 알렌 피츠.

“ 무슨 일이야? ”

업무적으로 자신과 연결될 일이 없는 직책이었기에 마리엔은 딱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알렌은 어린 소년 같은 목소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줌마스러운 넉살을 담아서 되받아쳤다.  

“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 마녀들은 곁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게 규칙 아니던가. ”

언제 어디서 악마의 습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연락이 가능하도록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 그것은 마녀들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규칙이란 그저 약자들을 효율적으로 구속하기 위한 도구일 뿐. 정작 규칙을 만든 자들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현존 최강의 마녀. 열화의 그림자인 마리엔 크루아티에게도 그런 기초적인 룰따위 지긋이 눌러 죽인 다음에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면 그만인 바퀴벌레와 마찬가지였다.

“ 불만이면 상부에 보고하던가. ”
“ 하핫 오랜만에 연락하는 건데 너무 딱딱한 거 아냐? 요즘은 어때? 잘 지내? ”
“ 용건만 말해 ”

끝을 뾰죡하게 갈아놓은 얼음송곳 같은 목소리. 역시나 마녀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여자였다. 넉살을 수치로 잴 수 있다면 세계기록 보유자일 것만 같은 알렌의 넉살도 이런 상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알렌은 짐짓 헛기침을 한 다음 마리엔의 요구 대로 본론을 꺼냈다.

“ 이쪽으로 좀 와 줬으면 좋겠어. 니가 급하게 해결해 줄 일이 있어. ”

이쪽이라 함은 마녀아카데미를 가리키는 걸테지..

“ 공식적인 부탁인가? ”
“ 당연히 아니지. 그저 오랜 친구로서의 개인적인 부탁이야 ”
“ 내가 받는 대가는? ”
“ 없어 ”
“ 잘 지내. ”
“ 아아! 끊지마! ”

수화기 저 편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마리엔의 연쇄살인계획을 말리기라도 하는 듯한 소리. 마리엔의 엄지손가락이 통화종료 버튼 0.1mm 앞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그 상태로 잠깐을 서 있다가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댔다. 어떻게 알았는지 알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넉살과 눈치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재능인 듯 했다.

“ 말은 끝까지 들어달라고.... ”
“ 글쎄.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서 말이야 ”
“ 어련하시겠습니까. 현존 최강의 마녀이신데 말이죠. 하지만 여기 니가 꼭 처치해줬으면 하는 악마가 하나 있어서 말이야. ”

마녀에게 하는 부탁이라는 건 100이면 100 악마를 처치하는 일이겠지.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문제는 꼭 자신이 나서야만 하냐는 거였다. 마녀 아카데미라면 견습마녀들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 현존 최강이라는 마리엔 역시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었다. 교육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어린 마녀들을 강하게 가르치기 위해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항시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아무리 강력한 악마라도 아카데미를 쉽사리 건드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만약 진짜로 아카데미가 위험에 처했다면 전 세계의 마녀들에게 비상사태가 선포됐을 테고 공식적으로 임무가 내려왔겠지. 이렇게 개인적으로 슬그머니 부탁 같은 걸 해올 리는 없었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조금 흥미가 당겼다. 그래서 끝까지 핸드폰을 끊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 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
“ 일단 와보면 알아. 조용히 와 줬으면 좋겠어. 한 가지 약속하는데 분명 재미있을거야 .후훗 ”

통화의 마지막 순간 알렌은 일부러 자신감 있는 웃음을 남겼다. 이 얼음 같은 마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안되는 수단 중에 하나가 호기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화가 끝난 핸드폰을 근처의 소파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후 마리엔은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녀 아카데미인가. 졸업을 한 이후로 한 번도 돌아가 본 적이 없었다. 좋은 기억이나 특별히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학창시절이란 늘 그렇듯이 알 수 없는 향수와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게 서툴렀던 그 시절에는 삶이라는 것도 지금과는 다르게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웠기 때문이였는지도 몰랐다.



마녀들을 기르는 마녀아카데미의 설립은 마녀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에 항상 어둡고 습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던 마녀들이 공식적으로 역사의 페이지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서기 2021년부터 시작된 악마의 인류침공. 인간이 가진 과학기술로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악마들의 침공을 받은 인류는 결국 자신들을 보호할 성벽으로 마녀들의 가진 힘을 선택했다. 마녀들은 인간들의 도움요청을 받아들였다. 과거의 역사가 어찌했든 간에 마녀라고 하는 단어 역시 조금 특별한 ‘인간’ 의 다른 이름이였으니까.  마녀들은 하나둘씩 세상으로 나와 인류와 함께 악마들과의 전쟁에 동참했고 처음에는 급격하게 악마들 쪽으로 기울었던 전쟁의 추는 마녀들의 합류와 더불어 조금씩 평형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그 추를 다시 자신들의 쪽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급기야 더 강력한 마녀들을 만들어내는 아카데미의 설립이 이루어졌다. 아카데미의 설립은 마녀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항상 어두운 곳에서 은밀하게 전해졌던 마녀들의 기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전수되어졌다. 마리엔 크루아티는 그런 아카데미의 시스템이 길러낸 가장 강력한 마녀 중에 하나였다.



* * * *




“ 그래 무슨 일이야?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알렌은 흠찟 하고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약간 꼬부라진 금발머리가 어울리는 미남형의 외모였지만 시원시원하게 큰 눈동자에는 느끼함이 가득했다. 마리엔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인상이었다.

“ 뭐야 언제 온거야? ”

첩보요원처럼 자신의 앞에 버티고 선 마리엔을 보며 물었다. 마리엔의 대답 대신 열려진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알렌의 사무실을 한바퀴 감아돌았다. 몰래 잠입한 건가. 알렌은 대책이 안 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조용히 와 달라며? ”

조용히 와 달라는 거였지 그렇다고 몰래 침입을 해 달라는 건 아니었다. 교양과목이긴 하지만 역시나 마녀들에게 닌자기술까지 가르치는 건 좀 오바였다. 알렌이 뭐라고 말도 하기 전에 마리엔은 사무실 가운데에 놓여있는 접대용 소파에 털썩 하고 걸터앉았다. 슬쩍 다리를 꼬자 검은색 핫팬츠의 밑으로 아슬아슬하게 감춰져있던 우윳빛 허벅지가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와우. 방금전까지의 그 불만스러운 표정은 어디간건지 알렌은 콧노래라도 부를 듯한 얼굴로 이 섹시한 마녀의 서비스를 받아들였다. 알렌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엔은 잠시 창 밖을 바라봤다. 아카데미의 창문으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변함없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마녀 아카데미와 지독하게도 안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 그래서... ”

슬쩍 마리엔이 시선을 돌리자 알렌도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아..한 30분쯤 더 이러고 있어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 날 부른 용건이 뭐냐고 물은 것 같은데? ”

마리엔의 재촉에 알렌은 책상위의 서류더미 속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며 30%쯤 진심을 담은 농담을 건넸다.

“  당신 같은 나이스한 몸매가 그리워서 말이지..여기는 애들 뿐이잖아... ”

물론 전혀 통하지 않았다.

“ 평생가도 손에도 못 댈 몸매니까 신경꺼.  ”
“ 그런 훌륭한 핫팬츠를 입고 그런 말을 해 봤자 설득력 없어. ”

통하든 안 통하든 넉살은 넉살이다. 거기다 저런 완벽한 몸매에 이 정도의 도도함은 흠이 아니라 되려 매력이다.

“ 용건이 없다면 돌아가지. ”
“ 아 찾았어!. 여기야 여기!  ”

알렌은 소리를 높여 마리엔을 붙잡고는 책상의 서류더미에서 뭔가를 꺼내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마리엔의 앞에 있는 원목테이블에 그 뭔가를 내려놓았다. 사진이다. 특별한 사진은 아니었다. 그저 악마대사전 같은 평범한 교과서에 실릴 법한 간단하게 악마의 외양을 설명하게 찍어놓은 보통의 사진이였을 뿐. 사진 속의 악마는 리츠라는 악마다. 조금 큰 다람쥐 같은 외모에 빨간 눈동자가 인상적인 악마. 꽤나 영리한 축에 속하는 악마로 인간들이 만든 기계를 재활용하거나 환영을 일으켜 사람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악마는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최상위급인 마녀는 물론 아카데미 과정을 모두 수료한 전투마녀들 조차도 필요 없었다. 아마 아카데미 졸업반 정도의 아이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악마였다.

“ 리츠? ”

사진을 확인한 마리엔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 처치해줬으면 좋겠어. ”
“ 다람쥐를? ”

기가 막혔다. 고작 다람쥐 한 마리를 잡으려고 최강의 마녀. 열화의 그림자인 나 마리엔 크루아티를 불렀단 말인가? 불쾌한 기분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 다람쥐 사냥을 하고 싶으면 혼자해. 바쁜 사람 오라가라 하지 말고. ”

결국 마리엔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알렌은 잽싸게 마리엔의 앞으로 오른손을 들이밀고
마리엔을 진정시켰다.

“ 제발 끝까지 들어보라니까.... ”

헤어진 연인이라도 붙잡는 양 호소력 가득한 알렌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멈추긴 했지만 알렌을 노려보는 눈빛에 날이 섰다. 혹시 아까 도도함이 매력이라고 했던가? 그 말 취소다. 이 정도라면 도도함을 넘어서 살벌함에 가까웠다. 알렌 정도의 넉살이 아니라면 도저히 버티지 못했을 터였다.

“ 이번 일은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 해. 쓸데없는 잡음 없이. 외부에는 물론 아카데미 내부에도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널 부른거야.  ”
“ 다람쥐 한 마리를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는 마녀라면 널리고 널렸을텐데... ”
“ 그렇지. 진짜 문제는 다람쥐 한 마리가 아니라는 거지만 말이야 ”
“ 진짜 문제? ”

마리엔이 되묻자 알렌은 커다란 물고기를 낚아올린 듯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마리엔의 얼굴에 그려진 호기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 말했잖아. 재미있을거라고 말이야. ”

마리엔의 눈빛에서 살기가 사라졌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고양이와 마녀는 같은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 * * * *




밤. 구름이 겅성드뭇하게 깔렸다. 구름 사이로 내려온 달빛들은 음흉한 표정으로 밤의 흔적들을 조각조각 더듬어 깨웠다. 마리엔은 그 간사한 달빛에 자신의 몸이 노출되지 않도록 본능적으로 달빛을 피해 조심스럽게 걸었다. 발 아래 풀이 밟히는 소리가 사근사근하게 깔렸다. 눈 앞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낡은 교회 건물이 보였다. 알렌이 리츠의 위치를 추적해 알렸다. 다람쥐였다. 고작 다람쥐 한 마리. 그 느끼한 금발 녀석한테 속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와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재미있으면 좋은거고 만약 재미있지 않다면 돌아가서 그 금발 녀석의 느끼한 얼굴을 기름이 빠질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패는 쪽도 재미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알렌이 굳이 마리엔을 속일 이유 같은 것도 없었다.


교회는 늙고 힘없는 늙은이였다. 등이 구부러진 것 마냥 잔뜩 기울어진 느낌을 주고 있었다. 달빛이 스쳐가자 군데군데 거미줄 낀 더러운 벽과 깨어져 나간 창문이 드러났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흩어져 삐져나온 잡초들은 나이든 짐승의 갈기처럼 너저분했다.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그건 온전히 불치병 환자의 팔다리처럼 축 늘어진 낡은 건물과 저 의뭉스러운 달빛 때문이었다. 강력한 마기(魔氣)라든가 다른 악마의 흔적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고작해야 다람쥐 한 마리 뿐일터였다. 다람쥐 한 마리... 또 그 생각이 나서 가슴 한 구석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성질 같아서는 그냥 교회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말을 일단은 믿어주기로 했다.


교회의 정문 앞에서 잠시 안의 분위기를 확인했다. 몰래 잠입할까 생각했지만 상대가 고작 다람쥐 하나라는게 역시 마음에 걸렸다. 그런 상대로 잠입이라니.. 현존 최강, 열화의 마녀라는 별명이 부끄러워질 행동이다. 당당하게 현관문을 손으로 밀었다. 끼이익 하는 기분나쁜 마찰음이 공기를 흔들고 마리엔이 안으로 들어서자 사르르 하고 뭔가 교회의 구석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바퀴벌레가 빛을 피하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바퀴벌레일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크고 확실한 소리였다. 마리엔은 어둠에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어쩐지 아이큐가 조금 떨어지는 녀석과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었다. 교회의 정중앙에서 마리엔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딱 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부싯돌을 켜듯이..

- 라이트(light)

마리엔의 손 끝을 따라 교회의 중앙에서부터 빛이 그 화려한 날개를 펼쳐 어둠을 몰아냈다. 눈부실 정도의 화려함이 교회의 안을 아찔할 정도로 가득 메웠다.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낸 빛은 눈동자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잠시 빛이 사물을 잠시 가렸다 싶더니 이내 빛이 걷히고 구석으로 물러났던 어둠이 다시 가운데로 몰려들어왔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빛과 어둠이 차례로 자리를 교환한 사이 아무것도 변한 건 없어보였다. 그 사이에 마리엔이 구석으로 순식간에 자리를 옮긴 것만 제외하면...   마리엔의 눈 앞에 리츠가 있었다. 방금 전 구석으로 숨어들어간 리츠였다. 빛이 시각을 상하게 한 탓에 마리엔 오는 걸 느끼지도 못하고 마리엔에게 앞을 잡혀 버린 것이다. 사박이 막힌 구석이라 마리엔이 앞을 막자 도망갈 길이 없었다. 그저 마리엔을 올려다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냥 발로 한 대만 툭 차도 죽을 것 같았다. 그냥 죽이면 되는건가? 정말 이렇게 쉬운건가?

“ 그 아이를 해치면 안돼요 ”

역시나 알렌이 그렇게 호언장담을 한 이유가 따로 있었을테지... 마리엔은 잠시 시선을 돌렸다. 소녀였다. 언제 나타난 건지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교회의 의자 사이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실내였지만 창 밖에서 달빛이 조명처럼 소녀의 위로 내려 비추고 있어서 확실히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깨진 교회 유리창으로 바람이 불어와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이 나뭇잎처럼 흔들거렸다.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녀였다. 체크무늬의 검은색 짧은 원피스는 귀여운 소녀의 그것이었지만 그 위에 걸친 특이한 제복 모양의 회색의 재킷은 분명 -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 아카데미의 견습마녀들이 착용하는 전투복이다. 더구나 오른쪽 가슴에 그려진 하얀색 초승달 문양은 분명 마녀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문양이 분명했다. 그렇다는 건 이 아이가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는 건 이 아이가 마녀라는 뜻이었다.

“ 대체 여기서 뭐하는거지? ”

어울리지 않게 짐짓 선배다운 근엄함을 얹어서 말해봤다.

“ 당신 그 아이를 죽이러 온거죠? ”

대답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하여튼 요즘 애들이란.....

“ 내 이름은 마리엔 크루아티. 열화의 마녀다. ”

슬쩍 자신의 이름을 꺼낸건 허영심 때문이 아니었다. 마녀라면 거의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듣고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소녀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마리엔의 이름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되려 더 강한 눈빛으로 마리엔을 바라봤다. 오호라 제법 깜찍한 계집애인데?

“ 그 아이는 새끼예요. 아무런 힘도 없어요. 죽이면 안돼요. ”
“ 새끼든 어떻든 악마는 악마야. 그리고 우리들 마녀의 일은 악마를 없애는 거고 ”
“ 막을거예요. ”

순간 마리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이 아이가 막을거예요 라고 한건가?

“ 무슨 소리지? 지금 이 악마를 지키겠다는 건가? ”
“ 그래요. ”

헛.. 기가 막혔다. 마녀가 악마를 지킨다고? 뭐지 30살의 나이차이가 나는 커플의 결혼식을 보는 듯한 이 부조리함은...

“ 악마를 지키겠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

마리엔은 곧바로 손을 들었다. 손끝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간단한 파이어(fire) 마법. 이걸로 곧바로 리츠를 구워버릴 참이었다. 하지만 얼음조각이 날아와 예리하게 불꽃을 베고 지나갔다.

“ 진심이에요. ”

소녀의 목소리만큼이나 날카로운 얼음의 조각들이 어느새 소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마리엔을 노려보고 있었다. 빙연참(氷漣攙).. 주술이었다. 진심으로 싸울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이 아이..

“ 방해하지마.. ”

마리엔은 목소리에 일부러 잔뜩 노기를 띠고 다시 불꽃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았다. 빙연참의 얼음조각이 날아들어 불꽃을 잘라냈다. 마리엔의 얼굴에 기막힌 웃음이 다시 만들어졌다. 호기심이 발동한 미소였다.

" 진심으로 나와 싸울 셈이야? “
“ 지켜요. 내가 말한 거니까. 상대가 누구든지 지켜요. ”

기껏해야 10대 중반의 나이. 고작해야 아카데미의 견습마녀일 터인 이 꼬맹이가 현존 최강의 마녀인 자신과 싸우겠다고? 것 참.. 애교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법이다.

- 파이어 스피어( fire sphere )

스펠링을 외우자 마리엔의 손에서 거대한 불꽃이 휘몰아쳤다. 방금전에 리츠를 태우기 위해 불러냈던 간단한 불꽃과 차원이 다른 불덩이였다. 맹렬하게 회전하며 타오르는 불꽃은 그냥 스치기만 해도 재로 변할 것 같이 뜨겁고 화려했다.

“ 지금 그 말 후회하지 않길 바라. ”

거대한 불덩이가 회전하며 소녀를 덮쳤다. 소녀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주위에 마나를 모아 결계를 맺었다. 주술의 발동....

방형진(防形陣)..

소녀의 명령에 따라 소녀의 몸 전체를 은빛의 막이 감싸안고 명렬한 불꽃이 막에 부딪히며 갈라져 물방울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사실 불꽃의 위력이 생각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마리엔에게는 소녀를 죽인다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위협을 가하고 싶었던 것 뿐. 그런 마리엔의 생각을 역이용해서 간단한 방어 주술로 가볍게 불꽃을 막아낸 소녀는 리츠를 향해 달렸다. 그 모습을 눈치챈 마리엔이 재빨리 등을 돌려 먼저 리츠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리엔의 생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빙연참(氷漣攙)..

소녀가 공중에 다음 결계를 만들어 내고 조그마한 얼음창들이 마리엔을 향해 날아들었다. 빠르다?! 그 순간은 아무리 천하의 마리엔이라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일직선의 단순한 공격이라 가볍게 뒤로 몸을 날려 얼음창을 피하긴 했지만 그 사이 소녀는 리츠를 낚아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리츠를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소녀는 또 공중에 결계를 맺었다.

화룡창(火龍槍)..

이번에는 용이었다. 소녀의 주위로 족히 사람 크기는 될 법한 길다란 불꽃의 용이 꿈틀거리며 공중을 휘저었다. 마리엔은 눈살을 찌푸렸다. 주술의 위력 때문이 아니었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게 막을 수 있는 기술들이었다. 하지만 빨랐다. 방어 주술인 방형진 이후에 곧바로 빙연참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화룡창의 발동. 그 사이의 간격이 심각할 정도로 좁았다. 흡사 세 사람이서 주술을 쓰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 프리즈 플레임 ( freeze frame )  

도망을 치는 데에는 강한 위력의 주술들이 필요 없었다. 어차피 용의 목적은 공격이 아니었다. 그저 마리엔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였을 뿐..... 마리엔이 거대한 얼음을 용의 주위에 소환해 용을 감싸 안으려고 했지만 용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마리엔의 마법을 피하며 마리엔의 시선을 교란했다. 화룡창을 발동시킨 후 곧바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 소녀는 현관문을 박차고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마리엔이 왼손에 간단한 얼음방패를 만들어내 용을 막을 생각을 하며 소녀를 따라 현관으로 뛰었더. 하지만 소녀는 영리했다. 용은 마리엔의 바로 앞으로 내리꽂혀 바닥에서 폭발했다.  마리엔을 직접 공격했더라면 아마 그대로 마리엔의 손에서 사라졌겠지. 용이 폭발하면서 강한 폭발음을 일으키고 불꽃과 함께 바닥에서 떨어져나온 나무판자와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리엔은 반사적으로 팔로 눈을 가리며 자리에서 멈춰섰다. 사방으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쿨럭. 몇 번 기침을 한 뒤 다시 연기를 뚫고 나가 현관문을 열어 제쳤지만 이미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 성공. 마리엔이 한 방 먹은 거였다.


현관 문 앞에 잠깐 멈춰선 마리엔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며 방금 전의 일을 다시 곱씹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시 한 번 정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주술의 발동속도였다.


마녀들이 쓰는 기술의 기본은 마법(魔法)과 주술(呪術)이다. 기술의 발생 역사를 거슬러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두 주술의 가장 큰 차이는 발동방식이었다. 주문을 외우는 스펠링(spelling)으로 발동되는 마법은 가볍고 간편했다. 간단하게 주문을 써서 외울 수 있는 마법은 그만큼 위력적이고 빨랐지만 일회용 공격이 대부분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그에 반해 마나를 공중에 배치하는 결계(結界)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주술은 광범위하게 공간을 뒤덮거나 오랜시간 기술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스펠링으로 간단하게 발동되는 마법과는 달리 복잡한 문양의 결계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발동시간이 지나치게 느린 단점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주술의 발동속도는 마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 아이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뒤엎고 있었다. 마법의 스펠링 보다 더 빠른 주술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주술발동속도가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되게 빠른거지?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던 마리엔은 곧 자신의 머리만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핸드폰을 꺼냈다. 수신자는 알렌 피츠..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처럼 한 번의 신호음 후에 그 넉살 좋고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이.. 어떻게 됐어? ”
“ 놓쳤어. ”
“ 흐음. . ”
“ 방심했어. ”
“ 천하의 마리엔이 실패할 때도 있군. ”
“ 그 아이 누구지? ”
“ 유이. 고아라서 성은 없고 단순히 유이라는 이름이야. ”

이번 대답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마리엔이 물어볼 걸 미리 알고 있었단 는 듯,역시 처음부터 메인은 리츠가 아니라 그 아이였던 거다.

“ 몇 살이야? ”
“ 15살...이번이 첫 임무였지. ”
“ 내 첫 임무 보다 3살이 더 많군 ”

12살에 첫 임무.. 마리엔이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 보통 마녀들이 첫 임무를 받는 평균나이가 19살 이라는 걸 생각하면 유이의 성장 역시 무시할 만한 것은 못된다. 마리엔 쪽이 비이상적으로 빠른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뿐..

“ 단순한 계산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그 아이 제대로 주술 수업을 받은 적이 없어. “

알렌은 슬쩍 이 또 다른 천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 싸우는 걸 싫어했지..전쟁으로 부모를 잃었기 때문에 항상 전쟁에 대해 의문을 표하곤 했어. 수업 같은 것도 제대로 받지 않았지만 그 엄청난 재능 때문에 모든  선생들의 주시를 한 몸에 받았지. “
“ 주술속도 말인가?. ”
“ 직접 겪어서 알겠지? 그 엄청난 주술발동속도. 주술능력을 타고 났다고 밖에
설명이 안 돼. 그 아이는 본능적으로 결계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있어. 참 웃기지 그런 녀석에게 그런 재능이라니 말이야.. “

주술의 발동속도가 마법보다 빠르다니 분명 무시무시한 능력임은 분명했다.

“ 악마와의 전쟁에 의문을 품고 있던 아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첫 임무부터 이런 사고를 칠 줄은 몰랐어. 되도록 빨리 다시 잡아야 해. 그 아이가 악마를 보호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여러가지로 곤란해. 그래서 가급적 조용히 처리해줬으면 한거고.. “

마리엔은 아랫입술을 실룩거렸다. 자신에게 끝까지 매달리던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됐다. 아카데미 출신의 마녀가 악마를 보호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단순히 그 사건 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카데미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게 뻔했다.

“ 그 아이 쫒아갈 수 있겠어? ”

마리엔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이 더 깊어지고 있었고 주위는 커다란 풀숲이었다. 아마 멀리까지 도망치진 못했을 터였다.

“ 날 너무 무시하는군. ”

알렌이 의심하는 것 마저 불쾌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엔의 주위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이 주변의 흔적들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 * * * * *






유이는 달렸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든 멀리 벗어나야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기세좋게 말하긴 했지만 상대인 마리엔 크루아티는 분명 자신의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엄청나게 운이 따라준 것이 분명했다. 리츠를 잡고 있는 오른손에도 무의식중에 힘이 들어가 리츠가 아프다는 듯이 낑낑대는 소리로 울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안전하다고 느낄 때 까지 온 힘을 다해서 달리기만 했다. 숨이 가빠지고 중력이 두 배로 늘어난 것처럼 다리가 무거워진 후에야 유이는 달리는 걸 멈췄다. 주위에는 유이의 허리까지 오는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근처에 커다란 나무 밑으로 가서 몸을 웅크렸다. 밤이었기에 달빛이 들지 앉는 나무 그늘 아래는 숨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나무에 주저앉아서 주위에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유이는 자신의 손에 잡힌 리츠가 낑낑대고 있는 걸 알았다. 재빨리 손을 놓았다.

“ 아아... 미안.. 내가 너무 세게 쥐고 있었나보네. ”

리츠는 다람쥐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 그 종류는 분명 악마였지만 그래도 인간과 대화가 불가능하고 그저 짐승 같은 소리로 끼이잉 하고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다람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유이가 손을 놓자. 또

“ 끼이잉 ”

하고 짧은 울음소리를 냈지만 그게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프다는 투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첫 번째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리츠는 유이를 잘 따랐다. 유이가 손을 놓자 머리로 유이의 손을 부비는 건 고맙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아직까지 놀란 것이 진정되지 않은 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악마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어미가 필요한 새끼일 뿐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이런 새끼까지 죽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건지는..... ....최대한 편한 자세로 나무 등을 기대고는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이제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마..  ”

유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자 주위도 고요해져서 그저 평화로운 것만 같았다. 긴장이 풀리자 조여져있던 피곤함도 같이 풀어져 나왔다. 스스르 하고 눈이 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대로 조금씩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수면은 오래가지 못했다.

“ 아하 여기 있었네. ”

들려온 목소리에 유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잠에 빠져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쫒기고 있다는 긴장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재빨리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미 늦었다 몸을 일으켰을 때 앞에서 여유롭게 웃고 있는 마리엔의 모습이 보였다. 마리엔의 목소리에 유이의 눈동자가 무너져 내렸다. 겉으로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어도 확실히 아직 아이는 아이였다. 겨우 도망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뒤를 잡혀 버리다니...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꽉 깨물었다. 이 마녀로부터 두 번 도망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냥 상심만 하고 있다고 해서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 아직도 다람쥐를 지킬 생각이야? ”

리츠는뒤에 나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도망은 치지 않고 유이의 근처에 붙어 있는 거였다. 버려둘 수 없었다. 절대로........

“ 네. 지켜요. ”
“ 대단한 자신감이네. ”
“ 내가 꺼낸 말이니까.. ”

정말 누구를 닮은건지 완전히 고집불통이다

“ 아 맞다 내가 너한테 말 안 한게 있는데 말이야.. ”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싱긋하고 마리엔이 윙크를 했다

“ 내 고향은 이집트야. ”

그러자 갑자기 마리엔의 주위로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그 모래바람의 정체를 눈치챈 유이는 꿀꺽하고 마른 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마술(魔術) 이었다.

고대 중국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동양의 주술(呪術)과 대영제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유럽의 마법(魔法)과는 달리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제국을 중심으로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의 일대에서 발달한 기술을 일컬어 마술(魔術)이라 불렀다. 주술이나 마법과 다른 마술의 가장 큰 특징은 간단한 몇 개의 기술을 자신의 육체의 기능에 결합하고 그 능력을 활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마법이나 주술처럼 다양한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신속하고 빠르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로지 싸움을 위해서 만들어진 지극히 전투 위주의 술법.. ...마법과 주술과는 달리 육체의 능력까지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기술이였기에 극소수의 마녀들만이 마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넋놓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빙연참(氷漣攙)..


통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단은 선제공격이었다. 유이는 재빨리 얼음의 창들을 소환했다. 은색의 얼음 파편들의 날카로운 모습으로 유이의 주변에 형성되고 그 중 두 개가 직선을 그리며 마리엔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마리엔은 모래바람을 일으켜 날아오는 파편의 각도를 바꾸고 그 사이로 몸을 비틀어 넣어 공격을 피했다. 목표를 잃은 얼음조각들은 바닥에 박혀 둔탁하고 허무한 마찰음만 남기고 사라졌다. 유이의 표정은 더더욱 굳었다. 역시나 빙연참의 공격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나머지 얼음조각들을 닥치는 대로 쏟아부었지만 마리엔은 모래바람으로 가볍게 유이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곧바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유이에게 날아들었다. 마리엔의 오른손에서 회오리치던 모래폭풍의 끝이 좁아지면 드릴처럼 회전했다.

방형진(防形陣)

재빨리 방어결계를 만들어서 마리엔의 공격을 튕겨냈다. 하지만 마법과 다른 마술의 무서운 점은 역시 일회성 공격이 아니라는 거였다. 방형진에 막혀서 잠시 물러나나 했던 모래폭풍 곧 또아리를 튼 뱀처럼 혀를 낼름거리며 유이의 머리 위를 타고 올라 등에서 유이를 노렸다. 방어결계를 포기하고 재빨리 앞으로 몸을 굴려 겨우 공격을 피했지만 바닥에 머리를 쳐 박은 모래폭풍은 다시 바닥을 타고 먹이를 노리는 독사처럼 유이 쪽으로 기어서 달려들었다.  ... 또 다시 방형진. 그리고 모래가 잠시 튕겨나간 사이 다시 몸을 데구루루 굴려서 스프링처럼 튀어오른 모래폭풍의 다음 공격을 피하고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때부터는 그 패턴의 반복이였다. 마리엔의 공격에 유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모래폭풍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주술은 알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기술들로 어떻게든 본체인 마리엔을 노려야 했지만 공격이 너무나 거센 탓에 방형진만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게 고작이였다. 공격을 밀어내고 그 사이에 몸을 굴려서 피하는 것이 전부....이대로라면 얼마가지 않아 당하고 만다. 공격을 막거나 피하거나 어느 것 하나만 삐끗해도 그 자리에서 패배였다.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야 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길 수 있는 방법. 아니 최소한 공격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방법이라도....잠깐.? 공격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순간 유이의 머릿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모래를 한 번 피한 후 유이는 곧바로 다시 결계를 만들었다. 방형진이 아니였다.

수정(水穽)!

유이가 시전한 주술은 의외로 간단했다. 공격을 위한 주술이 아닌 단순히 물을 부리는 주술. 마치 내리던 빗방울이 공중에서 정지한 듯이 유이의 주변으로 물방울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이내 공중에서 합쳐졌다. 공격도 방어도 아닌 주술이었다. 공중에 불러낸 물덩이들은 곧바로 모래폭풍에 가서 부딪혔다. 물을 흡수한 모래는 무겁고 질퍽해진다. 모래를 물에 흡수시켜 일단은 마리엔의 움직임을 무겁게 할 생각이었다.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맹렬하게 다가오던 모래폭풍이 물을 통과하자 검게 변하더니 이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잠시나마 공격이 성공한건가 하는 덧없는 생각이 들었다.

화룡창(火龍槍)..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공중에서 불꽃의 용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유이가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마리엔의 기술은 단순히 모래만을 이용한 마술이 아니었다. 두 가지의 속성을 결합한 마술. 모래 그리고 바람. 솔직히 모래는 오히려 유이를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리엔의 배려였다. 날카로운 바람의 힘을 제어하는 기능으로서 말이다.

“ 시도는 좋았어. 후배님. ”

마리엔은 여전히 여유롭게 웃었다. 오른손을 들어서 자신의 마술에서 모래를 거뒀다. 거추장스러운 모래를 벗은 바람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마치 곤충이 변태를 하듯이, 물을 흡수한 검은 모래들이 스르르 하고 벗겨지고 그 속에서 이제 막 족쇄를 벗은 괴수처럼 사나운 바람이 휘몰아치며 고개를 들었다. 마리엔을 향해 날아가던 불꽃의 용은 회전하는 바람에 빨려들어가 그대로 갈기갈기 찢겨서 사라졌다. 형체가 보이지 않아 칼날바람들이 맹렬하게 회전하는 소리만이 사방을 메웠다. 그것이 더욱더 공포를 자극했다. 순식간에 바람이 유이를 스쳐지나가고 유이의 온 몸에 팔과 다리 할 것 없이 온 몸에 수십개의 날카로운 바람의 상처들이 일시에 생겨났다.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유이는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눈빛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 그만하지 그래? ”
“ 싫어요. 난 포기 안 해요 ”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었지만 이미 한계일 터였다 수조 밖으로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온 사방을 휘저으며 가파르게 뛰는 숨소리가 그 증거였다. 겨우 단순한 주술 몇 가지만 쓸 수 있는 15살 견습마녀인 유이가 현존 최강의 마녀인 마리엔을 상대로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했다. 주술발동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전투에 임하는 마녀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무조건적인 공격이었다. 단순히 공격을 해야만 적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이 유이라는 아이는 공격적인 주술이 아닌 단순히 물이 쏟아지는 주술을 사용했다. 마리엔의 술법을 파악해서 모래의 제어를 방해함으로써 마리엔의 움직임을 봉쇄하려고 했다. 훌륭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견습마녀라면 열화의 마녀, 마리엔 크루아티라는 이름만으로 반쯤은 싸움을 포기했을 터였다. 사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주술발동속도를 제쳐두더라도 상대를 가리지 않는 그 용기와 상황판단력만으로도 천재라는 호칭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마리엔이 손을 내리자 바람이 잦아들었다. 유이는 끝까지 싸울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미 승패는 난 거나 다름없었다. 어느새 튀어나왔는지 뒤에 숨어있던 리츠가 유이의 발 밑으로 와 있었다.

“ 끼이잉 ”

하고 유이의 발목을 부비고 있었다. 리츠가 어미를 찾는 것 같은 울음 소리를 내자 유이는 고개를 내려서 리츠를 쳐다봤다.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새끼는 새끼. 그 모습에 또 마음이 한없이 여려졌다.

“ 어째서 그 다람쥐를 그렇게 지키려는거지? ”

애틋한 유이의 표정에 마리엔의 호기심이 또 발동했다. 방금 전의 그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건지 묻는 말에 유이는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 내가 죽였어요 ”

그리고 고해성사를 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끝까지 자신의 떠나지 않고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아이를 보자 곧바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이 리츠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행운이었다.

“ 내가 이 아이의 엄마를 죽였어요. 나쁜 악마가 아니였어요. 그냥 아이를 지키고 싶은거였는데.. 내가 엄마를 죽여서. 나랑 똑같이 만들었어요. 이 아이는 그냥 아이예요. 나쁜 악마가 아니에요. 이 아이 마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

소녀의 감수성. 그건 마녀의 가장 큰 적 중에 하나였다.

“ 쓸데없이 죄책감 느낄 필요없어. 이건 전쟁이야. 적이냐 아군이냐 두 가지 뿐이지. ”
“ 달라요. 인간은 그렇잖아요. 착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존재하죠. 악마도 마찬가지에요. 나쁜 악마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나쁘지는 않아요 “

마리엔은 한숨을 쉬었다. 그걸 몰라서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전쟁이다. 적은 적일 따름이다. 착한 적.? 그런 것 따위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전쟁이고 싸움이었다. 100%의 적과 100%의 아군 뿐이다. 적이 99% 뿐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1%를 생각하는 순간 이미 전쟁은 지는거다.

“  우리는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거야. 전쟁은 승패가 걸린 게임이야. 어느 한 쪽이 이겨야만 하지. 그래야 게임이 끝나. 우리가 이기느냐 상대편이 이기느냐..두 가지 선택 뿐이야. 그리고 미안하게도 난 상대편이 이기는 쪽을 택할 마음은 없어. 끝을 낸다면 우리가 이기는 쪽을 택하는거야. “

“ 아니요. 전쟁은 게임이 아니에요. 증오고 반복이죠. 누군가 이겨야만 끝나는 게
  아니에요. 끝내려고 했을 때 비로소 끝나는거죠. 전쟁을 끝내려면 끝내길 원해야 해요. 이기길 원해서는 안돼요 ”

“ 그래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기 위해서 나랑 싸웠던거야?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또 다른 싸움을 하다니 지나친 모순이군. ”

유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똑바로 마리엔의 눈을 쳐다보고 말했다.

“ 그럼 죽여요  ”
“ 날 얕보지마 ”
“ 절 죽여요. 당신이 원하는 승리를 잡고 싶다면 ”
“ 진심으로 죽인다. ”

마리엔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다시 주위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평소에는 그저 도도하고 까칠한 매력을 풍기며 가끔 어울리지 않는 유머감각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장에서의 마리엔은 다르다. 보는 사람은 물론 적마저 압도하는 힘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것이 열화의 진짜 모습이었다. 죽인다는 말에서 무서운 살기가 느껴져서 유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말 고집만으로 고래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다.

“ 상관없어요 ”
“ 지금 니가 죽으면 그 다람쥐도 죽어. 그게 전쟁이야 ”
“ 죽이지 않으면 돼요. 날 죽이고 대신 이 아이를 살려줘요 그러면..,,   ”
“ 부탁한다고 들어줄까?. 단지 부탁만으로 그런 걸 들어줄거라 생각해? ”
“ ... ..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거예요 ”

잠시 공백이 흘렀다. 분위기가 조용하게 가라앉은 가운데 달빛만이 흘러내렸다. 리츠는  여전히 유이의 발목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유이와 똑같은 얼굴로 리츠를 내려다 보고 있던 마리엔이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방금전과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였다.

“ 다람쥐를 놔주지.. 대신에 너도 아카데미로 돌아가.
  지금 있었던 일은 잊고 다시 마녀가 되는거야.  “
“ 싫다고 한다면요? ”
“ 다람쥐를 죽인다. ”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목에 있던 리츠를 안아들었다.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마리엔은 등을 돌렸다.

“ 죽이지 않은거죠? ”

등 뒤에서 유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당신. 결국에는 이 아이를 죽이지 않은거죠? ”

잠깐 발이 멈춰졌지만 마리엔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유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 * * * * *




마리엔은 언제나처럼 베란다의 안락의자에 누워있었다. 격한 싸움을 끝낸 후에는 이렇게 안락의자에 혼자 누워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았다. 이번에는 격한 싸움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후유증이 꽤 많이 남아있었다.

“ 악마를 키우는 마녀. 세상에 알려지면 무사하지 못할거야. ”

막 집 안으로 들어온 알렌이 자신의 발에 발을 부비는 다람쥐 한 마리를 보며 말했다. 예상대로 마리엔은 대꾸하지 않았다. 뭐라고 지껄이든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알렌은 고개를 젓고는 용건을 전했다. 유이의 소식을 전해주러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 약속했던대로 유이는 아카데미로 무사히 복귀했다고 한다. 아카데미 상부에는 단순히 임무가 늦어진 걸로 보고됐다.

“ 고마워. 잘 해결해줘서 ”

누운 상태 그대로 마리엔은 알렌의 인사를 그저 한 쪽 귀로 흘렸다. 하지만 겉으로 도도함을 풍기고 있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유이라는 아이의 얼굴만은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에 유이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그걸 확인하지 않은게 후회됐다.

“ 그리고 그 아이 말이야. 조금 변했어. ”
“ 변하다니 뭐가? ”

그제서야 마리엔이 고개를 돌린다.

“ 수업에 꽤 열심히 참가하던데.? ”

열심히 한다라... .. 어쩐지 고집스럽던 그 눈동자가 생각나서 마리엔은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 그 아이는 강해질거야. 언젠가는 나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한 마녀가 되겠지. ”

알렌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마리엔의 얼굴을 쳐다봤다. 처음이었다. 이 자존심 강한 마녀가 자존심을 굽히고 누군가를 인정하는 모습을 본 건.. 하지만 알렌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건 마리엔의 입장에서는 솔직함이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뛰어넘을 거라는 생각이 든 건 그 아이가 유일했을 뿐이다.

“ 호오 그 아이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군 ”
“ 글쎄.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 ”

잠깐 말을 끊고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사실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긴 했다. 고집불통에 깜찍한 아이라는 게 말이다.

“ 그냥 확인하고 싶은 것 뿐이야. 결국에는 내가 이길거라는 걸 말이야.  
  그 아이가 바라는 세상 같은 건 절대로 오지 않을 테니까.... “

무슨 말인지 몰라 알렌은 그냥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 아무튼 내가 말했던 대로 재미있었지? ”

뭐 사실은 아무래도 좋을지도 몰랐다.

“ 재미있었던 것 같군.. ”

간단하게 대답하면서 시선을 밤하늘에 고정시켰다. 검은색 하늘에 하얀달이 이상할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또다시 마녀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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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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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 단편 기억의 숲에 머물다. 브리그리 2011.02.20 0
1664 단편 한밤, 광대와의 술자리1 이니 군 2011.02.18 0
1663 단편 오늘 밤의 여인들1 이니 군 2011.02.18 0
단편 마녀의 밤. 브리그리 2011.02.17 0
1661 단편 [번역]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 마이크 레스닉1 이형진 2011.02.16 0
1660 단편 두세 계 징이 2011.02.14 0
1659 단편 J라는 사람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이야기. 장우석 2011.02.13 0
1658 단편 멸망할지도 김진영 2011.02.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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