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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린왕자의 우주

2008.01.30 21:2001.30

무엇이 필요했던 것일까.
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대답이 없었다.
무한하게 펼쳐진 별의 바다.
거기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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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책을 쓰는 게 꿈이었다.
소년은 별을 보는 게 꿈이었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 책을 보고, 별을 보며 소년은 꿈을 키웠다.
아무도 소년에게 그것이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혼자서 요리를 하고, 혼자서 그림을 그렸고, 혼자서 책을 읽고, 꿈을 키워나갔다.
아무도 소년을 지도해주지 않았고, 소년에게 간섭하지도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소년은 핵전쟁 이후, 지구가 정화된 이후 마지막 생존자였으므로.
소년은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했다.
누가 그를 지금까지 키웠는지 소년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혼자서 그 넓은 마을의 천문대에서 하늘에 대한 꿈을 키우고, 여러 가지 지식들을 섭취할 뿐이었다. 과거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와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써야 한다는 문학소년의 꿈에 빠지기도 했고.
하지만 소년은 [인간]을 알지 못했다.그래도 소년은 마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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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뿌려놓은 듯한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녹음기를 점검했다.
내 음성이 [그] 아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류]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우주선에 실릴 녹음기는 결코 망가져서는 안되었다.
우주의 [마나후이]족에게 인류의 [음성이 담긴 음반]이 도착되었을 때 그것들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여기에 타지 않는다. 타기에는 나의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므로.
부디 이것이 [그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내가 깔아놓은 전철을 그들이 결코 밟지 않도록. 나는 컴퓨터를 보면서 우주선이 웜홀로 떨어져가는 항로를 계산한다.
최대한 빠르게 지구로 도착하도록.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기 전인 지구에 도착하도록...
타임머신은 만들 수 없지만, 웜홀이 그것을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미미한 희망으로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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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한 천문대에서 한 소설가의 일기를 읽었다.
그 일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소년이 사는 마을처럼 싱그러운 나무가 있는 곳도 아니고, 더러운 강과 빽빽한 건물들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춤을 추고 싸우고, 노래를 하기도 했고 절망하기도 했다.
이때 사람들을 싫어하는 한 소설가는 지구를 떠나기로 한다.
그는 안 팔리는 소설가였지만 지구의 몇 안되는 갑부였고, 또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뛰어난 소설가가 아닌 그가 지구를 떠나는 것에 어느 누구도 섭섭해하지 않았다.
소설가는 조금의 섭섭함과 시원함을 가진 채 지구를 떠나 영원한 우주 유영을 시작했다.
--------------------------------------------------------------------나는 지구를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곳은 더럽고, 사기가 판치는 곳이다.
선진국들은 늙어가고 있고, 후진국들은 돈을 벌려는 욕심과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데 대한 분노로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동면에서 깨어나 바라보는 까만 우주는 다만 고독하기만 할 뿐이다.
나는 여기에서 많은 글들을 썼다. 비평가들에게 지독한 조롱을 받았던 내 형편없는 글솜씨는 홀로 고독을 가지는 동안 일취월장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랑할 수조차 없다.
지구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질수록 그동안 접촉을 유지했던 친지들과도 연락을 할 수 없는 지점에까지 왔다. 하긴 지구에 있을 때도 돈 이야기말고는 딱히 접점이 없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나는 점점 자는 시간을 늘렸다. 언제쯤, 지구와 가까운 인력을 지닌 행성을 지나가면 그때 정착을 할지 모르지만...그 사이에 어쨌든 나는 계속 자야했다.
나만의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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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천문대에 가득 실린 책들을 바라보았다.
소설가의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째서 여럿이기를 포기하고 이 [사람]은 [혼자]이기를 선택한걸까.
나는 [혼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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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을 때 나는 지구에서 받은 연락을 받았다.

[3차 대전이 일어났다. 네 계좌에서 9억 달러를 인출했다.]

인간의 욕망, 먼 곳, 접촉할 수 없는 사람에게조차 연락하게 만드는 힘. 돈.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마 지금 도착한 내용대로라면 아마 지금쯤 지구는 한참 힘든 시기일 것이다.
나는 아예 연락 프로그램을 꺼버리고 다시 동면장치를 켰다.
그게 마지막 연락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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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천문대에서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발견했다.

[아무도 없나. 살아남은 사람은?]

언제부터 그 라디오가 소리를 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년이 천문대의 책들을 거의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찾아 지하로 내려가서 문을 열었을 때 소년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약간 거친 남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혼자는 외로워. 설마 다 죽어버리진 않았겠지. 제발 대답해다오.]
소년은 라디오를 만졌다. 흔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흔들어도, 만져도 라디오는 같은 소리만 낼 뿐이었다.

[누구 없나. 제발 대답 좀 해다오.]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본래 소년이 아는 언어와 라디오가 말하는 언어는 달랐으니까.
소년은 라디오의 음성이 그냥 불협화음이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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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롭다. 싸움과 돈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여행인데, 이 고독이 날 미치게 했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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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갑자기 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생소한 감정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외로움을 지우는 감정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서 소년은 천문대에서 별들을 바라보았다.
별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다 외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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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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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1.31 16:06 댓글 수정 삭제
    이런 뼈대로 전개시키는 건 문제가 없지만, 각 단락에 좀 더 살을 붙이지 않으면 주제를 발전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주제를 짐작할 수는 있으나, 구현됐다고는 보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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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지 08.01.31 20:50 댓글 수정 삭제
    그렇군요. 좀 더 살을 붙여야겠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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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키 08.02.16 12:01 댓글 수정 삭제
    아. 뭐, 말하자면.

    ㅡ살아남은 소년의 일기 ㅡ 로군요.

    필자분께는 간곡히 드릴 말씀은 없고. ------러한 줄로 연출 형식을 살리기보단 윗 분이 말씀하셨듯 작가 머리속에 있는 그 본체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그저 어떤 하루에 쓰던 일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군요.

    작가 자신만 알고 있는 주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 않구요. 중요한 것은 어떤식으로 독자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깨닫게 할 수 있느냐 는 것일 겁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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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지 08.02.16 18:32 댓글 수정 삭제
    야키님의 세세한 충고 잘 새겨들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시간이 없어서 쓰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합니다만, 앞으로 쓸 때에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앞으로 쓸지 어쩔지는 도저히 예상이 안가지만...)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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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17 02:04 댓글 수정 삭제
    "일기"는 좀 심했고, 그저 여기에서 마무리짓지 말고 좀 더 쓰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여기가 좀 더 행복한 나라였으면 읽고 쓸 시간이 더 많았을 텐데, 어쩔 수 없네요. 뭐 별로 드릴 건 없고 그저 건필하시라는 말밖에. 다음에도 쓰시게 되면 또 거울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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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지 08.02.17 08:20 댓글 수정 삭제
    예. 그래야지요.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써서(일에도 익숙해지고 일과에도 익숙해지면 시간이 나리라 생각하며)다음에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이때의 평을 바탕으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답니다.
    야키님, 배명훈님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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